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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작가: 시해나
30분 지난 후, 윤이서는 어르신이 준비한 차를 타고 천해 호텔로 갔다.

룸 입구에 도착해서야 윤이서는 오늘 밤 하씨네 집안에 환영회가 있다는 것을 집사로부터 들었다.

“하은철도 있나요?”

윤이서가 물었다. 그녀는 지금 그가 정말 보고 싶지 않았다.

집사는 그녀의 뜻을 오해하고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안심하세요. 도련님은 곧 오실 거예요.”

“…….”

‘지금 갈까?’

그러나 뒤쪽의 문이 열렸다.

윤이서는 어쩔 수 없이 인사할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님.”

“그래!”

어르신은 윤이서를 보며 주름살이 펴질 정도로 웃었다.

“우리 이서 왔구나. 자,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거라.”

윤이서는 어르신 곁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녀는 앉고 나서야 주변 사람들 아무도 아직 젓가락을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 중요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윤이서의 마음을 간파한 듯 하 어르신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오늘 밤은 은철이 둘째 작은아버지가 귀국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란.”

비록 하지환이 귀국 소식을 비밀로 할 것을 요구했지만, 어르신은 윤이서를 무척이나 신임했다.

그녀는 절대로 이 사실을 함부로 말하지 않을 것이다.

윤이서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무언가가 생각났다.

어르신에게는 형이 하나 더 있었는데, 젊었을 때 외국에 가서 혼자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아들은 더 대단하다고 들었는데, 사장직을 맡은 후, 1년도 안 되어 회사를 지역 내 가장 큰 회사로 만들었다고 했었다.

다만 그 아들은 무척이나 겸손하여 언론 앞에서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오늘 밤 이 전설적인 인물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윤이서는 은근 기대감이 부풀었다.

바로 이때, 문이 다시 열렸다.

윤이서는 궁금해하며 바라보았다.

그리고 들어오는 사람을 보자마자 그녀는 눈빛이 싸늘해졌다.

하은철도 웃음이 굳어졌고 눈빛에서 혐오감이 조성되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윤이서는 그에 대한 원한을 숨긴 채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

“당연히 할아버님 보러 왔지.”

하은철은 냉랭했다.

고자질이나 하러 왔겠지?

그가 가장 싫어하는 여자 부류가 바로 아무런 능력도 없으면서 어른의 비위만 잘 맞추는 그런 여자였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

“둘째 작은아버지는요?”

“전화 받으러 나갔어.”

어르신의 시선은 하은철과 윤이서에게 떨어지며 물었다.

“네 둘째 작은아버지도 결혼했는데, 은철아, 너도 이제 결혼해야 되는 거 아닌가?”

윤이서는 심장이 쿵쿵 뛰는 채로 본인의 옷자락을 움켜잡았다.

“할아버님…….”

그러나 하은철의 목소리가 더 컸다.

“할아버지께서 결정하시면 돼요.”

윤이서는 당황스러웠다. 전에는 어르신이 결혼을 언급하면 하은철이 격렬하게 반대했었다.

그녀의 신장을 얻기 위해 그는 이제 자신의 친할아버지까지도 이용할 수 있는거 같았다.

윤이서는 책상 밑에 숨긴 주먹을 꼭 쥐었다.

그러나 어르신과 하도훈은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번이 하은철이 처음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 것이니까. 두 사람은 그가 말을 바꾸기 전에 서둘러 윤이서에게 물었다.

“이서야, 넌 어떻게 생각하니?”

윤이서는 숨을 여러 번 깊게 들이마시며 바로 냉정하게 말했다.

그가 이렇게 나온 이상, 그녀도 조용하게 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수줍어하며 말했다.

“할아버님, 저는…… 상관없어요.”

방안에는 어르신의 명랑한 웃음소리가 울렸다.

“좋아, 돌아가면 내가 좋은 날짜를 정하마.”

하은철은 윤이서를 힐끗 보고, 그녀가 속으로 틀림없이 무척 기뻐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그녀를 향한 증오가 더 짙어졌다.

그러나 바로 이때, 윤이서는 갑자기 쭈뼛쭈뼛 입을 열었다.

“할아버님, 저…… 아직 할 말이 있어요.”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그녀의 몸에 떨어졌다.

윤이서는 입술을 깨물며 어려운 결정을 한 것처럼 말했다.

“결혼하기로 한 이상…… 은철 오빠 주변의 여자문제를 잘 처리하면 안 될까?”

말을 마치자 그녀는 또 황급히 덧붙였다.

“나는 쪼잔한 사람도 아니고, 남자에게 여자가 많은 것은 남자가 그만큼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도 잘 알지만, 나는 결혼하자마자 이상한 소문이 나는 것을 원하지 않을 뿐이야.”

이 말이 나오자 분위기는 조용해졌다.

하은철의 얼굴은 새빨갛게 상기되었다.

그에겐 분명 윤수정이란 여자 한 명만 있을 뿐인데, 윤이서가 이렇게 말하니 자신의 사생활이 정말 더러운것 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어르신이 가장 싫어하는 것도 자신의 아랫사람이 바람을 피우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분명 일부러 이러는 것이다!

그는 눈빛이 어두워졌다.

“증거 있어?”

그와 윤수정은 서로 만나는데 조심스러웠고, 3년 넘게 만났지만 그 누구도 이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윤이서는 눈을 깜빡이며 울먹였다.

“처음에 나도 믿지 않았는데, 그 동영상을 보니까 은철 오빠가 밖에 이렇게 많은 여자가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

하은철은 싸늘하게 웃었다. 이 여자는 정말 연기를 잘했다.

“증거가 있으면 한 번 꺼내 봐.”

윤이서는 더욱 심하게 울었다.

“은철 오빠, 난 그 영상들을 보자마자 삭제했어. 계속 남겨두면 마음의 가시가 될 뿐이잖아.”

여기까지 말하자 윤이서는 눈물을 닦고 아주 밝게 웃었다.

“은철 오빠, 앞으로 가정을 위해서 잘 살면, 나도 다시는 이 일을 언급하지 않을 거야!”

하은철의 얼굴은 보기 흉하게 변했다.

그는 속았다.

윤이서는 동영상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어르신이 그녀를 매우 믿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증거가 없어도 어르신은 그녀를 믿을 것이다.

역시.

어르신은 이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지팡이를 들어 다짜고짜 하은철의 등을 세게 때렸다.

“이 못난 놈아! 우리 하씨네 백년 가문에서 어찌 너 같은 놈이 태어났을까!”

어르신의 지팡이는 특수 재질이어서 때리면 소리는 나지 않지만 가볍게 때려도 다치기 쉬웠다.

하은철의 등은 빠르게 피로 물들었다.

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예전의 윤이서라면 마음이 아팠겠지만 지금은 그의 면전에 당해도 싸다고 말해주고 싶을 뿐이다.

그녀는 눈을 들어 하은철의 분노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윤이서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고, 그의 분노를 보며 일부러 어르신의 손을 잡았다.

“할아버님, 화내지 마세요. 모두 제 잘못이에요. 제가 이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어르신은 숨을 헐떡이며 지팡이를 내려놓고 하은철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너를 좀 봐라, 그리고 다시 우리 이서를 좀 봐라, 얼마나 착하! 돌아가서 빨리 너의 그 엉망진창 여자관계 잘 정리해, 그렇지 않으면 가만 안 둬!”

그는 난생처음 어르신에게 맞았고 그것도 자신이 가장 얕보던 여자한테 당했다. 하은철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 잘못했어요.”

할아버지가 윤이서를 얼마나 귀여워하는지 사람들마다 다 알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진정한 후계자가 되지 않았으니 지금은 반드시 참아야 한다!

어르신은 그제야 화를 가라앉혔다.

“앞으로 반드시 이서와 잘 지내야 해, 알았어?”

하은철은 윤이서의 눈가의 웃음을 보고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마음속은 무척 차가웠다.

기다려!

‘윤이서, 결혼하면 나는 널 죽도록 괴롭힐 거야.’

하은철의 차가운 눈빛에 윤이서는 태연하게 웃었다.

전에는 무조건 그녀가 물러서고 하은철이 그녀를 핍박했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녀는 자신의 능력 범위 내에서 그에게 약간의 교훈을 줄 것이다.

자신에게 결혼을 강요하다니?

그럼 누가 더 능력이 있는지 두고 보자고!

분위기가 좀 풀린 것을 보고 하도훈은 얼른 입을 열었다.

“은철아, 네 둘째 작은아버지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으니 빨리 가서 찾아봐. 길을 잃은 거 아니냐.”

하은철도 여기에 계속 있고 싶지 않아 바로 대답했다.

“할아버지, 제가 작은아버지 찾으러 갈게요.”

어르신은 손을 흔들었다.

어쨌든 자신의 손자이니까.

이제 결혼에도 동의한 것을 봐서, 어르신도 더 이상 그와 따지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앞으로 잘 살면 됐다.

윤이서도 이 상황을 보고 따라 일어섰다.

“할아버님,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그녀는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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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환 씨?”“음.”품에서 나는 윙윙거리는 소리는 윤이서에게 이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그녀는 정말 하지환의 품에 있었다.남자의 짙은 향기가 그녀의 볼을 소리 없이 붉게 물들였다.그녀는 불안하게 중얼거렸다.“나 지금…… 어디에 있죠?”“병원이요.” 하지환은 1초 동안 멈추고 나서야 윤이서를 놓았다.윤이서는 막 움직이려고 했지만 하지환은 그녀를 막았다.“움직이지 마요, 방금 수술했으니까 푹 쉬어야 해요.”윤이서는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럼 내 신장은…….”“아직 있어요.” 하지환은 손가락을 비볐다.“내가 왔을 때, 수술은 이미 절반까지 진행되었기 때문에 윤이서 씨가 한 것은 봉합 수술이었어요.”윤이서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잠시 후, 그녀는 긴장한 표정으로 하지환을 쳐다보았다.“당신은 괜찮아요?”이 건물은 하씨네 사람들만 드나들 수 있었고 외부인은 들어올 수 없었다.하지환은 웃음을 지으며 윤이서와 거리를 두었다.“윤이서 씨가 보기엔요?”윤이서는 그를 이리저리 훑어보고 그가 다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곧 그녀는 또 궁금해하며 물었다.“어떻게 들어왔어요?”하지환은 눈 하나 깜박이지 않았다.“내가 하은철이 보낸 사람이라 했더니 바로 들어오게 했어요.”윤이서는 믿지 않았다.“그들이 이렇게 쉽게 속았다고요?”하지환은 고개를 끄덕였고, 두 눈은 무척이나 진지했다.윤이서는 더 이상 의심하지 않고 또 다른 일을 생각했다.“내 신장은 아직 있으니 하은철은 틀림없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우리 빨리 이곳을 떠나요.”하은철의 구역에 있으면 그녀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하지환이 대답했다.“그는 더 이상 윤이서 씨에게 손을 대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 안심하고 여기서 쉬어요.”“그걸 어떻게 알고요?”하지환은 그녀의 볼에 있는 머리카락을 다듬었다.“어르신이 이 일을 알면…….”윤이서는 환하게 웃었다.“당신이 이것을 가지고 그를 협박할 줄은 몰랐네요.”말을 마치자 그녀는 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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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환은 주먹을 쥐며 유리 위에 비친 자신을 무섭게 쳐다보았다.비서 이천은 오랫동안 답장을 받지 못해 얼른 물었다.“대표님, 그 다음은…….”“교외에 던져버려, 흔적 없이 처리해.”이천은 한 마디로 하지환을 일깨워 주었다.“대표님, 여기는 한국이고, 저희의 구역이 아닙니다.” 하지환은 주먹을 더욱 꽉 쥐었고 눈빛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듯 어두웠다.“그럼 며칠 더 고생하게 하고, 입을 다무는 걸 제대로 교육하고 난 다음 풀어줘!”“예.”하지환은 핸드폰을 내려 놓았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그는 밥을 먹고 있는 윤이서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얼굴은 마치 당근을 안은 토끼처럼 즐거워 보였다.그리고 그 모습을 보자 그의 미간도 서서히 풀렸다.……이상언은 최고의 전문가 다웠고, 3일이 지나자, 윤이서는 침대에서 내려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었다.“다시 검사를 해보고, 아무 문제 없으면 퇴원할 수 있어요.” 이상언은 빙그레 웃었다.“고마워요, 선생님.” 윤이서는 정말 감격했다.이상언은 윤이서를 보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아니요, 내가 더 감사해야 하죠.”윤이서는 그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궁금했다.“무엇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거죠?”이상언은 웃으며 이유는 말 해주지 않고 병실 문을 바라보았다.윤이서가 아니었다면, 그는 평생 하지환의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잘 쉬어요, 전 먼저 갈게요.”이상언이 가자마자 윤이서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임하나였다.“왜 그래?” 윤이서는 문을 닫았다.그녀는 임하나에게 자신이 병원에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임하나는 좋은 일이 있는 것처럼 말했다.“이서야, 너 윤수정이 병원에서 쫓겨났다는 거 알아?”“언제?”“어제, 정말 웃겨 죽는 줄 알았어. 걔가 계속 버티며 쫓겨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경호원에게 끌려 나왔다더라. 그리고 또 자신이 미래의 하씨 집안 사모님이라고 하면서 하은철에게 전화까지 했대. 그런데 무슨

최신 챕터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42화

    전화 건 사람은 우기광이었다. 이서는 우기광의 목소리를 듣고는 꽤 의외라는 듯 말했다.“웬일로 저한테 직접 전화하신 거죠?” 사실 우기광도 전화를 걸고 싶지 않았으나 어쩔 수 없었다. 몇몇 임원들이 회사에 우기광을 붙잡아 두는 바람에, 이서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윤 대표님, 혹시 지금 윤씨 그룹의 대표 업무를 수행하는 고이서 팀장이 공금을 횡령한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아, 그게 언제 있었던 일이죠?]이서의 어조에서는 전혀 불쾌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되려 흥미로움이 묻어나는 듯했다. 우기광은 그런 이서의 반응에 잠시 의아해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어제 일입니다. 대표님께서 고이서 팀장에게 회사를 맡기자마자 그런 황당한 일을 저지른 거죠. 대표님, 저는 대표님께서 윤씨 그룹을 맡기 전부터 대표님과 함께 일해왔으니,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표님의 능력은 누구나 인정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회사 운영을 재무팀 팀장에게 맡기신 건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 이서가 웃으며 말했다.“제 결정을 무조건 지지해 줄 수 있으신가요?” 우기광은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조심스러운 어조로 답했다. [그건 대표님의 결정이 회사에 이익이 되는 경우에 한합니다. 만약 회사에 손해가 되는 일이라면 저는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서의 미소가 더욱 밝아졌다. “그 말씀이면 충분합니다. 이제야 안심이 되네요. 하지만 고 팀장님의 일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다른 임원들이 아무리 압박을 가하더라도 반드시 버텨 주셔야 하고요.” [대표님, 혹시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지금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며칠만 기다리시면 알게 될 겁니다.”이서는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고, 곧장 김하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서의 전화가 걸려 오자, 김하늘은 겁에 질린 채 전화를 받을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김하늘은 전화를 받자마자 울먹이는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41화

    잠시 후, 소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서 언니, 솔직히 말해도 절대 화내면 안 돼요.]“그래, 어차피 내가 먼저 말하라고 했잖아. 소희 씨도 내가 무슨 성격인지 잘 알잖아? 말하라고 해놓고 화내는 일은 없을 거야.” 이서의 말에 하나와 소희, 나나는 용기를 내서 각자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하나가 먼저 운을 띄웠다. [이서야, 형부가 신분 문제로 널 속인 건 맞지만, 그 외의 다른 일에선 너를 진심으로 대했어.]“그러니까 네 말은 하지환 씨가 날 속인 걸 더 이상 문제 삼지 말라는 거야?”[응... 그런 셈이지.]“소희 씨 생각은 어때?”소희가 머뭇거리며 천천히 답했다.[그럼 저도 솔직히 말할게요. 형부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세상 어디를 둘러봐도 형부만큼 언니한테 잘해줄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라고요.][만약 저라면 그 정도 잘못은 그냥 넘어갔을 것 같아요.]소희는 최대한 조심스레 말했고, 혹여나 이서가 기분 나빠할까 봐 머뭇거렸다.다행히 이서는 여전히 차분한 태도로 대답했다. “내가 괜히 별거 아닌 일로 예민하게 군다는 거네?”[언니,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소희가 급히 해명했지만, 이서는 한사코 소희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소희 씨, 굳이 변명하지 않아도 되고, 미안해할 필요도 없어. 소희 씨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게 소희 씨의 솔직한 생각인 거니까. 사람마다 문제를 보는 시각은 다르니, 결론도 다를 수 있어. 난 소희 씨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 말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것 같아. 잘 생각해 볼게.”소희는 이 말을 듣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나나가 나섰다. [언니, 아시다시피 저는 연애 경험이 없어서 딱히 할 말도 없어요. 그냥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을까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답이 나올 것 같아요.]이서는 작게 중얼거렸다. “시간에 맡기라고...?”‘그래,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자. 어차피 하도훈 문제도 당장 해결될 게 아니고, 그때까진 고민할 시간이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40화

    윤재하와 성지영, 고이서 세 사람은 여전히 이서가 치매에 걸려 윤씨 그룹을 손에 넣을 꿈에 들떠 있었지만, 정작 이서는 지환과 한 지붕 아래에서 지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고민에 빠져 있었다. 분명 병원에서 함께 지내던 때도 있어서 이번에도 별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집에서 같이 지내게 되니 묘하게 어색하고 불편했다. 이서는 귀를 바짝 세우고 문밖에서 나는 작은 소리 하나까지 신경 쓰면서도, 문밖에서 조금이라도 소리가 나면 그 소리가 금세 사라지길 바라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런 어이없는 감정에 시달리던 첫날 밤, 놀랍게도 이서는 오랜만에 불면증 없이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이서는 눈을 뜨자마자 하나의 문자 폭탄을 받았다. [너, 형부랑 다시 합친 거야?] [같이 살기 시작했다던데, 화해하고 다시 시작하려는 거냐고!] [왜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은 거야? 이 선생님이 말 안 해줬으면 전혀 몰랐을 뻔했잖아!][나, 너한테 가장 친한 친구 아니었어?]이서는 할 말을 잃었다. 곧바로 소희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어제 두 사람이 손잡고 있는 거 보고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화해한 거였어요? 이렇게 큰일을 저한테도 숨긴 거예요?] 결국 이서는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환 씨랑 다시 화해한 거 아니야. 괜히 오해하지 마.] 그 순간, 나나도 단톡방에 뛰어들었다. [뭐라고요? 이서 언니가 형부랑 다시 화해했다고요? 대박! 들러리 자리 하나 예약할게요!]이서는 어이가 없어졌다. ‘대체 왜 내가 한 말은 안 보고 다들 자기 멋대로 상상하는 거야?’ 이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단체 영상 통화를 시도했다. “말했잖아, 화해한 거 아니라고.” 이서는‘화해한 적 없다’는 말을 특히 강조했다.그제야 세 사람은 조용해졌는데, 잠시 후에야 하나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근데 이 선생님 말로는 두 사람이 같이 산다고 하던데? 다시 화해한 게 아니면 왜 같이 사는 거야?]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9화

    2층에서 소란을 듣고 있던 윤재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1층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와는 다르게 고이서 혼자만이 만족스럽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이서는 바로 뒤에 있던 짐가방을 든 직원들에게 자리를 내주며 말했다. “들어오세요.” 직원들이 들고 있는 쇼핑백들이 모두 명품 브랜드임을 본 성지영과 윤재하는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이서야, 그 많은 걸 대체 무슨 돈으로 산 거야?” 성지영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직원들이 짐을 다 내려놓고 나가자, 고이서는 여유롭게 말했다. “엄마, 아빠, 두 분을 위해 산 선물인데, 한번 보세요. 마음에 드실진 모르겠네요.” 성지영은 가까이 있던 쇼핑백 하나를 열어보았다. 안에는 LV 로고가 새겨진 명품 의류가 들어 있었다. 성지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이서야, 어디서 이렇게 큰돈을 구한 거야?” 고이서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윤씨 그룹의 돈으로 샀어요.” “뭐? 회사 공금을 횡령했다고?” 윤재하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이렇게 많은 걸 샀으니 금방 들키고 말 거야. 윤이서가 내일 회사에 출근하면, 바로 알아챌 거라고! 당장 환불하렴. 윤이서한테 들키면 정말 큰 일이니까!” 고이서는 소파에 편하게 앉으며 미소 지었다.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윤이서는 절대 모를 거예요. 이 돈, 다 합법적인 절차로 나온 거거든요.” 윤재하와 성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고이서는 다리를 꼬고 앉아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윤이서가 저한테 회사를 맡겼어요.” “뭐? 그게 정말이야?” 윤재하와 성지영은 깜짝 놀라며 고이서를 바라보았다. “물론 임시로 맡긴 거긴 하지만... 윤이서가 왜 저한테 회사를 맡겼는지 아세요?” 두 사람이 고개를 젓자, 고이서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오늘 윤이서가...”고이서는 오늘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성지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8화

    이서는 지환의 대답을 듣고 나서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아까 분명히 얘기했잖아요, 화해한 척 연기하는 거라고요! 지엽이도 없는 데서 굳이 연기할 필요는 없어요.”지환은 살짝 눈을 들어 이서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이서야, 아무리 토사구팽이라지만, 이렇게 빨리 쳐내는 건 좀 심하지 않아?” 더 이상 이 주제로 대화하고 싶지 않은 이서는 곧바로 소희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자료는 다 읽어봤어? 정말 심태윤이 벌인 짓이야?”“네, 자료에는 심태윤이 어떻게 가짜 증거를 만들었는지도 다 나와 있었어요. 이 증거들만 경찰에 넘기면, 심태윤은 바로 잡혀가고 말 거예요.” 이서는 소희의 말투에서 뭔가 망설임이 느껴져 물었다. “왜 그래? 혹시 심태윤이 잡혀가면 소희 씨의 양부모를 돌볼 사람이 없을까 봐 걱정돼서 그래?” 소희는 가볍게 웃었다. “언니, 저를 너무 착하게 보신 거 아니에요?”“그 사람들이 돈을 이유로 저한테 어떻게 했는지 다 아시잖아요. 그 이후로 저는 그 사람들한테 기대한 것도 없고, 미련도 없었어요. 단지 이 일이 심태윤 혼자 한 짓이 아닌 것 같아서 그래요. 분명히 배후가 있을 거라고요.” “그 배후만 찾아내도 앞으로 골치 아플 일은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심씨 가문 사람들이 이서 언니의 남편이 하 대표님이라는 걸 알게 된 후에는 더 이상 직접적으로 날 괴롭히지 않았지만, 언젠가 이서 언니와 하 대표님이 헤어진다면, 나를 몰아내려는 사람들은 다시 들고일어날 거야.’ “혹시 이미 의심 가는 사람이 있는 거야?” 이서는 소희가 말하지 않아도 그녀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냈는데, 역시 자매다운 호흡이었다. 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이 말을 다른 사람한테 하면 오해받을 수도 있겠지만, 언니한테는 말해도 될 것 같아요.”“제 생각엔... 강경숙이 관련된 것 같아요.” “강경숙?”“제가 심씨 가문에 돌아온 이후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이 강경숙과 심유인이잖아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7화

    “적어도 내가 다른 사람을 찾기 전까지는 그렇게 할게.” “지엽아...” “그런 표정 짓지 마.” 지엽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그러면 내가 또 희망을 품을 것 같잖아.” 이서는 입술을 꾹 다물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보다 내가 먼저 가도 될까?” 이서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줘. 내 마지막 소원이야.”지엽의 진지한 눈빛에 이서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해.” 지엽은 잠시 이서를 바라보더니, 이서의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기억에 새기듯 눈에 담은 후, 미소를 짓고 조용히 돌아섰다. ...한편, 고택 입구에서는 소희와 지환이 두 사람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돌아온 사람은 지엽 혼자였다. 지엽이 혼자 돌아오는 모습을 본 순간, 지환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환은 한걸음에 다가가 지엽의 멱살을 움켜잡으며 거칠게 물었다. “이서는 어디 있어?” 지엽은 차분한 눈빛으로 지환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표님은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정말 부럽다니까요?” 하지만 지환은 지엽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이서는 어디 있냐고 묻잖아!” 마침 그때 이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환이 지엽을 몰아붙이고 있는 모습을 본 이서는 깜짝 놀라며 다가왔다. “하지환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서가 무사히 나오는 걸 본 지환은 그제야 손을 놓았다. “너... 괜찮아?” 이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안 괜찮을 건 없지.” 지엽은 헝클어진 옷을 매만지며 말했다. “이서야, 봤지? 저 사람이 바로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야. 널 아주 사랑하면서도 과할 정도로 집착하는 남자가 저 사람이라고.” 이서는 입술을 움직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지엽은 쓸쓸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저 남자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분명히 보여주는 게, 내가 널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6화

    차가 심씨 가문의 고택에 다다르자, 이서는 가장 먼저 지엽을 발견했다.지엽 역시 차에서 내리는 지환을 보고 얼굴이 굳어 버렸는데, 특히 이서가 자연스레 지환의 팔짱을 낀 순간, 지엽의 눈썹이 몇 번이나 심하게 떨렸다. “두 사람...” 지엽이 무언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고택의 대문이 열리며 소희가 나왔다. “오셨네요!” 몇 초 후, 두 사람이 팔짱을 낀 모습을 본 소희는 깜짝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두 분... 화해하신 거예요?” 이서는 지엽의 반응을 슬쩍 살피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렇게 됐어.” 더 이상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었다. 지엽이 떠난 뒤에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소희는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하나 언니는 아직 모르죠? 지금 바로 알려줘야겠어요!” 이서는 다급하게 소희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으며 말했다. “잠깐만! 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 먼저 소희 씨 얘기부터 하자. 지엽아, 얼른 조사한 결과부터 소희 씨한테 보여줘.” 지엽은 여전히 이서와 지환이 함께 있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고, 이서가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소희에게 조사 결과를 건넸다. “소희 씨에게 누명을 씌운 건 심태윤이었어요. 소희 씨가 여태 친동생인 줄 알았던 그 사람이요.” 지엽은 여전히 이서와 지환 쪽에 신경이 쏠려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그 안에 다 적혀 있으니까 잘 읽어보면 돼요...” 지엽이 고개를 돌려 이서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서야, 잠깐 나랑 따로 얘기할 수 있을까?” 그 순간,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이서는 지환을 한 번 바라보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서가 지환의 팔에서 손을 빼내려 하자, 지환은 더욱 강하게 이서의 손을 잡았다. 이서는 당황한 표정으로 지환을 올려다보며 눈빛으로 놓아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 대표님, 제가 이서랑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면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5화

    이서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정말... 같이 먹고, 같이 잔다고요?”지환은 그 말에 이서의 마음이 바뀌었다는 걸 눈치채고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지만, 일부러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응, 어쩔 수 없잖아. 어둠의 호리병을 반으로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이서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당분간은 같이 지내야겠어요.” 지환의 미소는 더 깊어졌는데, 그 미소가 사라지기도 전에 이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하도훈은 언제 처리할 수 있어요? 설마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 아니죠?” 지환은 깊은숨을 내쉬며 대답했다.“어둠의 호리병이 다크 웹의 1위와 2위의 위치만 알아낸다면, 하도훈과 정면 승부를 가릴 수 있을 텐데 말이지...”“어둠의 호리병은 그 둘의 위치를 모르는 거예요?” “그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어둠의 호리병도 순위에 올라 있는 킬러일 뿐, 그 사람들과 친구는 아니거든.” “단서도 전혀 없어요?” 지환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실망하게 해서 미안하지만, 지금은 없어.” 이서는 실망이라기보다는 하도훈이라는 골칫거리를 빨리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럼, 우린 이제 어디로 가요?” “회사로.” 고개를 끄덕인 이서는 더 이상 묻지 않았고, 두 사람이 탄 차는 윤씨 그룹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이서는 지엽의 전화를 받았다. “소희 씨에 대한 일은 어느 정도 해결된 거야?”이서는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얼른 가서 소희 씨한테 알려줘. 분명히 엄청나게 기뻐할 거야.” 수화기 너머의 지엽은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말했다.[이서야, 난 소희 씨랑 이제 막 알게 된 사이라 조금 어색한데, 네가 같이 가주면 안 될까?] 이서는 곁눈으로 지환을 한 번 바라보며 생각하다가 말했다. “알았어.” 그 순간, 이서를 태우고 있던 지환은 잠시 핸들을 놓칠 뻔했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4화

    “고이서를 바로 내쫓으면 분명 편하긴 하겠죠. 하지만 내 손에 있는 윤씨 그룹의 자산 중 일부는 원래 윤씨 가문의 것이었어요.”“그 인간들의 만행이 제대로 폭로되지 않으면, 과거 윤씨 그룹에 몸담았던 몇몇 내부 인사들은 고이서와 손을 잡고 말 거예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반드시 그 인간들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지 모두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일부러 고이서를 회사의 대표 자리에 앉힌 거야? 그 여자가 빨리 본색을 드러내도록 하려고?” “네.”짧게 대답한 이서는 무심코 거울 속 자신을 보았고, 활짝 웃고 있는 자기 모습에 잠시 멍해졌다. ‘하지환 씨 앞에 서면 점점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는데, 이서에게 더 난감한 것은 지환이 자신의 정체를 속였던 일조차 잊고 있다는 점이었다. ...“왜 내려오라고 한 거예요?”아래층으로 내려온 이서는 지환의 차에 올랐다. “하도훈이 이렇게 오랫동안 잠적한 이유가 뭔지 알아?”“자식을 만드느라 바쁜 거겠죠.” “맞아.”“그동안 꽤 많은 여자를 만났고, 그중 한 여자가 진짜로 임신했다더라.” 이서의 얼굴에 미묘한 변화가 스쳤다. “그럼 이제 하도훈이 다시 우리한테 신경 쓸 여유가 생겼다는 거네요?” 지환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 없이 이서를 바라보았다. 이서는 지환의 표정을 보고 의아하게 물었다. “그 표정은 또 뭐예요? 설마... 예전에 내가 하도훈한테 여자를 붙여보라고 했던 그 작전을...” 지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그 임신했다는 여자, 하지환 씨가 보낸 사람이에요?” “아니었으면 한 번에 임신했을 리가 없잖아.” 이서는 입을 살짝 벌리고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그럼 그 아이는 하도훈의 아이가 아닌 거예요?” 지환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고, 이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도훈은 그 사실을 알면 미쳐버릴 거예요.” “미치면 더 좋지 않아?” 지환은 담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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