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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5 화

Author: 구름속
김태훈과 연미혜는 이 몇 년 동안 거의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몇 번의 짧은 만남만으로도 김태훈은 그녀가 예전처럼 당당하고 빛나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예전의 연미혜를 떠올리면, 그는 꿈에도 그녀를 보며 ‘자존감이 낮다’는 말을 떠올릴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김태훈은 그녀와 경민준의 결혼 생활에 대해 깊이 알지는 못했지만, 대략적인 사정은 알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짐작이 갔지만 굳이 말로 꺼내진 않았다. 대신, 진심을 담아 말했다.

“잠깐 뒤처지는 건 아무 문제 아니야. 너의 실력과 재능은 웬만한 천재들과 비교도 안 될 정도잖아. 미혜야, 이 길을 다시 걷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그리고 잊지 마. 넌 교수님께서 가르친 제자 중 가장 만족스러워하셨던 학생이었어.”

연미혜는 그 말을 들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교수님께서 들으시면 콧방귀를 뀌시겠어요. 어쩔 수 없이 가르치던 학생 중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고 하실 거예요.”

예전의 품격 있으면서도 독설을 서슴지 않던 교수님을 떠올리자, 연미혜의 미소가 살짝 옅어졌다.

“방금 뉴스에서 봤는데, 교수님도 이번 교내 행사에 참석하셨더라고요. 교수님 건강은 괜찮으세요?”

“괜찮으셔. 다만 우리가 자꾸 교수님 체면 깎아 먹고 다닌다고 투덜거리시지.”

연미혜는 피식 웃으며 학창 시절 교수님 밑에서 밤낮으로 논문을 쓰던 날들이 떠올라 묘하게 그리워졌다.

“미혜야, 이제 돌아와...”

손에 찻잔을 꼭 쥔 그녀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신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게요.”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 왔다. 그만큼 이 분야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경민준에 대한 사랑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한 지도 벌써 7년이 돼갔다.

그동안 이 길에서 멀어진 터라 다시 따라잡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녀는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김태훈이 다시 물었다.

“언제쯤 돌아올 거야?”

“지금 맡은 일들을 정리해야 해서... 아무래도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괜찮아. 급할 필요는 없지.”

‘이미 돌아오기로 한 거라면 조금 더 기다려도 상관없어.’

그들은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약속 시간이 된 듯 김태훈이 시계를 흘끗 보더니 말했다.

“최근에 한 알고리즘 코딩을 잘한다는 ‘천재’를 소개받았어. 얼마 전에 귀국한 사람인데 오늘 잠깐 만나기로 했거든. 마침 여기서 만나기로 했으니 같이 가볼래?”

연미혜는 고개를 저었다.

“오빠가 아는 분이라 해도 제가 잘 아는 분은 아니잖아요. 다음에 기회 되면요.”

“그래... 알겠어...”

김태훈이 자리를 떠나자, 연미혜는 저 멀리서 다가오는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바로 경민준의 누나 경민아였다.

오늘 아침 뉴스에서 그녀가 교내 행사에 참석했다는 소식을 보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마주칠 줄은 몰랐다.

“언니, 여기서 뵙네요.”

하지만 경민아는 인사를 받아주지도 않고 인상을 찌푸린 채 물었다.

“넌 여기에 왜 있어?”

“태안대학교 개교기념일이잖아요. 잠깐 들렀어요.”

연미혜가 굳이 말하지 않았다면 경민아는 그녀가 태안대 졸업생이라는 사실조차 잊었을 터였다. 오늘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 대부분이 학교로부터 초청받은 명망 있는 동문이었기에, 속으로 연미혜 같은 ‘무명 인사’가 여긴 왜 왔을지 싶었지만, 밖에서 경씨 가문 얼굴에 먹칠만 하지 않는다면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그렇게 생각한 경민아는 곧장 본론을 꺼냈다.

“우주가 네가 해 준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하네. 오늘 저녁에 사람 시켜서 데려갈 테니까 민준이랑 같이 좀 챙겨줘.”

우주는 경민아의 아들이었고 경다솜보다 한두 살 많았다.

경민아 부부는 사이가 좋지 않았고 그녀는 일 때문에 아이를 거의 돌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아들은 점점 반항적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이제 와서 잡아보려 해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아이가 연미혜가 만들어준 음식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후 그녀는 틈만 나면 아이를 연미혜와 경민준에게 보냈다.

경씨 가문에서 연미혜를 사람 대접해 주는 이는 할머니 노현숙뿐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그녀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리고 철이 들어가는 아이들이야말로 그런 분위기를 가장 빠르게 흡수했다.

경민아의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만들어주는 음식을 좋아하긴 했지만, 속으로는 외삼촌의 아내인 그녀를 하대했고, 집으로 찾아올 때마다 거의 도우미 아주머니 부리듯 했다.

예전에는 경민준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감내하려 했고, 아이가 아무리 무례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이제 이혼을 결심한 이상, 더는 그를 위해 참고 희생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단호하게 거절했다.

“죄송해서 어떡하죠... 내일은 시간이 안 될 것 같아요.”

앞으로 그녀는 다시 본업으로 돌아갈 것이고 시간을 오롯이 자신을 위해 쓸 계획이었다. 경민준이든, 경민아든, 이혼 후엔 더 이상 그녀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니, 더는 그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경민아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순간 당황했다.

연미혜는 지금까지 경씨 가문의 눈치를 보며 자신을 낮춰왔고, 한 번도 경민아의 부탁을 거절한 적이 없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경민아는 그녀가 거절한 이유를 깊이 고민하지 않았고 단순히 연미혜가 바쁘다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아무리 바빠도 얘가 내 비위를 맞출 기회를 이렇게 날릴 애가 아닌데?’

그녀는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민준이랑 솜이도 없는데, 네가 그렇게 바쁠 일이 뭐가 있다고?”

그 말을 들은 연미혜는 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

오랫동안 자신을 내려놓고, 오로지 경민준과 딸을 중심으로 살아왔더니 결국 돌아온 말은‘네가 그렇게 바쁠 일이 뭐가 있냐’는 말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니 억울해할 것도 없었지만, 이제는 달라지기로 다짐하며 무언가 말을 꺼내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멀리서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민아 씨!”

그들은 태안대학교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었고, 모두 경민아를 찾아온 듯했다.

그중 한 사람이 연미혜를 힐끗 보며 물었다.

“이분은... 누구시죠?”

경민아는 ‘내 동생의 아내’라는 말 대신, 단 한마디만 내뱉었다.

“그냥 아는 사람이에요.”

“아... 그래요?”

그들은 처음엔 그녀가 대단한 인물이라도 되는 줄 알았지만, 경민아의 반응을 보고 흥미를 잃은 듯했다. 다만 몇몇 남자들이 그녀의 긴 다리를 한 번 더 훑어볼 뿐, 나머지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이내 경민아를 둘러싸고 떠났고, 연미혜는 그들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예전 같았으면 서운했을지도 몰랐지만 이제는 달랐다.

연미혜는 미련 없이 가방을 들고, 그 자리에서 떠났다.

그날 밤, 열 시가 조금 넘어 경민준과 경다솜이 탄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했다.

집에 도착했을 땐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이었다.

긴 비행에 피곤했던 경다솜은 도착하기도 전에 깊이 잠들었고, 경민준은 그녀를 안아 올려 2층으로 향했다.

주방을 지나 계단을 오르던 중, 문득 문이 열린 채 어둠에 잠긴 안방이 눈에 들어왔다.

딸을 방에 눕힌 후, 그는 주저 없이 안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스탠드 불을 켜고 침대를 바라보니 역시나 텅 비어 있었다.

‘연미혜가 없네?’

그 순간, 마침 집사 김영수가 그의 짐을 들고 올라왔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경민준이 물었다.

“그 사람 어디 갔어요?”

김영수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사모님께서 출장을 가셨습니다.”

연미혜가 집을 나갔을 때는 마침 김영수가 잠깐 외출한 시간이라, 떠난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없었다.

연미혜가 나간 후 집으로 돌아와 도우미들의 말을 들어보니, 반달 전쯤 그녀가 짐을 챙겨 떠났다고 했다.

단순한 출장이라면 길어야 이삼일일 텐데, 이번엔 보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경민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더는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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