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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손이영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그때도 지금과 같은 매미가 울어대는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소녀의 수줍은 눈빛과 땀에 젖은 옆머리가 그날 오후와 겹쳐졌다.

그 모습이 지난 3년 동안 매일 밤 꿈속으로 들어와 밤마다 유강후를 뒤흔들었다.

유강후는 방금 온다연의 손길이 닿은 곳이 화끈거려 손끝을 만지작거렸다. 이 순간 공기마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유강후는 재빨리 시선을 거두며 여전히 차갑고 고상한 표정으로 말했다.

“들어가.”

온다연은 즉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치 사면받은 사람처럼 도망치듯 떠났다. 물론 온다연은 차에 탄 유강후의 맹수 같은 약탈적인 눈빛을 보지 못했다.

온다연은 유씨 가문 저택에 들어선 후에야 유씨 가문 식구들뿐만 아니라 유강후의 옛 친구들도 모두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도련님들은 모두 높은 신분을 가지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중에서도 최고였다.

온다연은 전에 그들의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여러 번 목격했었기 때문에 그들을 피하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하지만 안주인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심미진은 온다연을 놓아주지 않았다.

“나 시간 없으니까 네가 이 술을 네 작은 삼촌에게 갖다줘.”

온다연은 거절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화려했고 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온다연은 가시 장미에 섞인 새하얀 장미처럼 눈길을 사로잡으며 문 앞에 서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향했다.

어두운 조명 속에서도 온다연의 검은 머리와 붉은 입술, 매력적인 골격,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하늘색 치마 밑의 하얀 피부는 사람을 유혹할 정도로 하얗게 빛났다.

잠시 동안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갑자기 누군가 웃음을 터뜨렸다.

“도련님, 유씨 가문의 양딸을 몇 년 동안 보지 못했었는데 그새 잘 자랐네요.”

유강후 역시 온다연이 들어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손에 든 와인잔을 흔들었다.

“몇 년 동안 유씨 집안에서 먹여준 건 맞지만 양딸이라고 할 순 없죠.”

유강후의 목소리는 마치 중요하지 않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차가웠고 온다연과의 관계에 대해 선을 긋는 듯 이야기했다.

동시에 온다연을 유씨 가문의 인맥에서조차 제외했다.

그 말에 온다연은 가슴이 살짝 내려앉고 두 손은 쟁반을 꽉 움켜쥐었다.

유강후는 전과 마찬가지로 어떤 말을 해야 가장 고통스럽게 사람의 마음을 찌를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온다연은 유강후를 쳐다보지 않았다.

비록 이 순간 유강후는 앉아 있고 자신이 서 있어도 그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고 느끼면서 자존감이 바닥 쳤다.

온다연은 사람들의 심문하는 듯한 경멸적인 시선을 마주하며 와인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삼촌, 와인이요.”

유강후은 시선을 온다연의 매끈한 종아리에 잠시 멈췄다가 눈을 살짝 감더니 냉기가 감도는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너더러 들어오랬어? 나가!”

모두 좋은 구경거리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온다연을 쳐다보았다.

순간 온다연은 마치 환한 대낮에 옷이 발가벗겨진 것처럼 부끄러움을 느꼈고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고 쟁반을 내려놓은 후 재빨리 문밖으로 물러났다.

뒤에서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도련님, 왜 이렇게 차갑게 대하세요. 그래도 저 애는 미녀인데 좀 봐주시지!”

“도련님, 어차피 우리랑 같이 술 마실 여자가 없으니 조카더러 내려와서 술 한잔하게 해주세요.”

온다연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 유강후와 그의 친구들의 눈에는 그녀가 술집 아가씨와 같은 존재였다.

온다연은 그들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

실내에서 와인 잔을 들고 있던 유강후의 손이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여자를 원하면 여기서 그러지 말고 나중에 술집에 가. 거기에는 다양한 여자가 많으니까.”

하지만 그 사람은 겁도 없이 계속해서 말했다.

“저 애는 어차피 유씨 가문의 일원도 아닌데 우리와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저 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잖아요.”

“다리가 예쁘네요. 하얗고 가늘어서 허리를 감싸면 죽여주겠는데요.”

유강후는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에서 약간의 살기가 새어 나왔다.

곧이어 유강후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에 있던 와인병을 집어 들고 그 사람의 머리를 바로 내리쳤다.

병이 깨지면서 남자의 머리가 찔리고 검붉은 술이 피와 섞여 사방으로 흘러내렸다.

모든 사람들이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한참 지나서야 누군가가 자리에서 일어나 겁에 질린 표정으로 지켜보며 말했다.

“도련님, 저...”

유강후는 옷을 정돈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이렇게 좋은 와인으로도 저놈 입을 막을 수 없다니, 기분이 잡치는군.”

유강후의 말투는 너무 차분해서 전혀 폭력적인 행동을 한 사람 같지 않았다.

“하지만 도련님, 저분은 도련님을 환영하려고 온 건데 어떻게...”

유강후는 휴지 한 장을 뽑아 손가락을 하나 하나 닦았다. 표정은 차분했지만 눈빛이 냉기를 뿜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 정도였다.

“유씨 가문의 것들을 함부로 대할 생각하지 마. 그게 개라도 말이야.”

유강후는 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 사람을 훑었다.

“꺼져!”

머리를 맞은 사람은 비참한 모습으로 피를 뚝뚝 흘리며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자기 가문에서 도련님이지만 그들 중 최고는 유강후였다. 그 사람이 건드릴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 사람은 심지어 감히 눈앞을 막는 피를 닦지도 못하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유강후는 휴지를 던지고 돌아서서 방을 나섰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몸에서 풍기는 차가운 기운은 조금 전의 행동보다 더 섬뜩했다.

누군가가 그 사람을 일으켜 세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얼른 가. 도련님 기분 나쁘게 하지 말고 뒷문으로 나가.”

온다연은 자신의 방에서 잠시 누워 있다가 떠나기로 했다.

그런데 방에서 나오자마자 유강후가 2층 계단 앞에서 천천히 내려가고 있는 모습을 볼 줄은 몰랐다.

온다연은 멈칫하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유강후는 이미 그녀를 봤다.

온다연은 한 손으로 문의 손잡이를 잡고 다른 손으로 가방을 꽉 쥐었다. 순간 방으로 들어가야 할 지 그냥 나가야 할 지 결정하지 못해서 그냥 문에 기대어 저도 모르게 유강후를 불렀다.

“삼촌.”

유강후는 자신의 이마 위에 삐져나온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한 걸음 한 걸음 그녀에게 다가갔다.

유강후의 눈빛을 마주하자 온다연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그 두 눈동자는 더없이 차가웠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에 온다연은 바닥으로 가라앉는 것 같았다.

갑자기 시간이 1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그때도 지금처럼 더운 여름날이었고 이모 따라 유씨 가문 저택의 로비에 끌려갔다.

유자성의 아들과 딸은 온다연을 가리키며 여우라고 욕하고 그녀의 트렁크를 문밖으로 던졌다.

귓가에서 이모의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어쩔 줄 몰라 자신의 치맛자락을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온 세상에 버림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때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민준, 유하령, 선생님이 너희에게 손님을 이런 식으로 접대하라고 가르쳤어?”

순간 로비는 쥐 죽을 듯 조용해졌다.

온다연은 그때 고개를 들고 봤던 그 순간을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화려한 전통식 별장 안 소용돌이 모양의 계단 끝에 한 소년이 서 있었다. 흰옷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그 소년의 모습은 고상해 보였고 얼굴은 말도 안 되게 잘생겼다.

그 소년은 긴 다리를 옮겨 계단에서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그 소년은 불빛 아래에서 갓 완성된 유화처럼 아름다웠고 온다연 어린 시절의 큰 충격으로 남았다.

심미진은 온다연의 옷을 잡아당기며 속삭였다.

“이 사람은 네 삼촌 유강후야. 유자성의 동생이지. 빨리 삼촌이라고 불러.”

온다연은 고개를 숙인 채 감히 유강후를 바라보지 못했다. 가슴이 너무 떨려 한참 지나서야 고양이처럼 약한 목소리로 낮게 불렀다.

“삼촌.”

유강후는 간단히 대답하고 온다연을 지나쳐 바깥쪽으로 걸어갔다.

“앞으로는 이곳을 자기 집처럼 생각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주 집사에게 말해.”

유강후의 목소리는 맑고 차가워서 너무 듣기 좋았다. 온다연은 한참 동안 자리에 서서 넋을 놓은 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문밖에서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가 들리자 온다연은 유강후가 이미 나간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

그 후 오랫동안 온다연은 유강후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온다연은 유강후 앞에 무릎을 꿇고 미친 듯이 애원했지만 그는 무관심하고 냉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제야 온다연은 유강후가 자신을 가엾게 여긴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강후 같은 사람은 착할 리가 없다. 그는 피바람에 부는 세상에서 태어난 악의 꽃이다. 무자비하고 잔인한 행위를 많이 봤기 때문에 유강후는 그런 일에 능숙했다.

그렇기에 유강후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유강후는 곧 온다연 앞에 도착하여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

“너 유씨 가문에서 나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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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 2024-10-29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화

    온다연이 살짝 놀라서 유강후를 부르기도 전에 머리 뒤쪽을 고정하던 비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먹물로 염색한 듯한 검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하얀 목을 덮었다.모두가 깜짝 놀랐다.온다연도 유강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서 겁먹은 눈빛으로 소심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유강후는 냉정하게 말했다.“미안해요. 실수로 비녀를 건드렸어요. 학생의 옷차림이 더 이상 요구 사항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이렇게 하죠. 학생이 내 가이드가 되세요.”유강후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학교 담당자를 바라보며 말했다.“괜찮죠?”담당자는 서둘러 웃으며 말했다.“네, 당연히 괜찮습니다!”유강후는 온다연을 흘끗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따라와요.”온다연은 입술을 깨물고 바닥에 떨어진 부러진 비녀를 바라보며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랐다.수백만 평에 달하는 제약 기지를 돌아다니며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설명하자 온다연은 목구멍에 금방이라도 연기가 피어오를 것만 같았다.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무의식적으로 약초를 보고 있는 유강후를 바라보았다.덥지도 않나?이렇게 더운 날, 모두가 너무 더워서 지쳐있는데 유강후만 큰 이동식 냉장고 같이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기압까지 낮춰버렸다.하지만 얼굴은 정말 잘생겼다.간단한 옷차림이었지만 마치 캣워크에 서 있는 것처럼 눈부셨고 시선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이때 유강후는 갑자기 고개를 돌렸고 차가운 눈빛으로 온다연을 쳐다봤다.온다연은 깜짝 놀라서 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뒤쪽 휴게실로 물러났다.안에서 잠깐 낮잠을 자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고개를 들자 유강후가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유강후는 위에서 아래로 온다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위압적인 기세에 온다연은 이유도 모른 채 비참한 마음이 생겼다.하지만 온다연은 자신이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하고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유강후의 시선이 온다연의 살짝 벌어진 붉은 입술에 멈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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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화

    안 돼. 여기 있으면 안 된다.온다연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눈을 내리깔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삼촌, 제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나가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뜻이었다.유강후의 시선은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잠시 멈췄다가 한복을 입은 예쁜 몸매에 닿았다.밖에 있는 남자들의 시선을 생각하자 분노의 물결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가파르게 솟구쳤다.“왜 학교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거야?”온다연은 여전히 감히 그를 쳐다보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인턴들은 다 이런 거 해요.”온다연은 대학원에 입학하고 싶으면 학교에서 정해준 모든 업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오늘 온다연은 투자자들 앞에서 설명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계약서도 따내야 했다.유강후는 얼굴을 찡그렸다.“인턴하고 싶으면 우리 회사에 가서 해도 돼. 내일 당장 가.”온다연은 유강후의 말을 거역할 생각이 없어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삼촌. 감사합니다.”유강후는 온다연의 대답에 만족한 듯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돌아서서 휴게실을 떠났다.그가 떠나자 온다연은 즉시 심호흡했다. 뜨겁고 붉어진 귀를 만지면서 방금 정말 위험했다고 생각했다.유강후는 정말 맞춰주기 너무 어려웠다. 온다연이 방금 한 말을 유강후가 얼마나 믿었는지 모르겠지만, 믿든 안 믿든 그렇게 높은 지위에 있고 할 일이 많은 사람이 유씨 가문과 거의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을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이런 생각을 하며 온다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시간이 흘러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룸 안에서.학교 관계자들이 웃는 얼굴로 술을 건넸지만 유강후는 무심하게 대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권이 들어와 그의 귀에 몇 마디 속삭였다.유강후의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한 뒤 곧장 자리를 떠났다.이권은 그의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학교에서 주선한 일인 것 같습니다. 다연 양은 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허 이사님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허 이사님이 이걸로 다연 양을 협

    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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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650화

    유강후는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아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유자성은 점점 멀어지는 차량의 후미등을 바라보며 눈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그 외부인 하나 때문에 친조카조차 구하지 않다니!유하령은 나무에 걸려 떨어지긴 했지만, 다리가 온전치 않을 것이다. 설령 치료가 된다 해도 절뚝거리는 장애인이 될 게 분명했다.이 모든 것이 다 그 고아 여자아이 때문이었다!그녀가 살아 있는 한, 유씨 집안에는 평온한 날이 없을 것이다.유자성은 갑자기 자신이 처음부터 온다연을 몰래 없애버리지 않은 것을 몹시 후회했다.밤은 깊어가고, 어둠이 온 대지를 삼켰다.온다연은 이런 공포를 겪어본 적이 없어 온종일 악몽에 시달렸다.한밤중에는 열까지 나기 시작했다.유강후는 그녀 곁을 지키며, 이미 인터넷에서 크게 화제가 된 사건을 처리하고 있었다.새벽 3~4시쯤, 장화연이 차를 내와 들고 들어왔다.그는 컴퓨터로 무언가를 처리하는 한편, 자신의 가슴에 기대어 잠든 온다연을 쓰다듬는 유강후를 보았다.장화연은 차를 내려놓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려놓으세요. 잠든 것 같습니다.”유강후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한 번 바라보더니, 기분이 몹시 좋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다연이가 영상을 직접 올린 건가? 왜 막지 않았어?”장화연은 대답했다.“다연 씨가 직접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분이 잘못했다고 보지 않아요. 사람은 성장해야 합니다. 강씨 집안의 사모님으로서 좀 더 용감해져야 하지 않을까요.”유강후의 손이 멈췄고, 그의 목소리에는 차가운 기운이 더해졌다.“내가 있는 한 다연이는 용감할 필요 없어. 다연이는 하고 싶은 건 다 해도 돼. 마음껏 제멋대로 굴어도 상관없어. 그러니 장 집사의 고루한 생각은 다연이에게 주입하지 말도록 해.”장화연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잠시 후,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미 새벽 4시입니다. 이제 좀 쉬세요. 계속 버티다가는 몸이 상합니다.”유강후는 대답했다.“며칠 후 우림이 퇴원하면 이 일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649화

    유강후는 온다연을 데리고 곧장 아래로 내려갔다.구급차가 이미 도착해 있었고, 몇몇 의료진이 피투성이가 된 유하령을 들것에 올려 이송하고 있었다.경찰이 묻기도 전에, 유강후는 먼저 나서서 매우 차분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경찰관님, 제 아내가 조금 전 옥상에서 이 부상자를 구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이 제 아내를 함께 끌어내리려 했죠. 저랑 제 주변 사람들이 모두 목격자입니다. 저는 이 사람을 살인 미수로 고소할 것입니다!”그는 선수를 치며 유리한 입장을 확보했다.경찰은 공정하게 처리하겠다는 듯 친절히 말했다.“함께 경찰서에 가셔서 진술을 작성해 주셔야 합니다. 저희가 공정하게 처리하겠습니다.”그때 주변의 목격자들이 하나둘 목소리를 보탰다.“정말로 그 여자가 먼저 매달려 있었습니다.”“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나중에 위에 있던 사람도 내려왔어요.”“어떻게 된 거겠어요. 구하려던 사람을 끌어내렸겠죠.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알았으면 집에서 매트를 가져오지 말 걸 그랬어요.”“여기 왜 이러죠? 몇 년 전에도 여기서 한 소년이 떨어져서 끔찍하게 죽지 않았나요...”온다연이 아까보다 더 심하게 떨고 있는 것을 느낀 유강후는 재빨리 그녀를 데리고 현장을 떠났다.하지만 진술서를 작성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변호사가 매우 신속하게 도착했다.진술 과정에서 특별히 의심받을 만한 점은 없었다.상황은 거의 유하령이 스스로 떨어졌고, 온다연은 그녀를 구하려다 반대로 끌려갔다는 쪽으로 정리되었다.경찰서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유자성이 나타났다.그는 복잡한 표정으로 유강후를 바라보며 말했다.“강후야, 정말로 형제끼리 이렇게 싸워야겠니?”유강후는 차 문을 열어 온다연을 태운 뒤, 다시 문을 닫았다.그리고 차갑게 말했다.“형, 내가 형한테 기회를 주지 않은 게 아니야. 유하령이 이렇게 된 건 전적으로 형이 방임했기 때문이지.”그의 눈에는 잠시 슬픔과 아픔이 스쳤지만, 곧 냉담한 표정으로 돌아갔다.“나는 형을 늘 존경했어. 하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648화

    온다연은 유하령을 노려보며 마음속에 수많은 악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그 모든 생각의 결론은 하나였다.유하령은 죽어야 한다.지금 그녀의 온몸의 세포들이 외치고 있었다. 복수의 기회는 눈앞에 있다.죽여라!하지만, 유강후의 말처럼 지금은 최적의 타이밍이 아니었다.비록 유강후가 이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을지라도, 그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따를 터였다.그녀는 그에게 더 이상의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온다연이 손을 뻗으려는 순간, 유하령이 갑자기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그리고 아래로 힘껏 잡아당기자, 온다연의 몸이 아래로 기울며 추락할 뻔했다.유강후는 놀라 혼이 나갈 듯하며 온다연의 손을 단단히 붙잡았다.그 순간, 버티고 있던 유하령도 한계에 다다랐는지, 건물 바닥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고 온다연의 발목을 부여잡았다.아래에서 사람들의 경악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저기 봐, 두 사람이 떨어진다!”“같이 뛰는 게 아니야! 위쪽 사람이 아래쪽 사람을 끌고 내려간 거야!”“분명 위쪽 사람이 구하려다 같이 떨어진 거겠지!”...유강후는 온다연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고, 그의 눈에는 깊은 살기가 번뜩였다.한 글자씩, 천천히 말을 꺼냈다.“다연아, 걷어차.”공중에 매달린 온다연은 두렵지 않다고 할 수 없었다.그녀는 유강후의 손을 꽉 잡고 발로 몇 차례 찼다.그러나 유하령은 죽을힘을 다해 온다연의 발목을 부여잡고 있었다.유하령에게 온다연은 마지막 생명줄이었다.“온다연, 넌 내가 죽기를 바랬잖아? 그럼 이제 우리 같이 죽자!”“작은아빠! 절 위로 끌어올리시던가, 아니면 저랑 온다연 둘 다 떨어져 죽게 두세요!”그 말을 들은 유강후의 눈이 가늘어졌다.그는 갑자기 온다연의 몸을 안고 위아래로 세게 흔들었다.공중에 매달려 있는 상태에서는 작은 흔들림조차 버티기 힘들었다.유하령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유강후는 멈추지 않고 더 강하게 흔들었다.유하령은 더 크게 흔들렸고 상황은 더욱 위태로워졌다.“다연아, 차! 힘껏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647화

    유강후는 온다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내 마음속에서 유하령은 이미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어.”그때, 아래에서 희미하게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끌어올려. 지금 아래에 사람이 많고 경찰도 왔으니, 유하령이 떨어져 죽으면 우리에게 불리해.”온다연은 주먹을 꽉 쥐고 낮게 말했다.“몇 년 전, 유하령은 사람을 고용해서 이곳에서 주한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어요.”그러더니 갑자기 감정이 격해졌다.“당신은 주한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요? 아냐고요?”온다연은 땅에 떨어져 있던 태블릿을 집어 들어 유강후에게 내밀었다.“봐요, 직접 보라고요!”태블릿 화면에는 영상이 멈춘 상태로 정지되어 있었다.유강후는 그 영상이 어떤 내용일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직접 보았을 때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영상 속에서, 주한은 극심한 모욕을 당하고 있었다.사람들이 마치 악마처럼 가장 저급하고 비열한 말들로 그를 조롱했다.마지막에는, 그 소년이 이곳에서 뛰어내릴 수밖에 없었다.주한은 죽었다. 그러나 온다연은 그의 죽음을 기리며 평생을 살아가야 했다.온다연은 이미 울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주한은 바로 이곳에서 이 사람들에게 쫓기면서 죽었어요. 세상에 왜 이런 악한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그놈들은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에요!”“유하령은 사람들을 모아 나를 모욕하려 했고, 주한이 그것을 막으려다 이곳으로 끌려와 그런 일을 당한 거예요!”“난 너무 억울하고 분해요. 그놈들을 직접 죽여 주한의 무덤 앞에 무릎 꿇게 하고 싶어요!”“유하령이 주범이에요. 난 하루도 빠짐없이 유하령을 죽이고 싶었어요. 정말 죽이고 싶었다고요!”“저건 사람도 아니에요. 주한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이런 영상을 찍어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려 했어요.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라고요!”“왜 이런 짐승 같은 인간이 멀쩡히 살아 있고, 주한처럼 좋은 사람은 죽어야 하죠? 이 세상은 불공평해요, 너무 불공평해!”...유강후는 손을 뻗어 온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646화

    온다연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한 걸음 더 다가가자, 유하령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그녀의 몸은 뒤의 난간에 단단히 밀착되었다.이 아파트는 오래되어 난간이 오랜 세월 동안 방치되었고, 이미 부식되어 있었다.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유하령은 갑자기 뒤로 넘어졌다.그러나 운이 좋게도, 그녀는 허둥대며 건물 바닥 끝자락을 붙잡았다.유하령의 온몸은 10여 미터 공중에 매달린 채, 바닥 끝을 죽을힘으로 붙잡고 있었다.그녀는 겁에 질려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살려줘, 온다연, 날 구해줘!”온다연은 천천히 다가가 위에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그 모습은 마치 죽어가는 벌레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차가웠다.“유하령, 그때 주한이 죽을 때도 지금 너처럼 고통스럽고 공포스러웠을 거야.”유하령은 소리쳤다.“지금 생중계 중이잖아! 네가 날 구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널 욕할 거야! 보고만 있는 거라고!”온다연은 비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누가 생중계 중이라고 했어? 내가 속인 거야.”유하령은 분노와 공포로 소리쳤다.“천한 것!”온다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의 손 위에 발을 올렸다.“이런 상황에서도 입은 참 더럽구나.”그리고 힘을 주어 그녀의 손을 짓눌렀다.온다연은 마치 주한이 당했던 고통이 조금씩 덜어지는 듯한 기분으로 유하령의 손을 짓밟았다.그제야 유하령은 온다연이 정말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안 돼! 넌 날 죽일 수 없어! 여기엔 CCTV가 있어, 네가 사람을 죽이는 증거가 찍힐 거야!”온다연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그때 네가 주한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때는 이곳에 CCTV가 있다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지. 내가 왜 두려워해야 하지? 이곳에 CCTV가 있는지 없는지,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이런 순간에도 거짓말을 하다니!”말을 마친 온다연은 다시 한번 발에 힘을 주었다.유하령은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아름답고 가느다란 손은 이미 상처투성이가 되었고, 피가 줄줄 흘렀다.손끝의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645화

    온다연의 눈이 천천히 붉어졌다.이전에 없던 냉혹한 기운이 그녀를 휘감았다.‘유하령을 죽이고 싶어!’이런 사람은 짐승만도 못하며, 살아 있는 것 자체가 더 많은 사람을 해칠 뿐이었다.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유하령, 넌 왜 어릴 때부터 날 그렇게 미워했니? 단지 심미진이 내 이모라는 이유 때문이야?”유하령은 온다연의 정교한 얼굴을 질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차갑게 비웃었다.“그게 일부긴 해.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다른 이유야. 주로 네 얼굴 때문이야. 너무 꼴 보기 싫게 생겼거든.”온다연은 손에 쥔 녹음기를 꽉 움켜쥐며 말했다.“그래서 날 10년 동안 괴롭힌 거야? 내 침대에 동물 사체를 놔두고, 겨울엔 내 몸에 얼음물을 끼얹고, 여름엔 내 방에 난방기를 설치하고, 내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고, 건달들을 시켜 내 옷을 찢게 하고?”유하령은 방자하게 웃으며 말했다.“맞아,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 근데 좀 아쉽긴 해. 네가 운이 좋아서 그런지, 그 사람들이 제대로 손을 대기 전에 항상 누가 신고를 하더라. 그렇지 않았으면 넌 이미 진짜 천한 년이 됐을 텐데.”온다연의 눈빛은 더욱 차갑게 얼어붙었다.“너는 벌받을 게 두렵지도 않아? 잡힐 거란 생각은 안 해? 법이라는 게 있잖아.”유하령은 비웃으며 대답했다.“법? 그게 뭐야? 잊지 마, 우리 아빠는 유자성이야. 이런 자잘한 일들엔 아빠가 직접 나설 필요도 없어. 나를 위해 처리해 줄 사람은 얼마든지 있지. 널 갖고 노는 건 물론이고, 네가 죽어버린다 해도 무슨 문제라도 있어? 그동안 내가 갖고 논 사람들 중 죽은 사람 꽤 많았어.”온다연은 손끝이 떨릴 정도로 분노를 느꼈다. 당장이라도 이 악마를 찢어발기고 싶었다.하지만 그녀는 참았다. 그녀의 눈은 아래로 떨어졌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아버지 유자성은 널 위해 정말 많은 일을 했구나. 네가 저지른 악행을 다 덮어주다니. 정말 좋은 아빠야.”유하령은 냉소하며 대꾸했다.“아쉽게도, 넌 부모도 없잖아. 그러니 우리 같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644화

    온다연이 차갑게 물었다.“그렇다면 네가 보기엔 유씨 집안에 들어올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나은별뿐이겠네?”유하령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당연하지! 은별 씨는 재벌 아가씨고 우리와 사이도 좋고, 너 같은 건 은별 씨 신발끈도 못 만져!”“사이가 좋아서 너한테 계획을 세워주고 널 불구덩이에 밀어 넣었어?”“불구덩이라니! 온다연, 이 천한 것! 너 우리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해도 소용없어. 난 속지 않아!”온다연은 비웃으며 일부러 그녀를 자극했다.“네가 찍힌 영상 기억나? 그 영상, 나은별이 가장 많이 퍼트렸던데?”유하령은 비명을 질렀다.“천한 것! 널 죽여버릴 거야!”온다연은 차분히 말했다.“나은별은 한쪽에서는 너를 이용해 나를 공격하게 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몰래 네 영상을 뿌렸어. 넌 정말 멍청하구나!”“헛소리 마! 은별 씨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정말 착하고, 나를 위해 뭐든지 도와주는데, 절대 나한테 그런 짓을 할 리 없어...”온다연은 원하는 대답을 얻자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핸드폰을 장화연에게 건넸다.“녹음 내용을 적당히 편집해서 나중을 위해 준비해 둬요.”장화연은 유하령이 이렇게 쉽게 나은별의 정체를 드러낼 줄 몰랐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유씨 집안의 아가씨가 정말 머리가 좀 모자란 것 같습니다.”온다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바보인 게 아니라 너무 방자한 거죠. 지금까지는 무슨 짓을 해도 다 누가 뒤처리를 해줬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 누구도 유하령을 지켜줄 수 없을 거예요.”오후가 되자 유하령은 다시 온다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번에는 온다연과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그녀는 분명히 말했다. 몇 년 전 주한이 모욕을 당하던 영상이 그녀 손에 있다며, 온다연이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곧바로 영상을 온라인에 유포하겠다고 했다.온다연은 이에 동의했다.그녀와 유하령 사이의 복잡한 원한은 단순한 전화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유강후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고, 온다연은 집에 물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643화

    온다연은 단호히 그의 말을 끊었다.“이 통화는 녹음됐어요. 이 번호로 당신을 추적해서 법원 소환장을 받게 할 겁니다. 기다려 보세요.”그쪽에서는 크게 웃으며 전혀 믿지 않는 태도로 말했다.“남자 없이는 살지도 못하는 첩 주제에 스폰서를 고소하겠다고? 듣자 하니, 네가 하룻밤에 60만 원이라며? 오빠는 6백만 줄게...”온다연은 무표정하게 전화를 끊었다.처음으로 이런 변태와 온라인 폭력을 직접 대면하자 그녀의 손이 약간 떨렸다.그녀는 무심코 유강후를 바라보았다.그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고 깨어날 기미는 없었다.온다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이 번호가 유출됐어요. 더는 쓸 수 없겠지만, 들어온 전화와 메시지를 모아 지역 법 집행 기관에 넘기면 됩니다.”장화연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번호는 암호화된 번호였어요. 보통 사람들은 접근할 수 없는데, 지금은 누군가 암호를 해독한 거죠. 배후에서 조종하는 자들이 대단히 뻔뻔하네요. 도련님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아요.”온다연은 차갑게 말했다.“아저씨를 이렇게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유씨 집안 말고 또 어디 있겠어요? 그 사람들은 아저씨가 정말로 자신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제멋대로 구는 거죠.”온다연은 장화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집사님, 저 집사님 도움이 필요해요.”장화연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온다연이 말했다.“아저씨는 유씨 집안 사람이고, 결국 그 사람들과 피를 나눈 가족이에요. 제가 아저씨에게 직접 그 관계를 끊는 나쁜 역할을 맡길 수는 없어요. 그렇게 되면 아저씨에 대한 외부의 여론이 좋지 않게 돌아설 겁니다.“하지만 전 유씨 집안 사람이 아니에요. 그러니 이 악역은 제가 맡을게요.”“집사님, 저를 도와주세요.”유강후가 잠든 동안, 온다연은 그의 컴퓨터에서 다른 영상을 찾아냈다.그 과정에서 그녀는 다른 영상도 발견했다.과거 그녀를 괴롭혔던 사람들이 감옥에서 작성한 반성문과 그 당시 진짜 배후가 누구인지 지목한 내용이었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642화

    온다연은 잠시 침묵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가 그 당시 상황을 대충 설명해 줬어요. 집사님 생각엔, 한재민이 죽고 나서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이 누구일까요?”장화연은 온다연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은별은 한재민과 한때 관계가 있었잖아요. 아이는 끝내 태어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한씨 집안의 배려를 받았겠죠. 그리고 한재민은 아저씨를 구하려다 죽었고, 그 과정에서 아이까지 잃게 됐으니 아저씨는 자연히 나은별에게 큰 빚을 진 셈이죠.”“그야말로 평생 갚을 수 없는 큰 빚이에요.”“나은별의 계산은 아주 치밀했어요. 아저씨가 죄책감에 자기와 결혼하면, 나은별은 유씨 집안과 강씨 집안의 안주인이 되어 재벌로 살아갈 수 있고, 나씨 집안도 덩달아 번창할 테니까요. 만약 아저씨가 결혼하지 않는다 해도, 아저씨는 나씨 집안의 부를 유지시켜 줄 겁니다.”장화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연 씨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똑똑하시군요.”온다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하지만 아저씨처럼 똑똑한 사람이 왜 이 단순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걸까요? 며칠 전에도 나씨 집안이 재정 문제가 생기자 몇백 억을 지원해 줬더라고요. 그 돈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닌데... 아저씨는 누구보다 힘들게 일하고, 아파도, 피곤해도 제대로 쉬지도 못하잖아요. 나는 아저씨가 더 이상 속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장화연은 잠든 유강후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그녀가 직접 키운 아이였다. 그의 모든 아픔과 고통을 그녀는 다 지켜봐 왔다.“도련님은 한재민 씨와 형제처럼 가까웠어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면서 누구보다 돈독했죠. 아마 형제가 좋아했던 여자를 나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거겠죠. 게다가 나은별 씨도 도련님과 함께 자란 사람이잖아요. 도련님은 겉으로는 차가워 보이지만, 사실 가장 정이 깊은 사람이에요.”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그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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