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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유강후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알아. 여기 병원인 거.”

그러자 온다연은 어이가 없어서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유강후를 바라봤다. 그녀는 유강후가 머리가 아프거나 아니면 술을 많이 마셔서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다. 혹시 온다연을 유하령으로 착각했나? 이렇게까지 온다연을 챙길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그러자 온다연이 한 번 더 말했다.

“삼촌, 저는 유씨 가문 사람이 아니에요.”

유강후가 대답했다.

“그렇지. 근데 뭐?”

온다연은 다시 멍해졌다. 유강호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약혼녀인 나은별과 함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곳은 적어도 침대가 많아 두 사람이 한 침대에서 자지 않아도 되니깐 말이다.

“그런데...”

유강후는 온다연의 말을 듣지 않고 세면도구를 들고 화장실로 갔다. 그러자 온다연이 다급하게 쫓아갔다.

“삼촌!”

유강후가 돌아서자 하마터면 달려오는 온다연과 부딪힐 뻔했고 그녀는 황급히 걸음을 멈추었다. 키 차이가 큰 두 사람이 가까이 서자 온다연은 강한 압박감을 느꼈고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서 긴장을 떨며 옷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깨끗한 이마와 긴 속눈을 바라보면서 유강후가 말했다.

“왜? 같이 씻고 싶어?”

뭐라고?

온다연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유강후를 바라봤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충격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온다연의 눈동자는 보통 사람보다 까맣고 밝아서 사람을 진지하게 바라볼 때 애틋함이 느껴졌다. 지금 화를 내는 중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이렇게 다른 사람을 쳐다보지 마. 알았지.”

온다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나 그의 손길을 패했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금세 화장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병원의 문은 방음이 잘되지 않고 유리로도 희미하게 사람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유강후의 그림자는 늘씬하고 날렵하고 힘이 넘쳐 보였다. 온다연은 자기도 모르게 그 황당한 오후가 생각났고 저도 모르게 긴장되고 두려웠다. 손바닥에서는 땀이 멈추지 않았고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서둘러 생수 반병을 마신 후 침대로 올라가 담요를 덮고 잠든 척했다.

이때 화장실 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그녀는 긴장해서 손바닥에 땀이 맺혔다.

잠시 후 화장실 물소리가 멎자 온다연은 얼른 눈을 감았다. 문이 열리면서 설송 냄새가 물기와 함께 공기 중에 스며드는 것을 느끼며 온다연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온 집안의 그 냄새로 가득 찼고 유강후가 가까이 올수록 그 냄새는 더욱 짙어졌으며 이내 그녀를 감쌌다.

침대는 다시 한번 옴폭하게 패이면서 유강후가 그녀 옆에 누웠다.

단단하고 날렵한 등이 서로 맞닿은 것을 느꼈고 긴장한 온다연은 허리에 불이 나는 것 같았다. 유강후는 자기 손을 그녀의 머리 위에 얹었다.

온다연은 괴로워서 울고 싶었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지금 당장 침대에 큰 구멍이 생겨 그녀를 삼켜버리는 것이 지금 유강후의 곁에서 고통받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유강후는 그녀가 떠는 것을 느꼈고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꼼짝도 하지 않고 그녀의 옆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후 차갑게 말했다.

“다연아,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 해.”

온다연은 웅크린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뭘 적응하라는 거지?

유강후는 그녀가 이불을 점점 더 꽉 감싸면서 머리까지 덮은 것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제대로 덮고 자.”

온다연은 못 들은 척했다. 이때 유강후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내가 직접 펴줘?”

말하는 사이에 이미 그의 손이 다가왔다.

여름 이불은 매우 얇고 부드러웠다.

“너를 안고 자라는 뜻이야?”

이불 속에 있던 온다연은 눈을 번쩍 뜨더니 얼굴이 터질 것처럼 타올랐다.

그녀는 갑자기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앉더니 유강후를 바라봤다. 유강후의 어두운 눈동자는 마치 깊은 절벽처럼 그녀를 잡아당기며 떨어뜨렸다.

잠시 후 온다연은 고개를 돌려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진정시키려고 애썼지만 이때 유강후가 팔을 벌렸다.

침대가 작아서 가까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의 품에 안겨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얼굴은 다시 후끈거렸고 귀까지 빨개졌다. 온다연은 당황하면서 침대 머리맡에 있는 잠옷을 쥐고 뛰어내렸다.

“샤워... 샤워하고 올게요.”

화장실로 들어가 보니 상황이 더 말이 아니었다. 화장실은 온통 유강후의 몸에서 나는 향기로 가득했고 그가 사용했던 칫솔, 수건, 가운이 선반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작은 욕실 거울에는 아직 물때가 남아 있었고 그녀는 아까 유강후가 샤워할 때의 희미한 그림자를 떠올라 가슴이 더 두근거렸다.

‘그래! 유강후가 방금 이 욕실에서 샤워했어.’

그녀는 숨이 막혀왔다. 발걸음을 내디딜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감히 이 욕실에서 나오지 못했다.

1분 1초가 지옥 같았다.

잠시 후 밖에서 통화 소리가 들려왔고 유강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방문이 열리고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온다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유강후가 옷을 내려왔던 곳을 쳐다보았다.

옷이 없어졌다.

보아하니 오늘 밤 유강후가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는 기분이 홀가분해지며 즐겁게 침대에 풍덩 누웠다.

한참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뉴스도 보고 막 자려고 하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온다연은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고 졸음이 깼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감각은 유난히 예민해져 있었다. 유강후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녀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온다연은 긴장해서 감히 이불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이때 그녀는 유강후의 품속에 끌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

유강후는 온다연의 귀에 대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움직이지 마. 이렇게 좀 안고 있자.”

온다연은 꼼짝도 못 하고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겁을 먹었다. 유강후의 얼굴뿐만 아니라 그의 가슴도 그녀와 꽉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참 후 온다연은 몸이 저리는 것을 느꼈고 정말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가 약간 몸을 움직이자 유강후가 진지하게 말했다.

“한 번만 더 움직이면 오늘 밤 잠잘 생각하지 마.”

온다연은 그 말을 듣자 당황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유강후를 밀어냈다.

그러자 1초 만에 유강후는 몸을 뒤집어 온다연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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