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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Author: 손이영
온다연이 살짝 놀라서 유강후를 부르기도 전에 머리 뒤쪽을 고정하던 비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먹물로 염색한 듯한 검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하얀 목을 덮었다.

모두가 깜짝 놀랐다.

온다연도 유강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서 겁먹은 눈빛으로 소심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때 유강후는 냉정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실수로 비녀를 건드렸어요. 학생의 옷차림이 더 이상 요구 사항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이렇게 하죠. 학생이 내 가이드가 되세요.”

유강후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학교 담당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죠?”

담당자는 서둘러 웃으며 말했다.

“네, 당연히 괜찮습니다!”

유강후는 온다연을 흘끗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따라와요.”

온다연은 입술을 깨물고 바닥에 떨어진 부러진 비녀를 바라보며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랐다.

수백만 평에 달하는 제약 기지를 돌아다니며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설명하자 온다연은 목구멍에 금방이라도 연기가 피어오를 것만 같았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무의식적으로 약초를 보고 있는 유강후를 바라보았다.

덥지도 않나?

이렇게 더운 날, 모두가 너무 더워서 지쳐있는데 유강후만 큰 이동식 냉장고 같이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기압까지 낮춰버렸다.

하지만 얼굴은 정말 잘생겼다.

간단한 옷차림이었지만 마치 캣워크에 서 있는 것처럼 눈부셨고 시선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유강후는 갑자기 고개를 돌렸고 차가운 눈빛으로 온다연을 쳐다봤다.

온다연은 깜짝 놀라서 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뒤쪽 휴게실로 물러났다.

안에서 잠깐 낮잠을 자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고개를 들자 유강후가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유강후는 위에서 아래로 온다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위압적인 기세에 온다연은 이유도 모른 채 비참한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온다연은 자신이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하고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유강후의 시선이 온다연의 살짝 벌어진 붉은 입술에 멈췄고 목구멍이 뜨거워났다.

“깨어났어?”

그제야 온다연은 이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당황하며 고개를 숙이고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유강후의 큰 몸이 온다연을 거의 덮을 듯이 짓눌러 온다연은 벗어날 수 없는 묘한 압박감을 느꼈고 당황한 듯 외마디 외침을 내뱉었다.

“사, 삼촌...”

당황한 나머지 그녀는 일어나다가 바닥에 있는 분필을 밟고 발이 미끄러지면서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

순식간에 유강후의 잘생긴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고 입술이 따뜻한 무언가를 스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촉감이 부드러웠고 은은한 솔향과 담배 향이 섞인 향기가 입술 전체를 물들였다.

온다연은 완전히 멍해졌다. 그러다 겁에 질린 짐승처럼 의자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곧 은은한 홍조가 귀부터 뺨, 심지어 목까지 빠르게 물들며 분홍빛을 띠었다.

입술이다. 그건 유강후의 입술이었고 조금 전에 온다연은 유강후와 뽀뽀했다.

온다연은 얼굴이 너무 빨개져서 곧 터질 것 같았다.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고 가장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 죄송해요. 그럴 의도가 아니었어요...”

유강후는 어두운 눈빛으로 온다연의 부드러운 입술을 훑었고 또다시 목구멍이 뜨거워졌다.

이 맛은 기억 속의 맛과 똑같다.

게다가 뽀뽀했다고 얼굴이 이 정도로 붉어지는 사람이 어디 있나.

유강후는 정말로 온다연과 죽도록 키스하고 싶었다. 그녀가 울고 자비를 구할 때까지 말이다.

온다연은 유강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지만 무의식적으로 입술에 묻은 유강후의 향기를 지우고 싶어서 손으로 닦았다.

예상치 못한 이 행동에 유강후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

그의 목소리 톤은 극도로 차가웠고 온다연은 감히 그를 쳐다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만으로도 온다연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유강후의 억눌린 분노를 느꼈다.

온다연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설마 유강후는 자신이 일부러 뽀뽀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온다연은 유강후가 심각한 정신적 결벽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즉시 기억해 냈다.

몇 년 전 한 인기 여배우가 정상에 오르기 위해 음주 후 카메라 앞에서 일부러 유강후에게 키스했는데 그 결과 며칠 만에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온다연은 여전히 뉴스에 실린 여배우의 피투성이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온다연은 유강후가 나은별과만 가까이 지내는 것을 발견했다.

온다연은 손끝이 살짝 떨리면서 설명하려고 입을 열려던 참이었는데 유강후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주일 전에 너 미드나잇 클럽에 갔었어?”

온다연은 가슴이 떨려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었고 손바닥에 땀이 났다.

유강후가 자신을 의심하는 걸까? 하지만 그날 밤은 분명히 어두웠기 때문에 아무것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온다연은 애써 진정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요. 지난주에는 석사 입학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유강후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온다연의 거짓말을 들으며 인내심이 조금씩 닳아 없어지고 있다고 느꼈다.

표정은 여전히 극도로 차가웠다.

“너 미드나잇 클럽에서 아르바이트해?”

온다연은 얼어붙었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등 뒤로 움츠렸고 얼굴의 핏기가 깨끗하게 사라졌다.

“아, 아니요.”

유씨 가문은 경원시에서 최상층 가문인데 가족 구성원에 대한 요구 사항은 매우 엄격했다. 심지어 도우미조차도 유씨 가문의 이미지를 대표한다. 온다연은 유씨 가문의 일원이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과 약간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자신이 아르바이트하는 것을 남들이 알게 되어 웃음거리가 되면 유강후는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절대 인정해서는 안 된다.

온다연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저었다.

“미드나잇 클럽은 들어본 적도 없고 간 적도 없어요.”

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떴다.

거짓말할 때 손을 등 뒤로 숨기는 온다연의 습관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그런 형편없는 거짓말 기술로 자신 앞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다니.

유강후는 눈빛이 조금씩 더 차가워지면서 말했다.

“온다연, 너 거짓말하면 나한테 다 들켜.”

온다연은 긴장해서 뒤에 있는 벽을 긁으며 고개를 저었다.

“삼촌, 정말 아니에요.”

유강후의 얼굴은 점점 더 차가워졌고 얇은 입술은 천천히 일직선으로 다물어졌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온다연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유강후가 강력하게 풍기는 압박감은 그가 말을 하지 않을수록 더욱 짙어졌다.

온다연은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최근에 왠지 자꾸 유강후를 만나게 된다. 게다가 조금 전엔 실수로 그에게 뽀뽀까지 했다. 만약 유강후가 이 문제로 따진다면 순조롭게 졸업하긴 글렀다.

온다연은 침을 삼키고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어 유강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삼촌, 방금 일부러 그런 거 아니니까 마음에 두지 마세요.”

유강후는 또다시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게 자꾸 신경 쓰이나 봐?

뭐? 그럼 유강후는 신경 쓰이지 않단 말인가?

온다연은 어안이 벙벙한 채 그의 입술에 시선이 향했다.

얇은 입술은 유강후의 성격만큼이나 차가워 보였고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냉기를 품고 있었다.

온다연은 유강후의 몸 전체가 온도가 없는 얼음장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방금 닿았던 그의 입술은 따뜻했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방금 전에 의도치 않은 입맞춤을 생각하자 온다연의 귀가 갑자기 다시 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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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다연은 더 긴장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말까지 더듬었다.“아니에요. 거짓말 아닌데요.”그녀가 한 말은 사실이다. 온다연이 13살 때부터 심미진은 그녀를 거의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가 아프다는 일을 언급하지 말든지 결과는 마찬가지이다.사실 유하령이 온다연의 배를 찰 때 심미진은 아마 내장을 다쳤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심미진은 온다연에게 4만 원을 주면서 스스로 진료소를 찾아가 보라고 했다. 그리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 후, 온다연은 유씨 저택에 거의 돌아가지 않았고 심미진에게 자기가 괴롭힘을 당한 일도 말하지 않았다.게다가 3년 전 유강후와 그 일이 있고 난 뒤 유하령은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온다연을 더욱 미워하게 되었다.유하령은 그녀의 머리채를 뽑고 뺨을 때리고 밥에 압정을 넣고 침대에 작은 동물까지 던졌다. 게다가 몇 번은 깡패들을 찾아 그녀를 골목에 틀어박고 죽을 때까지 때렸다. 그러면서 온다연의 내장은 더 심하게 다치게 되었다.지금 생각해 보니 그녀가 이렇게 된 것은 유강후와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그런 생각에 온다연의 눈은 더 아래로 처졌고 도시락을 쥔 손도 가볍게 떨리기 시작했다.갑자기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던 유강후는 잡고 있는 그녀의 턱을 놨다. 그러자 온다연의 얼굴에는 선명한 손자국이 생겼다.피부가 이렇게 부드럽다고?유강후의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그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나는 누가 나한테 거짓말을 하는 게 제일 싫어.”그러자 온다연이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삼촌, 저 거짓말 안 했어요.”그렇게 말하며 온다연은 손을 앞으로 옮기면서 도시락으로 유강후의 손목을 스쳤다.그러자 도시락의 뜨거운 온도에 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온다연의 손바닥을 보자 이미 빨갛게 덴 것을 발견했다.화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도시락이 이렇게 뜨거우니 분명 엄청 아팠을 것이다.유강후의 눈빛은 더 차가워졌고 턱선은 더 날렵해졌다.“다연아, 안 아파? 아니면 아픈 걸 잘 참는다고 생각해?”그러면서 유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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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다연은 이런 생각에 참지 못하고 냄새를 맡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옷에서 유강후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만약 그의 냄새가 났다면 그녀는 정말 입을 수 없었을 것이다.속옷은 딱 그녀의 사이즈였다. 온다연은 키가 161cm이고 90근에 불과한 마른 체격이었지만 브래지어는 C컵을 입어야 했다.허리가 가늘고 다르가 길며 애플 힙라인 때문에 윗옷과 바지의 사이즈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옷을 살 때마다 다른 사이즈로 조합해야 한다.그 때문에 그녀는 자기 몸에 꼭 맞는 사이즈의 속옷을 보았을 때 조금 놀랐다. 그리고 두 치마의 가격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두 치마도 하나는 흰색 하나는 하늘색이었는데 한 벌은 1,700만 한 벌은 2,500만이었다.온다연은 두 치마의 가격을 보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유강후는 이 치마를 어디에서 샀을까? 환불할 수 있을까?하지만 이 원단은 정말 부드럽고 편안했다. 온다연은 이렇게 좋은 원단의 옷을 입어본 적이 없다.이때 집사가 그녀를 불렀다.“다연 아가씨, 어떠세요?”온다연은 할 수 없이 대답했다.“괜찮아요.”그리고 흰색 치마를 입었다.치마는 심플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잘록한 허리라인이 완벽히 드러나고 다리가 길어 보이는 포인트를 모두 살렸다.옷을 다 입고 나서 그녀는 다시 쇼핑백을 봤더니 작은 선물 상자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열어보니 그 안에는 머리띠가 있었다.머리띠에는 새하얀 진주가 있었고 양쪽에는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있었다. 정교한 공예 기술 때문에 한눈에 봐도 비싼 제품임을 알 수 있었다.온다연은 가격표를 보고 싶었지만 찾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머리를 어깨에 풀어 헤치고 머리띠로 묶었다. 화장실을 나서자 집사의 무뚝뚝한 표정 때문에 그녀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집사의 말투는 한결같았다.“다연 아가씨, 도련님이 며칠 동안 저한테 아가씨를 돌보라고 하셨어요.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에게 말씀하세요.”온다연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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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85화

    유강후는 흠칫하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왜 그렇게 생각해?”그러자 이권이 답했다.“솔직히 돌봐달라고 얘기했을때 충분히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이잖아요. 싫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간병인을 보냈어도 되는데 직접 오겠다고 하는 걸 보면 본능적으로 도련님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입니다.”유강후는 그제야 기분이 조금 풀렸으나 여전히 동국 왕자가 신경 쓰였다.‘세기말 감성도 아니고 뭔 왕자야. 어이가 없네. 다연이한테 딴마음 품으면 죽여버릴 거야.’곰곰이 생각하던 유강후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집사가 방금 얘기한 동국 왕자, 설마 연씨 가문 후계가 중 한 명이야?”이권이 답했다.“연시온 씨입니다.”유강후는 여전히 쌀쌀맞았다.“그 사람이었구나. 유능한 건 맞는데 연씨 가문에는 후계자가 될 후보가 너무 많아서 아마 순위에도 못 들 거야. 가서 경고해. 다연이한테 치근덕거리면 연씨 가문의 후계자에서 제명해 버린다고.”“아시다시피 말레이시아 해상 유전 개발업체는 현재 저희와 연씨 가문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연씨 가문에서는 차기 후계자로 연시온 씨를 지명했고 이번 유전 개발 관련한 모든 사항도 전적으로 그분이 책임지고 있습니다.”이권은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신국의 사업과 투자보다 훨씬 큰 유전이기에 그래서 당분간은 미움을 사지 않는 게 좋을듯합니다.”앞이 안 보일 뿐 유강후의 예리한 통찰력은 변함없었다.“잠깐만, 이건 처음부터 다연이를 위해서 준비한 프로젝트였잖아. 그럼 앞으로 다연이가 연시온이랑 컨택한다는 말이야? 내가 왜 이런 멍청한 짓을 했지?”“연시온에게 다른 일거리를 던져줘. 그럼 연씨 가문에서 어쩔 수 없이 프로젝트 담당자를 바꿀 거야. 이런 사소한 일에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아.”이권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연씨 가문의 세력도 만만치 않거든요.”유강후는 싸늘하게 답했다.“로운한테 맡겨. 정 안 되면 연씨 가문의 주식을 우리가 먹어 치우고 내가 직접 하면 되잖아.”“말레이시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84화

    “이 집사님, 저희 대표님이 지금 앞이 안 보여서 많이 예민해요. 말이 거칠어도 너그럽게 양해해 주세요.”이권은 두툼한 가죽 가방을 꺼내 집사에게 건넸다.이를 본 집사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아이고, 전 이런 거 못 받습니다. 강 대표님한테 그 어떤 불만도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이권은 가방을 강제로 그의 손에 쥐여주며 태연하게 말했다.“실은 이 집사님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집사는 여전히 받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돕겠습니다.”“일단 이것부터 받으시죠. 큰 부탁을 하려는 건 아닌데 부담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이 집사님한테는 쉬운 일입니다.”“어떤 부탁을 하시려는 거죠? 최대한 돕겠습니다.”이권은 병실 문을 힐끗 쳐다보고선 나지막이 말했다.“알다시피 저희 대표님이 최근에 실명해서 기분이 안 좋은 편이에요. 다름이 아니라 유나 씨에 관련한 일인데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 제가 봤을 땐 저희 대표님이 유나 씨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거든요.”집사는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보였다.사실 진유나는 너무 아름다워서 그녀를 보는 사람마다 사랑에 빠지곤 했다. 그러니 오아시스 그룹의 대표를 사로잡는 것도 이상할 게 없는 일이다.“유나 씨가 동국 왕자랑 저녁을 먹는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기분이 언짢아졌거든요. 어떻게 보면 집사님도 저랑 같은 일을 하는 입장이라 충분히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 같은 사람이 중간에서 비위를 맞추는 게 제일 힘들잖아요.”“그래서 말인데, 유나 씨에 대해서 뭔가를 알려줄 수는 없을까요?”집사는 기겁했다.“안 됩니다. 회장님이 알게 되면 전 죽은 목숨입니다.”그러자 이권이 차분하게 타일렀다.“대표님은 이성으로 유나 씨를 좋아하는 거예요. 진씨 가문에 대한 정보는 전혀 궁금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단지 유나 씨가 연애할 생각은 있는지, 아니면 결혼 계획은 있는지에 대해 궁금한 거예요.”“만약 두 분이 잘된다면 이 집사님은 분명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83화

    온다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선 손에 시계 상자를 든 채 쏜살같이 달아났다.진씨 가문 저택의 접대실.진수현은 동국에서 온 귀한 손님들과 함께 내년 협력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동국은 작은 크기에 비해 해상 자원이 풍부해서 가장 중요한 국제 항로와 해협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했다.진씨 가문과는 오랜 세월 협력해 왔고 매우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오늘 온 사람은 동국의 미래 황실 후계자인 연시온이다. 그는 대범하고 유능하기로 소문이 자자했기에 진수현도 가문의 후계자를 그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다.안으로 들어선 온다연은 메인석에 앉아 있는 진수현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뭇사람들을 보았다.그녀가 들어서자 진수현은 흐뭇한 얼굴로 손짓했다.“여긴 내 딸이자 미래 진씨 가문의 후계자가 될 진유나예요. 인사들 나눠요.”연시온은 온다연을 보자마자 두 눈이 반짝였다.온다연은 하늘색 원피스를 입었는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 하나 걸치지 않았다. 심지어 화장도 안 했는데 그 얼굴과 분위기는 미인대회 우승자보다 더 아름다웠다.특히 그녀의 하얀 피부는 뒤로 넘긴 검은 머리카락과 대조되어 유난히 더 반짝였다.연시온은 멍하니 눈을 깜빡이며 자신의 심장박동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진씨 가문에서 후계자를 찾았다는 얘기는 이미 소문이 퍼졌다. 하지만 진수현 부부에게 꽁꽁 감춰져 그동안 아무도 후계자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한때 동남아 일대에서는 남 보기 부끄러울 정도로 얼굴이 훼손되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거라는 루머가 돌았다.그러나 현실은 존재만으로도 사람을 매료시키는 미모의 여인이었다.안심의 복제판인 수준이다.외모로만 따졌을 땐 안심이 훨씬 더 뛰어났지만 진유나에게서는 소유하고 싶다는 치명적인 매력이 느껴졌다.단언컨대 승부심이 강한 남자라면 이런 여자에게 승부욕을 느끼기 마련이다.온다연은 연시온의 시선이 너무 부담스러웠지만 예의상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협상이 절반 이상 진행된 때에 온다연이 더해지면서 예정보다 시간이 더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82화

    온다연은 불순한 생각을 하는 자신을 한 대 치고 싶었다.욕실로 가서 찬물로 샤워하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다.그녀가 옷을 갈아입고 침실을 나서자 마침 집사가 커다란 상자를 들고 다가왔다.“강 대표님이 보낸 선물입니다. 사과의 의미로 보냈다는데 한번 열어보시죠.”온다연은 곧바로 다가가 상자를 열었다.그 안에 들어있는 건 뜻밖에도 해바라기 유화였다.A4용지보다 작은 크기의 이 유화는 거장 모비크가 전성기 시절에 그린 걸작으로, 예전에 자가드 경매에서 160억의 고가에 낙찰됐다.이 그림은 모비크가 자신의 딸과 아들을 위해 그린 그림으로 원래는 두 개가 있었다. 하지만 그중 하나가 불에 타버렸고 남은 하나가 유일무이한 작품이 되면서 그 가치는 헤아릴 수 없는 정도였다.온다연은 줄곧 가장 좋아하는 꽃으로 해바라기를 꼽았다. 게다가 그녀의 우상인 모비크의 작품이니 보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결국 그녀는 거절하지 않고 그의 선물을 받았다.입을 맞춘 거에 대해 뺨을 때렸으니 그 일은 정리된 셈이었다. 하지만 본인 때문에 눈을 다쳤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조금 들었고 선물까지 받았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온다연은 잠시 고민한 후 걸음을 옮기더니 진수현의 수집실로 걸어가 값비싼 골동품 시계 하나를 골랐다.그녀가 시계 상자를 들고나오는 것을 보고, 안심은 희미하게 한숨을 내쉬었다.그 시계는 안심이 진수현에게 준 선물이었고 그들 부부의 사랑을 입증하는 증표나 다름없었다. 진수현한테 그 시계는 대대로 물려줄 가치가 있는 소중한 물건이었기에 미래 사위에게 선물하려고 지금껏 아껴뒀다.염지훈도 이 시계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고 진수현에게 여러 번 암시했지만 번번이 거절을 당했다. 사실 진수현은 매번 온다연에게 물었는데 그때마다 온다연은 명확한 거절 의사를 밝혔다.그러던 그녀가 예상치 못하게 스스로 이 시계를 꺼냈다.안심의 시선을 눈치챈 온다연은 어설프게 시계 상자를 뒤로 숨기더니 태연한 척하며 입을 열었다.“강 대표님이 비싼 그림을 선물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81화

    온다연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에요. 두 번밖에 못 봤는데 그럴 리가 없잖아요.”안심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강 대표 정도면 괜찮지. 배경 좋고 잘생긴 데다가 능력까지 뛰어나니 여자들이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잖아. 하지만 그런 사람을 만나는 건 양날의 검이야.”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그런 남자에게 사랑을 받은 경험이 있다면 여자로선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온다연의 얼굴을 더 빨개졌고 민망하게 괜히 언성을 높였다.“엄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전 좋아하지 않는다니까요?”안심은 부드럽게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엄마도 여자라서 다 알아. 하지만 강 대표는 너무 깊이 감추고 있어. 네 아빠도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들어.”“우리가 알아낸 건 사랑하던 애인이 세상을 떠났고 그에게는 아이가 있다는 거야.”“다연아, 새엄마가 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야. 네가 워낙 성격이 여려서 네 아빠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어.”순간 가슴이 미어진 온다연은 침대 시트에 머리를 파묻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그만해요. 전 그 사람 안 좋아해요.”안심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침대 머리맡에 있는 작은 빗을 가져와 온다연의 머리를 조금씩 빗겨주었다.온다연의 머릿결은 매우 좋았고 안심은 저도 모르게 젊었을 때가 떠올랐다.“우리 다연이는 예쁘고 착하니까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남자한테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정말 강 대표한테 마음이 가는 거면 엄마가 아빠한테 얘기해 볼게.”“다만, 그러기 전에 강 대표의 생각도 알아야겠지? 만약 아직도 옛 연인을 그리워한다면 엄마도 널 말릴 거야. 우리 딸은 온전한 사랑을 받아야만 하는 존재니까.”사뭇 진지한 안심의 반응에 온다연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엄마, 정말 그런 거 아니에요. 절 구해준 건 맞지만 아직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안심은 그녀의 눈을 쳐다봤다.“정말?”그러자 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이에요. 그리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80화

    예전의 기억만 떠올리면 느껴지는 행복에 안심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짓게 되었고 온다연의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온화하게 말했다.“우리 딸, 지훈이가 생각난 거야? 북아메리카 쪽에서 아주 순조롭게 일 진행하고 있다고 했으니까 한 달 뒤면 돌아올 거야. 곧 올 거란다.”온다연은 꾸물꾸물 일어나더니 안심의 다리를 베면서 작게 물었다.“엄마, 저는 꼭 염지훈 씨랑 결혼해야 하는 거예요?”안심은 딸이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지 몰랐다.“어릴 때부터 약속한 거잖니. 그리고 몇 년 동안 지훈이가 널 계속 보살펴 주고 있기도 했고 내가 보기엔 두 사람 어느 정도 서로에게 감정이 있었던 같던데. 아니었니? 그건 왜 갑자기 물어보는 거니?”온다연은 시선을 내리깐 채 저도 모르게 입술을 만지작거렸다.머릿속에 온통 유강후와 키스했던 장면이 떠올라 얼굴이 더 붉게 물들어버렸다.“별건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요.”그녀는 재벌 가문이라면 정략결혼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호의호식하면서 자랐으니 당연히 어른이 되면 가문의 미래와 그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다. 염지훈과 결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염지훈 어머니의 가문은 신국에서도 명망 있는 가문이었다. 비록 진씨 가문보다는 못했지만 염지훈은 3년 동안 눈부신 성과를 이루어내며 신국의 젊은 세대 중 단연 독보적인 인물이 되었다. 이 점으로 가문의 부족함을 충분히 메울 수 있었다.제일 중요한 것은 그녀의 부모님이 염지훈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이다.그녀가 바꿔치기 되어 어딘가로 사라진 후에도 그녀의 부모님은 더 이상 아이를 갖지 않았기에 그녀는 진수현과 안심의 외동딸이 되었다. 앞으로 진씨 가문을 이어받아야 할 사람도 그녀였기에 염지훈은 최고의 강력한 조력자였다.하지만 정말로 이대로 염지훈과 결혼해도 되는 것일까?그녀는 나직하게 말했다.“염지훈 씨는 아주 좋은 사람이에요.”안심은 멍 때리는 딸을 보더니 무언가 눈치챈 듯 웃으며 말했다.“다연이는 지훈이가 싫어?”온다연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79화

    온다연은 유강후는 똑바로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고 어느새 작아진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모두 성인이고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라면...”말을 마치기도 전에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버린 그녀는 더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리곤 얼른 일어나 도망치듯 나가버렸다.그녀는 지금 신분이 달랐기에 당연히 막아서는 사람이 없었고 병원 밖에는 진씨 가문의 경호원과 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빠르게 차에 올라탄 그녀는 여전히 얼굴이 빨간 상태였고 들키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집으로 가요. 빨리요!”진씨 가문 저택에 도착하고 나서도 그녀의 빨간 얼굴은 식을 줄을 몰랐다.마침 집에 있었던 안심은 자신의 딸이 허둥지둥 방으로 올라가는 모습에 걱정되어 따라 올라갔다. 온다연이 지내고 있는 방은 2층에 있었고 전통 느낌이 물씬 나는 아늑한 방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엔 아주 예쁘게 손질된 야자나무가 있었고 그 나무 주위로 빨간 장미가 예쁘게 피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은은한 장미 향이 정원에 가득 퍼지고 있었다.비록 화려한 인테리어는 아니었지만 전통 느낌이 나는 인테리어였고 벽은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밝고 활기가 느껴지는 색으로 칠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전부 온다연이 그간 받았던 상과 작품이 걸려 있었고 다른 한쪽 벽에는 아주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도자기 같은 것은 당연히 있었고 소파에 대충 내려놓은 작은 부채도 전부 유명한 장인이 만든 것이었으니 진수현 부부가 딸을 얼마나 아끼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문을 열자 안심은 침대에 엎드려 누워있는 온다연을 보게 되었다.그녀의 각도에선 마침 온다연의 빨개진 두 귀가 보였다. 늘 온순하고 얌전했던 온다연은 예의를 저버리는 일은 단 한 번도 한 적 없었지만 병원에 다녀온 뒤로 들어올 때부터 허둥지둥하더니 목소리에서도 떨림이 느껴져 안심은 다소 걱정되기 시작했다.안심은 가까이 다가가 딸의 침대에 앉아 온화한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러니? 안 좋은 일이라도 있은 거니?”온다연은 자기 얼굴을 만졌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78화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설마 지금 날 그 사람으로 착각한 건가?'자신에게 놀란 온다연은 그를 밀어내곤 이내 그의 뺨을 때려버렸다. 그녀는 덜덜 떨리는 몸으로 놀라면서도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변태예요?”화가 난 상태로 때린 것이라 손아귀엔 힘이 꽤나 들어갔고 유강후의 입가는 터져 피가 새어 나왔다.유강후는 입가에 흐른 피를 만지며 씁쓸한 기분을 느꼈다.‘괜찮아, 때리라고 해. 잊어도 상관없어. 내 눈앞에만 있으면 돼.'‘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못하기보다 지금이 더 좋으니까. 이걸로 이미 충분해.'‘내가 너무 성급했던 거야. 그러니 다 내 잘못인 거야.'아침에 찾아온 상담사가 이미 그에게 말을 해줬었다.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온다연이 천천히 그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라고. 그 후에 다시 천천히 기억을 되찾게 하는 것이라고.만약 갑자기 모든 걸 떠올리게 한다면 온다연은 버티지 못할 것이고 겨우 다시 쌓아 올린 심리적 방어선이 완전히 무너져 가볍게는 심한 우울증에 걸릴 수 있고 심하면 자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던지라 그는 당연히 의사의 말에 협조해야 했다.죽음의 문턱까지 갔지만 그녀가 살아만 있다면 그는 뭐든 참을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었다. 방금은 그저 그녀가 흐느끼는 소리에 가슴이 너무도 아파 참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유강후는 담담하게 말했다.“방금은 충동이었어요. 미안해요, 유나 씨. 뺨 한 대로 부족한 것 같다면 더 때려도 돼요.”온다연은 너무도 심란했다. 염지훈과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그와는 그저 이마만 맞대봤을 뿐이다. 아무리 참을 수 없다고 해도 손만 잡은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남자는 그녀를 안았을 뿐만 아니라 허벅지에 앉혀 키스하지 않았는가.“오아시스 그룹의 대표님이라는 사람이 여자를 처음 보는 건가요?”유강후는 동문서답했다.“유나 씨는 정말로 아무런 느낌도 없는 건가요?”예전에 아주 행복했을 때 온다연은 항상 먼저 그에게 달려와 키스를 했었고 더 행복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77화

    온다연의 기억은 억지로 지워졌기에 3년 동안 점차 과거의 인연과 일들을 잊게 되었고 과거의 고통도 잊게 된 것이다.하지만 이런 최면은 부작용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예전에 익숙했던 사람과 일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머리가 엄청 아플 것. 중요한 기억일수록 그에 따른 고통은 더 심했다.어쩐지 그녀가 어제 자신을 보았을 때 고통스러워하며 혼절했던 것이 이해가 갔다. 그런데 이번에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니 분명 무언가가 떠오른 것이다.공기 중에 피어오르는 계화 향기에 유강후는 바로 아침 메뉴에 계화 디저트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의 안색이 급변하더니 손을 뻗어 계화 디저트를 찾으려고 했지만 실수록 뜨거운 계화 디저트를 쏟게 되었고 전부 그의 손등에 쏟아져 버렸다.그는 언성을 높였다.“오늘 아침은 누가 가져온 거지?”이권은 소리를 듣고 바로 달려 들어왔지만 오자마자 눈물 흘리는 온다연과 화가 난 유강후를 맞이하게 되었고 다급하게 대답해 주었다.“아침은 저희 쪽 주방장이 만든 겁니다. 여기서 만든 음식인데 혹시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주방장은 저희가 경원시에서 데리고 온 주방장입니다.”유강후는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계화 디저트를 만들라고 했지?”이권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주방장은 장 집사님이 준 식단대로 만든 겁니다. 전부 사모... 즐겨 드시는 음식입니다.”유강후의 목소리엔 서늘함만 남았다.“앞으로 이 디저트는 만들지 말라고 해. 당장 가져가!”이권은 하는 수 없이 사람을 불러 계화 디저트를 버렸다. 가기 전 그는 화상을 입은 유강후의 손등을 발견하고 입을 열었다.“도련님, 손등이...”유강후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듯했다.“신경 쓰지 말고 나가!”말을 마친 그는 테이블을 만지며 천천히 온다연의 곁으로 다가가 손을 들어 얼굴을 만졌다. 손끝에 닿은 눈물에 유강후는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다.조금 전 뜨거운 물에 뎄을 때는 별다른 감각이 없었지만 온다연의 눈물을 만지니 너무도 아팠다.그는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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