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화

작가: 손이영
그때도 지금과 같은 매미가 울어대는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소녀의 수줍은 눈빛과 땀에 젖은 옆머리가 그날 오후와 겹쳐졌다.

그 모습이 지난 3년 동안 매일 밤 꿈속으로 들어와 밤마다 유강후를 뒤흔들었다.

유강후는 방금 온다연의 손길이 닿은 곳이 화끈거려 손끝을 만지작거렸다. 이 순간 공기마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유강후는 재빨리 시선을 거두며 여전히 차갑고 고상한 표정으로 말했다.

“들어가.”

온다연은 즉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치 사면받은 사람처럼 도망치듯 떠났다. 물론 온다연은 차에 탄 유강후의 맹수 같은 약탈적인 눈빛을 보지 못했다.

온다연은 유씨 가문 저택에 들어선 후에야 유씨 가문 식구들뿐만 아니라 유강후의 옛 친구들도 모두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도련님들은 모두 높은 신분을 가지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중에서도 최고였다.

온다연은 전에 그들의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여러 번 목격했었기 때문에 그들을 피하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하지만 안주인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심미진은 온다연을 놓아주지 않았다.

“나 시간 없으니까 네가 이 술을 네 작은 삼촌에게 갖다줘.”

온다연은 거절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화려했고 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온다연은 가시 장미에 섞인 새하얀 장미처럼 눈길을 사로잡으며 문 앞에 서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향했다.

어두운 조명 속에서도 온다연의 검은 머리와 붉은 입술, 매력적인 골격,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하늘색 치마 밑의 하얀 피부는 사람을 유혹할 정도로 하얗게 빛났다.

잠시 동안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갑자기 누군가 웃음을 터뜨렸다.

“도련님, 유씨 가문의 양딸을 몇 년 동안 보지 못했었는데 그새 잘 자랐네요.”

유강후 역시 온다연이 들어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손에 든 와인잔을 흔들었다.

“몇 년 동안 유씨 집안에서 먹여준 건 맞지만 양딸이라고 할 순 없죠.”

유강후의 목소리는 마치 중요하지 않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차가웠고 온다연과의 관계에 대해 선을 긋는 듯 이야기했다.

동시에 온다연을 유씨 가문의 인맥에서조차 제외했다.

그 말에 온다연은 가슴이 살짝 내려앉고 두 손은 쟁반을 꽉 움켜쥐었다.

유강후는 전과 마찬가지로 어떤 말을 해야 가장 고통스럽게 사람의 마음을 찌를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온다연은 유강후를 쳐다보지 않았다.

비록 이 순간 유강후는 앉아 있고 자신이 서 있어도 그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고 느끼면서 자존감이 바닥 쳤다.

온다연은 사람들의 심문하는 듯한 경멸적인 시선을 마주하며 와인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삼촌, 와인이요.”

유강후은 시선을 온다연의 매끈한 종아리에 잠시 멈췄다가 눈을 살짝 감더니 냉기가 감도는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너더러 들어오랬어? 나가!”

모두 좋은 구경거리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온다연을 쳐다보았다.

순간 온다연은 마치 환한 대낮에 옷이 발가벗겨진 것처럼 부끄러움을 느꼈고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고 쟁반을 내려놓은 후 재빨리 문밖으로 물러났다.

뒤에서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도련님, 왜 이렇게 차갑게 대하세요. 그래도 저 애는 미녀인데 좀 봐주시지!”

“도련님, 어차피 우리랑 같이 술 마실 여자가 없으니 조카더러 내려와서 술 한잔하게 해주세요.”

온다연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 유강후와 그의 친구들의 눈에는 그녀가 술집 아가씨와 같은 존재였다.

온다연은 그들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

실내에서 와인 잔을 들고 있던 유강후의 손이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여자를 원하면 여기서 그러지 말고 나중에 술집에 가. 거기에는 다양한 여자가 많으니까.”

하지만 그 사람은 겁도 없이 계속해서 말했다.

“저 애는 어차피 유씨 가문의 일원도 아닌데 우리와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저 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잖아요.”

“다리가 예쁘네요. 하얗고 가늘어서 허리를 감싸면 죽여주겠는데요.”

유강후는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에서 약간의 살기가 새어 나왔다.

곧이어 유강후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에 있던 와인병을 집어 들고 그 사람의 머리를 바로 내리쳤다.

병이 깨지면서 남자의 머리가 찔리고 검붉은 술이 피와 섞여 사방으로 흘러내렸다.

모든 사람들이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한참 지나서야 누군가가 자리에서 일어나 겁에 질린 표정으로 지켜보며 말했다.

“도련님, 저...”

유강후는 옷을 정돈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이렇게 좋은 와인으로도 저놈 입을 막을 수 없다니, 기분이 잡치는군.”

유강후의 말투는 너무 차분해서 전혀 폭력적인 행동을 한 사람 같지 않았다.

“하지만 도련님, 저분은 도련님을 환영하려고 온 건데 어떻게...”

유강후는 휴지 한 장을 뽑아 손가락을 하나 하나 닦았다. 표정은 차분했지만 눈빛이 냉기를 뿜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 정도였다.

“유씨 가문의 것들을 함부로 대할 생각하지 마. 그게 개라도 말이야.”

유강후는 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 사람을 훑었다.

“꺼져!”

머리를 맞은 사람은 비참한 모습으로 피를 뚝뚝 흘리며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자기 가문에서 도련님이지만 그들 중 최고는 유강후였다. 그 사람이 건드릴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 사람은 심지어 감히 눈앞을 막는 피를 닦지도 못하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유강후는 휴지를 던지고 돌아서서 방을 나섰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몸에서 풍기는 차가운 기운은 조금 전의 행동보다 더 섬뜩했다.

누군가가 그 사람을 일으켜 세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얼른 가. 도련님 기분 나쁘게 하지 말고 뒷문으로 나가.”

온다연은 자신의 방에서 잠시 누워 있다가 떠나기로 했다.

그런데 방에서 나오자마자 유강후가 2층 계단 앞에서 천천히 내려가고 있는 모습을 볼 줄은 몰랐다.

온다연은 멈칫하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유강후는 이미 그녀를 봤다.

온다연은 한 손으로 문의 손잡이를 잡고 다른 손으로 가방을 꽉 쥐었다. 순간 방으로 들어가야 할 지 그냥 나가야 할 지 결정하지 못해서 그냥 문에 기대어 저도 모르게 유강후를 불렀다.

“삼촌.”

유강후는 자신의 이마 위에 삐져나온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한 걸음 한 걸음 그녀에게 다가갔다.

유강후의 눈빛을 마주하자 온다연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그 두 눈동자는 더없이 차가웠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에 온다연은 바닥으로 가라앉는 것 같았다.

갑자기 시간이 1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그때도 지금처럼 더운 여름날이었고 이모 따라 유씨 가문 저택의 로비에 끌려갔다.

유자성의 아들과 딸은 온다연을 가리키며 여우라고 욕하고 그녀의 트렁크를 문밖으로 던졌다.

귓가에서 이모의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어쩔 줄 몰라 자신의 치맛자락을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온 세상에 버림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때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민준, 유하령, 선생님이 너희에게 손님을 이런 식으로 접대하라고 가르쳤어?”

순간 로비는 쥐 죽을 듯 조용해졌다.

온다연은 그때 고개를 들고 봤던 그 순간을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화려한 전통식 별장 안 소용돌이 모양의 계단 끝에 한 소년이 서 있었다. 흰옷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그 소년의 모습은 고상해 보였고 얼굴은 말도 안 되게 잘생겼다.

그 소년은 긴 다리를 옮겨 계단에서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그 소년은 불빛 아래에서 갓 완성된 유화처럼 아름다웠고 온다연 어린 시절의 큰 충격으로 남았다.

심미진은 온다연의 옷을 잡아당기며 속삭였다.

“이 사람은 네 삼촌 유강후야. 유자성의 동생이지. 빨리 삼촌이라고 불러.”

온다연은 고개를 숙인 채 감히 유강후를 바라보지 못했다. 가슴이 너무 떨려 한참 지나서야 고양이처럼 약한 목소리로 낮게 불렀다.

“삼촌.”

유강후는 간단히 대답하고 온다연을 지나쳐 바깥쪽으로 걸어갔다.

“앞으로는 이곳을 자기 집처럼 생각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주 집사에게 말해.”

유강후의 목소리는 맑고 차가워서 너무 듣기 좋았다. 온다연은 한참 동안 자리에 서서 넋을 놓은 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문밖에서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가 들리자 온다연은 유강후가 이미 나간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

그 후 오랫동안 온다연은 유강후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온다연은 유강후 앞에 무릎을 꿇고 미친 듯이 애원했지만 그는 무관심하고 냉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제야 온다연은 유강후가 자신을 가엾게 여긴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강후 같은 사람은 착할 리가 없다. 그는 피바람에 부는 세상에서 태어난 악의 꽃이다. 무자비하고 잔인한 행위를 많이 봤기 때문에 유강후는 그런 일에 능숙했다.

그렇기에 유강후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유강후는 곧 온다연 앞에 도착하여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

“너 유씨 가문에서 나갔어?”

관련 챕터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3화

    온다연은 고개를 숙였다. 마치 사나운 짐승에게 겨냥당한 듯 숨이 막힐 것 같았다.온다연은 문에 한껏 기대어 최대한 유강후에게서 멀리 떨어지려고 했다.하지만 유강후는 바로 앞에 있고 공간이 좁아서 아무리 노력해도 유강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느꼈다.맑은 솔방울 같은 냄새에 은은한 술 냄새가 섞여 온다연의 피부에 다가왔다. 그러자 온다연은 갑자기 3년 전의 점심에도 이렇게 더웠는데 술에 취한 유강후가 방에 쳐들어와 통제를 잃고 폭력적으로 행동했던 것이 떠올랐다.그런 기억이 떠오르자 온다연은 혼란스러워서 앞으로 몇 걸음 나아가 유강후와의 거리를 벌렸다.하지만 너무 가까운 탓에 유강후의 옆을 지나가려 할 때 온다연의 팔은 유강후의 손에 닿을 수밖에 없었다.닿은 곳은 살짝 화끈거리며 유강후의 기운이 남았다.온다연은 입술을 깨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유씨 가문 저택은 학교에서 너무 멀어서 기숙사에 살고 있어요.”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떴다.온다연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고 낮아서 유강후는 그녀를 혼내고 싶었다.게다가 이 3년 동안 거짓말하는 것도 배웠다니.하지만 유강후는 아직 온다연을 까발릴 생각이 없었다. 이 정도는 그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었다.“내 번호 차단했어?”온다연은 눈을 내리깔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번호 바꿨어요. 예전에 쓰던 휴대폰이 고장 나서 모든 번호가 사라졌거든요.”이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유씨 가문 사람들 중 이모 심미진의 번호만 저장했다.“휴대폰 줘 봐.”온다연은 순순히 휴대폰을 건넸다.살짝 낡은 휴대폰이었는데 스크린은 손상된 정도가 심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의 번호를 입력하고 자신의 휴대폰으로도 온다연의 카카오톡 QR코드를 스캔해 추가했다.그리고 다시 휴대폰을 돌려주며 담담하게 말했다.“아까는...”“알아요.”온다연은 유강후의 말을 잘랐다.“그분들 다 삼촌 친구들이잖아요. 농담한 거 알아요. 괜찮아요.”온다연은 유씨 가문에 오래 머물지 않기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4화

    온다연은 온 힘을 다해 유민준을 밀어냈다.“오빠, 정신 차려요.”유민준은 표정이 변하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온다연, 순진한 척하지 마. 너랑 네 그 빌붙으려는 이모가 뭐가 달라? 지금 이렇게 좋은 기회가 주어졌는데 거절해? 그럼 설마 더 대단한 걸 바라는 거야?”온다연은 표정이 바뀌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유씨 가문이 넘볼 수 없는 대단한 집안이란 거 알아요. 당신들한테 빌붙을 생각도 없었어요.”온다연의 표정이 바뀌자 유민준은 답답한 듯 머리를 쥐어뜯으며 조금 전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나 그런 뜻 아니야. 나랑 만나면 명분 주는 것 외에 다른 건 다 줄 수 있어. 예전에 내가 지나쳤던 거 맞아. 내가 하령이 시켜서 널 괴롭혔던 것도 인정할게. 그런데 다 지난 일이잖아. 앞으로 내가 배로 잘해줄게. 다연아, 너 나 좋아하지...”유민준이 점점 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자 온다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끼어들었다.“오빠 틀렸어요. 나 오빠한테 관심 없어요.”온다연은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정확히 말하면 난 유씨 가문 사람들에게 관심 없어요. 조금도 없다고요.”유강후는 그 말을 듣고 창문에 올려놨던 손을 멈칫하며 살기를 내뿜었다. 차 안의 분위기는 급속도로 가라앉았다.유민준은 그 말에 화가 났다.“나한테 관심 없다고? 그놈 때문이야?”유민준은 주머니에서 사진 여러 장을 꺼내 온다연의 얼굴에 던지며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너 이놈 좋아하지?”사진들이 바닥에 널브러졌다.불빛이 어두웠지만 온다연은 사진 속 남자가 그녀의 동기 진태윤이라는 것을 보아냈다. 요즘 인턴십 때문에 온다연은 진태윤과 가까워졌는데 유민준이 그들의 사진을 찍을 줄은 몰랐다.바닥에 널브러진 사진들을 보고 온다연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오빠, 유씨 가문이 대단한 건 아는데요. 제 학교 친구들은 건드리지 마요. 태윤이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저 태윤이 안 좋아해요.”유민준은 손을 뻗어 온다연을 앞으로 끌어당기며 내려다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화

    그 남자는 바로 유강후였다.유강후는 고급 소재의 흰 셔츠에 긴 다리를 감싸는 검은색 바지를 입고 차갑고 위엄 있는 표정을 지은 채 길에 서서 눈길을 끌었다.그의 옆에 있는 여자는 하얀색 명품 정장을 입었는데 몸매의 볼륨감이 잘 드러났다. 맑고 귀여운 외모에 눈웃음도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두 사람은 무슨 말을 했는지 곧 여자는 유강후의 팔짱을 끼고 앞으로 걸어갔다.두 사람이 멀리 걸어가는 모습을 본 온다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책을 얼굴에서 떼어냈다.하지만 이때 유강후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멀리서부터 안도연을 바라보았다.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온다연은 유강후의 눈빛에서 차가운 기운을 느꼈고 순간 머리가 질끈거리면서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다행히 유강후는 곧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온다연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상현 씨, 미안해요. 저 볼일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강상현이 말도 하기 전에 온다연은 이미 보지 말아야 할 것은 본 듯한 표정으로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문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유강후와 그 여자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피하기에는 너무 늦은 온다연은 몸을 곧추세우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할 수 없이 외쳤다.“삼촌!”유강후은 시선을 온다연이 입고 있는 무릎까지 오는 하얀색 원피스로 옮겼다가 아픈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쳐다보며 냉정하게 말했다.“친구랑 여기서 켜피 마신 거야?”“강후 씨, 누구야? 왜 강후 씨를 삼촌이라고 불러?”여자는 놀란 표정을 지은 채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유강후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형수님의 조카야.”여자는 놀란 듯 온다연을 훑으며 말했다.“강후 씨가 말했던 그 조카군요. 언제 이렇게 많이 컸어요?”여자는 손을 내밀어 온다연에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반가워요. 저는 강후 씨 친구 나은별이에요.”사실 나은별이 자기 소개하지 않아도 온다연은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전에 유씨 가문에서 나은별을 여러 번 몰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6화

    위험한 분위기가 조금씩 다가오자 온다연은 공기가 질식하는 냄새로 가득 차 있다고 느꼈다.가슴이 답답해서 필사적으로 뒤로 물러나고 싶었지만 벽에 등이 닿아 더 이상 후퇴할 수 없었다.하지만 유강후는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키 큰 유강후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면서 온다연의 몸에 곧 닿을 것 같았다.온다연은 옆에 있는 녹슨 수도관을 꼭 붙잡고 눈을 내리깐 채 감히 그를 쳐다볼 수 없었다.불빛이 어두워서 얼굴이 비정상적으로 빨개진 것을 가렸고 매혹적인 입술만 보일 뿐이었다.유강후의 시선은 반쯤 젖은 그녀의 머리카락으로 향했다. 그의 어조는 더 차가워졌다.“누구를 피하고 싶어서 이런 곳에 살고 있는 거야?”유강후는 아주 가까이 다가왔고 큰 몸으로 온다연을 가리자 마치 커다란 그물에 걸린 듯 도망칠 수 없게 만들었다.온다연은 유강후가 너무 가까이서 압박을 주는 바람에 온몸에 힘이 풀려 다리를 주체할 수 없이 떨기 시작했고 머리도 너무 어지러웠다.“말해!”온다연은 입을 뻐끔거렸다.“삼촌, 저...”갑자기 눈앞이 어두워지더니 몸이 앞쪽으로 쓰러졌다.기절한 건가?유강후는 쓰러진 온다연을 두 팔로 감쌌고 그제야 그녀의 체온이 무서울 정도로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유강후는 얼굴을 찡그리고 허리를 굽혀 온다연을 안아 들었다.온다연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주위가 깜깜하고 빛이 전혀 없었다.당연히 자신이 침대에 누워 있다고 생각한 온다연은 손을 들어 올리자마자 가죽의 부드러운 촉감과 함께 부드럽고 딱딱한 무언가를 만졌다.소파인가? 아니면 의자?갑자기 어두운 불빛이 온다연의 머리 위로 비추면서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일어났어?”온다연은 고개를 번쩍 들어 차가운 눈동자를 바라보았고 그 어둠은 그녀를 휩쓸어버릴 것만 같았다.온몸의 피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것 같았다. 온다연은 어리둥절했다.“사, 삼촌...”왜 자신이 어두운 차 안에서 유강후와 단둘이 있는 것일까?그의 부하 이권은 어디 간 걸까?온다연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것처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화

    담담한 말투 속에 분노도 섞여 있는 듯했다.온다연은 열이 나는 이유로 정신이 혼미해서 저도 모르게 용기가 생겨 말했다.“삼촌, 너무 가까워요.”온다연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낮았는데 살짝 갈라지기까지 했다.유강후는 눈가의 어둠이 점점 더 강해지면서 그녀를 쳐다보았다.온다연이 지금 열 때문에 이렇게 정신이 없어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면 유강후는 그녀가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이때 갑자기 누군가가 창문을 두드렸다.차창을 내리자 밖에서 이권이 비에 흠뻑 젖은 채 얼굴을 닦으면서 말했다.“도련님, 차가 왔어요. 다연 양과 함께 얼른 타세요.”유강후는 쏟아지는 빗속에서 불빛을 번쩍이는 롤스로이스를 흘끗 쳐다본 뒤 열이 나 정신이 혼미한 온다연을 바라보면서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구급차 불러.”이권은 얼굴에 묻은 빗물을 닦으며 쓴웃음을 지었다.“도련님, 몇 년 동안 여기 계시지 않아서 경원시의 상황을 모르실 겁니다. 지금 비로 인해 경원시 절반이 정전되고 교통이 마비됐어요. 이 시간에 어디 가서 구급차를 부를 수 있겠어요?”유강후는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걸려했는데 이권이 또 말했다.“도련님, 마침 이 옆에 도련님 명의의 방이 있는데 오늘 밤엔 거기에 가서 머무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소 선생님도 같은 동네에 있어 병원에 가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이섭은 유강후의 집에 도착했다.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이 온다연이라는 것을 확인한 소이섭은 눈빛이 복잡해졌다.“왜 다연이 여기 있어?”유강후는 온다연에게 수액을 놓는 소이섭을 바라보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길에서 만났는데 아파 보이길래 데려왔어.”그러자 소이섭이 콧방귀를 뀌었다.“유씨 가문 셋째 도련님이 언제부터 이렇게 착해졌지?” 소이섭은 일어나서 아직 의식이 없는 온다연을 흘끗 쳐다보며 그다지 친절하지 않는 어조로 말했다.“유강후, 네가 모를까 봐 말하는데 은별이의 우울증은 이미 매우 심각해졌으니까 더 이상 은별이를 자극하지 마.”하지만 유강후의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화

    “가져가!”간단한 한마디였지만 거부할 수 없는 압박이 느껴졌다.온다연은 고개를 숙이고 여전히 카드를 받지 않았다.유씨 가문에서 10년을 지낸 그녀는 유강후가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이런 사람은 마음을 자기 마음대로 통제했고 호의 속에 잔인한 가시에 숨겨져 있다.그의 평범한 말 한마디로 온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다르게 보게 할 수 있다.또한 마찬가지로 가벼운 말 한마디로 죽기보다 못 하게 할 수도 있다.수년 동안 온다연은 그것을 경험하지 못해 본 것이 아니다.유강호의 “이곳을 네 집처럼 생각해”란 말에 온다연은 마치 피난처를 얻은 것 같았었지만, 자기더러 “유씨 가문과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한 말 때문에 몇 년 동안 괴롭힘을 당했다.유강후는 호의를 마음대로 주었지만 단호하게 거두기도 했다.마찬가지로 그의 동정심은 은혜이지만 괴롭힘이기도 했다.온다연은 더 이상 그와 얽히고 싶지 않았다.왜 유강호가 갑자기 다시 친절하게 대해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공기 중에 퍼지는 위험한 기운이 그녀를 도망치고 싶게 만들었다.하지만 온다연의 직감은 카드를 받는 것이 좋을 거라고 말했다.온다연은 입술을 깨물고 카드를 받았다.“고마워요, 삼촌.”유강호는 그녀의 행동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유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다면 생각하면 학교 근처에 더 좋은 집을 구해.”유강호의 말투는 담담했다. “고양이를 새로 사도 돼.”고양이?온다연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3년 전, 오랫동안 키우던 고양이가 누군가가 악의로 놓은 약을 먹고 죽었는데 하필 그때 유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외출하고 유강호만 집에 남아있었다.당시 온다연은 인생에서 가장 큰 용기를 내어 울면서 의사를 불러 고양이를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유강호는 곧 숨을 거두려는 고양이를 무심하게 쳐다보고는 자리를 떠났다.온다연은 생명에 하찮게 생각하는 듯 무관심으로 가득 찬 그 차가운 표정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나중에 고양이는 죽었고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화

    온다연이 살짝 놀라서 유강후를 부르기도 전에 머리 뒤쪽을 고정하던 비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먹물로 염색한 듯한 검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하얀 목을 덮었다.모두가 깜짝 놀랐다.온다연도 유강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서 겁먹은 눈빛으로 소심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유강후는 냉정하게 말했다.“미안해요. 실수로 비녀를 건드렸어요. 학생의 옷차림이 더 이상 요구 사항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이렇게 하죠. 학생이 내 가이드가 되세요.”유강후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학교 담당자를 바라보며 말했다.“괜찮죠?”담당자는 서둘러 웃으며 말했다.“네, 당연히 괜찮습니다!”유강후는 온다연을 흘끗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따라와요.”온다연은 입술을 깨물고 바닥에 떨어진 부러진 비녀를 바라보며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랐다.수백만 평에 달하는 제약 기지를 돌아다니며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설명하자 온다연은 목구멍에 금방이라도 연기가 피어오를 것만 같았다.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무의식적으로 약초를 보고 있는 유강후를 바라보았다.덥지도 않나?이렇게 더운 날, 모두가 너무 더워서 지쳐있는데 유강후만 큰 이동식 냉장고 같이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기압까지 낮춰버렸다.하지만 얼굴은 정말 잘생겼다.간단한 옷차림이었지만 마치 캣워크에 서 있는 것처럼 눈부셨고 시선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이때 유강후는 갑자기 고개를 돌렸고 차가운 눈빛으로 온다연을 쳐다봤다.온다연은 깜짝 놀라서 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뒤쪽 휴게실로 물러났다.안에서 잠깐 낮잠을 자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고개를 들자 유강후가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유강후는 위에서 아래로 온다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위압적인 기세에 온다연은 이유도 모른 채 비참한 마음이 생겼다.하지만 온다연은 자신이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하고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유강후의 시선이 온다연의 살짝 벌어진 붉은 입술에 멈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화

    안 돼. 여기 있으면 안 된다.온다연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눈을 내리깔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삼촌, 제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나가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뜻이었다.유강후의 시선은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잠시 멈췄다가 한복을 입은 예쁜 몸매에 닿았다.밖에 있는 남자들의 시선을 생각하자 분노의 물결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가파르게 솟구쳤다.“왜 학교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거야?”온다연은 여전히 감히 그를 쳐다보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인턴들은 다 이런 거 해요.”온다연은 대학원에 입학하고 싶으면 학교에서 정해준 모든 업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오늘 온다연은 투자자들 앞에서 설명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계약서도 따내야 했다.유강후는 얼굴을 찡그렸다.“인턴하고 싶으면 우리 회사에 가서 해도 돼. 내일 당장 가.”온다연은 유강후의 말을 거역할 생각이 없어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삼촌. 감사합니다.”유강후는 온다연의 대답에 만족한 듯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돌아서서 휴게실을 떠났다.그가 떠나자 온다연은 즉시 심호흡했다. 뜨겁고 붉어진 귀를 만지면서 방금 정말 위험했다고 생각했다.유강후는 정말 맞춰주기 너무 어려웠다. 온다연이 방금 한 말을 유강후가 얼마나 믿었는지 모르겠지만, 믿든 안 믿든 그렇게 높은 지위에 있고 할 일이 많은 사람이 유씨 가문과 거의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을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이런 생각을 하며 온다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시간이 흘러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룸 안에서.학교 관계자들이 웃는 얼굴로 술을 건넸지만 유강후는 무심하게 대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권이 들어와 그의 귀에 몇 마디 속삭였다.유강후의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한 뒤 곧장 자리를 떠났다.이권은 그의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학교에서 주선한 일인 것 같습니다. 다연 양은 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허 이사님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허 이사님이 이걸로 다연 양을 협

최신 챕터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30화

    경호원들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틈을 타 유강후가 이어서 말했다.“이번 일은 다들 아무 말도 새어나가지 않게 하는 게 제일 좋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손해를 입는 건 당신들이니까요!”말을 마친 유강후는 온다연을 안고 곧장 병실로 올라갔다.온다연은 점심때쯤에야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깬 온다연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건 안심이 침대 머리맡에 앉아 과일을 깎고 있는 모습이었다.안심의 눈가가 빨갛게 부은 걸 발견한 온다연은 그녀가 울었을까 봐 놀란 마음에 다급히 일어나 물었다.“엄마, 무슨 일이에요?”안심을 손에 쥐고 있던 사과를 내려놓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어젯밤 윤희가 사고가 났어. 윤희가 새 차를 몰고 해안가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가 차랑 같이 바다에 빠졌어. 그리고 윤희를 찾았을 땐, 이미 몸이 차게 굳은 후였지. 근데 윤희 몸에 구타와 모욕의 흔적이 있었다고 하더라...”안심은 목이 멨다.“얘가 대체 누굴 건드렸길래 이렇게 처참하게 가게 됐는지 모르겠어.”안윤희는 안씨 가문의 장녀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데릴사위로 안씨 가문에 들어갔고 어머니는 조용하고 집안일에 그다지 능하지 않았기에 안윤희는 어릴 때부터 안심의 손에서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비록 안윤희가 후에 많이 엇나갔다고 해도 자신이 직접 키운 아이가 그토록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만큼은 안심을 가슴 아프게 했다.온다연도 충격을 받았지만 그보다도 안심이 더욱 걱정됐다.온다연이 안심을 오랫동안 위로한 끝에 안심은 겨우 평온을 되찾을 수 있었다.안심은 온다연의 손을 잡고 말했다.“사실 나도 윤희가 많이 변한 건 알고 있었어. 오늘 아침 정보를 입수했는데 걔가 글쎄 테러조직의 작은 두목이었다는 거야. 그 과정에서 악행도 적지 않게 저질렀고 말이야. 그래서 예측하건대 원수에게 죽임을 당해 그런 지경까지 이른 것 같아.”“안씨 가문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 두고 다들 추측이 난무하는 중이야. 어떤 사람은 진씨 가문에서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을 건드려서 윤희가 잔혹하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29화

    유강후는 맞잡은 손에 힘을 줘서 온다연을 단단히 업은 채 작게 속삭였다.“전에 일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아프잖아요. 유나 씨, 우리 다시 시작해요.”온다연은 점점 더 피곤해져 유강후의 등에 업힌 채 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는 몽롱하게 중얼거렸다.“우린 같이 있은 적이 없는데 왜 다시 시작하자는 거예요? 빨리 알려줘요, 우리 전에 대체 무슨 사이였어요...”유강후는 대답하지 못했다.한참 지나서야 그는 입을 열었다.“예전에 우리 둘 사이에 작은 오해가 있었어요. 그리고 많은 일이 있었죠. 그다지 좋은 일들은 아니니 기억이 나지 않는 게 오히려 좋은 거예요.”온다연은 대답이 없었다. 잠시 후, 유강후의 목을 끌어안고 있던 온다연의 손이 맥없이 툭 떨어졌다.유강후는 다른 한 손으로 온다연의 손을 잡았다. 너무나도 부드러웠다.온다연은 그렇게 유강후의 등에서 잠들어버렸다.유강후는 천천히 숨을 깊게 들이쉬며 고개를 돌린 순간 쇼윈도에 비친 자신과 온다연의 그림자를 발견하였다.온다연은 조용히 유강후의 등에 업혀 깊은 잠에 빠진 것 같았다.그 순간, 유강후는 눈물을 흘릴 뻔했다.유강후는 3년 전의 그날 밤이 떠올랐다. 그날 밤에도 온다연은 지금처럼 얌전히 유강후의 등에 업혀 잠들었었다. 유강후는 그때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고요하고 편안하게 둘이서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줄만 알았다.하지만 이후에 유강후는 그 화면이 생각나는 많은 밤낮을 고통 속에서 보내야만 했다.그리고 오늘, 그때 그 화면이 또다시 재생되었다. 이는 어쩌면 길고 길었던 고통의 시간이 끝날 때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유강후는 유리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을 바라보다 작게 속삭였다.“다연아, 넌 계속 우리가 예전에 무슨 사이였는지를 궁금해했었지? 지금 알려줄게, 넌 내 아내야. 이번 생에도, 다음 생에도, 다다음 생에도...”따뜻하고 축축한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저 바다도 눈물겨운 사랑의 맹세를 알아주기라도 하듯 그의 절절한 약속을 바닷바람에 실어 흩날려 보낸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28화

    유강후는 온다연이 너무 먹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결국 유강후는 보기에 그리 매워 보이지 않는 것들을 골라 양념을 반쯤 덜어내고 온다연의 접시에 놔주었다.온다연은 매워서 입술이 빨갛게 퉁퉁 부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만 먹었다.절반쯤 먹었을 때, 둘의 테이블 앞에 누군가가 멈춰 섰다.“온다연?”온다연은 고개를 들어 유난히 말끔한 얼굴을 마주했다.눈앞의 그 사람은 깔끔한 생김새에 눈꼬리에는 눈물점을 매달고 있었다.온다연은 잠시 멈칫하더니 머릿속이 무언가에 의해 뒤죽박죽이 되면서 또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온다연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눈앞의 익숙한 듯 낯선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누구신데 제 예전 이름을 알고 계시죠?”그 사람이 막 입을 열려던 찰나에 유강후가 일어나 온다연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사람 잘못 보셨습니다.”그 사람은 유강후를 보고는 겁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제, 제가 잘못 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그 사람은 말을 하면서도 온다연을 힐긋 보았지만 온다연은 여전히 처음 본다는 눈빛 자길 바라보고 있었다.유강후는 한껏 차가운 태도로 그 사람을 제지했다.“안 갑니까?”그 사람은 황급히 대답했다.“제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몇 걸음 가서 참지 못하고 또 돌아보았을 때 자신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유강후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유강후의 눈에는 경고의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도 선명히 서려 있었다.그는 그곳에 더 머무를 엄두를 내지 못하고 다른 길로 재빠르게 빠져나갔다.그가 자리를 뜨자 온다연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저 사람은 그냥 사람을 잘못 봤을 뿐인데 그렇게 사납게 굴어서 뭐해요. 언성은 왜 또 그렇게 높여요?”유강후는 자리에 앉아서 계속해서 양념을 덜어내며 물었다.“또 머리가 아픈 거예요?”온다연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조금요. 저 사람은 진짜 절 알까요?”“그럴리가요. 유나 씨는 전에 계속 H 국에서 살았었잖아요. 근데 이곳에 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27화

    유강후는 온다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이제 가요, 이 정도면 둘이 먹기에도 충분하죠?”온다연은 입을 삐죽이고는 대답했다.“당연하죠, 저 많이도 못 먹어요.”온다연은 마르다 만 유강후의 옷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일단 옷부터 사러 갈래요? 좀만 더 입고 있다간 냄새나겠어요.”비록 거리가 크고 가게들도 많았지만 어쨌든 먹자골목이었던지라 쇼핑몰과 달리 고를 수 있는 옷가게도 없었다. 게다가 유강후는 키도 크고 덩치도 있어서 젊은이들의 튀는 스타일과는 영 맞지 않았다.결국 온다연은 근처 노점에서 아무 티셔츠와 반바지 하나를 샀다.유강후도 딱히 거절하는 내색 없이 옷을 갈아입었다.온다연은 유강후가 화장실에서 나올 때 또 한 번 얼굴이 붉어졌다.사실 온다연은 콧대 높은 도련님인 유강후에 노점에서 아무렇게나 골라잡은 옷을 입혀 놀려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모두 합쳐 2만 원도 넘지 않는 옷도 그렇듯 멋들어지게 소화를 할 줄은 차마 예상하지 못했다. 싸구려 옷도 유강후가 입으니 더할 나위 없이 고급스럽고 비싸 보였다.심지어 2000원도 채 되지 않는 신발도 유강후가 신으니 명품 같아 보였다.온다연이 넋이 나간 채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발견한 유강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본인 자신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많이 이상해요?”온다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귀가 빨개진 채 애꿎은 돈만 꾹 쥐고 유강후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이제 가요.”비록 이미 새벽이었지만 야시장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에게는 지금 시간대야말로 하루의 시작이었다.잠시 후, 점점 더 많은 노점이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열기로 가득한 거리에 온다연은 저도 모르게 흥분했다.최근 3년 동안 온다연은 늘 집에서 건강을 회복하느라 집 밖을 나서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 외출한다고 해도 진수현 부부와 함께 고급지고 사적인 장소에 가는 게 다였다.음식도 늘 영양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만든 음식들만 먹어왔을 뿐,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지저분한 음식은 입에도 댈 수 없었다.그래서 이런 곳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26화

    유강후는 온다연을 심각하게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둘은 그렇게 한참 동안 대치상태를 유지했고 방안은 그야말로 물 뿌린 듯 고요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는지 어느새 밖은 비가 다 그치고 밝은 달이 떠올랐다.휘영청 밝은 달빛이 창문을 통해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덕분에 방안에는 아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돌았다.그제야 유강후는 몸을 움직여 걸어두었던 옷을 다시 입고 온다연의 앞으로 걸어갔다.“그럼 갈게요.”그 시각, 온다연은 화가 어느 정도 누그러들었고 아까 했던 모진 말들이 혹시나 유강후에게 상처가 되진 않았을까 걱정되었지만 또다시 이미 뱉은 말을 번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저 선 자리에서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유강후는 밖을 한번 내다보고는 창문을 열었다.그리고는 갑자기 손을 뻗어 온다연을 당겨다 품에 안고 날렵한 치타처럼 순식간에 창가로 뛰어올랐다.온다연은 깜짝 놀라 물었다.“뭐 하는 거예요?”유강후는 낮게 속삭였다.“절 꽉 잡아요.”온다연은 밖을 내다보았고 벽에는 언제 설치했는지 모를 줄사다리가 드리워져 있었다. 깜깜한 밤이라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선명해졌다.온다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이건 언제 한 거예요?”유강후는 여전히 작게 속삭일 뿐이었다.“손 떼지 말아요. 제 목 꽉 잡아요.”말을 마친 유강후는 한쪽 팔로 온다연의 허리를 단단하게 감고는 밖으로 몸을 내던졌다.비록 2층밖에 되지 않는 높이였지만 온다연은 조금 긴장이 돼 재빨리 유강후의 목을 단단하게 끌어안았다.2층밖에 되지 않는 높이였던지라 유강후는 한 손으로 온다연을 안고 한 손으론 줄사다리를 잡고 순식간에 땅으로 내려왔다.온다연이 아직 반응하지 못한 틈을 타 유강후는 온다연을 조심스레 정원의 계단 위에 내려주었다.유강후는 옷매무새를 정리하고는 작게 속삭였다.“빨리 가요, 여긴 10분에 한 번씩 순찰해요!”곧이어 유강후는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온다연을 가볍게 둘러업고 재빨리 병원의 정원을 떠났다.병원 근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25화

    하지만 이번엔 이미 늦었다. 유강후가 너무 강력한 나머지 온다연이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어떤 수를 써도 먹히지 않았다.그러나 온다연은 절대 그를 아저씨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단지 부끄러운 것뿐만이 아니라 촌수도 망가뜨리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온다연의 대답을 듣지 못한 안심은 다시 한번 물었다.“다연아?”온다연은 허겁지겁 대답했다.“금방 나가요!”말을 마친 온다연은 유강후의 손을 꽉 깨물며 낮게 말했다.“비켜요, 나가야 하니까. 엄마가 진짜 들어와서 강 대표님이 여기 있는 걸 보기라도 한다면 그땐 강 대표님이 저희 아빠한테 맞아 죽을 거예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강후는 또 한 번 입맞춤으로 온다연의 입을 막았다.휘몰아치는 폭풍 같은 키스는 온다연의 속이 뒤틀리게 했고 그 소름 끼치는 감각은 몸으로 전해져 덜덜 떨기까지 했다.온다연은 쉴 새 없이 반항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고 유강후의 속박만이 더 심해질 뿐이었다.온다연이 대답이 없자 문밖에서는 안심이 다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다연아, 문 열어! 안 열면 사람 불러서 문 딸 거니까 그렇게 알아!”온다연은 너무 급해 난 나머지 땀까지 삐질삐질 새 나왔으나 유강후는 여전히 놓아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온다연은 그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밖에서 문손잡이를 돌리는 것을 발견한 온다연은 타오를 것 같은 얼굴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는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처럼 가냘픈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아저씨.”유강후는 그제야 온다연을 놓아주었다.온다연은 얼른 세면대에서 내려와 머리를 정리하고는 문을 열었다.문밖에 있던 안심은 한눈에 온다연이 어딘가 다름을 알아챘고 막 입을 열려던 찰나에 에어컨 아래에 걸려 있는 남자 셔츠와 정장 바지를 발견했다.그 순간, 안심은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안심의 눈빛은 딸의 묘하게 흐트러진 머리와 살짝 부은듯한 입술에 몇 초간 머물렀다. 그리고는 작게 한숨을 내뱉고 나긋나긋하게 말했다.“별일 없으면 됐어. 어서 가서 씻어, 엄마는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24화

    하지만 유강후를 화장실 안으로 밀어 넣기 전에 온다연은 그의 품속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유강후는 자신의 품으로 넘어진 온다연과 함께 화장실로 들어갔다.그때,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고 안심이 도착한 게 틀림없었다.온다연은 급한 마음에 짜증을 내며 말했다.“이거 놔요!”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온다연의 손을 잡고는 화장실 문을 발로 차 닫아버렸다.그리고는 온다연을 벽에 세우고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온다연은 먹혀들어 가는 소리를 내며 유강후에게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쳐 보았지만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이거 놔요, 읍...”유강후는 숨이 딸린 듯 온다연을 놓아주고는 잔뜩 불퉁해진 말투로 물었다.“아까 말하던 거 계속 말해봐요, 저번에 염 뭐라고요? 염지훈이 유나 씨 방에 왔다 갔나요?”온다연은 온 신경이 문밖에 쏠린 채 작게 말했다.“놔요, 엄마가 왔다니까요!”하지만 쉽게 놔줄 유강후가 아니었다. 유강후는 온다연은 번쩍 들어 올려 세면대 위에 앉히고는 망설임 없이 다시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그때, 이미 병실 안으로 들어온 안심은 딸이 보이지 않자 화장실로 향했다.“다연아?”온다연은 급해 나서 훌쩍이며 애를 써보았지만 손과 허리가 모두 유강후에 꽉 잡힌 상태라 움직이려야 움직일 수 없었다.안심은 걱정되어 다가와 화장실 문을 두드렸다.“다연아?”유강후는 그제야 온다연을 놓아주었다.온다연은 안심이 당장이라도 들어올까 봐 겁에 질려 얼굴이 빨개진 채로 작게 속삭이기 바빴다.“엄마, 저 안에 있어요.”안심은 걱정된다는 듯이 물었다.“다연아 어디가 불편한 거니?”온다연은 황급히 둘러댔다.“아니요, 저 괜찮아요.”안심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원래 비가 금방 내리기 시작할 때 오려고 했는데 네 사촌 언니한테 일이 좀 생겨서 지금에야 왔어. 아까 천둥소리에 놀랐지?”온다연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대답했다.“아니요... 읍...”유강후가 이번에는 더 격렬하게 입을 맞춰왔다.온다연은 숨이 딸려 기를 쓰고 유강후를 밀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23화

    비바람이 열린 창문으로 불어 들어왔고 온다연은 갑자기 들이닥친 비바람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진짜 가려고요?”유강후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작게 대답했다.“저더러 가라면서요?”온다연은 말문이 막혔다.유강후 더러 가라고 한 건 맞지만 아직은 비바람이 거센 데다가 저기로 나갔다가 미끄러져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온다연은 다시 중얼거렸다.“안 가도 되고요...”유강후의 입꼬리가 매끈하게 휘어졌고 애써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아까는 저보고 가라더니, 자금은 또 가지 말라고 그러네요? 그래서 저 가요, 가지 말아요?”온다연은 귀가 빨개진 채 이를 깨물고는 말했다.“선 넘지 마세요. 전 이미 강 대표님을 가지 말라고 말렸어요. 그래도 가고 싶으면 가도 되고요.”말을 끝낸 온다연은 침대에 돌아누운 채 다시는 유강후를 보지 않았다.유강후는 옅은 미소를 머금고는 일부러 창문을 굳게 잠갔다.그 소리를 들은 온다연은 유강후가 정말 가버린 줄 알고 섬찟해서 얼른 몸을 돌려 정말 그가 가버렸는지 확인했다.하지만 유강후는 창가에 서서 온다연을 바라보고 있었다.온다연은 순간 유강후에 놀아난 것 같은 기분에 화가 나 고개를 홱 돌려 다시 누워버렸다.유강후는 그런 온다연에게 다가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유나 씨가 가지 말라고 한 거예요. 나중에 또 절 쫓아내면 그땐 유나 씨 말을 듣지 않고 혼낼 거예요!”온다연은 유강후의 젖은 옷이 떠올라 볼멘소리로 말했다.“젖은 옷이나 갈아입어요!”유강후는 작게 대답했다.“하지만 전 수건 말고는 다른 옷이 없는걸요. 나중에 또 제 행색 보고 뭐라고 하려고요?”온다연은 이를 꽉 깨물고는 귀까지 홧홧하게 달아오른 채로 말했다.“일단 갈아입어요. 젖은 옷을 어떻게 입고 있어요?”유강후는 재빠르게 아까의 차림으로 돌아왔다.고작 수건 하나를 걸친 채로 아무렇지 않게 온다연의 침대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온다연은 눈썹을 꿈틀하고는 뭐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본인이 가지 말라고 잡은 것이니 더 옆으로 가서 앉으라고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22화

    온다연은 너무 머쓱한 나머지 유강후를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럼 사람을 시켜서 옷을 한 벌 가져오라고 하세요!”유강후는 창밖을 한번 보고는 말했다.“비가 이렇게나 많이 오는데 누구한테 부탁할까요? 문 앞으로 가져오라고 할까요?’온다연은 말문이 막혔다.문 앞에는 온통 아버지가 보낸 경호원들이었고 유강후가 창문을 통해 들어온 걸 알기라도 하면 유강후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온다연은 유강후의 옷을 가져올 방법만 생각했을 뿐, 유강후를 당장 방에서 내보낼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고민하는 온다연의 모습을 본 유강후가 말했다.“그만 해요. 전 단지 유나 씨와 함께 있어 주려고 온 것뿐이에요. 비가 그치면 바로 나갈게요. 그러니까 더 고민하지 않아도 돼요.”온다연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갈 때도 그런 꼴로 갈 수는 없잖아요. 옷을 에어컨 밑에 놔두는 건 어때요. 그럼 갈 때쯤이면 마를지도 모르잖아요.”유강후는 온다연의 말을 따랐다.온다연은 옷을 걸어두는 유강후를 보며 작게 말했다.“방금 엄청 이상한 꿈을 꿨어요. 꿈에서 강 대표님을 아저씨라고 불렀어요...”유강후는 순간 온몸이 뻣뻣하게 굳는 것 같았고 가슴 한편이 시려왔다.아저씨...온다연이 그렇게 자신을 부르는 것을 들은 지도 너무 오래전 일이었다.“꿈에서 절 아저씨라고 불렀다고요?”“네, 꿈은 정말 이상한 곳 같아요. 온갖 일들이 다 일어나서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에요...”온다연은 얼굴을 붉히고는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전통 한옥이 있었는데 중간에 엄청나게 큰 나무 한 그루가 있었어요. 한옥을 거의 다 가릴 정도로 엄청나게 큰 나무였어요. 그리고 집사 한 명이 있었는데 늘 얼굴을 찡그리고...”유강후는 온다연의 말에 몸을 돌렸다.“옛날 일이 생각난 거예요?”“옛날 일이요?”온다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썹을 찌푸렸다.“그곳이 제가 살던 곳인가요? 그럴 리가 없어요, 제 양부모님께서는 모두 평범한 분들이세요. 경원시의 전통 한옥을 찾아봤었는데 엄청 비싸던데요? 얼핏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