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 - Chapter 10

40 Chapters

제1화

경성 상류층 사람들은 윤하경이 구지호에게 목숨 걸고 매달리는 순정파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가 한밤중에 몸에 꼭 맞는 섹시한 슬립 드레스를 입고 강현우가 묵고 있는 호텔 방을 두드렸을 때, 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물었다.“구지호가 알면 어쩌려고?”윤하경은 코웃음을 치며 그의 목을 감싸안고 대담하게 입을 맞췄고 과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그의 입술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담배 향이 이상하게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경성 상류층 사람들은 강현우가 여자를 다루는 데 능숙하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다. 윤하경이 그를 선택한 이유도 분명했다.첫째, 강현우는 구지호보다 훨씬 강력한 인물이었고 구지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둘째, 강현우는 여자를 오래 곁에 두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의 곁에 머무는 여자는 길어야 한 달이다.구지호가 자신과 이복동생 윤하연과 바람이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윤하경은 주저 없이 강현우를 찾아왔다.구지호는 윤하경이 자신을 떠나지 않을 거라 믿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 믿음을 깨뜨릴 차례였다.‘나는 너 없이도 잘 살아!’강현우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 방 안으로 그녀를 끌어들였다. 문이 닫히고 그는 윤하경을 문에 밀어붙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후회하지 마.”“현우 씨, 뭐 이렇게 질질 끌어요? 진짜...”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현우는 그녀의 입술을 막으며 그대로 침대 위로 그녀를 던졌다.그 순간, 윤하경은 살짝 겁이 났다. 하지만 강현우는 이 방면에서 지나칠 정도로 능숙했고 처음의 고통을 제외하면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생각보다 좋은데?’다만 이상했던 건, 여자와의 경험이 많다고 소문난 강현우가 이 밤만큼은 마치 굶주린 늑대처럼 달려들었다는 점이었다. 두 시간 동안 사랑을 나눈 윤하경은 완전히 녹초가 되어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그녀를 바라보던 강현우는 침대 한쪽을 가리키며 물었다.“첫 경험이야?”믿지 못하겠다는 그의 말투에 윤하경은 차갑게 웃었다.“걱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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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윤하경은 핸드폰을 들어 소지연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하경아, 설마 구지호랑 끝까지 간 거야? 첫 경험은 결혼할 때까지 남겨둔다고 하지 않았어?]윤하경은 피식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누가 구지호라고 했어? 다른 남자가 없을 것 같아 보여?]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소지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진짜야? 윤하경, 대단한데?”
소지연의 흥분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터져 나왔다.
“그 구지호 같은 쓰레기를 네가 차버렸다니! 역시 내 친구!”누가 봐도 구지호가 형편없는 남자라는 건 다 알고 있었다.
 윤하경도 예전에 그에게 푹 빠졌지만 이제 와 돌이켜 보면 그를 믿고 사랑했던 자신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그래. 내가 구지호를 찼어. 그렇게 소문내줘.”
윤하경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구지호는 체면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사람이었기에 윤하경은 그를 망신 주고 싶었다.“근데 그 남자는 누구야?” 
윤하경은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며 답했다.
“옷 갈아입고 회사에서 얘기하자.”
“알았어. 그런데 오늘 중요한 고객 만나는 날이니까 빨리 와.”전화를 끊고 호텔을 나선 윤하경은 문득 한 가지를 깨달았다.
 어젯밤, 그녀는 차를 가져오지 않고 택시를 타고 왔었다.
 시계를 보니 이 시간에 택시를 잡기에는 시간이 빠듯했다.난감해하며 고민하던 순간, 익숙한 검은색 차 한 대가 그녀 앞에 멈췄다.
 천천히 내려가는 창문 너머로 강현우가 보였고 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차 안 가져왔어?”
윤하경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현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그럼 택시를 부르면 되겠네. 난 먼저 간다. 잘 있어.”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차를 몰고 떠났다.“뭐야, 진짜?”
윤하경은 멀어져가는 차를 보며 혀를 찼다.
 그리고 발치에 있던 돌멩이를 발로 세게 차며 혼잣말했다.
“남자는 다 똑같아. 할 일 끝나면 모른 척.”윤하경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가 예상치 못했던 건,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구지호와 윤하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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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구지호는 쓰러질 듯한 윤하연을 서둘러 부축했다. 
윤하경은 꼴도 보기 싫어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거실을 빠져나오려는 순간 윤수철이 소리를 질렀다.
“윤하경! 당장 돌아와! 그 남자는 대체 누구야?!”‘역시. 우리 아버지는 늘 내 잘못만 본다니까.’윤하경은 쓴웃음을 지었다.
 구지호와 윤하연이 서로 껴안고 있는 걸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을 땐 마치 귀머거리가 된 사람처럼 들은 척도 하지 않더니.
하지만 윤하경은 이제 그러려니 했다. 5년 전, 계모와 윤하연이 이 집에 들어온 후에 이곳은 그녀에게 더 이상 ‘집’이라는 존재가 아니었다.
 다만 엄마의 물건들이 이 사람들 손에서 망가질까 봐 참으며 머물고 있었을 뿐이었다.회사의 문을 열고 들어선 윤하경은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가 책상에 서류를 올려놓을 때쯤, 소지연이 다가왔다.
“하경아, 상대 회사 사람들이 왔어. 게다가 대표님이 직접! 우리 이번 프로젝트 진짜 중요한가 봐.”
소지연은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특히 네가 직접 만나길 원한대. 잘해봐! 내가 다음 달 유럽 여행 갈 수 있을지는 네 손에 달렸어!”윤하경은 자신감 있게 회의실로 들어갔지만 문을 열고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본 순간, 잠시 발이 멈칫했다.
 그곳에 강현우가 앉아 있었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윤 대표님, 소문으로만 듣던 분을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마치 어젯밤의 일이 전혀 없었던 사람처럼, 냉정한 태도였다.윤하경은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차분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강 대표님께서 직접 와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간단한 인사를 마친 뒤 그녀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번 프로젝트는 ‘자연’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 테마를 통해 귀사의 제품이 경쟁사와 차별화될 수 있는 요소를 부각할 계획입니다.”윤하경은 프레젠테이션에 집중했다. 일에 몰두한 그녀의 표정은 더욱 진지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화려한 이목구비에 눈가의 붉은 점은 그녀를 더욱 매혹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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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택시 안에서 윤하경은 거울을 꺼내 립스틱을 덧발랐다. 그러자 창백한 얼굴이 조금은 생기를 되찾았다.
30분쯤 지나, 택시는 화려한 불빛으로 빛나는 클럽 ‘옥타곤’ 앞에 멈췄다.
 하이힐을 신고 안으로 룸에 들어서자 안에는 남녀가 뒤섞여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며 떠들고 있었다.
방 안 공기는 담배 연기, 술 냄새, 그리고 강한 향수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찌를 정도였다.
 윤하경은 손으로 코를 가리며 가볍게 기침하고 안쪽을 둘러보며 온지우를 찾았다.하지만 온지우 대신, 그녀가 발견한 건 소파에 비틀거리며 누워 술을 마시고 있는 구지호였다.
 그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잔을 연달아 들이켰다. 윤하경은 입술을 깨물며 속으로 욕했다.
‘재수 없게.’온지우가 구지호와 짜고 자신을 여기로 불렀다는 게 뻔히 보였다.
 기분이 상한 그녀는 돌아서서 나가려 했지만 구지호가 이미 그녀를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구지호의 흐릿하던 눈빛이 윤하경을 보자마자 선명해졌고 그는 휘청거리며 다가오더니 윤하경의 손을 붙잡았다.
“하경아, 가지 마. 우리 얘기 좀 하자.”“얘기할 게 없어.”
윤하경은 차갑게 대꾸했다. 
그의 손길이 닿는 것만으로도 불쾌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구지호는 손을 놓지 않고 애원했다.
“하경아, 내 말 좀 들어봐. 나랑 윤하연은 그런 사이가 아니야. 걔가 먼저 나한테 접근한 거야.”“그만해.”
윤하경은 그의 말을 끊고 쏘아붙였다.
“책임을 여자한테 떠넘기는 게 남자라고 생각해? 윤하연이 잘못했다면 너도 똑같아. 둘 다 한심하다고.”구지호는 그녀의 날 선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는 평생 남에게 비난받아 본 적이 없었고 게다가 늘 자신을 쫓아다니던 윤하경에게 이런 말을 듣는 건 처음이었다.
 구지호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내가 이렇게 사과했으면 됐잖아. 대체 뭘 더 바라는 거야? 정말 약혼을 깨겠다는 거야?”
그는 화가 난 듯 말을 이었다.
“하경아, 네가 어떻게 나한테 매달렸는지 잊었어? 네가 그렇게 애원해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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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죄송합니다. 두 분 대화를 엿들은 건 아니에요.”
강현우는 코끝을 한번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윤하경과 구지호 사이를 지나치려 했지만 윤하경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녀는 강현우의 팔을 당기며 구지호를 향해 말했다.
“어제 내가 누구랑 있었는지 알고 싶다며? 바로 이 사람이야.”윤하경의 말에 구지호의 창백하던 얼굴이 순간 굳어졌지만 이내 흘깃 웃으며 강현우를 향해 말했다.
“강 대표님, 죄송합니다. 하경이가 잠시 감정적으로 행동한 것 같네요. 먼저 들어가서 술 한잔하시죠.”강현우는 상류층에서도 가장 손대기 어려운 인물로 통했다.
 그의 집안은 재력과 권력 모두 독보적이었고 젊은 나이에 이미 가문 기업의 실권을 쥐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농담을 건네는 사람조차 거의 없었다.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는 말없이 걸음을 옮겼고 윤하경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잠시 후회했다.‘어젯밤 함께 잤는데 이 작은 부탁도 못 들어주나?’그때 구지호가 말했다.
“하경아, 네가 나를 화나게 하고 싶어 하는 건 알겠어. 하지만 강현우를 끌어들이는 건 위험해.”그 말을 들은 강현우가 걸음을 멈췄다.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구지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구 대표님의 말은 제가 무서운 사람이라는 뜻인가요?”구지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 아니요. 그런 뜻은 아닙니다.”그가 어색하게 변명을 늘어놓으려는 순간, 강현우는 윤하경을 돌아보며 말했다.
“다 끝났으니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윤하경은 순간 당황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지금 바로 갈까요?”구지호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강현우는 평소 누군가의 일에 끼어드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런 그가 윤하경을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하다니.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 나가는 모습을 보며 구지호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 
결국 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옆 벽에 주먹을 내리쳤다.강현우는 블랙 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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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소지연은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뭐 어때? 안 되면 말지. 우리한테 고객이 그 사람 하나뿐이 아니잖아. 천천히 하면 돼.”윤하경은 한숨을 내쉬며 뒷좌석에 몸을 깊숙이 기대었다. 겉으로는 언제나 강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가끔 모든 게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엄마가 세상을 떠난 이후, 그녀는 자신을 철옹성처럼 단단히 감싸며 살아왔다. 조금이라도 약해 보이면 누군가 틈을 타 자신을 짓밟아 버릴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그녀는 언제나 전투태세를 갖춘 닭처럼,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고 평소라면 윤수철은 벌써 잠들어 있을 시간이었다.하지만 오늘 윤수철은 소파에 단정히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윤하경은 그를 못 본 척 지나치려 했지만 그의 목소리가 발걸음을 붙잡았다.“어디 갔다 온 거야? 왜 이렇게 늦었어?”윤하경은 돌아서며 쏘아붙였다.“갑자기 왜 저한테 관심을 가지세요?”엄마가 살아있던 시절, 윤수철은 괜찮은 아버지였지만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계모와 윤하연이 이 집에 들어오면서 모든 것이 변했다.부녀 관계는 하루가 다르게 악화하였고 지금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렸다.윤수철은 잠시 말문이 막힌 듯했지만 평소와 달리 화를 내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하경아, 여기 앉아봐. 할 얘기가 있어.”그의 부드러운 말투는 오랜만이라 더 의심스러웠지만 무슨 말을 꺼낼지 궁금해 얌전히 소파에 앉았다.윤수철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본론을 꺼냈다.“하경아, 우리 가문이 여기까지 오는데 쉽지 않았어. 그런데 말이다... 네 엄마가 남긴 물건 좀 나한테 줄 수 없겠니?”그 말에 윤하경의 얼굴이 단단히 굳어졌다.“그건 절대 안 돼요.” 그녀는 단호하게 외쳤다.“그건 엄마가 저에게 남긴 유일한 유산이에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드릴 수 없어요!”엄마가 남긴 건 열쇠 하나였다. 하지만 그 열쇠는 그녀가 스물네 살이 되기 전까지 열지 말라는 유언과 함께, 엄마의 가장 소중한 물건을 보관한 상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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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오늘은 윤하경의 엄마가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되는 날이었다.3년 전부터 윤수철은 이날을 완전히 잊어버렸지만 주미나는 매년 이날을 기억하며 윤하경과 함께 산소를 찾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올해는 윤하경 자신조차도 그날을 잊고 있었다.윤하경은 전화를 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고 머릿속에는 엄마가 세상을 떠나던 마지막 순간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감으며 마음을 가다듬었다.“하경아, 오늘 오후에 같이 네 엄마 산소에 가자.”주미나는 부드럽게 말했고 윤하경은 한참 고민하다가 마침내 대답했다.“네, 어머님. 같이 가요.”결국, 그녀는 주미나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다. 전화를 끊고 시계를 보니 아직 아침 8시였다. 그녀는 이른 시간이지만 회사를 들러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어섰다.회사의 상황은 최근 들어 그리 좋지 않았지만 온지우가 어제 자신이 지나쳤다는 걸 깨달았는지, 그의 집안에서 맡고 있던 사업 일부를 윤하경의 회사에 넘겼다.온지우는 농담 반, 사과 반으로 메시지를 남겼다.[하경아, 어제 일은 내가 잘못했어. 구지호가 울면서 부탁하길래 도와준 거야. 이번 건 내가 우리 아버지의 파트너들한테서 어렵게 따낸 거야. 나중에 내가 회사를 맡게 되면 광고나 기획은 전부 너한테 맡길게.]메시지에 계약서 링크까지 첨부되어 있었다.[우리 회사 직원이 곧 너희와 협의하러 갈 거야. 걱정 말고 편히 있어.]윤하경은 메시지를 읽으며 약간 고개를 젖혔다. 온지우에게 화를 내는 것도 어쩐지 의미 없게 느껴져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온지우와 윤하경은 어릴 적부터 가까운 사이였다. 두 사람은 중학교 때부터 같은 학교를 다녔고 그녀가 구지호를 얼마나 좋아했는지도 가장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온지우가 두 사람을 다시 이어보려는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다.하지만 윤하경은 사랑할 땐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지만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었다.온지우 역시 그녀의 성격을 잘 알았기에 오늘 이렇게 직접 사과하며 사업을 제안했을 것이다.온지우가 준 사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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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휴대폰 화면에는 강현우에게서 온 짧은 메시지가 떠 있었다.[시간 없어.]짧은 두 글자는 마치 그녀와의 대화를 단칼에 끊어버리는 것처럼 차갑게 느껴졌다.윤하경은 피식 웃으며 휴대폰을 내려놓았고 차에 타자마자 주미나는 밝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하경아, 조금 있다가 지호랑 데이트라도 해봐. 둘이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잖아.”그녀는 운전석에서 핸들을 잡고 있는 구지호를 흘끗 쳐다보며 차분히 대답했다.“오늘 저녁엔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요. 다음에 하죠.”구지호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 핸들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비록 그녀가 완전히 거절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때 자신을 향했던 그녀의 태도가 이렇게 달라졌다는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예전의 윤하경이라면 감히 이렇게 선을 긋지 않았을 텐데.그는 복잡한 표정을 숨긴 채 차를 몰아 구씨 저택 앞에 멈춰 섰다. 윤하경은 차에서 내리며 주미나에게 깍듯하게 인사했지만 구지호는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바람피운 주제에. 이미 끝난 사람인데 내가 왜 다시 신경 써야 하지?’그녀는 단호히 마음을 다잡고 자리를 떠났다.차 안에서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온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곧바로 연결되었고 그가 있는 곳의 소음이 전화 너머로 생생히 전해졌다.“어, 하경아! 이제 화 푼 거야?”온지우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고 윤하경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건 네가 나한테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렸지.”“뭔데? 말만 해. 네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줄게.”온지우는 이내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강현우가 오늘 밤 어디 있는지 좀 알아봐 줄래?”윤하경은 곧장 본론을 꺼냈다. 그러자 온지우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곧 웃으며 장난스럽게 물었다.“너 설마 강현우한테 관심 있는 건 아니지? 그 남자는 좀 무서운 사람이야. 며칠 전에 어떤 여자가 강현우 방에 몰래 들어갔다가, 알몸으로 호텔 밖에 던져졌다는 얘기도 들었어.”윤하경은 그의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지만 곧 태연한 목소리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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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윤하경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그러자 추성운이 혀를 차며 말했다.“어이구, 네가 구지호를 차버렸다던데 사실이야?”윤하경은 살짝 웃으며 대꾸했다.“성운 씨, 언제부터 이렇게 남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으셨죠?”사실 그녀가 이곳에 온 이유는 수다를 떨려고 온 게 아니었다. 오늘 그녀의 목표는 바로 강현우와의 계약을 따내는 것이다.수억 원 규모의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회사 운영이 한결 여유로워질 뿐 아니라 앞으로의 시장 확장에도 큰 도움이 되게 된다.온지우는 그녀의 의도를 정확히 알아채고 얼른 끼어들며 분위기를 풀었다.“성운 씨, 아까 드시기로 한 술이 아직 석 잔 남아 있는 거 기억하시죠? 제가 직접 따라드릴게요. 이쪽으로 오시죠.”온지우는 추성운을 다른 자리로 끌고 가며 윤하경에게 살짝 윙크를 날렸다. 윤하경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답한 뒤, 잔을 손에 들고 강현우가 있는 자리로 다가갔다.막 입을 열려던 순간, 강현우 옆에 앉아 있던 여자가 그의 팔에 매달리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현우 씨, 저 좀 불편한데 여기 좀 눌러주세요.”그 여자는 말하면서도 경계 어린 눈길로 윤하경을 힐끔거리더니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 것처럼 불안해하며 윤하경을 째려봤다. 이때 강현우는 그녀의 말에 나지막이 웃으며 물었다.“그래? 어디가 불편한데? 여기? 아니면 여기?”그는 말하며 그 여자의 허리 주위를 천천히 어루만졌고 그러는 동안 단 한 번도 윤하경을 쳐다보지 않았다.강현우의 태도는 윤하경에게 굴욕을 주려는 듯 보였고 여자는 그의 행동에 얼굴이 새빨개지며 숨소리가 가빠졌다.“현우 씨, 정말 나쁜 남자야.”윤하경은 입가를 살짝 씰룩이며 억지로 미소를 유지했다. 그녀도 꽤 많은 상황을 겪어 봤지만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은 여전히 낯부끄럽게 느껴졌다.살짝 얼굴이 달아오른 윤하경은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저기, 강 회장님, 사실 오늘은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계약 건으로 다시 말씀드리고 싶어서 왔어요.”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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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윤하경이 술을 마시는 모습은 금세 파티장의 관심을 끌었다. 그녀는 이전에 구지호의 기분을 신경 쓰느라 이들과 술을 마신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술잔을 드는 모습을 처음 보며 놀랐고 농담을 던졌다.“하경 씨, 오늘 정말 특별한 날인가 보네요. 이렇게 큰 판을 깔아주시다니요.”윤하경은 대꾸하기도 귀찮아했다.‘몇억 원짜리 계약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성의는 보여줘야지.’그녀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미소를 띠고 강현우를 바라봤지만 그는 미동도 없었다. 이에 윤하경은 다시 잔을 들어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큰 잔의 술을 급하게 마시다 보니 위스키가 입가에서부터 턱, 목선을 타고 흘러내리며 그녀의 쇄골과 드레스 속으로 스며들었다.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고 아무도 강현우가 그녀를 바라볼 때 목젖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몇 잔의 술이 넘어가며 윤하경의 얼굴엔 붉은 기운이 돌기 시작했지만 강현우는 여전히 멈추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옆에 앉은 여자가 빈 잔에 다시 술을 채웠다.윤하경은 멈추지 않고 이를 악물고 한 잔씩 더 마셨다. 몇 잔을 더 마셨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고 강현우는 여전히 미동도 없었다.그 순간,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모두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고 순간 윤하경은 동작을 멈췄다.문을 박차고 들어선 사람은 바로 구지호였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윤하경을 노려보며 소리쳤다.“오늘 밤 계약하러 간다더니 이런 데 와서 술 마시고 있었어? 윤하경, 넌 자존심도 없어?”술기운에 흐릿했던 윤하경의 눈빛은 단숨에 차갑게 변했고 차분히 입술을 다물었다. 막 말을 꺼내려던 찰나, 강현우가 먼저 나섰다. 그는 코웃음을 치며 윤하경을 바라보며 말했다.“하경 씨, 일단 개인 문제부터 해결하고 다시 저한테 와서 계약 이야기하시죠.”비즈니스와 관련된 말 같았지만 윤하경은 그 속에서 조롱의 뉘앙스를 읽어냈다. 그녀가 더 깊이 생각하기도 전에 강현우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큰 키와 존재감은 방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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