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자의 배신으로 모든 걸 잃은 그녀는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남자의 문을 두드렸다. 단지 복수를 위한 하룻밤이었지만 그는 이미 그녀를 노리고 있었다. 윤하경은 경성 상류층에서 빼어난 미모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순진한 헌신 때문에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았다. 약혼자의 배신 이후 그녀는 더 큰 조롱거리가 되었지만 뜻밖에도 최상위 계층의 한 남자 그녀를 붙잡았다. 그는 하룻밤으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차갑고 단호한 태도로 그녀를 지배하며 그녀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매일 밤 이어지는 그의 집착은 그녀를 점점 더 궁지로 몰아갔고 벗어나려 할수록 더 깊게 얽혔다. 이것은 단순한 복수도, 순간의 방황도 아니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지며 그녀는 그의 숨겨진 진심과 맞닥뜨려야 했다. 이제 그녀는 선택해야 한다. 그의 집착에 휘말려 그의 세계에 갇힐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것을 걸고 벗어날 것인지...
Lihat lebih banyak그 말을 남기고 강현우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윤하연은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하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고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힘껏 바닥에 내던졌다.“왜! 왜 전부 다 나한테 이러는 거야!”그녀의 눈동자에는 독기 어린 분노가 서렸다.“윤하경, 너 두고 보자!”윤하경은 윤하연이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도 모른 채 방으로 돌아가 다시 일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가장 큰 문제였던 윤씨 그룹 문제도 해결되었고 임수연과 윤수철을 감옥으로 보낼 계획도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렇기에 그녀의 기분은 무척이나 상쾌했다.그렇게 한밤중까지 일을 하다 드디어 잠들 준비를 하려는데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는 낯선 번호가 떠 있었다. 처음에는 받지 않으려 했지만 상대가 끊지 않고 계속 걸어오자 결국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윤하경 씨?”익숙한 목소리였다.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금세 상대가 누구인지 떠올렸다.“우지원 씨?”“어? 제 목소리 기억하시네요.”우지원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지금 당장 내려오시죠.”윤하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방 안에 놓인 탁상시계를 보니 벌써 밤 12시였다.“지금 어디 계시는데요?”“집 밖으로 나가시면 바로 보일 겁니다.”그녀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우지원이 덧붙였다.“사실... 도와주셨으면 해서요. 강현우 대표님과 관련된 일입니다.”강현우의 이름을 듣자 윤하경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자신이 망설이고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강현우와 이렇게 얽힌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그에 대해선 항상 거부할 수가 없었다. 특히, 오늘 그가 엄청난 도움을 준 걸 생각하면 차마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10분만 기다려 주세요.”전화를 끊은 윤하경은 옷장에서 검은색 롱 원피스를 꺼내 입고 급히 밖으로 나갔다.예상대로 저택 문 앞에는 검은색 벤츠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운전석 창문이 내려가더니 우지원이 고개를 내밀었다.“빨리 타세요.”윤하경은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우지원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의 얼굴에는
임수연은 깜짝 놀라며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윤하경을 붙잡았다. “하경아, 갑자기 왜 이러니? 가족끼리 대화하는 건데 왜 이렇게 심각하게 만들어?” 그녀는 한숨을 쉬며 부드럽게 말하는 척하면서도 윤하경을 식탁으로 되돌려 앉히려 했다. “맞아.” 윤하연도 억지웃음을 지으며 맞장구쳤지만 속으로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아빠가 내가 아직도 구지호랑 엮여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땐 진짜 끝장이야.’ 윤하경은 가볍게 혀를 차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줌마, 그렇게 나오시면 곤란하죠. 제가 혹시 착각한 거라면 괜히 하연이를 오해하는 꼴이 되잖아요? 저도 억울한 누명 씌우고 싶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직접 확인해 보자는 거예요.” 그녀는 임수연의 손을 가볍게 토닥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만약 제 착각이었다면 제가 하연이한테 정중히 사과해야죠.” 임수연은 속으로 욕이 나올 것 같았다. 살면서 이렇게 끈질긴 상대는 처음이었다. 아무리 몰아가려고 해도 윤하경은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윤하경이 거실로 향하려 하자 윤하연이 들고 있던 젓가락이 식탁에 떨어졌다.“쨍그랑!” 그 소리에 윤수철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윤하연의 경직된 얼굴을 보자 더 이상 확인할 필요도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윤하경이 아직 문에 다다르지도 않았는데 식탁을 세게 치는 소리가 들렸다. “쾅!” 윤하경은 흥미롭다는 듯 살짝 고개를 돌려 보았다. 윤수철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됐어. 다들 조용히 해.” 그의 목소리에는 노골적인 분노가 서려 있었다. 윤하경은 팔짱을 끼고 여유롭게 서 있었고 윤수철은 윤하연을 노려보았다. “너, 내 서재로 따라와.” 그 말을 남기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윤하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러다 계단을 오르기 전, 일부러 윤하경 앞에 멈춰 서서 낮게 속삭였다. “이제 됐어? 만족하냐고.” 윤하경은 어깨를 으쓱하며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었다. “나? 난 아무
“하...” 임수연은 이를 살짝 깨물며 속이 상한 듯한 표정을 지었고 눈빛에는 억울함과 불만이 가득했다. 그러다 이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한편, 윤하경은 방 안의 책상에 앉아 백정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회사 인사 자료랑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자료 보내줘요.]백정연의 답장은 빠르게 도착했고 메시지에는 연달아 놀란 이모티콘이 찍혀 있었다. [하경아, 드디어 회사에 나올 생각이야?] [월요일에 깜짝선물 하나 줄게요.] 그녀는 자세한 내용을 말하지 않았지만 백정연이라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터였다. 현재 한빛 그룹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백정연뿐이었으니 굳이 감출 필요도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정연이 요청한 자료를 모두 보내왔다. 윤하경은 언제나 일에 있어서 만큼은 철저한 성격이었다. 비록 지금까지 한빛 그룹의 경영에 깊이 관여한 적은 없지만 사업의 기본 원리는 어디서든 통하는 법. 그녀는 이미 자신의 작은 회사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니 자료를 분석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회사로 들어가기 전에 현재 한빛 그룹의 내부 상황을 확실히 파악해 두는 게 우선이었다. 백정연은 꼼꼼한 성격답게 단순히 자료만 보낸 게 아니라 각 인물들이 속한 계파까지 정리해 둔 덕분에 윤하경은 많은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그렇게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되어 있었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유 집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경 씨, 저녁 드세요.” “네.” 그녀는 목을 돌려 굳어 있던 근육을 풀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탁에는 이미 세 사람이 앉아 있었고 윤수철은 벌써 식사를 시작한 상태였다. 그녀가 내려오자 임수연이 눈을 들어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하경아, 오후 내내 방에서 쉬었으니 이제 좀 개운하겠네?” 윤하경은 피곤하다는 듯 눈을 굴리며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조용히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임수연은 그런 그녀의
이 장면을 목격하고 나니 윤하경도 조금은 어색해졌다. 하지만 법적으로 부부인 두 사람이니 딱히 이상할 것도 없었다. 보아하니 오늘 윤수철의 기분이 아주 좋은 모양이었다. 윤하경은 가볍게 눈썹을 올리며 씩 웃었다. “월요일에 한빛 그룹에서 날 보면 그래도 저렇게 웃을 수 있을까?“ 그녀는 속으로 비웃으며 조용히 눈을 내리깔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문을 쿵 하고 세게 닫아버렸다. 너무 강하게 닫힌 탓에, 아마 아래층에서도 들릴 정도였다. 서재 안에서 몸을 움직이던 윤수철은 순간 움찔하며 멈췄고 표정이 살짝 찌푸려졌다. 하지만 임수연은 방금 문을 닫고 들어간 사람이 윤하경이라는 걸 알면서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윤수철의 목에 매달려 애교를 부렸다. “여보, 이제 한빛 그룹 문제도 해결됐으니 전에 약속한 거 지켜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약속?“ 윤수철은 순간 무슨 말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 듯했고 흥이 다 식은 듯한 얼굴로 하나씩 옷을 주워 입기 시작했다. 그러자 임수연은 입술을 삐죽이며 그의 손을 다시 붙잡고 옷을 벗기려 들었다. “그거요! 전에 말씀하셨잖아요, 그 집을 하경이 명의로 넘기고 하연이한테는 새집을 사주겠다고요. 하경이는 이미 집이 있는데 하연이는 없잖아요. 그렇게 불공평하면 안 되죠?“ 그녀는 마치 윤하연이가 윤하경과 같은 걸 가지지 못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이라도 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연기를 윤수철은 너무나도 잘 먹혔다. 그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동안 너랑 하연이 고생 많았지.” 임수연은 곧바로 밝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목에 달라붙어 뽀뽀를 퍼부었다. “그럼 집 사주는 거 맞죠?“ “그래, 사줄게.” 그 말이 떨어지자, 임수연은 입꼬리를 더욱 올리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녀는 윤수철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리며 조금 더 욕심을 부렸다. “그리고 말이에요, 하연이가 지금 그 자리에서 일한 지도 꽤 오래됐잖아요? 슬슬 자리 좀
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며 문이 열렸다. 강현우는 조용히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고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기현수는 한층 더 차가워진 강현우의 눈빛을 보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바로 눈치챘다. “대표님, 이번에도 강현석 놈 그냥 두실 겁니까? 매번 그냥 놔두시니까 점점 더 대담해지잖아요. 이렇게 가다간 앞으로 더 많은 문제가 생길 겁니다.” 강현우는 말없이 손목시계를 한 번 확인하고는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마.” 기현수는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의 눈길이 자연스럽게 강현우의 손으로 향했고 그러자 방금 전까지 몰랐던 상처가 눈에 띄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손등에 남은 자국이 점점 더 부어올라 상당히 아파 보였다. “대표님, 괜찮으세요? 누가 물었어요?” 그러자 강현우는 피식 웃으며 짧게 답했다. “작은 들고양이.” “근데 이거, 고양이한테 물린 흔적 같진 않은데요? 보통 야생 고양이에게 물리면 더 날카롭고 흐트러진 상처가 남을 텐데...”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현우가 무심하게 그를 흘겨보았다. 기현수는 그제야 깨닫고 급히 태도를 바꿔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확실히... 들고양이의 흔적이네요.” 그때,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강현우는 더 이상 불필요한 대화를 하지 않은 채 앞으로 걸어 나갔다. “사람 왔어?” 기현수는 재빨리 표정을 정리하고 보고했다. “오는 중이라고 합니다. 곧 도착할 거라고 하네요.” 말이 끝나자마자 기현수의 휴대폰이 울렸다. 기현수는 전화를 받으며 평소처럼 여유로운 표정을 유지했지만 통화 내용이 들려오는 순간 그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다. 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예상대로 기현수가 곧바로 보고했다. “대표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는 전화를 끊고 말을 이었다. “주한석 대표님을 모셔 오던 우리 사람들이 연락이 왔는데 상대 쪽에서
기현수는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문 앞에 서 있었다. 윤하경은 누군가 들어오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강현우의 팔을 놓았다. 기현수는 괜히 강현우가 윤하경에게 물려 다치는 건 아닌가 걱정될 정도였다. 그는 앞으로 나와 계약서를 강현우 앞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대표님, 원하셨던 계약입니다. 이미 모든 서명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래.” 하지만 윤하경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이 사람이 아까 윤수철과 계약을 맺은 사람이라고?’ 순간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춰지듯 이해가 되더니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강현우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강현우는 그녀를 무시한 채, 기현수를 향해 말했다. “남은 일은 신경 쓰지 마.” “네.” 기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면서도 슬쩍 윤하경을 몇 번이나 힐끗 보았다. 속으로 그녀의 대담함에 감탄하며 동시에 그녀의 운도 새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제껏 강현우 앞에서 이렇게 제멋대로 굴고도 멀쩡히 살아남은 여자는 없었다. 그의 시선을 느낀 강현우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앉아서 차라도 한잔할래?” 그제야 기현수는 자신이 너무 오래 서 있었음을 깨닫고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회사 일이 많아서 이만...!” 그러고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방을 빠져나갔다. 문을 나선 후, 그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하아...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윤하경은 계약서를 한 번 보고 강현우를 한 번 보고 아직도 멍한 상태였다. 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일을 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동안 정적이 흐른 후, 강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갖고 싶다면서? 안 볼 거야?” 그제야 윤하경은 정신을 차리고 계약서를 들여다보았다. 내용을 확인한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강현우가 한빛 그룹의 40% 지분을 그것도 아주 공정한 가격에 매입했다. 이 정도면 한빛 그룹의 위기를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너무 잘해서 문제지.’“아까 볼일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얼른 가요.” 이대로 더 얘기했다간, 오늘 안에 이 방을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강현우는 낮게 웃었지만 별다른 말 없이 그대로 문을 나섰다. 30분 후 강현우는 그녀를 데리고 한 고풍스러운 찻집에 도착했다. 찻집은 언뜻 보기에는 소박한 느낌이었지만 조금만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 봐도 평범한 곳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곳 인테리어에는 상당한 정성이 들어간 듯했다. 겉과 속 모두 세속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난, 묘한 고요함이 감돌았다. 윤하경은 옆에 서 있는 강현우를 슬쩍 바라보았다.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나?’ 그녀가 궁금한 듯 쳐다보았지만 강현우는 그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앞장서 걸었다. “가자.” 그는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들어갔고 한 프라이빗 룸 앞에서 멈춰, 그녀에게 자리를 권했다. “설마, 저를 여기 데려온 게 그냥 차 마시자고요?” 윤하경은 예상외의 장소에 다소 놀랐다. 강현우는 그녀를 힐끗 보더니 살짝 짜증 섞인 눈빛을 보냈다. 그녀는 곧바로 입을 다물고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그가 차를 우려내려는 순간 옆방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수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안심하세요. 한빛 그룹만 다시 숨통이 트이면 대표님이 보유한 주식은 엄청나게 상승할 겁니다. 그냥 앉아서 돈을 받기만 하면 됩니다.” 윤하경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려 옆방을 바라보았다. 며칠 전, 윤수철이 집에서 한빛 그룹을 살려줄 사람을 만나러 간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주식을 파는 거였나? 그녀의 속에서 울컥 화가 치밀어 올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옆방으로 향하려 했다. 그러나 막 일어서려는 순간 강현우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고 그녀는 중심을 잃고 그만 그의 품으로 그대로 떨어졌다. 윤하경을 내려다보는 강현우의 입꼬리가 느슨하게 올라갔다. “뭐가 그렇게 급한데?” 윤하경은 이를 악물며 몸을 빼내려 했지만
윤하경은 속으로 중얼거렸다.‘이 남자, 정말 모시기 어렵다.’처음부터 강현우가 이렇게 까다로운 사람이란 걸 알았다면 그의 호텔 방 문을 두드리는 일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었다. 윤하경은 속으로 깊이 한숨을 내쉬며 강현우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애써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아니요, 현우 씨께서 워낙 바쁘시다 보니 제가 괜히 쓸데없는 생각을 한 거죠.”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강현우는 더 이상 딴지를 걸지 않았다. 강현우는 마침내 그녀를 놓아주고 침대에서 내려가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그때야 윤하경은 그의 등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의 등에 남은 상처를 보고 그녀는 순간적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건 좀 심한데?’ 이제껏 정신이 없어서 미처 보지 못했지만 지금 자세히 보니 그의 등은 상처투성이였고 거의 참혹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윤하경은 무심결에 손을 뻗어 그의 등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이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윤하경의 질문에 셔츠를 걸치려던 강현우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 눈빛이 어딘가 위압적이었다. 순간, 윤하경은 본능적으로 손을 거둬들이며 속으로 자신을 책망했다. ‘아차... 내가 괜한 걸 물었나?’ 하지만 강현우는 갑자기 몸을 숙이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가볍게 두드렸다. “내 걱정은 안 해도 돼.” 그의 목소리는 낮고 나른했다. “그리고 다음엔 이런 질문하지 마.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면 해.” 그 말을 남긴 채, 그는 욕실로 사라졌고 곧 샤워기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윤하경은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너무 경솔했고 이런 남자는 동정받는 걸 싫어하며 설령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어도 그는 그것조차도 거부할 것이다. 자존심과 자부심이 그걸 용납하지 않겠지. 그럼 이 상처는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걸까? 그녀는 의문을 품
윤하경은 아직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로 배경빈의 다소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경 씨, 강현우 씨가 데려갔다고 들었어요. 괜찮아요?” 윤하경은 입을 열어 ‘괜찮다’라고 대답하려 했지만 그 순간, 강현우가 마치 장난이라도 치듯, 그것도 전보다 훨씬 더 강한 힘으로 이미 멈췄던 동작을 다시 시작했다.“아!” 그녀는 순간적으로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리고 놀란 시선으로 강현우를 노려보자, 그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윤하경은 분노에 찬 눈빛을 보냈지만 그런 반응마저도 강현우는 꽤 즐기는 듯했다. 그는 오히려 더 거칠어졌고 윤하경은 이를 악물고 겨우 참아냈지만 전화기 너머의 배경빈은 이미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듯했다. “하경 씨, 정말 괜찮아요?” 윤하경은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괜찮아요.” 그리고 아무렇게나 핑계를 댔다. “방금 실수로 발을 삐끗해서요.” ‘제발, 이 서투른 변명이 통하기를. 제발, 배경빈이 더 이상 물어보지 말기를.’그녀는 속으로 필사적으로 기도했다. “그렇군요.” 다행히도, 배경빈은 쉽게 믿는 듯했다. “하지만 강현우 씨 성격이 워낙 예측하기 어렵잖아요. 혹시라도 도움 필요하면 말하세요.” 그의 목소리는 크고 또렷했다. 당연히, 그 말을 강현우도 듣지 못할 리 없었다. 강현우는 낮게 웃었지만 그 웃음 뒤에는 어두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 윤하경은 순간적으로 강현우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아니에요, 강 대표님은 잘해 주세요. 지금은 바빠서요,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조금이라도 더 늦었으면 강현우가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랐다. 전화를 끊자마자, 강현우가 비웃듯 낮게 웃었다. “왜? 배경빈이 우리가 뭐 하고 있는지 아는 게 그렇게 두려워?” 솔직히 말하면 당연히 두려웠지만 상대가 강현우인 만큼, 그렇게 대놓고 말할 용기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경성 상류층 사람들은 윤하경이 구지호에게 목숨 걸고 매달리는 순정파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가 한밤중에 몸에 꼭 맞는 섹시한 슬립 드레스를 입고 강현우가 묵고 있는 호텔 방을 두드렸을 때, 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물었다.“구지호가 알면 어쩌려고?”윤하경은 코웃음을 치며 그의 목을 감싸안고 대담하게 입을 맞췄고 과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그의 입술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담배 향이 이상하게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경성 상류층 사람들은 강현우가 여자를 다루는 데 능숙하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다. 윤하경이 그를 선택한 이유도 분명했다.첫째, 강현우는 구지호보다 훨씬 강력한 인물이었고 구지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둘째, 강현우는 여자를 오래 곁에 두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의 곁에 머무는 여자는 길어야 한 달이다.구지호가 자신과 이복동생 윤하연과 바람이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윤하경은 주저 없이 강현우를 찾아왔다.구지호는 윤하경이 자신을 떠나지 않을 거라 믿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 믿음을 깨뜨릴 차례였다.‘나는 너 없이도 잘 살아!’강현우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 방 안으로 그녀를 끌어들였다. 문이 닫히고 그는 윤하경을 문에 밀어붙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후회하지 마.”“현우 씨, 뭐 이렇게 질질 끌어요? 진짜...”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현우는 그녀의 입술을 막으며 그대로 침대 위로 그녀를 던졌다.그 순간, 윤하경은 살짝 겁이 났다. 하지만 강현우는 이 방면에서 지나칠 정도로 능숙했고 처음의 고통을 제외하면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생각보다 좋은데?’다만 이상했던 건, 여자와의 경험이 많다고 소문난 강현우가 이 밤만큼은 마치 굶주린 늑대처럼 달려들었다는 점이었다. 두 시간 동안 사랑을 나눈 윤하경은 완전히 녹초가 되어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그녀를 바라보던 강현우는 침대 한쪽을 가리키며 물었다.“첫 경험이야?”믿지 못하겠다는 그의 말투에 윤하경은 차갑게 웃었다.“걱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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