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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Author: 손이영
온다연은 더 긴장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말까지 더듬었다.

“아니에요. 거짓말 아닌데요.”

그녀가 한 말은 사실이다. 온다연이 13살 때부터 심미진은 그녀를 거의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가 아프다는 일을 언급하지 말든지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사실 유하령이 온다연의 배를 찰 때 심미진은 아마 내장을 다쳤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심미진은 온다연에게 4만 원을 주면서 스스로 진료소를 찾아가 보라고 했다. 그리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 후, 온다연은 유씨 저택에 거의 돌아가지 않았고 심미진에게 자기가 괴롭힘을 당한 일도 말하지 않았다.

게다가 3년 전 유강후와 그 일이 있고 난 뒤 유하령은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온다연을 더욱 미워하게 되었다.

유하령은 그녀의 머리채를 뽑고 뺨을 때리고 밥에 압정을 넣고 침대에 작은 동물까지 던졌다. 게다가 몇 번은 깡패들을 찾아 그녀를 골목에 틀어박고 죽을 때까지 때렸다. 그러면서 온다연의 내장은 더 심하게 다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녀가 이렇게 된 것은 유강후와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에 온다연의 눈은 더 아래로 처졌고 도시락을 쥔 손도 가볍게 떨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던 유강후는 잡고 있는 그녀의 턱을 놨다. 그러자 온다연의 얼굴에는 선명한 손자국이 생겼다.

피부가 이렇게 부드럽다고?

유강후의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그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연아, 나는 누가 나한테 거짓말을 하는 게 제일 싫어.”

그러자 온다연이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삼촌, 저 거짓말 안 했어요.”

그렇게 말하며 온다연은 손을 앞으로 옮기면서 도시락으로 유강후의 손목을 스쳤다.

그러자 도시락의 뜨거운 온도에 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온다연의 손바닥을 보자 이미 빨갛게 덴 것을 발견했다.

화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도시락이 이렇게 뜨거우니 분명 엄청 아팠을 것이다.

유강후의 눈빛은 더 차가워졌고 턱선은 더 날렵해졌다.

“다연아, 안 아파? 아니면 아픈 걸 잘 참는다고 생각해?”

그러면서 유강후는 빨갛게 덴 그녀의 손바닥을 지그니 눌렀다. 그러자 온다연은 황급히 손을 움츠리고 고개를 숙인 채 유강후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유강후는 이를 갈며 말했다.

“대답해!”

온다연의 목소리는 모기처럼 가늘었다.

“안... 안 뜨거워요.”

이때 갑자기 유강후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온다연을 한 번 째려보았지만 결국 전화를 받았다.

“소이섭?”

방은 조용했고 핸즈프리를 누르지 않았는데도 온다연은 대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빨리 와. 은별이가 이상해.”

“알았어.”

유강후는 전화를 끊고 온다연을 쳐다봤다. 그 각도로 보면 그녀의 작은 두상과 귀연운 두 귀가 마침 보였다. 왠지 사람을 끌리게 했다.

그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조금 있다가 돌봐줄 사람이 올 거야.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아주머니한테 말해. 하지만 어제처럼 다시 도망치면 내가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

온다연은 침대 시트를 꽉 붙잡고 나지막이 말했다.

“어제 도망치지 않았어요. 정말...”

“온다연!”

유강후는 갑자기 목청을 높였다.

“내가 말했지! 내 앞에서 거짓말하지 말라고.”

온다연은 깜짝 놀라 몸을 뒤로 움츠렸다. 그녀는 자기 유강후를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지금 한 번 더 깨달았다.

그녀가 아무리 유씨 가문 사람을 싫어해도 감히 유강후는 싫어할 수가 없었다. 너무 두려워서 감히 그런 마음을 품기도 두려웠다.

온다연의 당황한 얼굴을 본 유강후는 미간을 약간 찡그리며 차갑게 말했다.

“쉬고 있어. 저녁에 보러 올게.”

저녁에 또 온다고?

온다연은 다급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삼촌. 은별 씨 곁에 있으세요. 저는 괜찮아요.”

유강후의 표정은 복잡했다. 하고 싶은 말을 참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온다연을 잠시 쳐다보더니 의자 위에 있는 양복 재킷을 가지고 떠났다.

유강후가 떠나자 온다연은 마치 중형수가 사형 면제를 받은 것처럼 기분이 홀가분해졌고 공기마저 맑아지는 듯했다.

그녀는 간호사를 찾아 충전기를 빌리고 핸드폰을 켰다.

그러자 임혜린의 부재중 전화와 그녀가 보낸 수십 통의 문자를 발견했다.

온다연은 서둘러 임혜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연아, 어젯밤 어디 갔어? 전화도 안 되고 문자도 답장 안 하고. 너무 걱정했잖아.”

“어젯밤 술을 마시다가 삼촌을 만나서 같이 집에 왔어.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자동으로 꺼졌어.”

“삼촌? 넌 이모밖에 없잖아. 삼촌은 또 누군데?”

온다연은 임혜린에게 진실한 가정 상황을 말한 적이 없다. 심미진이 유자성과 재혼한 여자라는 말을 한 적도 없고 단지 이모와 함께 산다고만 말했다.

그래서 임혜린은 온다연의 부모님이 안 계시고 이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친삼촌이 아니라 이모부의 동생분이야.”

임혜린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 알아? 어젯밤 어떤 대단한 분이 우리 학교 여학생이 술 시중을 드는 일에 대해 화를 버럭 냈대. 교장 선생님이 겁을 먹고 바지에 오줌을 쌀 뻔했대. 그 대단한 분이 도대체 누구지? 그 사람 한마디에 학교 선생님들이 이렇게 벌벌 떨다니.”

온다연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혹시 유강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유강후는 조용하게 일을 처리하고 더욱이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않는데 어떻게 학교에서 누가 술을 마시는지 이런 일에 참견할 수 있겠는가? 온다연은 유강후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임혜린이 말했다.

“아, 참. 유하령이 돌아왔어. 다연아, 너라아 유하령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걔가 왜 자꾸 너를 귀찮게 해? 빨리 졸업해서 그 계집애를 멀리 해.”

유하령은 혼자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러자 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유하령이 돌아오면 온다연은 계속 입학 면제권을 지킬 수 있을까?

온다연이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을 때 이미 차가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임혜린과 몇 마디 나누다가 누군가가 병실로 들어왔다.

40대 초반의 여자였고 평범한 몸매에 TV에서 자주 보는 집사 옷을 입고 있었다. 단정하게 머리를 묶었고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그녀는 쇼핑백을 온다연에게 건네며 말했다.

“다연 아가씨, 이건 도련님이 다연 씨에게 드리라는 옷입니다. 어울리는지 입어보세요.”

온다연은 쇼핑백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치마 두 벌과 속옷 두 벌이 들어 있었다. 속옷을 보자 그녀의 얼굴은 후끈 달아올랐다. 하나는 레이스가 달린 옅은 파란색의 면 소재의 속옷이었고 다른 하나는 하얀색 레이스에 꽃무늬가 있는 속옷이었다.

모두 소녀다운 스타일이고 디자인이 깔끔하고 예뻐서 온다연의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유강후가 이걸 샀다는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유강후가 설마 직접 이걸 골랐을까? 그럼 이 옷들을 모두 만졌겠네? 그럼 이 옷에 그의 냄새가 묻었을까?

온다연은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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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하게도 차를 바로 문 앞에 세워 차에 오른 후, 다연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운전기사는 여전히 이권이었고, 유강후와 온다연은 뒤쪽에 앉아 있었다.돌아가는 내내 유강후는 컴퓨터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는데, 차 안에는 그의 타자 소리만 울리고 있었다.온다연은 차 문에 붙어서 유강후와 최대한 떨어지려고 노력했다. 제한적인 공간에서 차 문안에 들어간다 해도 그와의 거리는 2미터가 되지 않았다.유강후 옆에 앉은 온다연은 손에서 땀이 나며 그를 쳐다보지도, 말을 걸지도 못했다.얼마나 지났을까, 유강후가 컴퓨터를 넣으며 그녀를 흘깃 쳐다보았다.“그렇게 붙어있는 거 안 불편해?”하는수 없이 온다연은 힘을 풀고 치맛자락을 잡으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했다.“삼촌, 앞으로 이렇게 비싼 옷은 사지 않으셔도 돼요.”유강후가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얼마면 안 비싼 건데?”온다연이 고개를 숙인 채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생트집을 잡는 것처럼 느껴져 방금 전 한 말을 후회하고 있었다.어색한 와중에, 앞에 있던 이권이 분위기를 풀었다.“다연 아가씨, 셋째 도련님과 함께 계시면 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돼요. 아가씨 같은 분이 몇 분이 되든 다 먹여 살릴 수 있어요. 굶은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온다연은 얼굴을 붉혔다. 아까는 이 남자가 얼마나 돈이 많은 남자인지 한순간 깜빡했다. 이 상황이 더 어색하게 느껴졌다.이권이 계속 말을 이었다.“아니면 셋째 도련님 지갑 걱정하시는 거예요? 아직 시작도 안 하셨는데 벌써 관리에 들어가신 거예요?”온다연은 터질듯한 얼굴로 얼른 해명했다.“아... 아니예요!”유강후가 미간을 찌푸리고 이권의 의자를 차며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말이 많다!”이권은 어깨를 으씩이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작은 머리를 숙인 온다연의 귀 끝은 빨갛게 달아올라 거의 피가 날 것 같았다. 유강후를 쳐다볼 엄두가 더 나지 않았고, 심지어 차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이권 님도 좋은 사람은 아니야! 무슨 말을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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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눈에 띄는 유강후이다 보니 연회홀에 나타나자마자 모든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모든 화제도 그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었다.모든 사람을 훑어본 온다연의 시야에 심미진과 유하령이 잡혔다.심미진의 눈빛이 그녀에게 닿았을 때, 그녀는 당황함과 놀라움으로 가득했고 유하령은 감출 수 없는 악의 가득 찬 눈동자로 그녀를 뚫어질 듯이 쳐다보았다.오늘 이 자리에 유강후화 유재성이 없었다면, 유하령이 달려와 그녀의 뺨을 칠 것임을 온다연은 잘 알고 있었다. 유하령의 옆에는 그녀의 친구들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녀들도 마찬가지로 악의에 찬 눈길로 온다연을 바라보고 있었다.온다온이 고개를 가볍게 늘어뜨리며 뽀송한 이마를 가린 앞머리를 정리했다. 앞머리로 가려 다른 사람이 그녀의 표정을 잘 확인할 수 없게 하고 싶었다.유강후가 강요하지 않았다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불쾌함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유강후가 발걸음을 멈추더니 나지막이 말했다.“내 옆에 앉아.”자리는 지정석이었다. 유강후의 자리는 유재성의 오른쪽이었는데, 그 옆에는 유자성이 앉아 있었다.온다연을 본 유자성이 티가 나게 미간을 좁히며 담담히 말했다.“셋째가 오니, 다연이도 집에 돌아오네.”그가 고개를 돌려 사용인에게 지시했다.“수미 씨, 자리 하나 추가하죠.”진수미는 유씨 가문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용인으로, 유씨 가문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자연히 온다연의 지위도 알고 있었다.그녀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온다연을 쳐다보았지만 여전히 공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가씨가 돌아오셨으니 의자를 하나 추가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제일 끝에 있는 테이블에 착석해 주셔야겠습니다.”말이 끝나자, 유하령과 그녀의 친구들이 입을 가리고 웃기 시작했다.유하령은 혐오스럽지 짝이 없는 경멸의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심미진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더니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일어섰다.“다연아, 잠깐 나 좀 보자.”이내 그녀들은 휴게실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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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90화

    안윤희는 옆 거실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그러고선 밝은 미소를 지으며 안심에게 다가갔다.“이모, 저는 이모부랑 강 대표님에게 차 한잔 가져다드릴게요.”그 시각 안심은 방금 손에 넣은 핑크색의 다이아몬드 팔찌를 온다연에게 채워주며 끊임없이 예쁘다고 칭찬했다.그녀는 안윤희의 목소리를 듣고선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대뜸 물었다.“윤희야, 이거 어때? 유나한테 너무 잘 어울리지?”안윤희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그대로 얼어붙었다.그녀는 이 팔찌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건 동국 왕비가 차던 팔찌였는데 불과 얼마 전 경매에 나와 70억의 고가에 낙찰되었다.모든 여자의 로망이라고 불리는 팔찌를 안심이 갖고 있는 것조차도 놀라운데 평범한 선물인양 딸에게 건네는 그 모습을 보고 질투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안윤희는 진유나만 없다면 이 모든 게 본인의 소유라고 생각했다.‘왜 갑자기 나타나서 내 앞길을 막는 거야.’‘차라리 그냥 확 죽어버리지...’안윤희는 애써 미소를 유지했다.“유나는 이모 닮아서 예쁘잖아요. 뭘 차든 다 잘 어울려요.”그 말을 들은 안심은 기분이 좋아진 듯 고개를 들어 안윤희를 바라봤다.“아참, 경매에 사파이어 귀걸이도 나왔어. 너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한 쌍 샀는데 집사님한테서 가져가.”안윤희는 눈을 내리깔았다.“고마워요, 이모. 저는 차 우리러 갈게요.”‘고작 사파이어 귀걸이로 내가 물러날 것 같아?’‘이거 받고 떨어지라는 느낌인가?’안윤희는 반드시 그녀가 소유했던 모든 것을 되찾기로 결심했다.그 시각 작은 거실. 진수현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강 대표님,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말도 없이 청혼이라뇨?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 아닌가요?”유강후는 공손한 태도를 유지한 채 태연하게 말했다.“유나 씨에게 드리는 선물입니다.”진수현은 버럭 화를 냈다.“장난도 정도껏 해야죠,”그는 문 쪽을 힐끗 보고선 다시 목소리를 낮췄다.“유나는 아직 모르니까 당장 그 지저분한 것들을 정리해서 가져가요. 괜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89화

    ‘그러니까 하루 종일 날 속였다는 거야?’‘아니, 설마 며칠 동안 속인 건가?’온다연은 최근 들어 지루 할때마다 유강후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봤다. 온갖 보기 싫은 자세를 취하기도 했고 방에 아무도 없을 땐 옷을 갈아입기도 했다.‘설마 다 지켜보고 있었던 거야?’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에 온다연은 눈물을 글썽이며 울먹였다.“강 대표님, 사실 며칠 전부터 다 보였죠? 날 속이는 게 재밌어요?”눈물을 그렁이는 그녀의 모습에 유강후는 가슴이 아팠다. 그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선 손을 뻗어 온다연의 눈물을 닦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울지 마요. 전보다 좋아진 건 사실이지만 아직 다 보이는 건 아니에요.”온다연은 그 말을 전혀 믿지 못하는 듯 유강후의 손을 뿌리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우리 친한 사이 아니잖아요. 함부로 제 몸에 손대지 마세요.”때마침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이권이 밖에서 다급하게 외쳤다.“도련님, 회장님이랑 사모님께서 병문안 오셨습니다.”진수현과 안심이 찾아왔다.온다연은 재빨리 옷을 정리하고 눈물을 닦았다. 그녀가 창턱에서 뛰어내리려고 하자 유강후는 재빨리 다가가 그녀를 안았다.갑작스러운 행동에 온다연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 우리 가족들이 왔잖아요.”유강후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제 막 입을 열려고 하자 온다연은 잽싸게 선방을 날렸다.“강 대표님, 저한테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지만 가족들 앞에서는 티 내지 마세요.”온다연은 멈칫하다가 말을 이었다.“저 다음 달에 약혼해요. 오늘은 강 대표님과 만나는 마지막 날이 되겠네요. 앞으로 다시는 만나지 맙시다.”약혼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유강후는 표정이 어두워졌고 왠지 모를 살의가 느껴졌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꽉 쥔 주먹에는 서서히 핏줄이 튀어 올랐다.진씨 가문의 정보를 알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니 조금씩 단서를 얻었다.온다연은 정말 이곳에 약혼자가 있었다.그리고 그 상대의 성은 박, 이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88화

    솔직히 말해서 온다연은 자신이 예전에 그를 짝사랑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유강후는 평범한 잘생김이 아니라 미친 듯이 잘생겼다. 수많은 여자들이 그의 뒤를 쫓아다녔다 한들 전혀 이상할게 없는 것처럼 말이다.자신의 짝사랑 상대가 그였다면 싫을 건 없었다.하지만 이제는 안된다. 곧 약혼하게 될 사람으로서 낯선 남자와 거리를 유지하는 게 올바른 행동이다.사실 그들의 관계는 이미 선을 넘고 있었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온다연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이때 등 뒤로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한숨을 쉬는 거예요?”온다연은 그제야 유강후가 뒤에 서 있었다는 걸 알아챘다.당황한 그녀는 재빨리 몸을 피하다가 유강후의 단단한 가슴에 머리를 부딪혔다.유강후는 건장한 몸으로 그녀를 감쌌고 온다연은 순식간에 그의 그림자 속에 파묻혔다.때마침 붉은빛 노을이 두 사람 위로 늘어졌고 어느새 그들 사이에는 모호한 분위기가 맴돌았다.마치 평생 서로에게 얽혀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말이다.마음이 심란해진 온다연은 입술을 깨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강 대표님, 솔직히 이제 다 보이는 거죠?”유강후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는 말을 덧붙였다.“됐어요. 어차피 보이든 말든 상관없거든요. 내일부터 저는 오지 않을 겁니다. 최고의 간병인을 보내줄 테니 몸조리 잘하세요.”유강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온다연을 바라봤다. 부드러운 입술 위에 있던 점은 그녀에게 물려 하얗게 변했다.유강후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입술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온다연, 내 허락 없이 이렇게 깨물면 안 된다고 했잖아.”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동시에 얼어붙었다.온다연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예전 이름에 대해서 알고 있네요?”염지훈과 진수현이 얘기해준 적이 있어서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온다연인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신국에 온 이후로 그 이름을 부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강 대표가 이를 알고 있는 게 의아했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87화

    하지만 3년 동안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낸 후, 더 이상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지 않았다.그저 온다연이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고 눈앞에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안도감을 느꼈다. 딱 한 번만 안아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밀려왔지만 참아야만 한다.만약 온다연이 어느 날 모든 기억이 돌아왔다면, 비참했던 자신의 과거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그녀의 용서를 얻어야 할지 몰랐다.결국 모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건 현재로서는 시간이 유일하다.온다연은 아무 말 없는 유강후를 바라봤다. 아직 그리움 속에서 허덕이는듯한 그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져 숨이 막혔다.“강 대표님이 사랑하는 그분... 저랑 많이 닮았나요?”‘그렇게 많이 닮았나? 눈만으로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네.”그 한 글자에는 유강후의 진심이 담겨있었다.이미 예상한 반응이었지만 온다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고통스러운 느낌이 밀려와 너무 괴로웠다.‘얼마나 사랑하면 눈만으로도 알아볼 수 있는 걸까?’온다연은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불끈 쥐었다.최소 두 달은 걸릴 줄 알았는데 유강후는 예상보다 비교적 빨리 회복되었다.그의 상태를 들은 곽혜진은 또 이상한 약을 보내왔다. 유강후는 이를 복용했고 둘째 주에 곧바로 시력을 회복했다.다만 온다연의 얼굴을 똑똑히 보게 된 뒤로는 그녀와 헤어지는 게 아쉬워 못 보는 척 연기를 이어갔다.제일 고생하는 건 그의 연기에 맞춰야 하는 주변 사람들이다.때마침 이권이 서명할 서류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병실 문을 열어보니 유강후가 침대에 기대어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를 뚫어져라 지켜보는 모습이 보였다.그가 다가서자 유강후는 곧바로 싸늘한 눈빛과 무언의 압박을 보냈다.‘나가.’하지만 지금 당장 서명해야 될 중요한 서류였기에 물러설 수가 없었다.이권은 중요한 사항이라며 여러 번 손짓했지만 유강후는 그를 무시한 채 침대에서 내려와 온다연에게 다가갔다.온다연은 창틀에 기대어 멍하니 바깥 바다를 바라봤는데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86화

    얼굴은 물론이고 손까지 화상을 입은 듯 뜨거워지자 온다연은 대뜸 눈을 부릅뜨며 유강후를 밀어냈다.“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유강후는 태연하게 답했다.“이렇게 부축하면 오히려 제가 더 불편해요. 그냥 손잡고 가는 게 훨씬 나을 거예요.”그 말을 끝으로 유강후는 정확하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온다연은 그가 안 보이는 척 연기하는 건가 싶어 손을 들어 유강후의 눈앞에서 흔들었다.그러자 유강후는 그녀의 다른 한 손까지 잡고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형체 정도는 보이니까 흔들 필요 없어요. 아직 완전히 눈이 먼 수준은 아니거든요.”온다연은 예상치 못한 그의 반응에 민망함이 밀려와 곧바로 그를 끌고 식탁으로 향했다.진씨 가문의 셰프는 한국인이었다. 유강후는 음식들이 입맛에 맞는지 삼계탕을 두 그릇이나 비웠다.온다연은 옆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그를 지켜봤다.‘먹을 때는 꽤나 우아한데 왜 매번 행동은 제멋대로 하는 거지?’그녀는 유강후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뚫어져라 쳐다봤다.‘잘생긴 건 인정. 그런데 뭔가 제정신이 아닌 느낌이랄까?’참다못한 유강후가 그릇을 내려놓고 어이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언제까지 쳐다볼 거예요?”온다연은 그제야 자신이 실례를 범했다는 걸 깨달았지만, 곧바로 반박했다.“안 보인다면서요? 제가 강 대표님을 지켜보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유강후의 말투에는 애정이 묻어났다.“앞이 안 보여도 유나 씨가 계속 저를 쳐다보고 있는 건 느껴져요. 본능적으로 그냥 느낌이 온달까?”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온다연은 괜스레 당황함을 감췄다.“계속 안 봤거든요?”그녀는 시계 상자를 꺼내 유강후에게 건넸다.“선물이에요.”유강후는 상자를 더듬다가 열어보더니 안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촉감에 뭔가를 알아챘다.“시계?”그러자 온다연은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그림을 선물했잖아요. 저도 답례를 해야될 것 같아서 준비했어요. 선물만 꿀꺽하는 파렴치한 사람은 아니거든요.”유강후는 다이얼을 만져보며 무브먼트가 움직이는 소리에 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85화

    유강후는 흠칫하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왜 그렇게 생각해?”그러자 이권이 답했다.“솔직히 돌봐달라고 얘기했을때 충분히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이잖아요. 싫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간병인을 보냈어도 되는데 직접 오겠다고 하는 걸 보면 본능적으로 도련님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입니다.”유강후는 그제야 기분이 조금 풀렸으나 여전히 동국 왕자가 신경 쓰였다.‘세기말 감성도 아니고 뭔 왕자야. 어이가 없네. 다연이한테 딴마음 품으면 죽여버릴 거야.’곰곰이 생각하던 유강후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집사가 방금 얘기한 동국 왕자, 설마 연씨 가문 후계가 중 한 명이야?”이권이 답했다.“연시온 씨입니다.”유강후는 여전히 쌀쌀맞았다.“그 사람이었구나. 유능한 건 맞는데 연씨 가문에는 후계자가 될 후보가 너무 많아서 아마 순위에도 못 들 거야. 가서 경고해. 다연이한테 치근덕거리면 연씨 가문의 후계자에서 제명해 버린다고.”“아시다시피 말레이시아 해상 유전 개발업체는 현재 저희와 연씨 가문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연씨 가문에서는 차기 후계자로 연시온 씨를 지명했고 이번 유전 개발 관련한 모든 사항도 전적으로 그분이 책임지고 있습니다.”이권은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신국의 사업과 투자보다 훨씬 큰 유전이기에 그래서 당분간은 미움을 사지 않는 게 좋을듯합니다.”앞이 안 보일 뿐 유강후의 예리한 통찰력은 변함없었다.“잠깐만, 이건 처음부터 다연이를 위해서 준비한 프로젝트였잖아. 그럼 앞으로 다연이가 연시온이랑 컨택한다는 말이야? 내가 왜 이런 멍청한 짓을 했지?”“연시온에게 다른 일거리를 던져줘. 그럼 연씨 가문에서 어쩔 수 없이 프로젝트 담당자를 바꿀 거야. 이런 사소한 일에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아.”이권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연씨 가문의 세력도 만만치 않거든요.”유강후는 싸늘하게 답했다.“로운한테 맡겨. 정 안 되면 연씨 가문의 주식을 우리가 먹어 치우고 내가 직접 하면 되잖아.”“말레이시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84화

    “이 집사님, 저희 대표님이 지금 앞이 안 보여서 많이 예민해요. 말이 거칠어도 너그럽게 양해해 주세요.”이권은 두툼한 가죽 가방을 꺼내 집사에게 건넸다.이를 본 집사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아이고, 전 이런 거 못 받습니다. 강 대표님한테 그 어떤 불만도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이권은 가방을 강제로 그의 손에 쥐여주며 태연하게 말했다.“실은 이 집사님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집사는 여전히 받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돕겠습니다.”“일단 이것부터 받으시죠. 큰 부탁을 하려는 건 아닌데 부담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이 집사님한테는 쉬운 일입니다.”“어떤 부탁을 하시려는 거죠? 최대한 돕겠습니다.”이권은 병실 문을 힐끗 쳐다보고선 나지막이 말했다.“알다시피 저희 대표님이 최근에 실명해서 기분이 안 좋은 편이에요. 다름이 아니라 유나 씨에 관련한 일인데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 제가 봤을 땐 저희 대표님이 유나 씨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거든요.”집사는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보였다.사실 진유나는 너무 아름다워서 그녀를 보는 사람마다 사랑에 빠지곤 했다. 그러니 오아시스 그룹의 대표를 사로잡는 것도 이상할 게 없는 일이다.“유나 씨가 동국 왕자랑 저녁을 먹는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기분이 언짢아졌거든요. 어떻게 보면 집사님도 저랑 같은 일을 하는 입장이라 충분히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 같은 사람이 중간에서 비위를 맞추는 게 제일 힘들잖아요.”“그래서 말인데, 유나 씨에 대해서 뭔가를 알려줄 수는 없을까요?”집사는 기겁했다.“안 됩니다. 회장님이 알게 되면 전 죽은 목숨입니다.”그러자 이권이 차분하게 타일렀다.“대표님은 이성으로 유나 씨를 좋아하는 거예요. 진씨 가문에 대한 정보는 전혀 궁금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단지 유나 씨가 연애할 생각은 있는지, 아니면 결혼 계획은 있는지에 대해 궁금한 거예요.”“만약 두 분이 잘된다면 이 집사님은 분명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83화

    온다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선 손에 시계 상자를 든 채 쏜살같이 달아났다.진씨 가문 저택의 접대실.진수현은 동국에서 온 귀한 손님들과 함께 내년 협력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동국은 작은 크기에 비해 해상 자원이 풍부해서 가장 중요한 국제 항로와 해협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했다.진씨 가문과는 오랜 세월 협력해 왔고 매우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오늘 온 사람은 동국의 미래 황실 후계자인 연시온이다. 그는 대범하고 유능하기로 소문이 자자했기에 진수현도 가문의 후계자를 그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다.안으로 들어선 온다연은 메인석에 앉아 있는 진수현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뭇사람들을 보았다.그녀가 들어서자 진수현은 흐뭇한 얼굴로 손짓했다.“여긴 내 딸이자 미래 진씨 가문의 후계자가 될 진유나예요. 인사들 나눠요.”연시온은 온다연을 보자마자 두 눈이 반짝였다.온다연은 하늘색 원피스를 입었는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 하나 걸치지 않았다. 심지어 화장도 안 했는데 그 얼굴과 분위기는 미인대회 우승자보다 더 아름다웠다.특히 그녀의 하얀 피부는 뒤로 넘긴 검은 머리카락과 대조되어 유난히 더 반짝였다.연시온은 멍하니 눈을 깜빡이며 자신의 심장박동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진씨 가문에서 후계자를 찾았다는 얘기는 이미 소문이 퍼졌다. 하지만 진수현 부부에게 꽁꽁 감춰져 그동안 아무도 후계자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한때 동남아 일대에서는 남 보기 부끄러울 정도로 얼굴이 훼손되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거라는 루머가 돌았다.그러나 현실은 존재만으로도 사람을 매료시키는 미모의 여인이었다.안심의 복제판인 수준이다.외모로만 따졌을 땐 안심이 훨씬 더 뛰어났지만 진유나에게서는 소유하고 싶다는 치명적인 매력이 느껴졌다.단언컨대 승부심이 강한 남자라면 이런 여자에게 승부욕을 느끼기 마련이다.온다연은 연시온의 시선이 너무 부담스러웠지만 예의상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협상이 절반 이상 진행된 때에 온다연이 더해지면서 예정보다 시간이 더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82화

    온다연은 불순한 생각을 하는 자신을 한 대 치고 싶었다.욕실로 가서 찬물로 샤워하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다.그녀가 옷을 갈아입고 침실을 나서자 마침 집사가 커다란 상자를 들고 다가왔다.“강 대표님이 보낸 선물입니다. 사과의 의미로 보냈다는데 한번 열어보시죠.”온다연은 곧바로 다가가 상자를 열었다.그 안에 들어있는 건 뜻밖에도 해바라기 유화였다.A4용지보다 작은 크기의 이 유화는 거장 모비크가 전성기 시절에 그린 걸작으로, 예전에 자가드 경매에서 160억의 고가에 낙찰됐다.이 그림은 모비크가 자신의 딸과 아들을 위해 그린 그림으로 원래는 두 개가 있었다. 하지만 그중 하나가 불에 타버렸고 남은 하나가 유일무이한 작품이 되면서 그 가치는 헤아릴 수 없는 정도였다.온다연은 줄곧 가장 좋아하는 꽃으로 해바라기를 꼽았다. 게다가 그녀의 우상인 모비크의 작품이니 보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결국 그녀는 거절하지 않고 그의 선물을 받았다.입을 맞춘 거에 대해 뺨을 때렸으니 그 일은 정리된 셈이었다. 하지만 본인 때문에 눈을 다쳤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조금 들었고 선물까지 받았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온다연은 잠시 고민한 후 걸음을 옮기더니 진수현의 수집실로 걸어가 값비싼 골동품 시계 하나를 골랐다.그녀가 시계 상자를 들고나오는 것을 보고, 안심은 희미하게 한숨을 내쉬었다.그 시계는 안심이 진수현에게 준 선물이었고 그들 부부의 사랑을 입증하는 증표나 다름없었다. 진수현한테 그 시계는 대대로 물려줄 가치가 있는 소중한 물건이었기에 미래 사위에게 선물하려고 지금껏 아껴뒀다.염지훈도 이 시계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고 진수현에게 여러 번 암시했지만 번번이 거절을 당했다. 사실 진수현은 매번 온다연에게 물었는데 그때마다 온다연은 명확한 거절 의사를 밝혔다.그러던 그녀가 예상치 못하게 스스로 이 시계를 꺼냈다.안심의 시선을 눈치챈 온다연은 어설프게 시계 상자를 뒤로 숨기더니 태연한 척하며 입을 열었다.“강 대표님이 비싼 그림을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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