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연은 유강후와 혈연관계가 없는 고아다. 유강후를 삼촌이라고 부르지만 그의 손에 꽉 잡혀 통제당한다. 유강후는 강력한 가문의 후계자이자 모든 것을 쥐락펴락하는 도련님이다. 하지만 그런 그가 온다연에게 덫을 놓았다. 10년 전 유씨 가문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온다연의 삶은 갇혀버렸다. 괴롭힘을 당한 온다연이 복수하려는데 유강후는 알면서도 내버려두었다. 어릴 적부터 가족 없이 자라 사랑을 갈망한 온다연에게 유강후는 그물을 놓아 그 안에서 가라앉게 만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유강후는 자신의 손에 있던 온다연이 도망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온다연이 사랑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었다! 유강후는 악마가 되어 온다연에게 다가갔다. “온다연, 네가 감히 다른 사람을 사랑해?” 온다연은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당신은 내 삼촌이잖아요. 그래서 난 감히 당신을 사랑할 수 없어요.” 유강후는 더 바짝 다가와 물었다. “사랑하기 싫은 거야, 아니면 사랑하지 못하는 거야?” --- 훗날, 경원시 상류층 중에서도 최고 가문의 도련님이 사랑하는 여자를 품에 안고 눈이 붉어진 채 어쩔 줄 몰라 하며 애원했다. “다연아, 제발 나를 사랑해 줘.”
View More다음 날 오후, 온다연은 안심을 배웅한 뒤 H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시작했다.한 손으로 배를 살며시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는 도우미들에게 이것저것 짐을 싸라고 지시했다.그 모습을 보던 장화연은 진땀을 흘리며 안절부절못했다. 평소에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그녀는 다급하게 온다연의 팔을 붙잡고 소파로 데려갔다.“사모님, 제발 좀 쉬세요. 며칠 동안 피곤하셨잖아요. 이런 건 제가 알아서 챙기면 됩니다. 그리고 집에 필요한 물건은 다 있어요. 예전에 쓰셨던 것들도 전부 그대로 보관되어 있어서 새 거랑 다름없어요.”“지금 겨울이라 돌아가시면 영운산 별장에서 지내시겠죠? 거기에 천연 온천이 있어서 출산 후 몸조리하기도 좋아요. 거긴 원래 신혼집으로 지내려고 준비한 곳이라 하루도 사용한 적이 없어요. 사모님께서 떠나신 후에도 매일 관리인을 보내 청소해 왔으니 따로 뭘 챙겨 가실 필요 없어요.”하지만 그 말을 듣고 온다연은 표정이 굳어졌다.“전 영운산 별장이 싫어요.”그곳에 가기만 하면 그해 겨울 유강후와 나은별이 다정하게 지내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편치 않았다.장화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사모님께서는 그 별장이 나은별 씨를 위해 지어진 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은 아니에요. 그 집은 처음부터 사모님을 위해 준비된 곳이고 내부 인테리어도 사모님께 맞춰 설계된 거예요. 그때 사모님께서 H국에 계셨을 때부터 말이에요.”“나은별 씨와는 정말 아무 관계도 없어요. 나은별 씨가 거길 두어 번 구경하러 갔던 게 전부예요.”잠시 말을 멈췄던 장화연은 다시 덧붙였다.“게다가 나은별 씨도 이제 끝난 거나 마찬가지예요. 다시는 우리 앞에 나타날 수도 없을 거예요. 그러니 제발 그 일로 사모님께서 도련님과 다투시지 않길 바라요.”그녀는 진심으로 걱정했다. 유강후와 온다연 두 사람은 한번 싸우기 시작하면 극단으로 치닫기 일쑤였다. 이제야 가까스로 안정을 찾았는데 장화연은 다시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웠다.그러나 온다연은 여전히 차가운 표정이었다.“왜 나은별 씨
유강후는 바로 게를 집어 들고 정성스럽게 속살을 발라 온다연의 그릇에 담아 주었다.강씨 가문의 사람들은 처음 보는 광경에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에게 유강후는 언제나 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의 존재 자체가 든든한 버팀목이었고 그는 가문의 모든 이들이 의지하는 거목이었다.그런데 지금 유강후가 온다연 앞에서 한없이 다정한 남편이자 다가올 아이들의 좋은 아버지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생경하기도 했지만 지난 몇 년간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면 이 모든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처럼 느껴졌다.환영회가 끝난 후 안심이 온다연을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그런데 안심이 입을 떼기도 전에 온다연이 먼저 물었다.“아빠는 아직도 강후 씨를 만나려 하지 않으세요?”안심은 한숨을 내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유씨 가문에서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아는데 그 얘기를 듣고도 네 아버지가 강후를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큰 양보를 한 거야. 조금만 더 시간을 줘.”온다연은 고개를 떨궜다.“전 정말 나쁜 딸이에요. 부모님께 걱정만 끼쳐 드리고...”안심은 고개를 저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아니야, 잘못한 건 우리야. 어릴 때 우리가 널 잃어버려서 결국 네 인생을 힘들게 만들었어. 그 오랜 시간 동안 넌 혼자서 너무 많은 걸 감당해야 했고.”온다연은 다가가 어머니를 꼭 끌어안았다.“하지만 결국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었잖아요. 그동안의 고생이 이 순간을 위한 거라면 저는 괜찮아요. 엄마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부모님이세요.”안심은 딸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눈시울을 붉혔다.“내일이면 난 신국으로 돌아가야 해. 네 아빠가 집에 혼자 있는데 늘 네 걱정을 하니 곁에 있어 줘야지. 그래도 강씨 가문이 널 잘 대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놓여.”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다시 조심스레 물었다.“정말 H국에서 출산할 생각이야? 신국에서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네 아빠랑 나는 네가 집에서 아이를 낳길 바라고 있어
강씨 가문 저택에 돌아와 보니 이미 환영회 준비가 성대하게 되어 있었다.강씨 가문의 모든 친척들이 모였고 길게 놓인 테이블 앞은 수십 명의 가족들로 가득 차 있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몇 년 만의 일이었는데 강씨 가문은 단결력이 강하고 쉽게 내부 분열이 일어나지 않는 집안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회사의 주가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였다.심지어 유강후가 생사의 기로에 놓였던 순간에도 그를 배신하거나 등에 칼을 꽂은 사람은 없었다. 그제야 온다연은 유강후가 왜 이토록 강씨 가문을 위해 애써왔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가장 상석에는 강양호가 앉아 있었고 그 옆에 유강후와 온다연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온다연의 맞은편에는 강현미와 안심이 앉았는데 두 사람은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유강후와 온다연이 자리에 앉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로 쏠렸다.이제 사람들이 모두 모였고 음식도 거의 다 차려진 상태였다. 강양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그는 많은 말을 했지만 요지는 단순했다. 이번 위기 속에서 강씨 가문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가장 큰 공로는 온다연에게 있으며 그가 강씨 가문을 대표해 감사의 뜻을 전한다는 것이었다.그리고 오늘부터 온다연이 강씨 가문의 안주인으로서 경제적 권한을 전적으로 맡게 된다는 공식적인 발표도 덧붙였다.그 후 자연스럽게 유강후와 온다연의 결혼식 이야기가 나왔다. 이것은 강씨 가문의 큰 행사였고 사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몇 달 전에 이미 치러졌어야 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건이 겹치면서 미뤄진 것이다.강씨 가문 사람들은 성대하게 결혼식을 치를 생각이었고 초청할 하객 명단까지 이미 준비해 둔 상태였다.하지만 온다연은 단호하게 반대했다. 그녀는 현재 쌍둥이를 임신 중이었고 최근 산전 검진을 받으면서 아이들의 몸이 평균보다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말은 곧 조산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었다.지금 그녀는 임신 5개월 차였고 설령 8개월까지 무사히 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사실 이 모든 일은 강후 씨의 큰 형님이 벌인 거예요. 강후 씨 아버님과는 크게 관련이 없었는데 괜히 그분에게 분풀이했던 것 같아요. 강후 씨 아버님은 권력이 높고 바쁘신 분이잖아요.”“국가 대사만으로도 너무 바쁘셔서 친아들인 강후 씨조차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하셨는데 하물며 나 같은 어린 여자애에게까지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어디 있었겠어요?”온다연은 몸을 바로 세우고 유강후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강후 씨 아버님은 강후 씨를 키우는 데 있어서만큼은 정말 성공하신 것 같아요. 강후 씨도 아버님처럼 지혜롭고 결단력이 있어요. 위기 앞에서도 침착하고 멀리 내다보는 시야도 가졌고요. 정말로 그분과 연락을 끊은 거예요?”유강후는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내가 그렇게 괜찮은 사람이야?”온다연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강후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가끔 좀 덜 소심하기만 하면 더 좋겠지만.”유강후는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이를 악물었다.“방금까지 날 대범한 사람처럼 말하더니, 이제 와서 소심하다고?”온다연은 그의 손을 툭 쳐내며 웃었다.“요즘 집사님한테 들었는데 강후 씨 아버님께서 매년 강씨 가문에 여러 번 찾아가신대요. 하지만 늘 대문 앞에서 기다리기만 하셨고 강후 씨 어머님은 한 번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왜 어머님은 아직도 아버님을 용서하지 않으시는 거예요?”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에 유강후는 표정이 싸늘해졌다.“유자성은 내 아버지의 친아들이 아니야. 아버지가 군대에 있을 때 함께 복무하던 선임의 아들이었어. 아버지는 그 선임 덕분에 목숨을 건졌지. 하지만 그 대가로 선임은 전장에서 죽었어. 아버지는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았고 유자성을 돌봐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혔어. 그래서 유자성을 위해 뭐든 해주려고 했지.”“아버지가 그동안 유자성에게 베푼 건 나에게 준 것보다 훨씬 많았어. 사실 난 물질적인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유씨 가문의 재산 따위
유강후는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꿈에 네 어린 시절이 나왔어.”그건 아주 이상한 꿈이었다. 꿈속에서 그는 마치 평행 세계로 들어간 것 같았는데 그곳에서 그는 어린 온다연을 만났다. 작고 여린 아이, 항상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던 아이.유강후는 그것이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쩌면 신이 그에게 준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꿈에서만큼은 그는 어린 온다연을 구할 수 있었다.꿈속에서 유강후는 열여섯 살이었고 온다연은 겨우 여덟 살이었다. 그녀가 유씨 가문에 들어가기까지 아직 2년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2년은 온다연의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시기였다.유강후는 꿈속에서 직접 봤다. 온준용이 아내와 아이를 무자비하게 때리는 모습을. 작은 몸집의 온다연이 어둡고 축축한 방에 갇힌 모습을. 비 내리는 거리에서 홀로 울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낯선 소년이 나타나 그녀의 어깨에 우비를 살포시 걸쳐 주는 모습을.온다연과 그 소년은 서로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처음에 유강후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끼어들 수 없었다.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는 그 세계에 직접 개입할 수 있게 되었고 몇 가지 방법을 써서 온다연의 이웃이 되었다.그리고 온준용이 또다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날 유강후는 그를 처참하게 두들겨 패고 경찰에 넘겼다. 그 후 여러 수단을 동원해 어린 온다연을 그 지옥 같은 집에서 데리고 나왔다.그 순간부터 유강후는 그녀의 보호자가 되었다. 온다연은 그의 곁에서 자유롭게 자랐고 그는 그녀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처럼 보살폈다. 마치 어린 공주처럼.온다연이 처음으로 1등을 했을 때,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 연설을 했을 때, 처음으로 학원에 갔을 때, 처음으로 부모님 호출을 받았을 때, 그리고 심지어 처음으로 생리를 했을 때조차... 그 모든 순간에 유강후가 있었다.그리고 사춘기에 접어들며 온다연이 낯선 소년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 그는 너무 화가 나서 그녀를 혼내
“강후 씨가 내 앞에서 단 두 마디만 남기고 쓰러졌을 때 난 정말... 강후 씨가 죽은 줄 알았어요. 어떻게...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요...”온다연은 유강후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눈물은 멈출 줄 모르고 그의 옷깃을 적셨다.“그땐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유강후가 사망 선고를 받았다는 말이 들릴 때마다 온다연은 마치 심장이 뽑혀 나가는 것 같았었다. 그녀는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고 정신을 차릴 수도 없었다. 그가 죽는다면 그녀도 살아갈 이유가 없을 것 같았다.그리고 그때 온다연은 뭐든 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걸 포기해도 좋으니 유강후가 살아만 있어 준다면... 심지어 배 속의 아이들조차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가 살아 있기만 하면 세상 모든 것을 다 잃어도 괜찮았다.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그건 마치 현실이 아닌 악몽처럼 느껴졌다. 온다연은 매일 아침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혹시라도 눈을 뜨면 그 끔찍한 총격 현장 속에 다시 갇힐까 봐.온다연은 유강후의 옷을 꼭 움켜쥐었다.“다시는... 다시는 그렇게 나를 놔두고 가면 안 돼요. 정말 죽을 것 같았다고요.”유강후는 그녀를 꼭 안았다. 마치 영원히 그녀를 놓지 않겠다는 듯이. 그리고 서약하듯 진지하게 말했다.“그럴 일 없을 거야. 두 번 다시는.”두 사람은 서로를 꽉 끌어안은 채 살아남았다는 기적을 온전히 느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온다연은 그의 가슴에 깊게 남은 흉터를 손끝으로 만지며 말했다.“흉터 수술 받아요. 그럼 예전처럼 깨끗이 없어질 거예요.”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덥석 잡고 상처 위에 단단히 눌렀다.“안 돼. 그대로 둘 거야.”“보기 안 좋아요.”“난 남자야. 굳이 좋게 보일 필요 없어. 이 상처를 남겨 두고 싶어. 그래야 네가 볼 때마다 기억할 거잖아. 넌 절대 나 없이 살 수 없다는 걸.”온다연은 코끝이 시큰해졌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흉터가 없어도 난 강후 씨 없이 못 살아요.”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낮아 웅얼거리는 듯했지
온다연은 둥글게 부푼 배를 살며시 어루만졌고 눈빛엔 한없이 부드러운 온기가 가득했다.“조금 힘들긴 해요. 이제는 잠을 잘 때 뒤척이기도 어려워요. 그래도 이 아이들이 있으니까 어떤 것도 다 참을 수 있을 것 같아요.”온다연의 목소리는 따뜻하고도 부드러웠고 눈빛은 반짝반짝 빛났다. 그 모습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그런데 유강후는 괜히 질투가 났다. 그녀가 저런 표정과 저런 목소리로 자신에게 이야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그래서 괜히 시샘 어린 어조로 물었다.“아이들이 그렇게 좋아? 애들이 태어나면 난 완전히 뒷전 아니야?”온다연은 배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수도 있죠.”유강후는 더욱 시무룩해졌다. 그는 그녀를 번쩍 안아 올리더니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고선 바로 입술을 덮쳤다.온다연은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고 입술이 살짝 아파서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쳤다.“아야! 아파요!”그러나 유강후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다연아, 나야말로 네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이야!”온다연은 기가 차서 웃음이 터졌다.“이 아이들은 강후 씨 자식들이거든요? 그런데도 질투하는 거예요?”유강후는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입을 살짝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 자식들이 맞지만 그래도 넌 나만 봐야 해. 아이들한테만 신경 쓰고 나를 소홀히 하면 난 못 견딜 거야.”온다연은 눈살을 찌푸렸다.“예전엔 이렇게 질투가 많지 않았잖아요? 내 기억 속의 강후 씨는 말수도 적고 일할 때도 철두철미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소심한 사람이 됐어요?”유강후는 그녀를 더욱 꽉 안았다.“그럼 넌 예전의 나랑 지금의 나 중에 누구를 더 좋아해?”온다연은 살짝 붉어진 얼굴을 숨기려 고개를 홱 돌렸다.“누가 강후 씨를 좋아한다고 그래요. 나 강후 씨 안 좋아하는데요?”그녀는 애초에 감정을 쉽게 표현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부부 사이에 이런 말을 일일이 주고받을 필요가 있을까? 이미 아이까지
온다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뇨, 난 강후 씨가 예전에 유하령한테 줬던 것만 원해요. 그리고 다음 내 생일엔 거실 벽을 가득 채울 만큼의 선물을 줘야 해요!”그녀는 손으로 크기를 가늠하며 말했다.“예전 유씨 가문 저택의 거실 벽만큼 커야 해요.”그러자 유강후는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웃었다.“선물이 그렇게 갖고 싶었어?”온다연은 눈가가 살짝 붉어졌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강후 씨는 몰랐겠지만 내 생일은 유하령 생일 바로 다음 날이에요. 유하령 생일 때마다 강후 씨는 엄청난 선물을 보냈고 유하령은 그걸 자랑하느라 SNS에 사진을 올렸었어요. 그리고 내 앞에서 뽐내면서 날 비웃었죠. 난 아무도 축하해 주지 않는 불쌍한 아이라고 하면서요. 한 마디 축하도 받을 수 없는.”유강후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나도 네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어. 매년 선물도 준비했었고. 그런데 그걸 네 이모한테 전하라고 했는데 그 여자가 네게 주지 않고 가로챈 거야. 그리고 그때 난 너에게 너무 값비싼 선물을 줄 수 없었어.”“넌 너무 어렸고 괜한 소문이 돌면 네가 감당하기 힘들었을 테니까. 그래서 눈에 띄지 않지만 실용적인 선물만 골랐어. 정말 신중하게 고른 선물들인데 네 이모가 그걸 한 번도 너에게 전하지 않았을 줄은 몰랐어.”온다연은 유강후를 빤히 바라보았는데 그의 말이 진실인지 가늠하려는 듯한 눈빛이었다.유강후는 진지하게 말했다.“내 말 못 믿겠어?”그러자 온다연은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사실 완전히 믿진 못하겠어요. 강후 씨처럼 바쁜 사람이 내 생일까지 기억했을까 싶어서.”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이어서 말했다.“하지만 유하령의 말이 완전히 맞진 않아요. 그래도 내 생일을 축하해 준 사람이 있었거든요. 주한이가 매년 내 생일 선물을 챙겨줬었어요. 그러니 나는 축하받지 못하는 아이가 아니었어요.”“또 주한이야?”유강후는 질투했다.“나도 선물을 준비했었다고! 네가 못 받았을 뿐이야! 그리고 앞으로 내 앞에서 주한 얘기 절대 하지 마. 우리 둘 얘
두 비서는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자 온다연이 부드럽게 말했다.“강후 씨가 예전에 너무 엄격하게 관리해서 직원들이 회사에서 말도 제대로 못 하던데요. 그래서 내가 조금 자유롭게 지내도 된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너무 뭐라고 하지 마요.”유강후는 그녀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며 나지막이 속삭였다.“알겠어. 우리 와이프 말을 들어야지.”온다연은 두 비서를 돌아보며 말했다.“너무 구속받지 말고 자유롭게 지내라고 했지, 그렇다고 상사 말을 엿들어도 된다고 한 적은 없어요. 오늘 밤 안에 최근 며칠 치 재무 보고서를 전부 정리해요. 완벽하게 마무리하기 전까진 퇴근하지 못해요!”두 사람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네! 반드시 완벽하게 정리하겠습니다!”두 사람이 사무실을 나서고 한참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세상에, 대표님이 사적으로 저렇게 다정할 줄이야. 진 대표님 앞에서 거의 꼼짝 못 하던데, 혹시 머리를 다치신 거 아냐?”“그러니까! 염라대왕이라고 불리던 대표님이 실은 아내 바보였다니. 진짜 진 대표님 말은 다 들으실 것 같았어!”“근데 솔직히 나라도 저렇게 할 것 같아. 생각해 봐. 아내가 저렇게 아름다운 데다가 능력까지 출중한데, 그리고 몇 달 사이 미래 그룹을 완벽하게 관리하면서 배신자까지 다 쳐냈잖아. 너무 대단해. 인정할 수밖에 없어!”“맞아. 나도 처음엔 그냥 철없는 재벌가 아가씨인 줄 알았어. 근데 막상 일하는 거 보니까 유 대표님 판박이더라. 진짜 다행이야. 그때 라이벌 회사 제안을 안 받아서. 그랬으면 지금쯤 감옥에서 밥 먹고 있었겠지!”...그런데 이 모든 말이 유강후의 귀에 고스란히 들어가고 말았다.그는 온다연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내가 없는 동안 다연이가 포스 넘치는 여사장이 됐네?”온다연은 그의 목을 감싸며 투덜거렸다.“무슨 여사장이에요. 내가 경영하는 거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면서! 다 억지로 한 거예요! 강후 씨가 안 깨어나고 계속 자고만 있어서!”유강후는 그녀의 눈 밑에 드리운 다
어두운 골목.가로등 하나가 깜빡거리고 있었다.온다연은 골목 입구에 막 들어섰을 때 갑자기 누군가에게 잡아당겨져 어두운 구석으로 끌려 들어갔다.벽 앞에는 술 냄새를 풍기는 취한 남자 두 명이 서 있었고 그들은 온다연을 보자마자 달려들어 그녀의 옷을 찢기 시작했다.코를 찌르는 알콜 냄새와 남자들의 거친 움직임에 온다연은 겁에 질려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도와주세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그들 중 한 남자는 즉시 온다연의 뺨을 세게 때렸다.“감히 소리쳐? 뭘 잘했다고 소리치는 거야!”“오늘 네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신경 안 쓸 거야. 가만히 있어. 이 오빠가 기쁘게 해줄 테니까.”...이때 갑자기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골목을 가로질러 왔고 차창이 천천히 내리자 차갑고 날카로운 눈동자가 드러나 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 행위를 무심하게 바라보았다.옆에 있는 운전기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나가서 말릴까요?”도련님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그냥 가!”이때 온다연은 이미 옷이 찢어진 상태였고 갑자기 나타난 차량 때문에 그녀는 더욱 몸부림쳤다.“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술 취한 남자는 온다연에게 아직도 도움을 청할 힘이 남아있는 것을 보자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두 번 더 때렸다. 또한 온다연의 몸을 잡고 있는 손에도 더욱 힘을 주어 치마를 벗기려고 했다.온다연이 절망하려고 할 때 이미 시동을 걸었던 차가 갑자기 멈췄다.그리고 차 문이 열리더니 키 큰 남자 두 명이 내려왔다.앞에 선 남자는 마른 체격에 브랜드 로고가 없는 흰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차갑고 위엄이 있어 어두운 밤에도 빛나는 것 같았다.그는 구석에서 무자비하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온다연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다는 듯이 뚫어져라 쳐다보았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불빛이 너무 어두워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없었고 낮은 울음소리와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남자의 기억 속 목소리와 다소 비슷했다.남자는 차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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