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분위기가 조금씩 다가오자 온다연은 공기가 질식하는 냄새로 가득 차 있다고 느꼈다.가슴이 답답해서 필사적으로 뒤로 물러나고 싶었지만 벽에 등이 닿아 더 이상 후퇴할 수 없었다.하지만 유강후는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키 큰 유강후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면서 온다연의 몸에 곧 닿을 것 같았다.온다연은 옆에 있는 녹슨 수도관을 꼭 붙잡고 눈을 내리깐 채 감히 그를 쳐다볼 수 없었다.불빛이 어두워서 얼굴이 비정상적으로 빨개진 것을 가렸고 매혹적인 입술만 보일 뿐이었다.유강후의 시선은 반쯤 젖은 그녀의 머리카락으로 향했다. 그의 어조는 더 차가워졌다.“누구를 피하고 싶어서 이런 곳에 살고 있는 거야?”유강후는 아주 가까이 다가왔고 큰 몸으로 온다연을 가리자 마치 커다란 그물에 걸린 듯 도망칠 수 없게 만들었다.온다연은 유강후가 너무 가까이서 압박을 주는 바람에 온몸에 힘이 풀려 다리를 주체할 수 없이 떨기 시작했고 머리도 너무 어지러웠다.“말해!”온다연은 입을 뻐끔거렸다.“삼촌, 저...”갑자기 눈앞이 어두워지더니 몸이 앞쪽으로 쓰러졌다.기절한 건가?유강후는 쓰러진 온다연을 두 팔로 감쌌고 그제야 그녀의 체온이 무서울 정도로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유강후는 얼굴을 찡그리고 허리를 굽혀 온다연을 안아 들었다.온다연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주위가 깜깜하고 빛이 전혀 없었다.당연히 자신이 침대에 누워 있다고 생각한 온다연은 손을 들어 올리자마자 가죽의 부드러운 촉감과 함께 부드럽고 딱딱한 무언가를 만졌다.소파인가? 아니면 의자?갑자기 어두운 불빛이 온다연의 머리 위로 비추면서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일어났어?”온다연은 고개를 번쩍 들어 차가운 눈동자를 바라보았고 그 어둠은 그녀를 휩쓸어버릴 것만 같았다.온몸의 피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것 같았다. 온다연은 어리둥절했다.“사, 삼촌...”왜 자신이 어두운 차 안에서 유강후와 단둘이 있는 것일까?그의 부하 이권은 어디 간 걸까?온다연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것처
담담한 말투 속에 분노도 섞여 있는 듯했다.온다연은 열이 나는 이유로 정신이 혼미해서 저도 모르게 용기가 생겨 말했다.“삼촌, 너무 가까워요.”온다연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낮았는데 살짝 갈라지기까지 했다.유강후는 눈가의 어둠이 점점 더 강해지면서 그녀를 쳐다보았다.온다연이 지금 열 때문에 이렇게 정신이 없어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면 유강후는 그녀가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이때 갑자기 누군가가 창문을 두드렸다.차창을 내리자 밖에서 이권이 비에 흠뻑 젖은 채 얼굴을 닦으면서 말했다.“도련님, 차가 왔어요. 다연 양과 함께 얼른 타세요.”유강후는 쏟아지는 빗속에서 불빛을 번쩍이는 롤스로이스를 흘끗 쳐다본 뒤 열이 나 정신이 혼미한 온다연을 바라보면서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구급차 불러.”이권은 얼굴에 묻은 빗물을 닦으며 쓴웃음을 지었다.“도련님, 몇 년 동안 여기 계시지 않아서 경원시의 상황을 모르실 겁니다. 지금 비로 인해 경원시 절반이 정전되고 교통이 마비됐어요. 이 시간에 어디 가서 구급차를 부를 수 있겠어요?”유강후는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걸려했는데 이권이 또 말했다.“도련님, 마침 이 옆에 도련님 명의의 방이 있는데 오늘 밤엔 거기에 가서 머무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소 선생님도 같은 동네에 있어 병원에 가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이섭은 유강후의 집에 도착했다.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이 온다연이라는 것을 확인한 소이섭은 눈빛이 복잡해졌다.“왜 다연이 여기 있어?”유강후는 온다연에게 수액을 놓는 소이섭을 바라보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길에서 만났는데 아파 보이길래 데려왔어.”그러자 소이섭이 콧방귀를 뀌었다.“유씨 가문 셋째 도련님이 언제부터 이렇게 착해졌지?” 소이섭은 일어나서 아직 의식이 없는 온다연을 흘끗 쳐다보며 그다지 친절하지 않는 어조로 말했다.“유강후, 네가 모를까 봐 말하는데 은별이의 우울증은 이미 매우 심각해졌으니까 더 이상 은별이를 자극하지 마.”하지만 유강후의
“가져가!”간단한 한마디였지만 거부할 수 없는 압박이 느껴졌다.온다연은 고개를 숙이고 여전히 카드를 받지 않았다.유씨 가문에서 10년을 지낸 그녀는 유강후가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이런 사람은 마음을 자기 마음대로 통제했고 호의 속에 잔인한 가시에 숨겨져 있다.그의 평범한 말 한마디로 온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다르게 보게 할 수 있다.또한 마찬가지로 가벼운 말 한마디로 죽기보다 못 하게 할 수도 있다.수년 동안 온다연은 그것을 경험하지 못해 본 것이 아니다.유강호의 “이곳을 네 집처럼 생각해”란 말에 온다연은 마치 피난처를 얻은 것 같았었지만, 자기더러 “유씨 가문과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한 말 때문에 몇 년 동안 괴롭힘을 당했다.유강후는 호의를 마음대로 주었지만 단호하게 거두기도 했다.마찬가지로 그의 동정심은 은혜이지만 괴롭힘이기도 했다.온다연은 더 이상 그와 얽히고 싶지 않았다.왜 유강호가 갑자기 다시 친절하게 대해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공기 중에 퍼지는 위험한 기운이 그녀를 도망치고 싶게 만들었다.하지만 온다연의 직감은 카드를 받는 것이 좋을 거라고 말했다.온다연은 입술을 깨물고 카드를 받았다.“고마워요, 삼촌.”유강호는 그녀의 행동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유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다면 생각하면 학교 근처에 더 좋은 집을 구해.”유강호의 말투는 담담했다. “고양이를 새로 사도 돼.”고양이?온다연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3년 전, 오랫동안 키우던 고양이가 누군가가 악의로 놓은 약을 먹고 죽었는데 하필 그때 유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외출하고 유강호만 집에 남아있었다.당시 온다연은 인생에서 가장 큰 용기를 내어 울면서 의사를 불러 고양이를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유강호는 곧 숨을 거두려는 고양이를 무심하게 쳐다보고는 자리를 떠났다.온다연은 생명에 하찮게 생각하는 듯 무관심으로 가득 찬 그 차가운 표정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나중에 고양이는 죽었고
온다연이 살짝 놀라서 유강후를 부르기도 전에 머리 뒤쪽을 고정하던 비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먹물로 염색한 듯한 검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하얀 목을 덮었다.모두가 깜짝 놀랐다.온다연도 유강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서 겁먹은 눈빛으로 소심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유강후는 냉정하게 말했다.“미안해요. 실수로 비녀를 건드렸어요. 학생의 옷차림이 더 이상 요구 사항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이렇게 하죠. 학생이 내 가이드가 되세요.”유강후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학교 담당자를 바라보며 말했다.“괜찮죠?”담당자는 서둘러 웃으며 말했다.“네, 당연히 괜찮습니다!”유강후는 온다연을 흘끗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따라와요.”온다연은 입술을 깨물고 바닥에 떨어진 부러진 비녀를 바라보며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랐다.수백만 평에 달하는 제약 기지를 돌아다니며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설명하자 온다연은 목구멍에 금방이라도 연기가 피어오를 것만 같았다.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무의식적으로 약초를 보고 있는 유강후를 바라보았다.덥지도 않나?이렇게 더운 날, 모두가 너무 더워서 지쳐있는데 유강후만 큰 이동식 냉장고 같이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기압까지 낮춰버렸다.하지만 얼굴은 정말 잘생겼다.간단한 옷차림이었지만 마치 캣워크에 서 있는 것처럼 눈부셨고 시선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이때 유강후는 갑자기 고개를 돌렸고 차가운 눈빛으로 온다연을 쳐다봤다.온다연은 깜짝 놀라서 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뒤쪽 휴게실로 물러났다.안에서 잠깐 낮잠을 자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고개를 들자 유강후가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유강후는 위에서 아래로 온다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위압적인 기세에 온다연은 이유도 모른 채 비참한 마음이 생겼다.하지만 온다연은 자신이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하고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유강후의 시선이 온다연의 살짝 벌어진 붉은 입술에 멈췄
안 돼. 여기 있으면 안 된다.온다연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눈을 내리깔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삼촌, 제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나가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뜻이었다.유강후의 시선은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잠시 멈췄다가 한복을 입은 예쁜 몸매에 닿았다.밖에 있는 남자들의 시선을 생각하자 분노의 물결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가파르게 솟구쳤다.“왜 학교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거야?”온다연은 여전히 감히 그를 쳐다보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인턴들은 다 이런 거 해요.”온다연은 대학원에 입학하고 싶으면 학교에서 정해준 모든 업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오늘 온다연은 투자자들 앞에서 설명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계약서도 따내야 했다.유강후는 얼굴을 찡그렸다.“인턴하고 싶으면 우리 회사에 가서 해도 돼. 내일 당장 가.”온다연은 유강후의 말을 거역할 생각이 없어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삼촌. 감사합니다.”유강후는 온다연의 대답에 만족한 듯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돌아서서 휴게실을 떠났다.그가 떠나자 온다연은 즉시 심호흡했다. 뜨겁고 붉어진 귀를 만지면서 방금 정말 위험했다고 생각했다.유강후는 정말 맞춰주기 너무 어려웠다. 온다연이 방금 한 말을 유강후가 얼마나 믿었는지 모르겠지만, 믿든 안 믿든 그렇게 높은 지위에 있고 할 일이 많은 사람이 유씨 가문과 거의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을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이런 생각을 하며 온다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시간이 흘러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룸 안에서.학교 관계자들이 웃는 얼굴로 술을 건넸지만 유강후는 무심하게 대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권이 들어와 그의 귀에 몇 마디 속삭였다.유강후의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한 뒤 곧장 자리를 떠났다.이권은 그의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학교에서 주선한 일인 것 같습니다. 다연 양은 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허 이사님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허 이사님이 이걸로 다연 양을 협
유강후는 손으로 온다연을 부축하고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다연아, 네가 앞으로 어떻게 죽을지 알아?”온다연은 입술을 움직였지만 더듬거리며 말을 내뱉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삼촌이라고 불렀다. 비록 완전히 취했지만 그녀는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눈앞의 이 남자는 유강후이다. 그녀는 매우 잘 알고 있고 또 두려웠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자신의 몸을 전혀 통제할 수 없었다.술에 취한 느낌은 정말 괴롭고 위는 타들어 가는 것 같았고 손발은 차갑고 힘이 없었다.온다연은 유강후 몸 위에 엎드려 있었고 무의식적으로 그의 옷을 잡아당기며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다.그녀는 마치 바다에 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부목을 잡은 듯 유강후를 꽉 붙잡았다.유강후는 그녀한테서 나는 술 냄새 때문에 미간을 찌푸렸고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혼자 갈 수 있겠어?”그의 목소리는 그의 몸 온도만큼이나 차가웠다. 몸에 열이 나는 것만 같던 온다연은 왠지 모르게 그에게 더 달라붙고 싶었다.하지만 온다연은 또 유강후가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될수록 멀리하려고 애를 썼다.그녀는 유강후의 옷깃을 쥐어뜯으면서 말끝을 흐렸다.“어쩌면...”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미끄러져 떨어지기 시작했다.유강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직도 거짓말을 한다고?유강후가 팔을 굽히자 온다연은 마치 뼈가 없는 생물체처럼 그의 팔에 반쯤 걸려있었고 발도 땅에서 떨어졌다. 마치 코알라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귀여웠다.이때 문밖에는 따라오던 학교 지도자 몇 명이 서 있었다. 유강후의 품 안에 자기 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있는 것을 보고 선생님들은 깜짝 놀랐다.“강후 씨, 이분은?”유강후는 핏기가 하나 없이 하얗게 질린 온다연을 힐끔 바라보더니 그녀의 얼굴을 자기 품속으로 묻었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유씨 가문 조카예요.”그러자 학교 지도자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학교에 뜻밖에도 유씨 집안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한참 후, 유강후는 다시 염지훈을 쳐다봤다. 그의 매서운 눈빛은 염지훈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염지훈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혹시 제가 도련님 집 아이를 훔쳤다고 의심하는 건 아니죠?”유강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차갑게 쳐다보기만 했다. 두 사람은 키가 비슷하고 모두 카리스마가 넘쳤지만 유강후는 염지훈보다 몇 살 연상이고 비즈니스와 정치계에서 몇 년 있다 보니 남다른 기세가 있었다.순간 염지훈은 기 싸움에서 뒤처진 느낌이 들었다. 그는 유강후의 눈빛만 봐도 숨이 막혀왔다.비록 두 가문의 재력은 비슷했지만 유씨 가문은 정치계에서 더 잘나갔다. 그 때문에 염지훈은 유강후와 적이 되기 싫었다.이때 염지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강후 도련님, 제가 같이 찾아드릴까요?”유강후는 염지훈의 뒤에 있는 캄캄한 반사 유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필요 없어.”그리고 그는 자리를 떠났다.잠시 후, 유강후의 차는 주차장을 떠났다. 그제야 염지훈은 문을 열며 말했다.“나와.”문에 웅크리고 앉아 엿듣던 온다연은 문이 열리자마자 차에서 떨어지면서 이상한 자세로 착지했다. 그러자 염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그녀를 부축했다.온다연은 머리가 아까보다 더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팔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차 문에 기대어 염지훈을 멍하니 쳐다봤다.염지훈은 차 문에 기대어 담배에 불을 붙이고 초라한 모습에 술 냄새까지 풍기는 온다연을 자세히 훑어보았다.온다연은 예쁘게 생겼고 피부도 하얗고 눈도 초롱초롱했다. 나이가 많지 않았지만 배짱이 좋은 것 같았다.염지훈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온다연은 사정없이 훑어보았다.“유강후랑 무슨 사이야? 왜 피해 다녀?”온다연은 염지훈을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한참 후에 입을 열었다.“난 그쪽을 모르는데요.”그녀는 술에 많이 취해서 염지훈의 생김새를 잘 볼 수 없었지만 그의 날카로운 눈빛과 더운 날에 두꺼운 옷차림을 한 것을 보니 좋은 사람 같지 않았다.게다가 그는 유강후처럼 키가 크
온다연은 고개를 번쩍 들어 유강후를 쳐다봤다. 서늘한 눈동자는 미동도 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분위기는 얼음처럼 차가웠다.그녀는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서며 당황한 눈빛을 보였다.“삼... 삼촌...”유강후는 왜 아직 떠나지 않았을까? 왜 아직도 여기 있을까?유강후는 뼈마디가 분명한 손가락으로 핸들을 튕기면서 말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는 경고하는 어투가 담겨있었다.“다연아, 나는 인내심이 별로 없어 같은 말을 세 번 이상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차에 타라고.”온다연은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유강후가 주는 스트레스 때문에 그녀의 위는 더 아파졌다.그녀는 하는 수 없이 뒷문을 열고 유강후와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았다.에어컨 바람 때문에 차 안은 냉기가 가득했고 온다연은 냉기 때문에 오들오들 떨었다. 그리고 그녀의 위는 찬바람을 맞아 더 아파졌다.유강후는 조수석 자리에서 어떤 물건을 집어 들고 온다연에게 건넸다.“마셔.”온다연은 받아보니 숙취해소제였다.그리고 유강후는 또 물 한 병을 건네며 말했다.“입가심해.”온다연은 위가 아파서 허리를 거의 펼 수 없었지만 유강후의 강한 압박감 때문에 시킨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약을 먹고도 속쓰림은 가라앉지 않았고 오히려 통증이 심해졌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뒷좌석에 웅크리고 앉아 식은땀을 흘렸다.그녀는 유강후가 자기를 어디로 데려갈지 몰랐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심한 통증 때문에 그녀는 사색조차 할 힘이 없었다.그녀는 머리를 숙였고 그녀의 반들반들한 이마에는 식은땀이 촘촘히 맺혔다.유강후는 한 손에 핸들을 잡고 가끔 백미러로 온다연을 쳐다봤다.희미한 불빛 때문에 그는 온다연이 조그맣게 웅크리고 차 문에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어린 나이에 고집스러운 모습이 성격이 얄궂은 고양이와 같았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었고 차 안은 답답한 분위기였다.마침내 가로수길에 접어들었을 때, 유강후는 차를 길가에 세웠다.이 길에는 차들이 엄청 적었다. 길 양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