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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Author: 손이영
유강후는 손으로 온다연을 부축하고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다연아, 네가 앞으로 어떻게 죽을지 알아?”

온다연은 입술을 움직였지만 더듬거리며 말을 내뱉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삼촌이라고 불렀다. 비록 완전히 취했지만 그녀는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눈앞의 이 남자는 유강후이다. 그녀는 매우 잘 알고 있고 또 두려웠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자신의 몸을 전혀 통제할 수 없었다.

술에 취한 느낌은 정말 괴롭고 위는 타들어 가는 것 같았고 손발은 차갑고 힘이 없었다.

온다연은 유강후 몸 위에 엎드려 있었고 무의식적으로 그의 옷을 잡아당기며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다.

그녀는 마치 바다에 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부목을 잡은 듯 유강후를 꽉 붙잡았다.

유강후는 그녀한테서 나는 술 냄새 때문에 미간을 찌푸렸고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혼자 갈 수 있겠어?”

그의 목소리는 그의 몸 온도만큼이나 차가웠다. 몸에 열이 나는 것만 같던 온다연은 왠지 모르게 그에게 더 달라붙고 싶었다.

하지만 온다연은 또 유강후가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될수록 멀리하려고 애를 썼다.

그녀는 유강후의 옷깃을 쥐어뜯으면서 말끝을 흐렸다.

“어쩌면...”

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미끄러져 떨어지기 시작했다.

유강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직도 거짓말을 한다고?

유강후가 팔을 굽히자 온다연은 마치 뼈가 없는 생물체처럼 그의 팔에 반쯤 걸려있었고 발도 땅에서 떨어졌다. 마치 코알라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귀여웠다.

이때 문밖에는 따라오던 학교 지도자 몇 명이 서 있었다. 유강후의 품 안에 자기 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있는 것을 보고 선생님들은 깜짝 놀랐다.

“강후 씨, 이분은?”

유강후는 핏기가 하나 없이 하얗게 질린 온다연을 힐끔 바라보더니 그녀의 얼굴을 자기 품속으로 묻었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유씨 가문 조카예요.”

그러자 학교 지도자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학교에 뜻밖에도 유씨 집안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들은 유강후의 조카인 유하령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유명한 유하령은 몇 년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또 조카가 있다니?

그들은 온다연의 얼굴을 보려고 했지만 그녀의 얼굴은 유강후의 품에 묻혀있어 뒤통수만 보였다.

유강후는 그들에게 온다연의 정체를 알릴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온다연의 허리를 꽉 잡고 학교 지도자들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

“학생들에게 술 시중을 들게 하다니. 정말 너무 하네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카리스마가 넘쳤다. 그 말을 들은 학교 지도자들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유강후의 배후에는 유씨 가문이 있다. 유씨 가문은 권력과 재력 면에서 모두 최상급에 있는 명문가이다. 학교 교장은 말할 것도 없고 경원시의 시장도 교체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유강후는 그들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이권에게 말했다.

“권아, 남은 일은 알아서 처리해 줘.”

그리고 그는 온다연을 안고 자리를 떠났다. 온다연은 유강후의 팔에 반쯤 매달려 주차하는 곳까지 갔다. 유강후가 차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온다연이 말했다.

“삼촌, 저 토하고...”

유강후는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더니 그녀를 나무 옆으로 부축하면서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금방 돌아올게.”

유강후가 떠나자 온다연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토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유강후가 이때 떠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아니면 유강후는 그녀의 이런 낭패한 꼴을 보게 되었을 것이다.

한참 동안 토하고 나니 속이 좀 좋아진 것 같았다. 온다연은 천천히 몸을 옮기며 옆으로 가서 쉬었다.

그녀는 눈을 감자 몸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떠나고 싶었다. 유강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녀는 1분 1초도 그와 함께하고 싶지 않았다.

이곳은 학교 공용 주차장이기에 많은 외부 차량이 있었다. 온다연은 유강후가 떠난 방향을 힐끔 보고는 살금살금 벤츠 SUV 뒤에 몸을 숨겼다. 커다란 SUV 덕분에 그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공기 중에는 술 냄새가 은은하게 퍼졌다.

그녀는 차 바퀴 옆에 웅크리고 앉아 인기척을 듣고 있었다.

몇 분 후,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 지더니 유강후가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온다연은 소리도 못 내고 도둑놈처럼 들킬까 봐 숨도 못 쉬었다. 그리고 차가운 그녀의 손에는 땀이 나기 시작했다.

온다연은 유강후의 소리에 집중했다. 몇십 미터 떨어져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유강후가 차 문을 열고 닫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그가 이권에게 전화를 거는 것도 똑똑히 들었다.

게다가 유강후가 돌아가며 그녀를 찾기 시작했다. 익숙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온다연은 눈이 휘둥그레져 차에 몸을 더 바싹 붙였다. 그리고 잡히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숨조차 쉬지 못했다.

그녀는 순간 3년 전 그날 오후가 떠올랐다. 그때도 이렇게 숨이 막힐 정도로 쫓겼고 갑자기 땅에 큰 구멍이 생기면서 그녀를 그대로 삼켜버렸다.

이때 발소리가 멈췄다. 희미한 불빛 아래 유강후의 커다란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 것을 보았다. 그녀의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빨리 뛰기 시작했고 유강후의 그림자만 보아도 그녀는 강한 압박감을 느꼈다.

그 그림자는 점점 가까워졌고 공기 중에는 설송 냄새가 진하게 퍼졌다.

온다연은 차 옆에 웅크리고 앉았다. 마치 구석에 몰래 숨어 있는 어린 짐승처럼 그녀를 잡아먹으려는 대형 맹수를 몰래 응시하며 몸을 떨었다.

유강후에게 막 들키려는 순간 차 문이 열리면서 힘센 손이 그녀를 들어 올렸다. 온다연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차 안으로 끌려들어 갔다.

그리고 차 문이 가볍게 닫혔다. 잘 닫히지 않은 문틈으로 바깥 대화가 똑똑히 들려왔다.

“유씨 가문 셋째 도련님? 맞네요. 귀국했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만날 줄이야.”

유강후는 낮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누구세요?”

그러자 그 남자는 피식 웃으면서 허스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도련님이 외국에 3년 동안 있더니 저를 잊으셨네요. 하하하.”

“임씨 가문 사람이세요? 염지호의 동생분 염지훈?”

그러자 염지훈은 웃었다.

“역시 도련님! 막 찍었는데도 맞혔군요. 저는 염지훈입니다. 그런데 도련님은 여기서 뭘 하세요? 사람을 찾는 것 같은데.”

그러자 유강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집에 아이가 없어져서 찾는 중이에요.”

“아. 그러세요? 몇 살이에요? 제가 같이 찾아드릴게요.”

이때 유강후는 아직 닫히지 않은 차 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마치 모든 것을 뚫어 버릴 것처럼 날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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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다연은 두려워서 몸이 경직되었다. 유강후는 차가운 손등으로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가 거두어들였다.“집사님이 네가 오후부터 열이 나서 잠을 못 잤다고 하더라고. 지금은 열이 내렸네. 의사를 부를 필요가 없을 것 같아.”온다연은 그제야 자신이 오후에 열이 났고 반나절이나 잤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 잤는데 왜 머리가 아직도 무거울까?온다연은 그 원인을 유강후가 너무 가까이 다가온 탓으로 돌렸다.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삼촌, 불 좀 켜주시면 안 돼요?”유강후는 그러자 문 쪽으로 가서 불을 켰다. 조명이 켜지자 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유강후를 쳐다봤다. 양복을 입은 그의 모습은 유난히 늘씬해 보였고 매력적이었다.그는 넥타이도 맸고 조명 아래 다이아몬드 옷깃이 화려하게 빛났다. 무심코 들어낸 손목시계도 비싼 명품 같았다.온다연은 양복을 입은 남자는 많이 봤지만 유강후 같은 분위기를 내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차갑고 섹시하고 고급스러웠다.온다연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아까보다 더 긴장되어 절로 눈을 내리깔았다. 유강후는 더웠는지 넥타이를 벗어 의자에 털썩 걸치고 양복을 벗더니 가늘고 흰 줄무늬 셔츠를 드러냈다.외투를 벗은 유강후는 카리스마가 줄었지만 도도함이 더 돋보였다. 온다연은 감히 그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그는 외투를 놓고 나갔다가 2분도 안 되어 다시 돌아왔는데 이때 그의 손에는 커다란 쇼핑백 하나가 더 늘어났다.유강후는 쇼핑백에서 도시락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온다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일어나서 뭐 좀 먹어.”온다연은 확실히 배가 고팠기에 힘겹게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손에는 무의식적으로 그 하얀 진주 머리띠를 쥐고 있었다.유강후는 그녀를 한번 훑어보더니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말했다.“잘 어울리네.”깔끔한 디자인의 이 드레스는 우아하고 세련되어 보였으며 전에 입었던 치마보다 훨씬 소녀답고 예뻤다.온다연은 치마를 잡아당기며 속옷 생각이 나서 얼굴이 화끈거렸다.“감사합니다.”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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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강후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알아. 여기 병원인 거.”그러자 온다연은 어이가 없어서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유강후를 바라봤다. 그녀는 유강후가 머리가 아프거나 아니면 술을 많이 마셔서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다. 혹시 온다연을 유하령으로 착각했나? 이렇게까지 온다연을 챙길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그러자 온다연이 한 번 더 말했다.“삼촌, 저는 유씨 가문 사람이 아니에요.”유강후가 대답했다.“그렇지. 근데 뭐?”온다연은 다시 멍해졌다. 유강호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약혼녀인 나은별과 함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곳은 적어도 침대가 많아 두 사람이 한 침대에서 자지 않아도 되니깐 말이다.“그런데...”유강후는 온다연의 말을 듣지 않고 세면도구를 들고 화장실로 갔다. 그러자 온다연이 다급하게 쫓아갔다.“삼촌!”유강후가 돌아서자 하마터면 달려오는 온다연과 부딪힐 뻔했고 그녀는 황급히 걸음을 멈추었다. 키 차이가 큰 두 사람이 가까이 서자 온다연은 강한 압박감을 느꼈고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서 긴장을 떨며 옷을 움켜쥐었다.그녀의 깨끗한 이마와 긴 속눈을 바라보면서 유강후가 말했다.“왜? 같이 씻고 싶어?”뭐라고?온다연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유강후를 바라봤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충격으로 반짝반짝 빛났다.온다연의 눈동자는 보통 사람보다 까맣고 밝아서 사람을 진지하게 바라볼 때 애틋함이 느껴졌다. 지금 화를 내는 중에도 예외는 아니었다.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이렇게 다른 사람을 쳐다보지 마. 알았지.”온다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나 그의 손길을 패했고 머리가 지끈거렸다.금세 화장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병원의 문은 방음이 잘되지 않고 유리로도 희미하게 사람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유강후의 그림자는 늘씬하고 날렵하고 힘이 넘쳐 보였다. 온다연은 자기도 모르게 그 황당한 오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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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10화

    “지훈 씨, 미안해요. 잔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훈 씨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요. 솔직히 약혼 날짜를 미룰까도 고민해 봤는데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훈 씨는 그저 저한테 가족이나 오빠 같은 사람...”“듣기 싫으니까 그만해.”염지훈은 거칠게 말을 자르고선 한 걸음 한 걸음 그녀에게 다가갔다.“온다연, 너 진짜 잔인하다. 그동안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알잖아. 널 위해서 헌신적으로 노력한 내가 불쌍하지도 않아?”“왜 유강후는 등장만으로도 마음을 사로잡는 건데? 왜 그 사람 말 한마디에 흔들리냐고. 도대체 왜?”온다연은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박씨 가문과 진씨 가문의 약혼은 깬 건 그녀가 맞았기에 배신자라고 비난하고 질책해도 말없이 그걸 견뎌야만 했다.“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지만 내 마음을 통제할 수가 없었어요...”“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면 다야?”고통을 이기지 못한 염지훈은 주먹으로 벽을 내리쳤고 불과 몇 초 만에 그의 손은 피투성이가 되었다.온다연은 재빨리 그를 말렸다.“지훈 씨, 이러지 마요.”그러자 염지훈은 그녀를 끌어안으며 흐느꼈다.“그냥 잠깐 자리를 비운 것뿐인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가 있어? 예전의 온다연은 어디 갔냐고. 돌려내. 돌려내라고.”“내가 아는 말 잘 듣고 착한 온다연은 다른 사람과 쉽게 사랑에 빠질 그런 여자가 아니야.”그는 힘껏 온다연을 밀쳤다.“넌 온다연이 아니야. 나가.”“나가라고.”뒤로 밀려난 온다연은 문에 머리를 세게 부딪혔고 곧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렸다.새빨간 피가 그녀의 하얀 뺨을 적시고 나서야 염지훈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는 온다연을 안아서 소파에 앉힌 뒤 약상자를 찾아와 지혈해 주려고 애썼다.그런데 온다연이 그를 제지했다.“됐어요. 지훈 씨가 더 심하게 다쳤잖아요. 제가 해줄게요.”온다연은 연고와 붕대를 집어들고 조심스럽게 그의 얼굴과 몸에 난 상처에 약을 발랐다.피투성이 된 손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09화

    유강후는 주먹으로 문을 내리치며 소리를 질렀다.“꺼져.”가장 소중한 걸 잃은 듯한 괴로운 느낌이 또다시 밀려왔고 그는 문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경호원들은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멀지 않은 곳에서 유강후를 지키고 있었다.그들의 눈에 비친 유강후는 우리에 갇힌 짐승이 따로 없었다. 평소 단호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미래 그룹의 대표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이때 유강후가 대뜸 물었다.“두 사람... 안에서 뭘 하고 있을까?”경호원이 입을 열었다.“저희가 알고 있는 사모님은 선을 지키는 분입니다. 아마 염 대표님과의 약혼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을 겁니다.”유강후의 곁에서 오랜 세월 일하면서 그들은 두 사람이 어떤 풍파를 겪었는지 전부 지켜봤다. 더욱이 지난 3년 동안 유강후가 보낸 힘든 시간을 절대 잊을 수 없었다.그러기에 그에게 온다연이 어떤 존재인지는 더없이 잘 알고 있다.하지만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으니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도 편하게 지내지 못할 테니까.그 시각 별장 안.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염지훈은 온다연을 덥석 끌어안았다.온다연은 몸부림치지 않고 그가 자신을 껴안도록 내버려두었다.하지만 염지훈의 힘은 점점 더 세졌고 마치 그녀를 몸속으로 밀어 넣을 듯 꽉 껴안고 놓지 않았다.그렇게 가만히 있다가 숨쉬기 힘들 정도가 되어서야 온다연은 입을 열었다.“이제 됐어요?”염지훈은 그녀를 놓아주더니 잔뜩 지쳐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다연아, 기억이 돌아온 거야?”온다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예전의 일은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염지훈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기억이 돌아온 것도 아닌데 왜 유강후를 만나는 거야?”염지훈은 자신이 목격한 상황을 믿을 수가 없어 계속하여 현실을 부정했다. 목소리만 들어도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느껴질 정도였다.“말도 안 돼. 내가 떠난 지 얼마 됐다고 유강후를 만나는 거야? 심지어 저 사람 하나 믿고 여기까지 왔어?”온다연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08화

    온다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염지훈은 믿기지 않았다.“기억이 떠오른 게 아니라면 유 대표랑은...”“여기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네요. 잠깐 자리를 옮겨서 얘기할까요?”그러자 염지훈이 답했다.“나 근처에 사니까 그쪽으로 가자.”염지훈이 지내는 곳은 불과 이곳에서 몇백 미터 떨어져 있었고 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앞장선 염지훈의 뒤에는 온다연이 있었고 유강후는 조용히 그들의 뒤를 따랐다.유강후가 온다연에게 다가가려고 할 때마다 염지훈은 돌아서서 사나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곤 했다.극도로 어색한 분위기나 한참이나 이어졌다.온다연은 어쩔 수 없이 두 사람과 비슷한 거리를 두었다.별장에 다다르자 염지훈은 유강후를 가로막았다.“그쪽은 환영받는 사람이 아니라서...”그러자 유강후는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염 대표님의 체면을 생각해서 대화를 할 수 있게 허락한 거예요. 잊지 마요. 우리 사이에 끼어든 건 그쪽이니까.”주먹을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염지훈의 손에서는 뼈가 맞물리는 소리가 났고 당장이라도 유강후를 갈기갈기 찢을 기세였다.“무슨 낯짝으로 다연이의 곁에 있는 거죠? 그럴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다연이를 어떻게 찾았는지 알려줄까요?”“강 대표님이 바꿔치기...”“닥쳐.”분노를 이기지 못한 유강후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염지훈의 손목을 잡았다.“상황을 이용한 비열한 놈이 누군데 감히 날 탓해?”“나랑 다연이 사이에 아무리 큰 문제가 있더라도 그건 우리 둘이 해결할 거야. 너 같은 제 3자가 끼어들 곳은 없어.”제 3자라는 말은 염지훈의 분노 버튼을 눌러버렸다. 결국 그는 또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날렸다.“쓰레기 같은 놈. 너랑 네 가족들이 다연이한테 했던 짓을 생각해 봐. 넌 평생 용서받지 못할 거야.”온다연이 그의 팔을 잡으며 말린 덕분에 주먹은 유강후에게 떨어지지 않았다.“지훈 씨, 얘기할 생각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염지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차갑게 말했다.“저 인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07화

    유강후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차갑게 입을 열었다.“염 대표?”‘염지훈이 왜 여기에 있지?’염지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비꼬는듯한 어조로 말했다.“레스토랑에는 무슨 일로 오셨어요? 새로운 부인과 오붓한 데이트라도 하고 계셨나?”유강후의 시선은 그를 넘어 온다연에게 향했다.온다연도 염지훈을 본 게 분명하다.그녀는 일어나서 가볍게 입을 열었다.“지훈 씨.”부드러운 목소리에 염지훈은 날벼락을 맞은 듯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다가 갑자기 돌아섰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앞의 사람을 바라봤다.“다연이?”온다연은 그저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맞아요.”염지훈은 시선은 오랫동안 그녀에게 머물렀고 여전히 이곳에서 온다연을 만나게 믿기지 않은 모양이었다.“정말 다연이야?”온다연은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그러자 유강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쪽으로 와요.”염지훈은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몸을 홱 돌리더니 사나운 눈빛으로 유강후를 매섭게 노려봤다.“또 그쪽이네요. 어떻게 찾았어요?”유강후는 그를 차갑게 바라보며 눈에 적의가 번쩍였다.“다연이는 처음부터 내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염 대표님이 제멋대로 숨겼잖아요. 어떻게 감히...”말이 끝나기도 전에 염지훈은 분노하며 달려들더니 유강후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짐승만도 못한 게 무슨 낯짝으로 다연이를 찾아와?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넌 다연이 곁에 있을 자격이 없어.”유강후는 일부러 고개를 기울여 주먹을 맞았다.그러고선 달려드는 경호원들에게 소리쳤다.“물러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절대 움직이지 마. 이건 우리 둘 사이의 원한이야.”그 말에 경호원들은 할 수 없이 뒤로 물러섰다.유강후는 외투를 벗어 차에 던지더니 곧바로 주먹을 날렸고 염지훈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냈다.두 남자는 실력이 엇비슷해서 싸우기만 하면 목숨을 걸었고 잠깐 사이에 모두 부상을 입었다.온다연은 싸움이 점점 심해지자 두 사람을 떼어놓으려고 달려들었지만 곧바로 경호원에게 붙잡혔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06화

    어느새 온다연의 뒤에는 건장한 경호원들이 나타났다.한눈에 봐도 굉장히 강하고 전문적인 티가 났기에 남자들은 당황한 듯 뒤로 몇 걸음 물러서며 욕설을 퍼부었다.“우리가 누군지 알아? 경고하는데 한국인이면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우리 배후에는 어마어마한 인물이 있거든.”온다연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경호원에게 물었다.“여기서 사람 때려도 돼요? 강 대표님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겠죠?”경호원은 무표정하게 말했다.“당장 이곳에서 죽이지 않는 한 문제 될 건 없습니다.”그러자 온다연은 차분하게 말했다.“그럼 저 인간들이 다시는 누굴 괴롭히지 못하게 불구로 만들어줘요.”“알겠습니다. 사모님.”곧 주차장 전체에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조명이 어두워서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냈지만 아무도 감히 다가오지 못했다.온다연은 시끄러운 듯 눈살을 찌푸렸다.“입 막아버려요.”“알겠습니다.”곧 그들은 숨이 간신히 붙어있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었고 마치 부서진 장난감처럼 바닥에서 꼼짝하지 못했다.온다연은 앞으로 나서서 그중 한 명을 걷어찼다.“앞으로 또 이렇게 사람을 괴롭힐 거예요?”남자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아니요. 다시는 이런 짓 안 하겠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온다연은 여전히 싸늘했다.“경찰서로 가서 자수해요. 지금까지 괴롭혔던 사람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털어놓아요. 안 그러면 내가 당신들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온다연이 손짓하자 경호원 두 명이 다가왔다.“저 사람들을 경찰서 입구에 버려줘요.”“알겠습니다.”그 후 온다연은 여자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부축했다.“괜찮아요? 어디 아픈 곳 없어요?”여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무기력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이런 건 익숙하니까... 고마워요.”온다연은 두통이 밀려와 저도 모르게 표정이 일그러졌다.어쩌면 이런 장면이 너무 익숙해 자신이 예전에 겪은 것처럼 느꼈을지도 모른다.“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거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05화

    하지만 그곳은 텅 비어 있었고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염지훈은 허탈한 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여긴 북아메리카잖아. 다연이가 있을 리가 없지...”출국이 금지되어 온다연과 약혼할 수조차 없는 현실을 생각하니 권예진에 대한 미움이 더 커졌다.염지훈은 고개를 돌려 싸늘한 눈빛으로 권예진을 바라봤다.“출국 금지된 건 너랑 아무런 상관이 없었으면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그는 성큼성큼 떠났다.염지훈의 발소리가 사라지고 나서야 온다연은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그녀는 염지훈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없이 넋을 잃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강후도 나왔다.그는 멍해 있는 온다연을 보고선 눈살을 찌푸렸다.“왜 그래요?”온다연은 마음을 가다듬고 담담하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요.”이때 권예진이 룸에서 나왔고 그녀는 유강후를 보고선 흠칫했다.‘낯이 익은데... 누구지? 오늘 아침에 봤던 잡지 표지의 인물이랑 비슷해 보이는데...’‘옆에 있는 여자도 낯이 익네?’권예진이 생각에 잠긴 찰나 유강후는 이미 온다연과 함께 떠났다.그녀는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가고 나서야 온다연이 누군지 알아차렸다.염지훈 사무실에 놓인 사진 속의 그 여자다.재빨리 뒤쫓아가려고 했지만 엘리베이터 문은 이미 닫혀 있었다.아래층에 도착해 막 차를 타려던 찰나 유강후의 핸드폰이 울렸다.그는 발신자 번호를 보며 온다연에게 말했다.“전화 받고 갈 테니까 차에서 기다려요.”온다연이 차에 오르자마자 옆에 있던 차에서 남자 세 명이 내렸고 그들은 어떤 여자를 끌어내리더니 무차별적인 폭행을 저질렀다.여자는 간절하게 용서를 빌었지만 그들은 들리지 않는 듯 계속하여 주먹과 발길질을 했다.한국어로 말했기에 온다연은 무슨 상황인지 단번에 파악했다.세 남자는 다른 사람의 돈을 받고 이런 짓을 저지른 것 같았다. 그들은 누군가의 장난감이라며 여자를 모욕했고 듣기 거북한 말을 끊임없이 퍼부었다.이런 장면들이 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04화

    염지훈의 표정은 점점 더 험악해졌다.“권예진, 너 왜 이렇게 뻔뻔해? 귀찮게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경고했잖아. 꼭 이래야만 속이 후련하니?”권예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염지훈의 앞에 놓인 스테이크를 끌어다가 태연하게 먹었다.“먹을 땐 언제고 배부르니까 버리려고요?”그 말에 표정이 싸늘해진 염지훈은 경고하듯 나지막이 말했다.“약 탄 사람 너지? 권예진, 기회 줄 때 솔직하게 말해. 약 탔지?”권예진은 멈칫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어 염지훈을 쳐다봤다.“내가 그렇게 추잡스러운 인간으로 보여요?”염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에는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맞잖아.”떨리는 손으로 포크를 내려놓은 권예진은 고개를 숙인 채 애써 감정을 숨겼다.“아빠가 지훈 씨를 잡으라고 한 건 솔직하게 인정할게요. 하지만 절대 약을 타지는 않았어요. 누군가 어젯밤에 저한테도 약을 탔다면 믿으실래요?”염지훈은 어이가 없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그러고선 수표 한 장을 꺼내 권예진에게 던졌다.“하룻밤에 20억이면 충분하지? 부족하면 말해.”권예진은 테이블 모서리를 꽉 잡고 단호하게 말했다.“격 떨어지는 행동은 그만해줄래요? 박씨 가문보다 못한 건 맞지만 이깟 돈으로 모욕당할 만큼 부족하지는 않으니까.”“그 일에 대해 너무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오늘 밥 먹자고 한 거예요. 책임지라는 말은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3개월 동안 회사에서 일 배우기로 아빠랑 약속했어요. 3개월이 되면 귀찮게 하지 않고 바로 떠날게요.”염지훈은 여전히 싸늘했다.“아니. 내일 당장 돌아가. 능력이 뛰어나서 돌려보냈다고 내가 직접 연락해서 설명할게.”권예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안 돼요. 엄마가 남겨준 물건을 돌려받으려면 무조건 3개월을 채워야 해요. 안 그러면 전부 다 내연녀한테 준다고요.”권예진은 눈물을 머금은채로 고개를 들었다.“이렇게 빌게요. 한 번만 봐주세요. 절대 눈에 띄지 않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03화

    빛을 등지고 앉은 탓에 유강후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눈에 보이지 않았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예전의 일을 알게 되면 더 고통스러울지도 몰라요. 지금도 이렇게 괴롭잖아요. 그러니까 그만 생각해요.”온다연은 투덜거렸다.“강 대표님이 온 이후로 매일 안 좋은 꿈을 꿔요. 예전에 무슨 일 있었죠? H국에서 지낼 때 제가 많이 힘들었어요? 알려줘요.”“전 모든 게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현실감이 넘쳤거든요. 그 꿈들이 진짜라고 생각할 때마다 아프고 괴로워요.”유강후는 그녀를 안은 채 말없이 등을 토닥였다.그 침묵은 마치 꿈속의 일들이 현실이라는 걸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것 같았다.온다연은 불안함을 느끼며 진지하게 물었다.“그러니까 전부 다 사실이라는 거죠?”애써 괴로움을 감춘 유강후는 무덤덤하게 말했다.“안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에요. 유나 씨의 곁에는 제가 있었거든요. 우린 행복한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유강후는 온다연이 평생 기억을 되찾지 못하기를 바랐고 상처입힌 일들은 그저 과거 속에서 썩어가도록 내버려두기를 간절히 바랐다.하지만 온다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무리 나쁜 기억이라도 그건 추억이잖아요. 강 대표님의 말대로 행복한 시간을 많이 보냈다면 더 잊어서는 안 되죠.”그녀는 고개를 들더니 두 손으로 유강후의 얼굴을 감싸고 지그시 눈을 바라봤다.“솔직하게 말해봐요. 우린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게 맞죠? 거짓말하면 안 돼요.”유강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큰손으로 온다연의 머리를 잡더니 곧바로 입을 맞췄다.유강후의 키스는 더 이상 예전처럼 강압적이지 않았고 마치 그녀를 달래듯 부드럽게 입술과 얼굴, 그리고 귓볼에 입을 맞췄다.유강후는 그녀를 품에 안고 입맞춤하면서 가볍게 등을 토닥였다.마치 작은 고양이를 달래듯 조심스러운 그의 행동은 스트레스받은 감정과 과거의 고통을 어루만졌다.그의 차분한 감정과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온다연의 초조한 마음은 서서히 가라앉았다.숨 막힐듯한 키스가 이어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02화

    “괴롭힘당하는 꿈을 꿔요. 그것도 매일. 정말 나한테 있었던 일인가요? 방금 저 남자... 어떤 사람이에요?”유강후는 온다연을 꼭 껴안고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은 조금씩 닦아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 먹었으면 이만 돌아갈까요?”온다연의 목소리는 한껏 가라앉았다.“싫어요. 강 대표님은 왜 매번 피하기만 해요? 이런 질문할 때마다 어떻게서든 자리를 뜨려고 하잖아요.” 온다연의 유강후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누군지 알려줘요. 내 마음이 왜 이렇게 괴로운지 알아야 하잖아요.”하지만 유강후는 그녀를 안은 채로 걸음을 옮겼다.“지금은 유나 씨의 컨디션이 별로인 것 같네요. 나중에 기분이 풀리면 알려줄게요.”“싫다고요.”온다연은 몸부림치며 그에게서 벗어났고 다시 그 광고를 보려고 창가로 달려갔다.광고비가 엄청나게 높은 터라 아무리 유명한 브랜드라도 장시간 반복적으로 홍보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극심한 두통이 밀려온 온다연은 광고 한두 개를 보더니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곧바로 유강후를 향해 돌진했다.“왜 가만히 있어요? 누군지 알려달라고요. 누구냐고요.”그 남자는 온다연에게 매우 중요한 사람인듯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고통스럽고 불안해하지 않았을 것이다.온다연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기억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분명히 진실이 눈앞에 있는 대로 알 권리조차 없는 현실에 그녀는 점점 통제 불능의 작은 짐승처럼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온다연은 유강후의 팔을 붙잡고 단호하게 말했다.“강 대표님은 다 알고 있잖아요. 모른다는 건 누가 봐도 거짓말이에요. 제발 알려줘요. 저 남자가 누군지 알려달라고요.”눈물 범벅된 채로 안절부절못하는 그녀의 모습을 본 유강후는 위로해야만 했다.“아는 사람은 아니에요. 유나 씨한테 저 사람과 매우 닮은 친구가 있었어요. 둘은 다른 사람이에요.”유강후는 그 남자가 주희인걸 알아봤다.얼굴에 손을 댔는지 이제는 주한과 매우 비슷해졌다.유강후는 온다연을 이곳에 데려온 걸 후회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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