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51 - Chapter 60

100 Chapters

제51화

윤하경은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거의 도망치듯 계단을 내려갔다.'조금만 더 있었으면 구지호의 머리를 주먹으로 날려버릴 뻔했네.'사실, 구지호는 어릴 적만 해도 꽤 괜찮은 소년이었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며 그는 종종 그녀를 보호해 주곤 했었다.그래서였을까? 그녀는 그에게 오랫동안 헌신하며 살아왔다.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그는 점점 낯선 사람처럼 변해갔다.예전에는, 구지호가 그녀를 보호하려고 앞장서서 싸웠던 모습도 있었는데 그때의 구지호는 어디로 사라졌을까?그녀는 복도를 지나면서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올 때만 해도 화창했던 날씨가어느새 검은 구름으로 뒤덮이고 있었다.그녀는 피식 웃었다.“하늘도 변덕스럽지만 사람 마음도 그에 못지않게 변덕스럽지.”거실에 내려오니,주미나가 미리 준비한 과일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주미나는 환한 미소를 띠며윤하경을 다정하게 소파로 이끌었다.“하경아, 네가 마침 잘 왔어. 우리 오늘 예식장에서 입을 드레스를 맞추러 가려고 하는 데 같이 가자. 아까 미리 디자이너에게 연락해 놨어. 지호가 내려오면 바로 출발하자.”윤하경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네, 알겠어요.”오늘은 원래 별다른 일정이 없었지만 연기를 하는 김에 끝까지 제대로 해야 했다.그리고 드레스를 맞추는 것쯤은 그녀에게는 그저 쇼핑에 불과했다. 주미나가 부른 디자이너는 단순한 사람이 아니었고 명품 브랜드의 고급 맞춤 디자이너였으며 일반적으로 예약을 잡기가 어려운 인물이었다.하지만 구씨 가문은 패션 사업을 하고 있었기에 그와의 친분도 두터웠다.윤하경이 도착했을 때 디자이너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죄송합니다, 구 여사님. 다만 다른 손님이 갑자기 방문하셔서 우선 그쪽을 먼저 응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실 수 있을까요?”그러고는 눈치를 보며 덧붙였다.“제가 방금 특별한 커피를 받아놨는데요. 제 친구가 해외에서 직접 공수해 온 겁니다.잠시만 기다리시는 동안, 커피 한잔하시겠어요?”이 디자이너는 오랫동안 상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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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한선아도 주미나를 보자 환하게 웃었고 두 사람은 동갑내기라 그런지 몇 마디 나누더니 금세 수다에 빠졌다.주미나는 방금 얼굴에 스쳤던 불쾌감을 털어내고 디자이너에게 말했다.“괜찮아요, 다 아는 사이니까 잠깐 기다릴 수 있어요.”그러고는 윤하경과 구지호를 향해 말했다.“하경아, 너희 먼저 가서 원하는 스타일 좀 골라봐.”한선아는 주미나의 말을 듣고 윤하경을 흘깃 바라본 뒤,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축하해요. 이렇게 예쁜 며느리를 얻다니. 곧 약혼식 한다면서요?”주미나는 흐뭇한 얼굴로 웃으며 대답했다.“네, 맞아요. 초대장 보내려고 했었어요.”두 사람은 그렇게 웃으며 한쪽으로 가 커피를 마시며 한참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윤하경은 그냥 돌아설 수도 없어 구지호에게 이끌려 옷을 고르러 갔다. 다행히 강현우는 언제나처럼 냉담한 태도를 유지한 채, 단 한 번도 윤하경을 향해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녀는 속으로 안도하며 조용히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본래 몸매가 좋은 데다 피부도 하얀 편이라 어떤 옷을 입어도 마치 그녀를 위해 맞춘 듯했다.특히 타이트한 드레스를 입으면 긴 머리를 자연스럽게 풀어놓기만 해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구지호는 그 모습을 보고 잠시 넋이 나갔다. 윤하경의 몸매가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오늘따라 평소와 다른 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하경아, 이거 어때? 진짜 예쁘다.”구지호가 싱긋 웃으며 말하자, 윤하경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돌렸다.검은색 타이트한 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뒤, 문득 스쳐 지나가는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바로 뒤에서 강현우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책을 들고 있었지만 시선은 분명 윤하경에게 닿아 있었다.늘 무표정하고 진지한 얼굴이었지만 몇 번 함께 밤을 보낸 윤하경은 알고 있었다.그가 가장 격정적인 순간에도, 저 눈빛은 단 한 번도 흐트러진 적이 없었다는 걸.윤하경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생각했다.‘이 남자, 정말 이상하게 사람을 자극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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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하경아, 네 작은 회사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냥 취미로 하는 거잖아? 너무 애쓰지 말고. 안 되겠다 싶으면 나중에 지호랑 결혼하고 구성 그룹에서 자리 하나 마련하면 되지. 어차피 가족끼리 도와주면서 사는 거잖아.”주미나의 말이 들려왔지만 윤하경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구성 그룹에서 일할 일은 절대 없을 거란 걸 그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오늘은 차를 가져오지 않아 택시를 잡고 서둘러 약속 장소로 향했다. 하지만 도착했을 때, 강현우는 아직 오지 않았다.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려던 순간, 갑자기 누군가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고 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 놀라야 할 상황이었지만 익숙한 담배 냄새가 코끝을 스쳤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강현우임을 알았다.그는 원래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녀를 침대 위로 눕혔지만 막상 사랑을 나누려 하자 갑자기 몸을 살짝 일으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강현우의 깊고 강렬한 눈빛에 윤하경은 잠시 멈칫했다. 마치 그녀를 꿰뚫어 보려는 듯한 시선이 불편하게 느껴졌다.“왜 그렇게 봐요?”참다못한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가가 살짝 떨리더니 어금니를 꽉 깨물고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구지호랑 정말 약혼할 거야?”윤하경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미 봤잖아요.”강현우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몸을 일으켜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고는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헤쳤다.그는 아무 말 없이 협탁 위에 있던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연기가 천천히 피어오르고 그는 그 너머로 윤하경을 바라보았다.“약혼하지 않는다면 얼마면 돼?”순간, 윤하경은 멍해졌다. 그녀가 이해하지 못한 듯한 표정을 짓자, 강현우는 다시 입을 열었다.“얼마면 돼? 아니면 원하는 조건을 말해 봐.”그의 말은 여전히 간결하고 직설적이었다. 윤하경은 그의 말뜻을 이해했지만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사실 그녀와 강현우는 그저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을 뿐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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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윤하경은 침대에 앉아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강현우 같은 사람은 한 번도 거절당한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이렇게 자신을 쉽게 놓아버리는 사람을 만나게 된 건 처음이겠지.그녀는 그냥 권력 있는 남자들이 흔히 가지는 소유욕이라 생각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택시를 잡으려고 길가로 걸어 나가던 중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화면을 내려다본 순간, 손에 들고 있던 가방끈이 점점 조여들고 손가락 마디마디에 힘이 들어갔다.그녀는 망설임 없이 택시를 잡아 곧장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휴일이라 가족들이 모두 집에 있었고 심지어 윤하연까지 집에 와 있었다.윤하경이 문을 열고 다급하게 들어서자, 윤수철이 먼저 불만스럽게 입을 열었다.“여자가 왜 그렇게 부산스럽게 구는 거야?”그는 눈살을 찌푸렸다.“이러다가 구씨 집안에 시집가서도 그렇게 행동하면 사람들이 네가 버릇없다고 할 거야.”그 말을 듣자 윤하경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버릇?”윤하경이 비웃듯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우리 집안의‘버릇’이란 게 뭔데요? 남의 물건 훔치는 법이라도 가르쳐 주는 거예요?”윤수철의 얼굴이 굳었다.“윤하경! 아버지한테 그런 말투가 뭐야?”옆에 있던 임수연과 윤하연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마치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보는 듯 입가에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윤하경은 가볍게 웃었지만 그 웃음에는 차가움이 가득 배어 있었다.“그럼, 아버지. 제발 좀 설명해 주세요.”그녀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가라앉았다.“성남 별장이 왜 윤하연 명의로 바뀐 거죠?”“뭐?”윤수철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었고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옆에서 조용히 있던 임수연이 조심스럽게 찻잔을 내려놓고 부드럽게 말했다.“하경아, 집안의 재산 문제는 원래 아버지가 알아서 결정하는 거야. 네가 그렇게 흥분할 필요는 없잖니?”임수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윤하경이 이 정도로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입을 여는 순간, 윤하경은 머릿속이 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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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하,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윤하경은 피식 웃으며 윤하연의 손목을 잡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다행이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면 당장 같이 가서 성남 별장 명의를 내 이름으로 다시 돌려놓자.”윤하연은 순간 입술을 꼭 다문 채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말했다.“그, 그런데 오늘은 공휴일이잖아...”윤하경은 눈을 가늘게 뜨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그러면 지금 계약서라도 써. 우리가 평일에 가서 처리하면 되잖아.”그녀의 단호한 태도에 윤하연은 당황한 듯 주위를 둘러보더니 결국 윤수철을 애처롭게 쳐다봤고 윤수철은 그런 그녀를 외면하지 않았다.그는 한걸음에 다가와 윤하경과 윤하연 사이를 갈라놓으며 윤하경을 거칠게 밀어내며 싸늘한 목소리로 외쳤다.“윤하경! 그 집은 하연이한테 가는 게 맞아!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목소리에 담긴 강한 위압감, 평생을 사업가로 살아온 남자의 기세가 그대로 묻어났다. 그렇기에 그는 언제나 자신이 내린 결정이 옳다고 믿었다.윤하경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가 눈물이 흐를까 봐 손등으로 눈가를 훔쳤다.“좋아요.”‘어차피 내가 이 집에서 늘 쓸모없는 존재였으니까. 다들 이제 나한테서 가족 대접 받을 생각하지도 마.’윤수철은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당장 이 집에서 나가. 네 꼴도 보기 싫으니까.”윤하경은 목소리에 섞여 나올 듯한 울음을 꾹 눌러 삼키고 최대한 당당한 태도를 유지한 채, 고개를 높이 들고 윤수철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등을 곧게 펴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걸음을 옮겼다.그녀가 문을 나서는 순간 임수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휴, 여보! 너무 화내지 마요. 나까지 놀랐잖아요.”임수연이 과장된 목소리로 호들갑을 떨었다.“하연아, 빨리! 어서 가서 약 좀 가져와.”윤하경은 순간 발걸음을 멈추었지만 결국 뒤돌아보지 않은 채 그대로 집을 나섰다.그날 밤, 그녀는 자신이 직접 구매한 아파트로 돌아왔고 하루 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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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순식간에 클럽 안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술병을 맞은 남자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그는 비명을 지르며 윤하경을 노려보았다.“이 미친년이 감히 나를 쳤어?”윤하경은 그를 흘끗 쳐다보더니,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아 무대를 내려가려 했지만 남자가 끈질기게 그녀를 붙잡았다.“X발, 사람을 때려놓고 그냥 가려고? 내가 호구로 보여?”중년 남자들은 대체로 이상한 자존심이란 게 있다. 남의 몸을 함부로 더듬을 땐 당연한 듯 굴더니, 정작 맞을 각오는 전혀 하지 않았다.윤하경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봤다. 술에 취한 탓인지 눈이 약간 흐려졌지만 혼자라는 사실이 그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주위를 둘러본 뒤, 그녀는 최대한 차분한 척하며 말했다.“이제 놓지 않으면 내 친구가 오면 네가 더 곤란해질 텐데?”사실, 그녀는 허세를 부리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손에 묻은 피를 쓱 문지르더니 비웃었다.“웃기시네, 허세는.”“나, 너 처음 들어올 때부터 보고 있었어. 혼자였잖아.”그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그러니까, 오늘 밤 나랑 잘 놀아보자고?”순간, 그녀는 도망칠 방법을 고민했다.그때 2층 쪽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이자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비록 클럽 조명이 어두웠지만 그녀는 이곳에서도 강현우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그는 2층 VIP석 난간에 기대어 있었고 윤하경은 주저 없이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내 남친이 저기 있는데?”남자는 그녀가 가리킨 곳을 힐끗 돌아보고 이내 비웃음을 터뜨렸다.“하! 내가 바보야? 내가 강현우를 몰라? 네가 감히 그 남자를 걸고 넘어가?”그 말에 윤하경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제발, 나 좀 살려줘.’하지만 강현우는 그녀를 보고도 단 한 번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심지어 그녀를 보지도 않은 채 자리로 들어가 버렸다.윤하경은 순간 얼어붙었다.‘아 맞다. 원래 그런 사람이었지.’게다가, 얼마 전 그를 화나게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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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유 대표는 오늘은 완전히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걸 깨달았다.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 윤하경에게 억지웃음을 지으며 내밀었다.“오늘은 내 실수였어. 미안하다는 뜻이야. 비밀번호는 000000이야.”하지만 윤하경은 카드를 받지 않고 그저 한쪽에 앉아 숨을 고르며 속으로 생각했다.‘오늘은 정말 재수가 없네. 괜히 나왔어.’그리고 그는 카드를 바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는 더 이상 말도 못 붙이고 황급히 클럽을 빠져나갔다.추성운이 그녀를 바라보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하경 씨, 어떻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시려나?”윤하경은 잠시 고민하다가 짧게 대답했다.“성운 씨한테 한 번 신세를 졌네요.”추성운이 혀를 차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2층을 향해 시선을 돌렸고 윤하경도 무의식적으로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리고 마침 강현우가 2층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았다.그는 늘 그렇듯 여유롭게 걸음을 내디뎠다. 길고 곧은 다리로 가볍게 계단을 내려와서는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클럽을 나가버렸다.그 모습을 보며 윤하경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고 추성운을 돌아보며 말했다.“오늘 도와줘서 고마워요. 다음에 필요하면 말해요.”윤하경은 머리가 지끈거려 손으로 관자놀이를 눌렀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섰다.클럽을 나서자, 바람이 한결 차가웠다. 그런데 문 앞에서 강현우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그녀는 본능적으로 그의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마침 그의 차가 도착했고 그는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은 채 조수석 문을 열고 차에 올랐다.윤하경은 몇 초간 고민하다가 결국 그의 차에 타버렸고 순간 강현우의 표정은 썩 기분 좋아 보이지 않았다.“내려.”그는 짧고 단호하게 말했다. 술기운이 살짝 올라 대담해진 윤하경은 그를 빤히 쳐다보다가 문을 단단히 닫고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아까 왜 저 안 도와줬어요?”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질문이었지만 오늘은 꼭 묻고 싶었다.강현우는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냉정할 수 있는 걸까?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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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윤하경은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조차 몰랐다.그저 온 세상에 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었고 뭔가, 자신을 붙잡아 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대상이 강현우라면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운전기사는 눈치껏 차에서 내렸고 술기운 때문인지 오늘의 윤하경은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차 안은 어둡고 조용해서 그녀는 미처 보지 못했지만 강현우의 눈빛은 한없이 어두웠다.그렇게 한참을 지나, 완전히 기진맥진해진 윤하경은 결국 정신을 잃듯이 잠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눈이 천천히 뜨고 몸을 살짝 움직이려던 순간, 손끝에 뜨겁고 단단한 감촉이 느껴졌다.‘뭐지?’윤하경은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곧바로, 옆에 누운 강현우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아직 깊은 잠에 빠진 듯 보였지만 살짝 찌푸려진 눈썹이 어젯밤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하...”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감쌌고 그냥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어젯밤, 대체 왜!’그녀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정신을 가다듬으려던 찰나, 손가락 사이로 차가운 시선이 느껴졌다.손가락 틈으로 슬쩍 바라보니, 이미 깨어난 강현우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아침에 막 깬 사람이라고 하기엔, 눈빛이 너무 선명하고 차가웠다. 그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더니, 팔을 머리 뒤로 받친 채 게으르게 물었다.“그 표정은 뭐야? 어제 일은 까먹은 거야?”그녀는 괜히 입을 열면 더 바보 같은 말이 나올 것 같아서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러자 강현우가 다시 한마디 덧붙였다.“어제 먼저 덤빈 건 너였잖아.”윤하경은 이를 악물었다.‘이 남자는 도대체 왜 이렇게 말로 사람을 후려치는 걸까.’“책임지라고 한 것도 아니잖아요.”그녀는 차갑게 한마디 던지고는, 이불을 치켜올리며 자리에서 내려오려 했다.하지만 그 순간 스르르. 이불이 흘러내리며 그녀의 맨살이 그대로 드러났다.찰나의 순간, 정적이 흘렀고 뒤에서 강현우의 비웃음이 들려왔다.그녀가 다시 몸을 숙여 이불을 끌어 올리려던 순간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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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벗어.”강현우의 시선은 그녀의 허벅지 라인에 고정되어 있었고 어딘가 못마땅해 보이는 표정이었다.윤하경은 그를 돌아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아니, 옷 한 벌 가지고 그렇게 아까워할 일인가요?”분명 이 옷이 비싼 건 알지만 강현우 정도 되는 사람이 이걸로 뭐라 할 줄은 몰랐다.“네 옷은 거실에 준비해 뒀어. 직접 가서 입어.”그는 그렇게 말한 뒤, 욕실로 들어갔고 곧 샤워기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윤하경은 인상을 찌푸렸다.“진짜 너무 깐깐한 거 아니야?”그러면서도 결국 거실로 나가보았다. 거실 한쪽에 옷걸이가 세워져 있었고 그 위에는 여러 벌의 옷이 걸려 있었다.정장, 원피스, 다양한 스타일의 옷들. 전부 그녀에게 잘 어울릴 법한 것들이었고 게다가 전부 명품 브랜드였다.그녀는 잠시 멍해졌다. 방금까지 그를 짠돌이라고 욕한 게 너무 성급한 판단이었나?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강현우는 이미 방에서 나와 있었다.“저 먼저 가볼게요.”윤하경은 최대한 예의 바르게 인사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역시 강현우답네。’윤하경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집을 나섰다.회사에 도착하니, 이미 소지연은 출근한 지 한참 된 상태였고 그녀를 보자마자 한숨을 쉬었다.“우리 대표님, 이제는 예약이라도 해야 만날 수 있는 거야?”윤하경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그 말은 또 뭐야. 아이고 우리 지연이 수고했어. 연말에 보너스 챙겨줄게.”“됐어!”소지연은 툴툴거리며 그녀에게 결재 서류를 건넸다. 그러더니 갑자기 망설이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하경아, 아까 윤하연이 널 찾으러 왔었어.”윤하경이 서명을 하던 손이 멈췄고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걔가 나한테 무슨 볼일이야?”“글쎄, 표정을 보니까 좋은 일은 아니겠더라. 네가 없다고 하니까, 좀 있다가 다시 온대.”소지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너 또 가족이랑 싸운 거야?”예전 같았으면 이런 일들을 소지연에게 다 털어놓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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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윤하경의 말은 분명히 윤하연을 겨냥한 것이었지만 윤하연은 웬만한 말로는 상처받지 않는 타고난 후안무치였다.윤하경은 문이 열리는 순간, 강현우를 보았고 순간적으로 눈빛이 흔들렸다.비록 윤씨 가문이 예전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지금이지만 강한 그룹의 이름은 그녀도 익히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현우는 각종 경제지와 미디어에서 다룰 만큼, 이미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다.그런 남자가 윤하경과 협업을 한다고? 그녀의 작은 회사가 강한 그룹과 거래를 한다고?윤하연은 빠르게 윤하경에게 다가가, 눈물을 머금은 채 손을 꼭 붙잡았다.“언니, 내가 잘못했어. 뭐든 내 잘못이야. 하지만 아빠가 병원에 계셔. 진짜로 언니를 보고 싶어 해. 한 번만... 한 번만 가서 봐주면 안 돼?”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효녀 연기를 펼치는 듯했다. 자신을 희생하며 가족을 걱정하는 착한 딸처럼 보이려는 것처럼 말이다.그녀가 연기를 잘하는 것은 알지만 만약 그녀의 눈길이 계속 강현우에게 흘깃거리지 않았다면 연출이 훨씬 자연스러웠을 것이다.‘결국엔 강현우에게 얼굴을 비추고 싶다는 거겠지.’윤하경은 피식 웃었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윤하연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그녀는 일부러 더 크게 웃으며 말했다.“윤하연, 귀머거리야? 내가 지금 일하는 거 안 보여?”순간, 강현우의 얼굴이 살짝 굳어지는 것이 보였지만 윤하경은 애써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당장 강현우의 비위를 맞추는 게 가족들 신경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했으니까.그녀는 일부러 지루하다는 듯 하품을 하며 말했다.“아니, 너희 가족 셋이서 날 내쫓았잖아? 이제 와서 왜 날 찾는 건데?”윤하경은 비서를 향해 손짓했다.“보안팀 불러서 내보내. 앞으로 이 사람이 다시 찾아와도 문턱 하나 못 넘기게 해.”윤하연의 눈이 붉어졌다.“언니, 제발 그러지 마.”윤하경은 윤하연의 ‘연기’가 거슬렸지만 애써 고개를 돌리고는 강현우를 향해 밝은 미소를 지었다.“죄송해요, 강 대표님. 이쪽으로 가시죠.”소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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