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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손이영
온다연은 고개를 숙였다. 마치 사나운 짐승에게 겨냥당한 듯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온다연은 문에 한껏 기대어 최대한 유강후에게서 멀리 떨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유강후는 바로 앞에 있고 공간이 좁아서 아무리 노력해도 유강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느꼈다.

맑은 솔방울 같은 냄새에 은은한 술 냄새가 섞여 온다연의 피부에 다가왔다. 그러자 온다연은 갑자기 3년 전의 점심에도 이렇게 더웠는데 술에 취한 유강후가 방에 쳐들어와 통제를 잃고 폭력적으로 행동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런 기억이 떠오르자 온다연은 혼란스러워서 앞으로 몇 걸음 나아가 유강후와의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너무 가까운 탓에 유강후의 옆을 지나가려 할 때 온다연의 팔은 유강후의 손에 닿을 수밖에 없었다.

닿은 곳은 살짝 화끈거리며 유강후의 기운이 남았다.

온다연은 입술을 깨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씨 가문 저택은 학교에서 너무 멀어서 기숙사에 살고 있어요.”

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떴다.

온다연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고 낮아서 유강후는 그녀를 혼내고 싶었다.

게다가 이 3년 동안 거짓말하는 것도 배웠다니.

하지만 유강후는 아직 온다연을 까발릴 생각이 없었다. 이 정도는 그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었다.

“내 번호 차단했어?”

온다연은 눈을 내리깔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번호 바꿨어요. 예전에 쓰던 휴대폰이 고장 나서 모든 번호가 사라졌거든요.”

이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유씨 가문 사람들 중 이모 심미진의 번호만 저장했다.

“휴대폰 줘 봐.”

온다연은 순순히 휴대폰을 건넸다.

살짝 낡은 휴대폰이었는데 스크린은 손상된 정도가 심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

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의 번호를 입력하고 자신의 휴대폰으로도 온다연의 카카오톡 QR코드를 스캔해 추가했다.

그리고 다시 휴대폰을 돌려주며 담담하게 말했다.

“아까는...”

“알아요.”

온다연은 유강후의 말을 잘랐다.

“그분들 다 삼촌 친구들이잖아요. 농담한 거 알아요. 괜찮아요.”

온다연은 유씨 가문에 오래 머물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든 신경 쓰지 않았다.

유강후가 만졌던 휴대폰은 뜨거워졌다. 온다연은 저도 모르게 휴대폰 스크린을 자신의 치마에 닦았다.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은 온다연의 그런 행동에 유강후는 눈빛이 어두워졌고 원래도 차가웠던 눈빛에 분노가 감돌았다.

유강후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나가려고?”

“네. 저녁에 수업 있어서 학교로 돌아가야 해요.”

유강후는 눈을 살짝 감았다.

“마침 잘됐네. 나도 나가야 해서 학교로 데려다줄게.”

그러자 온다연은 당황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는데 이때 이권이 다급히 걸어들어왔다.

“도련님, 은별 아가씨가 몸이 불편하시다고 도련님더러 집으로 바래다 달라고 하십니다.”

유강후는 언짢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

“조금 전까지는 괜찮았잖아. 그런데 갑자기 왜 그래?”

이권이 말했다.

“어떤 분이 두 분의 약혼을 축하드린다며 은별 아가씨에게 술을 권했거든요. 그래서 몇 잔 마시고 취하신 것 같습니다.”

유강후는 눈썹을 찡그린 채 온다연의 창백한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사람 붙여서 바래다줄게.”

온다연은 긴장한 듯 옷끝을 만지며 눈을 깔고 거절했다.

“괜찮아요.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유강후는 대답하지 않고 온다연을 몇 초간 쳐다보다가 돌아서서 떠났다.

유강후의 뒷모습이 사라진 후에야 온다연은 정신을 차렸다.

‘유강후가 소꿉친구 나은별과 약혼하려는 건가? 그래서 2년 일찍 들어온 거구나.’

온다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방으로 돌아가 짐을 정리한 다음 유씨 가문을 나섰다.

밤 11시의 경원시는 사람이 북적거렸다.

시끄러운 야시장 거리에서 온다연의 초상화 그려주기 부스 앞에는 여러 손님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오늘 장사는 나쁘지 않았다. 몇 명의 손님이 온다연의 카카오톡을 추가하고 초상화를 그리기를 예약했다.

부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나무 아래 검은색 리무진 한 대가 주차해 있다.

경원시에 이 차를 타는 사람을 적지 않기 때문에 특수 방탄차로 손을 좀 봤더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일으키지 않았다.

차 안에서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남자는 부스 앞에 있는 온다연을 지켜봤다.

그 눈빛은 마치 생생한 먹이를 노리는 커다란 맹수처럼 털을 곧추세우고 당장 온다연의 몸에 핏자국 몇 개를 남기고 싶은 듯했다.

이권은 옆에서 유강후를 흘끗 쳐다보고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동시에 온다연이 앞으로 위험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이권은 유씨 가문에서 10년 이상 일해 왔으며 유강후의 수단을 잘 알고 있었다. 유강후는 전혀 도덕적이지 않았고 원하는 것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유씨 가문 수준의 도련님이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은 너무 흔한 일이라 아무도 따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여자가 도련님 형수의 조카라 윤리적으로 정당화할 수는 없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유강후는 시선을 거두었다.

“유씨 가문이 뭐가 그렇게 나쁘다고 나가서 저런 곳에서 사는 거야?”

이권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다연 양은 아직 어려서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유강후는 휴대폰을 꺼내어 카카오톡을 확인했다.

온다연은 아직 그의 친구 요청을 수락하지 않았다.

유강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철 좀 빨리 들게 만드는 방법 알아?”

그러자 이권이 답했다.

“그런 방법은 없을 것 같은데 아마 엄청난 괴로움을 겪고 나면 빨리 성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온다연은 이미 부스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물건을 다 박스에 넣고는 자전거를 탔다.

자전거는 앞에서 천천히 갔고 검은색 차는 멀지 않은 곳에서 서두르지 않고 그 뒤를 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다연은 낡은 동네로 꺾어 들어갔다.

그러자 유강후의 차도 동네 입구에서 멈췄다.

온다연이 박스를 들고 빌라 입구에 막 들어섰을 때 갑자기 길가에 서 있던 페라리의 문이 열리더니 잘생긴 청년이 달려가 화를 내며 온다연을 붙잡았다.

막 차에서 내리려던 유강후는 손을 움찔거리다가 동작을 멈췄다.

그 청년은 그의 형의 아들 유민준이었다.

빌라는 매우 오래된 건물이었고 입구도 좁아서 유강후는 창문을 조금 내리는 것만으로도 유민준과 온다연의 대화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온다연, 너 멍청한 거 아니야. 내가 선물한 별장보다 이런 쓰레기 집에서 살고 싶어?”

온다연의 손목은 유민준에게 너무 세게 잡혀 부러질 것처럼 아팠다. 온다연은 힘을 써서 유민준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오빠, 이거 놔요.”

유민준은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불빛 아래서 유남준의 빨개진 눈이 선명히 보였고 잘생긴 얼굴은 살기로 가득 차서 일그러졌다.

온다연은 위험을 느끼고 저도 모르게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이 행동이 유민준을 화나게 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유민준은 폭력적으로 온다연을 나무에 밀치고는 이를 갈며 말했다.

“너 벌써 3개월 동안 집에 안 왔고 날 차단하기까지 했어. 나를 피하는 거야?”

온다연은 차가운 눈빛에 눈에 띄지 않게 혐오감이 번뜩이며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그러나 온다연은 이 상황에 유민준의 기분을 완전히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오빠, 이거 놔요. 사람들이 오해할 거예요.”

그러자 유민준은 코웃음을 쳤다.

“오빠? 누가 네 오빠야? 네가 유씨 가문 사람이야? 너 아니야! 게다가 난 네 오빠가 되고 싶지 않아. 어디서 순진한 척이야?”

온다연은 혐오감을 감추기 위해 눈을 내리깔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빠가 무슨 말 하는 건지 못 알아듣겠어요.”

유민준은 온다연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사실 예전에 그는 온다연도 심미진처럼 촌스럽고 부잣집 가문에 빌붙고 싶어 하는 줄 알고 싫어했다. 그래서 늘 유하령과 함께 온다연을 괴롭혔던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온다연은 예뻐졌고 유민준은 저도 모르게 갑자기 머릿속이 온다연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술기운에 유민준은 점점 더 온다연이 예쁘다고 생각하면서 그녀가 일부러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온다연의 턱을 잡고 그녀에게 키스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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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화

    안 돼. 여기 있으면 안 된다.온다연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눈을 내리깔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삼촌, 제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나가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뜻이었다.유강후의 시선은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잠시 멈췄다가 한복을 입은 예쁜 몸매에 닿았다.밖에 있는 남자들의 시선을 생각하자 분노의 물결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가파르게 솟구쳤다.“왜 학교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거야?”온다연은 여전히 감히 그를 쳐다보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인턴들은 다 이런 거 해요.”온다연은 대학원에 입학하고 싶으면 학교에서 정해준 모든 업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오늘 온다연은 투자자들 앞에서 설명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계약서도 따내야 했다.유강후는 얼굴을 찡그렸다.“인턴하고 싶으면 우리 회사에 가서 해도 돼. 내일 당장 가.”온다연은 유강후의 말을 거역할 생각이 없어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삼촌. 감사합니다.”유강후는 온다연의 대답에 만족한 듯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돌아서서 휴게실을 떠났다.그가 떠나자 온다연은 즉시 심호흡했다. 뜨겁고 붉어진 귀를 만지면서 방금 정말 위험했다고 생각했다.유강후는 정말 맞춰주기 너무 어려웠다. 온다연이 방금 한 말을 유강후가 얼마나 믿었는지 모르겠지만, 믿든 안 믿든 그렇게 높은 지위에 있고 할 일이 많은 사람이 유씨 가문과 거의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을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이런 생각을 하며 온다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시간이 흘러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룸 안에서.학교 관계자들이 웃는 얼굴로 술을 건넸지만 유강후는 무심하게 대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권이 들어와 그의 귀에 몇 마디 속삭였다.유강후의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한 뒤 곧장 자리를 떠났다.이권은 그의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학교에서 주선한 일인 것 같습니다. 다연 양은 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허 이사님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허 이사님이 이걸로 다연 양을 협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1화

    유강후는 손으로 온다연을 부축하고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다연아, 네가 앞으로 어떻게 죽을지 알아?”온다연은 입술을 움직였지만 더듬거리며 말을 내뱉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삼촌이라고 불렀다. 비록 완전히 취했지만 그녀는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눈앞의 이 남자는 유강후이다. 그녀는 매우 잘 알고 있고 또 두려웠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자신의 몸을 전혀 통제할 수 없었다.술에 취한 느낌은 정말 괴롭고 위는 타들어 가는 것 같았고 손발은 차갑고 힘이 없었다.온다연은 유강후 몸 위에 엎드려 있었고 무의식적으로 그의 옷을 잡아당기며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다.그녀는 마치 바다에 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부목을 잡은 듯 유강후를 꽉 붙잡았다.유강후는 그녀한테서 나는 술 냄새 때문에 미간을 찌푸렸고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혼자 갈 수 있겠어?”그의 목소리는 그의 몸 온도만큼이나 차가웠다. 몸에 열이 나는 것만 같던 온다연은 왠지 모르게 그에게 더 달라붙고 싶었다.하지만 온다연은 또 유강후가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될수록 멀리하려고 애를 썼다.그녀는 유강후의 옷깃을 쥐어뜯으면서 말끝을 흐렸다.“어쩌면...”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미끄러져 떨어지기 시작했다.유강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직도 거짓말을 한다고?유강후가 팔을 굽히자 온다연은 마치 뼈가 없는 생물체처럼 그의 팔에 반쯤 걸려있었고 발도 땅에서 떨어졌다. 마치 코알라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귀여웠다.이때 문밖에는 따라오던 학교 지도자 몇 명이 서 있었다. 유강후의 품 안에 자기 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있는 것을 보고 선생님들은 깜짝 놀랐다.“강후 씨, 이분은?”유강후는 핏기가 하나 없이 하얗게 질린 온다연을 힐끔 바라보더니 그녀의 얼굴을 자기 품속으로 묻었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유씨 가문 조카예요.”그러자 학교 지도자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학교에 뜻밖에도 유씨 집안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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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50화

    유강후는 봉투를 열었고 그 안에는 사진 한 장이 담겨있었다.사진을 꺼내 살펴본 그는 곧바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몰래 찍은 것 같은 사진 속에는 남자가 있었는데 모르는 얼굴이어서 염동식이 언급했던 진수현일 거라고 추측했다.그런데 사진 속 여성은 온다연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나이는 30대처럼 보였기에 온다연일 리가 없지만 생김새나 분위기조차 매우 닮았다.유강후는 심장이 마구 뛰었다.‘누구지?’‘왜 다연이랑 이렇게 닮은 거지?’수많은 의문이 떠오른 그때 염동식의 전화가 걸려 왔다.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염동식이 먼저 말을 꺼냈다.“사진 속의 남자는 진수현,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아내인 안심이에요. 사모님이랑 매우 닮았죠?”“3년 전, 사모님이 실종된 시기와 진씨 가문이 딸을 찾은 시기가 매우 일치합니다. 정말 우연일까요?”유강후는 심장의 두근거림을 억누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대표님, 감사합니다. 이 은혜 절대 잊지 않을게요.”염동식이 답했다.“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앞으로 한밤중에 치료해달라고 제 와이프한테 연락이나 하지 마세요.”“아참, 흰머리가 많이 나셨던데 제가 부하를 시켜서 몸에 좋은 물건들 보내드릴게요. 마지막 흰머리 한 올까지 깨끗하게 사라질 겁니다.”“그리고 어르신한테 얘기 좀 해주세요. 제 와이프한테 후원 좀 하지 말라고요. 괜히 이상한 실험만 하고 있잖아요.”유강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염동식은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유강후는 손에 사진을 든 채 로운에게 전화를 걸었다.곧 로운은 진수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다.“진수현 씨는 거의 20년 동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단한 인물인 건 틀림없습니다. 원래 진씨 가문은 보잘것없는 존재였는데 그분의 통솔하에 불과 2, 3년 만에 신국에서 손꼽히는 최고의 가문으로 성장했습니다.”“그 후 아주 짦은 시간에 거대한 상업 제국을 건설하여 동남아시아의 전설적인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20년 전에 갑자기 사라졌고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49화

    말을 마치자마자 문밖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곽혜진, 말 한마디도 없이 여긴 왜 왔어. 신약 개발이라니?”순간 얼어붙은 곽혜진은 천천히 몸을 돌리더니 환한 웃음을 지었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평범한 실험이에요.”입구에는 30대로 보이는 잘생긴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분위기를 뿜어내며 곽혜진을 노려봤는데 눈에 담긴 분노는 금방이라도 그녀를 불사를 정도였다.남자의 옆에는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예쁜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곽혜진을 보자마자 ‘엄마’라고 부르며 달려가더니 그녀의 다리를 껴안았다.어르신은 손님이 찾아온 걸 보고선 황급히 마음을 다잡고 침착하게 말했다.“염 대표님이 오셨군요. 손자가 많이 아파서 제가 혜진이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너무 탓하진 마세요.”곽혜진의 남편인 염동식은 이 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고 부유한 재벌 중 한 명이다. 심지어 그의 손아귀에 있는 산업은 강씨 가문과 맞먹는다고 할 수 있다.염동식은 어르신을 보자마자 분노를 감추더니 곧바로 다가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유강후의 소식을 들은 그의 얼굴에는 안타까움이 떠올랐다.“다음 달 신국에서 비즈니스 서밋이 열립니다. 아시아 전역에서 명망 있는 기업인들이 참석하는 자리죠. 그곳에서 유 대표님을 만나면 서부 지역 개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이럴 줄은...”그는 침대에 누워있는 유강후를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유 대표님과 사모님의 얘기는 들었습니다만 이런 상황이 발생할줄은 정말 몰랐네요.”염동식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저희 쪽 인원이 최근에 동남아 기밀을 수집했는데 그중 하나가 사모님과 관계가 있는 것 같아서 말씀드리려고요. 원래는 부하 동생을 시켜서 전해드리려고 했는데 이왕 온 김에 직접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그 말이 끝나는 동시에 유강후가 눈을 떴다.“대표님, 말씀하시죠.”그러자 염동식은 피식 웃었다.“자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다행이네요.”“신국의 진씨 가문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3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48화

    구월이도 놀라서 한쪽으로 도망쳤다.그러자 유강후는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구월아, 이리 봐. 나한테 와...”구월이는 그를 힐끗 보더니 작은 비명을 지르고선 갑자기 구멍으로 도망쳤다.유강후는 그가 떠나는 방향을 바라보며 절망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구월’이라는 이름이 입 밖에 나오기도 전에 손이 축 늘어졌다.강현미는 겁에 질린 채로 그를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강후야...”딸을 잃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들까지 보내줘야 할 판이다.강현미는 자식 교육을 잘못시킨 과거의 자신을 원망했다.유강후의 극단적인 성격은 끝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고 강현미는 이 모든 걸 본인의 탓으로 돌렸다.곧 유강후는 병원으로 이송되었다.하지만 모든 의사가 속수무책이었다.겨울에는 가끔 피를 토하는 증상이 나타났기에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했지만 지금처럼 여름에 피를 토하는 건 처음이었다.설상가상 기기로는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유강후는 시도 때도 없이 피를 토했다.온다연의 죽음에 유강후의 모든 정력과 에너지는 바닥났고 남은건 껍데기뿐이었다.이러한 상황은 하루 동안 지속되었다. 피를 토하는 증상은 전혀 완화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심해졌다.마음이 급해진 강씨 가문 어르신은 곧바로 당시 치료해 줬던 여의사에게 도움을 청했고 헬기까지 동원하여 그녀를 모셔 왔다.여의사는 유강후의 상태를 살펴보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이윽고 유강후에게 침을 놓았고 다행히 피를 토하는 증상이 멈췄다.어르신은 깊게 잠든 유강후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이 나이를 먹고서도 손자 걱정을 할 줄은 몰랐기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이때 여의사가 입을 열었다.“어르신, 대표님의 상황은 제가 3년 전에 예상했던 대로입니다. 오늘까지 버틴 것도 대표님 입장에서는 정말 최선을 다했을 겁니다. 이제 남은 시간이 없습니다.”어르신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혜진아, 우리 손자 좀 살려줘. 이렇게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건 너무 억울하잖아. 딸아이도 지키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47화

    예전의 유강후는 비록 차가웠지만 그래도 가끔은 다정할 때가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인간미가 아예 사라졌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단어들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듯 좀처럼 기운을 되찾지 못했고 모든 걸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심각한 죄책감에 시달렸다.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 순식간에 3년이 지났다.꽃피는 화창한 봄날이 되었지만 한옥은 여전히 그 어떤 생기도 느껴지지 않았다.강현미가 다가와 유강후의 어깨를 두드렸다.“강씨 가문에서 괜찮은 후배 두 명을 선발했어. 옆에서 일을 배워주며 가문의 중책을 감당할 수 있게 네가 직접 키워봐.”유강후는 넋을 잃은 채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어젯밤에 또 다연이의 꿈을 꾸었어요.”강현미는 말없이 애처로운 눈초리로 아들을 바라봤다.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지만 그의 피를 멈추고 상처를 치료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3년 전 온다연의 죽음은 그의 모든 희망을 가져갔다.유강후는 이미 모든 걸 포기해 버린 상태였다.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그에 의해 차단되었고 남은 건 오직 숨이 막히는 고통과 온다연에 대한 그리움뿐이다.손으로 눈을 가리자 어느새 손가락 사이로 눈물이 흘러내렸다.“다연이가 아이를 안고 강 건너편에서 사람들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어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는데 난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어요.”“엄마,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요. 너무 힘들어요. 다연이랑 아이한테는 내가 필요해요. 보고 싶어 죽을 것 같아요...”그의 고통은 어느새 경련으로 이어졌다.온다연이 떠난 1075일. 유강후는 완전히 무너졌다.비록 다른 세상이지만 강 건너편에 있는 온다연과 아이를 지키기 위해 그는 떠나기로 마음먹었다.그런데 이때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도우미가 헐레벌떡 뛰어왔다.“대표님, 구월이가 돌아왔습니다.”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유강후는 곧장 밖으로 뛰어나갔다.“어디?”온다연이 떠난 후 그녀의 고양이도 함께 사라졌다. 경원의 크고 작은 구석을 수색했지만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46화

    3년 후.H 국 경원 시청 옆의 한옥 안.4월의 바람에 붉은 장미가 흔들리자 정원은 더없이 아름다웠다.그러나 이토록 아름다운 정원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강현미는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정원 가득 뒤덮은 우울함을 느끼고선 고개를 가로저으며 꽃방으로 향했다.아니나 다를까 그의 아들은 넋을 잃은 채로 온다연의 그림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분명히 4월이다. 따뜻한 날씨와 따스한 햇볕이 유리를 통해 그의 몸을 비추고 있었지만 인간의 온기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그는 생명이 없는 차가운 조각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강현미는 아들의 관자놀이에 생긴 흰머리를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다.서른 살도 안 된 청년이 하루아침에 늙어버릴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온다연이 바다에 추락한 후, 수천 척의 선박과 수만 명의 어부들이 6개월 동안 주변 해역을 수색했다.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주변 해역을 샅샅이 수색하는 것도 모자라 해류를 따라 다른 나라 경계에서도 찾았다.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겨울이 되자 수색대는 더 이상 못 하겠다며 선언했다. 비로소 온다연의 생존 가능성은 불가능해졌고 어쩌면 시신이 바다에 가라앉아 물고기 떼의 먹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그날 밤 유강후는 온다연이 바다에 빠진 자리에 밤새도록 서 있었다.다음 날 아침 비서가 찾아왔을 때 하룻밤 사이에 머리의 3분의 1이 백발로 변했다.그해 겨울, 유강후는 병원을 떠나지 못했다.협심증과 객혈이 겨울 내내 그를 괴롭혔다.봄이 시작될 무렵 의사는 그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하여 사후 준비를 시작하라고 전했다. 동시에 강씨 가문의 어르신이 M 국에서 달려왔다.유강후의 상태를 본 그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한심한 놈.”그 후 곧장 남양 시로 달려가 젊은 여의사를 모셔 왔다.한의학 고수인 여의사는 유강후의 상태를 보고 검은 알약 한 병을 꺼내 매일 복용하라고 한 후 보름 동안 그곳에 머물며 매일 침을 놓았다.게다가 유강후를 위해 직접 약천수를 가져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45화

    안심은 눈물을 펑펑 흘렸고 마음이 너무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방금 진씨 가문의 주치의가 온다연을 진찰했는데 아주 기초적인 검사만으로도 온다연의 건강이 많이 안 좋다는 걸 알게 되었다.신체 장기는 이미 말려들어 갔고 복부에는 수술 흔적도 남아있었는데 흉터로 봤을 때 부상이 매우 심했음을 알 수 있었다.긴 수술 자국은 복부부터 가슴까지 이어졌다.진찰 결과를 들은 진수현은 그 자리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자신의 딸이 그동안 학대를 당했다며 확신했다.게다가 사랑하는 아내가 슬피 우는 것을 보고 가슴이 미어졌다.수십 년 만에 만난 딸을 만났는데 온몸에 부상이 가득한 것도 모자라 극도로 우울한 상태인 걸 보고선 그동안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고 싶었다.그는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나지막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이제 돌아왔으니까 다 좋아질 거야.”그 후 안심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방에서 나왔다.염지훈은 서재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진수현은 싸늘한 표정으로 온다연의 과거에 대해 물었다.염지훈은 말을 머뭇거리다가 결국 온다연이 양부모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고 이미 세상을 떠서 되갚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유씨 가문과 유강후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염지훈은 온다연이 유강후를 잊길 바랐고 그를 떠올리는 것조차도 싫었다.며칠 동안의 심리치료와 최면요법이 효과가 있는 듯 온다연은 발작하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고 잠자는 동안 악몽을 꾸는 횟수도 많이 줄었다.가장 중요한 건 더 이상 한밤중에 울면서 유강후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진씨 가문의 실력과 진수현의 성깔을 놓고 봤을 때 모든 걸 알게 되면 유씨 가문과 싸울 게 뻔하다. 쌍방 모두 이득을 볼 수 없는 상황인데 자칫하다 온다연의 은신처가 드러날 수도 있으니 염지훈은 이를 원치 않았다.인정하기 싫지만 유강후는 능력도 있고 노련함도 있는 사람이기에 온다연이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죽을 때까지 싸우며 그녀를 빼앗아 가려고 할 것이다.염지훈은 태연하게 말했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44화

    눈앞의 나타난 온다연은 외모뿐만 아니라 분위기나 행동까지 그녀와 매우 닮아있었다.그동안 친자확인서를 들고 와서 딸이라며 주장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안심은 매번 부인했다.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온다연을 달랐다.안심은 그녀에게서 친근감과 핏줄로 이어진 일종의 구속감을 느꼈다.온다연을 본 순간, 그녀는 어렸을 때 자신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리던 딸의 모습이 떠올랐다.피가 솟구치는 것 같았고, 수년 동안 견뎌온 험난한 세월과 고난에서 비로소 벗어나는 듯한 개운함이 찾아왔다.어느새 눈물이 앞을 가렸고 안심은 감격에 겨워하며 온다연의 팔을 붙잡더니 손목 안쪽의 점을 찾았다.아니나 다를까 온다연의 손목 안쪽에는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진주알 크기의 반점이 있었다.그 점을 바라보던 안심은 떨리는 손으로 팔을 걷었고 그녀에게도 동일한 위치에 똑같은 반점이 있었다.당연히 온다연도 그 모습을 보게 되었다.꿈같은 이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온다연은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엄마...”안심은 그녀를 덥석 껴안고 통곡하기 시작했다.“유나야, 내 딸...”20년 전 그날 아침, 진유나는 진수현의 품에 안겨서 외출한 후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사람들 모두 죽었을 거라고 얘기했지만 안심은 받아들이지 않고 미친 듯이 모든 곳을 찾아다녔다. 너무 울어서 눈이 시리고 목이 쉬었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백발이 늘어났음에도 딸의 소식은 여전히 들려오지 않았다.안심은 이생에서 다시는 자신의 아이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단념하며 지금껏 살아왔다. 더 이상 ‘엄마’라는 호칭을 들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라진 아이가 기적처럼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이 세상에는 정말 기적이 있었다.안심은 온다연을 꽉 끌어안고 절대 놓지 않았다.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모녀의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진 진수현은 곧바로 다가가 그들을 안으며 한 손으로 안심을 꼭 붙잡았다.동남아 일대를 주름잡던 전설의 진수현이 오늘날 눈을 붉히며 가족 상봉을 했다.“우리의 딸이 돌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43화

    이때 사복을 입은 스님이 그들을 막았다.“만남을 거부할 겁니다. 그만 돌아가십시오.”진수현이 입을 열었다.“딸을 찾았다고 전해주세요. 이번에는 정말입니다.”스님은 온다연을 힐끗 보고선 한숨을 내쉬고 걸음을 옮겼다.멀지 않은 절 안, 청등고불 아래 흰옷을 입은 한 아담한 여인이 앉아 있었다.갓 삼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녀는 수수한 옷만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감추지 못했다.여인은 눈을 감고 슬픔을 담은 채 조용히 염불을 외우고 있었다.뒤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소희야, 수행하고 있을 때는 방해하지 말라고 했잖아.”소희가 쭈뼛거리며 입을 열었다.“회장님이 또 오셨습니다. 흰머리가 전보다 더욱 많아지셨는데 얼굴이라도 한번 비추시는 게 어떨까요? 솔직히 힘들어 보입니다.”여인은 여전히 눈을 감은채 나지막이 말했다.“그 사람과의 연은 이미 끝났어. 이번 생에는 다시 만날 일 없을 거야.”소희는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졌다.“벌써 3년입니다. 3년 동안 회장님은 거의 매일 밤 이곳을 지키고 있어요. 오 집사님의 말에 따르면 최근에 건강이 많이 악화하였다고 합니다. 한 달 내내...”여인은 대답도 하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염불을 외웠다.“오늘도 젊은 여자분과 함께 오셨는데 생김새나 분위기가 사모님의 젊은 시절과 매우 닮았습니다. 한번 가보시겠어요? 정말 아가씨가 돌아왔을 수도 있잖아요.”여인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그녀의 두 눈은 온다연과 똑같았고 사람을 바라보는 특유의 분위기마저 매우 흡사했다.여인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어젯밤에 꿈꿨어. 스님이 나타났는데 우리는 환생하는 날에 서로를 다시 만날거라고 하셨어. 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겠지? 마지막으로 한번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단호하게 얘기해야겠어.”말을 마친 후 천천히 문밖으로 나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산기슭에 있는 작은 문으로 그녀가 나왔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42화

    남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온다연의 얼굴을 보고선 단호하게 말했다.“필요 없어. 얘는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과 차원이 달라. 내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잖아. 나 진수현의 딸이 맞아.”그 말에 소스라치게 놀란 온다연의 믿을 수 없다는 듯 귀를 의심했다.염지훈이 예전에 지나가는 말로 신국 진씨 가문이 온다연의 본가일지도 모른다고 언급했었다. 그때는 그저 염지훈이 그녀를 신국으로 데려오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여겼다.진씨 가문은 신국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이니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먼 곳에 떨어져 있는 자신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온다연은 생각하지 않았다.그 시각 눈시울이 붉어진 진수현은 온다연을 끌어안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가야, 너의 이름은 온다연이 아니라 진유나야. 나 진수현의 딸이지. 유전자 검사를 안 해도 난 너를 한눈에 알아봤어. 네 엄마 젊은 시절과 똑 닮았거든.”온다연은 자리에 얼어붙어 어찌할 바를 몰랐다.갑작스러운 친부모의 등장에 혼란스러웠고 슬퍼야 할지 좋아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도 몰랐고 눈앞에 있는 남자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더더욱 몰랐다.온다연이 자신의 딸이라고 확신한 진수현은 감격에 겨워하며 온다연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가자. 엄마한테 인사하러 가야지.”온다연은 고개를 돌려 염지훈을 바라봤다. 그러자 염지훈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다연아, 친아버지 맞아. 내가 유전자 검사해 봤어.”온다연은 나지막하게 물었다.“그걸 왜 이제야 얘기해줘요?”염지훈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미리 얘기해주고 싶었는데 너도 오늘 봤다시피 진씨 가문은 외부인을 절대 집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아. 내가 회장님의 머리카락을 얻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진수현은 곧바로 염지훈을 째려봤다.“너 이 자식. 감히 내 머리카락으로 몰래 검사를 해? 건방지네.”염지훈은 웃으며 답했다.“절 만나주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저희 어머니가 그러시는데 지난 몇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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