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7화

작가: 손이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6-17 17:02:16
온다연은 이런 생각에 참지 못하고 냄새를 맡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옷에서 유강후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만약 그의 냄새가 났다면 그녀는 정말 입을 수 없었을 것이다.

속옷은 딱 그녀의 사이즈였다. 온다연은 키가 161cm이고 90근에 불과한 마른 체격이었지만 브래지어는 C컵을 입어야 했다.

허리가 가늘고 다르가 길며 애플 힙라인 때문에 윗옷과 바지의 사이즈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옷을 살 때마다 다른 사이즈로 조합해야 한다.

그 때문에 그녀는 자기 몸에 꼭 맞는 사이즈의 속옷을 보았을 때 조금 놀랐다. 그리고 두 치마의 가격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두 치마도 하나는 흰색 하나는 하늘색이었는데 한 벌은 1,700만 한 벌은 2,500만이었다.

온다연은 두 치마의 가격을 보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유강후는 이 치마를 어디에서 샀을까? 환불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원단은 정말 부드럽고 편안했다. 온다연은 이렇게 좋은 원단의 옷을 입어본 적이 없다.

이때 집사가 그녀를 불렀다.

“다연 아가씨, 어떠세요?”

온다연은 할 수 없이 대답했다.

“괜찮아요.”

그리고 흰색 치마를 입었다.

치마는 심플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잘록한 허리라인이 완벽히 드러나고 다리가 길어 보이는 포인트를 모두 살렸다.

옷을 다 입고 나서 그녀는 다시 쇼핑백을 봤더니 작은 선물 상자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열어보니 그 안에는 머리띠가 있었다.

머리띠에는 새하얀 진주가 있었고 양쪽에는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있었다. 정교한 공예 기술 때문에 한눈에 봐도 비싼 제품임을 알 수 있었다.

온다연은 가격표를 보고 싶었지만 찾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머리를 어깨에 풀어 헤치고 머리띠로 묶었다. 화장실을 나서자 집사의 무뚝뚝한 표정 때문에 그녀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집사의 말투는 한결같았다.

“다연 아가씨, 도련님이 며칠 동안 저한테 아가씨를 돌보라고 하셨어요.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에게 말씀하세요.”

온다연은 이 모든 게 유강후의 결정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집사가 물을 길어오는 틈을 타자 그녀는 치마를 찍어 임혜린에게 보냈다. 그리고 임혜린에게 이 브랜드 매장이 어디에 있고 환불할 수 있는지를 물었지만 그쪽에서 답장이 없었다.

집사가 있어 온다연은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들고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경원시 뉴스가 나왔을 때 매체에서 미래 그룹 회장님이 귀국했다는 소식을 크게 보도하는 것을 보았다.

기사에는 미래 그룹이 가전제품, 백화점, 보석, 석유, 가스 그리고 항공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야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말했고 미래 그룹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미 아시아에서도 유명한 그룹이 되었고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온다연은 이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단지 유씨 가문이 평범한 재력가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경문시에서도 잘난 척하던 재벌 2세들도 유강후를 보면 굽신거렸다.

유강후는 언론에 노출된 적이 없다. 그의 얼굴 정면 사진조차 유출된 적이 없다. 옆모습이나 뒷모습이 찍힌 사진도 모두 희미하게 처리되었다.

하지만 연예 뉴스 쪽에는 그에 대한 스캔들이 많았다. 그중 하나는 톱스타 임저아가 유강후의 팔짱을 낀 채 활짝 웃고 있다고 보도되었다.

유강후의 얼굴은 희미하게 처리되었지만 온다연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그 사진을 보며 나은별을 떠올렸다. 나은별은 유강후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이 사진들을 보면 더 우울해질까?

하지만 이 일은 온다연과 큰 관계가 없는 것 같았다. 한참을 보고 있자니 재미가 없어졌고 머리도 점점 무거워져서 온다연은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너무 피곤했는지 아니면 약을 먹어서인지 그녀는 깊은 잠에 빠졌다. 눈을 떴을 때 이미 밖은 어두워졌다.

병실 안의 불도 켜지지 않았고 커튼 사이로 희미한 불빛이 비쳐 들어왔다.

온다연은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핸드폰을 보니 밤 11시였다.

집사는 갔을까?

그 생각에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이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키가 크고 늘씬한 그림자가 보였고 검은 수트에 날씬한 몸매를 가진 남자가 걸어왔다. 불빛이 희미했지만 온다연은 유강후임을 알아챘다.

그의 카리스마는 너무 강해서 아무 말 없이 서 있어도 신경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온다연은 당황하며 침대로 돌아갈지 아니면 제자리에 서 있을지 몰랐다.

이미 밤 11시가 되었는데 유강후는 왜 또 왔을까? 뉴스에서 오늘 미래 그룹에 저녁 파티가 있다고 했는데 유강후는 왜 여기 있을까?

“깼어?”

유강후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용하고 어두운 분위기에서 그의 목소리는 더 달콤하고 섹시하게 들려왔다.

온다연의 심장은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고 그녀는 얼른 침대에 발을 올려놓고 기대어 자는 척했다.

유강후는 걸어와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만지작거리더니 말했다.

“열은 내렸네.”

온다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그녀는 열이 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유강후의 손 온도는 그녀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온다연은 깜짝 놀라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유강후와의 접촉을 피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침대 머리맡에 부딪히면서 아파서 소리를 질렀고 머릿속에서는 윙윙 소리가 났다.

어둠 속에서 유강후는 손을 떼고 꼼짝도 하지 않고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너무 차가워서 마치 짐승이 자신의 사냥감을 응시하는 것 같았다. 그런 시선을 느낀 온다연은 꼼짝도 못 하고 숨을 참았다.

이상하고 애매한 분위기에 온다연은 너무 숨이 막혀왔다.

결국 참다못한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삼촌.”

유강후는 눈을 깜짝이더니 그녀 옆에 앉아서 한 손을 침대에 짚고 다른 한 손을 그녀의 이마에 갖다 댔다. 온다연은 어쩔 수 없이 유강후가 자기의 이마를 만지게 허락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너무 가까이에 있어 서로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싱그러운 설송 향기에 술 냄새와 이름 모를 꽃 냄새가 섞이면서 온다연은 위가 다시 아파졌다. 그래서 괴로워하며 머리를 피했다.

하지만 이때 유강후는 그녀를 침대에 밀어붙였다. 그리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움직이지 마!”

관련 챕터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8화

    온다연은 두려워서 몸이 경직되었다. 유강후는 차가운 손등으로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가 거두어들였다.“집사님이 네가 오후부터 열이 나서 잠을 못 잤다고 하더라고. 지금은 열이 내렸네. 의사를 부를 필요가 없을 것 같아.”온다연은 그제야 자신이 오후에 열이 났고 반나절이나 잤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 잤는데 왜 머리가 아직도 무거울까?온다연은 그 원인을 유강후가 너무 가까이 다가온 탓으로 돌렸다.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삼촌, 불 좀 켜주시면 안 돼요?”유강후는 그러자 문 쪽으로 가서 불을 켰다. 조명이 켜지자 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유강후를 쳐다봤다. 양복을 입은 그의 모습은 유난히 늘씬해 보였고 매력적이었다.그는 넥타이도 맸고 조명 아래 다이아몬드 옷깃이 화려하게 빛났다. 무심코 들어낸 손목시계도 비싼 명품 같았다.온다연은 양복을 입은 남자는 많이 봤지만 유강후 같은 분위기를 내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차갑고 섹시하고 고급스러웠다.온다연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아까보다 더 긴장되어 절로 눈을 내리깔았다. 유강후는 더웠는지 넥타이를 벗어 의자에 털썩 걸치고 양복을 벗더니 가늘고 흰 줄무늬 셔츠를 드러냈다.외투를 벗은 유강후는 카리스마가 줄었지만 도도함이 더 돋보였다. 온다연은 감히 그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그는 외투를 놓고 나갔다가 2분도 안 되어 다시 돌아왔는데 이때 그의 손에는 커다란 쇼핑백 하나가 더 늘어났다.유강후는 쇼핑백에서 도시락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온다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일어나서 뭐 좀 먹어.”온다연은 확실히 배가 고팠기에 힘겹게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손에는 무의식적으로 그 하얀 진주 머리띠를 쥐고 있었다.유강후는 그녀를 한번 훑어보더니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말했다.“잘 어울리네.”깔끔한 디자인의 이 드레스는 우아하고 세련되어 보였으며 전에 입었던 치마보다 훨씬 소녀답고 예뻤다.온다연은 치마를 잡아당기며 속옷 생각이 나서 얼굴이 화끈거렸다.“감사합니다.”그리고

    최신 업데이트 : 2024-06-17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9화

    유강후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알아. 여기 병원인 거.”그러자 온다연은 어이가 없어서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유강후를 바라봤다. 그녀는 유강후가 머리가 아프거나 아니면 술을 많이 마셔서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다. 혹시 온다연을 유하령으로 착각했나? 이렇게까지 온다연을 챙길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그러자 온다연이 한 번 더 말했다.“삼촌, 저는 유씨 가문 사람이 아니에요.”유강후가 대답했다.“그렇지. 근데 뭐?”온다연은 다시 멍해졌다. 유강호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약혼녀인 나은별과 함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곳은 적어도 침대가 많아 두 사람이 한 침대에서 자지 않아도 되니깐 말이다.“그런데...”유강후는 온다연의 말을 듣지 않고 세면도구를 들고 화장실로 갔다. 그러자 온다연이 다급하게 쫓아갔다.“삼촌!”유강후가 돌아서자 하마터면 달려오는 온다연과 부딪힐 뻔했고 그녀는 황급히 걸음을 멈추었다. 키 차이가 큰 두 사람이 가까이 서자 온다연은 강한 압박감을 느꼈고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서 긴장을 떨며 옷을 움켜쥐었다.그녀의 깨끗한 이마와 긴 속눈을 바라보면서 유강후가 말했다.“왜? 같이 씻고 싶어?”뭐라고?온다연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유강후를 바라봤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충격으로 반짝반짝 빛났다.온다연의 눈동자는 보통 사람보다 까맣고 밝아서 사람을 진지하게 바라볼 때 애틋함이 느껴졌다. 지금 화를 내는 중에도 예외는 아니었다.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이렇게 다른 사람을 쳐다보지 마. 알았지.”온다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나 그의 손길을 패했고 머리가 지끈거렸다.금세 화장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병원의 문은 방음이 잘되지 않고 유리로도 희미하게 사람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유강후의 그림자는 늘씬하고 날렵하고 힘이 넘쳐 보였다. 온다연은 자기도 모르게 그 황당한 오후가

    최신 업데이트 : 2024-06-17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0화

    유강후가 두 팔로 온다연을 양옆을 짚고는 이렇게 말했다.“온다연, 이건 네가 자초한 거야.”유강후는 이렇게 말하며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온다연은 너무 놀란 나머지 소리를 지를 뻔했다.이때 유강후의 핸드폰이 열렸다. 벨 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조용하고 숨 막히는 이 공간에서는 유난히 크게 들렸다.유강후는 언짢은 표정으로 이를 악물더니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다시 돌아왔을 때는 이미 3시간이 지난 뒤였고 그때 온다연은 이미 잠에 들었다.잠에 든 온다연은 매우 얌전했고 연분홍 입술은 더 매혹적이었다.유강후는 침대맡에 앉아 그런 온다연을 한참 바라보다가 다시 잠옷으로 갈아입었다.옷을 두던 유강후는 뭔가 생각난 듯 다시 주워들어 냄새를 맡았다. 그러더니 눈빛이 차가워지며 벗어둔 옷을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렸다.이때 온다연의 핸드폰이 진동했다.“하니, 그만.”온지연이 몸을 뒤척이며 이렇게 중얼거리더니 다시 잠에 들었다.유강후의 미간이 티 나지 않게 구겨졌다.또 그 고양이 꿈을 꾼 건가? 그렇게 좋다고?유강후가 허리를 숙여 온다연을 안으로 살짝 옮기더니 옆에 누웠다. 그러고는 온다연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이튿날, 온다연이 깨어나 보니 집사가 와 있었다.말끔하게 치워진 병실은 어제와 달랐다. 커튼이 전부 열려 있어 따듯한 햇빛이 창틀을 비추며 사람의 마음을 따듯하게 했다. 테이블에 놓인 유리 꽃병에는 하얀 장미가 한 아름 꽂혀 있었는데 싱그러우면서도 우아했다. 방 한가운데 있는 공기청정기가 방안을 가득 메운 소독수 냄새를 전부 밖으로 빨아내고 있었다.아직 잠에서 덜 깬 온다연은 비몽사몽인 표정으로 집사를 바라보며 멍을 때렸다.집사 장화연의 얼굴은 어제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여전히 아무 감정이 없는 로봇 같았다. 장화연은 온다연이 깬 걸 보고는 준비한 아침을 대령했다.온다연이 아침 메뉴를 한번 슥 스캔했다. 죽만 해도 여러 가지였다. 거기에 계란찜, 우유, 두유, 빵, 그리고 여러 가지 밑반찬까지, 테이블을 꽉 채울 정도였다.온다연이

    최신 업데이트 : 2024-06-17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1화

    유강후가 차가운 눈빛으로 위에서 아래로 온다연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말했다.“온다연, 뭘 하든 하지 않든 다 내가 결정해. 네가 참견은 필요 없어.”화들짝 놀란 온다연이 유강후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맨날 이곳으로 출근 도장을 찍으며 뜬금없는 선물을 하니 온다연은 깊이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마음속으로 유강후의 행동이 다소 선을 넘는다는 생각이 머리를 쳐들었지만 온다연은 이내 이 생각을 부정했다. 유강후가 어떤 사람인가? 온다연은 유강후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할 만큼 오만한 사람은 아니었다.온다연이 입술을 깨물며 들릴락 말락한 목소리로 말했다.“삼촌, 제가 어떻게 감히 참견해요.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유강후의 시선이 온다연이 깨물었던 입술로 향했다. 깨문 곳이 아직 촉촉했다. 유강후는 표정을 굳히더니 온다연을 풀어줬다.“아침 먹어.”목소리가 높지는 않았지만 차갑기 그지없었고 거절할 수 있는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 온다연은 하는 수 없이 자리에 앉아 조금 먹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이상해 몰래 유강후를 훔쳐봤다.유강후는 먹는 속도가 꽤 빨랐지만 동작은 여전히 우아했다. 온다연의 시선을 느낀 유강후가 식기를 내려놓더니 온다연을 바라봤다.“할 말 있으면 해.”온다연은 유강후와 눈을 마주칠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결국엔 참지 못하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삼촌, 앞으로 선물은 더 안 해주셔도 돼요. 옷이나 액세서리는 다 너무 비싸요...”유강후가 냉랭한 표정으로 물었다.“마음에 안 들어? 그럼 바꾸지 뭐. 오후에 비서 보낼 테니까 좋아하는 브랜드나 스타일 알아서 골라.”말문이 막힌 온다연이 잠깐 침묵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아니에요. 삼촌. 저 이런 거 필요 없어요...”이때 유강후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고 그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하령아.”방안이 조용했던지라 온다연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삼촌, 나 돌아온 지도 삼일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지금까지 얼굴도 안 보여주고

    최신 업데이트 : 2024-06-17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2화

    무슨 무서운 물건이라도 부딪친 것처럼 온다연은 냉큼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인 채 유강후를 쳐다볼 엄두를 못 냈다.유강후는 언짢은 듯 눈살을 찌푸리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다 못 맸잖아. 계속해.”유강후에게서는 다 가진 자의 강렬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말투도 차가운 게 어딘가 기분이 나빠 보였다.온다연은 거역할 용기가 나지 않아 입술을 깨물고 하던 일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었다.깨물었던 입술은 촉촉해졌고 말캉한 입술은 더 빨개졌다.유강후가 눈을 찌푸리더니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 유강후의 입술이 온다연의 매끈한 이마에 닿자 온다연의 얼굴이 빨개지다 못해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넥타이를 매는 데 계속 실패한 온다연은 조급한 마음에 몸이 점점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말캉하고 작은 온다연의 몸집이 유강후의 몸에 찰싹 붙었다. 여름이라 옷이 얇았기에 온다연은 유강후의 체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고 이는 온다연을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긴장하면 할수록 잘 매기가 더 어려웠다. 여섯 번을 맸는데도 매는 데 실패하자 더는 어쩔 방법이 없었던 온다연이 고개를 들고 작은 소리로 유강후를 불렀다.“삼촌.”그 부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온다연은 유강후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고개를 들자 입술이 거의 그의 턱에 닿을 지경이라는 걸 말이다.온다연은 머리가 지끈거려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그러더니 넥타이를 꽉 움켜쥐고는 버벅거렸다.“삼, 삼촌, 정말 못 하겠어요.”유강후는 터질 듯이 빨개진 온다연의 귀를 보더니 눈빛이 한층 더 깊어졌다.“이리 와. 내가 가르쳐줄게.”온다연은 얼굴이 더 빨개졌다. 넥타이를 너무 꽉 움켜잡아 주름이 질 지경이었다. 곧이어 유강후가 온다연의 손을 잡았다. 뼈마디가 선명한 기다란 손과 말캉하고 뽀얀 작은 손이 선명하게 차이가 났다.손이 맞닿은 순간 유강후의 차가운 시선이 잠깐 멈칫하더니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스카프 어떻게 하는지는 알지?”온다연이 고개를 숙이고 유강후의 눈을 마

    최신 업데이트 : 2024-06-17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3화

    다행하게도 차를 바로 문 앞에 세워 차에 오른 후, 다연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운전기사는 여전히 이권이었고, 유강후와 온다연은 뒤쪽에 앉아 있었다.돌아가는 내내 유강후는 컴퓨터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는데, 차 안에는 그의 타자 소리만 울리고 있었다.온다연은 차 문에 붙어서 유강후와 최대한 떨어지려고 노력했다. 제한적인 공간에서 차 문안에 들어간다 해도 그와의 거리는 2미터가 되지 않았다.유강후 옆에 앉은 온다연은 손에서 땀이 나며 그를 쳐다보지도, 말을 걸지도 못했다.얼마나 지났을까, 유강후가 컴퓨터를 넣으며 그녀를 흘깃 쳐다보았다.“그렇게 붙어있는 거 안 불편해?”하는수 없이 온다연은 힘을 풀고 치맛자락을 잡으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했다.“삼촌, 앞으로 이렇게 비싼 옷은 사지 않으셔도 돼요.”유강후가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얼마면 안 비싼 건데?”온다연이 고개를 숙인 채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생트집을 잡는 것처럼 느껴져 방금 전 한 말을 후회하고 있었다.어색한 와중에, 앞에 있던 이권이 분위기를 풀었다.“다연 아가씨, 셋째 도련님과 함께 계시면 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돼요. 아가씨 같은 분이 몇 분이 되든 다 먹여 살릴 수 있어요. 굶은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온다연은 얼굴을 붉혔다. 아까는 이 남자가 얼마나 돈이 많은 남자인지 한순간 깜빡했다. 이 상황이 더 어색하게 느껴졌다.이권이 계속 말을 이었다.“아니면 셋째 도련님 지갑 걱정하시는 거예요? 아직 시작도 안 하셨는데 벌써 관리에 들어가신 거예요?”온다연은 터질듯한 얼굴로 얼른 해명했다.“아... 아니예요!”유강후가 미간을 찌푸리고 이권의 의자를 차며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말이 많다!”이권은 어깨를 으씩이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작은 머리를 숙인 온다연의 귀 끝은 빨갛게 달아올라 거의 피가 날 것 같았다. 유강후를 쳐다볼 엄두가 더 나지 않았고, 심지어 차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이권 님도 좋은 사람은 아니야! 무슨 말을 그렇게

    최신 업데이트 : 2024-06-17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4화

    너무 눈에 띄는 유강후이다 보니 연회홀에 나타나자마자 모든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모든 화제도 그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었다.모든 사람을 훑어본 온다연의 시야에 심미진과 유하령이 잡혔다.심미진의 눈빛이 그녀에게 닿았을 때, 그녀는 당황함과 놀라움으로 가득했고 유하령은 감출 수 없는 악의 가득 찬 눈동자로 그녀를 뚫어질 듯이 쳐다보았다.오늘 이 자리에 유강후화 유재성이 없었다면, 유하령이 달려와 그녀의 뺨을 칠 것임을 온다연은 잘 알고 있었다. 유하령의 옆에는 그녀의 친구들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녀들도 마찬가지로 악의에 찬 눈길로 온다연을 바라보고 있었다.온다온이 고개를 가볍게 늘어뜨리며 뽀송한 이마를 가린 앞머리를 정리했다. 앞머리로 가려 다른 사람이 그녀의 표정을 잘 확인할 수 없게 하고 싶었다.유강후가 강요하지 않았다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불쾌함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유강후가 발걸음을 멈추더니 나지막이 말했다.“내 옆에 앉아.”자리는 지정석이었다. 유강후의 자리는 유재성의 오른쪽이었는데, 그 옆에는 유자성이 앉아 있었다.온다연을 본 유자성이 티가 나게 미간을 좁히며 담담히 말했다.“셋째가 오니, 다연이도 집에 돌아오네.”그가 고개를 돌려 사용인에게 지시했다.“수미 씨, 자리 하나 추가하죠.”진수미는 유씨 가문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용인으로, 유씨 가문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자연히 온다연의 지위도 알고 있었다.그녀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온다연을 쳐다보았지만 여전히 공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가씨가 돌아오셨으니 의자를 하나 추가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제일 끝에 있는 테이블에 착석해 주셔야겠습니다.”말이 끝나자, 유하령과 그녀의 친구들이 입을 가리고 웃기 시작했다.유하령은 혐오스럽지 짝이 없는 경멸의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심미진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더니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일어섰다.“다연아, 잠깐 나 좀 보자.”이내 그녀들은 휴게실로 왔다.

    최신 업데이트 : 2024-06-17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5화

    심미진은 그녀를 노려보았다.“무슨 헛소리야? 내가 아들이라면 아들이지. 계집애를 낳는다면 네가 저주한 거야. 여자는 역시 아들을 낳아야 해. 네가 아들이었다면 네 아버지도 바람피우지 않았을 거고 네 엄마도 죽지 않았을 거야. 이게 다 네 잘못이야. 알아?”“그리고 유하령이 돌아왔는데, 그 애가 너를 때리고 욕하면 참아. 너 같은 말괄량이 계집애는 피부가 거칠어 몇 대 맞았다고 죽지는 않잖아. 절대 소란을 피우지 말아. 그러면 내가 유씨 가문에서 힘들어져.”심미진은 온다연이 요즘 밖에서 어디 사는지, 뭘 먹는지, 돈은 있는지 전혀 묻지 않고 잔소리만 해댔다.온다연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있을 뿐 한마디 반박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잠시 후 휴게실에서 나왔다.나오자마자 온다연은 차가운 시선이 먼 곳에서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고 천천히 걸어가 추가된 걸상에 앉았다.이렇게 큰 테이블에서 모든 사람의 의자가 마호가니 식탁과 세트로 된 것이었고 온다연만 낡은 원형 스툴에 앉았다.그 옆자리는 마침 유하령과 그 친구들이었다.그녀가 앉자마자 극히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강후 씨, 이분이 그날 카페에서 만났던 조카야?”온다연은 그제야 유강후 옆에 앉은 나은별을 발견했다.흰 치마에 검은 머리의 그녀는 청초하고 달콤한 외모에 기품이 있고 교양 있는 모습이 유강후와 잘 어울렸다.그녀는 눈웃음을 지으며 온다연을 바라보았다.“방금 강후 씨 차를 타고 왔어요?”이 말을 듣고 모든 사람이 놀란 눈으로 온다연을 쳐다보았다.유강후는 결벽증이 있어서 자기 방과 차에 아무나 들이지 않는다. 그의 기사와 나은별을 제외하고, 그의 어머니조차 그의 차를 타본 적이 없다.유강후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려는데 온다연이 나지막이 대답했다.“방금 길가에서 삼촌을 만났는데 같은 방향이라 태워 주셨어요.”나은별은 빙그레 웃으며 다정하게 유강후의 팔짱을 끼더니 부드럽게 말했다.“그렇군요. 강후 씨가 결벽증이 심해서 제가 다른 사람과 많이 접촉해

    최신 업데이트 : 2024-06-17

최신 챕터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34화

    술이 준비된 곳으로 걸음을 옮기니, 사람이 조금 뜸했다.진시현은 유강후의 팔을 조심스럽게 놓으며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 우리가 이렇게 있으면 사모님께서 보시고 오해하시는 건 아닐까요?”유강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는 지금까지 잘 해왔어.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오늘 맡은 역할만 제대로 해.”그는 방금 전 험담을 늘어놓던 사람들 쪽을 아주 잠깐 바라보더니 차가운 말투로 덧붙였다.“아까 수군거리던 사람들 찍어서 이권에게 보내서 처리하게 해.”진시현은 즉시 대답했다.“네, 대표님.”그녀가 살짝 고개를 들며 긴장된 표정을 띠었다.“김원도가 왔습니다.”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다시 유강후의 팔을 친밀하게 잡고, 그의 몸에 기댔다.애교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강후 씨, 저 조금 추워요.”유강후는 손짓하자마자 누군가 부드러운 캐시미어 숄을 가져왔다.그는 직접 숄을 집어 들고 진시현의 어깨에 다정하게 걸쳐주었다.그리고 숄을 걸쳐주며 살짝 몸을 기울여, 마치 그녀에게 입을 맞추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조심해. 저 근처에도 몇 명이 있어.”진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낮게 대답했다.“네, 대표님.”그때 김원도가 다가왔다.그는 진시현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유 대표, 이분은 누구지?”유강후는 진시현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김씨 집안 사람이라면 강씨 집안의 휘장을 모를 리가 없겠지. 내 약혼녀야.”김원도는 손가락에 낀 반지를 쓰다듬으며 낮게 웃었다.“유 대표는 정말 복이 많네. 이렇게 아름다운 분이 곁에 있으니 오늘 밤에도 많은 여성분들이 마음 아파하겠어.”유강후는 김원도의 말을 무시한 채, 시선을 그에게서 돌려 방금 막 들어온 다른 남자를 바라보았다.그 남자는 김원도와 닮았지만, 그의 음험한 기운은 전혀 없었다.그는 유강후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원도에게 다가갔다.“형, 형도 여기 있었어?”김원도는 얼굴빛이 변하며 말했다.“김원혁, 네가 왜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33화

    비밀스럽게 진행되었지만, 결국 소문은 새어 나갔고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해 질 무렵, 유강후와 진시현이 뉴월드 호텔에서 모습을 드러냈다.두 사람이 등장하자마자 그 자리는 단숨에 술렁거렸다.유강후는 말할 것도 없이 경원시 전체를 통틀어도 가장 빛나는 존재였다.그는 권력자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인물로, 그의 출현은 곧바로 주목을 끌었다. 연회 주최자인 주경한은 유강후를 보자마자 반갑게 달려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유 대표님,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요즘 많이 바쁘시다고 들었는데, 제 연회에 참석해 주시다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그가 한 발짝 더 다가서며 유강후의 옆에 서 있는 진시현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리고 단번에 그녀의 가슴 위에 달린 블루 사파이어 브로치를 알아차렸다.조명 아래에서, 브로치 가장자리의 Y 모양이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주경한은 이 바닥에서 감각이 빠르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그는 한눈에 이것이 강씨 집안의 여주인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물건임을 알아차리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 이분이 바로 사모님이시군요!”그러나 유강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단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주경한은 이미 소문으로 유강후가 요즘 한 아가씨를 매우 애지중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그녀가 강씨 집안 여주인의 물건을 사용할 정도라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혹시 유 대표님, 곧 결혼이라도 하시려는 건가요?”유강후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곧 합니다.”주경한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그럼 제가 빨리 축의금을 준비해야겠네요.”그는 진시현을 보며 말을 이었다.“온다연 씨 되시죠? 대표님께서 아주 각별히 아끼신다고 들었습니다...”진시현은 유강후를 살짝 바라보았다.그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아니요, 저는 진시현입니다.”주경한은 순간 멈칫했지만, 곧 웃음을 터뜨렸다.“아, 맞다, 진시현 씨. 제가 착각했네요. 두 분, 안으로 들어가시죠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32화

    장화연의 얼굴에는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사모님, 도련님을 믿으셔야 합니다.”그 말은 온다연의 추측이 사실임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온다연의 심장은 순간적으로 꽉 조여들었고, 마치 뒤틀려버린 밧줄처럼 고통스러워 몸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그래서, 정말로 다른 여자와 함께 있다는 거네요.”장화연은 말했다.“이건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사모님과 우림 도련님의 안전과도 관련이 있는 일이에요. 도련님께서는 사모님께서 걱정하실까 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게 하셨지만, 저는 사모님께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온다연의 창백한 얼굴이 점점 더 무서워질 만큼 하얗게 질려가는 것을 본 장화연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누군가 사모님의 안전을 담보로 도련님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 며칠 동안 도련님은 밖에 나가 사모님처럼 보이는 사람을 일부러 꾸며냈어요. 그렇게라도 설명해 드리면 조금은 나아지실까요?”장화연은 유강후 곁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며 그의 모든 행적을 훤히 꿰뚫고 있는 사람이었다.그렇기에 그녀의 말은 묵직한 신뢰를 주었고, 때로는 유강후를 대신해 발언하는 권위도 있었다.온다연은 그런 그녀의 말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그 전화.그녀가 그렇게 오래 들었던 그 전화가 정말 거짓일 수 있을까?온다연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강후 씨의 휴대폰을 다른 사람이 받을 수 있나요?”장화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조용히 말했다.“사모님,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세요. 모든 건 도련님께서 돌아오신 뒤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워낙 복잡하니, 타인들의 이간질에 넘어가지 마세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제가 우림 도련님을 데려오겠습니다. 오늘 밤은 사모님께서 아이와 함께 주무세요.”곧 예쁜 아기가 방으로 안겨 들어왔다.아이가 들어오는 순간, 온다연은 조금이나마 마음이 평온해지는 걸 느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아이의 곤히 잠든 얼굴을 쓰다듬으며, 이마에 부드럽게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31화

    그는 수년 동안 유강후의 곁에서 그의 냉혹한 수완을 지켜보며 살아왔다.하지만 이번만큼은 유난히 매섭고 강렬했다.김씨 집안은 동양국에서 가장 유명한 재벌 중 하나로 손꼽혔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만에 몰락했고,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하고 말았다.이 과정에서 소요된 막대한 자금과 수단, 그리고 상업계에 불어닥친 폭풍우 같은 소란은 평범한 이들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이번 사건은 그가 유강후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인식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그리고 또 한 가지 확실히 깨닫게 했다.앞으로는 정말로 의지할 대상을 찾는다면, 온다연을 선택하는 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거라는 사실을.온다연의 방.장화연은 따뜻한 우유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온다연이 침대 모서리에 웅크린 채 몰래 눈물을 훔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방 안의 부드러운 조명 아래, 온다연의 빨갛게 부은 눈이 뚜렷하게 보였다. 그녀는 분명 울고 있었다.장화연은 우유를 내려놓고 그녀 옆에 조용히 앉았다.“사모님, 도련님이 보고 싶으신 거예요?”온다연은 고개를 저으며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강후 씨가 왜 오늘 오지 않는 거죠? 정말 회사에서 회의 중인 걸까요?”장화연은 따뜻한 우유를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악몽을 꾸셨죠? 이거 마시면 좀 나아질 거예요.”온다연은 우유를 받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강후 씨 오늘 너무 심했어요. 저한테 한 달간 휴학하라고 했어요. 이유는 단지 염지훈이 제 선생님이라는 것뿐인데, 저랑 상의도 없이 제 수업을 멋대로 중단시켰어요.”“원래는 그 사람과 크게 싸우려고 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결혼도 했고, 아기까지 있으니 앞으로는 모든 일을 잘 상의하며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참았어요. 그런데 강후 씨는...”온다연은 침대 시트를 움켜쥐며 낮게 속삭였다.“혹시 다른 여자가 생긴 걸까요? 강후 씨는 다를 거라고 믿었는데, 결국 다른 재벌 자제들과 다를 게 없었네요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30화

    유강후는 온다연이 악몽에 시달린 줄 알고 가슴 아파하며 물었다.“다연아, 악몽 꿨어?”온다연은 가볍게 답하고선 말을 이었다.“다른 여자랑 같이 있는 꿈을 꿨어요.”하루 종일 전전긍긍하던 유강후는 온다연의 목소리를 듣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다른 여자랑 있을까 봐 걱정됐어? 꿈에서도 내 생각뿐이네?”온다연이 물었다.“어디에 있는지 왜 대답 안 해요?”“회사에서 미팅 중이었어. 아마 이틀 동안 바빠서 못 갈 거야. 아이랑 같이 잘 지낼...”“강후 씨.”온다연은 그의 말을 끊었고 곧바로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거짓말하고 있잖아요. 옆에 다른 여자 있죠?”유강후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온다연의 흐느끼는 목소리에서는 그녀의 기분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아까 전화했을 때 다 들었어요. 다른 여자랑...”온다연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유강후는 그녀가 또 악몽을 꾼 줄 알고 걱정된 마음으로 장화연에게 전화를 걸었다.곧이어 핸드폰 너머로 장화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유강후는 초조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지금 당장 다연이가 있는 방으로 가봐. 방금 통화했는데 악몽을 꿨는지 울고 있었어.”장화연이 답했다.“지금 바로 가볼게요.”“일이 복잡해져서 당분간은 못갈지도 몰라. 다연이랑 우림이 잘 돌봐줘. 절대 밖에 나가게 해서는 안 돼.”“알겠습니다.”“차라리 우림이를 옆에 데려다줘. 아이랑 같이 자면 마음이 편해질 거야.”“그럴게요.”장화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어제 경호원을 통해서 들었는데 다연 씨가 나은별 씨를 만났다고 합니다. 아마 그때 안 좋은 얘기를 들었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다연 씨는 힘든 일을 마음속에 담아두는 분입니다. 도련님께 대한 오해가 생겼다면 그 마음을 달래는 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모릅니다. 두 분 어렵게 여기까지 온 만큼 서로에게 그 어떤 오해도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도련님, 나은별 씨가 무슨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29화

    부검 결과 여자는 죽기 직전에 성폭행을 당했고 체내에서 5개의 DNA가 검출되었다.대역은 온다연처럼 보이기 위해 평소 그녀가 입는 것과 똑같은 옷을 입었다.유강후는 온다연과 매우 닮은 그 얼굴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멘탈이 무너졌다.아주 잠깐이었지만 그는 내면 깊숙이 잠재되어 있던 공포과 패닉을 느꼈다.만약 죽은 사람이 정말 온다연이라면 유강후는 자신이 어떤 미친 행동을 저지를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전례 없는 살인 충동이 밀려왔고 그는 김원도와 김씨 가문의 뼈까지 가루로 만들리라 다짐했다.위험하고 불안함 밤이 시작되었다. 수십 대의 헬기와 수많은 경찰이 동시에 파견되어 한옥 주변의 모든 곳을 샅샅이 수사했다.하지만 효과는 미미했고 전문 킬러라서 그런지 어떤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유강후는 한옥에 들어온 이후로 밖에 나가지 않았다.그럼에도 여전히 누군가 그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보내왔다.사진에 찍힌 사람은 그와 진시현인데 얼굴 정면이 아주 선명하게 찍혔다.실리콘 가면을 쓴 진시현의 얼굴은 온다연과 똑같았다.이건 과시가 아니라 경고다.말할 것도 없이 유강후는 단번에 사진을 보낸 사람이 누군지 알아챘다.김원도는 언제든지 죽일 수 있으니 사진 속의 여자를 잘 지키라고 선포하는 거나 다름없다.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른 유강후는 외투를 옆으로 던져놓고 다시 소파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이권은 진시현에게 차 한 잔 타오라고 시켰다.“도련님,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다연 씨는 안전하니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그쪽으로 이동하는 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그는 홍차를 유강후에게 건넸다.“며칠 동안은 외출을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통화도 줄이시고요. 현재로서는 모두가 안전하는게 가장 중요합니다.”이권의 말이 매우 일리가 있고 사실이지만 유강후는 귀에 거슬렸다.한편으로는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기도 했다. 김원도 한 명으로도 충분히 혼란스러운데 똑같은 인간이 여러 명이 나타났다면 온다연을 지켜줄 수 있을까?걱정은 자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28화

    온다연과 매우 흡사해 보이는 여자가 그들에게 공순하게 인사하며 말을 건넸다.“대표님, 방금 전화가 여러 통 왔는데 이 비서님이랑 안에서 회의 중이셔서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유강후는 곧바로 핸드폰을 확인했고 그곳에는 온다연이 걸어온 부재중전화가 찍혀있었다.한 시간 전에 걸려 온 전화였다.유강후는 시간을 확인했고 지금은 새벽 3시 45분이다.이때 이권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다연 씨가 도련님이 보고 싶은가 봐요.”줄곧 정색하던 유강후는 그제야 표정이 조금 풀렸고 곧바로 온다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핸드폰은 꺼져있었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옷걸이에서 코트를 빼내더니 곧장 밖으로 걸어갔다.이때 이권이 말렸다.“도련님, 안 됩니다. 저희를 지켜보는 시선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지 않습니까. 다연 씨 쪽은 안전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장 집사도 옆을 지키고 있으니 안심하세요.”“우림 도련님도 그쪽으로 보냈습니다. 도련님이 옆에 계시니 다연 씨의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을 겁니다.”유강후는 입술을 깨물었고 눈빛에 드러난 분노와 원망은 점점 더 짙어졌다.‘김원도, 내 손으로 널 죽여버릴 거야.’금융위기가 닥쳤을 때도 유강후는 전혀 긴장하지 않았고 결코 발을 빼거나 물러선 적이 없었다.그런데 이제는 김원도 때문에 피하는 신세가 되었다.게다가 아내와 아이의 목숨으로 위협하고 있으니 섣불리 행동할 수가 없었다.‘죽여버릴 거야.’물론 김원도도 좋은 날만 보낸 건 아니다.불과 한 달 만에 미래그룹은 김씨 가문의 시장 점유율 70%를 먹어 치웠고 김신 그룹은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인지도가 조금이라도 있는 기업이라면 미래 그룹과 김신 그룹이 대치 상황이라는 걸 눈치챘기에 아무도 섣불리 김신 그룹의 손을 잡지 않았다.김신 그룹의 주가는 한순간에 폭락하였고 보름도 채 안 되어 시가총액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그뿐만 아니라 동양국의 다른 가문에서는 김씨 가문의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더불어 김원도의 아버지는 자신에게 혼외 자식이 두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27화

    두 경호원은 온다연의 신분을 알고 있었고 더욱이 그녀가 유강후의 목숨과도 다름없다는 사람인 걸 알기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사모님.”집에 돌아와 보니 장화연도 있었다.게다가 아이를 데리고 함께 이곳으로 왔다.온다연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최근에 공부하느라 바쁜 데다가 저녁에는 유강후와 함께 시간을 보냈으니 며칠 동안 아이에게 다가갈 틈이 없었다.온다연은 유강후가 왜 그녀와 아이를 이곳에 데려왔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장화연은 한옥의 인테리어를 바꾸려고 하는데 페인트 냄새가 아이한테 안 좋을 것 같아 이곳에 잠깐 머무는 거라고 설명해 줬다.비록 의심이 들었지만 별생각은 하지 않았다.사실 아이가 옆에 있다면 어디에서 지내던 그녀에게는 똑같았다.온다연은 아이가 잠들 때까지 놀아줬고 늦은 시간이 되었지만 유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한편으로는 유강후가 제멋대로 휴학 신청을 한 게 너무 화가 났다.염지훈이 교수로 온 게 온다연의 잘못도 아닌데 왜 갑자기 수업을 못 듣게 하냐는 말이다.생각하면 할수록 터무니없고 불합리한 결정이다.그러다가 잠이 든 온다연은 잠결에 옆을 만졌고 텅 비어 있는 느낌에 공허함이 밀려와 괴로웠다.온다연은 핸드폰을 꺼내 유강후와의 카톡 대화창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진지하게 얘기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고민 끝에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여러 번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네 번째 시도를 했을 땐 통화가 연결됐으나 들려오는 건 여자의 목소리였다.온다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환청이 들리는 건가 싶어 귀를 의심했다.“누구세요?”그러자 전화가 바로 끊겼다.온다연은 굴하지 않고 다시 걸었지만 유강후는 받지 않았다.숨이 막혀온 온다연은 잘못 들은 거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다시 한번 걸었을 때 통화가 연결됐고 이상한 기계음이 흘렀다.그러고선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선명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희미한 남자의 목소리는 유강후가 틀림없다.그들이 나눴던 사랑처럼 핸드폰 너머로는 서로에게 엉켜있는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26화

    온다연은 나은별의 손을 뿌리치고 뒤돌아 그녀의 얼굴을 노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사랑하는 사람이 살아있다면 기뻐해야 하지 않나요? 왜 은별 씨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죠?”온다연은 유강후가 설명해 줬던 당시의 상황과 더불어 문득 이상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평소 안전하기로 소문난 바다였는데 왜 갑자기 상어가 나타나 인간을 공격했을까?온다연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나은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그 사람이 살아있는 걸 원하지 않나 봐요? 아니면 그 죽음이 은별 씨와 연관이 있는 건가?”사실 모든 건 온다연의 추측에 불과했는데 나은별은 생각지도 못한 반응을 보이더니 손을 들어 그녀를 때리려고 했다.온다연은 단번에 팔을 뻗어 나은별의 손목을 잡았고 동시에 따귀를 날렸다.뺨 때리는 소리가 울리자 룸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나은별은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로 사악한 눈빛을 드러냈다.“재민이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어떻게 그 죽음이 저랑 연결됐다고 얘기할 수가 있죠? 심보가 고약하니까 이런 터무니없는 추측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거예요. 마음 좀 곱게 먹으세요.”온다연은 피식 보고선 태연하게 말했다.“사랑하는 사람?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면 그 타이밍에 강후 씨와 결혼하려고 발악했을까요?”“처음부터 은별 씨는 한재민을 좋아한 게 아니잖아요. 단지 뱃속에 있는 아이한테 그럴듯한 아빠를 찾아주고 싶었던 게 아닌가?”온다연은 말하면서 무심코 소이섭을 쳐다봤다.그런데 뜻밖에도 소이섭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온다연, 또 헛소리하면 내가 너 가만두지 않을 거야.”소이섭이 화를 내며 온다연을 향해 손을 뻗었다.다행히 경호원이 다가와 소이섭의 손목을 잡으며 경고했다.“미리 충고드리는데 그쪽은 저한테 상대가 안 됩니다. 정말 사모님을 때리실 겁니까?”유강후의 경호원은 하나같이 특전사에 버금갔기에 소이섭은 본인이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할 수 없이 그저 온다연을 째려보며 말했다.“은별이는 지금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어.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