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자에게 배신당한 윤이서는 곧바로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모두들 그녀가 하씨 집안 도련님을 버리고 가난한 남자에게 시집갔다며 비웃었다. 하지만, 가난한 남자는 귀국 후, 투자로 성공한 재벌이 되었다. 놀라운 건, 그는 윤이서를 배신한 약혼자의 둘째 작은아버지라는 사실! 속은 걸 깨달은 윤이서는 이혼하겠다며 난동을 부리고……. 마침내, 남자는 그녀를 벽에 몰아세우고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그 사람은 내가 아니에요. 내 얼굴과 똑 같이 성형한 거예요.” 윤이서는 잘생긴 그의 얼굴을 보며 순순히 그 말을 믿었다. “하씨 집안사람들과 같은 얼굴이라니, 정말 재수 없어요!” 다음날, 그녀를 배신했던 약혼자는 집안에서 쫓겨나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가 됐고, 재벌은 가면 뒤로 그의 얼굴을 숨겼다.
View More이서가 말했다.“저야 모르죠. 오빠가 가서 직접 물어보세요.”상언은 말문이 막히는 듯했다. “역시 훌륭한 여동생이라니까.”상언이 떠나자, 어둠의 호리병이 말했다.“저도 눈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네요. 이미 약속한 이상, 의사를 번복하진 않을게요.”의문을 표하는 두 사람의 눈동자를 마주한 어둠의 호리병은 조급해했다.“약속한 건 지킬 건데, 그 표정은 뭡니까? 과연 부부답네요. 표정까지 똑같으니까요.” 이서와 지환의 얼굴이 어두워지자, 어둠의 호리병이 비아냥대기 시작했다.“보세요, 얼굴색은 물론이고, 표정까지 똑같잖아요.” “됐어요, 됐어. 더 이상 여기 있고 싶지 않네요. 여기에 더 있다가는 눈칫밥만 먹을 것 같다고요.” “저희는...”이서가 막 입을 열었는데, 어둠의 호리병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참, 하 대표님, 보수는 두둑이 챙겨주실 거죠?” “걱정하지 마세요. 충분한 값을 드릴 테니까요.”지환이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어둠의 호리병은 대답을 듣고서야 만족하며 떠났다.별장 안에는 이제 이서와 지환만 남았다. 이서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무엇이든 말하지 않고 가버리면 지환에게 항복하는 것 같아서 계속 망설였다. “먼... 먼저 가볼게요.”이서가 움찔거리며 입을 열었다.“이서야.”지환이 이서를 부르자, 그녀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날의 일은 내가 잘못했어.”지환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용서해 줘.”이서는 고개를 돌렸으나, 지환을 쳐다보지는 못했다.“언제를 이야기하는 거예요?”“네가 소지태를 만났던 날 말이야. 내 질투로 네가 상처받게 해서 미안해. 나는 몇 번이고 너한테 내 진짜 신분을 말할 기회가 있었어. 내가 올바른 판단을 했다면, 우리 사이도 오늘처럼 되진 않았을 거야.”“하지만...” “내 분노마저 너한테 풀었으니, 나는 용서받을 수 없겠지.” 그 순간, 이서가 고개를 들어 지환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이미 지나간 일이에요. 게다가 그 일에는 하지환 씨뿐만 아니라,
어둠의 호리병은 계속해서 땅에 발을 굴렸다.어엿한 어른이지만, 아직도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상언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지환아, 네가 어서 방법 좀 생각해 봐. 나는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올게.” 그는 곧장 문 쪽으로 걸어갔다.거실에는 곧 지환과 이서만이 남았고, 어둠의 호리병의 시선이 이서에게 떨어졌다. “하하, 그쪽이 바로 윤이서 씨? 그쪽이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는 덕분에 제가 내기에서 이겼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하 대표님을 물러나게 할 방법은 없었을 거예요. 당신은 제 은인입니다.” 이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계속해서 어둠의 호리병을 쳐다보았다.어둠의 호리병은 그녀의 눈빛에 눈살을 찌푸렸다.“왜 그렇게 쳐다보시죠?” 이서는 어둠의 호리병의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어둠의 호리병이 지환에게 물었다.“어디 문제 있는 거 아닙니까? 저를 왜 이렇게 쳐다보는 거죠?” “설마, 저를 좋아하게 된 건 아니겠죠?”어둠의 호리병은 점점 더 과장되게 말했다.지환이 눈썹을 찌푸리고 막 앞으로 나아가려던 찰나, 이서가 몸을 곧게 펴며 외쳤다.“이제 알겠네요!” 지환과 어둠의 호리병은 이해하지 못한 듯 이서를 바라보았다.그러자 그녀가 말했다.“왜 억지를 부리시는지 알겠다고요. 하도훈 쪽에 대단한 고수들이 모여 있다고 생각해서, 하지환 씨와 협력하고 싶지 않으신 거죠?” “뭐라고요?!”어둠의 호리병은 화가 나서 몸에 묶인 그물을 풀어냈다.지환은 이 장면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이서의 앞을 막아섰다.“벗어날 수 있었군요?”어둠의 호리병은 득의양양하게 웃었다.“헛소리! 내가 누군데, 하도훈이 고용한 그 고수들을 두려워한다는 겁니까?” “저는 다크웹의 3위를 차지하는 킬러라고요!” “허세는 누구나 부릴 수 있어요. 저도 제가 다크웹의 1위를 차지하는 고수라고 말할 수 있다고요!”이서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당신!”어둠의 호리병은 이서의 말에 분노하며 피를 토할 뻔했다.“됐습니다, 더
‘만약 그 일의 배후가, 조작된 증거를 만든 사람이 나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심씨 가문에서 쫓겨나는 사람은 우리 모녀가 될 거야!’강경숙의 남편은 일찍이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그녀는 심씨 가문에서 의지할 데가 없었다.만약 모든 사실이 밝혀진다면, 아무도 그녀를 지켜주지 않을 터.소희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강경숙은 마음이 불안해졌다.“오해가 풀렸으니 다행입니다.”어르신이 지환에게 다가가며 말했다.“모처럼 심씨 가문을 방문해 주셨지만, 지금 저희 상황이...” 어르신이 시계를 한 번 보았다.“10시 반이네요. 하 대표님, 남아서 식사라도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지환도 시계를 힐끗 보더니 표정을 굳혔다.“이천, 여기 남아서 상황을 수습해.”“대표님...”지환은 이천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자리를 떠났다.“대체 왜...”어르신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이천은 어르신의 말에 대답하기 귀찮아 빠른 걸음으로 지환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아직 몇 걸음을 떼지도 않았을 때, 한 그림자가 그보다 빨리 지환에게 향하는 것이 보였다. 이천은 그 그림자의 주인공이 이서라는 것을 확인하고 멍해졌다.한편, 이미 입구에 도착한 지환도 누군가 뒤에서 자신을 쫓는 것을 느꼈다.발걸음을 멈춘 그는 이서를 보고 잠시 넋을 놓았다. “빨리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이서는 지환에게 시선을 두지 않았고, 직접 차 문을 열고 조수석에 앉았다.지환은 그제야 시간을 한 번 보았다.‘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어.’그도 이내 차 안으로 들어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도중에 두 사람은 모두 말을 하지 않았는데, 차는 곧 한 별장 앞에서 멈추었다.지환이 차에서 내리자, 이서도 따라 내렸다. 두 사람은 여전히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너나 할 것 없이 별장으로 걸어갔다.이서는 별장 안에서 득의양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들었다. “하하, 제가 그랬죠? 절대 돌아올 수 없을 거라고. 보세요, 12시까지 30초밖에 안 남았는데...”
“분명히 말씀드렸는데요.”“어르신들께서 제 딸을 쫓아내려고 한다면, 저는 심씨 가문의 가주 자리를 포기하겠다고요!” 어르신은 그제야 소희의 일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음을 깨닫고 재빨리 말했다.“심 대표, 방금 있었던 모든 일은... 다 농담이었어, 농담. 소희가 윤 대표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하 대표님인 걸 알고 우리를 도왔으니, 우리 심씨 가문의 훌륭한 딸인 셈이야. 그런 아이를 어떻게 내쫓을 수 있겠나?” “아무래도 오해가 있었던 모양인데,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강경숙과 심유인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맞아요, 맞아요, 다 오해였어요!” 소희는 그 와중에도 군중 속에 숨어 있는 강경숙과 심유인을 노려보았다.두 사람은 이를 갈며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소희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강경숙은 곧장 안색을 바꾸고 웃음을 띠었다. 게다가 곁에 있는 심유인의 팔을 꼬집으며 표정 관리에 집중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소희는 차갑게 웃으며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어르신과 눈을 마주쳤다.“오해요? 이전의 일은 확실히 오해였지만, 제가 게임 회사의 기밀을 훔친 일은요? 그건 증거가 확실한 일이었어요. 경찰조차도 제가 벌인 짓이라고 하는데, 그건 어떻게 설명하실 거죠?” 어르신이 이마의 땀을 닦았다.“그... 그것도 오해야...”“무슨 오해요?”“그... 그건...” “증거가 경찰서에 떡하니 있는데, 저와 이서 언니의 관계 때문에 그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시려는 건 아니겠죠? 제 생각엔, 제가 스스로 심씨 가문을 떠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이 말이 끝나자, 소희는 성큼성큼 문 쪽으로 걸어갔다.이지숙은 이 모습을 보자마자 소희를 붙잡으려 했지만,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심근영에게 가로막혔다. 그녀가 의아해하던 찰나, 심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소희를 가로막는 것이 보였다. “소희야, 이러지 마. 우리는 너를 믿어. 너는 절대 회사의 기밀을 훔치지 않
“당신은...” 지환의 카리스마에 어르신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보지 말아야 할 사람을 본 것처럼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지환 씨.”이서는 곧장 지환에게 시선을 고정했고, 그는 이서에게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심씨 가문의 어르신에게 시선을 옮겼다. “당신이 하지환 대표님...?”어떤 사람은 승복할 수 없는 듯했다.“당신이 하지환 대표님이라면, 나는 옥황상제일 겁니다!” 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람을 찢어 죽일 듯한 지환의 눈빛에 말문이 막혔다. “하지환 대표님이 맞습니다.”목소리의 주인공은 심근영이었다.이 말을 들은 어떤 사람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가 그 말을 믿을 줄 알고?”“제가 하 대표님을 만난 적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심근영이 지환을 보고 또박또박 말했다. “게다가 그 자리에는 소씨 가문도 함께였습니다.” “제 말을 믿지 못하시겠다면, 소씨 가문의 가주에게 물어보면 될 일이지요!” ‘하긴, 심 대표가 하 대표님을 만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우리는 엄청나게 흥분했었지.’어떤 이는 지환의 외모에 호기심을 느끼고 약속 장소에 찾아가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는 없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이서는 진작에 지환의 진짜 신분을 알 수 있었을 터였다.옛일을 다시 꺼내니,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온갖 생각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윤 대표의 남편이 YS그룹의 대표인 데다가, 하은철의 둘째 삼촌일 줄은 누가 알았겠어?’“그러면 하은철은... 정말로 세상을 떠난 겁니까?”어르신은 다른 사람이 묻고 싶은 말을 뱉어냈다. “못 믿겠다는 겁니까?”지환이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어르신은 그 눈빛에 덜덜 떨며 말했다.“나는...”“애초에 심씨 가문이 하씨 가문과의 협력을 중단한 건, 제가 나서서 벌인 일입니다.”“불만이 있다면 제게 오시면 될 일이지, 어린 여자를 상대로 할 필요는 없는 일이죠.”“아, 그저 윤씨 그룹을 적대시하고, 제 아내를 적대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사람이 나서서 큰 손을 흔들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윤 대표, 심소희가 심씨 가문에서 쫓겨나는 걸 막으려고 허튼소리를 하는 거죠?” “처음에는 심씨 가문이 윤씨 그룹과 맞서지 못한 게 윤 대표의 남편 때문이라고 하질 않나, 지금은 또 하은철이 죽었다고 하지를 않나, 그렇죠?” “모두 윤 대표의 이야기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무슨 말을 하든, 심소희가 계속 심씨 가문에 머물도록 하기 위함일 테니까요.”“윤 대표가 세상을 놀라게 하는 말을 할지라도, 우리는 속으면 안 됩니다.”“맞아요!”곧바로 어떤 사람이 맞장구쳤다. “모두 속지 말아요! 하은철이 왜 갑자기 죽겠습니까? 아주 건강한 사람이었다고요!”“하은철이 죽었다면, 하씨 가문은 풍비박산 나는 거야! 하지만 하씨 가문은 아직 멀쩡하다고...”“그럼 여러분이 말씀해 보시죠, 하은철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죠?”이서의 질문에 사당 안은 금세 조용해졌다.항렬이 낮은 사람들은 당연히 하은철을 만날 자격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심씨 가문의 고위층도 더러 있었다. 그들은 늘 하씨 가문과 교류해 왔는데, 최근 들어 하씨 가문이 더 이상 심씨 가문을 상대하지 않으려 했다. 이는 심씨 가문이 윤씨 그룹을 향한 겨냥을 멈춘 후에 발생한 일이었다.그래서 사람들은 하씨 가문이 심씨 가문을 상대하지 않는 이유가 그 일 때문에 화가 났기 때문이라 여겼다. 그래서 하씨 가문이 심씨 가문을 향한 복수의 칼을 갈고 있을 거라 생각한 것.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도 예상했던 보복은 일어나지 않았고, 하씨 가문은 늘 잔잔한 태도를 보였다.심씨 가문 사람들은 하씨 가문이 윤씨 그룹을 상대하는 데 전력을 쏟기 위해 심씨 가문에 손을 뻗치지 않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동안 윤씨 그룹도 잔잔한 일상을 보내지 않았는가.‘설마...’ 사람들의 안색이 하나둘씩 어두워졌다.강경숙은 보다 못해 입을 열었다.“모두 속지 마세요! 늘 건강하던 사람이 죽다니, 말도 안 돼요! 설
“허, 심 대표가?”어르신이 웃기 시작했다.“심 대표는 고작 자식을 위해 가문의 이익을 돌보지 않았어. 게다가 경솔하게 하씨 가문과의 협력을 중단하고, 제 자식의 도둑질마저 방임했지!”“대체 어느 부분이 심씨 가문을 위했다는 거지?” “이대로라면, 심씨 가문은 파국을 맞이하고 말 거야!”어르신이 말했다.“그래요?”이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심씨 가문이 왜 하씨 가문과의 협력을 멈추었는지는 알고 계신가요?” “심소희가 심씨 가문으로 돌아온 게 못마땅했겠지!”어르신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허, 당당한 줄 알았던 윤 대표가 고작 이 정도라니.” “아...”이서가 경멸의 미소를 지었다.“소희 씨, 내 배후의 사람이 누구인지 말씀드려.” 소희가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이서 언니...” “괜찮아, 비밀도 아닌데, 뭐.” “네...”소희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말했다.“애초에 심씨 가문과 윤씨 그룹이 계속 맞서지 못한 건, 이서 언니의 남편 때문이었어요.” 이 말이 나오자, 곳곳에서 큰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하하!” “하하, 윤 대표의 남편? 하하, 심소희, 우리를 바보로 아는 모양인데, 윤 대표의 남편은 별 볼 것 없는 사람이야. 우리 심씨 가문이 왜 그런 남자를 두려워해야 하지?”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도 똑똑해야 가능한 일이야. 그런 말을 내뱉는다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 “저렇게 터무니없는 말을 하다니, 우리 수준을 바닥으로 본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거짓말 아니에요!”소희가 눈살을 찌푸렸다.“다 사실이라고요. 이서 언니의 남편은 YS그룹의 대표예요. 그분의 미움을 사고 싶은 거예요?” 이 말이 나오자 사람들은 잠시 멍해졌다. 하지만 이내 더욱 과장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하하, 하하하! 웃겨 죽겠네요. 모두 심소희가 뭐라고 하는지 들으셨어요?” “YS그룹의 대표?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아, H국의 어떤 바보가 YS그룹이라는 똑같은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한 모양이군.”
그 일은 가문의 모든 사람이 동의한 것이었다.게다가 정당한 사유가 있었으니, 심근영이 동의하지 않는 것은 가족 전체와 맞서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에게 그런 용기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불행을 즐기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미 목적을 달성한 어르신이 평온한 어투로 말했다.“심 대표, 자네의 심정은 잘 알겠어.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건 당연한 도리니까. 하지만 심소희는 잘못을 저지른 이상 벌을 받아야 해.”“우리가 이대로 심소희를 내버려둔다면, 외부에서 뭐라고 생각하겠나?” “설마 심소희 한 사람 때문에 우리 심씨 가문 전체의 명예를 망치려는 건 아니지?” “소희는 그런 일을 벌일 아이가 아닙니다...”심근영은 또 한 번 큰 소리로 외쳤다.“소희는 그런 일을 벌일 아이가 아니라고요! 우리 소희는 마음씨가 착한 아이입니다. 절대 심씨 가문의 이익을 해치는 일은 하지 않았을 거라고요!” 소희가 심근영의 입에서 자신에 대한 평가를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녀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심씨 가문에 있는 동안, 그녀와 심근영의 접촉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심근영이 신비롭고 커다란 산처럼 느껴지던 참이었다. 심지어 때로는 이지숙이 심근영보다 자신을 더 사랑한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하지만 지금 자기 앞에 서서 자기를 보호하는 심근영을 보자 하니, 소희는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버지의 사랑은 겉으로 드러나거나 섬세한 것이 아니며, 중요한 순간에만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어르신이 눈살을 찌푸렸다.“심 대표! 증거가 아주 확실해! 설마 경찰이 심소희를 모함했다는 겐가?” “계속 이렇게 억지를 부린다면, 우리는 심씨 가문의 가주를 다시 선출할 수밖에 없네!!” “자녀만 바라보는 사람이 나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과 함께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지 의심스러우니 말이야!!” 어르신들은 ‘심씨 가문 가주’ 자리를 가지고 심근영을 위협하면, 그가 꼬리를 내릴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심근영은 조
이서가 이지숙을 부축하며 심근영을 향해 말했다.“심 대표님.”“들어가도 될까요?” “윤 대표...”심근영은 이서를 바라보며 침묵을 지켰다.하지만 이서는 그의 속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심씨 가문이 소희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이유 중 하나는 심씨 가문으로 복귀한 소희가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강점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소희와 이서의 관계 때문이기도 했다. 만약 두 사람이 친구가 아니었다면, 심씨 가문은 소희를 그렇게 겨냥하지 않았을 터였다. 그러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서가 사당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이서가 말했다.“물론 이번 일이 심씨 가문의 일이라는 건 잘 압니다. 하지만, 심씨 가문이 알아야 할 일이 있어요.”심근영 부부의 시선이 이서에게 쏠렸다. 그러자 그녀가 담담한 눈빛으로 말했다.“그 일은... 소희 씨가 심씨 가문에 남도록 도울 가능성이 커요.” 이지숙이 동그란 눈으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심근영도 약간 동요되는 듯했지만, 곧 고통스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불가능해. 윤 대표가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한, 소희는 누명을 벗을 수 없을 테니까.” “네, 하루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증거를 찾을 수는 없었어요.” 이 말이 끝나는 순간, 심근영 부부의 눈 밑에 타오르던 한 줄기의 희망이 말끔히 사그라들었다. “물론...”“증거는 없지만, 그 사실은 증거보다 훨씬 유용할지도 몰라요.”심근영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여전히 믿을 수 없는 듯했다.“무슨 일이길래 그래?”“제가 사당으로 들어가기만 한다면, 두 분도 알게 되실 거예요.” 현장에 있던 네 사람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결국, 심근영은 이지숙의 애원에 못 이겨 이서를 데리고 들어가는 것에 동의했다.사당에 있던 심씨 가문 사람들은 이서가 나타나자 곧바로 그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나가요, 여기는 심씨 가문의 사당인데, 외부인이 무슨 자격으로 들어와요?!” “그러게, 당장 나가!
윤이서는 결혼했다.그러나 결혼 상대는 그녀가 8년 넘게 사랑을 했던 약혼자인 하은철이 아닌 만난 지 5분도 안 된, 기본적인 정보만 대충 아는 남자였다.“후회되시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사무소 대기실에서 남자는 조금 귀찮다는 눈빛으로 윤이서를 흘겨보았다.윤이서는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며 머릿속은 하은철의 차갑고 매정한 얼굴이 떠올랐다.3일전, 줄곧 윤이서를 피했던 하은철이 직접 그녀를 저녁식사에 초대를 했고, 전화를 받은 그녀는 순간 지난 8년간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정성껏 꾸미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하지만 약속장소에서 도착해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하은철뿐만이 아니라 그와 손을 깍지를 낀 채 휠체어에 앉아 달콤한 미소를 짓고 있는 윤수정도 함께 있었다.--그녀의 사촌 여동생!그녀가 아직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르고 있을 때, 하은철은 갑자기 폭탄발언을 했다.“네 신장을 수정이에게 주면 너와 결혼할게.”윤이서는 벼락을 맞은 듯 그 자리에 몸이 굳어지며 믿을 수 없단 듯이 하은철을 바라보았다.맞은편 남자의 눈빛은 시종 차갑고 증오로 가득 찼다. 마치 자신을 8년 동안 정성껏 뒷바라지 한 약혼녀가 아닌 아버지를 죽인 원수라도 보는 것 같았다.그녀는 마치 갈 곳을 잃어 절벽에서 추락하는 것 같았다.하은철과 어릴 때 약혼한 사이였고, 16살 되던 해 귀국한 후, 하은철을 걷잡을 수 없이 사랑하게 되었다.이 8년 동안 그를 뒷바라지 하기 위해 그녀는 빨래와 밥하는 것을 배웠고, 또 그에게 걸맞는 아내가 되기 위해 피아노, 그림 등을 배웠으며 심지어 그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오직 그가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 그녀와 결혼해주기 꿈꾸며.그러나 현실은 그녀에게 매몰찼다. 하은철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촌 여동생을 사랑하고 있었다.심지어 그의 애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전혀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결혼하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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