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0003 화

Author: 구름속
경문 그룹의 수행 비서이자 비서실장인 강철우는 연미혜의 사직서를 받아 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회사 내에서 연미혜와 경민준의 관계를 아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고, 경민준이 단 한 번도 그녀에게 마음을 준 적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결혼 후, 경민준은 줄곧 냉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고, 집에도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연미혜는 남편과 가까워지기 위해 경문 그룹에 입사했고 그녀의 목표는 처음부터 명확했다. 바로 경민준의 수행 비서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민준은 단칼에 거절했고, 심지어 경무진이 직접 나서서 설득했음에도 그의 태도는 단호했다.

결국 연미혜는 차선책을 택하여 비서실에 들어가 경민준의 수많은 비서 중 한 명이 되었다.

강철우는 그녀가 비서실에 들어와 비서실 분위기를 휘저어 놓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했지만, 예상과 달리 연미혜는 조용했다.

그녀는 직무를 이용해 경민준에게 접근하려 하긴 했지만, 그 타이밍을 철저히 계산했고 선을 넘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경민준의 눈에 띄고 싶어서였을까, 그녀는 누구보다 성실했고 누구보다 유능했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그 이후까지도 철저히 회사 규정을 따랐으며 어떤 특혜도 바라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그녀는 결국 비서실 팀장이 되었다.

강철우는 그동안 연미혜가 보여준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경민준을 사랑했는지, 얼마나 그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는지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기에 그녀가 스스로 사직서를 냈다는 사실이 더욱 믿기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알지 못한 일이 있었으리라 의심하기까지 했다.

‘어쩌면 대표님께서 미혜 씨에게 퇴사를 강요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 모든 추측에도 불구하고 강철우는 공과 사를 구분해야 했다.

“사직서는 접수하겠습니다. 이른 시일 내에 후임을 선정하겠습니다.”

“네.”

연미혜는 짧게 대답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한참 업무를 보다 보니, 강철우는 마침 영상 회의에서 경민준에게 업무 보고를 하게 되었다.

보고를 마칠 무렵, 그는 문득 연미혜의 사직 건이 떠올랐다.

“대표님, 그게 말입니다...”

사실 그는 연미혜에게 ‘이른 시일 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날짜는 정하지 않았다.

만약 경민준이 당장 그녀를 내보내라고 한다면 그는 즉시 그렇게 조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말을 꺼내려던 순간 과거 연미혜가 입사할 때의 일들이 떠올렸다.

처음 연미혜가 회사에 입사했을 때, 경민준은 단호하게 말했다.

“연미혜 씨와 관련된 모든 사안은 회사 규정대로 처리하세요. 굳이 나한테 보고할 필요 없습니다. 나는 신경 쓰지 않을 거니까요.”

그리고 연미혜가 입사한 후, 경민준은 실제로도 회사에서 연미혜를 철저하게 남처럼 대했다. 사내에서 그녀를 마주쳐도 그의 표정에는 미동도 없었다. 그는 단 한 번도 아는 체 하지 않았다.

이제까지 연미혜는 회사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왔기에 2년 전 그녀를 승진시키려 할 때, 일부에서는 경민준의 반응을 살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가 연미혜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혹여 그가 원하지 않는다면 승진 자체를 없던 일로 할 생각이었으나, 막상 보고했을 때 경민준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번 못 박았다.

그녀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니, 회사 규정대로 처리하라며 앞으로도 연미혜와 관련된 사안으로 자신을 찾지 말라고 강력하게 말했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 강철우는 문득 말문이 막혔다.

잠시 침묵이 흐르자, 경민준이 짧게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일인데요?”

강철우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답했다.

“아닙니다. 별일 아닙니다.”

‘미혜 씨의 사직 건은 이미 대표님의 귀에 들어갔을 거야. 하지만 대표님이 먼저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이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일 거야...’

이번에도 그저 회사 규정대로 처리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한 강철우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경민준이 영상 회의를 종료했다.

...

“무슨 생각해?”

점심시간, 동료가 갑자기 연미혜의 어깨를 툭 쳤다.

연미혜는 정신을 차리며 가볍게 미소 짓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오늘은 딸한테 전화 안 해?”

“응... 안 해도 돼.”

그녀는 하루에 두 번, 한 번은 새벽 1시, 또 한 번은 정오쯤 정해진 시간에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것은 사무실 동료들 사이에서도 익숙한 일이었다.

다만, 아무도 그녀의 딸이 바로 회사 대표님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할 뿐이었다.

퇴근 후, 연미혜는 시장에 들러 간단한 식재료와 몇 개의 작은 화분을 사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그녀는 컴퓨터를 켜고 기술 박람회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전화를 걸었다.

“다음 달 기술 박람회 말인데, 티켓 한 장 부탁해도 될까...”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냉담했다.

“정말 확실해?”

“전에도 똑같이 말했지만, 결국 한 번도 안 왔잖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박람회에 가고 싶어 하는지 알면서, 네가 괜히 티켓을 낭비해 버린 게 한두 번이 아니야.”

기술 업계에서 국내 연례 기술 박람회는 최대 규모의 행사였다. 그곳에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은 누구나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상대의 회사에서도 몇 개의 참가 자리를 확보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티켓 한 장이 그저 허투루 사용할 것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연미혜는 이번만큼은 결심이 확고했다.

“이번에도 참석 못 하면 앞으로는 다시는 부탁하지 않을게.”

상대방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아무런 말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티켓을 확보해 주겠다는 뜻이었다.

연미혜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녀는 이제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는 것을 얘기하지 못했다.

연미혜는 한때, 이 회사의 공동 창립자였다.

회사가 막 상장했을 때 그녀는 결혼을 선택했고 임신과 출산, 그리고 가정에 집중하기 위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그 결과, 회사의 성장 계획은 어긋났고 수많은 기회를 놓쳤다.

당시 동료들은 그녀를 원망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연락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

그녀는 이제 다시 복귀할 생각이었지만, 지난 몇 년간 그녀는 업계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그만큼 변화도 빠르게 이루어졌기에 준비 없이 복귀한다면, 단지 이름만 남은 유명무실한 ‘파트너’로 전락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우선 현재 업계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하려 했다.

그 후 며칠 동안, 그녀는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고 퇴근 후에는 자신의 계획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동안 한 번도, 딸과 경민준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들 역시 그녀를 찾지 않았다.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이미 반년 전부터, 연락을 시도하는 건 늘 그녀만의 일방적인 일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들은 그저 연미혜의 연약을 받아들이기만 했을 뿐, 그녀를 필요로 한 적은 없었다.

...

아이리스.

경다솜은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임지유에게 전화를 거는 습관이 생겼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잠에서 깨자마자 곧장 임지유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통화를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으앙!’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임지유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줬기 때문이었다.

“지유 이모가 먼저 귀국한다니... 으앙...”

경다솜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전화를 끊자마자 이번엔 경민준에게 전화했다.

“아빠도 알고 있었어요?”

사무실에서 서류를 넘기던 경민준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알고 있었어.”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데요?”

“꽤 됐지?”

“아빠... 아빠 너무해요!”

경다솜은 분홍색 돼지 인형을 꼭 끌어안고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왜 나한테 말 안 해줬어요? 지유 이모 못 보내요! 지유 이모 없으면 나도 여기서 학교 안 다닐 거라고요! 나도 지유 이모를 따라 돌아갈래요! 으앙!”

경다솜이 아무리 어리광을 부려도 경민준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

“이미 처리 중이야.”

경다솜은 울음을 멈추고 눈을 깜빡였다.

“처... 처리 중이요?”

“우리도 다음 주에 돌아갈 거야.”

Related chapters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04 화

    경다솜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진짜예요?!”“그럼!”“지유 이모는 왜 저한테 같이 돌아갈 거라고 말 안 했을까요?”“이제 막 결정된 일이니까. 아직 말하지 않았어.”경다솜은 한껏 들뜬 얼굴로 활짝 웃었다.“아빠, 이거 당분간 비밀로 해 주세요! 우리 서프라이즈처럼 지유 이모 앞에 나타나요. 그러면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그래.”“아빠 최고예요! 아빠 진짜 진짜 사랑해요!”전화를 끊은 뒤에도 경다솜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침대 위에서 신나게 뛰어다니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러다 문득 연미혜의 얼굴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05 화

    김태훈과 연미혜는 이 몇 년 동안 거의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몇 번의 짧은 만남만으로도 김태훈은 그녀가 예전처럼 당당하고 빛나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예전의 연미혜를 떠올리면, 그는 꿈에도 그녀를 보며 ‘자존감이 낮다’는 말을 떠올릴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김태훈은 그녀와 경민준의 결혼 생활에 대해 깊이 알지는 못했지만, 대략적인 사정은 알고 있었다.그는 속으로 짐작이 갔지만 굳이 말로 꺼내진 않았다. 대신, 진심을 담아 말했다.“잠깐 뒤처지는 건 아무 문제 아니야. 너의 실력과 재능은 웬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06 화

    다음 날 아침, 경민준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연미혜와 마주쳤다.그녀는 경민준과 경다솜이 이미 귀국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기에 예상치 못한 조우에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경민준 역시 그녀를 보고 흠칫 놀란 기색을 보였지만, 그저 출장을 다녀온 줄로만 생각하며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마치 낯선 사람을 지나치듯 무심하게 그녀를 스쳐 지나가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예전 같았으면, 갑작스러운 경민준의 귀국 소식에 깜짝 놀라며 기뻐했을 것이다. 바로 뛰어가 안길 수는 없어도 환한 미소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침 인사를 건넸을 것이다.그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07 화

    연미혜의 두 동료는 임지유를 흘깃거리며 보다가, 자연스럽게 몇 걸음 물러나 벽에 바짝 붙었다.임지유 역시 연미혜를 보았지만, 곧바로 무심한 듯 시선을 돌렸다. 애초에 그녀를 신경 쓸 가치조차 없는 사람으로 여기는 듯했다.이어서 몇몇 임원들의 비위를 맞추는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임지유는 그들 사이에서 여유롭게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연미혜의 동료들은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속삭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방금 그 사람이 대표님 여자 친구죠? 와, 진짜 예쁘네요! 게다가 입고 있는 거 전부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08 화

    정범규의 곁에 있던 사람이 물었다.“왜 그래?”“익숙한 사람을 본 것 같아서...”그들은 모두 어린 시절부터 경민준과 함께 자란 친구들이었기에 연미혜가 그를 좋아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솔직히 말해 연미혜는 예쁜 편이었다. 조용하고 단아한 분위기가 있었지만, 뚜렷한 개성이 없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그런 유형은 경민준의 취향이 아니었다.경민준이 친구들과도 일정한 거리를 두는 사람이었던 만큼, 친구들 또한 연미혜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녀를 본 적이 많지 않았지만, 우연히 마주친다고 해도 굳이 인사까지 건네지 않았다.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09 화

    연미혜는 열여덟도 되기 전에 국내 최고 대학을 졸업하고 독자적으로 IT 회사를 창립해 몇 개의 특허를 획득했다. 그 정도만 해도 경이로울 지경이었지만 경민준은 더 대단한 사람이었다.경민준은 열세 살에 이미 대학을 졸업했고, 이후 곧바로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여러 회사를 창립해 모두 상장까지 시켜 놓은 상태였다. 당시 그는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나이였다.그가 손을 뻗은 사업 분야는 IT, 제약, 엔터테인먼트, 관광 등 다양했고, 이후 경문 그룹까지 접수하며 단숨에 그룹의 위상을 끌어올렸다.업계 사람들은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10 화

    정시원의 표정이 굳어졌다.연미혜가 대표님의 아내라는 신분을 이용해 특혜를 받으려 한다고 생각한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연 비서님, 업무 태도를 좀 바로잡으시죠. 여기가 연 비서님 집입니까?”하지만 연미혜는 흔들림 없는 태도로 가방을 챙기며 차분히 답했다.“불만이 있으시면 지금 당장 저를 해고하셔도 됩니다.”“연 비서님!”정시원은 이를 악물었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얼마 전 경민준을 따라 아이리스에 다녀온 후, 복귀하자마자 연미혜가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되었다.정시원은 경민준의 신뢰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11 화

    “알겠어요. 앞으로 신경 쓸게요.”그녀는 허미숙 옆에 앉아 자연스럽게 어깨에 기대었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익숙한 온기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얻었다.허미숙은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주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고깃국이 다 익었으니, 미혜 먼저 한 그릇 떠다 주거라. 몸 좀 녹이게.”따뜻한 국을 받아 들고 연미혜는 허미숙의 다정한 말들을 들으며 자연스레 지난 일들을 떠올렸다.순간 마음이 흔들렸지만 괜한 걱정을 끼칠까 봐 얼른 감정을 다잡고 화제를 돌렸다.“이모부랑 이모는 아직 여행에서 안 돌아오셨어요?”“여

Latest chapter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37 화

    연미혜도 처음에는 많이 놀랐지만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많은 사람들이 경민준 일행 쪽으로 몰려들었다. 주위에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에 경민준은 연미혜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연미혜가 겉으로 보기에 온화하고 얌전해 보이지만 속은 얼마나 강인하고 결단력이 있는 사람인지 김태훈은 잘 알고 있었다.전문 분야에서 그녀는 관심만 생기면 일심전력으로 몰두했고 연구 결과가 시장에서 효용성이 없더라도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였다.시도해보기 전에는 쓸모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감정적인 부분에서도 연미혜는 같은 생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36 화

    그들이 도착했을 때 연회장에는 이미 손님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외모가 뛰어나고 기품이 있는 연미혜가 연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많은 손님들의 시선을 끌었다.연회 주최자는 김태훈과 아는 사이였기에 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웃으며 맞이했다.주최자가 김태훈과 연미혜에게 인사를 하려 할 때 연회장 입구에 또 다른 손님이 도착했다.그 손님을 본 주최자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듯 멈칫했다.연회장에 있던 다른 손님들도 도착한 사람들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연회장 입구를 등지고 있는 연미혜와 김태훈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35 화

    연미혜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임지유? 오빠가 말한 사람이 임지유였어요? 혹시 얼마 전에 아이리스에서 돌아왔나요?”김태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맞아. 알아?”“제 이복동생이에요.”김태훈은 깜짝 놀랐다.그녀의 가정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공교로운 줄은 몰랐다.연미혜는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한마디 보탰다.“또한 경민준의 외도 상대이기도 하죠.”차가 급정거했다.김태훈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물었다.“뭐?”연미혜가 대답했다.“괜찮아요.”이내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권력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34 화

    다음 날.차예련이 열이 내리고 나서야 연미혜는 집으로 돌아갔다.내일 저녁 모임에 입고 갈 드레스도 얼른 준비해야 했다.오후가 되자 그녀는 집을 나섰다.고급 드레스 숍에 도착하니 점장과 점원 몇 명이 한 드레스를 둘러싸고 분주하게 움직였다.연미혜가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그녀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죄송합니다, 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좀 둘러볼게요.”“네.”경씨 가문에 시집와서 여태껏 모임에 참가한 적이 거의 없었다.설령 공식 석상에 얼굴을 비칠 일이 있다고 해도 경민준과 심여정은 그녀를 데려가지 않았다.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33 화

    “팀장님...”연미혜가 손을 내밀었다.“그동안 감사했어요.”비록 어안이 벙벙했지만 손을 뻗어 악수했다.“별말씀을요.”잠시 후, 연미혜는 짐을 싸서 회사를 나섰다.강철우는 그녀가 떠났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뭐해?”정시원이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연미혜가 퇴사했어.”정시원은 흠칫 놀랐다.“진짜?”정말 회사를 떠났다고? 그게 말이 되나?이내 코웃음을 쳤다.“지금 떠났다고 해서 나중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법은 없잖아. 두고 봐, 며칠 뒤에 어르신의 도움으로 복귀할 테니까.”강철우는 묵묵부답했다.이유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32 화

    이때,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우연히 고개를 돌린 연미혜는 식탁 위에 놓인 경민준의 휴대폰 화면에 뜬 ‘자기’라는 두 글자를 발견했다.사실 딱히 신경 쓰이지 않을 줄 알았다.오랫동안 사랑해온 만큼 쉽게 단념할 수 있는 건 아닌 듯싶었다.유난히 눈에 거슬리는 단어 때문에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경민준은 고개를 드는 순간 상처받은 그녀의 표정을 눈치챘지만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받고 부드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왜?”경다솜도 경민준에게 주의를 빼앗겼다.아빠는 항상 지유 이모를 대할 때마다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거로 기억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31 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은 각기 다른 표정을 지었다.경민준이 몇 년 전에 결혼했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아내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무도 몰랐다.심지어 결혼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사람도 있었다.뭐가 사실인지 알 수 없지만 감히 물어볼 엄두는 내지 못했다.그런데 경민준이 먼저 딸을 언급하자 다들 깜짝 놀랐다.물론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도 하나같이 말을 아꼈다....저녁을 먹고 나서 경다솜은 연미혜가 집에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다.하지만 9시가 넘어 샤워까지 마쳤는데도 감감무소식이었다.그녀는 밖에서 나는 인기척에 모든 주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30 화

    탕비실에 도착한 강철우가 이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사실 그는 물론 정시원도 연미혜가 진짜 회사를 떠날 리 없으며 어떻게든 남을 기회를 찾으려고 호시탐탐 노린다고 생각했다.어제 업무를 인수받을 서안나가 회사에 출근했을 때 바로 행동을 개시할 줄 알았다.그 정도 미모라면 어디 가서 뒤처질 정도는 아니었으니까.묘령의 여자가 경민준의 곁을 얼쩡거리는데 어찌 걱정하지 않겠는가?하지만 연미혜는 서안나를 인정했을뿐더러 사이좋게 지냈고, 이제 커피 만드는 방법까지 가르쳐주겠다고 했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연미혜는 강철우의 생각 따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0029 화

    오전에 전 직원 미팅이 있기에 경민준도 참석할 예정이다.회의실에 도착해서 임직원이 10분 넘게 기다리고 나서야 그는 뒤늦게 나타났다.경민준을 보자마자 서안나는 감탄을 내뱉었고, 눈을 반짝이며 시선을 떼지 못했다.잠시 후 미팅이 시작되고 비로소 정신을 차린 다음 연미혜의 소매를 잡아당겼다.“대표님 너무 잘생겼잖아요.”연미혜는 경민준이 들어올 때만 고개를 들어 힐긋 쳐다보았다.그리고 서안나의 호들갑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대충 맞장구를 쳐주었다.경민준에게 관심이 없는 연미혜를 보고 서안나는 의아했지만 유부녀에 아이까지 있다는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