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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작가: 손이영
안 돼. 여기 있으면 안 된다.

온다연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눈을 내리깔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 제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나가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유강후의 시선은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잠시 멈췄다가 한복을 입은 예쁜 몸매에 닿았다.

밖에 있는 남자들의 시선을 생각하자 분노의 물결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가파르게 솟구쳤다.

“왜 학교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거야?”

온다연은 여전히 감히 그를 쳐다보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인턴들은 다 이런 거 해요.”

온다연은 대학원에 입학하고 싶으면 학교에서 정해준 모든 업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오늘 온다연은 투자자들 앞에서 설명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계약서도 따내야 했다.

유강후는 얼굴을 찡그렸다.

“인턴하고 싶으면 우리 회사에 가서 해도 돼. 내일 당장 가.”

온다연은 유강후의 말을 거역할 생각이 없어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삼촌. 감사합니다.”

유강후는 온다연의 대답에 만족한 듯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돌아서서 휴게실을 떠났다.

그가 떠나자 온다연은 즉시 심호흡했다. 뜨겁고 붉어진 귀를 만지면서 방금 정말 위험했다고 생각했다.

유강후는 정말 맞춰주기 너무 어려웠다. 온다연이 방금 한 말을 유강후가 얼마나 믿었는지 모르겠지만, 믿든 안 믿든 그렇게 높은 지위에 있고 할 일이 많은 사람이 유씨 가문과 거의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을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며 온다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룸 안에서.

학교 관계자들이 웃는 얼굴로 술을 건넸지만 유강후는 무심하게 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권이 들어와 그의 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유강후의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한 뒤 곧장 자리를 떠났다.

이권은 그의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

“학교에서 주선한 일인 것 같습니다. 다연 양은 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허 이사님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허 이사님이 이걸로 다연 양을 협박하며 술을 많이 먹여서 지금 상황이 좀 안 좋아졌어요.”

유강후는 발걸음은 멈추더니 극도로 차가운 어조로 물었다.

“허 이사는 누구야?”

“이번 투자자 중 한 명인 허씨 가문의 장남 화성 제약 허정혁 이사입니다.”

유강후의 눈빛이 매서웠다.

“그놈이 뭔데?”

곧 다른 룸 앞에 도착하자 이권은 문을 밀고 들어갔다.

진한 술 냄새가 닥쳤고 바닥에는 많은 술병과 유리 파편이 흩어져 있어 발을 딛을 곳도 없었다.

이런 지저분한 룸 안에서 허정혁은 온다연을 팔로 감싸 안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술병은 눈부셨다.

허정혁은 끔찍한 미소를 지으며 술병을 온다연의 손에 밀어 넣었다.

“마셔. 마시면 사인할게.”

온다연의 작은 얼굴은 하얗고 입술은 피가 떨어질 것처럼 빨갰다. 한눈에 봐도 술을 꽤 많이 마셨고 매우 힘들어하는 표정이었다.

실제로 온다연은 적어도 소주를 한 병 다 마셨기 때문에 허정혁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허, 허 이사님, 저희 좀 살려주세요...”

허정혁은 큰 소리로 웃으며 의자에 앉아 있는 취한 두 여자를 가리켰다.

“이 두 사람은 술 못 마셔. 너만 마실 수 있다고. 그런데 네가 안 마시면 누가 마셔? 너 술 마시지 않으면 저 사람들도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는 거야.”

허정혁은 갑자기 온다연의 턱을 잡고 사납게 말했다.

“내가 널 못 알아볼 것 같아? 너 온다연 맞지? 내가 미드나잇 클럽에서 수억 원짜리 술 세 병을 시켜서 너한테 같이 마시자고 했는데 넌 사람들 앞에서 내 체면을 생각하지 않았잖아. 나는 아직도 술집 여자도 못 꼬신다고 조롱받고 있다고. 그런데 알고 보니 경원대 사범대 학생이었네. 네가 학교에서 여신이라고 소문났다며? 왜 순진한 척이야? 몸 팔려고 나온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면서 허정혁은 술 한 병을 집어 들고 온다연의 입에 부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그의 손을 세게 잡았다.

“누가 감히 내 일에 참견이야?”

허정혁은 화가 나서 손을 빼려고 했지만 그 손은 강철 집게처럼 자신을 꽉 쥐고 있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평소에 잔인하고 위압적인 허정혁은 이런 경우가 처음이어서 화를 내며 소리쳤다.

“비켜. 당장 죽여 버릴 거야!”

허정혁은 주먹을 날리려고 고개를 들었는데 예기치 않게 익숙한 얼굴을 보았다.

더없이 고상한 남자가 극도로 차가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살을 에는 듯한 냉기가 감돌았고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이 허정혁을 너무 조여와서 감히 똑바로 쳐다볼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였다.

허정혁은 잠시 얼어붙었다가 정신을 차리며 말을 더듬거렸다.

‘젠장, 누가 이 악마를 여기로 데려온 거야?’

경원시의 도련님들도 급을 나웠다. 유강후는 당연히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존재였고 허정혁은 겨우 도련님들 사이에 끼어드는 정도라 절대 유강후를 건드릴 깜냥이 되지 않았다.

유강후에 대한 여러 가지 소문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특히 며칠 전 도련님들 중 한 명이 유씨 가문에 갔다가 말을 함부로 한 바람에 유강후가 바로 그의 머리를 박살 냈다.

그 사람은 30 바늘 이상을 꿰맸고 아직 병원에 누워 있다고 들었다. 게다가 그 사람의 가문은 갑자기 몇 단계 강등되어 경원시 밖으로 전출되었다.

허정혁은 이것을 떠올리자 겁이 나서 말을 더듬거렸다.

“도, 도, 도련님... 무,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유강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차갑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 눈빛을 마주하자 허정혁은 더욱 불안해졌다.

허정혁은 몸을 부르르 떨고 막 말을 하려는데 유강후가 갑자기 그의 다섯 손가락을 잡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손에 힘을 주었다.

몇 번의 끄드득 소리와 함께 다섯 손가락이 바로 부러졌다.

허정혁은 고통스러워 나지막이 비명을 지르며 눈을 뒤집은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도 허정혁은 감히 크게 비명을 지르지는 못하고 극심한 고통을 참으면서 식은땀을 흘린 채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유강후를 바라보았다.

유강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허정혁의 얼굴을 긁어내듯 외쳤다.

“꺼져!”

허정혁은 마치 사면이라도 받은 것처럼 벌떡 일어나 뛰었다.

문 앞으로 달려간 순간, 유강후의 살기 가득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멈춰!”

허정혁은 두려움에 떨며 감히 돌아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문 앞에 서 있었다.

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손가락에 낀 은반지를 돌려가며 말을 뱉어냈다.

“내일 아침까지 병원 진료 가서 진료받아서는 안 돼!”

짧은 한마디는 칼날처럼 허정혁을 찔러 그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거의 오줌을 지릴 뻔했다. 그리고 여전히 감히 뒤돌아보지 못한 채 떨며 말했다.

“네, 도련님!”

“꺼져!”

이때 소파에 웅크리고 있던 온다연이 움직이더니 작은 울음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들어 유강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초점 없이 흐리멍덩했다.

유강후는 점점 더 깊어지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온다연의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은 핏기 없이 하얗지만 입술은 점점 더 붉어져 매혹적이었다.

유강후의 시선은 온다연의 반짝이는 입술에 몇 초간 멈춰 있었고 조금씩 아래로 내려갔다.

몸에 밀착된 한복은 술로 얼룩져 있었고 얇은 천이 젖어 하얀 피부가 드러나 있었다.

유강후의 눈빛은 점점 더 깊어졌고 마음속의 파도가 점점 더 거세졌다.

온다연은 술에 취하면 이런 모습인 건가?

유강후는 온다연을 소파에서 일으켜 세웠는지 온다연은 비틀거리며 바로 그의 품속에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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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다연은 이런 생각에 참지 못하고 냄새를 맡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옷에서 유강후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만약 그의 냄새가 났다면 그녀는 정말 입을 수 없었을 것이다.속옷은 딱 그녀의 사이즈였다. 온다연은 키가 161cm이고 90근에 불과한 마른 체격이었지만 브래지어는 C컵을 입어야 했다.허리가 가늘고 다르가 길며 애플 힙라인 때문에 윗옷과 바지의 사이즈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옷을 살 때마다 다른 사이즈로 조합해야 한다.그 때문에 그녀는 자기 몸에 꼭 맞는 사이즈의 속옷을 보았을 때 조금 놀랐다. 그리고 두 치마의 가격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두 치마도 하나는 흰색 하나는 하늘색이었는데 한 벌은 1,700만 한 벌은 2,500만이었다.온다연은 두 치마의 가격을 보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유강후는 이 치마를 어디에서 샀을까? 환불할 수 있을까?하지만 이 원단은 정말 부드럽고 편안했다. 온다연은 이렇게 좋은 원단의 옷을 입어본 적이 없다.이때 집사가 그녀를 불렀다.“다연 아가씨, 어떠세요?”온다연은 할 수 없이 대답했다.“괜찮아요.”그리고 흰색 치마를 입었다.치마는 심플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잘록한 허리라인이 완벽히 드러나고 다리가 길어 보이는 포인트를 모두 살렸다.옷을 다 입고 나서 그녀는 다시 쇼핑백을 봤더니 작은 선물 상자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열어보니 그 안에는 머리띠가 있었다.머리띠에는 새하얀 진주가 있었고 양쪽에는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있었다. 정교한 공예 기술 때문에 한눈에 봐도 비싼 제품임을 알 수 있었다.온다연은 가격표를 보고 싶었지만 찾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머리를 어깨에 풀어 헤치고 머리띠로 묶었다. 화장실을 나서자 집사의 무뚝뚝한 표정 때문에 그녀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집사의 말투는 한결같았다.“다연 아가씨, 도련님이 며칠 동안 저한테 아가씨를 돌보라고 하셨어요.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에게 말씀하세요.”온다연은 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8화

    온다연은 두려워서 몸이 경직되었다. 유강후는 차가운 손등으로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가 거두어들였다.“집사님이 네가 오후부터 열이 나서 잠을 못 잤다고 하더라고. 지금은 열이 내렸네. 의사를 부를 필요가 없을 것 같아.”온다연은 그제야 자신이 오후에 열이 났고 반나절이나 잤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 잤는데 왜 머리가 아직도 무거울까?온다연은 그 원인을 유강후가 너무 가까이 다가온 탓으로 돌렸다.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삼촌, 불 좀 켜주시면 안 돼요?”유강후는 그러자 문 쪽으로 가서 불을 켰다. 조명이 켜지자 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유강후를 쳐다봤다. 양복을 입은 그의 모습은 유난히 늘씬해 보였고 매력적이었다.그는 넥타이도 맸고 조명 아래 다이아몬드 옷깃이 화려하게 빛났다. 무심코 들어낸 손목시계도 비싼 명품 같았다.온다연은 양복을 입은 남자는 많이 봤지만 유강후 같은 분위기를 내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차갑고 섹시하고 고급스러웠다.온다연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아까보다 더 긴장되어 절로 눈을 내리깔았다. 유강후는 더웠는지 넥타이를 벗어 의자에 털썩 걸치고 양복을 벗더니 가늘고 흰 줄무늬 셔츠를 드러냈다.외투를 벗은 유강후는 카리스마가 줄었지만 도도함이 더 돋보였다. 온다연은 감히 그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그는 외투를 놓고 나갔다가 2분도 안 되어 다시 돌아왔는데 이때 그의 손에는 커다란 쇼핑백 하나가 더 늘어났다.유강후는 쇼핑백에서 도시락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온다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일어나서 뭐 좀 먹어.”온다연은 확실히 배가 고팠기에 힘겹게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손에는 무의식적으로 그 하얀 진주 머리띠를 쥐고 있었다.유강후는 그녀를 한번 훑어보더니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말했다.“잘 어울리네.”깔끔한 디자인의 이 드레스는 우아하고 세련되어 보였으며 전에 입었던 치마보다 훨씬 소녀답고 예뻤다.온다연은 치마를 잡아당기며 속옷 생각이 나서 얼굴이 화끈거렸다.“감사합니다.”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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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17화

    소년의 사랑은 뜨겁고도 아름다웠다.그들의 눈에는 오직 서로밖에 없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너무나도 어렸기에 감히 공개하지 못했다. 공개하는 순간, 신분 차이가 극명한 그들의 사랑은 절대로 부모의 지지를 받을 수 없었다.그러나 그들은 서로에게 지나치게 탐닉했고 상대의 숨결마저도 헤어 나올 수 없을 만큼 깊이 빠져들었다.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구석에서, 어두운 작은 방에서, 깊은 밤 적막한 후원에서, 그들은 주저하면서도 격정적으로 입을 맞추고 서로를 껴안았다.하지만 그 일이 있고 난 후,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그녀가 그에게 다가간 것은 목적이 있어서였다.그녀가 원했던 것은 오직 그의 신분과 봉씨 가문의 젊은 안주인으로서 누릴 영광과 부귀. 더 치욕적인 것은, 그녀가 감히 그를 배신하고 다른 남자와 몸을 섞었다는 것!그녀가 다른 남자와 한 침대에 누워 있던 모습은 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일은 꿈속에서조차 목을 조이는 밧줄이 되어 그를 숨 막히게 했고 죽을 만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그가 불행하다면, 그녀 또한 벌을 받아야 했다. 그녀를 지옥 끝까지 끌고 가야만 했다.그런데 지금 그녀가 다시 예전처럼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그는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망할. 대체 또 무슨 속임수를 쓰려는 거지?’봉현수는 몸이 몇초간 굳어있었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분노가 솟구쳐 올랐다.“닥쳐. 네가 그렇게 부를 자격이나 있어? 다시 한번만 더 지껄여봐. 내가 가만두나 봐.”지예솔은 창백한 얼굴로 애써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제발 저 좀 놔주세요. 저 이러다 정말 죽을 것 같아서 그래요.”“요즘 계속 옛날 꿈을 꿔요. 그때의 우린 참 좋았죠. 하지만 이제 다시 돌아갈 수 없네요.”봉현수는 그녀의 목을 움켜쥐고 붉게 충혈된 눈으로 노려보았다.“네가 감히 ‘옛날’이라는 말을 입에 올려? 지예솔, 또 도망칠 속셈이냐? 다시 가두어 놓아야 정신 차리겠어?”지예솔은 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눈에는 말할 수 없는 슬픔으로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16화

    사실 눈치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 알 것이다. 지예솔과 그 남자는 아무 관계도 없다는 것을. 하지만 봉현수는 그 일을 철석같이 믿었고, 그 일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지예솔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했고 여러 가지 감정이 겹치면서 그가 지예솔한테의 태도는 점점 더 무서워졌다.유강후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그들의 일에 우리가 끼어드는 건 좋지 않아. 두 사람이 모두 마음을 열고 과거를 내려놓지 않는 한, 이 일은 쉽게 끝나지 않을 거야.”온다연은 차갑게 말했다.“아무리 큰 원한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예솔 씨를 괴롭히는 건 옳지 않아요. 그러다가 예솔 씨 잘못되기라고 하면 어쩔 거예요.”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예솔 씨를 도와주고 싶은 거야? 다연아, 제발 이 일에 끼어들지 마. 현수 씨가 그녀에게 품고 있는 감정은 너무 복잡해서 우리가 끼어들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온다연은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말했다.“도와주려는 건 아니고 그냥 물어본 거예요.”유강후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역시 우리 다연이가 제일 말 잘 듣지. 정말 예솔 씨가 좋다면 둘이서 약속이라도 자주 잡아서 얘기를 나누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내 체면을 봐서라도 현수 씨가 거절하진 않을 거야.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이 정도뿐이야.”온다연은 인츰 말을 돌리었다.“맞다, 로운 씨는 어디 있어요? 진 씨 가문 쪽에 일이 좀 있어 그러는데 그에게 맡기려고요.”유강후가 대답했다.“무슨 일이든 나한테 말하면 돼.”온다연은 입을 삐쭉 내밀며 퉁명스럽게 말했다.“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결할 거예요. 무능한 건 싫거든요?”유강후는 그녀를 달래듯 말했다.“알겠어, 알겠어. 화내지 마. 로운이더러 당신한테 연락하라고 할 테니까, 무슨 일이든 편하게 지시하면 돼.”봉현수는 차에 오르자마자 지예솔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았다. 그의 얼굴은 심하게 굳어 있었다.“내가 너한테 덜어준 반찬, 왜 안 먹었어?”지예솔은 조용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15화

    온다연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이틀만 시간을 줘요. 그동안 예솔 씨는 일단 계속해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모든 일을 그의 뜻에 따르면서 경계를 풀게 만들어요. 저는 예솔 씨가 여기서 나갈 방법을 다시 생각해 볼게요.”그때 봉현수의 부하가 들어왔다.“예솔 씨, 약 먹을 시간입니다.”그는 미리 준비한 약을 지예솔 앞에 내밀었다.지예솔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말했다.“먹을 테니까 먼저 나가주세요. 친구와 잠시 이야기하고 싶어요.”그 사람이 대꾸했다.“주인님께서 예솔 씨가 약 드시는 걸 직접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버린다고 하더라고요.”온다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나가세요. 제가 예솔 씨 약 먹는 걸 볼 테니. 여기서 저희 두 사람 방해하지 마세요.”온다연이 나서자 그는 마지못해 문가로 물러났다.“예솔 씨, 모두 다 예솔 씨 좋아지라고 준비해 둔 약이에요. 버리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주인님께서 화를 내실 겁니다.”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집사가 다가와 다실의 문을 닫았다.지예솔은 약을 혐오스럽다는 듯 쳐다보고는 전부 쓰레기통에 던졌다.온다연이 물었다.“무슨 약이에요?”지예솔의 표정이 싸늘해졌다.“우울증 치료제와 수면제예요. 3년째 먹고 있어요. 이제는 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아요.”온다연이 말했다.“그래도 약은 먹어야죠. 아프면 치료도 하고. 예솔 씨에겐 동생도 있잖아요. 쉽게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죠.”지예솔은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다연이 다시 물었다.“여길 나가면 무슨 계획이에요?”지예솔은 담담하게 말했다.“다 생각해 놓았어요. 일단 이곳을 벗어나기만 하면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빌려서 온라인에서 일감을 받을 거예요. 제 디자인 스타일이면 먹고사는 건 문제없을 거예요.”온다연이 그녀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계획이 있다니 참 다행이네요. 저는 예솔 씨가 여길 벗어나는 것 까지만 도와줄 수 있지, 그 뒤에 일은 예솔 씨가 알아서 해야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14화

    온다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꺼냈다.“둘 사이 정말로 아무런 가능성도 없는 거예요?”지예솔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의 눈에는 냉담한 기색이 가득했다.“현수 씨 어머니가 저희 어머니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저희 둘 사이에는 그 어떤 가능성도 사라졌어요. 그는 단지 저에게 복수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제가 비참할수록 그는 더 기쁘겠죠.”“이 몇 년 동안, 그는 제 모든 디자인 도면을 자신의 소꿉친구에게 넘겨줬고 그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주얼리 디자이너가 되었어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지씨 가문의 가정부일 뿐이에요. 그는 제 영광과 미래를 모조리 빼앗아 갔어요. 7년 동안이면 목숨 하나에 대한 대가로 충분하지 않나요.”이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얼굴에서는 어떤 감정도 읽어낼 수가 없었다. 마치 자기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온다연은 그녀의 테이블 아래에 숨겨져 있는 두 손이 주먹을 꽉 쥐고 있는 게 보였다.“지난달, 현수 씨가 제가 동생이랑 다시 연락을 주고받는 걸 알게 된 후부터 다시 저를 감금하기 시작했어요. 어디를 가든 저를 무조건 데리고 다니면서 제가 어디로 도망칠까 봐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더라고요. 제가 없으면 장난감도, 화풀이할 대상도 없어지니까요. 그래서 오늘도 절 데리고 나온 거예요. 저는 한 달 동안 그 방을 벗어난 적이 없었어요.”온다연의 표정이 심하게 찡그러졌다.“아직도 쇠사슬로 예솔 씨를 묶어놔요?”그녀는 지예솔의 몸에 남아 있던 끔찍한 상처들을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지예솔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 아이가 죽은 후로는 더 이상 쇠사슬을 쓰지 않았어요. 조금이나마 자유를 얻은 게 제 아이의 목숨과 맞바꾼 거라니, 믿기지 않네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일어나 창밖을 살폈다.밖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지예솔은 갑자기 온다연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다연씨, 저 좀 도와주세요. 저 경원시를 떠나고 싶고 봉현수 씨 곁에서도 떠나고 싶어요. 다연씨라면 절 도와주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13화

    유강후가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이들은 금방 크니깐 명품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네가 직접 골랐다는 거야. 엄마의 사랑이야말로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거니까.”“내가 보니까 옷들 다 품질 좋고 디자인도 예쁘던데? 당신 안목이 틀릴 리 없지.”온다연은 웃음을 터뜨렸다.“말은 참 예쁘게도 한다니까.”그녀는 알지 못했다. 비록 마트는 완전히 통제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오기 전에 마트는 모든 안전 검사를 마쳤고, 진열된 상품들도 전부 점검을 마쳤으며, 생활용품과 유아용품 코너의 제품들은 전부 최고급 브랜드의 상품으로 교체되었다는 것을.온다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말을 꺼냈다.“강후 씨, 미리 말해두지만, 아이들은 무조건 제 곁에서 키울 거예요. 우리 아이들을 우림이를 훈련하듯이 키우는 건 절대 용납 못 해요.”유강후는 아무렇지 않은 듯한 얼굴로 대답했다.“알겠어.”하지만 훗날 강씨 가문의 후계자가 될 텐데 훈련을 시키지 않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아들이라면 우림이 못지않은 강도 높은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이 말은 지금 해서는 안 된다. 괜히 말을 꺼냈다간 온다연이 출산할 때까지 그와 끝없는 싸움을 벌일 게 뻔하니까.온다연은 단호하게 말했다.“강후 씨는 어릴 때 어머니 곁에서 크지 못해서 지금 어머니와의 관계가 그렇게 서먹한 거잖아요.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키울 수 없어요. 무조건 사랑이 가득한 환경에서 자라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커서 강후 씨처럼 성격이 까칠해질 게 뻔해요!”유강후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내 성격이 까칠하다고?”온다연이 코웃음을 쳤다.“아닌가요?”유강후는 그녀가 볼이 잔뜩 부풀어 오른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귀여워서 다시 한번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그래, 나 성격 까칠해. 고칠게.”온다연이 보상이라도 하듯 그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잘못을 인정하고 고칠 줄 아는 사람은 무조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12화

    이번에 유강후는 아무런 의견 없이 그저 조용히 옆에서 그녀가 물건 고르기를 내심이 기다렸다.그녀가 두 가지 선택지 앞에서 고민할 때, 유강후는 두 가지 스타일 모두 카트에 담았다.온다연은 속옷을 고를 때 얼굴이 빨개지었다. 그러고는 몇 장의 팬티를 눈에 뜨이는 족족 무심코 카트에 던졌다.이 모습에 유강후는 불만을 느끼고 그 팬티들을 꺼내며 말했다.“다연아, 좀 제대로 골라주면 안 돼? 나 이 색깔 별로고 게다가 사이즈도 작아.”온다연은 그의 허리 쪽을 슥 쳐다보고는 조용히 말했다.“어느 사이즈인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알아서 골라요!”유강후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다 너한테 잘 보이려고 그러는 거지. 네가 좋아하는 스타일과 색깔로 골라봐. 너한테 입어 보여 줄게.”“넌 남편 사이즈도 몰라? 제일 큰 사이즈로 골라!”온다연의 얼굴은 더 빨개지였다.그러고는 말을 더듬었다.“누, 누가 강후 씨 입는 거 보고 싶댔어요! 알아서 골라요!”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쥔 것처럼 속옷을 휙 던져 버렸다.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꽉 붙잡고는 둘만 들을 수 있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안되지, 내 속옷은 원래 네가 골라줘야 맞는 거지. 남편의 속옷을 네가 관리하지 않으면 누가 관리해?”유강후는 온다연의 귀에 숨을 살짝 불어넣었다.“다연이가 골라준 거로 하자. 그러면 내 컨디션도 따라서 좋아질 거야.”온다연의 얼굴은 너무나도 빨개서 금세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고는 이를 꽉 악물고 말했다.“강후 씨, 이런 말 애들이 다 듣는단 말이에요! 나중에 애들한테 변태 취급 받고 싶어요?”유강후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감히 나한테 그렇게 말한다고? 엉덩이를 때려서라도 교육해야지. ”온다연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강후 씨 애들 때리기만 해봐. 나 가만 안 있어!”유강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빨리 골라, 이건 네가 해야 할 일이야. 아니면 여기서 내가 너한테 뽀뽀할까? 아까 애들이 뒤에서 계속 우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11화

    마트는 엄청 크고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온다연은 생활용품 구역으로 갔다.여기에는 특별히 비싼 브랜드는 없지만 상품이 다양하고 품목이 잘 갖춰져 있다. 그 상품들의 색상과 디자인은 꽤 잘 되어 있고 질감도 대형 브랜드와 비교할 바 있다.그녀는 매우 신중하게 고르고 있었다.치약, 컵, 칫솔, 수건 모두 커플용으로 골랐다. 색상과 패턴이 귀여워 보였고 아기자기해서 다소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그런데 유강후는 컵과 수건에 있는 딸기 그림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이거 너무 핑크색 아니야?”온다연은 기분 좋게 고르고 있었는데 그의 말을 듣자 기분이 나빠졌다.그녀는 아까 고른 남자용 커플 아이템을 선반 위에 다시 돌려놓았다.“각자 알아서 고르는 거로 하죠.”유강후는 눈썹을 찌푸리고는 그녀가 돌려놓은 컵과 수건을 다시 가져와서는 카트에 넣었다. 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못생겼다고 한 건 아니야. 그냥 너무 핑크색이라서.”온다연은 차갑게 대답했다.“다른 색을 고르세요. 이건 강후씨한테 어울리지 않아요.”그러면서 그녀는 로봇 컵을 카트에 던졌다.“이거 강후씨한테 완전 찰떡이네요. 보는 눈은 없으면서 말은 많다니깐.”유강후는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그는 ‘유치한’ 컵을 집어 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 성격이 점점 더 나빠지네. 내가 핑크색이 너무 많다고 한마디 했다고 그렇게 화를 내야 해?”온다연은 몸을 돌리더니 다른 물건을 고르러 갔다.“임신한 사람은 원래 평소보다 더 예민하단 말이에요!”유강후는 실눈을 뜨더니 다가가 그녀를 안았다.온다연은 그의 다리를 차면서 말했다.“뭐 하는 거예요, 나 내려놔요!”마트에는 사람들이 왔다 갔다 했고 옆에 있는 어린이들은 호기심의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봤다.유강후는 그녀를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는 듯이 더 꽉 안았다. 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 손이 닿지 않잖아. 내가 안아줄게!”옆에 있는 어린이는 4, 5살쯤 되어 보였고 그들이 함께 안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재빨리 손으로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10화

    수건도 너무 오래되어 이미 무늬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온다연은 자기가 떠나기 전에 사용했던 것임을 알아볼 수는 있었다.아줌마는 다시 낮은 소리로 말했다.“사모님이 떠나신 후 대표님은 우리가 이 물건들을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어요. 신국에 가기 전 대표님은 3년 동안 계속 이 물건들을 사용하셨어요. 그때 사모님이 쓰시던 수건 두 장도 3년 동안 쓰셔서 정말 더는 쓸 수 없을 정도예요. 저희는 감히 버리지 못하니 어떻게 하면 될지 말만 해주세요.”이 물건들을 3년 동안이나 계속 사용했다고?온다연은 코끝이 찡해나며 눈물이 나오려 하자 급히 고개를 돌려 다른 것을 보는 척했다.“이 물건들을 가지고 가서 소독한 후 박스에 넣어 밀봉하여 다락방에 올려놓아 주세요. 바꿀 물건들은 제가 챙길 테니 상관하지 않으셔도 돼요.”“네, 사모님.”아줌마가 간 후 온다연은 다시 그 물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수건이든 컵이든 전부 전에 그녀가 사용했던 것이었고 욕조 옆에 놓인 빈 바디워시병조차도 낡고 오래된 것이었다.온다연은 아직도 그 병을 기억하고 있었다.그것은 전에 온다연이 인터넷에서 구매한 상큼한 향의 바디워시였다.온다연은 그 바디워시병을 코끝에 대고 향기를 맡아보더니 역시 그 향기가 틀림없었다.그녀는 욕실에 잠깐 머무르다가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서 직접 홍차를 끓였다.아줌마가 주방으로 들어오면서 곰돌이의 얼굴이 그려진 물컵을 건네주었는데 위에 페인트는 반 이상 떨어져 있었고 그것을 본 온다연이 어리둥절해하자 아줌마가 재빨리 말했다.“이 컵은 대표님이 제일 아끼시는 컵이에요. 지금 3년째 쓰고 계시고 바꾸지도 못하게 해요.”온다연은 다시 눈시울을 붉히더니 결국 눈물이 떨어지고 말았다.그녀는 얼굴을 돌리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이 컵은 이제 사용할 수 없어요. 욕실에 있던 물건이랑 함께 소독하여 넣고 다른 컵을 가지고 오세요.”아줌마는 대답을 건네고 다시 돌아갔다.차를 다 끓인 후 온다연은 찻잔을 들고 서재로 들어갔다.찻잔을 책상 위에 놓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09화

    온다연은 장화연을 식탁으로 데리고 가서 포장된 만두를 앞에 놓으면서 말했다.“일단 따뜻한 아침 식사라도 하세요. 집사님도 이 가게 만두 좋아하실 거예요.”장화연은 만두를 한 입 먹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맛있네요. 밀가루 반죽이 잘된 거 같아요. 제가 만든 것보다 훨씬 더 맛있는데요.”온다연은 득의양양해 하며 말했다.“좋아하실 줄 알고 집사님을 위해 포장해 온 것이니 이거 다 드셔야 해요.”장화연은 먹으면서 말했다.“사모님, 점심에는 뭘 드시고 싶으세요? 미리 말해주면 제가 준비할게요. 근데 아직 배달되지 않은 음식 재료들이 있어서 만들 수 없는 요리도 있을 거예요.”“오늘 금방 집에 도착하여 다들 피곤하실 테니 먼저 쉬세요. 쉬고 오후에 일어나서 다시 생각해 봐도 돼요. 제 기억으로 은행 반점의 생선찜이 맛있었는데 그 가게 요리사를 집으로 부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니 집사님은 오늘 푹 쉬세요. 제가 다 안배할게요.”장화연은 다시 웃으며 말했다.“그냥 제가 안배할게요. 사모님 거동도 불편하실 텐데 많이 쉬셔야죠.”온다연은 배를 만지며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저는 너무 많이 잤어요. 비행기에서 오는 내내 잠만 자서. 지금은 상태가 엄청 좋아요. 집사님은 여태 쉬지도 못하셨잖아요. 일단 아침 드시고 나면 들어가서 좀 쉬어요. 집에 부족한 음식 재료들이 있는지 제가 한번 보고 사람 시켜 사 오라 하면 돼요.”그때 유강후가 들어오더니 온다연과 장화연이 사이좋게 얘기 나누는 것을 보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점심은 다 준비됐어?”온다연은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그저 먹을 줄만 알지? 오늘 점심은 하지 않고 모두 쉬는 거로 하고 다 쉬고 나서 은행 반점의 요리사를 불러 저녁 식사를 준비하게 할 거예요. 그 가게 생선찜도 엄청 맛있어요.”“왜요? 내가 주인 노릇을 하면 안 되는 거예요?”유강후는 온다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애틋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되지. 마누라가 말한 건 다 맞는 말이지. 이 집에서는 네 마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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