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0007 화

Author: 구름속
연미혜의 두 동료는 임지유를 흘깃거리며 보다가, 자연스럽게 몇 걸음 물러나 벽에 바짝 붙었다.

임지유 역시 연미혜를 보았지만, 곧바로 무심한 듯 시선을 돌렸다. 애초에 그녀를 신경 쓸 가치조차 없는 사람으로 여기는 듯했다.

이어서 몇몇 임원들의 비위를 맞추는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임지유는 그들 사이에서 여유롭게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연미혜의 동료들은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속삭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방금 그 사람이 대표님 여자 친구죠? 와, 진짜 예쁘네요! 게다가 입고 있는 거 전부 명품이더라고요. 얼마나 비쌀까요?”

“그러게요! 진짜 재벌가 출신 느낌이 물씬 나잖아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랑은 완전히 다른 세계 사람이던데...”

수다가 점점 깊어지던 찰나, 한 동료가 연미혜를 힐끔 보며 물었다.

“미혜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연미혜는 눈을 내리깔며 담담히 답했다.

“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임지유는 사실 그녀의 아버지가 혼외 관계에서 낳은 아이였다. ‘사생아’라는 말은 이 상황에 꼭 맞는 표현이 아니었다.

여덟 살이 되던 해, 아버지는 더 이상 두 가정을 힘들게 하지 않겠다며 일방적으로 이혼을 결정했고, 연미혜의 어머니와 결혼 생활을 정리한 후 임지유의 어머니를 정식으로 아내로 맞아들였다.

그 후, 연미혜는 이혼의 충격으로 정신이 무너진 어머니를 데리고 외삼촌 노현숙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외삼촌의 사업은 점점 기울었고, 반대로 임씨 가문의 재산은 날로 불어났다.

그때 들려온 소식은 하나였다.

그녀의 친부가 어린 시절 힘들게 자란 임지유에게 모든 걸 쏟아부어 최고의 환경, 최고의 교육, 그리고 최고의 지원을 해 준다는 소식이었다.

지금의 임지유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자연스럽게 임씨 가문의 정식 후계자로 인정받았다.

그러니 임지유는 더 이상 ‘사생아’가 아니었다.

십여 년 동안 명문가의 딸로 살아온 그녀는, 어느새 몸에 밴 기품과 여유로 과거 연미혜가 ‘진짜’ 재벌가의 딸이었을 때보다도 더욱 세련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연미혜는 어른이 되면 더 이상 그녀와 얽힐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임지유는 또다시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연미혜와 경민준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그녀는 오랜 시간 그를 좋아하며 애정을 쏟았지만, 경민준은 끝끝내 그녀를 바라봐 주지 않았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로 임지유를 처음 본 순간 그는 망설임 없이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미혜 씨, 괜찮아요?”

연미혜의 창백한 얼굴을 본 동료가 조심스레 묻자, 그녀는 금세 정신을 차리고 평온한 얼굴로 답했다.

“괜찮아요.”

‘곧 경민준과 남남이 될 거야. 민경준이 누구를 사랑하든, 이제 더 이상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지!’

그날, 연미혜는 더 이상 경민준과 임지유의 일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밤 9시가 가까워질 때까지 일을 하던 그녀는 마무리하던 중 휴대폰 벨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발신자는 절친한 친구, 차예련이었다.

전화를 받자 들려온 건 예상 밖의 이야기, 차예련이 술에 취해 있으니 데리러 와 달라는 것이었다.

연미혜는 급히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정리하고 차 키를 챙겨 회사를 나섰다.

20분 후, 목적지에 도착한 그녀는 차에서 내려 입구로 향하려 했다.

그런데 반대편 주차장에서 한 아이가 걸어 나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의 또렷한 옆모습을 보는 순간 연미혜의 발걸음이 멈췄다.

‘다솜이잖아? 아이리스에서 학교에 갔어야 할 다솜이가 어떻게... 혹시 민준씨와 함께 귀국한 건가?’

그녀의 직책상 회사의 기밀문서를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경민준이 아이리스에서 진행 중인 사업을 아직 완전히 마무리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귀국도 단순히 업무 처리를 위한 일시적인 일정일 거라고 생각했다.

‘다솜이도 함께 돌아온 거였어?’

정확히 언제 귀국한 건지는 몰랐지만, 오늘 아침 이미 경민준을 마주쳤다는 걸 생각하면 하루 정도는 지난 셈이었다.

그런데도 경다솜은 단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고 귀국했다는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

순간 연미혜는 손에 쥔 가방을 무의식적으로 더 꼭 쥐었다.

앞에서 신나게 뛰어가는 작은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대리석 바닥에 가볍게 울리는 힐 소리를 죽이며 다솜을 따라가던 그녀는 호텔 로비의 모퉁이를 돌았을 때 복도 끝에서 익숙한 얼굴들을 보게 되었다.

임지유와 경민준의 몇몇 친구들인 것을 확인한 연미혜는 반사적으로 몸을 틀어 피했다.

그때 경다솜이 반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지유 이모!”

그러고는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가 임지유의 품에 안겼다.

연미혜는 그들을 등진 채 소파에 앉아 의자 등받이 뒤로 몸을 숨긴 채 시선을 피했다.

“다솜이도 귀국했네?”

“지유 이모가 귀국한다길래 이모가 보고 싶을 것 같다고 제가 아빠한테 부탁했어요. 그랬더니 아빠는 예상보다 일을 빨리 끝냈어요! 그리고 특별히 이모 생일 전날에 맞춰서 귀국했어요. 그래야 이모 생일을 놓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이건 나랑 아빠가 직접 만든 목걸이예요. 지유 이모, 생일 축하해요!”

“와, 솜이랑 아빠가 직접 만든 거야? 이거 만들기 힘들었을 텐데... 솜이 진짜 대단하다! 아주 마음에 드는걸? 고마워!”

“지유 이모, 마음에 들어서 너무 다행이에요!”

경다솜은 임지유를 꼭 끌어안으며 애교를 부렸다.

“일주일이나 못 봤잖아요. 지유 이모, 너무 보고 싶었어요. 매일 전화라도 안 했으면 아이리스에서 하루도 못 버텼을 거예요.”

“이모도 솜이 보고 싶었어.”

그때 옆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연미혜의 몸이 순간 굳었다.

바로 경민준이었다.

연미혜는 얼굴을 확인하지 않아도, 발소리만 들어도 경민준인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혼 후 7년 동안, 그녀는 거의 매일 이 발소리를 기다려 왔으니까...

그의 걸음걸이에는 성격이 묻어 있었다. 느긋하면서도 침착하고 흔들림 없이 단호했다. 경씨 가문의 어르신들에게도 무심한 듯 한결같았으니... 설령 하늘이 무너져도 그는 태연할 것 같았다.

연미혜는 이 세상에 그를 동요시킬 사람과 일이 없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임지유가 나타난 순간, 그 믿음에 예외가 생겼다.

연미혜가 아직 생각을 곱씹고 있던 그 찰나에 경다솜이 반갑게 외쳤다.

“아빠!”

경민준의 친구들도 인사를 건넸고, 그는 짧게 대답한 후 임지유를 바라보며 말했다.

“생일 축하해.”

임지유는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고마워.”

“아빠! 지유 이모한테 주려고 준비한 생일 선물은요? 빨리 드리세요!”

순간 주변이 조용해졌다.

그때 경민준의 한 친구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숙여 경다솜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그건 너희 아빠가 몰래 준비한 거라서 아마 아무도 없을 때 따로 줄걸? 우리까지 낄 순 없지. 하하...”

다른 친구들도 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때 경민준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이미 줬어.”

“네? 언제요?”

경다솜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더니 다시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아빠 또 나 몰래 지유 이모 만나러 갔었나보네요! 쳇!”

경민준의 친구들은 폭소를 터뜨렸고, 그 순간 연미혜는 오늘 아침 경문 그룹에서 임지유를 봤던 사실이 떠올랐다.

‘아마 그때 건넨 거겠지...’

임지유는 살짝 쑥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

“우리 여기에서 이러지 말고 얼른 올라가자.”

점점 멀어지는 발소리를 들으며 연미혜는 머릿속이 텅 빈 듯했고 가슴 한쪽이 촘촘하게 아파져 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엘리베이터에 올라, 친구를 부축하러 위층으로 향했다.

한편, 차예련과 임지유가 예약한 룸은 마침 같은 층에 있었다.

연미혜가 차예련을 부축하며 엘리베이터로 들어서려던 순간, 지나가던 정범규의 걸음이 잠시 멈췄다.

Related chapters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08 화

    정범규의 곁에 있던 사람이 물었다.“왜 그래?”“익숙한 사람을 본 것 같아서...”그들은 모두 어린 시절부터 경민준과 함께 자란 친구들이었기에 연미혜가 그를 좋아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솔직히 말해 연미혜는 예쁜 편이었다. 조용하고 단아한 분위기가 있었지만, 뚜렷한 개성이 없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그런 유형은 경민준의 취향이 아니었다.경민준이 친구들과도 일정한 거리를 두는 사람이었던 만큼, 친구들 또한 연미혜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녀를 본 적이 많지 않았지만, 우연히 마주친다고 해도 굳이 인사까지 건네지 않았다.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09 화

    연미혜는 열여덟도 되기 전에 국내 최고 대학을 졸업하고 독자적으로 IT 회사를 창립해 몇 개의 특허를 획득했다. 그 정도만 해도 경이로울 지경이었지만 경민준은 더 대단한 사람이었다.경민준은 열세 살에 이미 대학을 졸업했고, 이후 곧바로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여러 회사를 창립해 모두 상장까지 시켜 놓은 상태였다. 당시 그는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나이였다.그가 손을 뻗은 사업 분야는 IT, 제약, 엔터테인먼트, 관광 등 다양했고, 이후 경문 그룹까지 접수하며 단숨에 그룹의 위상을 끌어올렸다.업계 사람들은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10 화

    정시원의 표정이 굳어졌다.연미혜가 대표님의 아내라는 신분을 이용해 특혜를 받으려 한다고 생각한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연 비서님, 업무 태도를 좀 바로잡으시죠. 여기가 연 비서님 집입니까?”하지만 연미혜는 흔들림 없는 태도로 가방을 챙기며 차분히 답했다.“불만이 있으시면 지금 당장 저를 해고하셔도 됩니다.”“연 비서님!”정시원은 이를 악물었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얼마 전 경민준을 따라 아이리스에 다녀온 후, 복귀하자마자 연미혜가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되었다.정시원은 경민준의 신뢰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11 화

    “알겠어요. 앞으로 신경 쓸게요.”그녀는 허미숙 옆에 앉아 자연스럽게 어깨에 기대었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익숙한 온기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얻었다.허미숙은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주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고깃국이 다 익었으니, 미혜 먼저 한 그릇 떠다 주거라. 몸 좀 녹이게.”따뜻한 국을 받아 들고 연미혜는 허미숙의 다정한 말들을 들으며 자연스레 지난 일들을 떠올렸다.순간 마음이 흔들렸지만 괜한 걱정을 끼칠까 봐 얼른 감정을 다잡고 화제를 돌렸다.“이모부랑 이모는 아직 여행에서 안 돌아오셨어요?”“여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12 화

    경민준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 연미혜가 연씨 가문으로 돌아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여겼다.욕실로 들어서려던 순간, 과거 연씨 가문에 갈 때면 항상 경다솜을 데리고 갔던 기억이 떠올랐지만, 오늘은 예외인가 싶었다.‘혹시 연씨 가문에 가지 않은 건가? 아니면 연씨 가문에 무슨 일이 생긴 걸지도 모르겠군.’머릿속에 오후에 회사에서 나설 때 정시원이 했던 말이 스치자, 그제야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딱히 신경 쓰고 싶지는 않았다.다음 날 아침, 경민준은 아침 식사를 하며 경다솜에게 말했다.“입학 절차는 다 됐으니까 내일부터는 학교에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13 화

    “알겠어.”그는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이번엔 경다솜도 전화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엄마였어요?”“응.”“설마 엄마도 증조할머니 댁에 가는 거예요?”“그래.”경다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반사적으로 눈썹을 찌푸렸다.엄마를 보고 싶지 않은 것도 그리워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사실 따지고 보면, 엄마를 못 본 지도 꽤 오래되었고, 엄마가 이렇게 오랫동안, 무려 반달 넘게 연락을 하지 않은 적도 없었다.엄마를 언급하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엄마를 향한 그리움이 스멀스멀 올라왔다.하지만 그보다 먼저 떠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14 화

    연미혜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임지유와 경민준은 그녀와 경민준이 결혼한 이후에야 알게 된 사이였다.임지유는 그녀와 경민준의 관계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임해철이 모를 리가 없었다.‘분명 알고 있을 거야.’그런데도 태연하게 임지유와 경민준을 엮으려 하고 있다면, 그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도 명확했다. 그에게 있어 연미혜는 아예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였다.경민준은 별다른 반응 없이 걱정하지 말라고 대답했다.그 후에도 몇 마디를 더 주고받은 뒤, 그는 임해철이 차에 타고 떠나는 것을 끝까지 지켜본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15 화

    “이미 사직서 냈어요.”그 말에 심여정과 경민아는 동시에 멈칫했다.“곧 인수인계를 마치는 대로 퇴사할 겁니다.”순간, 노현숙의 얼굴에도 걱정이 스쳤다.“미혜야...”그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온 경다솜이 노현숙의 말을 끊었다.“엄마!”녀석은 활짝 웃으며 뛰어와 그녀의 품에 안겼다.연미혜는 순간적으로 표정이 굳었지만, 이내 조심스럽게 아이를 안아주었다.“다솜아... 먼저 와있었어?”특별한 말이 아니었지만 경다솜은 엄마가 자신을 받아준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듯했다.그 모습을 본 노현숙은 굳이 더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고

Latest chapter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37 화

    연미혜도 처음에는 많이 놀랐지만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많은 사람들이 경민준 일행 쪽으로 몰려들었다. 주위에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에 경민준은 연미혜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연미혜가 겉으로 보기에 온화하고 얌전해 보이지만 속은 얼마나 강인하고 결단력이 있는 사람인지 김태훈은 잘 알고 있었다.전문 분야에서 그녀는 관심만 생기면 일심전력으로 몰두했고 연구 결과가 시장에서 효용성이 없더라도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였다.시도해보기 전에는 쓸모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감정적인 부분에서도 연미혜는 같은 생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36 화

    그들이 도착했을 때 연회장에는 이미 손님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외모가 뛰어나고 기품이 있는 연미혜가 연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많은 손님들의 시선을 끌었다.연회 주최자는 김태훈과 아는 사이였기에 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웃으며 맞이했다.주최자가 김태훈과 연미혜에게 인사를 하려 할 때 연회장 입구에 또 다른 손님이 도착했다.그 손님을 본 주최자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듯 멈칫했다.연회장에 있던 다른 손님들도 도착한 사람들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연회장 입구를 등지고 있는 연미혜와 김태훈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35 화

    연미혜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임지유? 오빠가 말한 사람이 임지유였어요? 혹시 얼마 전에 아이리스에서 돌아왔나요?”김태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맞아. 알아?”“제 이복동생이에요.”김태훈은 깜짝 놀랐다.그녀의 가정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공교로운 줄은 몰랐다.연미혜는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한마디 보탰다.“또한 경민준의 외도 상대이기도 하죠.”차가 급정거했다.김태훈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물었다.“뭐?”연미혜가 대답했다.“괜찮아요.”이내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권력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34 화

    다음 날.차예련이 열이 내리고 나서야 연미혜는 집으로 돌아갔다.내일 저녁 모임에 입고 갈 드레스도 얼른 준비해야 했다.오후가 되자 그녀는 집을 나섰다.고급 드레스 숍에 도착하니 점장과 점원 몇 명이 한 드레스를 둘러싸고 분주하게 움직였다.연미혜가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그녀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죄송합니다, 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좀 둘러볼게요.”“네.”경씨 가문에 시집와서 여태껏 모임에 참가한 적이 거의 없었다.설령 공식 석상에 얼굴을 비칠 일이 있다고 해도 경민준과 심여정은 그녀를 데려가지 않았다.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33 화

    “팀장님...”연미혜가 손을 내밀었다.“그동안 감사했어요.”비록 어안이 벙벙했지만 손을 뻗어 악수했다.“별말씀을요.”잠시 후, 연미혜는 짐을 싸서 회사를 나섰다.강철우는 그녀가 떠났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뭐해?”정시원이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연미혜가 퇴사했어.”정시원은 흠칫 놀랐다.“진짜?”정말 회사를 떠났다고? 그게 말이 되나?이내 코웃음을 쳤다.“지금 떠났다고 해서 나중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법은 없잖아. 두고 봐, 며칠 뒤에 어르신의 도움으로 복귀할 테니까.”강철우는 묵묵부답했다.이유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32 화

    이때,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우연히 고개를 돌린 연미혜는 식탁 위에 놓인 경민준의 휴대폰 화면에 뜬 ‘자기’라는 두 글자를 발견했다.사실 딱히 신경 쓰이지 않을 줄 알았다.오랫동안 사랑해온 만큼 쉽게 단념할 수 있는 건 아닌 듯싶었다.유난히 눈에 거슬리는 단어 때문에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경민준은 고개를 드는 순간 상처받은 그녀의 표정을 눈치챘지만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받고 부드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왜?”경다솜도 경민준에게 주의를 빼앗겼다.아빠는 항상 지유 이모를 대할 때마다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거로 기억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31 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은 각기 다른 표정을 지었다.경민준이 몇 년 전에 결혼했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아내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무도 몰랐다.심지어 결혼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사람도 있었다.뭐가 사실인지 알 수 없지만 감히 물어볼 엄두는 내지 못했다.그런데 경민준이 먼저 딸을 언급하자 다들 깜짝 놀랐다.물론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도 하나같이 말을 아꼈다....저녁을 먹고 나서 경다솜은 연미혜가 집에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다.하지만 9시가 넘어 샤워까지 마쳤는데도 감감무소식이었다.그녀는 밖에서 나는 인기척에 모든 주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30 화

    탕비실에 도착한 강철우가 이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사실 그는 물론 정시원도 연미혜가 진짜 회사를 떠날 리 없으며 어떻게든 남을 기회를 찾으려고 호시탐탐 노린다고 생각했다.어제 업무를 인수받을 서안나가 회사에 출근했을 때 바로 행동을 개시할 줄 알았다.그 정도 미모라면 어디 가서 뒤처질 정도는 아니었으니까.묘령의 여자가 경민준의 곁을 얼쩡거리는데 어찌 걱정하지 않겠는가?하지만 연미혜는 서안나를 인정했을뿐더러 사이좋게 지냈고, 이제 커피 만드는 방법까지 가르쳐주겠다고 했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연미혜는 강철우의 생각 따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29 화

    오전에 전 직원 미팅이 있기에 경민준도 참석할 예정이다.회의실에 도착해서 임직원이 10분 넘게 기다리고 나서야 그는 뒤늦게 나타났다.경민준을 보자마자 서안나는 감탄을 내뱉었고, 눈을 반짝이며 시선을 떼지 못했다.잠시 후 미팅이 시작되고 비로소 정신을 차린 다음 연미혜의 소매를 잡아당겼다.“대표님 너무 잘생겼잖아요.”연미혜는 경민준이 들어올 때만 고개를 들어 힐긋 쳐다보았다.그리고 서안나의 호들갑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대충 맞장구를 쳐주었다.경민준에게 관심이 없는 연미혜를 보고 서안나는 의아했지만 유부녀에 아이까지 있다는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