결혼한 지 7년이 지났지만, 경민준은 그녀에게 한결같이 차가웠다. 하지만 연미혜는 사랑했기에, 언젠가는 그의 마음도 따뜻해질 거라 믿었기에, 그 냉랭한 태도를 묵묵히 견뎌냈다. 그러나 7년의 기다림 끝에 그녀에게 돌아온 건 그의 사랑이 아니라, 다른 여자에게 한눈에 반한 남편의 모습이었다. 그는 그 여자에게 다정하고 사려 깊었고, 연미혜는 그 모든 것을 지켜보면서도 끝까지 가정을 지키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연미혜가 생일을 맞아 남편과 딸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날아갔지만, 그들이 함께 향한 곳은 그녀와의 약속 장소가 아닌 다른 여자의 곁이었다. 그날 밤, 혼자 남겨진 호텔 방에서 연미혜는 모든 걸 내려놓기로 했다. 자신이 정성껏 키운 딸이 다른 여자를 ‘엄마’라고 부르는 날이 와도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는 주저 없이 이혼 서류를 작성했고, 양육권도 미련 없이 포기한 채 깔끔히 떠났다. 그 순간부터 그들 부녀에게 어떤 관심도 두지 않았다. 오직 이혼 서류가 정리되길 기다릴 뿐이었다. 가정을 잃었지만, 그녀에겐 더 넓은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때 모두에게 무시당했던 그녀는 단숨에 수천억 자산을 가진 여자가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이혼 서류는 언제까지고 정리되지 않았고, 집에 발길조차 두지 않던 남편이 점점 더 자주 찾아왔다. 그리고 어느 날, 벽에 몰린 그녀를 내려다보며 한때 차가웠던 남편이 낮게 속삭였다. “이혼? 절대 안 돼.”
Lihat lebih banyak얼마 지나지 않아 경민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고, 그는 휴대폰을 확인한 뒤,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받았다.“그래. 알겠어.”“저희가 계속 보관해 둘까요?”“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상대방은 더 이상 묻지 않고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그와 함께 식사하던 임지유가 물었다.“민준 씨, 회사에 볼일 있어?”경민준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답했다.“아니야. 경매장에서 온 전화야.”임지유가 웃으며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경다솜이 끼어들었다.“경매장이 뭔데요?”경민준은 식기를 들고 고기를 잘라 한 조각 먹으며 대답
연미혜가 다시 룸으로 돌아온 후, 한참이 지나서야 염성민이 돌아왔다.식사가 마무리된 후, 그들은 식당을 나섰다.염성민은 회사로 돌아가 자료를 정리했고 연미혜와 김태훈은 넥스 그룹으로 복귀했다.오후 세 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하승태가 염성민과 거의 같은 시간에 넥스 그룹에 도착했다.세인티에서 자율주행 차량 테스트가 있었을 때, 함께 식사한 적이 있었던 두 사람은 마주치자마자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하 대표님도 넥스 그룹과의 협력을 확정하셨습니까?”“네. 염 대표님도 계약 준비 중이신가 보군요.”“맞습니다.”하승태는 조
연미혜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김태훈은 그저 염성민을 약 올릴 셈이었다.실제로 이 정도 식사 비용은 셋 중 누구에게도 부담이 되는 금액은 아니었다.식사가 어느 정도 무르익자, 본격적으로 협력 관련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했다.연미혜는 조용히 식사를 하며 꼭 필요한 순간에만 간단히 의견을 보탰다. 그 외엔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이따금 그녀가 조심스럽게 끼어들 때마다 그 내용은 꽤 건설적이었다.그 점을 눈치챈 염성민은 잠시 놀란 듯한 표정으로 연미혜를 바라봤다.‘생각보다... 실력이 있었네.’그는 처
연미혜의 담담한 표정은 마치 처음부터 이 협력이 성사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염성민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저 김태훈이 미리 이야기해 둔 것이라 여겼다.그는 무심하게 말했다.“잘 부탁드립니다.”식당에 도착해 차에서 내린 후, 연미혜와 김태훈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염성민의 시야에 맞은편에서 들어오는 경민준과 임지유가 들어왔다.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경 대표님, 지유 씨, 여기서 뵙네요.”경민준과 임지유도 그들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염 대표님, 김 대표님, 잘 지내셨나요...
더군다나 연미혜와 염성민의 사이는 원수라 부를 정도도 아니었다.이번 일에서 연미혜가 잘못한 건 없었고 그저 쉽게 물러서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하지만 이제 염용석이 직접 나선다면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다만...’그때, 염용석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미혜야, 급히 결정할 필요 없어. 충분히 생각한 후에 답해도 괜찮아.”“네.”염용석이 다시 덧붙였다.“그리고 성민이에 대해서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내 체면을 세워주려고 무리할 필요 없어.”연미혜가 담담하게 답했다.“알겠습니다.”그 솔직한 반응에 염용석이 미
“그럼 김태훈 씨랑 한번 이야기해 보는 건 어때? 너랑 김태훈 씨, 나름대로 친분이 있잖아?”윤신재의 말에 지현승이 고개를 갸웃했다.“할 수야 있지. 근데 김태훈이가 내 말을 들을 것 같진 않은데.”그날 연미혜가 파트너를 바꾸자는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의 표정을 떠올려보니, 연미혜와 김태훈이 단순한 연인 사이는 아닌 듯했다.하지만 분명한 건, 김태훈이 연미혜를 상당히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나서서 염성민과 김태훈 사이의 갈등을 풀어준다고 해서, 김태훈이 곧바로 협력하겠다고 나올 리도 없었다.“그럼
“말들은 좀 있지만 큰 영향은 없어요. 회사에 좋은 프로젝트가 있으면 회사 주주들이 자기 사람을 넣고 싶어 하죠. 하지만 이런 걸 경 대표님이 직접 정하시는 경우가 드물어요. 경 대표님이 자기 사람을 넣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크게 반응할 수는 없죠. 게다가 임씨 가문과 손씨 가문 능력도 꽤 괜찮고 규칙도 잘 아니까 전반적으로 큰 영향은 없어요.”김태훈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그래요, 그럼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다음에 시간 되면 같이 밥 먹어요.”“그래요.”양 이사가 떠난 후 김태훈이 연미혜에게 말했다.“우리
연미혜가 말했다.“너희끼리 먹어, 난 안 갈래.”경다솜이 말했다.“네? 엄마 안 갈 거예요?”“응.”연미혜는 경다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엄마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맛있게 먹어.”“네...”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한 연미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연미혜의 뒷모습을 본 경민준은 그녀를 붙잡지 않고 경다솜에게 말했다.“우리도 가자.”“네.”차에 타자마자 경민준의 휴대폰이 울렸다.노현숙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것이었다.경민준이 전화를 받자 노현숙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아이가 경민준과 친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다른 부모들은 부모가 아이와 게임을 하는 것을 보며 즐거우면 크게 웃거나 박수를 쳤고 잘하지 못할 때는 안절부절못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그들이 한 가족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연미혜는 아니었다.연미혜는 아이와 게임을 대할 때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느낌은 조금 달랐다.마치 연미혜는 남편과 아이랑 분리된 것 같았다.하지만 지난번 학부모 회의 때 경다솜이 임지유와 관계가 더 좋았던 것을 생각하면 남편과 딸 사이에 녹아들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 같기도 했다.자신의 아이가
연미혜가 아이리스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 9시가 넘어 있었다.오늘은 그녀의 생일이었다. 휴대폰을 켜자마자 동료들과 친구들에게서 온 생일 축하 메시지가 한가득 쌓여 있었지만, 정작 경민준에게선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연미혜의 미소도 씁쓸한 표정으로 바뀌었다.저택에 도착했을 땐 벌써 10시가 넘은 늦은 밤이었다.유순자는 갑자기 나타난 그녀를 보곤 순간 멈칫했다.“사모님, 말도 없이... 어쩐 일이세요?”“민준 씨랑 솜이는요?”“대표님은 아직 안 들어오셨고 다솜 아가씨는 방에서 놀고 계세요.”연미혜는 짐을 유순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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