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Author: 손이영

제1화

Author: 손이영
어두운 골목.

가로등 하나가 깜빡거리고 있었다.

온다연은 골목 입구에 막 들어섰을 때 갑자기 누군가에게 잡아당겨져 어두운 구석으로 끌려 들어갔다.

벽 앞에는 술 냄새를 풍기는 취한 남자 두 명이 서 있었고 그들은 온다연을 보자마자 달려들어 그녀의 옷을 찢기 시작했다.

코를 찌르는 알콜 냄새와 남자들의 거친 움직임에 온다연은 겁에 질려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도와주세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그들 중 한 남자는 즉시 온다연의 뺨을 세게 때렸다.

“감히 소리쳐? 뭘 잘했다고 소리치는 거야!”

“오늘 네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신경 안 쓸 거야. 가만히 있어. 이 오빠가 기쁘게 해줄 테니까.”

...

이때 갑자기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골목을 가로질러 왔고 차창이 천천히 내리자 차갑고 날카로운 눈동자가 드러나 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 행위를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옆에 있는 운전기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나가서 말릴까요?”

도련님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가!”

이때 온다연은 이미 옷이 찢어진 상태였고 갑자기 나타난 차량 때문에 그녀는 더욱 몸부림쳤다.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술 취한 남자는 온다연에게 아직도 도움을 청할 힘이 남아있는 것을 보자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두 번 더 때렸다. 또한 온다연의 몸을 잡고 있는 손에도 더욱 힘을 주어 치마를 벗기려고 했다.

온다연이 절망하려고 할 때 이미 시동을 걸었던 차가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차 문이 열리더니 키 큰 남자 두 명이 내려왔다.

앞에 선 남자는 마른 체격에 브랜드 로고가 없는 흰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차갑고 위엄이 있어 어두운 밤에도 빛나는 것 같았다.

그는 구석에서 무자비하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온다연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다는 듯이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불빛이 너무 어두워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없었고 낮은 울음소리와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남자의 기억 속 목소리와 다소 비슷했다.

남자는 차갑고 무심한 눈빛에 감정의 기운이 일렁이며 실눈을 뜨고 말했다.

“권아, 저놈들을 죽여버려!”

두 사람은 빠른 속도로 모퉁이를 향해 달려갔고 술에 취한 남자들은 깜짝 놀랐다.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를 듣자 그들은 손동작을 멈추고 두 키 큰 남자에게 맞섰다.

“우리가 한창 즐기고 있는데 방해하다니, 감히 여기가 누구의 영역인지 알고 덤벼들어!”

온다연은 맞아서 정신이 혼미해졌지만 그래도 그 남자의 얼굴을 잘 볼 수 있었다.

유강후!

놀랍게도 그 남자는 유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이자 자신의 작은 삼촌인 유강후였다!

어둠 속에서 유강후의 차가운 눈동자는 마치 맹수가 피에 굶주린 채 먹잇감을 노려보는 것처럼 분노로 물들어 온다연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온다연은 생각이 몇 초 동안 멈췄고 가슴 속에서 깊은 공포가 솟구쳤다.

이때 온다연은 술 취한 남자들의 손에서 벗어나 몇 초간 머뭇거리다가 바닥에 놓인 가방을 들고 일어나 골목 깊숙한 곳을 향해 재빨리 달려갔다.

뒤에서는 격렬한 싸움 소리와 취한 남자들의 비명이 들렸지만 온다연은 그것에 신경 쓰지 않고 마치 뒤에서 무서운 유령이 쫓아오는 것처럼 계속 앞으로 달렸다.

얼마나 달렸는지 온다연은 불빛이 환한 미식거리에 도착했다.

눈앞에 펼쳐진 따뜻하고 북적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온다연은 벽에 기대어 숨을 크게 헐떡였다.

‘유강후가 돌아왔어? 5년 동안 떠난다고 하지 않았나, 왜 3년 만에 돌아왔지? 조금 전에 설마 나를 본 건가? 불빛이 어두운 데다가 구석에 있었는데 알아보진 않았겠지?’

하지만 그렇게 차갑고 동정심이 없는 유강후가 어떻게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차에서 내렸을까?

온다연의 인상 속 유강후는 누군가가 그의 앞에서 죽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어떻게 자신을 구하려 했단 말인가?

온다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자신은 이미 밑바닥까지 내려갔다. 이런 엉망진창인 모습을 유강후에게 보여줄 수 없다.

온다연은 일어서서 옷을 정돈하고 혼란스러운 상태로 앞으로 걸어갔다.

이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다연아, 내일 점심에 유씨 가문에 와서 밥 먹어. 네 작은 삼촌이 M 국에서 돌아왔으니 유씨네 식구들이 모두 올 거야.”

온다연은 발걸음을 멈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수업이 있어서 못 가요.”

그러자 이모 심미진이 불쾌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후가 이번에 미래 그룹을 물려받기 위해 돌아온 거야. 이번에 유씨 가문 재산도 상속받을 텐데 강후의 말 한마디면 네 인생을 결정할 수 있어. 부잣집에 시집가는 것보다 나은 게 뭐가 있니?”

심미진의 바람은 상류 사회에 들어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20대 초반에 아내와 사별한 지 3개월밖에 안 된 유자성과 결혼하여 두 명의 십 대 자녀의 새엄마가 되었다.

게다가 심미진은 온다연을 상류층에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온다연은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모, 저 내일 진짜 못 가요!”

“다연아, 잘 들어. 너 내일 안 오면 내가 모레 네 엄마 무덤에 가서 울어버릴 테니 알아서 해!”

이렇게 말한 후 심미진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온다연은 한숨을 쉬며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월세방으로 돌아와서야 휴대폰이 음소거되어 있었던 것을 발견했다. 낯선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세 통 걸려 왔다.

잠시 고민하던 온다연은 결국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반대편에서 말했다.

“내 번호 몰라?”

더없이 익숙한 차가운 목소리였다.

바로 유강후였다.

온다연은 깜짝 놀랐다. 3년 전에 휴대폰 번호를 바꿨는데 유강후는 어떻게 이 번호를 알고 있는 것일까?

온다연은 다급히 자신을 진정시키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화 잘못 거신 것 같아요.”

그러고는 상대방이 대답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

온다연은 밤새 불편해서 뒤척였다. 3년 전의 사건이 꿈에서 반복하며 나타났고 유강후의 굶주린 짐승 같은 붉은 눈이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어 탈출할 방법이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온다연은 짙은 다크서클을 한 채 일어났다.

휴대폰에는 이모가 보낸 수십 통의 문자 메시지가 가득했다. 온다연더러 예쁘게 입고 일찍 오라는 내용이었다.

온다연은 하늘색 원피스로 갈아입고 간단히 화장을 했다.

자신의 몸을 꼼꼼히 살펴보자 다리에 멍이 든 것 외에는 육안으로 보이는 상처는 없었다.

그제야 온다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씨 가문 저택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점심 열한 시였다.

온다연은 경비실 앞에 서서 옷을 정돈했다.

버스가 너무 붐벼서 땀을 흘린 탓에 머리카락이 이마에 붙어 매우 불편했다.

하필 또 휴지를 가져오지 않아 할 수 없이 대문 앞에 서서 손으로 계속 부채질하며 땀이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때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온다연의 앞에 천천히 멈췄다.

창문이 내려가고 차에서 손이 뻗어 나왔다. 손가락은 길고 가늘었고 검지의 은색 반지는 차가운 빛으로 빛났다.

손가락 끝에는 검은색 커버의 휴지가 한 뭉치 있었다.

깨끗하고 고상한 사람이 자비를 베푸는 듯한 느낌이었다.

온다연은 당황한 듯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다가 겨울밤의 별빛처럼 차가운 한 쌍의 검은 눈동자를 마주했다.

유강후다!

온다연의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그 눈빛을 마주하자 온다연은 숨을 곳이 없다는 착각이 들었고 서둘러 휴지를 받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 고마워요.”

유강후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푸딩처럼 매력적인 그녀의 입술을 훑고는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순식간에 시간이 3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화

    그때도 지금과 같은 매미가 울어대는 무더운 여름날이었다.소녀의 수줍은 눈빛과 땀에 젖은 옆머리가 그날 오후와 겹쳐졌다.그 모습이 지난 3년 동안 매일 밤 꿈속으로 들어와 밤마다 유강후를 뒤흔들었다.유강후는 방금 온다연의 손길이 닿은 곳이 화끈거려 손끝을 만지작거렸다. 이 순간 공기마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그러나 유강후는 재빨리 시선을 거두며 여전히 차갑고 고상한 표정으로 말했다.“들어가.”온다연은 즉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치 사면받은 사람처럼 도망치듯 떠났다. 물론 온다연은 차에 탄 유강후의 맹수 같은 약탈적인 눈빛을 보지 못했다.온다연은 유씨 가문 저택에 들어선 후에야 유씨 가문 식구들뿐만 아니라 유강후의 옛 친구들도 모두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그 도련님들은 모두 높은 신분을 가지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중에서도 최고였다.온다연은 전에 그들의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여러 번 목격했었기 때문에 그들을 피하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하지만 안주인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심미진은 온다연을 놓아주지 않았다.“나 시간 없으니까 네가 이 술을 네 작은 삼촌에게 갖다줘.”온다연은 거절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방 안은 화려했고 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온다연은 가시 장미에 섞인 새하얀 장미처럼 눈길을 사로잡으며 문 앞에 서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향했다.어두운 조명 속에서도 온다연의 검은 머리와 붉은 입술, 매력적인 골격,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특히 하늘색 치마 밑의 하얀 피부는 사람을 유혹할 정도로 하얗게 빛났다.잠시 동안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갑자기 누군가 웃음을 터뜨렸다.“도련님, 유씨 가문의 양딸을 몇 년 동안 보지 못했었는데 그새 잘 자랐네요.”유강후 역시 온다연이 들어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손에 든 와인잔을 흔들었다.“몇 년 동안 유씨 집안에서 먹여준 건 맞지만 양딸이라고 할 순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3화

    온다연은 고개를 숙였다. 마치 사나운 짐승에게 겨냥당한 듯 숨이 막힐 것 같았다.온다연은 문에 한껏 기대어 최대한 유강후에게서 멀리 떨어지려고 했다.하지만 유강후는 바로 앞에 있고 공간이 좁아서 아무리 노력해도 유강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느꼈다.맑은 솔방울 같은 냄새에 은은한 술 냄새가 섞여 온다연의 피부에 다가왔다. 그러자 온다연은 갑자기 3년 전의 점심에도 이렇게 더웠는데 술에 취한 유강후가 방에 쳐들어와 통제를 잃고 폭력적으로 행동했던 것이 떠올랐다.그런 기억이 떠오르자 온다연은 혼란스러워서 앞으로 몇 걸음 나아가 유강후와의 거리를 벌렸다.하지만 너무 가까운 탓에 유강후의 옆을 지나가려 할 때 온다연의 팔은 유강후의 손에 닿을 수밖에 없었다.닿은 곳은 살짝 화끈거리며 유강후의 기운이 남았다.온다연은 입술을 깨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유씨 가문 저택은 학교에서 너무 멀어서 기숙사에 살고 있어요.”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떴다.온다연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고 낮아서 유강후는 그녀를 혼내고 싶었다.게다가 이 3년 동안 거짓말하는 것도 배웠다니.하지만 유강후는 아직 온다연을 까발릴 생각이 없었다. 이 정도는 그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었다.“내 번호 차단했어?”온다연은 눈을 내리깔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번호 바꿨어요. 예전에 쓰던 휴대폰이 고장 나서 모든 번호가 사라졌거든요.”이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유씨 가문 사람들 중 이모 심미진의 번호만 저장했다.“휴대폰 줘 봐.”온다연은 순순히 휴대폰을 건넸다.살짝 낡은 휴대폰이었는데 스크린은 손상된 정도가 심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의 번호를 입력하고 자신의 휴대폰으로도 온다연의 카카오톡 QR코드를 스캔해 추가했다.그리고 다시 휴대폰을 돌려주며 담담하게 말했다.“아까는...”“알아요.”온다연은 유강후의 말을 잘랐다.“그분들 다 삼촌 친구들이잖아요. 농담한 거 알아요. 괜찮아요.”온다연은 유씨 가문에 오래 머물지 않기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4화

    온다연은 온 힘을 다해 유민준을 밀어냈다.“오빠, 정신 차려요.”유민준은 표정이 변하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온다연, 순진한 척하지 마. 너랑 네 그 빌붙으려는 이모가 뭐가 달라? 지금 이렇게 좋은 기회가 주어졌는데 거절해? 그럼 설마 더 대단한 걸 바라는 거야?”온다연은 표정이 바뀌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유씨 가문이 넘볼 수 없는 대단한 집안이란 거 알아요. 당신들한테 빌붙을 생각도 없었어요.”온다연의 표정이 바뀌자 유민준은 답답한 듯 머리를 쥐어뜯으며 조금 전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나 그런 뜻 아니야. 나랑 만나면 명분 주는 것 외에 다른 건 다 줄 수 있어. 예전에 내가 지나쳤던 거 맞아. 내가 하령이 시켜서 널 괴롭혔던 것도 인정할게. 그런데 다 지난 일이잖아. 앞으로 내가 배로 잘해줄게. 다연아, 너 나 좋아하지...”유민준이 점점 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자 온다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끼어들었다.“오빠 틀렸어요. 나 오빠한테 관심 없어요.”온다연은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정확히 말하면 난 유씨 가문 사람들에게 관심 없어요. 조금도 없다고요.”유강후는 그 말을 듣고 창문에 올려놨던 손을 멈칫하며 살기를 내뿜었다. 차 안의 분위기는 급속도로 가라앉았다.유민준은 그 말에 화가 났다.“나한테 관심 없다고? 그놈 때문이야?”유민준은 주머니에서 사진 여러 장을 꺼내 온다연의 얼굴에 던지며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너 이놈 좋아하지?”사진들이 바닥에 널브러졌다.불빛이 어두웠지만 온다연은 사진 속 남자가 그녀의 동기 진태윤이라는 것을 보아냈다. 요즘 인턴십 때문에 온다연은 진태윤과 가까워졌는데 유민준이 그들의 사진을 찍을 줄은 몰랐다.바닥에 널브러진 사진들을 보고 온다연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오빠, 유씨 가문이 대단한 건 아는데요. 제 학교 친구들은 건드리지 마요. 태윤이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저 태윤이 안 좋아해요.”유민준은 손을 뻗어 온다연을 앞으로 끌어당기며 내려다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화

    그 남자는 바로 유강후였다.유강후는 고급 소재의 흰 셔츠에 긴 다리를 감싸는 검은색 바지를 입고 차갑고 위엄 있는 표정을 지은 채 길에 서서 눈길을 끌었다.그의 옆에 있는 여자는 하얀색 명품 정장을 입었는데 몸매의 볼륨감이 잘 드러났다. 맑고 귀여운 외모에 눈웃음도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두 사람은 무슨 말을 했는지 곧 여자는 유강후의 팔짱을 끼고 앞으로 걸어갔다.두 사람이 멀리 걸어가는 모습을 본 온다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책을 얼굴에서 떼어냈다.하지만 이때 유강후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멀리서부터 안도연을 바라보았다.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온다연은 유강후의 눈빛에서 차가운 기운을 느꼈고 순간 머리가 질끈거리면서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다행히 유강후는 곧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온다연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상현 씨, 미안해요. 저 볼일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강상현이 말도 하기 전에 온다연은 이미 보지 말아야 할 것은 본 듯한 표정으로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문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유강후와 그 여자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피하기에는 너무 늦은 온다연은 몸을 곧추세우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할 수 없이 외쳤다.“삼촌!”유강후은 시선을 온다연이 입고 있는 무릎까지 오는 하얀색 원피스로 옮겼다가 아픈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쳐다보며 냉정하게 말했다.“친구랑 여기서 켜피 마신 거야?”“강후 씨, 누구야? 왜 강후 씨를 삼촌이라고 불러?”여자는 놀란 표정을 지은 채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유강후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형수님의 조카야.”여자는 놀란 듯 온다연을 훑으며 말했다.“강후 씨가 말했던 그 조카군요. 언제 이렇게 많이 컸어요?”여자는 손을 내밀어 온다연에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반가워요. 저는 강후 씨 친구 나은별이에요.”사실 나은별이 자기 소개하지 않아도 온다연은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전에 유씨 가문에서 나은별을 여러 번 몰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6화

    위험한 분위기가 조금씩 다가오자 온다연은 공기가 질식하는 냄새로 가득 차 있다고 느꼈다.가슴이 답답해서 필사적으로 뒤로 물러나고 싶었지만 벽에 등이 닿아 더 이상 후퇴할 수 없었다.하지만 유강후는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키 큰 유강후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면서 온다연의 몸에 곧 닿을 것 같았다.온다연은 옆에 있는 녹슨 수도관을 꼭 붙잡고 눈을 내리깐 채 감히 그를 쳐다볼 수 없었다.불빛이 어두워서 얼굴이 비정상적으로 빨개진 것을 가렸고 매혹적인 입술만 보일 뿐이었다.유강후의 시선은 반쯤 젖은 그녀의 머리카락으로 향했다. 그의 어조는 더 차가워졌다.“누구를 피하고 싶어서 이런 곳에 살고 있는 거야?”유강후는 아주 가까이 다가왔고 큰 몸으로 온다연을 가리자 마치 커다란 그물에 걸린 듯 도망칠 수 없게 만들었다.온다연은 유강후가 너무 가까이서 압박을 주는 바람에 온몸에 힘이 풀려 다리를 주체할 수 없이 떨기 시작했고 머리도 너무 어지러웠다.“말해!”온다연은 입을 뻐끔거렸다.“삼촌, 저...”갑자기 눈앞이 어두워지더니 몸이 앞쪽으로 쓰러졌다.기절한 건가?유강후는 쓰러진 온다연을 두 팔로 감쌌고 그제야 그녀의 체온이 무서울 정도로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유강후는 얼굴을 찡그리고 허리를 굽혀 온다연을 안아 들었다.온다연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주위가 깜깜하고 빛이 전혀 없었다.당연히 자신이 침대에 누워 있다고 생각한 온다연은 손을 들어 올리자마자 가죽의 부드러운 촉감과 함께 부드럽고 딱딱한 무언가를 만졌다.소파인가? 아니면 의자?갑자기 어두운 불빛이 온다연의 머리 위로 비추면서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일어났어?”온다연은 고개를 번쩍 들어 차가운 눈동자를 바라보았고 그 어둠은 그녀를 휩쓸어버릴 것만 같았다.온몸의 피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것 같았다. 온다연은 어리둥절했다.“사, 삼촌...”왜 자신이 어두운 차 안에서 유강후와 단둘이 있는 것일까?그의 부하 이권은 어디 간 걸까?온다연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것처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화

    담담한 말투 속에 분노도 섞여 있는 듯했다.온다연은 열이 나는 이유로 정신이 혼미해서 저도 모르게 용기가 생겨 말했다.“삼촌, 너무 가까워요.”온다연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낮았는데 살짝 갈라지기까지 했다.유강후는 눈가의 어둠이 점점 더 강해지면서 그녀를 쳐다보았다.온다연이 지금 열 때문에 이렇게 정신이 없어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면 유강후는 그녀가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이때 갑자기 누군가가 창문을 두드렸다.차창을 내리자 밖에서 이권이 비에 흠뻑 젖은 채 얼굴을 닦으면서 말했다.“도련님, 차가 왔어요. 다연 양과 함께 얼른 타세요.”유강후는 쏟아지는 빗속에서 불빛을 번쩍이는 롤스로이스를 흘끗 쳐다본 뒤 열이 나 정신이 혼미한 온다연을 바라보면서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구급차 불러.”이권은 얼굴에 묻은 빗물을 닦으며 쓴웃음을 지었다.“도련님, 몇 년 동안 여기 계시지 않아서 경원시의 상황을 모르실 겁니다. 지금 비로 인해 경원시 절반이 정전되고 교통이 마비됐어요. 이 시간에 어디 가서 구급차를 부를 수 있겠어요?”유강후는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걸려했는데 이권이 또 말했다.“도련님, 마침 이 옆에 도련님 명의의 방이 있는데 오늘 밤엔 거기에 가서 머무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소 선생님도 같은 동네에 있어 병원에 가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이섭은 유강후의 집에 도착했다.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이 온다연이라는 것을 확인한 소이섭은 눈빛이 복잡해졌다.“왜 다연이 여기 있어?”유강후는 온다연에게 수액을 놓는 소이섭을 바라보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길에서 만났는데 아파 보이길래 데려왔어.”그러자 소이섭이 콧방귀를 뀌었다.“유씨 가문 셋째 도련님이 언제부터 이렇게 착해졌지?” 소이섭은 일어나서 아직 의식이 없는 온다연을 흘끗 쳐다보며 그다지 친절하지 않는 어조로 말했다.“유강후, 네가 모를까 봐 말하는데 은별이의 우울증은 이미 매우 심각해졌으니까 더 이상 은별이를 자극하지 마.”하지만 유강후의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화

    “가져가!”간단한 한마디였지만 거부할 수 없는 압박이 느껴졌다.온다연은 고개를 숙이고 여전히 카드를 받지 않았다.유씨 가문에서 10년을 지낸 그녀는 유강후가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이런 사람은 마음을 자기 마음대로 통제했고 호의 속에 잔인한 가시에 숨겨져 있다.그의 평범한 말 한마디로 온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다르게 보게 할 수 있다.또한 마찬가지로 가벼운 말 한마디로 죽기보다 못 하게 할 수도 있다.수년 동안 온다연은 그것을 경험하지 못해 본 것이 아니다.유강호의 “이곳을 네 집처럼 생각해”란 말에 온다연은 마치 피난처를 얻은 것 같았었지만, 자기더러 “유씨 가문과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한 말 때문에 몇 년 동안 괴롭힘을 당했다.유강후는 호의를 마음대로 주었지만 단호하게 거두기도 했다.마찬가지로 그의 동정심은 은혜이지만 괴롭힘이기도 했다.온다연은 더 이상 그와 얽히고 싶지 않았다.왜 유강호가 갑자기 다시 친절하게 대해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공기 중에 퍼지는 위험한 기운이 그녀를 도망치고 싶게 만들었다.하지만 온다연의 직감은 카드를 받는 것이 좋을 거라고 말했다.온다연은 입술을 깨물고 카드를 받았다.“고마워요, 삼촌.”유강호는 그녀의 행동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유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다면 생각하면 학교 근처에 더 좋은 집을 구해.”유강호의 말투는 담담했다. “고양이를 새로 사도 돼.”고양이?온다연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3년 전, 오랫동안 키우던 고양이가 누군가가 악의로 놓은 약을 먹고 죽었는데 하필 그때 유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외출하고 유강호만 집에 남아있었다.당시 온다연은 인생에서 가장 큰 용기를 내어 울면서 의사를 불러 고양이를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유강호는 곧 숨을 거두려는 고양이를 무심하게 쳐다보고는 자리를 떠났다.온다연은 생명에 하찮게 생각하는 듯 무관심으로 가득 찬 그 차가운 표정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나중에 고양이는 죽었고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화

    온다연이 살짝 놀라서 유강후를 부르기도 전에 머리 뒤쪽을 고정하던 비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먹물로 염색한 듯한 검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하얀 목을 덮었다.모두가 깜짝 놀랐다.온다연도 유강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서 겁먹은 눈빛으로 소심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유강후는 냉정하게 말했다.“미안해요. 실수로 비녀를 건드렸어요. 학생의 옷차림이 더 이상 요구 사항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이렇게 하죠. 학생이 내 가이드가 되세요.”유강후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학교 담당자를 바라보며 말했다.“괜찮죠?”담당자는 서둘러 웃으며 말했다.“네, 당연히 괜찮습니다!”유강후는 온다연을 흘끗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따라와요.”온다연은 입술을 깨물고 바닥에 떨어진 부러진 비녀를 바라보며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랐다.수백만 평에 달하는 제약 기지를 돌아다니며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설명하자 온다연은 목구멍에 금방이라도 연기가 피어오를 것만 같았다.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무의식적으로 약초를 보고 있는 유강후를 바라보았다.덥지도 않나?이렇게 더운 날, 모두가 너무 더워서 지쳐있는데 유강후만 큰 이동식 냉장고 같이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기압까지 낮춰버렸다.하지만 얼굴은 정말 잘생겼다.간단한 옷차림이었지만 마치 캣워크에 서 있는 것처럼 눈부셨고 시선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이때 유강후는 갑자기 고개를 돌렸고 차가운 눈빛으로 온다연을 쳐다봤다.온다연은 깜짝 놀라서 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뒤쪽 휴게실로 물러났다.안에서 잠깐 낮잠을 자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고개를 들자 유강후가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유강후는 위에서 아래로 온다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위압적인 기세에 온다연은 이유도 모른 채 비참한 마음이 생겼다.하지만 온다연은 자신이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하고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유강후의 시선이 온다연의 살짝 벌어진 붉은 입술에 멈췄

Latest chapter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17화

    소년의 사랑은 뜨겁고도 아름다웠다.그들의 눈에는 오직 서로밖에 없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너무나도 어렸기에 감히 공개하지 못했다. 공개하는 순간, 신분 차이가 극명한 그들의 사랑은 절대로 부모의 지지를 받을 수 없었다.그러나 그들은 서로에게 지나치게 탐닉했고 상대의 숨결마저도 헤어 나올 수 없을 만큼 깊이 빠져들었다.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구석에서, 어두운 작은 방에서, 깊은 밤 적막한 후원에서, 그들은 주저하면서도 격정적으로 입을 맞추고 서로를 껴안았다.하지만 그 일이 있고 난 후,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그녀가 그에게 다가간 것은 목적이 있어서였다.그녀가 원했던 것은 오직 그의 신분과 봉씨 가문의 젊은 안주인으로서 누릴 영광과 부귀. 더 치욕적인 것은, 그녀가 감히 그를 배신하고 다른 남자와 몸을 섞었다는 것!그녀가 다른 남자와 한 침대에 누워 있던 모습은 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일은 꿈속에서조차 목을 조이는 밧줄이 되어 그를 숨 막히게 했고 죽을 만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그가 불행하다면, 그녀 또한 벌을 받아야 했다. 그녀를 지옥 끝까지 끌고 가야만 했다.그런데 지금 그녀가 다시 예전처럼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그는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망할. 대체 또 무슨 속임수를 쓰려는 거지?’봉현수는 몸이 몇초간 굳어있었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분노가 솟구쳐 올랐다.“닥쳐. 네가 그렇게 부를 자격이나 있어? 다시 한번만 더 지껄여봐. 내가 가만두나 봐.”지예솔은 창백한 얼굴로 애써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제발 저 좀 놔주세요. 저 이러다 정말 죽을 것 같아서 그래요.”“요즘 계속 옛날 꿈을 꿔요. 그때의 우린 참 좋았죠. 하지만 이제 다시 돌아갈 수 없네요.”봉현수는 그녀의 목을 움켜쥐고 붉게 충혈된 눈으로 노려보았다.“네가 감히 ‘옛날’이라는 말을 입에 올려? 지예솔, 또 도망칠 속셈이냐? 다시 가두어 놓아야 정신 차리겠어?”지예솔은 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눈에는 말할 수 없는 슬픔으로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16화

    사실 눈치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 알 것이다. 지예솔과 그 남자는 아무 관계도 없다는 것을. 하지만 봉현수는 그 일을 철석같이 믿었고, 그 일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지예솔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했고 여러 가지 감정이 겹치면서 그가 지예솔한테의 태도는 점점 더 무서워졌다.유강후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그들의 일에 우리가 끼어드는 건 좋지 않아. 두 사람이 모두 마음을 열고 과거를 내려놓지 않는 한, 이 일은 쉽게 끝나지 않을 거야.”온다연은 차갑게 말했다.“아무리 큰 원한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예솔 씨를 괴롭히는 건 옳지 않아요. 그러다가 예솔 씨 잘못되기라고 하면 어쩔 거예요.”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예솔 씨를 도와주고 싶은 거야? 다연아, 제발 이 일에 끼어들지 마. 현수 씨가 그녀에게 품고 있는 감정은 너무 복잡해서 우리가 끼어들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온다연은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말했다.“도와주려는 건 아니고 그냥 물어본 거예요.”유강후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역시 우리 다연이가 제일 말 잘 듣지. 정말 예솔 씨가 좋다면 둘이서 약속이라도 자주 잡아서 얘기를 나누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내 체면을 봐서라도 현수 씨가 거절하진 않을 거야.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이 정도뿐이야.”온다연은 인츰 말을 돌리었다.“맞다, 로운 씨는 어디 있어요? 진 씨 가문 쪽에 일이 좀 있어 그러는데 그에게 맡기려고요.”유강후가 대답했다.“무슨 일이든 나한테 말하면 돼.”온다연은 입을 삐쭉 내밀며 퉁명스럽게 말했다.“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결할 거예요. 무능한 건 싫거든요?”유강후는 그녀를 달래듯 말했다.“알겠어, 알겠어. 화내지 마. 로운이더러 당신한테 연락하라고 할 테니까, 무슨 일이든 편하게 지시하면 돼.”봉현수는 차에 오르자마자 지예솔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았다. 그의 얼굴은 심하게 굳어 있었다.“내가 너한테 덜어준 반찬, 왜 안 먹었어?”지예솔은 조용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15화

    온다연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이틀만 시간을 줘요. 그동안 예솔 씨는 일단 계속해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모든 일을 그의 뜻에 따르면서 경계를 풀게 만들어요. 저는 예솔 씨가 여기서 나갈 방법을 다시 생각해 볼게요.”그때 봉현수의 부하가 들어왔다.“예솔 씨, 약 먹을 시간입니다.”그는 미리 준비한 약을 지예솔 앞에 내밀었다.지예솔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말했다.“먹을 테니까 먼저 나가주세요. 친구와 잠시 이야기하고 싶어요.”그 사람이 대꾸했다.“주인님께서 예솔 씨가 약 드시는 걸 직접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버린다고 하더라고요.”온다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나가세요. 제가 예솔 씨 약 먹는 걸 볼 테니. 여기서 저희 두 사람 방해하지 마세요.”온다연이 나서자 그는 마지못해 문가로 물러났다.“예솔 씨, 모두 다 예솔 씨 좋아지라고 준비해 둔 약이에요. 버리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주인님께서 화를 내실 겁니다.”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집사가 다가와 다실의 문을 닫았다.지예솔은 약을 혐오스럽다는 듯 쳐다보고는 전부 쓰레기통에 던졌다.온다연이 물었다.“무슨 약이에요?”지예솔의 표정이 싸늘해졌다.“우울증 치료제와 수면제예요. 3년째 먹고 있어요. 이제는 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아요.”온다연이 말했다.“그래도 약은 먹어야죠. 아프면 치료도 하고. 예솔 씨에겐 동생도 있잖아요. 쉽게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죠.”지예솔은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다연이 다시 물었다.“여길 나가면 무슨 계획이에요?”지예솔은 담담하게 말했다.“다 생각해 놓았어요. 일단 이곳을 벗어나기만 하면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빌려서 온라인에서 일감을 받을 거예요. 제 디자인 스타일이면 먹고사는 건 문제없을 거예요.”온다연이 그녀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계획이 있다니 참 다행이네요. 저는 예솔 씨가 여길 벗어나는 것 까지만 도와줄 수 있지, 그 뒤에 일은 예솔 씨가 알아서 해야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14화

    온다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꺼냈다.“둘 사이 정말로 아무런 가능성도 없는 거예요?”지예솔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의 눈에는 냉담한 기색이 가득했다.“현수 씨 어머니가 저희 어머니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저희 둘 사이에는 그 어떤 가능성도 사라졌어요. 그는 단지 저에게 복수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제가 비참할수록 그는 더 기쁘겠죠.”“이 몇 년 동안, 그는 제 모든 디자인 도면을 자신의 소꿉친구에게 넘겨줬고 그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주얼리 디자이너가 되었어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지씨 가문의 가정부일 뿐이에요. 그는 제 영광과 미래를 모조리 빼앗아 갔어요. 7년 동안이면 목숨 하나에 대한 대가로 충분하지 않나요.”이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얼굴에서는 어떤 감정도 읽어낼 수가 없었다. 마치 자기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온다연은 그녀의 테이블 아래에 숨겨져 있는 두 손이 주먹을 꽉 쥐고 있는 게 보였다.“지난달, 현수 씨가 제가 동생이랑 다시 연락을 주고받는 걸 알게 된 후부터 다시 저를 감금하기 시작했어요. 어디를 가든 저를 무조건 데리고 다니면서 제가 어디로 도망칠까 봐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더라고요. 제가 없으면 장난감도, 화풀이할 대상도 없어지니까요. 그래서 오늘도 절 데리고 나온 거예요. 저는 한 달 동안 그 방을 벗어난 적이 없었어요.”온다연의 표정이 심하게 찡그러졌다.“아직도 쇠사슬로 예솔 씨를 묶어놔요?”그녀는 지예솔의 몸에 남아 있던 끔찍한 상처들을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지예솔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 아이가 죽은 후로는 더 이상 쇠사슬을 쓰지 않았어요. 조금이나마 자유를 얻은 게 제 아이의 목숨과 맞바꾼 거라니, 믿기지 않네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일어나 창밖을 살폈다.밖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지예솔은 갑자기 온다연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다연씨, 저 좀 도와주세요. 저 경원시를 떠나고 싶고 봉현수 씨 곁에서도 떠나고 싶어요. 다연씨라면 절 도와주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13화

    유강후가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이들은 금방 크니깐 명품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네가 직접 골랐다는 거야. 엄마의 사랑이야말로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거니까.”“내가 보니까 옷들 다 품질 좋고 디자인도 예쁘던데? 당신 안목이 틀릴 리 없지.”온다연은 웃음을 터뜨렸다.“말은 참 예쁘게도 한다니까.”그녀는 알지 못했다. 비록 마트는 완전히 통제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오기 전에 마트는 모든 안전 검사를 마쳤고, 진열된 상품들도 전부 점검을 마쳤으며, 생활용품과 유아용품 코너의 제품들은 전부 최고급 브랜드의 상품으로 교체되었다는 것을.온다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말을 꺼냈다.“강후 씨, 미리 말해두지만, 아이들은 무조건 제 곁에서 키울 거예요. 우리 아이들을 우림이를 훈련하듯이 키우는 건 절대 용납 못 해요.”유강후는 아무렇지 않은 듯한 얼굴로 대답했다.“알겠어.”하지만 훗날 강씨 가문의 후계자가 될 텐데 훈련을 시키지 않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아들이라면 우림이 못지않은 강도 높은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이 말은 지금 해서는 안 된다. 괜히 말을 꺼냈다간 온다연이 출산할 때까지 그와 끝없는 싸움을 벌일 게 뻔하니까.온다연은 단호하게 말했다.“강후 씨는 어릴 때 어머니 곁에서 크지 못해서 지금 어머니와의 관계가 그렇게 서먹한 거잖아요.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키울 수 없어요. 무조건 사랑이 가득한 환경에서 자라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커서 강후 씨처럼 성격이 까칠해질 게 뻔해요!”유강후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내 성격이 까칠하다고?”온다연이 코웃음을 쳤다.“아닌가요?”유강후는 그녀가 볼이 잔뜩 부풀어 오른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귀여워서 다시 한번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그래, 나 성격 까칠해. 고칠게.”온다연이 보상이라도 하듯 그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잘못을 인정하고 고칠 줄 아는 사람은 무조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12화

    이번에 유강후는 아무런 의견 없이 그저 조용히 옆에서 그녀가 물건 고르기를 내심이 기다렸다.그녀가 두 가지 선택지 앞에서 고민할 때, 유강후는 두 가지 스타일 모두 카트에 담았다.온다연은 속옷을 고를 때 얼굴이 빨개지었다. 그러고는 몇 장의 팬티를 눈에 뜨이는 족족 무심코 카트에 던졌다.이 모습에 유강후는 불만을 느끼고 그 팬티들을 꺼내며 말했다.“다연아, 좀 제대로 골라주면 안 돼? 나 이 색깔 별로고 게다가 사이즈도 작아.”온다연은 그의 허리 쪽을 슥 쳐다보고는 조용히 말했다.“어느 사이즈인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알아서 골라요!”유강후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다 너한테 잘 보이려고 그러는 거지. 네가 좋아하는 스타일과 색깔로 골라봐. 너한테 입어 보여 줄게.”“넌 남편 사이즈도 몰라? 제일 큰 사이즈로 골라!”온다연의 얼굴은 더 빨개지였다.그러고는 말을 더듬었다.“누, 누가 강후 씨 입는 거 보고 싶댔어요! 알아서 골라요!”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쥔 것처럼 속옷을 휙 던져 버렸다.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꽉 붙잡고는 둘만 들을 수 있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안되지, 내 속옷은 원래 네가 골라줘야 맞는 거지. 남편의 속옷을 네가 관리하지 않으면 누가 관리해?”유강후는 온다연의 귀에 숨을 살짝 불어넣었다.“다연이가 골라준 거로 하자. 그러면 내 컨디션도 따라서 좋아질 거야.”온다연의 얼굴은 너무나도 빨개서 금세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고는 이를 꽉 악물고 말했다.“강후 씨, 이런 말 애들이 다 듣는단 말이에요! 나중에 애들한테 변태 취급 받고 싶어요?”유강후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감히 나한테 그렇게 말한다고? 엉덩이를 때려서라도 교육해야지. ”온다연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강후 씨 애들 때리기만 해봐. 나 가만 안 있어!”유강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빨리 골라, 이건 네가 해야 할 일이야. 아니면 여기서 내가 너한테 뽀뽀할까? 아까 애들이 뒤에서 계속 우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11화

    마트는 엄청 크고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온다연은 생활용품 구역으로 갔다.여기에는 특별히 비싼 브랜드는 없지만 상품이 다양하고 품목이 잘 갖춰져 있다. 그 상품들의 색상과 디자인은 꽤 잘 되어 있고 질감도 대형 브랜드와 비교할 바 있다.그녀는 매우 신중하게 고르고 있었다.치약, 컵, 칫솔, 수건 모두 커플용으로 골랐다. 색상과 패턴이 귀여워 보였고 아기자기해서 다소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그런데 유강후는 컵과 수건에 있는 딸기 그림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이거 너무 핑크색 아니야?”온다연은 기분 좋게 고르고 있었는데 그의 말을 듣자 기분이 나빠졌다.그녀는 아까 고른 남자용 커플 아이템을 선반 위에 다시 돌려놓았다.“각자 알아서 고르는 거로 하죠.”유강후는 눈썹을 찌푸리고는 그녀가 돌려놓은 컵과 수건을 다시 가져와서는 카트에 넣었다. 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못생겼다고 한 건 아니야. 그냥 너무 핑크색이라서.”온다연은 차갑게 대답했다.“다른 색을 고르세요. 이건 강후씨한테 어울리지 않아요.”그러면서 그녀는 로봇 컵을 카트에 던졌다.“이거 강후씨한테 완전 찰떡이네요. 보는 눈은 없으면서 말은 많다니깐.”유강후는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그는 ‘유치한’ 컵을 집어 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 성격이 점점 더 나빠지네. 내가 핑크색이 너무 많다고 한마디 했다고 그렇게 화를 내야 해?”온다연은 몸을 돌리더니 다른 물건을 고르러 갔다.“임신한 사람은 원래 평소보다 더 예민하단 말이에요!”유강후는 실눈을 뜨더니 다가가 그녀를 안았다.온다연은 그의 다리를 차면서 말했다.“뭐 하는 거예요, 나 내려놔요!”마트에는 사람들이 왔다 갔다 했고 옆에 있는 어린이들은 호기심의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봤다.유강후는 그녀를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는 듯이 더 꽉 안았다. 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 손이 닿지 않잖아. 내가 안아줄게!”옆에 있는 어린이는 4, 5살쯤 되어 보였고 그들이 함께 안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재빨리 손으로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10화

    수건도 너무 오래되어 이미 무늬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온다연은 자기가 떠나기 전에 사용했던 것임을 알아볼 수는 있었다.아줌마는 다시 낮은 소리로 말했다.“사모님이 떠나신 후 대표님은 우리가 이 물건들을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어요. 신국에 가기 전 대표님은 3년 동안 계속 이 물건들을 사용하셨어요. 그때 사모님이 쓰시던 수건 두 장도 3년 동안 쓰셔서 정말 더는 쓸 수 없을 정도예요. 저희는 감히 버리지 못하니 어떻게 하면 될지 말만 해주세요.”이 물건들을 3년 동안이나 계속 사용했다고?온다연은 코끝이 찡해나며 눈물이 나오려 하자 급히 고개를 돌려 다른 것을 보는 척했다.“이 물건들을 가지고 가서 소독한 후 박스에 넣어 밀봉하여 다락방에 올려놓아 주세요. 바꿀 물건들은 제가 챙길 테니 상관하지 않으셔도 돼요.”“네, 사모님.”아줌마가 간 후 온다연은 다시 그 물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수건이든 컵이든 전부 전에 그녀가 사용했던 것이었고 욕조 옆에 놓인 빈 바디워시병조차도 낡고 오래된 것이었다.온다연은 아직도 그 병을 기억하고 있었다.그것은 전에 온다연이 인터넷에서 구매한 상큼한 향의 바디워시였다.온다연은 그 바디워시병을 코끝에 대고 향기를 맡아보더니 역시 그 향기가 틀림없었다.그녀는 욕실에 잠깐 머무르다가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서 직접 홍차를 끓였다.아줌마가 주방으로 들어오면서 곰돌이의 얼굴이 그려진 물컵을 건네주었는데 위에 페인트는 반 이상 떨어져 있었고 그것을 본 온다연이 어리둥절해하자 아줌마가 재빨리 말했다.“이 컵은 대표님이 제일 아끼시는 컵이에요. 지금 3년째 쓰고 계시고 바꾸지도 못하게 해요.”온다연은 다시 눈시울을 붉히더니 결국 눈물이 떨어지고 말았다.그녀는 얼굴을 돌리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이 컵은 이제 사용할 수 없어요. 욕실에 있던 물건이랑 함께 소독하여 넣고 다른 컵을 가지고 오세요.”아줌마는 대답을 건네고 다시 돌아갔다.차를 다 끓인 후 온다연은 찻잔을 들고 서재로 들어갔다.찻잔을 책상 위에 놓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09화

    온다연은 장화연을 식탁으로 데리고 가서 포장된 만두를 앞에 놓으면서 말했다.“일단 따뜻한 아침 식사라도 하세요. 집사님도 이 가게 만두 좋아하실 거예요.”장화연은 만두를 한 입 먹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맛있네요. 밀가루 반죽이 잘된 거 같아요. 제가 만든 것보다 훨씬 더 맛있는데요.”온다연은 득의양양해 하며 말했다.“좋아하실 줄 알고 집사님을 위해 포장해 온 것이니 이거 다 드셔야 해요.”장화연은 먹으면서 말했다.“사모님, 점심에는 뭘 드시고 싶으세요? 미리 말해주면 제가 준비할게요. 근데 아직 배달되지 않은 음식 재료들이 있어서 만들 수 없는 요리도 있을 거예요.”“오늘 금방 집에 도착하여 다들 피곤하실 테니 먼저 쉬세요. 쉬고 오후에 일어나서 다시 생각해 봐도 돼요. 제 기억으로 은행 반점의 생선찜이 맛있었는데 그 가게 요리사를 집으로 부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니 집사님은 오늘 푹 쉬세요. 제가 다 안배할게요.”장화연은 다시 웃으며 말했다.“그냥 제가 안배할게요. 사모님 거동도 불편하실 텐데 많이 쉬셔야죠.”온다연은 배를 만지며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저는 너무 많이 잤어요. 비행기에서 오는 내내 잠만 자서. 지금은 상태가 엄청 좋아요. 집사님은 여태 쉬지도 못하셨잖아요. 일단 아침 드시고 나면 들어가서 좀 쉬어요. 집에 부족한 음식 재료들이 있는지 제가 한번 보고 사람 시켜 사 오라 하면 돼요.”그때 유강후가 들어오더니 온다연과 장화연이 사이좋게 얘기 나누는 것을 보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점심은 다 준비됐어?”온다연은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그저 먹을 줄만 알지? 오늘 점심은 하지 않고 모두 쉬는 거로 하고 다 쉬고 나서 은행 반점의 요리사를 불러 저녁 식사를 준비하게 할 거예요. 그 가게 생선찜도 엄청 맛있어요.”“왜요? 내가 주인 노릇을 하면 안 되는 거예요?”유강후는 온다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애틋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되지. 마누라가 말한 건 다 맞는 말이지. 이 집에서는 네 마음대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