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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Author: 손이영
last update Huling Na-update: 2024-10-29 19:42:56
온다연은 고개를 번쩍 들어 유강후를 쳐다봤다. 서늘한 눈동자는 미동도 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분위기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녀는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서며 당황한 눈빛을 보였다.

“삼... 삼촌...”

유강후는 왜 아직 떠나지 않았을까? 왜 아직도 여기 있을까?

유강후는 뼈마디가 분명한 손가락으로 핸들을 튕기면서 말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는 경고하는 어투가 담겨있었다.

“다연아, 나는 인내심이 별로 없어 같은 말을 세 번 이상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차에 타라고.”

온다연은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유강후가 주는 스트레스 때문에 그녀의 위는 더 아파졌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뒷문을 열고 유강후와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았다.

에어컨 바람 때문에 차 안은 냉기가 가득했고 온다연은 냉기 때문에 오들오들 떨었다. 그리고 그녀의 위는 찬바람을 맞아 더 아파졌다.

유강후는 조수석 자리에서 어떤 물건을 집어 들고 온다연에게 건넸다.

“마셔.”

온다연은 받아보니 숙취해소제였다.

그리고 유강후는 또 물 한 병을 건네며 말했다.

“입가심해.”

온다연은 위가 아파서 허리를 거의 펼 수 없었지만 유강후의 강한 압박감 때문에 시킨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약을 먹고도 속쓰림은 가라앉지 않았고 오히려 통증이 심해졌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뒷좌석에 웅크리고 앉아 식은땀을 흘렸다.

그녀는 유강후가 자기를 어디로 데려갈지 몰랐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심한 통증 때문에 그녀는 사색조차 할 힘이 없었다.

그녀는 머리를 숙였고 그녀의 반들반들한 이마에는 식은땀이 촘촘히 맺혔다.

유강후는 한 손에 핸들을 잡고 가끔 백미러로 온다연을 쳐다봤다.

희미한 불빛 때문에 그는 온다연이 조그맣게 웅크리고 차 문에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어린 나이에 고집스러운 모습이 성격이 얄궂은 고양이와 같았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었고 차 안은 답답한 분위기였다.

마침내 가로수길에 접어들었을 때, 유강후는 차를 길가에 세웠다.

이 길에는 차들이 엄청 적었다. 길 양측 모두 오동나무로 가득했고 불빛도 희미해서 차 안의 분위기는 야릇하게 물들었다.

유강후는 핸들을 잡고 차갑게 말했다.

“온다연, 말해 봐.”

유강후는 그녀가 왜 방금 그를 피했는지에 대해 설명하라고 했다.

온다연은 위가 아파 온몸이 땀범벅으로 되었다. 주변 가죽시트까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이때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잠깐 화장실 갔다 왔는데 안 보이더라고요.”

그녀의 거짓말을 듣자 유강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의 눈빛은 더 사악해졌지만 말투는 덤덤했다.

“왜 나한테 전화 안 해? 내가 기다리고 있는 거 몰라?”

온다연은 아파서 기절할 것 같았다. 목구멍에서 피 냄새가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감히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요.”

이 말은 사실이었다. 유강후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백미러로 그녀를 바라봤다.

차 공간이 크지 않은 데다 빛도 어두워서 그는 온다연의 반들거리는 이마와 살짝 벌어진 입술만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입술은 3년 전의 오후처럼 이성을 잃게 만드는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한참 후 유강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다연아, 3년 전 그날 오후는...”

“삼촌!”

온다연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하얗게 질린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저는 3년 전의 일을 잊었어요.”

그녀는 손끝까지 떨리기 시작했다.

“정말 기억이 안 나요... 그러니깐...”

“아니! 넌 기억을 잃지 않았어. 기억하지 못할 수도 없고. 나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없고.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어. 이것은 사실이야.”

비록 잠자리 마지막 단계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잊혔던 일들이 다시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그녀는 겁에 질려 고개를 들지 못했으며 긴장으로 인해 위경련이 더 심해졌다.

이때 갑자기 목구멍에서 피비린내가 더 심하게 났다. 온다연은 “삼촌”이라고 부르기도 전에 빨간 액체가 그녀의 입가를 따라 떨어지기 시작했다.

놀란 유강후는 고개를 돌리며 그녀를 불렀다.

“다연아?”

온다연은 죽을힘을 다해 위를 누르며 말을 잇지 못했고 식은땀이 그녀의 옷을 거의 적셔버렸다.

유강후는 재빨리 뒷좌석에 와서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온다연은 위를 누르고 있었고 얼굴이 찌그러질 정도로 아파하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쓸쓸한 눈동자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이렇게 아픈데 왜 말하지도 않았어? 왜 참고만 있었어?”

온다연은 거의 기절할 정도로 아파서 입술을 꼭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강후의 눈빛은 더욱 매서워졌다. 그는 재빨리 온다연에게 안전벨트를 매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조금만 참아. 우리 병원으로 가자. 곧 도착할 거야.”

신호위반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온다연은 이미 아파서 기절했다.

그녀가 깨어났을 때 유강후가 창가에 서서 전화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여전히 낮에 입었던 흰 셔츠에 검은 양복바지를 입었다. 넘치는 카리스마에 넓은 어깨와 얇은 허리 그리고 긴 다리까지, 뒷모습만으로도 모든 사람의 시선을 빼앗을 수 있었다.

방금 깨어난 온다연은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녀는 다만 유강후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자기가 꿈을 꾸고 있는 줄 알았다.

이때 유강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 바꿔. 병신들이야. 남겨서 뭐 해... 협력을 중단하고 경원에서 꺼지라고 해... 염씨 집안을 잘 지켜봐. 이상한 움직이면 있으면 나한테 보고해.”

누군가 그를 쳐다보는 것을 느꼈는지 유강후는 재빨리 전화를 끊고 돌아섰다.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온다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깼어?”

병원의 불빛에 그의 잘생긴 이목구비는 더 또렷하게 보였다. 온 세상을 혼자 사는 듯한 너무 공격적인 잘생김이었다.

온다연은 아직도 어리둥절해서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유강후가 걸어가자 그의 큰 덩치는 불빛을 가렸다. 온다연은 그의 그림자에 가려졌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뒤로 움츠렸다.

“삼촌...”

유강후는 그녀의 정수리를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위출혈로 일주일 동안 입원해야 해.”

은은한 설송 냄새가 병원 소독수와 함께 섞이자 그녀는 익숙한 느낌에 다시 숨이 막혀왔다.

“일주일요?”

이렇게 오래 걸린단 말인가?

하지만 그녀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녀는 돈이 필요하고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어 본 듯 유강후는 말했다.

“다연아, 일주일 동안 병원에 가만히 있어. 만약 다시 도망가면..."

그는 차갑게 말했다. 그리고 남은 말을 다 하지 않고 차갑게 온다연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자 온다연은 몸서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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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4화

    온다연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유강후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이때 그녀는 진정으로 남녀의 체형과 힘의 차이를 느꼈다.유강후는 덩치가 큰 몸매는 아니다. 188의 키에 날렵하고 늘씬한 몸매를 가졌고 셔츠와 양복을 입을 때 세련되고 도도했다. 전혀 공격적으로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온다연은 유강후가 옷을 벗으면 얼마나 튼튼하고 섹시한 몸매를 가졌는지 알고 있다. 3년 전 그날 오후, 유강후는 한 손으로 온다연을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가두었다.하지만 온다연이 더 두려워하는 것은 그날 오후 그의 눈빛이었다. 붉게 달아오르고 이성을 잃은 그 눈은 짐승처럼 보였고 가끔 그녀의 꿈에도 나타났다. 그 눈빛만 떠올리면 온다연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그래서 유강후에 대한 두려움은 신체적과 정신적에세 모두 비롯됐다.“저, 저 도망치지 않았어요...”온다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유강후는 허리를 굽혀 두 손을 침대에 짚고 온다연을 침대와 자기 몸 사이에 가두었다. 그리고 또박또박 천천히 말했다.“다연아, 어떤 일은 말이야. 네가 피할수록 더 엉망진창이 될 거야.”온다연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그녀의 몸은 가볍게 떨렸고 겁에 질려 입술을 깨물었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유강후는 그런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내가 왜 일찍 돌아왔는지 알아?”온다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녀는 감히 유강후를 쳐다보지도 못했고 입술만 꽉 깨물고 있었다. 그녀는 입술 옆에 작은 점을 하얗게 될 정도로 깨물었고 마치 구해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유강후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꽉 움켜쥐고 입술을 그만 깨물도록 하였다.“대답해.”온다연은 침대보를 움켜쥐고 고개를 돌렸다.“몰라요...”그녀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유강후는 그런 그녀의 생각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싸늘하게 말했다.“알고 싶지 않은 건 아니고?”그러자 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그녀의 턱을 꽉 잡고 있던 유강후의 손에 힘이 더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5화

    온다연은 꼼짝도 못 하고 눈을 감고 못 들은 척했다. 유강후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갑자기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올렸다.온다연은 놀라서 심장이 멎을 것 같았고 그녀가 막 눈을 뜨려고 하자 유강후는 다시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는 온다연을 침대 안쪽으로 조금 옮긴 후 신발을 벗고 그녀 옆에 누웠다. 병원의 침대는 매우 작았다. 두 사람은 불편하게 누워 있었다. 특히 온다연은 유강후를 매우 두려워했다.유강후의 카리스마와 그의 체향이 공기 속을 가득 채웠다. 온다연이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그의 냄새로 가득했다. 유강후의 몸은 그녀의 등에 달라붙었고 온다연은 그 열기로 인해 화상을 입을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고 나무처럼 굳어있었다. 온다연은 유강후가 그녀의 침대에 누울 거라고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이런 작은 병원 침대에 말이다. 유강후는 결벽증이 있지 않았던가?온다연은 긴장해서 울고 싶었고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다.하지만 유강후는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뉴스를 보기 시작했고 문자도 몇 개 보냈다.시간은 그렇게 1분 1초 지났고 온다연은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다가 약의 작용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긴장이 풀리면서 몸이 나른해지자 그녀의 손은 자기도 모르게 유강후의 무릎 위로 미끄러져 떨어졌다. 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가늘고 작고 부드러웠다. 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을 유심히 쳐다보았다.손톱은 짧았고 매니큐어 같은 것을 바르지 않아 깨끗해 보였다. 손가락은 통통했고 귀여웠다.이때 온다연이 갑자기 손을 빼갔고 몸을 뒤척이며 유강후에게 얼굴을 대고 돌아누웠다. 그리고 손과 발도 그의 몸에 걸치면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하니야, 기다려...”그녀의 머리카락은 여전히 젖은 상태로 얼굴에 붙어있었다. 머리카락이 검었기 때문에 얼굴이 유난히 하얘 보였다.온다연의 이목구비는 유난히 예뻤고 피부도 하얗고 입술 옆에 보일락 말락 하는 점마저도 매력적이었다.그런데 두 눈은 수줍게 생겼고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6화

    온다연은 더 긴장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말까지 더듬었다.“아니에요. 거짓말 아닌데요.”그녀가 한 말은 사실이다. 온다연이 13살 때부터 심미진은 그녀를 거의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가 아프다는 일을 언급하지 말든지 결과는 마찬가지이다.사실 유하령이 온다연의 배를 찰 때 심미진은 아마 내장을 다쳤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심미진은 온다연에게 4만 원을 주면서 스스로 진료소를 찾아가 보라고 했다. 그리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 후, 온다연은 유씨 저택에 거의 돌아가지 않았고 심미진에게 자기가 괴롭힘을 당한 일도 말하지 않았다.게다가 3년 전 유강후와 그 일이 있고 난 뒤 유하령은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온다연을 더욱 미워하게 되었다.유하령은 그녀의 머리채를 뽑고 뺨을 때리고 밥에 압정을 넣고 침대에 작은 동물까지 던졌다. 게다가 몇 번은 깡패들을 찾아 그녀를 골목에 틀어박고 죽을 때까지 때렸다. 그러면서 온다연의 내장은 더 심하게 다치게 되었다.지금 생각해 보니 그녀가 이렇게 된 것은 유강후와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그런 생각에 온다연의 눈은 더 아래로 처졌고 도시락을 쥔 손도 가볍게 떨리기 시작했다.갑자기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던 유강후는 잡고 있는 그녀의 턱을 놨다. 그러자 온다연의 얼굴에는 선명한 손자국이 생겼다.피부가 이렇게 부드럽다고?유강후의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그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나는 누가 나한테 거짓말을 하는 게 제일 싫어.”그러자 온다연이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삼촌, 저 거짓말 안 했어요.”그렇게 말하며 온다연은 손을 앞으로 옮기면서 도시락으로 유강후의 손목을 스쳤다.그러자 도시락의 뜨거운 온도에 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온다연의 손바닥을 보자 이미 빨갛게 덴 것을 발견했다.화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도시락이 이렇게 뜨거우니 분명 엄청 아팠을 것이다.유강후의 눈빛은 더 차가워졌고 턱선은 더 날렵해졌다.“다연아, 안 아파? 아니면 아픈 걸 잘 참는다고 생각해?”그러면서 유강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7화

    온다연은 이런 생각에 참지 못하고 냄새를 맡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옷에서 유강후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만약 그의 냄새가 났다면 그녀는 정말 입을 수 없었을 것이다.속옷은 딱 그녀의 사이즈였다. 온다연은 키가 161cm이고 90근에 불과한 마른 체격이었지만 브래지어는 C컵을 입어야 했다.허리가 가늘고 다르가 길며 애플 힙라인 때문에 윗옷과 바지의 사이즈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옷을 살 때마다 다른 사이즈로 조합해야 한다.그 때문에 그녀는 자기 몸에 꼭 맞는 사이즈의 속옷을 보았을 때 조금 놀랐다. 그리고 두 치마의 가격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두 치마도 하나는 흰색 하나는 하늘색이었는데 한 벌은 1,700만 한 벌은 2,500만이었다.온다연은 두 치마의 가격을 보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유강후는 이 치마를 어디에서 샀을까? 환불할 수 있을까?하지만 이 원단은 정말 부드럽고 편안했다. 온다연은 이렇게 좋은 원단의 옷을 입어본 적이 없다.이때 집사가 그녀를 불렀다.“다연 아가씨, 어떠세요?”온다연은 할 수 없이 대답했다.“괜찮아요.”그리고 흰색 치마를 입었다.치마는 심플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잘록한 허리라인이 완벽히 드러나고 다리가 길어 보이는 포인트를 모두 살렸다.옷을 다 입고 나서 그녀는 다시 쇼핑백을 봤더니 작은 선물 상자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열어보니 그 안에는 머리띠가 있었다.머리띠에는 새하얀 진주가 있었고 양쪽에는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있었다. 정교한 공예 기술 때문에 한눈에 봐도 비싼 제품임을 알 수 있었다.온다연은 가격표를 보고 싶었지만 찾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머리를 어깨에 풀어 헤치고 머리띠로 묶었다. 화장실을 나서자 집사의 무뚝뚝한 표정 때문에 그녀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집사의 말투는 한결같았다.“다연 아가씨, 도련님이 며칠 동안 저한테 아가씨를 돌보라고 하셨어요.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에게 말씀하세요.”온다연은 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8화

    온다연은 두려워서 몸이 경직되었다. 유강후는 차가운 손등으로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가 거두어들였다.“집사님이 네가 오후부터 열이 나서 잠을 못 잤다고 하더라고. 지금은 열이 내렸네. 의사를 부를 필요가 없을 것 같아.”온다연은 그제야 자신이 오후에 열이 났고 반나절이나 잤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 잤는데 왜 머리가 아직도 무거울까?온다연은 그 원인을 유강후가 너무 가까이 다가온 탓으로 돌렸다.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삼촌, 불 좀 켜주시면 안 돼요?”유강후는 그러자 문 쪽으로 가서 불을 켰다. 조명이 켜지자 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유강후를 쳐다봤다. 양복을 입은 그의 모습은 유난히 늘씬해 보였고 매력적이었다.그는 넥타이도 맸고 조명 아래 다이아몬드 옷깃이 화려하게 빛났다. 무심코 들어낸 손목시계도 비싼 명품 같았다.온다연은 양복을 입은 남자는 많이 봤지만 유강후 같은 분위기를 내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차갑고 섹시하고 고급스러웠다.온다연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아까보다 더 긴장되어 절로 눈을 내리깔았다. 유강후는 더웠는지 넥타이를 벗어 의자에 털썩 걸치고 양복을 벗더니 가늘고 흰 줄무늬 셔츠를 드러냈다.외투를 벗은 유강후는 카리스마가 줄었지만 도도함이 더 돋보였다. 온다연은 감히 그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그는 외투를 놓고 나갔다가 2분도 안 되어 다시 돌아왔는데 이때 그의 손에는 커다란 쇼핑백 하나가 더 늘어났다.유강후는 쇼핑백에서 도시락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온다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일어나서 뭐 좀 먹어.”온다연은 확실히 배가 고팠기에 힘겹게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손에는 무의식적으로 그 하얀 진주 머리띠를 쥐고 있었다.유강후는 그녀를 한번 훑어보더니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말했다.“잘 어울리네.”깔끔한 디자인의 이 드레스는 우아하고 세련되어 보였으며 전에 입었던 치마보다 훨씬 소녀답고 예뻤다.온다연은 치마를 잡아당기며 속옷 생각이 나서 얼굴이 화끈거렸다.“감사합니다.”그리고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9화

    유강후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알아. 여기 병원인 거.”그러자 온다연은 어이가 없어서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유강후를 바라봤다. 그녀는 유강후가 머리가 아프거나 아니면 술을 많이 마셔서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다. 혹시 온다연을 유하령으로 착각했나? 이렇게까지 온다연을 챙길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그러자 온다연이 한 번 더 말했다.“삼촌, 저는 유씨 가문 사람이 아니에요.”유강후가 대답했다.“그렇지. 근데 뭐?”온다연은 다시 멍해졌다. 유강호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약혼녀인 나은별과 함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곳은 적어도 침대가 많아 두 사람이 한 침대에서 자지 않아도 되니깐 말이다.“그런데...”유강후는 온다연의 말을 듣지 않고 세면도구를 들고 화장실로 갔다. 그러자 온다연이 다급하게 쫓아갔다.“삼촌!”유강후가 돌아서자 하마터면 달려오는 온다연과 부딪힐 뻔했고 그녀는 황급히 걸음을 멈추었다. 키 차이가 큰 두 사람이 가까이 서자 온다연은 강한 압박감을 느꼈고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서 긴장을 떨며 옷을 움켜쥐었다.그녀의 깨끗한 이마와 긴 속눈을 바라보면서 유강후가 말했다.“왜? 같이 씻고 싶어?”뭐라고?온다연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유강후를 바라봤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충격으로 반짝반짝 빛났다.온다연의 눈동자는 보통 사람보다 까맣고 밝아서 사람을 진지하게 바라볼 때 애틋함이 느껴졌다. 지금 화를 내는 중에도 예외는 아니었다.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이렇게 다른 사람을 쳐다보지 마. 알았지.”온다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나 그의 손길을 패했고 머리가 지끈거렸다.금세 화장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병원의 문은 방음이 잘되지 않고 유리로도 희미하게 사람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유강후의 그림자는 늘씬하고 날렵하고 힘이 넘쳐 보였다. 온다연은 자기도 모르게 그 황당한 오후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0화

    유강후가 두 팔로 온다연을 양옆을 짚고는 이렇게 말했다.“온다연, 이건 네가 자초한 거야.”유강후는 이렇게 말하며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온다연은 너무 놀란 나머지 소리를 지를 뻔했다.이때 유강후의 핸드폰이 열렸다. 벨 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조용하고 숨 막히는 이 공간에서는 유난히 크게 들렸다.유강후는 언짢은 표정으로 이를 악물더니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다시 돌아왔을 때는 이미 3시간이 지난 뒤였고 그때 온다연은 이미 잠에 들었다.잠에 든 온다연은 매우 얌전했고 연분홍 입술은 더 매혹적이었다.유강후는 침대맡에 앉아 그런 온다연을 한참 바라보다가 다시 잠옷으로 갈아입었다.옷을 두던 유강후는 뭔가 생각난 듯 다시 주워들어 냄새를 맡았다. 그러더니 눈빛이 차가워지며 벗어둔 옷을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렸다.이때 온다연의 핸드폰이 진동했다.“하니, 그만.”온지연이 몸을 뒤척이며 이렇게 중얼거리더니 다시 잠에 들었다.유강후의 미간이 티 나지 않게 구겨졌다.또 그 고양이 꿈을 꾼 건가? 그렇게 좋다고?유강후가 허리를 숙여 온다연을 안으로 살짝 옮기더니 옆에 누웠다. 그러고는 온다연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이튿날, 온다연이 깨어나 보니 집사가 와 있었다.말끔하게 치워진 병실은 어제와 달랐다. 커튼이 전부 열려 있어 따듯한 햇빛이 창틀을 비추며 사람의 마음을 따듯하게 했다. 테이블에 놓인 유리 꽃병에는 하얀 장미가 한 아름 꽂혀 있었는데 싱그러우면서도 우아했다. 방 한가운데 있는 공기청정기가 방안을 가득 메운 소독수 냄새를 전부 밖으로 빨아내고 있었다.아직 잠에서 덜 깬 온다연은 비몽사몽인 표정으로 집사를 바라보며 멍을 때렸다.집사 장화연의 얼굴은 어제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여전히 아무 감정이 없는 로봇 같았다. 장화연은 온다연이 깬 걸 보고는 준비한 아침을 대령했다.온다연이 아침 메뉴를 한번 슥 스캔했다. 죽만 해도 여러 가지였다. 거기에 계란찜, 우유, 두유, 빵, 그리고 여러 가지 밑반찬까지, 테이블을 꽉 채울 정도였다.온다연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1화

    유강후가 차가운 눈빛으로 위에서 아래로 온다연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말했다.“온다연, 뭘 하든 하지 않든 다 내가 결정해. 네가 참견은 필요 없어.”화들짝 놀란 온다연이 유강후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맨날 이곳으로 출근 도장을 찍으며 뜬금없는 선물을 하니 온다연은 깊이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마음속으로 유강후의 행동이 다소 선을 넘는다는 생각이 머리를 쳐들었지만 온다연은 이내 이 생각을 부정했다. 유강후가 어떤 사람인가? 온다연은 유강후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할 만큼 오만한 사람은 아니었다.온다연이 입술을 깨물며 들릴락 말락한 목소리로 말했다.“삼촌, 제가 어떻게 감히 참견해요.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유강후의 시선이 온다연이 깨물었던 입술로 향했다. 깨문 곳이 아직 촉촉했다. 유강후는 표정을 굳히더니 온다연을 풀어줬다.“아침 먹어.”목소리가 높지는 않았지만 차갑기 그지없었고 거절할 수 있는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 온다연은 하는 수 없이 자리에 앉아 조금 먹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이상해 몰래 유강후를 훔쳐봤다.유강후는 먹는 속도가 꽤 빨랐지만 동작은 여전히 우아했다. 온다연의 시선을 느낀 유강후가 식기를 내려놓더니 온다연을 바라봤다.“할 말 있으면 해.”온다연은 유강후와 눈을 마주칠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결국엔 참지 못하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삼촌, 앞으로 선물은 더 안 해주셔도 돼요. 옷이나 액세서리는 다 너무 비싸요...”유강후가 냉랭한 표정으로 물었다.“마음에 안 들어? 그럼 바꾸지 뭐. 오후에 비서 보낼 테니까 좋아하는 브랜드나 스타일 알아서 골라.”말문이 막힌 온다연이 잠깐 침묵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아니에요. 삼촌. 저 이런 거 필요 없어요...”이때 유강후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고 그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하령아.”방안이 조용했던지라 온다연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삼촌, 나 돌아온 지도 삼일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지금까지 얼굴도 안 보여주고

Pinakabagong kabanata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602화

    온다연은 순순히 그의 품에 안겨 몰래 눈물을 닦았다.“보석상에서 가지러 가도 된다고 연락왔는데 아직 안 갔어요. 결혼식 며칠 전에 가려고요.”그 말을 들은 유강후는 설레는 마음에 심장이 뛰었다.“지금 가지러 가자. 어떤 건지 너무 보고 싶어.”옷 갈아입을 때 유강후는 특별히 가장 마음에 드는 슈트를 입었다.그러고는 온다연에게 넥타이를 골라달라고 부탁했다.온다연은 너무도 많은 넥타이에 흠칫하다가 다시 신중하게 골랐다.유강후는 캐비닛 앞에 서서 열심히 넥타이를 고르는 온다연이 귀여운지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온다연이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았을 때 유강후는 이런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외출 준비할 때 아내인 온다연이 옷과 넥타이를 골라주며 신경 써주는 이 상황을 수년동안 기다렸다.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상상이 현실로 되었고 지금 그의 앞에 서 있는 온다연은 매우 열심히 넥타이를 골라주고 있다.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당장이라도 침대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어젯밤 너무 무리한 탓에 차마 그러지 못했다.유강후는 뒤에서 온다연을 끌어안고선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골랐어?”온다연은 회색 넥타이를 꺼냈다.“오늘 입은 옷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예뻐요.”유강후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예쁜 건 딱히 중요하지 않아. 다연이가 좋아하면 그게 뭐든 나도 좋아.”온다연은 얼굴이 발그레해졌다.“아저씨, 그만해요.”빨갛게 달아오른 온다연의 귀를 본 유강후는 더 이상 참지 못했고 그녀의 머리를 잡고선 한참이나 키스를 한 후에야 놓아주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보석상에 도착했다.임정아는 안목이 좋을 뿐만 아니라 여러 주얼리 브랜드의 모델이기도 하다. 온다연은 가성비가 좋고 흔치 않은 남성용 반지를 골랐다.온다연이 집 사려고 모아둔 금액이었으니 싼값은 아니었다.하지만 유강후가 마음에 안 들어 할 수 도 있으니 긴장된 마음을 늦추지 못했다. 어쨌든 지금 입고 있는 옷과 시계에 비하면 훨씬 싼 값이니까.그런데 의외로 유강후는 매우 좋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601화

    온다연의 기분을 단번에 알아차린 유강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상자 중 하나를 가져와 안에 들어있는 반지를 꺼냈다.“다른 건 싫으면 안 가져도 돼. 그래도 이건 껴야지.”유강후의 손에 있는 것과 비슷해 보이는 아주 평범한 은반지였다.온다연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거두었다.“지금은 끼고 싶지 않아요.”거부하는 그녀의 모습에 유강후는 불안함이 밀려왔다.“왜? 나랑 결혼하는 게 싫어?”온다연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비싼 물건이에요. 난 제대로 된 반지 하나도 살 수 없는데... 아저씨한테 너무 불공평하잖아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강후는 그녀를 품에 끌어안고선 진지하게 말했다.“다연이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들을 가질 자격이 있는 사람이야.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이렇게 준비할 수밖에 없었어. 많이 부족한데 이해해 줄 거지?”온다연이 답했다.“저도 반지를 준비했는데... 아저씨가 준비한 거에 비하면 너무 초라해요.”유강후의 눈빛이 반짝였다.“날 위해서 반지를 준비했다고?”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전에 주문했어요. 하지만 엄청 싼 거여서...”보름전, 온다연은 임정아에게 부탁해 남자 반지를 하나 주문했다.온다연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 중에서 가장 비쌌지만 유강후가 오늘 준비한 보석들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질 금액이었다.결혼하게 되면 이런 선물이 오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유강후가 이렇게 많이 준비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한 세트당 수십억에 버금갔으니 그저 막막했다.막말로 온다연이 집 한 채를 팔아도 보석 한 세트조차 살 수 없었으니 얼마나 비참한 현실인가.유강후는 온다연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이건 예물이 아니라 다연이의 재산이야.”“결혼식 날 다연이는 영운산의 별장에서 출발할 거야. 그때 이 혼수들을 들고 나한테 시집오는 거지.”“영운산에 있는 별장이랑 경원에 있는 모든 부동산, 그리고 우리가 예전에 묵었던 온천 호텔까지 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600화

    유강후는 돌아보며 사랑스럽게 온다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내가 한가한 줄 알아? 설마 내가 만든 음식을 아무나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오늘 아침과 점심만 해도 중요한 미팅이 여러 개 있는데 온다연을 위해 전부 저녁으로 미뤘다.미래 그룹도 규모가 크지만 수중에는 다른 투자 건들도 많았기에 하루 스케줄이 꽉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최근 들어 온다연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거의 모든 미팅을 저녁으로 옮기기 일쑤였다. 사실 온다연에게 고기를 먹이려고 준비한 시간에 미팅했다면 적어도 두 개는 끝냈을 것이다. 이렇게 바쁜 유강후가 다른 사람에게 요리를 해줄 만큼 에너지와 시간이 있을까?온다연은 이런 줄도 모르고 그저 조그마한 얼굴을 그의 품에 파묻으며 말했다.“아무튼 다른 사람한테 해주면 화낼 거예요. 그것도 엄청. 절대 안 풀릴걸요?”유강후는 일부러 놀렸다.“다연이가 화낼 때는 어떤 표정인지 궁금하네? 음... 아니면 다른 사람한테 한번 요리해 줘 볼까?”온다연은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고선 몸을 휙 돌리고 떠났다.“어디가? 남은 고기 먹고 가야지.”화가 난 온다연은 씩씩거리며 말했다.“안 먹어요. 다른 사람 줘요.”유강후는 그 모습마저 귀여운 듯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심술쟁이네. 참 다루기 힘든 성격이야.”“장난이니까 얼른 와서 먹어. 난 이따가 다른 일정 때문에 나가봐야 돼.”점심 식사 후, 사람들이 우르르 찾아왔는데 저마다 아름답게 포장된 선물 상자를 들고 왔고 그 바람에 서재는 선물들로 꽉 찼다.장화연도 다락방에서 유난히 화려해 보이는 상자들을 꺼내왔다.거의 대부분이 보석인데 그것도 최상급이라 큼직한 서재는 순식간에 보석 전시장이 되었다.유강후는 사람을 시켜 방금 배달된 선물 상자들을 모두 열었고 온다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엄마가 다연이 주려고 준비한 선물인데 마음에 들어?”온다연은 보석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우아한 컬러와 디자인만 봐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시중에서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99화

    온다연이 어떤 삶을 보냈는지 알게 된 유강후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착잡한 기분이 들었고 마음이 쓰라렸다.하여 아예 그릴을 사게 되었고 직접 가장 신선한 소고기를 골라 양념에 재워놓았다.깻잎마저도 유강후가 세심하게 고른 후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씻었다.이제 막 굽기 시작했는데 온다연이 그 향기를 맡고 내려온 것이다.고기를 바라보는 온다연의 눈빛을 보면서 유강후는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신했다.유강후는 온다연의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해 주며 말했다.“난 다연이가 뭘 좋아하는지 다 알고 있어.”고소한 향기는 점점 더 짙어졌고 먹고 싶어서 안달 난 온다연은 옆에서 끊임없이 유강후를 재촉했다.“아저씨, 이제 됐어요. 고기 익었다고요.”그 말을 끝으로 온다연은 재빨리 손을 뻗었다.그런데 이때 유강후가 그녀의 손에서 젓가락을 빼앗아 갔다.“내가 할 테니까 넌 저기 앉아서 기다려.”유강후는 잘 구운 소고기를 깻잎에 싸서 비법 소스를 살짝 묻힌 뒤 온다연에게 먹어주었다.“먹어봐.”온다연은 재빨리 입을 벌렸고 어찌나 흥분했는지 하마터면 혀를 씹을뻔했다.유강후가 직접 고른 국내산 소고기는 비계와 살코기가 적당하게 섞인 최상급인 만큼 일반 소고기에 비해 차원이 달랐다.게다가 장인에게 직접 받아온 듯한 비법 소스를 찍으니 맛이 단연 일품이다.온다연은 한입 먹고선 곧바로 쌈을 싸 유강후에게 건넸다.“아저씨, 얼른 먹어요. 엄청 맛있어요.”쌈을 받아서 먹은 유강후는 온다연이 왜 이렇게 고기를 좋아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유강후가 굽는 족족 온다연은 전부 먹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고기 한 접시를 클리어했다.온다연은 더 먹고 싶은 듯 다른 접시를 애타게 바라봤지만 유강후는 허락하지 않았다.맛있는 음식 앞에서 자제력을 잃는 게 일상이었기에 위가 아플까 봐 걱정되어 원하는 대로 먹게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하지만 애처롭게 바라보는 온다연의 눈빛을 감당하지 못했다.결국 고기 세 점을 집어 그릴에 올려놓았다.“마지막이야. 더 이상 먹으면 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98화

    유강후는 언짢아하며 눈살을 찌푸렸다.“온다연, 집에서 슬리퍼 신어야 한다고 내가 여러 번 말했지?”온다연은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가장 좋아하는 소고기와 깻잎이 눈앞에 있는데 슬리퍼 따위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그녀는 덜 익은 소고기를 보며 군침을 삼켰다.“엄청 맛있을 것 같아요.”말하면서 저도 모르게 고기 한 점을 집어 들었다.이때 유강후가 그녀를 번쩍 안으며 테이블에 앉히더니 도우미로부터 슬리퍼를 받아와 온다연에게 신겨주었다.“온다연, 앞으로 맨발로 돌아다니면 혼날 줄 알아.”온다연은 고기에 정신이 팔린 지 오래였다. 그녀는 공기 중에 가득 찬 음식 향기를 들이마시며 침을 삼켰다.“아저씨, 왜 갑자기 집에서 고기를 구울 생각을 했어요?”유강후의 결벽증은 온다연도 알고 있다.예전에 본가에 있을 때, 집사 외에는 아무도 그의 방에 들어갈 수 없었고 음식을 반입하는 건 더욱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지금 이 한옥에서도 늘 음식 냄새에 집안에 배는 걸 싫어하던 사람이다.그런 사람이 그릴을 사서 고기를 굽고 있으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유강후는 먹고 싶어 안달 난 온다연의 모습이 귀여운지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선 그녀의 두 볼을 꼬집었다.“어떤 아기고양이가 고기 먹는 걸 좋아해서 그릴 하나 샀어.”“밖은 아직 추우니까 오늘은 일단 여기서 먹자. 나중에 날이 따뜻해지면 마당에서 구워 먹어도 되고.”온다연은 시선을 거두고 조심스럽게 유강후를 바라봤다.“아저씨, 집에 음식 냄새 배는 걸 싫어하잖아요? 그리고 제가 이거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유강후는 아침 일찍 메일에 로그인하여 온다연과 주한이 주고받은 과거의 이메일을 전부 읽었다.보면 볼수록 질투도 나고 착잡한 심정이지만 그럼에도 온다연의 취향을 알 수 있는 건 전부 꼼꼼히 메모해 두었다.온다연은 요리에 재능이 없어 지난 수년 동안 주한이 그녀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해주었다.그들이 주고받은 메일을 보면 주한은 요리 솜씨가 좋아서 아주 평범한 재료들로 맛있는 음식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97화

    손을 놓았는데도 여전히 울고 있는 온다연의 모습에 유강후는 가슴이 미어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 그래? 많이 아파? 어디 다쳤어?”평소보다 훨씬 조심히 움직였기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온다연은 고개를 들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했다.“미안해요. 옷이랑 테이블이 더러워졌네요. 일부러 한 건 아닌데...” 말하면 할수록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고 너무 부끄러워 당장이라도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유강후는 주위를 둘러보고서야 온다연의 행동이 이해되었다.온다연은 혹여나 그가 비웃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그는 온다연을 번쩍 안아 올려 흐트러진 치마를 정리해 주고선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왜 이런 일로 울어. 난 너무 좋은데? 다연이가 날 좋아하고 신경 쓴다는 증거잖아.”유강후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입을 맞추며 물었다.“어때? 이런 건 좋아?”온다연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사실 일생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느낌이었기에 그때만큼은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려 자제력을 잃었다.물론 너무 좋았지만 이런 말을 차마 입 밖에 낼 수가 없었다.온다연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입을 꾹 다물었다.유강후는 결코 물러설 생각이 없는지 계속하여 물었다.“빨리 알려줘. 좋았어?”여전히 말하지 않는 온다연의 모습에 유강후는 다시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에 손이 갔다.“왜 답을 안 하지? 다연이는 아침처럼 넥타이에 묶이는 걸 좋아하나 보네. 그럼 한 번 더 할까?”그 말에 온다연은 화들짝 놀랐다. 살 까진 곳이 아직까지 따끔거렸으니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안 돼요. 그런 건 싫어요.”유강후는 피식 웃었다.“그럼 방금 했던 건 좋아?”온다연은 답하지 않으면 이 고비를 넘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유강후는 기분이 좋은지 그녀의 이마에 입맞춤했다.“좋아하면 말해야지. 다연이가 어떤 모습이든 내 눈에는 다 사랑스러워. 지금도 마찬가지야.”온다연은 그제야 사실대로 답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96화

    온다연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한편으로는 유강후가 왜 성욕이 이렇게 강한지 이해하지 못했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알게 된 것보다 몇 배는 더 심한 정도였고 매번 무리한 요구를 하는 유강후가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게다가 아직 몸이 완벽하게 나은 게 아니기에 작은 움직임에도 너무 아팠다.온다연은 서러운 듯 고개를 푹 숙였다.“안 돼요. 아직 아파요...”유강후는 새빨개진 온다연의 귀에 입을 맞추며 놀리듯이 답했다.“거절하는 거야? 내가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네? 더 화내도 되는 거지?”그 말에 온다연은 마음이 초조해졌다. 사실 온다연은 유강후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밤새도록 고민했다.유강후가 위압적이고 억지 부리는 사람인 건 맞지만 오늘처럼 냉랭한 태도를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했지만 유강후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고 그 모습에 온다연은 점점 불안해졌다.그럼에도 주한은 온다연에 있어 영원한 비밀 같은 존재였기에 섣불리 얘기할 수가 없다.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점점 막막해졌고 유강후의 화를 어떻게 풀어줘야 할지 몰랐다.처음에는 직접 만든 만두를 건네주며 사과하려고 했지만 밤새도록 빚어도 그럴싸한 모양이 하나도 없었고, 이런 못생긴 만두를 유강후에게 줄 면목도 없었다.계획이 실패하자 머릿속이 텅 비어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한참 동안 곰곰이 생각한 온다연은 큰 결심을 내린 듯 입술을 깨물며 속삭였다.“다른 방법으로 하는 건 어때요? 정말 아파서...”온다연은 말하면서 돌아서더니 고개를 들고 유강후의 목젖을 가볍게 깨물었다. 동시에 손을 그의 옷 속에 넣었고 부드러운 손길은 곧바로 벨트 방향을 따라 천천히 밑으로 내려갔다.“이런 건 어때요?”유강후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리드하는 법을 가끔 알려주기도 했지만 이런 스킬을 가르쳐준 적은 없었다.‘누구한테서 배운 거지?’“얘는 자기가 남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모르는 건가? 미치겠네.”유강후는 그녀의 가는 허리를 붙잡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95화

    그러고는 창가로 가서 온다연을 살펴보았다.장화연이 나지막이 말했다.“저녁 내내 도련님을 기다리다가 방금 잠들었어요.”유강후는 온다연이 깊은 잠에 빠진 것을 보고, 담요를 잘 덮어준 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야식은 뭘 먹었어요?”장화연이 대답했다.“안 먹었어요. 계속 도련님이 언제 돌아오냐고 묻다가 또 어떤 음식을 좋아하냐고 묻더군요. 수제 만두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저녁 내내 밀가루 반죽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밀가루 한 봉지를 다 쓰고도 제대로 된 만두를 한 개도 빚지 못했어요.”장화연이 주방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만두는 저쪽에 있어요. 도련님이 돌아오시면 삶겠다고 하더니 기다리다 못해 잠들어 버렸어요.”이 말을 들은 유강후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어디 있어요? 보고 싶어요.”“주방에 있어요.”주방에 들어서니 기괴한 모양의 만두 한 접시가 보였다.딱 봐도 밀가루 반죽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만두피가 터무니없이 두꺼운 데다 빚은 모양도 예쁘지 않았다.하지만 이렇게 못생긴 만두 한 접시가 유강후는 그저 귀엽게 느껴졌다.‘꼬맹이가 요리를 잘 못하고 주방에 관심도 없는 것 같았는데, 오늘 나한테 잘 보이려고 음식을 만들었나 보네.’그는 마음속이 살짝 달콤해졌고, 처음 온다연의 마음속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주방에서 나온 유강후는 서재로 갔다.그가 직접 결재해야 할 중요한 서류가 있었다.절반쯤 봤을 때 서재 문이 열렸고, 온다연이 작은 접시를 들고 문 앞에 서 있었다.유강후가 화상회의를 하면서 서류를 결재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물러가야 할지 들어가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유강후는 그녀를 못 본 척하고 일에 몰두했다.온다연은 그의 안색을 살피며 문 앞에서 몇 분 동안 서성이더니 끝내 참지 못하고 다가왔다.그녀는 손에 든 접시를 책상 위에 놓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저씨, 드셔 보세요.”유강후는 못 들은 척하고 계속 서류를 읽었다.온다연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잠시 후, 그녀는 기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94화

    유강후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르신, 그 부부의 일에 대해 또 아는 것이 있으신가요?”할머니는 잠시 망설이며 유강후를 쳐다보았다.“주한의 일을 조사하러 온 거 아니었어요? 그 여자애 일은 왜 묻는 거죠? 혹시 그 여자애를 본 적이 있어요?”“옷을 잘 차려입은 걸 보니 많이 배운 사람인 것 같은데, 왜 허튼수작을 하려는 거죠? 그 여자애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을 거니까 가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다른 방으로 들어가 매트 위에 무릎을 꿇고 염불하기 시작했다.이권이 아무리 좋을 말을 해도, 아들이 아무리 설득해도, 할머니는 마음을 굳게 먹고 더 이상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한 시간이 지난 후에도 할머니는 한마디도 하려 하지 않았다.어찌할 도리가 없는 유강후와 이권은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떠나기 전에 유강후는 할머니에게 말했다.“어르신, 예전에 그 여자애에게 베푼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안심하고 이 집에 그냥 사십시오. 이 거리는 철거하지 않을 것이고, 며칠 뒤에 사람을 보내서 수리하고 정비할 것입니다. 이곳을 다시 개조해서 예전 모습으로 되돌려 놓겠습니다.”할머니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유강후를 쳐다보았다.“누구신데, 총각이 말한 대로 되는 거예요?”유강후가 나지막이 말했다.“됩니다. 안심하고 지내세요.”할머니는 잠시 망설이더니 일어섰다. 그녀는 낡은 수납장을 한참 동안 뒤져서 오래된 앨범을 찾아냈고, 그 속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서 유강후에게 건넸다.“그 두 아이의 어릴 적 사진이니 가져가세요. 사진이 유용하게 쓰여서 하루빨리 그 짐승 같은 놈을 잡았으면 좋겠네요.”유강후는 사진을 받아서 들었다.잘 보관하지 못해 색이 바랜 곳도 있었지만,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사람이 많았는데, 온다연은 주한의 뒤에 서서 옆으로 깨끗한 얼굴을 내밀고 카메라를 향해 수줍게 웃고 있었다.사진 속의 온다연은 여덟아홉 살 정도 되는 것 같았고, 일자 앞머리를 자른 모습이 유난히 순해 보였다.유강후가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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