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5 화

Penulis: 구름속
김태훈과 연미혜는 이 몇 년 동안 거의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몇 번의 짧은 만남만으로도 김태훈은 그녀가 예전처럼 당당하고 빛나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예전의 연미혜를 떠올리면, 그는 꿈에도 그녀를 보며 ‘자존감이 낮다’는 말을 떠올릴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김태훈은 그녀와 경민준의 결혼 생활에 대해 깊이 알지는 못했지만, 대략적인 사정은 알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짐작이 갔지만 굳이 말로 꺼내진 않았다. 대신, 진심을 담아 말했다.

“잠깐 뒤처지는 건 아무 문제 아니야. 너의 실력과 재능은 웬만한 천재들과 비교도 안 될 정도잖아. 미혜야, 이 길을 다시 걷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그리고 잊지 마. 넌 교수님께서 가르친 제자 중 가장 만족스러워하셨던 학생이었어.”

연미혜는 그 말을 들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교수님께서 들으시면 콧방귀를 뀌시겠어요. 어쩔 수 없이 가르치던 학생 중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고 하실 거예요.”

예전의 품격 있으면서도 독설을 서슴지 않던 교수님을 떠올리자, 연미혜의 미소가 살짝 옅어졌다.

“방금 뉴스에서 봤는데, 교수님도 이번 교내 행사에 참석하셨더라고요. 교수님 건강은 괜찮으세요?”

“괜찮으셔. 다만 우리가 자꾸 교수님 체면 깎아 먹고 다닌다고 투덜거리시지.”

연미혜는 피식 웃으며 학창 시절 교수님 밑에서 밤낮으로 논문을 쓰던 날들이 떠올라 묘하게 그리워졌다.

“미혜야, 이제 돌아와...”

손에 찻잔을 꼭 쥔 그녀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신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게요.”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 왔다. 그만큼 이 분야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경민준에 대한 사랑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한 지도 벌써 7년이 돼갔다.

그동안 이 길에서 멀어진 터라 다시 따라잡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녀는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김태훈이 다시 물었다.

“언제쯤 돌아올 거야?”

“지금 맡은 일들을 정리해야 해서... 아무래도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괜찮아. 급할 필요는 없지.”

‘이미 돌아오기로 한 거라면 조금 더 기다려도 상관없어.’

그들은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약속 시간이 된 듯 김태훈이 시계를 흘끗 보더니 말했다.

“최근에 한 알고리즘 코딩을 잘한다는 ‘천재’를 소개받았어. 얼마 전에 귀국한 사람인데 오늘 잠깐 만나기로 했거든. 마침 여기서 만나기로 했으니 같이 가볼래?”

연미혜는 고개를 저었다.

“오빠가 아는 분이라 해도 제가 잘 아는 분은 아니잖아요. 다음에 기회 되면요.”

“그래... 알겠어...”

김태훈이 자리를 떠나자, 연미혜는 저 멀리서 다가오는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바로 경민준의 누나 경민아였다.

오늘 아침 뉴스에서 그녀가 교내 행사에 참석했다는 소식을 보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마주칠 줄은 몰랐다.

“언니, 여기서 뵙네요.”

하지만 경민아는 인사를 받아주지도 않고 인상을 찌푸린 채 물었다.

“넌 여기에 왜 있어?”

“태안대학교 개교기념일이잖아요. 잠깐 들렀어요.”

연미혜가 굳이 말하지 않았다면 경민아는 그녀가 태안대 졸업생이라는 사실조차 잊었을 터였다. 오늘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 대부분이 학교로부터 초청받은 명망 있는 동문이었기에, 속으로 연미혜 같은 ‘무명 인사’가 여긴 왜 왔을지 싶었지만, 밖에서 경씨 가문 얼굴에 먹칠만 하지 않는다면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그렇게 생각한 경민아는 곧장 본론을 꺼냈다.

“우주가 네가 해 준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하네. 오늘 저녁에 사람 시켜서 데려갈 테니까 민준이랑 같이 좀 챙겨줘.”

우주는 경민아의 아들이었고 경다솜보다 한두 살 많았다.

경민아 부부는 사이가 좋지 않았고 그녀는 일 때문에 아이를 거의 돌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아들은 점점 반항적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이제 와서 잡아보려 해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아이가 연미혜가 만들어준 음식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후 그녀는 틈만 나면 아이를 연미혜와 경민준에게 보냈다.

경씨 가문에서 연미혜를 사람 대접해 주는 이는 할머니 노현숙뿐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그녀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리고 철이 들어가는 아이들이야말로 그런 분위기를 가장 빠르게 흡수했다.

경민아의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만들어주는 음식을 좋아하긴 했지만, 속으로는 외삼촌의 아내인 그녀를 하대했고, 집으로 찾아올 때마다 거의 도우미 아주머니 부리듯 했다.

예전에는 경민준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감내하려 했고, 아이가 아무리 무례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이제 이혼을 결심한 이상, 더는 그를 위해 참고 희생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단호하게 거절했다.

“죄송해서 어떡하죠... 내일은 시간이 안 될 것 같아요.”

앞으로 그녀는 다시 본업으로 돌아갈 것이고 시간을 오롯이 자신을 위해 쓸 계획이었다. 경민준이든, 경민아든, 이혼 후엔 더 이상 그녀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니, 더는 그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경민아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순간 당황했다.

연미혜는 지금까지 경씨 가문의 눈치를 보며 자신을 낮춰왔고, 한 번도 경민아의 부탁을 거절한 적이 없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경민아는 그녀가 거절한 이유를 깊이 고민하지 않았고 단순히 연미혜가 바쁘다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아무리 바빠도 얘가 내 비위를 맞출 기회를 이렇게 날릴 애가 아닌데?’

그녀는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민준이랑 솜이도 없는데, 네가 그렇게 바쁠 일이 뭐가 있다고?”

그 말을 들은 연미혜는 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

오랫동안 자신을 내려놓고, 오로지 경민준과 딸을 중심으로 살아왔더니 결국 돌아온 말은‘네가 그렇게 바쁠 일이 뭐가 있냐’는 말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니 억울해할 것도 없었지만, 이제는 달라지기로 다짐하며 무언가 말을 꺼내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멀리서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민아 씨!”

그들은 태안대학교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었고, 모두 경민아를 찾아온 듯했다.

그중 한 사람이 연미혜를 힐끗 보며 물었다.

“이분은... 누구시죠?”

경민아는 ‘내 동생의 아내’라는 말 대신, 단 한마디만 내뱉었다.

“그냥 아는 사람이에요.”

“아... 그래요?”

그들은 처음엔 그녀가 대단한 인물이라도 되는 줄 알았지만, 경민아의 반응을 보고 흥미를 잃은 듯했다. 다만 몇몇 남자들이 그녀의 긴 다리를 한 번 더 훑어볼 뿐, 나머지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이내 경민아를 둘러싸고 떠났고, 연미혜는 그들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예전 같았으면 서운했을지도 몰랐지만 이제는 달랐다.

연미혜는 미련 없이 가방을 들고, 그 자리에서 떠났다.

그날 밤, 열 시가 조금 넘어 경민준과 경다솜이 탄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했다.

집에 도착했을 땐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이었다.

긴 비행에 피곤했던 경다솜은 도착하기도 전에 깊이 잠들었고, 경민준은 그녀를 안아 올려 2층으로 향했다.

주방을 지나 계단을 오르던 중, 문득 문이 열린 채 어둠에 잠긴 안방이 눈에 들어왔다.

딸을 방에 눕힌 후, 그는 주저 없이 안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스탠드 불을 켜고 침대를 바라보니 역시나 텅 비어 있었다.

‘연미혜가 없네?’

그 순간, 마침 집사 김영수가 그의 짐을 들고 올라왔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경민준이 물었다.

“그 사람 어디 갔어요?”

김영수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사모님께서 출장을 가셨습니다.”

연미혜가 집을 나갔을 때는 마침 김영수가 잠깐 외출한 시간이라, 떠난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없었다.

연미혜가 나간 후 집으로 돌아와 도우미들의 말을 들어보니, 반달 전쯤 그녀가 짐을 챙겨 떠났다고 했다.

단순한 출장이라면 길어야 이삼일일 텐데, 이번엔 보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경민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더는 묻지 않았다.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Komen (1)
goodnovel comment avatar
이호정
2025. 04. 18. AM 10:52
LIHAT SEMUA KOMENTAR

Bab terkait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6 화

    다음 날 아침, 경민준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연미혜와 마주쳤다.그녀는 경민준과 경다솜이 이미 귀국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기에 예상치 못한 조우에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경민준 역시 그녀를 보고 흠칫 놀란 기색을 보였지만, 그저 출장을 다녀온 줄로만 생각하며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마치 낯선 사람을 지나치듯 무심하게 그녀를 스쳐 지나가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예전 같았으면, 갑작스러운 경민준의 귀국 소식에 깜짝 놀라며 기뻐했을 것이다. 바로 뛰어가 안길 수는 없어도 환한 미소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침 인사를 건넸을 것이다.그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7 화

    연미혜의 두 동료는 임지유를 흘깃거리며 보다가, 자연스럽게 몇 걸음 물러나 벽에 바짝 붙었다.임지유 역시 연미혜를 보았지만, 곧바로 무심한 듯 시선을 돌렸다. 애초에 그녀를 신경 쓸 가치조차 없는 사람으로 여기는 듯했다.이어서 몇몇 임원들의 비위를 맞추는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임지유는 그들 사이에서 여유롭게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연미혜의 동료들은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속삭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방금 그 사람이 대표님 여자 친구죠? 와, 진짜 예쁘네요! 게다가 입고 있는 거 전부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8 화

    정범규의 곁에 있던 사람이 물었다.“왜 그래?”“익숙한 사람을 본 것 같아서...”그들은 모두 어린 시절부터 경민준과 함께 자란 친구들이었기에 연미혜가 그를 좋아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솔직히 말해 연미혜는 예쁜 편이었다. 조용하고 단아한 분위기가 있었지만, 뚜렷한 개성이 없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그런 유형은 경민준의 취향이 아니었다.경민준이 친구들과도 일정한 거리를 두는 사람이었던 만큼, 친구들 또한 연미혜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녀를 본 적이 많지 않았지만, 우연히 마주친다고 해도 굳이 인사까지 건네지 않았다.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9 화

    연미혜는 열여덟도 되기 전에 국내 최고 대학을 졸업하고 독자적으로 IT 회사를 창립해 몇 개의 특허를 획득했다. 그 정도만 해도 경이로울 지경이었지만 경민준은 더 대단한 사람이었다.경민준은 열세 살에 이미 대학을 졸업했고, 이후 곧바로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여러 회사를 창립해 모두 상장까지 시켜 놓은 상태였다. 당시 그는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나이였다.그가 손을 뻗은 사업 분야는 IT, 제약, 엔터테인먼트, 관광 등 다양했고, 이후 경문 그룹까지 접수하며 단숨에 그룹의 위상을 끌어올렸다.업계 사람들은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10 화

    정시원의 표정이 굳어졌다.연미혜가 대표님의 아내라는 신분을 이용해 특혜를 받으려 한다고 생각한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연 비서님, 업무 태도를 좀 바로잡으시죠. 여기가 연 비서님 집입니까?”하지만 연미혜는 흔들림 없는 태도로 가방을 챙기며 차분히 답했다.“불만이 있으시면 지금 당장 저를 해고하셔도 됩니다.”“연 비서님!”정시원은 이를 악물었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얼마 전 경민준을 따라 아이리스에 다녀온 후, 복귀하자마자 연미혜가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되었다.정시원은 경민준의 신뢰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11 화

    “알겠어요. 앞으로 신경 쓸게요.”그녀는 허미숙 옆에 앉아 자연스럽게 어깨에 기대었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익숙한 온기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얻었다.허미숙은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주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고깃국이 다 익었으니, 미혜 먼저 한 그릇 떠다 주거라. 몸 좀 녹이게.”따뜻한 국을 받아 들고 연미혜는 허미숙의 다정한 말들을 들으며 자연스레 지난 일들을 떠올렸다.순간 마음이 흔들렸지만 괜한 걱정을 끼칠까 봐 얼른 감정을 다잡고 화제를 돌렸다.“이모부랑 이모는 아직 여행에서 안 돌아오셨어요?”“여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12 화

    경민준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 연미혜가 연씨 가문으로 돌아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여겼다.욕실로 들어서려던 순간, 과거 연씨 가문에 갈 때면 항상 경다솜을 데리고 갔던 기억이 떠올랐지만, 오늘은 예외인가 싶었다.‘혹시 연씨 가문에 가지 않은 건가? 아니면 연씨 가문에 무슨 일이 생긴 걸지도 모르겠군.’머릿속에 오후에 회사에서 나설 때 정시원이 했던 말이 스치자, 그제야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딱히 신경 쓰고 싶지는 않았다.다음 날 아침, 경민준은 아침 식사를 하며 경다솜에게 말했다.“입학 절차는 다 됐으니까 내일부터는 학교에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13 화

    “알겠어.”그는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이번엔 경다솜도 전화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엄마였어요?”“응.”“설마 엄마도 증조할머니 댁에 가는 거예요?”“그래.”경다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반사적으로 눈썹을 찌푸렸다.엄마를 보고 싶지 않은 것도 그리워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사실 따지고 보면, 엄마를 못 본 지도 꽤 오래되었고, 엄마가 이렇게 오랫동안, 무려 반달 넘게 연락을 하지 않은 적도 없었다.엄마를 언급하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엄마를 향한 그리움이 스멀스멀 올라왔다.하지만 그보다 먼저 떠

Bab terbaru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328 화

    월요일 아침, 연미혜가 출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AI 학술지에서 그녀의 논문이 정식 게재 승인되었다는 메일이 도착했다.잠시 후, 김태훈이 업무 관련해서 찾아왔다가 그 소식을 들었다.“논문 게재 승인되었어요.”“난 예상했어.”그는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유명욱 교수가 검토하고 좋다고 한 논문이라면 당연히 통과됐을 거라 믿고 있었다.업무 이야기를 마무리하던 연미혜가 시계를 흘끗 보며 물었다.“점심 같이 드실래요?”김태훈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오늘은 안돼. 약속 있어.”“무슨 약속이요?”“소개팅.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327 화

    연미혜는 김태훈의 말을 듣고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김태훈은 이력서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며 물었다.“이력서는 깔끔하게 잘 만들었네. 실력은 어때?”“수준급이었어요. 인공지능 쪽에 입문한 지는 2년도 안 됐는데, 이미 대부분 박사급 개발자보다 뛰어나요.”“오... 그 정도야?”김태훈은 놀랍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진짜 타고났네. 마음에 들어?”“후보로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며칠 못 가고 훌쩍 떠날까 봐 걱정이지?”“맞아요...”물론 CUAP이든 Infinite-CM이든, 구진원은 정말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게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326 화

    “봐야죠. 면접 끝까지 봐야죠.”그는 능청스레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구진원입니다. 진실의 진, 원할 원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연미혜는 간단히 악수를 나누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력서 봤어요.”연미혜는 이력서에서 눈을 떼고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이제부터 제가 구진원 씨를 면접해 보는 건가요? 아니면 계속해서 저를 테스트하실 생각인가요?”그는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전 뭐, 둘 다 괜찮습니다.”이력서에 따르면, 그는 알고리즘에 강점을 둔다고 했다.연미혜는 그가 데이터 정제, 특성 엔지니어링, 하이퍼파라미터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325 화

    경민준이 말을 이었다.“할머니한테 네가 직접 말씀드릴래?”연미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할머니는 내가 무일푼으로 이혼하는 걸 절대로 허락하지 않으실 거야...’연미혜는 되물었다.“그러면 협의서 내용을 안 건드리면 이혼 절차는 언제쯤 마무리될 것 같아?”“올해 안엔 가능할 거야.”이제 갓 3월이 시작됐으니, 연말까지는 아직 한참 많이 남아있었다. 차분히 기다릴 수 없는 시간은 아니었다.“우리 이혼에 대해 또 궁금한 거 있어?”연미혜는 대답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통화를 끝낸 지 얼마 되지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324 화

    배지호는 연미혜의 말에 흠칫 놀랐다.“진짜 전부 포기하실 거예요?”배지호는 한동안 침묵했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경민준이 연미혜에게 약속한 이혼 합의 재산은 그녀가 평생 써도 다 못 쓸 만큼 큰 금액이었다.그런 걸 아무렇지도 않게 내려놓겠다는 말에, 배지호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연미혜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네. 확실해요.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요.”사실 그녀는 애초에 그의 재산에 욕심을 낸 적이 없었다. 경민준이 뭘 주든 안 주든, 받아도 미련 없고 안 받아도 아쉬울 게 없었다.‘다만...’예전에 노현숙이 갑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323 화

    연미혜, 김태훈과 전현재, 세 사람은 따로 소통하는 단체 채팅방이 있었다.오늘 벌어진 일은 워낙 충격적인 데다 화제성도 커서, 전현재는 특유의 ‘소문 레이더’ 본능을 억누르지 못한 채 가장 먼저 그 내용을 공유했다.임지유에게 대체 얼마나 많은 남자가 줄을 서 있는지, 그 남자들이 그녀를 두고 얼마나 광기를 부리는지 일일이 ‘브리핑’했다.하지만 연미혜와 김태훈은 그 얘기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오후, 전현재는 또 새로운 이야기를 꺼냈다.“참, 아까 경 대표님 딸이 회사에 와서 임 이사님을 찾아왔었어요. 전에 임 이사님이 다솜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322 화

    노현숙의 생일이 끝난 뒤, 도원시 상류층 사회는 그야말로 술렁였다.경민준이 이미 결혼한 적이 있는 데다가 여섯 살짜리 딸까지 있다는 사실이 퍼졌다. 그동안 임지유를 짝사랑하던 재벌가 자제들은 충격과 함께 안타까움에 휩싸였다.임지유가 경민준과 연인 사이라는 건 대부분이 알고 있었지만 ‘결혼 이력’과 ‘자녀 존재’까지는 처음 알려졌기 때문이었다.다음 날 아침, 여러 남성들이 세인티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임지유를 붙잡고 이쯤에서 그만두라며 설득하려 들었다.결국 장건식 등 측근들이 나서 겨우 임지유를 그 상황에서 벗어나게 도왔다.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321 화

    정범규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연미혜의 과거를 아예 모르고 있는 거 아니야?”하승태는 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예전엔 많은 사람들이 연미혜와 김태훈이 사귀는 줄 알았지만,그녀가 유명욱 교수의 제자라는 걸 알고 난 후 그는 두 사람의 관계를 유심히 지켜본 적이 있었다.그리고 그들 사이엔 남녀 간의 감정 따윈 없었다고 확신했다.이미연이 그런 말을 했던 건 정말로 김태훈과 이어지길 바랐던 건지, 아니면 단순히 체면을 지키려는 소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의 연미혜라면 설령 한 번 결혼했고 아이가 있다 해도, 누구와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320 화

    김태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경다솜은 다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삼촌 목소리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요.”그 순간 김태훈의 눈가가 살짝 떨렸다.설 연휴쯤, 연미혜와 스피커폰으로 몇 시간씩 업무를 논의하던 일이 떠올랐다.그때 경다솜이 바로 옆에서 레고를 조립하고 있었다.‘다솜이가 내 목소리를 기억 못할 리 없지.’하지만 그는 그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랬구나?”경다솜은 고개를 끄덕였다.“네.”“삼촌 목소리가 좀 흔한가 보네?”그 말을 듣고 있던 경민준은 가만히 코끝을 만지작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