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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작가: 시해나
“무슨 문제 있나요?”

하지환은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윤이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입술만 벌리고 있다가 또 하지환이 오해할까 봐 어쩔 수 없이 말했다.

“아니요, 가요.”

어차피 언젠가 마주해야 할 문제였다.

도중에 윤이서는 하은철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스크린이 끊임없이 반짝이는 것을 보면서 윤이서는 마치 지난 8년 동안 비굴했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전에는 모두 그녀가 먼저 하은철에게 전화를 걸며 그의 관심을 끌려했다.

그러나 하은철은 단 한 번도 먼저 그녀에게 전화를 지 않았다.

설령 그녀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을 한다 하더라도 그는 한 마디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 윤수정을 위해 그는 몇 번이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 수 있었다.

두 사람 사이의 차이는 정말 컸다.

“안 받아요?”

조수석에서 눈을 감고 쉬고 있던 하지환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윤이서는 남자의 완벽한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비록 그의 표정을 보지 못했지만, 그녀는 왠지 모르게 그가 짜증이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는 수신 버튼을 눌렀다.

입을 열기도 전에 맞은편 하은철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이서! 너 당장 병원으로 오지 못해! 지금 얼마나 많은 전문가들이 너 기다리고 있는지 알아? 수정이는 얼마나 괴로운지 아냐고? 너 어떻게 이렇게 이기적일 수 있어? 나는 이미 너와 결혼하는 것에 동의했는데, 넌 또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거야?!”

윤이서의 입가에는 씁쓸한 웃음이 번졌다.

비록 하은철이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하은철의 마음속에 있는 자신이 그렇게 형편없었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잘 알잖아?”

윤이서의 눈빛은 차가워졌다.

“난 너의 사랑을 원하는데, 너는 줄 수 있어?”

“뻔뻔한 년!”

하은철은 그녀를 비꼬았다.

“나는 절대로 너 같은 여자 사랑하지 않을 거야! 윤이서, 너 지금 오면 아직 하씨 집안 아씨가 될 기회가 있어, 더 이상 늦으면, 난 네가 지위도, 돈도 없게 할 거야!”

윤이서는 고개를 들었고, 시큰시큰한 눈물은 오히려 심장으로 흘러갔다.

“난 이미 결혼했어.”

말이 끝나자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그녀가 먼저 전화를 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굴하게 다른 사람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이 느낌은 이렇게 후련했다.

수화기 너머에서 하은철은 멈칫하더니 곧 콧방귀를 뀌었다.

결혼?

결혼하겠다고 온갖 애를 쓰던 여자가 갑자기 다른 사람과 결혼한단 게 말이나 돼?

이 여자가 점점 선을 넘는다.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는 거짓말까지 해 가며 그에게 조건을 내걸다니.

정말 너무 무섭군!

......

전화를 끊은 후, 차 안은 무척 우울했다.

창밖을 내다보던 하지환이 기분 잡친 표정으로 긴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방금 전화하는 소리가 너무 커서 그는 애쓸 필요 없이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전화기 속 그 남자의 목소리는 귀에 익었다.

어디에서 들은 것 같다.

“어쩐지 남자를 싫어하더라니.”

낮고 위엄있는 목소리가 차 안에서 울렸다.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을 이해하자, 절제된 눈물은 끊어진 구슬처럼 윤이서의 볼에서 흘러내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필사적으로 울먹이는 목소리를 억누르고 이를 갈았다.

“남자는 모두 개X식이에요!”

하지환은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윤이서를 바라보더니 눈빛에 변화가 생겼다.

소녀는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핸들을 꽉 잡은 뽀얀 손 위에는 핏줄까지 드러났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그 맑고 촉촉한 눈동자는 매우 강인하여 다시 태어난 봉황처럼 고난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족쇄를 벗어나 하늘을 자유로이 나려는 것만 같았다.

그는 마음이 움직이더니 입을 열었다.

“내가 운전할게요.”

흐느끼던 윤이서는 멈칫했다.

하지환은 감히 그 맑은 눈동자를 보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길에서 죽고 싶지 않으니까요.”

“…….”

두 사람은 자리를 바꾼 뒤,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윤이서의 집으로 곧장 달려갔다.

집 앞에 도착한 윤이서는 마침내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백미러 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줄곧 빨갛게 부은 눈은 방금 울었기 때문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욱 빨갛게 변했고, 탐스럽게 붉던 입술은 기색을 잃고 핏기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피부는 원래 하얘서 마치 깨진 도자기 인형처럼 손대면 바로 부서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아이섀도와 립스틱을 꺼내 조금 칠한 뒤, 문제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제야 고개를 돌려 하지환에게 말했다.

“됐어요.”

하지환은 숨이 멎었다.

화장을 고친 윤이서는 전과 너무나도 달랐다. 아름다운 눈동자는 촉촉해서 하소연할 수 없는 연약함과 정취가 있었고, 우뚝 선 콧날 아래의 붉은 입술은 장밋빛으로 물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눈길을 뗄 수 없게 했다.

“왜요? 무슨 문제 있어요?”

윤이서는 긴장한 표정으로 백미러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환은 시선을 거두고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농담인지 진심인지 모르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윤이서 씨가 꽤 예쁠 줄은 몰랐네요.”

칭찬이 그의 입에서 나오자 순식간에 뜻이 변했다.

윤이서는 그와 따지기 귀찮아 멀지 않은 별장을 쳐다보며 긴장과 불안함에 옷자락을 잡았다.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용기를 내어 말했다.

“이제 가요.”

죄수가 사형 집행하듯 걸어가는 윤이서의 뒷모습에 하지환은 눈썹을 꿈틀하더니, 곧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녀를 따라갔다.

“엄마 아빠, 나 왔어요!”

윤이서는 문을 밀고 거실을 바라보았다.

딸을 보자 윤재하는 놀라움에 돋보기를 들고 마중을 나왔다.

“이서야, 웬 일이야?”

윤이서는 성인이 된 후, 바로 도심으로 이사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하은철의 뒷바라지를 더 잘 해주기 위해서였다.

지금 이 순간, 아버지의 희끗희끗한 머리를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요 몇 년 동안 그녀는 모든 시간과 노력을 하은철에게 쏟았고, 부모님이 이미 늙었다는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행히 그녀는 부모님이야말로 자신이 진정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람이란 것을 깨달았다.

“아빠…….”

“이분은?”

윤재하의 시선은 윤이서 뒤에 있는 하지환에게 떨어졌다.

예민한 직감에 그는 눈앞의 남자가 간단하지 않다고 느꼈다.

윤이서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이 사람은 내…….”

“어머, 이서 돌아왔구나.”

놀라움과 함께 빨간 그림자가 2층에서 내려와 윤이서의 앞으로 달려왔다.

“방금 은철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 너희들이 결혼한다고 했는데, 사실이니?”

윤이서는 충격을 받았다.

“네?!”

하은철이 뜻밖에도 제멋대로 혼사를 정했다니!

윤재하는 딸의 이상을 눈치채지 못하고 감격에 겨워 아내와 재차 확인했다.

“정말이야?! 은철이 마침내 우리 이서와 결혼하기로 한 거야?”

그들은 이날을 족히 십여 년이나 기다렸다!

부모님이 이렇게 기뻐하는 것을 보고 윤이서는 붉은 입술을 꽉 물었다.

‘정말 비겁해!’

하은철은 그녀가 부모님을 거역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녀의 부모님을 이용하여 자신을 강요하려고 한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그는 정말 온갖 수단을 다 썼다.

윤이서가 질식할 것 같을 때, 따뜻한 손이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이때, 머리 위에서 나른하고 매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님 어머님, 안녕하세요, 저는 이서 씨 남편인데,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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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언은 수술침대와 거리가 있어 위에 누워있는 여자의 얼굴을 똑똑히 보지 못했고, 하은철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세계 최고의 신장 전문의에게 이런 수술은 식은 죽 먹기였다.그가 외국에서 돌아와 이 수술을 맡게 된 것은 하지환의 부탁 때문이었다.“그럼 먼저 갈게요, 여긴 이 선생님에게 맡길게요.”하은철은 또 그에게 몇 마디 인사를 하고서야 몸을 돌려 떠났다.이때.사무소 앞.하지환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많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그는 명품을 입지 않았고, 차도 평범했지만 외모가 출중한 데다 멋지고 완벽한 몸매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만인의 주목을 받고도 하지환은 담담하게 사무소 앞에 서서 손목을 들어 팔근육을 드러냈다.이미 9시 10분이 되었는데도 윤이서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그는 지각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윤이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받지 않았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계속 전화를 걸다 롤스로이스 한 대가 멀지 않은 곳에서 오는 것을 보았다.북성은 한국의 메인 도시로서 고급차가 도처에 널려 있었다.그래서 이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진정으로 하지환의 주의를 끈 것은 자동차 번호판이었다.[A0XXXXXX]이 번호판을 사용하는 사람은 기필코 하씨네 가문 사람일 것이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가 사무소 입구에서 멈추는 것을 보았다.다음 순간, 차문이 경호원에 의해 열리더니 깔끔한 흰색 양복을 입은 하은철이 의기양양하게 차에서 내렸다.주위 사람들은 하은철이라는 것을 보고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아아아아, 하은철이다!”“우와, HS 그룹의 도련님이 여기에 오다니!”“윤씨 집안 아가씨랑 결혼하는 건가?”“…….”많은 사람들의 질문에 하은철은 웃으며 말을 하지 않았고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빠른 걸음으로 사무소로 향했다.그리고 이때, 그는 군중 속에 서 있는 하지환을 발견했고, 즉시 놀라서 빠른 걸음으로 하지환 앞으로 걸어갔다.“둘…….”어르신의 당부를 생각하자 하은철은 얼른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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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선생님.” 윤수정의 주치의는 윤수정에게 눈짓을 하고서야 이상언에게 말했다.“이런 작은 수술까지 선생님께서 직접 손쓰실 필요 없습니다.”이상언은 시선을 돌려 어디서 윤이서를 만났는지 생각했지만 생각나지 않았다.예쁜 여자들은 다 비슷했으니까.그는 정말 긴 시간을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주치의를 보았다.어젯밤 토론이 끝난 후부터 이 주치의는 줄곧 자신이 수술을 하면 된다고 고집했다.그가 이렇게 적극적인 것을 보고 이상언은 동의했다.“그래.”마침내 수긍을 받자 주치의는 긴 숨을 내쉬며 마취사에게 말했다.“빨리 마취 시작해.”마취사는 주사를 들고 윤이서의 팔에 찔렀다.윤이서는 액체가 조금씩 몸 안으로 흘러드는 것을 보며 무기력하게 말했다.“놔…… 놔요…… 날 놓으…….”액체가 흘러들어가며 윤이서의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그녀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부모님, 하은철, 친구들, 그들 모두 머릿속에서 잠시 멈췄다.그리고-하지환.그가 지금까지도 자신이 이혼하러 가기를 기다리고 있고, 자신은 갈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며 윤이서는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미안해요, 하지환 씨…….”……9시가 넘은 북성은 마침 차가 막히는 출근 타임이었다.길이 막혀서 차는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운전석에 앉은 하지환의 얼굴은 음침하기 그지없었다.그는 애가 타며 핸들을 짚었다.먼 곳의 빨간 불은 눈에 거슬렸고, 상상 속 수술실의 모습이 현실과 막 뒤엉켰다.그는 괜히 짜증이 났다.그리고 그의 머릿속에 맑고 억척스러운 소녀의 눈빛이 떠올랐다.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주더니 다음 차가 들어오기 전에 그는 방향을 돌려 좁은 골목을 따라 나갔다.차주는 깜짝 놀라 창문을 내려 이미 지나간 차를 향해 소리쳤다.“미쳤어, 죽으려고 작정하는 거야!”차선을 바꾼 하지환은 정말 목숨을 건 듯 필사적으로 경적을 누르면서 앞으로 돌진했다.다른 차주들은 이 상황을 보고 놀란 채 다급히 차를 피했다.바람이 잘 통하지 않을 정도로 꽉 막힌

최신 챕터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48화

    “지금은 제가 윤씨 그룹의 대표니까요. 물론 부대표님께서 윤 대표님과 친분이 깊다는 건 잘 압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회사에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회사에선 회사의 규정을 따라야죠.”고이서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는데, 이 말을 들은 우기광은 더 황당해졌다.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요? 그럼 대체 어떤 규정을 근거로 날 해고하겠다는 겁니까?”고이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 대신 테이블 위에 해고 통보서를 내놓았다. “이만 돌아가 주시죠. 더 버티시면 보안팀을 부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고이서는 책상 옆에 놓인 전화기를 잡았지만, 우기광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납득할 만한 이유를 내놓지 않으면, 여기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기광은 명예직이었으나, 고이서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일부러 우기광을 겨냥해 ‘본보기’로 삼으려는 것임이 분명했다. 게다가 우기광은 이서와 오래된 인연으로 잘 알려져 있었기에, 그를 해고하는 건 곧 이서를 겨냥한 행동이었다. “그럼 어쩔 수 없죠.” 고이서는 내선 전화를 걸며 덧붙였다. “보안팀이죠? 대표실로 와서 우기광 씨 좀 모시고 나가 주세요.” “당신...!” 분노로 가득 찬 우기광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고이서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말했다. “사람들 보기에 좀 그렇지 않겠어요? 괜히 보안팀에 끌려 나가는 건 보기에 안 좋잖아요.” 우기광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허, 오늘 일을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야!” 우기광이 이 말을 끝으로 사무실을 떠나자마자, 고위층 임원들이 우기광의 곁으로 하나둘 모여들었다.“대체 무슨 일입니까?” 사람들의 걱정스러운 눈빛이 우기광을 향하자, 그는 잠시 눈살을 찌푸리더니 침착하게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니니 각자 자리로 돌아가서 일들 하세요. 그리고... 앞으로 당분간은 신중하게 행동해야 할 거 같습니다.” 우기광은 그렇게 한마디의 경고를 남기고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남은 사람들은 우기광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47화

    ‘분명히 미쳐버린 거야!’ ‘절대 하지환 씨가 좋아서가 아니라고!’ 이서는 속으로 절박하게 외쳤지만, 머릿속에서 다른 목소리가 비웃듯이 튀어나왔다.‘과연 그럴까?’ 하필이면 그때 아래층에서 지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서야, 포도 묘목이 도착했는데, 같이 심을래?”이서는 천천히 커튼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봤고, 여전히 셔츠를 단정히 입고 있는 지환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그냥 혼자 하세요.” “그래, 그럼 나 혼자 심을게.” 지환의 대답을 듣고 있자니, 이서는 어쩐지 지환이 불쌍하게 느껴져서 입술을 살짝 깨문 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아니에요... 어차피 나도 할 일 없으니까 같이 심어요.” 지환은 이서를 향해 환히 웃어 보였고, 햇살 아래 지환의 미소는 마치 사람을 홀리는 듯한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차마 못 보겠어.’ 이서는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빠르게 아래층으로 내려갔지만, 지환에게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다. 가까워질수록 지환의 짙은 향기와 넘치는 남성미가 더 강하게 느껴져서 도망칠 곳조차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서는 최대한 멀리 떨어진 자리를 찾아 지환에게 말했다. “여기... 이쪽 벽 근처에 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나중에 지지대를 세우기도 편하잖아요.” 지환은 이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네가 원하는 데다 심자.” 이서는 지환이 미소를 지을 때마다 정신이 아득해져서, 애써 지환의 존재를 무시하고 급히 포도 묘목을 집어 들고 땅에 심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듯, 지환은 이서의 속마음을 읽지 못한 듯 다가왔고, 이서가 열심히 묘목을 심는 모습을 보고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포도는 그렇게 심는 거 아니야. 내가 가르쳐줄게.” 이서가 ‘괜찮아요’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지환이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봐, 이렇게 해야 해.” 이서는 이미 지환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온 신경은 어느새 등에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46화

    “아...” 이서가 순간 멍해졌고, 가슴 속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흘러나오는 것 같아서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지환의 눈을 피했다. “저기... 밥은 먹었어요?” 지환이 나직하게 대답했다. “응, 먹었어.” 지환은 이서의 얼굴에 번진 수줍음을 보고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이서가 얼굴을 붉히는 모습은 변함없이 예쁘구나.’ 그 모습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포도 말고, 다른 건 필요 없어?” “필요 없어요. 그게... 아직 배가 덜 찼거든요. 먼저 가서 밥 좀 더 먹을게요!” 이서는 말을 마치기 무섭게 황급히 자리를 떴는데, 지환이 또다시 심장을 뛰게 만드는 무언가를 말할까 봐 도망치듯 달아난 것이었다. 지환은 이서가 급히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사실,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지환도 이서가 자신을 완전히 미워하고 싫어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참이었다. 문제는 지환이 이서를 속였다는 점과 그가 하은철의 작은아버지라는 사실이었다. 하씨 가문이 과거에 이서에게 큰 상처를 준 만큼, 이서는 지환과 함께 있는 매 순간 하은철을 떠올릴 것이었으니 말이다.즉, 이서가 하은철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지환과의 관계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지환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몸을 숙여 꽃을 심기 시작했다.‘그냥 흐름에 맡기라는 상언이의 말이 맞을지도 몰라.’ ‘하지만...’지환은 흙 속에 심어진 꽃모종을 바라보며 표정을 살짝 찡그렸다.‘이렇게 애매한 상태로 마음이 흔들리는 건 싫은데...’지환은 이서와의 관계에 분명한 경계를 짓고 싶었다. 한편, 주방에서 밥을 먹던 이서는 몸은 주방에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바깥 정원으로 날아가 있었다. 햇볕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지환을 본 순간, 지환의 셔츠 아래 단단한 근육과 팽팽한 가슴 근육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그리고 그 위로 흐르는 땀방울이 주는 묘한 자극까지... ‘안 돼!’ 이서는 급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45화

    문이 닫히자마자 다른 임원들이 다급하게 물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갑자기 왜 부대표님을 호출하는 거죠?” 우기광은 담담하게 답했다.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다들 걱정할 필요 없어요. 모두 자리로 돌아가서 일하세요. 별일 아닐 겁니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임원들은 어쩐지 일이 단순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모두가 근심 가득한 얼굴로 서 있자, 우기광은 다시 한번 차분하게 말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윤 대표님을 믿습니다. 그분이 고 팀장에게 그렇게 중요한 자리를 맡긴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우리는 고 대표와 일한 시간이 짧아서 그 사람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이번 일로 그 사람을 섣불리 판단하는 건 옳지 않아요. 자, 여기서 이렇게 서 있어 봐야 해결될 일도 아니니, 모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서 상황을 직접 지켜봅시다. 고 팀장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죠.” 다른 임원들은 우기광의 설득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의 자리로 향했다....그 시각, 이서는 위층에서 여유롭게 아침 식사를 하던 중, 정원에서 분주히 일하고 있는 지환을 발견했다. 이서는 정원으로 내려가 다가가며 물었다. “벌써 출근한 줄 알았는데,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집안이 조용해서 당연히 지환이 출근한 줄 알았던 이서는, 지환이 정성스럽게 꽃과 나무를 손질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했다. 지환은 막 심은 장미 한 송이를 다듬으며 일어섰다. “벌써 잊었어? 우리는 서로 떨어지지 않기로 했잖아. 그런데 내가 어떻게 혼자 출근할 수 있겠어?” 지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네가 기억을 잃고 난 이후로 여긴 방치돼 있었어. 이제 네가 돌아왔으니, 이곳을 멋진 정원으로 꾸미고 싶어. 사계절 내내 꽃이 피어 있는 정원, 정말 아름다울 것 같지 않아?” 이서는 지환에게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어차피 모든 일이 끝나면, 그들과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44화

    이서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래요? 저는 왜 전혀 기억이 안 나는 거죠?] 고이서는 능청스럽게 응수했다. “대표님, 아직 충분히 쉬지 못했다는 증거예요. 좀 더 시간을 갖고 푹 쉬셔야 할 것 같은데, 회사 일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하면 되니까요.”[네, 고 팀장님이 그렇게 말해 주니 마음이 놓이네요.]이서는 다시 중얼거렸다.[내가 왜 전화했을까...?] 이서는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고, 고이서도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전화를 끊은 후, 고이서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속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녹음해 놓길 잘했어. 본인 입으로 나더러 회사 사람들을 마음대로 해고해도 된다고 했으니까!’ ‘그렇다면 첫 번째로 할 일은...”고이서는 옆에 놓인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김 비서, 들어오세요.” 김하늘이 잔뜩 긴장한 채 방으로 들어오자, 고이서가 날카롭게 물었다. “내가 회삿돈을 썼다는 거, 김 비서가 대표님께 알린 거죠?” 김하늘은 깜짝 놀라 거의 심장이 멎을 뻔했다. “아니에요, 고 팀장님! 제가 어떻게 그런 걸 대표님께 말씀드리겠어요!!” 고이서는 몇 초 동안 김하늘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만족스럽게 다리를 꼬고는 말했다. “하긴, 김 비서한테 그럴 깡은 없겠죠. 그럼 대체 누가 내가 회삿돈을 썼다는 걸 윤 대표님께 알린 거죠?”김하늘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고개만 숙였고, 고이서는 비꼬듯 말했다.“말하기 싫어요? 아, 그 사람한테 밉보일까 봐 겁나는 거예요? 그럼 말 안 해도 돼요.” 김하늘이 안도의 한숨을 쉬려는 순간, 고이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당장 재무팀에 가서 이번 달 월급이나 정산받으세요.” 김하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안 돼요, 그러시면 안 돼요! 저희 집엔 부모님과 어린 동생들이 있고, 한 달에 수백만 원씩 대출금도 갚아야 하는데, 제가 직장을 잃으면 가족들이 다 굶어 죽게 된다고요. 제발 저를 내쫓지 말아 주세요!” 고이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43화

    안타깝게도 이 세상에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는 법은 없었다.고이서는 한참을 망설인 끝에야 이를 악물고 전화를 받았는데, 손에 쥔 핸드폰이 그녀에겐 시한폭탄처럼 느껴졌다. 고이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수화기 너머의 이서에게 말했다. “네, 대표님.” 하지만 돌아온 이서의 목소리는 고이서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달랐으며, 전혀 화가 난 기색을 띠지 않았다. 심지어 어딘가 즐거운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공금을 횡령했다면서요?]“그게...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고이서는 더 이상 이서의 말투에 신경 쓸 여유도 없이 급하게 해명하려 들었다.[아니요, 해명할 필요 없어요. 고 팀장님이 그 돈을 쓴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테니까요. 고 팀장님, 저는 고 팀장님을 친구로 생각하는 이상, 고 팀장님을 전적으로 믿을 생각이에요.]이서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어쨌든 회사를 위해 그 돈을 썼을 거잖아요, 그렇죠?]고이서는 얼어붙었다. ‘윤이서가 이런 말을 할 줄이야. 방금 그 말은 치매가 오지 않은 이상 절대 할 수 없는 말이었어!’ 보아하니, 이서의 병세가 꽤 심각해진 것 같았다. ‘며칠만 더 지나면 내가 윤씨 그룹의 대표 자리를 확실히 굳힐 수 있을 것 같아.’“네, 맞습니다! 사실 진행이 안 되던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그 담당자에게 큰 선물을 보냈더니 기분이 좋아졌는지 며칠 내로 프로젝트를 승인해 준다고 하더군요. 대표님, 제가 이렇게 한 게 회사 규정에 어긋나는 건 아니겠죠?”[그럼요, 지금은 고 팀장님이 윤씨 그룹의 대표니까 고 대표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요. 제가 전화를 한 이유도 이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였어요.][임원들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말아요. 대표 자리에 앉은 이상, 고 팀장님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요. 심지어 직원들을 해고하는 것도 가능하죠.]고이서의 눈이 커졌다. “제가 회사 직원들도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다는 말씀이세요?”[그렇다니까요? 아까 말했잖아요, 지금 회사의 실질적인 주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42화

    전화 건 사람은 우기광이었다. 이서는 우기광의 목소리를 듣고는 꽤 의외라는 듯 말했다.“웬일로 저한테 직접 전화하신 거죠?” 사실 우기광도 전화를 걸고 싶지 않았으나 어쩔 수 없었다. 몇몇 임원들이 회사에 우기광을 붙잡아 두는 바람에, 이서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윤 대표님, 혹시 지금 윤씨 그룹의 대표 업무를 수행하는 고이서 팀장이 공금을 횡령한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아, 그게 언제 있었던 일이죠?]이서의 어조에서는 전혀 불쾌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되려 흥미로움이 묻어나는 듯했다. 우기광은 그런 이서의 반응에 잠시 의아해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어제 일입니다. 대표님께서 고이서 팀장에게 회사를 맡기자마자 그런 황당한 일을 저지른 거죠. 대표님, 저는 대표님께서 윤씨 그룹을 맡기 전부터 대표님과 함께 일해왔으니,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표님의 능력은 누구나 인정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회사 운영을 재무팀 팀장에게 맡기신 건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 이서가 웃으며 말했다.“제 결정을 무조건 지지해 줄 수 있으신가요?” 우기광은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조심스러운 어조로 답했다. [그건 대표님의 결정이 회사에 이익이 되는 경우에 한합니다. 만약 회사에 손해가 되는 일이라면 저는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서의 미소가 더욱 밝아졌다. “그 말씀이면 충분합니다. 이제야 안심이 되네요. 하지만 고 팀장님의 일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다른 임원들이 아무리 압박을 가하더라도 반드시 버텨 주셔야 하고요.” [대표님, 혹시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지금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며칠만 기다리시면 알게 될 겁니다.”이서는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고, 곧장 김하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서의 전화가 걸려 오자, 김하늘은 겁에 질린 채 전화를 받을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김하늘은 전화를 받자마자 울먹이는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41화

    잠시 후, 소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서 언니, 솔직히 말해도 절대 화내면 안 돼요.]“그래, 어차피 내가 먼저 말하라고 했잖아. 소희 씨도 내가 무슨 성격인지 잘 알잖아? 말하라고 해놓고 화내는 일은 없을 거야.” 이서의 말에 하나와 소희, 나나는 용기를 내서 각자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하나가 먼저 운을 띄웠다. [이서야, 형부가 신분 문제로 널 속인 건 맞지만, 그 외의 다른 일에선 너를 진심으로 대했어.]“그러니까 네 말은 하지환 씨가 날 속인 걸 더 이상 문제 삼지 말라는 거야?”[응... 그런 셈이지.]“소희 씨 생각은 어때?”소희가 머뭇거리며 천천히 답했다.[그럼 저도 솔직히 말할게요. 형부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세상 어디를 둘러봐도 형부만큼 언니한테 잘해줄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라고요.][만약 저라면 그 정도 잘못은 그냥 넘어갔을 것 같아요.]소희는 최대한 조심스레 말했고, 혹여나 이서가 기분 나빠할까 봐 머뭇거렸다.다행히 이서는 여전히 차분한 태도로 대답했다. “내가 괜히 별거 아닌 일로 예민하게 군다는 거네?”[언니,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소희가 급히 해명했지만, 이서는 한사코 소희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소희 씨, 굳이 변명하지 않아도 되고, 미안해할 필요도 없어. 소희 씨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게 소희 씨의 솔직한 생각인 거니까. 사람마다 문제를 보는 시각은 다르니, 결론도 다를 수 있어. 난 소희 씨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 말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것 같아. 잘 생각해 볼게.”소희는 이 말을 듣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나나가 나섰다. [언니, 아시다시피 저는 연애 경험이 없어서 딱히 할 말도 없어요. 그냥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을까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답이 나올 것 같아요.]이서는 작게 중얼거렸다. “시간에 맡기라고...?”‘그래,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자. 어차피 하도훈 문제도 당장 해결될 게 아니고, 그때까진 고민할 시간이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40화

    윤재하와 성지영, 고이서 세 사람은 여전히 이서가 치매에 걸려 윤씨 그룹을 손에 넣을 꿈에 들떠 있었지만, 정작 이서는 지환과 한 지붕 아래에서 지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고민에 빠져 있었다. 분명 병원에서 함께 지내던 때도 있어서 이번에도 별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집에서 같이 지내게 되니 묘하게 어색하고 불편했다. 이서는 귀를 바짝 세우고 문밖에서 나는 작은 소리 하나까지 신경 쓰면서도, 문밖에서 조금이라도 소리가 나면 그 소리가 금세 사라지길 바라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런 어이없는 감정에 시달리던 첫날 밤, 놀랍게도 이서는 오랜만에 불면증 없이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이서는 눈을 뜨자마자 하나의 문자 폭탄을 받았다. [너, 형부랑 다시 합친 거야?] [같이 살기 시작했다던데, 화해하고 다시 시작하려는 거냐고!] [왜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은 거야? 이 선생님이 말 안 해줬으면 전혀 몰랐을 뻔했잖아!][나, 너한테 가장 친한 친구 아니었어?]이서는 할 말을 잃었다. 곧바로 소희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어제 두 사람이 손잡고 있는 거 보고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화해한 거였어요? 이렇게 큰일을 저한테도 숨긴 거예요?] 결국 이서는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환 씨랑 다시 화해한 거 아니야. 괜히 오해하지 마.] 그 순간, 나나도 단톡방에 뛰어들었다. [뭐라고요? 이서 언니가 형부랑 다시 화해했다고요? 대박! 들러리 자리 하나 예약할게요!]이서는 어이가 없어졌다. ‘대체 왜 내가 한 말은 안 보고 다들 자기 멋대로 상상하는 거야?’ 이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단체 영상 통화를 시도했다. “말했잖아, 화해한 거 아니라고.” 이서는‘화해한 적 없다’는 말을 특히 강조했다.그제야 세 사람은 조용해졌는데, 잠시 후에야 하나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근데 이 선생님 말로는 두 사람이 같이 산다고 하던데? 다시 화해한 게 아니면 왜 같이 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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