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1화

Author: 손이영
유강후는 손으로 온다연을 부축하고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다연아, 네가 앞으로 어떻게 죽을지 알아?”

온다연은 입술을 움직였지만 더듬거리며 말을 내뱉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삼촌이라고 불렀다. 비록 완전히 취했지만 그녀는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눈앞의 이 남자는 유강후이다. 그녀는 매우 잘 알고 있고 또 두려웠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자신의 몸을 전혀 통제할 수 없었다.

술에 취한 느낌은 정말 괴롭고 위는 타들어 가는 것 같았고 손발은 차갑고 힘이 없었다.

온다연은 유강후 몸 위에 엎드려 있었고 무의식적으로 그의 옷을 잡아당기며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다.

그녀는 마치 바다에 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부목을 잡은 듯 유강후를 꽉 붙잡았다.

유강후는 그녀한테서 나는 술 냄새 때문에 미간을 찌푸렸고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혼자 갈 수 있겠어?”

그의 목소리는 그의 몸 온도만큼이나 차가웠다. 몸에 열이 나는 것만 같던 온다연은 왠지 모르게 그에게 더 달라붙고 싶었다.

하지만 온다연은 또 유강후가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될수록 멀리하려고 애를 썼다.

그녀는 유강후의 옷깃을 쥐어뜯으면서 말끝을 흐렸다.

“어쩌면...”

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미끄러져 떨어지기 시작했다.

유강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직도 거짓말을 한다고?

유강후가 팔을 굽히자 온다연은 마치 뼈가 없는 생물체처럼 그의 팔에 반쯤 걸려있었고 발도 땅에서 떨어졌다. 마치 코알라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귀여웠다.

이때 문밖에는 따라오던 학교 지도자 몇 명이 서 있었다. 유강후의 품 안에 자기 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있는 것을 보고 선생님들은 깜짝 놀랐다.

“강후 씨, 이분은?”

유강후는 핏기가 하나 없이 하얗게 질린 온다연을 힐끔 바라보더니 그녀의 얼굴을 자기 품속으로 묻었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유씨 가문 조카예요.”

그러자 학교 지도자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학교에 뜻밖에도 유씨 집안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들은 유강후의 조카인 유하령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유명한 유하령은 몇 년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또 조카가 있다니?

그들은 온다연의 얼굴을 보려고 했지만 그녀의 얼굴은 유강후의 품에 묻혀있어 뒤통수만 보였다.

유강후는 그들에게 온다연의 정체를 알릴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온다연의 허리를 꽉 잡고 학교 지도자들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

“학생들에게 술 시중을 들게 하다니. 정말 너무 하네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카리스마가 넘쳤다. 그 말을 들은 학교 지도자들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유강후의 배후에는 유씨 가문이 있다. 유씨 가문은 권력과 재력 면에서 모두 최상급에 있는 명문가이다. 학교 교장은 말할 것도 없고 경원시의 시장도 교체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유강후는 그들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이권에게 말했다.

“권아, 남은 일은 알아서 처리해 줘.”

그리고 그는 온다연을 안고 자리를 떠났다. 온다연은 유강후의 팔에 반쯤 매달려 주차하는 곳까지 갔다. 유강후가 차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온다연이 말했다.

“삼촌, 저 토하고...”

유강후는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더니 그녀를 나무 옆으로 부축하면서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금방 돌아올게.”

유강후가 떠나자 온다연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토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유강후가 이때 떠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아니면 유강후는 그녀의 이런 낭패한 꼴을 보게 되었을 것이다.

한참 동안 토하고 나니 속이 좀 좋아진 것 같았다. 온다연은 천천히 몸을 옮기며 옆으로 가서 쉬었다.

그녀는 눈을 감자 몸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떠나고 싶었다. 유강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녀는 1분 1초도 그와 함께하고 싶지 않았다.

이곳은 학교 공용 주차장이기에 많은 외부 차량이 있었다. 온다연은 유강후가 떠난 방향을 힐끔 보고는 살금살금 벤츠 SUV 뒤에 몸을 숨겼다. 커다란 SUV 덕분에 그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공기 중에는 술 냄새가 은은하게 퍼졌다.

그녀는 차 바퀴 옆에 웅크리고 앉아 인기척을 듣고 있었다.

몇 분 후,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 지더니 유강후가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온다연은 소리도 못 내고 도둑놈처럼 들킬까 봐 숨도 못 쉬었다. 그리고 차가운 그녀의 손에는 땀이 나기 시작했다.

온다연은 유강후의 소리에 집중했다. 몇십 미터 떨어져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유강후가 차 문을 열고 닫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그가 이권에게 전화를 거는 것도 똑똑히 들었다.

게다가 유강후가 돌아가며 그녀를 찾기 시작했다. 익숙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온다연은 눈이 휘둥그레져 차에 몸을 더 바싹 붙였다. 그리고 잡히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숨조차 쉬지 못했다.

그녀는 순간 3년 전 그날 오후가 떠올랐다. 그때도 이렇게 숨이 막힐 정도로 쫓겼고 갑자기 땅에 큰 구멍이 생기면서 그녀를 그대로 삼켜버렸다.

이때 발소리가 멈췄다. 희미한 불빛 아래 유강후의 커다란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 것을 보았다. 그녀의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빨리 뛰기 시작했고 유강후의 그림자만 보아도 그녀는 강한 압박감을 느꼈다.

그 그림자는 점점 가까워졌고 공기 중에는 설송 냄새가 진하게 퍼졌다.

온다연은 차 옆에 웅크리고 앉았다. 마치 구석에 몰래 숨어 있는 어린 짐승처럼 그녀를 잡아먹으려는 대형 맹수를 몰래 응시하며 몸을 떨었다.

유강후에게 막 들키려는 순간 차 문이 열리면서 힘센 손이 그녀를 들어 올렸다. 온다연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차 안으로 끌려들어 갔다.

그리고 차 문이 가볍게 닫혔다. 잘 닫히지 않은 문틈으로 바깥 대화가 똑똑히 들려왔다.

“유씨 가문 셋째 도련님? 맞네요. 귀국했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만날 줄이야.”

유강후는 낮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누구세요?”

그러자 그 남자는 피식 웃으면서 허스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도련님이 외국에 3년 동안 있더니 저를 잊으셨네요. 하하하.”

“임씨 가문 사람이세요? 염지호의 동생분 염지훈?”

그러자 염지훈은 웃었다.

“역시 도련님! 막 찍었는데도 맞혔군요. 저는 염지훈입니다. 그런데 도련님은 여기서 뭘 하세요? 사람을 찾는 것 같은데.”

그러자 유강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집에 아이가 없어져서 찾는 중이에요.”

“아. 그러세요? 몇 살이에요? 제가 같이 찾아드릴게요.”

이때 유강후는 아직 닫히지 않은 차 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마치 모든 것을 뚫어 버릴 것처럼 날카로웠다.

Related chapters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화

    한참 후, 유강후는 다시 염지훈을 쳐다봤다. 그의 매서운 눈빛은 염지훈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염지훈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혹시 제가 도련님 집 아이를 훔쳤다고 의심하는 건 아니죠?”유강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차갑게 쳐다보기만 했다. 두 사람은 키가 비슷하고 모두 카리스마가 넘쳤지만 유강후는 염지훈보다 몇 살 연상이고 비즈니스와 정치계에서 몇 년 있다 보니 남다른 기세가 있었다.순간 염지훈은 기 싸움에서 뒤처진 느낌이 들었다. 그는 유강후의 눈빛만 봐도 숨이 막혀왔다.비록 두 가문의 재력은 비슷했지만 유씨 가문은 정치계에서 더 잘나갔다. 그 때문에 염지훈은 유강후와 적이 되기 싫었다.이때 염지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강후 도련님, 제가 같이 찾아드릴까요?”유강후는 염지훈의 뒤에 있는 캄캄한 반사 유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필요 없어.”그리고 그는 자리를 떠났다.잠시 후, 유강후의 차는 주차장을 떠났다. 그제야 염지훈은 문을 열며 말했다.“나와.”문에 웅크리고 앉아 엿듣던 온다연은 문이 열리자마자 차에서 떨어지면서 이상한 자세로 착지했다. 그러자 염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그녀를 부축했다.온다연은 머리가 아까보다 더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팔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차 문에 기대어 염지훈을 멍하니 쳐다봤다.염지훈은 차 문에 기대어 담배에 불을 붙이고 초라한 모습에 술 냄새까지 풍기는 온다연을 자세히 훑어보았다.온다연은 예쁘게 생겼고 피부도 하얗고 눈도 초롱초롱했다. 나이가 많지 않았지만 배짱이 좋은 것 같았다.염지훈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온다연은 사정없이 훑어보았다.“유강후랑 무슨 사이야? 왜 피해 다녀?”온다연은 염지훈을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한참 후에 입을 열었다.“난 그쪽을 모르는데요.”그녀는 술에 많이 취해서 염지훈의 생김새를 잘 볼 수 없었지만 그의 날카로운 눈빛과 더운 날에 두꺼운 옷차림을 한 것을 보니 좋은 사람 같지 않았다.게다가 그는 유강후처럼 키가 크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3화

    온다연은 고개를 번쩍 들어 유강후를 쳐다봤다. 서늘한 눈동자는 미동도 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분위기는 얼음처럼 차가웠다.그녀는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서며 당황한 눈빛을 보였다.“삼... 삼촌...”유강후는 왜 아직 떠나지 않았을까? 왜 아직도 여기 있을까?유강후는 뼈마디가 분명한 손가락으로 핸들을 튕기면서 말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는 경고하는 어투가 담겨있었다.“다연아, 나는 인내심이 별로 없어 같은 말을 세 번 이상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차에 타라고.”온다연은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유강후가 주는 스트레스 때문에 그녀의 위는 더 아파졌다.그녀는 하는 수 없이 뒷문을 열고 유강후와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았다.에어컨 바람 때문에 차 안은 냉기가 가득했고 온다연은 냉기 때문에 오들오들 떨었다. 그리고 그녀의 위는 찬바람을 맞아 더 아파졌다.유강후는 조수석 자리에서 어떤 물건을 집어 들고 온다연에게 건넸다.“마셔.”온다연은 받아보니 숙취해소제였다.그리고 유강후는 또 물 한 병을 건네며 말했다.“입가심해.”온다연은 위가 아파서 허리를 거의 펼 수 없었지만 유강후의 강한 압박감 때문에 시킨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약을 먹고도 속쓰림은 가라앉지 않았고 오히려 통증이 심해졌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뒷좌석에 웅크리고 앉아 식은땀을 흘렸다.그녀는 유강후가 자기를 어디로 데려갈지 몰랐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심한 통증 때문에 그녀는 사색조차 할 힘이 없었다.그녀는 머리를 숙였고 그녀의 반들반들한 이마에는 식은땀이 촘촘히 맺혔다.유강후는 한 손에 핸들을 잡고 가끔 백미러로 온다연을 쳐다봤다.희미한 불빛 때문에 그는 온다연이 조그맣게 웅크리고 차 문에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어린 나이에 고집스러운 모습이 성격이 얄궂은 고양이와 같았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었고 차 안은 답답한 분위기였다.마침내 가로수길에 접어들었을 때, 유강후는 차를 길가에 세웠다.이 길에는 차들이 엄청 적었다. 길 양측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4화

    온다연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유강후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이때 그녀는 진정으로 남녀의 체형과 힘의 차이를 느꼈다.유강후는 덩치가 큰 몸매는 아니다. 188의 키에 날렵하고 늘씬한 몸매를 가졌고 셔츠와 양복을 입을 때 세련되고 도도했다. 전혀 공격적으로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온다연은 유강후가 옷을 벗으면 얼마나 튼튼하고 섹시한 몸매를 가졌는지 알고 있다. 3년 전 그날 오후, 유강후는 한 손으로 온다연을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가두었다.하지만 온다연이 더 두려워하는 것은 그날 오후 그의 눈빛이었다. 붉게 달아오르고 이성을 잃은 그 눈은 짐승처럼 보였고 가끔 그녀의 꿈에도 나타났다. 그 눈빛만 떠올리면 온다연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그래서 유강후에 대한 두려움은 신체적과 정신적에세 모두 비롯됐다.“저, 저 도망치지 않았어요...”온다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유강후는 허리를 굽혀 두 손을 침대에 짚고 온다연을 침대와 자기 몸 사이에 가두었다. 그리고 또박또박 천천히 말했다.“다연아, 어떤 일은 말이야. 네가 피할수록 더 엉망진창이 될 거야.”온다연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그녀의 몸은 가볍게 떨렸고 겁에 질려 입술을 깨물었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유강후는 그런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내가 왜 일찍 돌아왔는지 알아?”온다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녀는 감히 유강후를 쳐다보지도 못했고 입술만 꽉 깨물고 있었다. 그녀는 입술 옆에 작은 점을 하얗게 될 정도로 깨물었고 마치 구해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유강후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꽉 움켜쥐고 입술을 그만 깨물도록 하였다.“대답해.”온다연은 침대보를 움켜쥐고 고개를 돌렸다.“몰라요...”그녀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유강후는 그런 그녀의 생각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싸늘하게 말했다.“알고 싶지 않은 건 아니고?”그러자 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그녀의 턱을 꽉 잡고 있던 유강후의 손에 힘이 더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5화

    온다연은 꼼짝도 못 하고 눈을 감고 못 들은 척했다. 유강후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갑자기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올렸다.온다연은 놀라서 심장이 멎을 것 같았고 그녀가 막 눈을 뜨려고 하자 유강후는 다시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는 온다연을 침대 안쪽으로 조금 옮긴 후 신발을 벗고 그녀 옆에 누웠다. 병원의 침대는 매우 작았다. 두 사람은 불편하게 누워 있었다. 특히 온다연은 유강후를 매우 두려워했다.유강후의 카리스마와 그의 체향이 공기 속을 가득 채웠다. 온다연이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그의 냄새로 가득했다. 유강후의 몸은 그녀의 등에 달라붙었고 온다연은 그 열기로 인해 화상을 입을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고 나무처럼 굳어있었다. 온다연은 유강후가 그녀의 침대에 누울 거라고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이런 작은 병원 침대에 말이다. 유강후는 결벽증이 있지 않았던가?온다연은 긴장해서 울고 싶었고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다.하지만 유강후는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뉴스를 보기 시작했고 문자도 몇 개 보냈다.시간은 그렇게 1분 1초 지났고 온다연은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다가 약의 작용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긴장이 풀리면서 몸이 나른해지자 그녀의 손은 자기도 모르게 유강후의 무릎 위로 미끄러져 떨어졌다. 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가늘고 작고 부드러웠다. 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을 유심히 쳐다보았다.손톱은 짧았고 매니큐어 같은 것을 바르지 않아 깨끗해 보였다. 손가락은 통통했고 귀여웠다.이때 온다연이 갑자기 손을 빼갔고 몸을 뒤척이며 유강후에게 얼굴을 대고 돌아누웠다. 그리고 손과 발도 그의 몸에 걸치면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하니야, 기다려...”그녀의 머리카락은 여전히 젖은 상태로 얼굴에 붙어있었다. 머리카락이 검었기 때문에 얼굴이 유난히 하얘 보였다.온다연의 이목구비는 유난히 예뻤고 피부도 하얗고 입술 옆에 보일락 말락 하는 점마저도 매력적이었다.그런데 두 눈은 수줍게 생겼고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6화

    온다연은 더 긴장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말까지 더듬었다.“아니에요. 거짓말 아닌데요.”그녀가 한 말은 사실이다. 온다연이 13살 때부터 심미진은 그녀를 거의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가 아프다는 일을 언급하지 말든지 결과는 마찬가지이다.사실 유하령이 온다연의 배를 찰 때 심미진은 아마 내장을 다쳤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심미진은 온다연에게 4만 원을 주면서 스스로 진료소를 찾아가 보라고 했다. 그리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 후, 온다연은 유씨 저택에 거의 돌아가지 않았고 심미진에게 자기가 괴롭힘을 당한 일도 말하지 않았다.게다가 3년 전 유강후와 그 일이 있고 난 뒤 유하령은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온다연을 더욱 미워하게 되었다.유하령은 그녀의 머리채를 뽑고 뺨을 때리고 밥에 압정을 넣고 침대에 작은 동물까지 던졌다. 게다가 몇 번은 깡패들을 찾아 그녀를 골목에 틀어박고 죽을 때까지 때렸다. 그러면서 온다연의 내장은 더 심하게 다치게 되었다.지금 생각해 보니 그녀가 이렇게 된 것은 유강후와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그런 생각에 온다연의 눈은 더 아래로 처졌고 도시락을 쥔 손도 가볍게 떨리기 시작했다.갑자기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던 유강후는 잡고 있는 그녀의 턱을 놨다. 그러자 온다연의 얼굴에는 선명한 손자국이 생겼다.피부가 이렇게 부드럽다고?유강후의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그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나는 누가 나한테 거짓말을 하는 게 제일 싫어.”그러자 온다연이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삼촌, 저 거짓말 안 했어요.”그렇게 말하며 온다연은 손을 앞으로 옮기면서 도시락으로 유강후의 손목을 스쳤다.그러자 도시락의 뜨거운 온도에 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온다연의 손바닥을 보자 이미 빨갛게 덴 것을 발견했다.화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도시락이 이렇게 뜨거우니 분명 엄청 아팠을 것이다.유강후의 눈빛은 더 차가워졌고 턱선은 더 날렵해졌다.“다연아, 안 아파? 아니면 아픈 걸 잘 참는다고 생각해?”그러면서 유강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7화

    온다연은 이런 생각에 참지 못하고 냄새를 맡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옷에서 유강후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만약 그의 냄새가 났다면 그녀는 정말 입을 수 없었을 것이다.속옷은 딱 그녀의 사이즈였다. 온다연은 키가 161cm이고 90근에 불과한 마른 체격이었지만 브래지어는 C컵을 입어야 했다.허리가 가늘고 다르가 길며 애플 힙라인 때문에 윗옷과 바지의 사이즈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옷을 살 때마다 다른 사이즈로 조합해야 한다.그 때문에 그녀는 자기 몸에 꼭 맞는 사이즈의 속옷을 보았을 때 조금 놀랐다. 그리고 두 치마의 가격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두 치마도 하나는 흰색 하나는 하늘색이었는데 한 벌은 1,700만 한 벌은 2,500만이었다.온다연은 두 치마의 가격을 보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유강후는 이 치마를 어디에서 샀을까? 환불할 수 있을까?하지만 이 원단은 정말 부드럽고 편안했다. 온다연은 이렇게 좋은 원단의 옷을 입어본 적이 없다.이때 집사가 그녀를 불렀다.“다연 아가씨, 어떠세요?”온다연은 할 수 없이 대답했다.“괜찮아요.”그리고 흰색 치마를 입었다.치마는 심플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잘록한 허리라인이 완벽히 드러나고 다리가 길어 보이는 포인트를 모두 살렸다.옷을 다 입고 나서 그녀는 다시 쇼핑백을 봤더니 작은 선물 상자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열어보니 그 안에는 머리띠가 있었다.머리띠에는 새하얀 진주가 있었고 양쪽에는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있었다. 정교한 공예 기술 때문에 한눈에 봐도 비싼 제품임을 알 수 있었다.온다연은 가격표를 보고 싶었지만 찾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머리를 어깨에 풀어 헤치고 머리띠로 묶었다. 화장실을 나서자 집사의 무뚝뚝한 표정 때문에 그녀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집사의 말투는 한결같았다.“다연 아가씨, 도련님이 며칠 동안 저한테 아가씨를 돌보라고 하셨어요.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에게 말씀하세요.”온다연은 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8화

    온다연은 두려워서 몸이 경직되었다. 유강후는 차가운 손등으로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가 거두어들였다.“집사님이 네가 오후부터 열이 나서 잠을 못 잤다고 하더라고. 지금은 열이 내렸네. 의사를 부를 필요가 없을 것 같아.”온다연은 그제야 자신이 오후에 열이 났고 반나절이나 잤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 잤는데 왜 머리가 아직도 무거울까?온다연은 그 원인을 유강후가 너무 가까이 다가온 탓으로 돌렸다.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삼촌, 불 좀 켜주시면 안 돼요?”유강후는 그러자 문 쪽으로 가서 불을 켰다. 조명이 켜지자 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유강후를 쳐다봤다. 양복을 입은 그의 모습은 유난히 늘씬해 보였고 매력적이었다.그는 넥타이도 맸고 조명 아래 다이아몬드 옷깃이 화려하게 빛났다. 무심코 들어낸 손목시계도 비싼 명품 같았다.온다연은 양복을 입은 남자는 많이 봤지만 유강후 같은 분위기를 내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차갑고 섹시하고 고급스러웠다.온다연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아까보다 더 긴장되어 절로 눈을 내리깔았다. 유강후는 더웠는지 넥타이를 벗어 의자에 털썩 걸치고 양복을 벗더니 가늘고 흰 줄무늬 셔츠를 드러냈다.외투를 벗은 유강후는 카리스마가 줄었지만 도도함이 더 돋보였다. 온다연은 감히 그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그는 외투를 놓고 나갔다가 2분도 안 되어 다시 돌아왔는데 이때 그의 손에는 커다란 쇼핑백 하나가 더 늘어났다.유강후는 쇼핑백에서 도시락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온다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일어나서 뭐 좀 먹어.”온다연은 확실히 배가 고팠기에 힘겹게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손에는 무의식적으로 그 하얀 진주 머리띠를 쥐고 있었다.유강후는 그녀를 한번 훑어보더니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말했다.“잘 어울리네.”깔끔한 디자인의 이 드레스는 우아하고 세련되어 보였으며 전에 입었던 치마보다 훨씬 소녀답고 예뻤다.온다연은 치마를 잡아당기며 속옷 생각이 나서 얼굴이 화끈거렸다.“감사합니다.”그리고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9화

    유강후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알아. 여기 병원인 거.”그러자 온다연은 어이가 없어서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유강후를 바라봤다. 그녀는 유강후가 머리가 아프거나 아니면 술을 많이 마셔서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다. 혹시 온다연을 유하령으로 착각했나? 이렇게까지 온다연을 챙길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그러자 온다연이 한 번 더 말했다.“삼촌, 저는 유씨 가문 사람이 아니에요.”유강후가 대답했다.“그렇지. 근데 뭐?”온다연은 다시 멍해졌다. 유강호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약혼녀인 나은별과 함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곳은 적어도 침대가 많아 두 사람이 한 침대에서 자지 않아도 되니깐 말이다.“그런데...”유강후는 온다연의 말을 듣지 않고 세면도구를 들고 화장실로 갔다. 그러자 온다연이 다급하게 쫓아갔다.“삼촌!”유강후가 돌아서자 하마터면 달려오는 온다연과 부딪힐 뻔했고 그녀는 황급히 걸음을 멈추었다. 키 차이가 큰 두 사람이 가까이 서자 온다연은 강한 압박감을 느꼈고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서 긴장을 떨며 옷을 움켜쥐었다.그녀의 깨끗한 이마와 긴 속눈을 바라보면서 유강후가 말했다.“왜? 같이 씻고 싶어?”뭐라고?온다연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유강후를 바라봤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충격으로 반짝반짝 빛났다.온다연의 눈동자는 보통 사람보다 까맣고 밝아서 사람을 진지하게 바라볼 때 애틋함이 느껴졌다. 지금 화를 내는 중에도 예외는 아니었다.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이렇게 다른 사람을 쳐다보지 마. 알았지.”온다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나 그의 손길을 패했고 머리가 지끈거렸다.금세 화장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병원의 문은 방음이 잘되지 않고 유리로도 희미하게 사람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유강후의 그림자는 늘씬하고 날렵하고 힘이 넘쳐 보였다. 온다연은 자기도 모르게 그 황당한 오후가

Latest chapter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55화

    진수현은 유강후를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유강후의 배경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나이에 이런 성과를 이룬 건 실로 보기 드문 일이었다.자신의 젊은 시절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였다.잔을 살짝 흔들며 진수현은 미소 지었다.“유 대표님은 정말 대단하시네요. 혹시 결혼은 하셨습니까?”유강후의 시선이 안심의 얼굴에 잠시 머물렀고 그 눈빛에 어두운 기운이 스쳤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결혼은 했지만 지금은 부인이 절 떠나 친정으로 돌아갔습니다. 다시는 절 보려 하지 않네요.”이 말에 진수현이 피식 웃었다.“젊은 사람들은 서로에게 더 많은 관용을 기대하죠. 유 대표님처럼 뛰어나신 분이라면 사모님도 틀림없이 대단한 분일 겁니다.”유강후는 다시 한번 안심을 바라봤지만 침묵하며 답하지 않고 대신 잔을 들어 와인을 살짝 흔들었다.“진 대표님은 잃어버렸던 따님을 찾으셨다고 하던데... 정말 축하드립니다.”진수현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유 대표님 소식이 정말 빠르시네요. 그런 일까지 알고 계시다니.”유강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곁에 서 있던 안윤희에게 잠시 시선을 돌렸다.“혹시 이분이 대표님의 따님이신가요?”그는 가슴 깊은 곳에서 실망감이 몰려드는 것을 느꼈다.이 젊은 여자는 진수현의 곁에 서 있었고 안심과도 매우 친밀해 보였다.‘이 사람이 진 대표의 딸인가?’하지만 그녀는 온다연이 아니었다.‘다연이 소식이 또 끊겨버렸네.’그는 속으로 울분을 삼켰다.‘왜 그렇게 매정할까? 왜 나한테 조금의 희망조차 남겨주지 않는 걸까?’진수현은 유강후의 물음에 미소만 지으며 잔을 들어 올렸고 직접적으로 부정하거나 긍정하지 않았다.그는 자기 딸의 정체를 굳이 드러낼 생각이 없었다.필요 없는 오해라면 그냥 내버려 두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진수현의 태도에 유강후의 마음속에서 간신히 피어오르던 작은 희망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고 말았다.가슴 한구석이 텅 비어버린 듯한 고통이 다시 찾아왔고 목구멍에는 쇳내가 가득 차올랐다.그는 억지로 고통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54화

    ‘왜 이렇게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지? 저 사람 누구지? 왜 보자마자 이렇게 괴로운 거야? 가슴이 너무 아파.’극심한 통증 속에 온다연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어떤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치듯 지나갔다.역시 이런 여름날과 비슷한 계단 끝이었다.빛 속에 서 있던 고귀하고 우아한 흰옷의 소년, 너무도 아름다워 그녀의 마음에 수많은 열등감과 동경을 불러일으켰던 그 모습.‘누구지? 왜 내 머릿속에 있는 사람이랑 이렇게 닮은 거지? 왜 내 머릿속에 이런 장면들이 떠오르는 걸까?’이유를 알고 싶었지만 생각할수록 머리가 더욱 심하게 아팠다.심지어 통증은 가슴을 갈가리 찢는 듯한 고통으로 번져갔다.그러나 이런 장소에서 그녀는 소리칠 수도 없었다.진수현은 딸의 이상한 모습을 재빨리 알아차리고 그녀를 안아 옆에 마련된 휴게실로 데려갔다.온다연의 창백한 얼굴과 땀범벅이 된 모습을 본 안심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하여 땀을 닦아주며 그녀는 목이 메인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그냥 돌아갈까? 이런 연회 안 가도 돼.”뜨거운 물을 조금 마시고 나서야 온다연의 상태가 조금 나아졌다.그러나 방금 떠오른 장면들을 더는 떠올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녀는 안심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저 괜찮아요, 엄마. 이번 연회는 정말 중요한 자리예요. 안 갈 순 없어요.”진수현도 몹시 안타까워하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왜 갑자기 머리가 아팠던 거니? 거의 2년 동안 이런 적 없었는데... 혹시 또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른 거야?”한동안 그의 마음속에는 후회가 몰려왔다.염지훈의 말을 믿고 딸의 과거를 철저히 조사하지 않은 자신을 자책한 것이다.염지훈은 온다연이 과거에 행복하지 못했다고 했고 그녀가 스스로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 한다며 과거를 들추면 더 큰 고통을 안길 것이라고 조언했었다.진수현도 딸이 힘든 과거를 떠올리며 괴로워하길 바라지 않았기에 대충 알아보는 선에서 그쳤다.딸의 양부모는 이미 사망했고 그녀가 살던 동네의 이웃도 모두 떠난 상태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53화

    온다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심은 눈에 가득 애정을 담아 말했다.“아무리 바빠도 다음 달 약혼식은 미루면 안 돼. 우리 딸의 일이 가장 중요한 거야.”그러자 얼굴이 붉어지며 온다연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엄마, 그런 얘기 그만 좀 하세요.”안심은 웃으며 말했다.“지훈 씨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 네 아버지 젊었을 때와 닮았어. 나도 네 아빠도 그 사람이 아주 마음에 든단다. 너를 그 사람에게 맡겨야 우리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진수현이 방으로 들어오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마음에 들긴? 난 마음에 안 들어! 내 딸은 평생 시집 못 가!”이를 들은 안심이 그를 매섭게 쳐다보았다.“그딴 소리 한 번만 더 하면 오늘 밤엔 거실 소파에서 혼자 잘 줄 알아요!”당황한 진수현은 급히 변명했다.“여보, 그러지 마. 우리 딸 듣고 있잖아.”안심은 남편을 쳐다보지도 않고 온다연의 손을 잡아끌며 방을 나섰다.조금 뒤, 진씨 가문의 전용 헬리콥터가 크루즈의 갑판 위에 부드럽게 착륙했다.헬리콥터에서 내리자 온다연은 크루즈의 거대한 규모에 잠시 넋을 잃었다.각 크루즈선은 마치 하나의 작은 도시처럼 넓고 평탄했고 열여덟 척의 크루즈가 연결된 모습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했다.육지와 다를 바 없는 규모였다.오가는 사람들은 모두 화려한 복장을 입고 있었고 특히 여성들은 하나같이 아름답게 꾸민 모습이었다.그들 사이에서 은밀한 속삭임이 들려왔다.“오아시스 그룹 사람들이야. 이번 해양 프로젝트의 최대 주주라지.”“들리는 말로는 겨우 서른 초반인데 아직도 미혼이래.”“근데 그 사람 얼굴을 본 적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대. 어떻게 생겼는지는 전혀 모르겠네.”“어떻게 생겼든 오아시스 그룹의 대표라잖아. 들은 바로는 화운 그룹과 제경 그룹도 그 사람 소유래.”“세상에... 그럼 진씨 가문도 저 사람보다 못한 거네.”“진씨 가문이 동남아시아에서 강하지만 이쪽에서는 오아시스 그룹 쪽이 더 강해. 단지 영향권이 다른 거지, 서로 비교할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52화

    온다연은 난간 옆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석양이 완전히 사라질 때쯤, 집사가 다가왔다.“사모님께서 드레스 갈아입으시고 준비하시라고 전하셨습니다. 곧 저녁 연회가 시작되니 출발해야 합니다.”그제야 온다연은 정신을 차렸다.드레스를 갈아입고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늘 그렇듯 그녀만을 위한 전용 메이크업을 시작했다.이 메이크업은 그녀의 아름다움을 완전히 가려버려 단지 청순한 정도로 보이게 만들었다.사실 이 메이크업은 아버지 진수현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그녀를 철저히 보호하기 위해 특별히 의뢰한 것이었다.특히 이 메이크업은 특수 재료로 만들어져 쉽게 지울 수 없고 최대 3개월 동안 유지될 수 있었다.덕분에 지금까지 누구도 그녀의 진짜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그 때문에 아무도 그녀를 진수현의 딸이나 진씨 가문의 금융 천재 소녀와 연결 지으려 하지 않았다.과거에 누군가 진씨 가문의 금융 천재 소녀가 노트북으로 일하는 모습을 몰래 촬영한 적이 있었는데 사진 속의 그녀는 마치 요정처럼 세상에 내려온 듯한 아름다움을 뽐냈다.그 모습은 젊은 시절의 안심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그러나 그 사진은 즉시 삭제되었고 촬영한 사람도 어떻게 사라졌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 결과 많은 이들이 온다연의 사촌 언니이자 안심의 조카인 안윤희를 진수현의 딸로 착각했다.안윤희는 안심과 약간 닮은 데다 비록 외모가 조금 부족하긴 했지만 그래도 꽤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이다.온다연이 보석을 착용할 때 집사가 그녀의 목에 걸린 호박석 펜던트를 떼어내려 했다. 그러나 온다연은 이를 막았다.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 펜던트를 한순간도 떼어놓을 수 없었다. 펜던트를 떼어낼 때마다 심장이 찢어질 듯한 고통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오늘처럼 중요한 연회에 인공 보석을 착용하고 가는 건 진씨 가문의 명예에 걸맞지 않았다.결국 그녀는 펜던트를 떼어내어 다이아몬드 팔찌와 함께 손목에 착용했다. 이로 인해 펜던트는 더 이상 눈에 띄지 않았다.온다연이 펜던트를 조심스럽게 다루는 모습을 본 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51화

    한 달 전, 신국 근처 공해에서 대량의 신에너지 광물이 발견되었다. 자원이 부족한 신국에게 이는 마치 거대한 노다지를 발견한 것과 같았다.하지만 곧 강력한 자본이 개입하면서 결국 채굴권은 H 국의 오아시스 그룹과 신국의 진씨 가문에게 돌아갔다.오아시스 그룹이 70%의 지분을 차지하며 주도권을 잡았고 진씨 가문은 상대적으로 약간 뒤처진 위치에 머물렀다.석양빛이 번지는 저녁, 온다연은 저택의 난간에 기대어 멀리 보이는 십여 척의 대형 크루즈선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크루즈선들은 그제부터 그곳에 정박해 있었고 움직이지도, 항구에 접안하지도 않았다.크루즈선끼리는 대형 강철판으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마치 바다 위에 웅장한 궁전을 세운 듯한 모습이었다.거대한 규모와 웅장함은 단연 압도적이었다.마치 광장처럼 넓은 갑판 위로는 헬리콥터가 끊임없이 이착륙했고 멀리서 비행기 소리도 희미하게 들려왔다.집사 주원의 말에 따르면 저 크루즈선들은 모두 한 대단한 인물을 보호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했다.그 인물은 이번 진씨 가문의 협력 파트너로 북아메리카 대형 재벌의 수장이자 H 국과 같은 초강대국의 고위 정치 가문을 배경으로 둔 권력자라고 한다.오아시스 그룹과 같은 대규모 사업체를 여러 개 거느리고 있으며 그의 권력과 재력은 나라와 맞먹을 정도라고 한다.아직 상륙하지 않았지만 그를 보기 위해 주변의 여러 소국의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이 빈번히 왕래하고 있었다.그 크루즈선을 멍하니 바라보자 온다연은 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마치 그곳에 자신이 찾고자 하는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지난 3년 동안 그녀는 신국 생활에 완전히 적응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끝없는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었다.심지어 가문의 후계자임에도 불구하고 가업을 경영하기보다는 배후에서 조종하는 역할만 하고 싶다는 무리한 요구까지도 아버지는 너그럽게 받아주었다.그녀는 분명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일이란 없었다.예전의 기억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50화

    유강후는 봉투를 열었고 그 안에는 사진 한 장이 담겨있었다.사진을 꺼내 살펴본 그는 곧바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몰래 찍은 것 같은 사진 속에는 남자가 있었는데 모르는 얼굴이어서 염동식이 언급했던 진수현일 거라고 추측했다.그런데 사진 속 여성은 온다연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나이는 30대처럼 보였기에 온다연일 리가 없지만 생김새나 분위기조차 매우 닮았다.유강후는 심장이 마구 뛰었다.‘누구지?’‘왜 다연이랑 이렇게 닮은 거지?’수많은 의문이 떠오른 그때 염동식의 전화가 걸려 왔다.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염동식이 먼저 말을 꺼냈다.“사진 속의 남자는 진수현,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아내인 안심이에요. 사모님이랑 매우 닮았죠?”“3년 전, 사모님이 실종된 시기와 진씨 가문이 딸을 찾은 시기가 매우 일치합니다. 정말 우연일까요?”유강후는 심장의 두근거림을 억누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대표님, 감사합니다. 이 은혜 절대 잊지 않을게요.”염동식이 답했다.“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앞으로 한밤중에 치료해달라고 제 와이프한테 연락이나 하지 마세요.”“아참, 흰머리가 많이 나셨던데 제가 부하를 시켜서 몸에 좋은 물건들 보내드릴게요. 마지막 흰머리 한 올까지 깨끗하게 사라질 겁니다.”“그리고 어르신한테 얘기 좀 해주세요. 제 와이프한테 후원 좀 하지 말라고요. 괜히 이상한 실험만 하고 있잖아요.”유강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염동식은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유강후는 손에 사진을 든 채 로운에게 전화를 걸었다.곧 로운은 진수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다.“진수현 씨는 거의 20년 동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단한 인물인 건 틀림없습니다. 원래 진씨 가문은 보잘것없는 존재였는데 그분의 통솔하에 불과 2, 3년 만에 신국에서 손꼽히는 최고의 가문으로 성장했습니다.”“그 후 아주 짦은 시간에 거대한 상업 제국을 건설하여 동남아시아의 전설적인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20년 전에 갑자기 사라졌고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49화

    말을 마치자마자 문밖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곽혜진, 말 한마디도 없이 여긴 왜 왔어. 신약 개발이라니?”순간 얼어붙은 곽혜진은 천천히 몸을 돌리더니 환한 웃음을 지었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평범한 실험이에요.”입구에는 30대로 보이는 잘생긴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분위기를 뿜어내며 곽혜진을 노려봤는데 눈에 담긴 분노는 금방이라도 그녀를 불사를 정도였다.남자의 옆에는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예쁜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곽혜진을 보자마자 ‘엄마’라고 부르며 달려가더니 그녀의 다리를 껴안았다.어르신은 손님이 찾아온 걸 보고선 황급히 마음을 다잡고 침착하게 말했다.“염 대표님이 오셨군요. 손자가 많이 아파서 제가 혜진이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너무 탓하진 마세요.”곽혜진의 남편인 염동식은 이 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고 부유한 재벌 중 한 명이다. 심지어 그의 손아귀에 있는 산업은 강씨 가문과 맞먹는다고 할 수 있다.염동식은 어르신을 보자마자 분노를 감추더니 곧바로 다가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유강후의 소식을 들은 그의 얼굴에는 안타까움이 떠올랐다.“다음 달 신국에서 비즈니스 서밋이 열립니다. 아시아 전역에서 명망 있는 기업인들이 참석하는 자리죠. 그곳에서 유 대표님을 만나면 서부 지역 개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이럴 줄은...”그는 침대에 누워있는 유강후를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유 대표님과 사모님의 얘기는 들었습니다만 이런 상황이 발생할줄은 정말 몰랐네요.”염동식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저희 쪽 인원이 최근에 동남아 기밀을 수집했는데 그중 하나가 사모님과 관계가 있는 것 같아서 말씀드리려고요. 원래는 부하 동생을 시켜서 전해드리려고 했는데 이왕 온 김에 직접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그 말이 끝나는 동시에 유강후가 눈을 떴다.“대표님, 말씀하시죠.”그러자 염동식은 피식 웃었다.“자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다행이네요.”“신국의 진씨 가문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3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48화

    구월이도 놀라서 한쪽으로 도망쳤다.그러자 유강후는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구월아, 이리 봐. 나한테 와...”구월이는 그를 힐끗 보더니 작은 비명을 지르고선 갑자기 구멍으로 도망쳤다.유강후는 그가 떠나는 방향을 바라보며 절망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구월’이라는 이름이 입 밖에 나오기도 전에 손이 축 늘어졌다.강현미는 겁에 질린 채로 그를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강후야...”딸을 잃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들까지 보내줘야 할 판이다.강현미는 자식 교육을 잘못시킨 과거의 자신을 원망했다.유강후의 극단적인 성격은 끝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고 강현미는 이 모든 걸 본인의 탓으로 돌렸다.곧 유강후는 병원으로 이송되었다.하지만 모든 의사가 속수무책이었다.겨울에는 가끔 피를 토하는 증상이 나타났기에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했지만 지금처럼 여름에 피를 토하는 건 처음이었다.설상가상 기기로는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유강후는 시도 때도 없이 피를 토했다.온다연의 죽음에 유강후의 모든 정력과 에너지는 바닥났고 남은건 껍데기뿐이었다.이러한 상황은 하루 동안 지속되었다. 피를 토하는 증상은 전혀 완화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심해졌다.마음이 급해진 강씨 가문 어르신은 곧바로 당시 치료해 줬던 여의사에게 도움을 청했고 헬기까지 동원하여 그녀를 모셔 왔다.여의사는 유강후의 상태를 살펴보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이윽고 유강후에게 침을 놓았고 다행히 피를 토하는 증상이 멈췄다.어르신은 깊게 잠든 유강후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이 나이를 먹고서도 손자 걱정을 할 줄은 몰랐기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이때 여의사가 입을 열었다.“어르신, 대표님의 상황은 제가 3년 전에 예상했던 대로입니다. 오늘까지 버틴 것도 대표님 입장에서는 정말 최선을 다했을 겁니다. 이제 남은 시간이 없습니다.”어르신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혜진아, 우리 손자 좀 살려줘. 이렇게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건 너무 억울하잖아. 딸아이도 지키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47화

    예전의 유강후는 비록 차가웠지만 그래도 가끔은 다정할 때가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인간미가 아예 사라졌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단어들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듯 좀처럼 기운을 되찾지 못했고 모든 걸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심각한 죄책감에 시달렸다.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 순식간에 3년이 지났다.꽃피는 화창한 봄날이 되었지만 한옥은 여전히 그 어떤 생기도 느껴지지 않았다.강현미가 다가와 유강후의 어깨를 두드렸다.“강씨 가문에서 괜찮은 후배 두 명을 선발했어. 옆에서 일을 배워주며 가문의 중책을 감당할 수 있게 네가 직접 키워봐.”유강후는 넋을 잃은 채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어젯밤에 또 다연이의 꿈을 꾸었어요.”강현미는 말없이 애처로운 눈초리로 아들을 바라봤다.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지만 그의 피를 멈추고 상처를 치료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3년 전 온다연의 죽음은 그의 모든 희망을 가져갔다.유강후는 이미 모든 걸 포기해 버린 상태였다.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그에 의해 차단되었고 남은 건 오직 숨이 막히는 고통과 온다연에 대한 그리움뿐이다.손으로 눈을 가리자 어느새 손가락 사이로 눈물이 흘러내렸다.“다연이가 아이를 안고 강 건너편에서 사람들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어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는데 난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어요.”“엄마,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요. 너무 힘들어요. 다연이랑 아이한테는 내가 필요해요. 보고 싶어 죽을 것 같아요...”그의 고통은 어느새 경련으로 이어졌다.온다연이 떠난 1075일. 유강후는 완전히 무너졌다.비록 다른 세상이지만 강 건너편에 있는 온다연과 아이를 지키기 위해 그는 떠나기로 마음먹었다.그런데 이때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도우미가 헐레벌떡 뛰어왔다.“대표님, 구월이가 돌아왔습니다.”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유강후는 곧장 밖으로 뛰어나갔다.“어디?”온다연이 떠난 후 그녀의 고양이도 함께 사라졌다. 경원의 크고 작은 구석을 수색했지만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