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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Author: 시해나

제1화

윤이서는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 상대는 그녀가 8년 넘게 사랑을 했던 약혼자인 하은철이 아닌 만난 지 5분도 안 된, 기본적인 정보만 대충 아는 남자였다.

“후회되시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사무소 대기실에서 남자는 조금 귀찮다는 눈빛으로 윤이서를 흘겨보았다.

윤이서는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며 머릿속은 하은철의 차갑고 매정한 얼굴이 떠올랐다.

3일전, 줄곧 윤이서를 피했던 하은철이 직접 그녀를 저녁식사에 초대를 했고, 전화를 받은 그녀는 순간 지난 8년간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정성껏 꾸미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하지만 약속장소에서 도착해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하은철뿐만이 아니라 그와 손을 깍지를 낀 채 휠체어에 앉아 달콤한 미소를 짓고 있는 윤수정도 함께 있었다.

--그녀의 사촌 여동생!

그녀가 아직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르고 있을 때, 하은철은 갑자기 폭탄발언을 했다.

“네 신장을 수정이에게 주면 너와 결혼할게.”

윤이서는 벼락을 맞은 듯 그 자리에 몸이 굳어지며 믿을 수 없단 듯이 하은철을 바라보았다.

맞은편 남자의 눈빛은 시종 차갑고 증오로 가득 찼다. 마치 자신을 8년 동안 정성껏 뒷바라지 한 약혼녀가 아닌 아버지를 죽인 원수라도 보는 것 같았다.

그녀는 마치 갈 곳을 잃어 절벽에서 추락하는 것 같았다.

하은철과 어릴 때 약혼한 사이였고, 16살 되던 해 귀국한 후, 하은철을 걷잡을 수 없이 사랑하게 되었다.

이 8년 동안 그를 뒷바라지 하기 위해 그녀는 빨래와 밥하는 것을 배웠고, 또 그에게 걸맞는 아내가 되기 위해 피아노, 그림 등을 배웠으며 심지어 그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오직 그가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 그녀와 결혼해주기 꿈꾸며.

그러나 현실은 그녀에게 매몰찼다. 하은철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촌 여동생을 사랑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의 애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전혀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결혼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그녀가 얼마나 그의 아내가 되고 싶어 하는지 뻔히 알면서도 거래로 그녀의 소원을 ‘이루어주기로’ 했다.

이것은 완전히 모욕이었다!

가슴 가득한 사랑은 이 순간, 한으로 변했다!

그녀는 그들을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를 지킬 능력조차 없었다.

그날 밤, 하은철의 뼈에 스며들 정도로 차가운 말이 그녀의 귓가에 맴돌았다.

“난 지금 너랑 거래를 하려는 게 아니야. 통보를 하는 거지. 네가 동의하지 않으면, 나는 네가 하씨 집안 사모님 자리도 얻지 못하게 할 수 있어.”

윤이서는 주먹을 불끈 쥐고 차가운 의자를 꽉 잡았다.

비록 이 일은 이미 3일이나 지났지만, 매번 생각할 때마다 그녀는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절망을 느꼈다.

그녀는 하은철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북성 제일의 가문의 상속인으로서, 그의 권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고,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엄청 많았다.

만약 하씨 집안 어르신의 체면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는 아예 결혼으로 교환하려 하지 않고 직접 그녀를 수술대로 납치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반드시 사람을 찾아 결혼해서 하은철의 계획을 망쳐야 했다.

윤이서는 침을 삼키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럴 일 없어요.”

말이 끝나자, 그녀는 고개를 들어 옆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눈앞의 남자는 하지환이라, 하은철과 성이 같다.

그녀는 혼인 상담소에서 준 자료를 보았는데, 그는 하씨 집안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고, 단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유일한 관련은 바로 그가 일하는 회사가 HS 그룹 산하의 회사란 것이다.

그러나 출신이 무척 평범해 보이는 이 남자는, 사람을 홀딱 반하게 할 수 있는 얼굴, 늘씬한 몸매, 넓은 어깨를 가지고 있어 한 치의 결점도 골라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윤이서는 그를 처음 보았을 때 그가 어느 상장 회사의 CEO인 줄 알았다.

“윤이서 씨.”

소녀의 너무나도 간절한 눈빛에 하지환은 입가를 살짝 올리며 사악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는 사람의 마음을 간지럽게 만들었다.

윤이서는 문득 정신을 차리더니 어색하게 머리카락을 정리하여 빨갛게 달아오른 볼을 가렸다.

하지환은 그녀의 동작을 쳐다보며 보일락 말락 눈웃음을 지었다.

“우리 사이의 약속을 기억하나요?”

“네…….”

윤이서는 하지환의 눈빛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결혼은 3년을 기한으로, 결혼 후, 서로의 사생활을 간섭할 수 없고, 상대방을 사랑할 수 없으며 만약 그중 한 사람이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면 즉시 혼약을 중지한다.”

하지환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윤이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갑자기 이걸 묻는 거예요?”

하지환은 한적하게 손가락을 비비며 고개를 살짝 숙이고 눈꼬리의 검붉은 점을 드러냈다.

“윤이서 씨가 나를 사랑할까 봐 그래요.”

윤이서는 한순간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숨을 여러 번 깊게 들이마신 후, 처량하게 웃었다.

“안심해요, 난 남자를 좋아하지 않아요!”

앞으로 그녀는 다시는 그 어떤 사람도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한 번 다친 걸로 충분했으니까!

하지환은 눈썹을 치켜올렸고 칠흑 같은 눈동자는 마치 검은 물감을 엎은 것처럼 새까맸다. 잠시 후 그는 흡족해하며 턱을 들어 올렸다.

“그럼 됐어요, 가죠.”

화제의 전환이 너무 빨라서 윤이서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들이 혼인 신고를 올릴 차례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일어나다가 막 신고를 마치고 눈가에 웃음기를 띤 채 지나가는 한 쌍의 신혼부부를 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그녀는 자신과 하은철이 혼인신고 하는 장면을 상상한 적이 한두 번 아니었다.

심지어 하지환을 만나러 가는 길에도 그녀는 결혼을 할까 말까 망설였다.

그러나 카페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하은철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에서 하은철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물었다.

“언제 병원에 와서 사인할 거야?”

이 말을 들은 윤이서는 자신이 조금도 화가 나지 않고 심지어 좀 웃고 싶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은철은 무슨 근거로 자신이 그와 결혼해서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일까?

그녀는 순간 망설임이 사라지고 오히려 하지환과 결혼할 생각을 더욱 굳혔다.

“왜 그래요?”

하지환의 목소리는 윤이서를 기억에서 끌어냈다.

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지만, 눈빛은 무척 맑았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앞으로 그녀는 하은철과 더 이상 엮이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자, 그녀는 뜻밖에도 무거운 짐을 벗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환은 눈앞에 있는 소녀에게 걱정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나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아내가 필요했다.

그리고 혼인 상담소는 마침 그에게 윤이서를 소개해 주었다.

그들은 단번에 동의를 했고, 모두 미래에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 대해서도 물어볼 필요가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30분 후에 두 사람은 혼인 신고를 마쳤다.

이를 보고 윤이서는 신장의 위치를 누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결혼만 하면 하은철은 결혼을 조건으로 그녀에게 신장을 바꾸도록 강요할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잠시 안전해진 셈이다.

하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니 윤이서는 긴 속눈썹을 드리웠다.

결혼에 관해서 그녀는 아직 부모님을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그리고 여태껏 부모님은 그녀가 하은철과 결혼하기를 바랐다.

특히 윤씨네 집안에 갑자기 변고가 생겨 북성 4대 가문 중 하나에서 무명의 삼류 가문이 된 후, 이 소원은 더욱 강렬해졌고, 온종일 그녀가 하은철에게 시집가면 윤씨 집안은 다시 4대 가문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부모님이 그녀가 일반인을 찾아서 이렇게 쉽게 시집갔다는 것을 알았다면 틀림없이 화가 날 것이다.

“다음은 윤이서 씨 부모님을 찾아뵈어야겠네요.”

하지환은 결혼 합의서를 주머니에 넣은 다음, 손목을 들어 흰 셔츠 아래에 숨겨진 금 시계를 드러냈다.

가짜 결혼이지만 그래도 인사는 해야 했다.

윤이서는 깜짝 놀랐다.

“지, 지금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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