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에서 나오자마자 입구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이 보였다. 버블티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이 음식점 입구까지 이어져 있었다.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너도 구경하러 온 거야? 나도야! 누가 미래그룹 대표 유강후가 여기서 아내한테 버블티를 사주려고 줄 서 있는 걸 봤대. 학교 게시판에서 완전 난리 났어!”“진짜야! 봐봐, 저기 앞에 세번째에 있는 사람! 곧 유강후 차례가 올 거야!”“키가 엄청 크네. 아쉽게도 등을 돌리고 있어서 얼굴은 안 보여.”“와! 혹시 그 옆에 검은색 롱패딩 입은 사람, 저 사람이 부인이야?”“맞아. 내가 듣기론 우리 학교 학생이었다가 몇 년 전에 휴학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오늘 여기서 다시 보게 된다니! 화양대 역사상 10대 여신 중 한 명이라고 하던데, 진짜 예쁘다. 그냥 학교 한 바퀴 돌았을 뿐인데도 난리 난 거 봐!”“저 사람 유강후 옆에 서 있으니까 엄청 작아 보여! 키가 겨우 그의 턱선 정도밖에 안 닿네. 근데 진짜 잘 어울린다. 보기만 해도 달달해.”“헐, 빨리 봐봐! 그녀가 그의 손가락을 살짝 건드렸다고 유강후가 바로 꽉 잡는 거 있지! 신이시여... 저 또다시 사랑을 믿고 싶어졌어요. 안 돼, 안 돼! 연애 바보로 변하지 않으려면 오늘 밤 아내 살해 사건 다큐를 두 편은 봐야겠어!”“잠깐, 나 방금 저 여자가 몸을 살짝 돌리는 걸 봤는데 배가 좀 나온 것 같더라. 임신한 것 같아! 근데 패딩이 너무 커서 확실하진 않아.”“뭔 상관이야. 우리는 그냥 이 커플 덕질만 하면 돼! 너 그거 들었어? 작년에 미래그룹에 입사 지원한 사람이 유강후와 그의 부인 팬이라고 하면서, 몇 년 전 두 사람이 같이 버블티 사는 걸 몰래 찍은 사진을 보여줬대.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채용됐대!”“헐, 나도 사진 좀 많이 찍어둬야겠어. 혹시 몰라? 나한테 그런 행운이 올지?”“아 맞다. 유강후가 이 근처에 사합원 몇 채를 샀대. 아내가 학교 다니기 편하라고.”“몇 채나? 거짓말 아냐? 여기가 어디인데? 사합원
“나 학교 게시판에 가서 한번 봐야겠어!”“와, 진짜네! 세상에, 전설적인 인물들이 오늘 몇 명이나 나타난 거야? 나 오늘 운 진짜 미쳤는데!”“저 옆에 남자는 지예솔의 남자친구 봉현수야. 그때 당시 경원시에서 아주 유명한 CC 커플이었어.”온다연은 따뜻한 보리 향 밀크티 두 잔을 주문했다. 한 잔은 그녀가 마시고, 다른 한 잔은 유강후에게 건네주며 손을 따뜻하게 하라고 했다.두 사람은 몸을 돌려 후문 쪽으로 가려던 순간 온다연이 갑자기 멈춰 섰다.“강후 씨, 저기 봐요. 저 두 사람, 봉현수 씨랑 지예솔 씨 맞죠?”유강후는 유심히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맞아.”“근데 그들이 여기는 왜 온 거죠?”유강후는 대답했다.“현수 씨와 예솔 씨가 여기서 1년 동안 학교를 다녔어. 그러니까 동창인 셈이지.”온다연이 물었다.“가서 인사라도 해야 할까요?”그러자 유강후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는 후문이 아닌 다른 문 쪽으로 걸어갔다.“그럴 필요 없어. 아마 그들도 방금 우리를 봤을 거야. 게다가 난 그들이 우리를 방해하는 게 싫어.”그의 걸음은 너무 빨라서 온다연은 따라가기 힘들었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좀 천천히 가요. 배가 너무 무거워서 걷기가 힘들어요.”그녀는 자신의 몸에 걸쳐있는 커다란 패딩을 잡아당기며 투덜거렸다.“이 옷 너무 크고 못생겼어요. 내가 꼭 입어야 한다고 우기더니, 나 지금 완전 펭귄 같잖아요.”유강후는 그녀를 끌어안고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더니 모자까지 덮어씌웠다.“이렇게 추운 날씨에 나왔으면 당연히 두껍게 입어야지. 감기라도 걸리면 우리 아기는 어떡해?”그때 주변에서 연신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온다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저 사람들 우리 얘기하는 것 같은데요? 이상하네. 그냥 밀크티 사러 나왔을 뿐인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죠. 게다가 계속 우리를 쳐다보면서 사진을 찍는 거 있죠?”그러던 와중 옆에 서는 또 탄성이 들려왔다.“와, 그녀가 이쪽을 봤어!”“진짜 귀엽다. 얼굴이 완전
유강후의 얼굴이 그제야 조금 풀렸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그나마 낫군. 그래도 나는 남들이 우리를 찍는 게 싫어.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음에 또 찍으면, 흥!”온다연이 그의 볼을 꼬집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쫀쫀하기는!”그때 멀리서 또 탄성이 들려왔다.“와! 그녀가 유강후의 볼을 꼬집었어! 냉혹한 대표가 아내한테 이렇게 다정할 줄이야!”“너무 설렌다! 나 이제부터 이 커플 팬이야!”“나도 가입할래! 너무 사랑스럽잖아. 혹시 그들 SNS 계정 없을까? 저들 부부의 일상을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유강후 대표가 그렇게나 냉혹한 사람이라더니, 알고 보니 사랑꾼이었네! 미쳤다, 진짜!”“헉, 빨리 봐! 학교 게시판 완전 난리 났어! 전설의 CC 커플이 모교를 방문하러 왔대. 그리고 후문 주차장에서 키스했다는데!”“세상에! 저 여자 누구야? 너무 예뻐!”“지예솔 선배님이잖아. 그녀가 다니던 해부터 계속해서 학교 여신 랭킹 1위를 차지했잖아. 10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그녀의 자리를 넘보지 못했어. 심지어 온다연 선배도 2, 3위에서만 맴돌았지, 한 번도 1위를 못 했어.”“뭐래? 나는 다연 선배가 더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얼굴이 마치 AI로 만든 것처럼 완벽해!”“맞아, 나도 다연 선배가 더 예쁘다고 생각해. 이 순위 다시 정해야 하는 거 아니야?”“지예솔 선배는 완전 표준적인 여신이고, 온다연 선배는 보는 사람 마음을 더 설레게 하는 여신이잖아. 난 온다연 선배 쪽이 더 좋아. 게다가 남편이 누구야? 바로 유강후 대표잖아! 그는 앞으로 내 사장님이 될 거라고!”“웃기지 마. 너 미래그룹 인턴 자격도 못 받았잖아!”“그건 몰라! 나는 저 커플 팬이니까 가능성 있어!”“어? 그들이 우리 쪽을 쳐다보는 것 같은데?”“와, 유강후 대표 완전 잘생겼다! 온다연 선배도 너무 아름다워! 둘이 정말 천생연분이야! 빨리 찍어!”이번에는 유강후의 표정이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았다. 그는 온다연을 안고 뒤로 돌아섰다.온다연은 유강후에게
온다연이 물었다.“여기 근처에 사세요?”아기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바로 앞 골목 109호에 살고 있어요.”온다연은 놀라며 말했다.“저희는 106호에 살아요.”그녀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기뻐했다.“저도 쌍둥이를 임신했어요. 나중에 아이들이 태어나면 그쪽 아이들하고 같이 놀 수 있을까요?”온다연은 속으로 너무 기뻐했다.‘너무 잘됐다. 아이와 같은 또래 친구가 없을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바로 두 명이나 눈앞에 나타나다니! 게다가 똑같이 쌍둥이 남매라니!’아기 엄마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아요. 저도 아이들이 함께 놀 친구가 없을까 봐 걱정이었어요. 그런데 106호가...”그곳은 꽤 유명한 사람의 집으로 알고 있었다. 그 사합원 앞에는 특수한 번호판을 단 차량과 보기 힘든 고급 차들이 자주 주차되어 있었다.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남편을 바라보았다.그 남자는 예의가 바르고 누가 봐도 지식인인 얼굴상이었다. 그 남자는 유강후를 관찰하고 있었다.아기 엄마는 그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보, 저분들이 106호에 산대요.”남자는 고개를 돌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106호 사람들이라도 우리랑 다를 건 없지. 게다가 우리도 부족한 건 없어. 아이들에게 같은 또래 친구가 있는 건 좋은 일이야. 연락처 하나 정도 주고받는 건 어때? 앞으로 육아에 대해 같이 이야기 나눌 수도 있고.”아기 엄마는 그제야 안심했고 막 입을 열려던 찰나 온다연이 먼저 가로챘다.“연락처 추가해도 될까요? 저도 곧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 육아 관련해서 궁금한 게 있으면 여쭤보고 싶어요.”두 사람은 서로 카카오톡 아이디를 교환했다.마침 신호등이 바뀌었다.길을 건너려는 순간, 갑자기 한 스포츠카가 신호를 무시하고 돌진해 왔다. 눈이 녹아 도로에는 진흙으로 가득했다.속도가 너무 빠른 나머지 타이어에 묻은 진흙이 그들의 옷에 튀었다.그러나 더 위험했던 건 스프츠카가 하마터면 유모차를 칠 뻔했다. 다행히 유강후가 손이
집에 도착한 후, 유강후는 바로 서재로 들어가 이권에게 전화를 걸었다.“10분 전 화양대 정문 앞의 감시 카메라 영상을 확인해 봐. 검은색 페라리 한 대가 있었는데, 이 차의 소유주와 그 사람의 모든 배경을 조사해.”“그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어. 문제를 하나 만들어서라도 몇 년간 감옥에 보내. 제대로 된 교훈을 줘야 해!”“그리고 내가 사는 곳 109번지 가족의 모든 정보를 조사해. 가능한 자세하게 말이야.”“화양대 관리층과 협의해서 정문에 지하 통로를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해 봐. 엘리베이터까지 포함된 형태로. 비용은 전부 미래 그룹에서 부담할 거야.”전화를 끊고 거실로 나오자, 창가 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온다연과 장화연이 따뜻한 버블티를 손에 들고 창밖의 눈을 감상하고 있었다.두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지 온다연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고 장화연도 간만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유강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뭐가 그렇게 즐거워?”장화연은 유강후가 자기 쪽으로 오는 것을 보자 버블티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내일 아침 식사에 필요한 재료를 준비하러 가볼게요.”유강후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장 집사는 나만 보면 피한다니깐.”온다연이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강후 씨는 제발 그 험악한 얼굴부터 좀 풀어봐요. 나 장 집사님한테 아이 좀 맡기려고 했는데 당신이 괜히 화나게 하다가 나도 상대 안 해주면 어쩌냐고요.”유강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는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침실로 향했다.“자, 이제 자야지!”온다연은 경원시에 돌아온 후부터 한층 여유롭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이곳은 그녀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었다. 물론 좋지 않은 기억도 있었지만 어쨌든 경원시 토박이인 그녀에게 이곳의 음식과 기후는 익숙하고 편안했다.그녀는 돌아온 지 겨우 닷새 남짓이었지만 눈에 띄게 살이 올랐다.작고 정교한 얼굴이 조금은 통통해졌고 체중도 46.5kg에서 48.5kg으로 증가했다.아침에 체중계에 올라선 그
식탁에는 전부 온다연이 좋아하는 요리들이었고 새로운 요리인 비둘기구이도 있었다.비둘기구이는 요리사가 어떤 마법을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고기가 너무 신선하고 부드러웠고 게다가 온다연이 즐겨 먹는 소스까지 뿌려 그 맛은 일품이었다.온다연은 먼저 한 젓가락을 맛보더니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게다가 오늘 쌀밥도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더 향기로웠고 온다연은 단숨에 밥 한 그릇을 비우고 반 그릇 더 추가해서 먹고는 버섯국 한 그릇도 마셨다.배부르게 먹고 소파에 누운 온다연은 너무 많이 먹었다고 생각되어 무거운 몸을 일으켜 체중계에 올라섰다.무려 두 근이나 오른 것을 본 온다연은 후회하며 자신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그러나 이미 먹은 걸 토할 수는 없어 푹신한 의자에 누워 금방 본 체중계의 숫자에 타격을 받아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렸다.하지만 금방 먹은 음식이 채 소화도 되기 전에 장화연이 과일과 직접 만든 디저트를 들고 왔다.온다연은 어떻게 달래도 더는 먹으려 하지 않았고 갓 짜낸 오렌지 주스 한 잔만 마셨다.저녁 무렵이 되었을 때쯤 로운이 보낸 사람이 도착했다.양씨 가문에 좀 큰 내부 문제가 생겨 로운은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의 옆에 가장 유능한 경호원인 오민우를 대신 보냈다.이 사람은 과묵하지만 일 처리에 능숙했고 능력도 뛰어나 로운에 못지않았다.유강후와 강우림의 관계 때문에 양씨 가문의 오래된 부하직원들은 모두 온다연을 공손하게 대했고 당연히 일 처리도 최선을 다했다.서재에서 오민우는 온다연에게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말했다.“사모님, 맡겨주신 일은 다 처리했고 작은 도련님 지현우는 이미 운성에 보내드렸습니다. 하지만 지 아가씨 쪽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봉현수가 거의 외출도 하지 않고 옆에 붙어만 있어 손을 쓸 기회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렇게 딱 붙어만 있는다고요? 전혀 기회가 없었어요?”오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벌써 오 일째 되는 날인데도 지 아가씨는
그 정교한 박스에 들어 있는 디저트들은 겉으로 보기만 해도 이뻤고 맛도 괜찮아 보였다.유강후는 연꽃 모양으로 된 디저트를 집어 온다연의 입에 넣어주며 말했다.“이건 은은한 연꽃향이 나면서 엄청 부드러워, 한번 먹어봐봐. 만약 네가 이런 맛을 좋아하면 먹고 싶다고 할때마다 중국식 디저트를 만드는 사부님을 집으로 모셔 만들어 주라고 할게.”단 음식을 좋아하는 온다연은 향기롭고 강한 우유맛 나는 디저트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하지만 입에 닿는 순간 아침에 체중계에서 본 49킬로 되는 숫자가 떠오르자 먹고 싶은 것을 참으며 말했다.“아직은 배가 불러 먹기 싫어요.”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장화연의 말을 들어보니 너 점심 먹은 뒤로는 아무것도 안 먹었다고 하던데. 혹시 소화가 잘 안되는 거야?”지난번 온다연이 감기에 걸렸을 때의 일은 유강후한테 큰 트라우마로 남아있었기에 이제는 그녀가 조금이라도 아픈 것 같으면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유강후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온다연은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어디 아픈 건 아니고 그냥 배가 점점 더 커지고 살만 쪄서 그래요.”온다연은 자신의 뱃살이 트면서 갈라지는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그렇게 되면 유강후도 보기 싫어질 것 같았다.유강후는 그런 온다연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대로 안고 방문을 나섰다.“장화연이 저녁 준비를 다 해놨대. 네가 좋아하는 게도 있으니 얼른 가보자.”온다연은 좁쌀죽 한 그릇과 야채 요리를 조금 집어 먹고는 유강후가 발라준 게도 맛만 보고 배부르다고 수저를 내려놓았다.유강후는 주방을 나서는 온다연의 뒷모습을 보니 걱정이 앞섰다.그 상황을 본 장화연은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사모님 요 며칠 동안 체중이 많이 늘었어요. 거의 하루에 0.5킬로씩 늘고 있으니 조절하는 것도 좋아요. 워낙 배가 크고 아이들도 작지 않으니 너무 뚱뚱하면 출산에도 좋지 않아요.”유강후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이제 겨우 40 몇 킬로밖에 안 되는데 뭐가 뚱뚱하다고 그래? 설
한참 후에야 두 사람은 숨을 헐떡이며 키스를 멈추었다.온다연은 유강후의 손을 잡아 자신의 배에 대며 말했다.“아기들이 방금 또 찼어요. 요즘 발로 차는 차수가 점점 더 늘어나네요. 한번 만져봐요.”아기들이 차서 튀어나온 배를 보자 유강후의 얼굴은 다시 환해졌다.유강후는 자세히 만지작거리더니 속삭이며 말했다.“이건 아가 손인 거 같아.”온다연도 손을 대고 한참 만지작거리더니 말했다.“당신 많이 진보했네요. 이제 손과 발도 구별할 수 있는 것을 보니.”유강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당연하지, 내가 매일 밤 아가들이랑 나누는 대화가 얼마인데 그것도 모른다면 어떻게 아빠가 되겠어?”두 사람이 한창 말을 하고 있는데 손을 대고 있던 바로 옆에 더 크게 불룩하게 튀어나오고 있었다.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 녀석들이 머리를 들이받고 있어요. 정말 장난이 심하다니까. 이건 오빠인지 동생인지 모르겠어요.”“계속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아마 예정일보다 더 빨리 나올 것 같아요. 그저께 검사하러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말했는데 아마 여동생이 오빠보다 더 소란스럽게 할 거라고 했어요. 금방 머리를 박은 아이가 여동생이 틀림없을 것 같아요.”온다연은 말을 하고는 툭 튀어나온 곳을 살짝 두드리며 말했다.“살살해, 좀 얌전하게 있어.”유강후는 마음 아파하며 급히 온다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때리지 마, 아가들이 아직 뱃속에 있어서 아무것도 모르잖아.”그러고는 고개 숙여 튀어나온 자리에 뽀뽀하며 다정하게 말했다.“아가들아 착하지? 엄마 힘들게 하지 마. 엄마가 너희를 품고 있느라 정말 고생이 많아.”말하면서 온다연의 배를 살살 만져주자 아기들은 마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천천히 움직거리며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그 상황을 본 유강후는 마음이 사르르 녹더니 온다연을 안고 뽀뽀를 하며 말했다.“여보, 나 진짜 못 기다리겠어. 우리 아기들 빨리 보고 싶어.”온다연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저도 너무 기대돼요.”유강후는 온다연을 안아
아이는 여전히 기쁘지 않았다.“저는 엄마와 아빠를 닮고 싶어요. 아니면 나중에 외출했을 때 사람들은 남동생과 여동생만이 엄마 아빠의 아이라 하고 저는 길거리에서 데려온 아이라고 할 거예요.”온다연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누가 감히 그렇게 말한다면 너의 아빠는 그자의 입을 찢어 버릴 거야.”그제야 신이 난 아이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또 말했다.“그러나 저는 제가 외할아버지를 닮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것을 격세유전이라고 해요.” 온다연은 웃기 시작했다.“그래, 맞아. 너와 할아버지는 모두 키가 크고 위풍당당해.”아이는 비록 다섯 살도 되지 않았지만 키가 컸고 사나이의 기세가 있었다. 단단한 이목구비는 진수현과 조금 닮아 보였다.“외할아버지를 닮아도 괜찮아요, 멋있잖아요. 그러나 나중에 저는 외할아버지와 아빠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될 거예요.”“그래, 알았어. 우리 우림이는 외할아버지와 아빠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아이는 자랑스럽다는 듯 고개를 쳐들었다.“저는 또 좋은 오빠가 될 거예요. 저는 내일부터 격투와 복싱을 배울 거예요. 나중에 누군가 남동생과 여동생을 괴롭히면 제가 그들과 싸워서 쫓아낼 거예요.”“하지만 저 사격도 배우고 싶어요.”그는 온다연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엄마, 아빠랑 말해주시면 안 돼요? 저 사격 배우고 싶어요. 저 아빠한테 몇 번이나 부탁드렸는데 안 된다고 하셨어요.”온다연이 말했다.“너 아직 어리기 때문에 우선 아이로서 배워야 할 것을 잘 배워. 조금 더 크면 아빠가 배우게 할 거야”곧 얼굴이 굳어진 아이는 말했다.“네, 알았어요.”이때 유강후가 밖에서 들어오는 것을 본 아이는 바로 그의 등위에 업혔다.“강 대표님, 신용을 지키지 않네요. 어제 레이싱 보러 가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요.”유강후는 등에서 그를 끌어내리고 굳은 얼굴로 말했다.“전날 내가 회의 중일 때 스크린을 공표 영화로 바꿔버린 사람이 누구야?”아이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그건 건너편에 앉아 있는 사
유재성은 섭섭한 표정을 짓더니 한참을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온다연이 본가에 손자 손녀를 낳아 주는 것은 공을 세운 것이니 네가 잘 대해줘야 해.”유강후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들 부자는 한참 동안 겨우 몇 마디 말을 주고받다가 결국 유재성이 사무실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자리를 떠났다.그는 미련이 남은 듯 멀리서도 뒤를 다시 한번 돌아보더니 서서히 사라졌다.유강후는 아이를 안아 다시 온다연이 있는 방으로 옮겼다.그는 온다연의 표정이 괜찮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방금 배달된 삼계탕을 그녀의 앞에 놓아주었다.“방금 끓여온 삼계탕이야, 따뜻할 때 얼른 먹어봐.”온다연은 국그릇을 밀어내면서 말했다.“저 한 달 되도록 국물만 먹었어요. 이제 보기만 해도 지긋지긋해요.”유강후는 그런 온다연을 달래며 말했다.“너 오늘 점심도 적게 먹었고 이제 오후가 다 되었으니 조금만 먹어봐. 내일 집에 가면 네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한 상 차려줄게.”온다연은 마지못해 몇 숟가락 먹고는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의 이름을 줄줄이 말했다.다음날 이른 아침, 지수현 부부랑 강씨 가문에서 일찍 병원에 왔다.집이 가까운 거리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러 대의 차를 보내왔다.두 아이는 가운데 있는 승합차에 태웠고 앞뒤로 몇 대의 차로 빼곡히 둘러싸였다.강씨 가문 어르신은 그의 오랜 친구와 가는 내내 영상통화를 하며 얼굴에 주름이 펴지지 않을 정도로 웃었다.가족 연회에서 두 집안은 웃음이 끊기질 않았고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말하며 또 결혼식 날짜와 절차도 확정했다.온다연은 필경 아이를 데리고 결혼식을 하는 것은 불편하니 간단하게 하려 했지만 강씨 가문 어르신과 진수현은 모두 동의하지 않았다.그들은 경원시에서도 거대한 결혼식을 올리게 해줄 뿐만 아니라 북아메리카와 신국 쪽에서도 떠들썩하게 하려고 했다.온다연과 유강후는 아무리 고집을 부려도 어른들을 이길 수 없어서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었다.그들은 밥 한 끼를 네 시간이
한밤중이 되자 강씨 가문도 도착했다.어르신은 들어오자마자 두 아이를 보고 격동되어 눈시울을 붉히며 나중에 조상을 뵐 면목이 생겼다고 말했다.온다연이 출산한 후 입원실은 매우 북적거렸다.유강후의 친구들도 시도 때도 없이 보러 왔고 온다연의 휴식을 방해할까 봐 그는 옆에 다실을 만들어 손님들이 와도 아이를 보기 편하게끔 했다.며칠 안 되어 받은 선물이 너무 많아 다실을 가득 메울 지경이었다.그 기간에 유재성이 찾아왔었지만 유강후는 그를 만나지 않았고 온다연 모자가 퇴원하기 전날에 또다시 찾아왔다.온다연이 어색해하는 모습을 보며 유강후는 품에 안은 아이를 내려놓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내가 나가 볼 테니 걱정하지 마, 들어오지 말라고 할게.”온다연은 아이의 부드러운 얼굴을 살짝 터치하며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이번에 온 건 다섯 번째지?”유강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온다연은 담담하게 이어 말했다.“아이를 데리고 나가 보여줘요. 그래도 당신의 친아버지시고 아이들의 친할아버지잖아요.”온다연은 확실히 본가 사람들을 싫어하지만 그녀에게 악행을 저지른 사람은 유하령과 유자성이었고 유재성은 그때 시정에 일 때문에 바쁜 탓에 본가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가끔 얼굴을 마주쳐도 온다연에게 그런대로 예의를 갖추었고 독설은 퍼부은 적이 없었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말했지. 다시는 본가의 사람들이 널 귀찮게 하는 일이 없게 한다고.”“저도 알아요. 하지만 당신의 친아버지시잖아요. 적어도 당신을 교육하는 면에서 뒤처진 적 없었고 게다가 미래 그룹이 H 국에서 오늘날까지 있을 수 있었던 건 그의 권세 문제도 있는 거잖아요. 저한테는 별로 좋은 기억이 없고 심지어 원망하기까지 했지만 미래 그룹이랑 아이의 체면을 봐서 가끔 아이를 보러 온다고 해도 저는 그냥 모른 척할 거예요.”온다연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그녀의 최대 양보였다.만약 예전 같았다면 온다연의 마음속에는 미움만 있었겠지만 지금은 아이가 있으니 그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원망
유강후는 그런 온다연의 말에 당황해하며 말했다.“아니, 그게 아니라 네가 지금 몸 상태도 안 좋고 열도 나고 하니까 약도 먹어야 하고 건강이 회복되면 그때 다시 보려고 한 거야.”온다연이 울먹이며 말했다.“그럼 저 약 안 먹을래요.”유강후는 급한 마음으로 말했다.“그건 안돼. 너 지금 면역력이 제일 낮을 때라서 의사가 처방해 준 약 먹고 푹 셔야 몸도 좋아지지.”그러나 온다연은 고집을 부리며 유강후가 아무리 달래도 다시는 그를 상대하려 하지 않았고 점심에 약 먹을 때에도 약을 바닥에 버리고 먹지도 않았다.다행히 열이 좀 내린 탓에 고열에서 미열로 되었고 유강후는 그냥 달랠 수밖에 없었다.저녁 무렵에 유강후가 나간 틈을 타서 온다연은 간호사에게 아기를 안아오게 하고 모유를 먹였다.이때 온다연은 금방 모유가 분비되기 시작했고 황색을 띤 액체가 나오는 것을 보고 의사는 그것이 초유라며 아이들한테 아주 좋은 면역단백이라고 했다.비록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고 아이가 빨면 더 아파져 왔지만 온다연은 모유를 먹는 아이들을 보며 여태 느껴보지 못했던 평온함과 행복을 느꼈다.온다연은 전에 아이와 엄마가 텔레파시가 통한다는 것은 과장된 말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지금은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처음에는 모유가 별로 없어 아이를 몇 모금밖에 먹이지 못했고 유강후가 들어 오기 전에 장화연에게 아이를 다시 침대로 안아가라고 했다.장화연은 아이와 온다연을 번갈아 보며 걱정되어 말했다.“사모님, 우선 몸조리부터 하셔야 해요. 작은 도련님과 아가씨는 배를 곯지 않아요. 그리고 초유도 준비해 뒀어요.”온다연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저 이틀만 먹일 거예요. 그때까지도 열이 안 내리면 안 먹일게요. 장 집사님, 부탁인데 저 약을 비타민으로 바꿔주세요.”장화연이 말을 안 하고 있자 온다연은 다시 말했다.“부탁이에요. 장 집사님, 저의 몸 상태는 제가 잘 알아요. 그냥 미열만 있을 뿐 아무 문제 없어요.”장화연은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내일 오후가 되어도 열이
봉현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너도 요즘 아이랑 마누라 돌봐야 하니 시간도 없을 거잖아. 내가 알아서 방법 구해볼게.”말을 마치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송지원도 뒤따라 나와 봉현수의 뒷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번에 지예솔 씨가 진짜 큰맘 먹고 멀리 가버린 거 같은데 현수는 아직도 경원시 근처에서만 찾고 있어. 어쩌면 출국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을 해줄 수가 없네.”“현수 지금 상태가 매우 위험해. 마치 밧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정도로 한계에 도달한 거 같아. 저러다 큰일이 일어날까 봐 두렵네.”두 사람은 한마디씩 하고는 침묵하였다.한참 지나 유강후가 먼저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이 일은 우리도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어. 본인이 스스로 해결하게 해야 해. 요 며칠은 내가 아내와 아이들을 돌봐야 하니 네가 옆에서 좀 더 신경 써줘.”송지원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한이준은 며칠 동안 보이지도 않고 전화도 안 통하던데. 내가 사무실에 전화했더니 비서가 그러는데 걔가 섬에 집을 사서 지금 장식을 하고 있고 외부 사람들과 거의 연락도 하지 않는다 하더라고. 이 자식 또 무슨 미친 짓을 벌이는지 모르겠어.”이때 방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유강후는 곧바로 방으로 향했다.“들어가. 현수랑 이준의 일은 네가 좀 더 신경 써줘. 내 쪽에 사람들은 필요하면 네가 알아서 조정해서 데리고 가면 돼.”들어가 보니 동생이 울면서 손발을 자꾸 흔들어 옆에 자고 있던 오빠도 깨웠다.오빠는 오히려 깜깜한 눈을 뜨고 조용하게 누워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고 있는듯 하였다.유강후가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간호사가 아이를 안으며 말했다.“아이들이 배가 고픈가 봐요. 나와서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어요.”말하면서 침대에 누워있는 온다연을 한 번 보고는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장화연은 간호사의 뜻을 눈치채고 말했다.“분유로 먹여요. 사모님은 지금 몸이 편찮으셔서요.”이때 온다연도 놀라 잠에서 깼다.
유강후는 당황했던 마음이 그제야 풀리며 한숨을 내쉬었다.예전에 그 아이는 힘들게 임신했고 유강후도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지켜내지 못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안전하게 출산까지 했고 아이도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가장 걱정되는 건 바로 온다연의 건강 상태였다.“주 선생님, 앞으로 제 아내의 건강을 잘 부탁드릴게요. 두 아이도 만약 두통이나 열이 있다 해도 많이 신경 써주셔야 해요.”주 선생님은 급하게 대답했다.“괜찮아요, 큰일은 아니에요. 두 아이도 지금 봐선 건강 상태가 아주 좋으니 잘 키우실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유 대표님.”주 선생님을 보낸 후 유강후는 정성스럽게 온다연을 보살피며 약도 먹이고 재우기도 하였다.한참 뒤에 송지원과 봉현수가 아이들 보러 병원에 찾아왔다.송지원은 작업복을 입고 있는 걸 보니 시정 쪽에서 방금 온 것이 분명했다.봉현수는 비록 깔끔하게 차려입었지만 이전의 의기양양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유강후는 보자마자 그의 정신이 극도로 쇠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봉현수는 아이들의 선물을 유강후에게 건네고 나서 소파에 앉아 넋 놓고 있었다.반면 송지원은 두 아이에게 관심을 쏠리며 간호사에게 아이를 안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송지원은 아이를 안고 웃으며 말했다.“넌 아들딸을 한꺼번에 얻었지만 우리 몇 명에서 한재민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독한 사람들이네. 이 아이의 행운을 빌어 나도 나중에 쌍둥이가 생길 거야.”유강후는 얼른 아이를 뺏어 안고는 말했다.“저리 비켜, 누가 너더러 내 아들의 행운을 빌라 했어. 그렇게 행운을 갖고 싶으면 너 절로 절에 가서 빌던지.”송지원은 두 녀석을 매우 귀하게 여기며 또 손을 뻗어 여동생을 안았다.“핑크 팔찌를 차고 있는 걸 보니 여자아이겠지? 너무 귀여워, 나도 딸이 욕심나네.”송지원은 여동생의 작은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난 이 두 아이의 양 아빠가 될 거야. 앞으로 날 송 아빠라고 부르라고 해.”유강후는 송지원이 딸을 안고 놓지 않는 것을 보고
유강후는 온다연의 상처가 아플까 봐 번갈아 가며 아이를 안아 보여줬다.조용하고 작은 아이의 얼굴을 보자 온다연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다 건강하게 태어났어요. 이번에는 보온 실에 들어갈 필요가 없네요.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요?”유강후는 속상한 마음으로 온다연의 눈물을 닦아 주면서 말했다.“보온 실은 필요 없어. 의사가 아이들이 모두 정상이라고 말해줬어. 하지만 그래도 그웬을 와서 산후조리가 끝날 때까지만 우리 집에 있으라 했어.”“우리 아들을 데리고 와봐요, 한번 보게요.”유강후는 조심스럽게 아이를 안아 온다연의 옆에 눕혔다.온다연은 감히 몸은 움직이지 못하고 머리만 옆으로 돌려 쳐다보면서 이 아이가 꿈속의 그 아이를 닮았는지 궁금했다.안타깝게도 아이는 아직 너무 작아 이목구비가 모두 주름져 있어 잘 보이지 않았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온다연이 실망하는 모습을 본 유강후는 웃으며 말했다.“아들은 날 닮았고 딸은 널 닮았어.”온다연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요? 아이가 이목구비도 잘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알 수 있어요?”유강후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난 보이거든.”유강후는 몇 시간 동안 작은 침대 옆에 붙어 서서 아이의 이목구비와 윤곽을 수없이 분석한 결과 아들은 그를 닮았고 딸은 온다연을 닮았다는 결론을 내렸다.유강후는 희망컨대 두 아이가 모두 온다연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더니 남자아이는 좀 강하게 생기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두 아이를 모두 온다연의 곁에 눕혀두고 팔을 뻗어 그들 세 모녀를 품에 안으며 아주 정성스럽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다연아, 이젠 너희들은 내 인생의 전부야.”유강후는 앞으로 약점이지만 보호막이 될, 그한테는 세상 전부인 이 사람들을 위해 끝까지 분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온다연은 유강후의 턱에 나온 수염을 만지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당신 요즘 많이 피곤했죠? 안색이 너무 안 좋으니 이제 좀 쉬어
“네가 정치일에 개입도 하지 않았고 나도 이제 곧 은퇴할 것인데 만약 본가에서 나쁜 기사라도 터지면 우린 경원시에서 설 자리도 없게 돼. 그럼 우주 그룹이나 본가나 다 영향받을 수 있잖아.”유강후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유연서는요? 연서의 일은 어떻게 말씀하실 건데요? 은혜를 갚고 싶으면 알아서 갚으세요. 아무도 당신을 막지 않겠지만 누나의 목숨으로, 또 저의 행복으로 다른 사람에게 보답하려 하지 마세요.”“그리고 제 아이들은 유씨 성을 안 가질 거고 본적에도 넣지 않을 거예요. 아이들은 이미 이름이 있어요. 하나는 강 씨 이고 하나는 진 씨 에요. 본가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으니 괜히 여기 와서 다연이의 휴식을 방해하지 마세요. 다연이는 본가 사람이라면 이제 치를 떨어요.”유재성은 급해하며 말했다.“괜찮아, 나 그렇게 보수적이지 않아. 아이들이 유 씨가 아니라도 내 손 군들이야. 다연이가 날 싫다 그러면 앞에 나타나지 않고 아이들만 잠깐 만나볼게. 그래도 할아버지인데 아이들에게 선물도 준비하고...”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강후는 통화를 끊어버렸다.이때 이권이 걸어오더니 말했다.“대표님, 아이들의 출생증명서에 이름을 써야 하는데 작은 도련님이랑 아가씨 이름은 준비하셨죠?”유강후는 이권의 손에 쥐어져 있던 종이를 받아 그 위에 아이들의 이름을 적었다.그러자 이권은 웃으며 말했다.“역시 이미 생각해 놓으셨군요.”“남자아이는 다연이랑 같은 성씨로 진 강남으로 했고 이건 다연의 아버지가 지어주신 거고 여자아이는 강아름으로 나랑 어르신이 같이 지은 거야.”이권은 다시 웃으며 말했다.“작은 도련님이 진씨 가문의 성을 따르게 되면 어르신이 화 안 내실까요?”유강후는 종잇장을 건네주며 말했다.“어르신은 해외에서 평생을 살아 이런 일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실 거야. 그럼 아이의 성이 둘 다 진 씨라면 강씨 가문의 자손이 아닌 거야? 다연이가 목숨을 걸고 낳은 아이들인데 하나는 진 씨 성을 가지면 또 어때? 둘 다 진 씨 성을 따른
유강후가 가장 세게 흔들고 있는 작은 손을 건드렸더니 녀석은 바로 그의 엄지손가락을 잡았다.이상하게도 녀석은 곧 칭얼거리지 않았고 작은 입을 쩝쩝대더니 조용해졌다.유강후는 갑자기 멍해지며 신기하면서도 행복한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이것이 내 아이와 실제로 접촉하는 느낌인 건가?’분명히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보는 얼굴인데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유강후가 막 아이를 안으려 할 때 간호사가 웃으며 말했다.“입원실에 가서 안아봐요. 산모도 곧 나올 테니 여기 막아서면 안 돼요.”유강후는 몹시 아쉬워하며 장화연과 이권 더러 아이를 데리고 가게 하고 자신은 문 앞에서 온다연이 나오기를 기다렸다.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온다연도 나왔다.마취가 아직 풀리지 않은 온다연은 아직 자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녀를 받아 입원실로 옮겼다.입원실은 예전 온다연이 쓰던 큰 방으로 이미 모두 정리정돈이 되어 있었고 두 꼬마 녀석은 침대 옆의 작은 침대에 두었다.두 아이와 온다연은 모두 조용히 자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들 모자 셋을 옆에서 지켜보았다.잠깐 사이에 유강후는 많은 사진을 찍었고 한장 한장 들여다보면서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모멘트도 일 년에 한 번쯤 업데이트하는 유강후가 오늘은 연속으로 세 개의 게시물을 올렸다.그것도 모자라 다시 작은 그룹 채팅을 만들어 잘 아는 몇몇 친구들을 그룹에 끌어들이고 그중에는 염지훈도 포함되어 있었다.그러고는 제목에 쌍둥이 남매가 부럽지 않냐고 그래도 소용없다고 계속 부러워하라는 글을 덧붙여 20장이 넘는 아기의 사진을 연이어 보냈다.얼마 안 되자 답글들이 올라왔다.송지원: 아이들이 태어난 거야? 축하해, 내일 보러 갈게.봉현수: 금방 태어난 거야? 난 선물까지 미리 준비해 뒀어. 내일 지원이랑 같이 갈게.그 밑에는 붉은색으로 된 부동산 증명서 두 권의 사진이 첨부되었다.한재민: 축하해. 선물은 지금 오는 길에 있어. 설쯤에 제수와 아이들 보러 갈게.그웬: 벌써? 내가 아직 가지도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