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71 - Chapter 80

313 Chapters

제71화

구지호: “어떻게 왔어?”윤하연: “나... 나는 그냥 오빠가 여기서 생일을 보낸다고 해서 보러 왔어.”밖은 잠시 조용해지더니 윤하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지호 오빠, 미안해. 내가 오빠랑 언니 방해한 거지? 진작 알았으면 안 왔을 텐데.”윤하경은 속으로 코웃음 치며 윤하연의 가식적인 모습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하지만 구지호는 이런 수법에 잘 넘어가는 타입이라 우울했던 얼굴이 좀 풀리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랑 상관없어.”윤하경은 듣고만 있으려니 아쉬워 아예 돌아서서 문구멍으로 밖을 내다봤다.마침 윤하연이 구지호에게 다가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언니는 성격이 안 좋아. 그러니 언니한테 화내지 마.”그녀의 얼굴에서 유일하게 내세울 만한 것은 그 눈이었는데 사람을 볼 때 애처로워 보였다.그래서 구지호는 결국 넘어갔다. 윤하연이 알아서 굴러들어왔으니 마다할 리가 없었다. 그는 곧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고 키스했다.곧 문밖에서 낯뜨거운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두 사람은 정신없이 키스하다가 구지호는 아예 윤하연을 안아 들고 아까 그 스위트룸으로 갔다.“안 나가고 뭐 해? 현장 잡으러 안 가?”“아니, 아직 때가 일러요.”윤하경은 무심코 작게 대답하고는 흠칫했다.그리고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구지호에게 복수할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으니까.하물며 그녀는 강현우와 친하지도 않았다.그녀는 약간 짜증스럽게 강현우를 돌아보았다. 예전엔 왜 그가 이렇게 말이 많은 걸 몰랐을까?남자의 아래로 드리워진 눈매는 깊고 날카로워 마치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윤하경은 괜히 불편해져서 말했다.“아까는 고마웠어요. 저 이만 가볼게요.”하지만 그녀는 결국 나가지 못했다. 곧 남자의 큰 손이 그녀의 가는 허리를 휘감았던 것이다.“난 말로만 하는 감사는 별로 안 좋아해. 감사하려면 좀 성의를 보여야지.”윤하경은 남자가 말하는 성의가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강현우는 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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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그런데 마침 머리를 부딪치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나 아직 완전히 정신이 들지 않은 윤하경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윽...”그녀는 머리를 문지르며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소파에 앉아 있는 강현우를 바라보았다.남자는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였고 그녀가 넘어지는 것을 보고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윤하경은 강현우가 입꼬리를 올리며 약간 고소해하는 표정을 짓는 것 같았다.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거울을 보니 이마에 붉은 자국이 생겨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을 것 같았다.미간을 찌푸리며 간단히 세수를 한 뒤, 그녀는 옷을 입은 후 욕실을 나왔다.강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도 그를 없는 사람처럼 취급했다.가방을 들고 문 앞에 도착해서 문을 열려는 순간, 그녀는 다시 멈춰 서서 문구멍으로 밖을 살짝 봤다.“약혼자와 마주칠까 봐 두려워? 아니면 약혼자가 네가 다른 남자 방에서 나오는 거 볼까 봐?”강현우의 차가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그는 항상 그랬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괜찮은데 입만 열면 꼭 밉상이었다.윤하경은 그냥 무시하고 밖에 아무도 없나 확인하고 문을 열고 나갔다.문 앞까지 나갔다가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강현우를 돌아봤다.“강 대표님, 우리 약속했던 시간 끝났어요.”지난번에 말했던 한 달의 시간이 이미 지났기에 윤하경은 결국 참지 못하고 일깨워주었다. 강현우는 진짜 미친놈 같아서 그녀는 그를 건드린 것을 이미 후회하고 있었다.한 달의 시간이 드디어 끝나자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그렇지 않았다면 강현우가 무슨 짓을 벌여 자신의 계획을 방해할까 봐 정말 걱정했을 것이다.그녀는 강현우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차갑기 그지없는 그의 얼굴을 보지도 않은 채 걸음을 옮겨 문밖으로 나갔다.결국 아래층으로 내려가 차에 타려는 순간, 건물에서 익숙한 두 사람이 나오는 걸 보았다.그 모습에 윤하경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못 본 척 잽싸게 차에 올라탔다.액셀을 밟고 출발하는 순간, 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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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하경아, 드디어 강한 측에서 프로젝트 승인했다는 연락을 받았어. 우리 업무도 이제 완료된 거야. 앞으로는 실행만 남았어.”소지연은 그녀의 책상에 기대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아직 자리에 앉지도 못한 윤하경은 소지연의 말에 놀라 멍해졌다.“언제 연락받았어?”“오전에.”소지연은 서류를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게 최종본인데, 문제없으면 바로 실행에 착수하도록 지시할게.”윤하경은 잠시 멈칫하더니 웃으며 말했다.“그래.”클럽에서 나온 뒤로 벌써 열흘이나 지났다. 하지만 강현우는 코빼기도 안 보이고 연락도 없었다.강현우는 역시 깔끔하게 끝내는 스타일이었다.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분명 기쁜 일인데, 왜 자꾸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느껴지는 걸까?그녀의 생각을 알 리 없는 소지연은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윤 대표, 이제 프로젝트도 성사됐는데 우리 축하 파티해야지? 너도 알다시피 최근 직원들도 계획 수정하느라 정말 고생 많았잖아...”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그럼 오늘 저녁에 다 같이 회식해. 영수증은 재무팀에 제출하고.”소지연은 눈을 깜빡였다.“넌 안가?”윤하경은 피곤한 듯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나는 안 갈게. 내가 없어야 더 편하게 놀 수 있을 거잖아.”소지연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돌아서서 자신의 사무실을 나갔다.윤하경은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는데 강현우의 얼굴이 자꾸 아른거렸다.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잠시 생각하다가 온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윤하경은 자신의 머리가 이상해져서 술로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았다.온지우는 술친구로 제격이었다.온지우를 찾는 또 다른 이유는 며칠 전 그가 사업에 관해 이야기하자고 연락했기 때문이었다.그러니 겸사겸사 그 얘기도 할 수 있었다.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온지우는 다른 사람들이랑 별장 정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고 있었다.그녀를 보자 온지우가 손을 흔들었다.“하경아, 이리 와.”윤하경은 대꾸도 안 하고 술상에 가서 술 한 병을 집어 들고 온지우한테 갔다.“오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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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윤하경은 고개를 들어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노 코멘트.”결국 만취한 그녀를 온지우는 집까지 바래다주었다.별장 대문에 도착했을 때, 윤하경은 발을 헛디뎌 비틀거렸고 온지우는 재빨리 그녀를 잡아주었다.그녀는 몸을 일으켜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됐어, 나 혼자 올라갈 수 있어. 늦었으니까 가 봐.”온지우는 혀를 차며 농담조로 말했다.“쓰고 버리기냐?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지도 않고.”그는 원래 농담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술에 잔뜩 취한 윤하경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 안으로 들어가 쾅 하고 문을 닫았다.온지우도 차를 타고 떠났다.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그 순간, 한 렌즈가 온지우가 윤하경을 부축하는 모습을 조용히 기록하고 있었다는 것을.다음 날은 토요일이었다.윤하경은 늦게 일어났지만 누군가 찬물을 끼얹는 바람에 잠에서 깨었다.누가 침대에 물을 부은 것이다. 방금 전까지 수백억의 계약을 성사시키는 꿈을 꾸고 있던 그녀는 순식간에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됐다.화가 나서 눈을 번쩍 뜨고 욕을 하려던 찰나, 윤수철의 분노에 찬 눈과 마주쳤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욕설을 꾹 참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따져 물었다.“아빠, 아침부터 왜 그렇게 화가 났어요?”그녀는 얼굴의 물기를 닦아내고는 윤수철을 똑바로 쳐다보았다.“허 참, 네가 감히 나한테 묻는 거냐?”윤수철은 냉소를 띠며 태블릿을 집어 들어 윤하경에게 던졌다.방금 잠에서 깬 윤하경은 제대로 피하지도 못하고 머리를 맞았다.“아...”이마를 감싸 쥐며 고통스러워하는 그녀의 눈에 분노가 서렸다.“이게 뭔지 똑똑히 봐! 곧 약혼할 여자가 한밤중에 남자랑 붙어먹고 뉴스에까지 나오다니. 윤씨 가문의 체면 다 구겼잖아!”윤수철은 화가 머리끝까지 난 듯 윤하경한테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윤하경은 욕을 참고 태블릿을 보더니 눈썹을 쓱 치켜올렸다.화면엔 지난밤 온지우가 그녀를 데려다주는 사진과 영상이 담겨 있었다.그냥 부축해준 것뿐인데 영상에선 마치 둘이 귓속말이라도 하는 듯 애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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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윤하경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딸을 팔아먹고도 저렇게 당당하다니, 윤수철도 참 대단했다. 뻔뻔함에 박수 쳐주고 싶을 정도였다.그녀는 침대에 잠시 앉아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 가정부에게 말했다.“침구 좀 갈아주세요.”“알겠습니다.”가정부가 대답했다.윤하경은 욕실로 들어가 씻었다.머리를 말리고 아무 옷이나 걸쳐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구지호가 소파에 앉아 냉랭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리고 윤수철은 옆에서 굽실거리며 웃고 있었는데 예전에 자신이 구지호한테 아양 떨 때보다 더 심했다.윤하경은 속으로 생각했다.‘요즘 한빛의 경기가 안 좋나 보네. 안 그랬으면 아빠가 이렇게까지 나한테 지호랑 결혼하라고 할 리가 없는데. 그것도 저렇게 아부 떨면서 말이야.’윤하경이 다가가자 구지호가 쳐다보며 말했다.“하경아, 어젯밤 일, 설명 좀 해 봐야 하는 거 아니야?”그도 온지우를 알고 있었고 둘이 친한 것도 알지만 어젯밤 영상은 너무 애매했다.그래서 속으로 좀 불쾌했다.사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온지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예전 같았으면 윤하경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사과했을 것이다.하지만 오늘 그녀는 소파에 나른하게 기대앉아 구지호를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뭘 어째. 기자들이 멋대로 쓴 건데. 믿고 싶으면 믿어.”그녀의 무관심한 태도에 구지호의 표정은 어두워졌다.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그때 윤수철이 나서서 윤하경에게 말했다.“지호에게 잘 설명해.”그러고는 구지호에게 아부하듯 웃으며 말했다.“지호야, 좋게좋게 얘기해. 하경이가 밖에서 함부로 할 애가 아니라는 걸 너도 잘 알잖아.”말을 마치고 그는 돌아서서 나갔다.거실에는 윤하경과 구지호만 남았다. 구지호는 화난 표정으로 그녀가 예전처럼 달래주길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윤하경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몸을 숙여 탁자 위의 사과를 집어 먹었다.그녀는 헐렁한 홈웨어를 입고 있었는데 몸을 숙이자 풍만한 가슴골이 드러났다. 구지호는 우연히 그녀의 아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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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윤하경은 그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내가 해줄 수 있는 설명은 딱 하나, 지우랑 나 아무 사이 아니야.”다른 남자라면 다를 수 있겠지만.그녀는 생각하며 다시 말했다.“최근에 누구랑 사이가 안 좋아졌는지 생각해 봐야 하는 거 아니야? 나와 지우를 이용해서 기사를 쓴 건 널 망신 주려는 게 뻔하잖아?”윤하경은 순진한 표정으로 그를 보며 웃었다. “경쟁사에서 벌인 일 아닐까? 이 정도 일로 이렇게까지 시끄러운 거 보면 누가 뒤에서 조작한 게 분명해.”사실 발가락으로 생각해 봐도 이 일이 윤하연과 무관할 리 없었다.분명 그녀가 자신을 밀어내고 구지호와 결혼하려는 속셈일 터였다. 그러니 구지호가 직접 조사해 윤하연의 짓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두 사람은 서로를 물어뜯게 될지도 모른다. 윤하연이 이런 짓을 했다는 것은 곧 구지호와 구씨 가문의 체면에 먹칠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그렇게 생각하니 윤하경의 기분은 한결 좋아졌다.구지호는 쓰레기였지만 적어도 말귀는 알아들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그는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가 생각해 봐도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윤하경은 어깨를 으쓱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어쨌든 나랑 지우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못 믿겠으면 조사해 보든가.”윤하경이 부드럽게 나오니 구지호의 화도 좀 풀렸다.그는 윤하경의 앞에 다가가 앉으며 눈살을 찌푸렸다.“너희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 없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나한테는 제대로 말했어야지. 언제부터 나한테 이렇게 참을성이 없어진 거야?”‘네가 하연과 키스하는 거 본 순간부터.’윤하경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구지호에게 요염하게 웃어 보였다.“너도 마찬가지잖아. 나랑 지우가 아무 사이도 아닌 거 알면서 아침부터 와서 따지는 걸 보면 나를 못 믿는다는 거 아니겠어?”그녀의 빈정거리는 말에 구지호는 금방 미안한 기색을 보였다. 예전에 그녀는 항상 구지호를 생각하고 그의 기분을 맞춰줬었다.하지만 머리 좀 식히고 보니 구지호 같은 남자를 쥐락펴락하는 건 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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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오늘은 소지연의 어머니 김미애의 수술 날이었기에 윤하경은 반드시 가야 했다.가는 길에 과일 바구니와 꽃바구니를 특별히 사 들고 병원에 도착해보니 소지연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혼자 수술실 앞에 초조하게 서 있었다.윤하경을 보자마자 소지연은 구세주라도 만난 듯한 표정이었다.“하경아, 나 무서워.”소지연은 다가와 윤하경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수술 결과에 따라 모든 게 결정될 상황이었다.윤하경은 그녀를 위로했다.“괜찮아, 아줌마는 운 좋은 분이니까 수술은 분명 성공할 거야. 걱정 마.”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녀도 이 수술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소지연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윤하경은 그녀를 앉히고 일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수술실 문이 열리고 의사가 안에서 나왔다.“수술은 매우 성공적입니다. 하지만 환자분은 앞으로 휴식을 잘 취해야 하고 다시 무리해서는 안 됩니다.”소지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눈물을 글썽인 채 연신 의사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소지연과 함께 김미애를 병실에 데려다주고 난 뒤, 윤하경은 몇 마디 당부하고 나서야 발걸음을 옮겼다. 병실에는 항상 쓸쓸한 기운이 감돌아서 그녀는 싫었다.병상에 누워있는 김미애를 보니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떠올랐다.유명한 미인이었던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병상에 누워 얼굴이 창백했던 모습 말이다.병실에서 나와 모퉁이를 도니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하지만 미처 엘리베이터를 타기도 전에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던 손가락을 멈추고 눈썹을 치켜올린 후 손을 거두었다.그러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 사람을 따라갔다.그 사람은 산부인과 앞에 도착하자 안으로 들어갔다. 윤하경은 바로 따라 들어가지 않고 산부인과 입구에서 문패를 올려다보며 입가에 비웃음을 띠었다.이 일은 정말 점점 더 흥미로워지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윤하연이 산부인과에서 나왔다.윤하경은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윤하연이 그녀 옆에 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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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집에 돌아오니 윤수철은 정원에 앉아 있었다.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그는 인상을 썼다.“왜 이렇게 일찍 왔어? 지호랑 좀 더 놀다 오지.”윤하경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참지 못하고 윤수철에게 빈정거렸다.“아빠, 요즘 회사에 무슨 일 있어요?”윤수철은 차를 마시려던 손을 멈추고 그녀를 노려보았다.“너는 내가 잘되는 꼴은 못 보냐?”윤하경은 비웃듯 웃었다.“아니요. 아빠가 딸 팔아서 잘 먹고 잘살려고 그렇게 애쓰시는 걸 보니 회사가 곧 망하기라도 할 것 같아서요.”그녀의 독설은 여전했다.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윤수철은 분노에 차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윤하경에게 집어 던졌다.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그 행동이 그저 부끄러움에 발끈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태연하게 허리를 굽혀 찻잔을 주워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윤수철에게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이 다기 세트, 한 세트에 수백만은 할 텐데, 하나라도 깨지면 값어치가 떨어지잖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허리를 흔들며 요염하게 걸어갔다.윤수철은 이를 악물고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았지만 윤하경을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잠시 후, 그가 입을 열었다.“잠깐만!”윤하경은 돌아보며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윤수철: “앉아 봐. 할 얘기가 있어.”사실 윤하경은 윤수철과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실망할 대로 실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뭔가 꾹 참는 듯한 표정을 짓자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해졌다.그래서 그녀는 곧바로 윤수철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그에게 온순한 미소를 지었다.방금 그가 물건을 집어 던진 것에 대해서는 전혀 화난 기색이 없었다.“아빠, 무슨 일인데요?”윤수철은 잠시 말없이 자신의 찻잔에 차를 따르고 그녀에게도 한 잔 따라주었다.윤하경은 그런 그의 모습에서 그가 자신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그리고 그 일이 결코 작지 않다는 예감이 들었다.그녀는 가볍게 입술을 깨물고 아무렇지 않은 척 윤수철이 찻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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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여기까지 말한 윤하경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앞에 놓인 찻잔을 단숨에 비웠다.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윤수철은 항상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었고 자신 앞에서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내세우려 했다.그러니 힘들게 자신에게 부탁하는 만큼 부탁을 들어줄지는 둘째 치고 먼저 이득부터 챙겨야 했다.예상대로 그녀의 말을 들은 윤수철의 얼굴에 희망이 어렸다.“다만 뭐?”윤수철은 다급하게 물었다.그의 초조한 모습은 대기업 회장의 침착함과는 거리가 멀었다.그러니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몇 년 만에 한빛이 이 지경이 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어머니가 탄탄하게 다져놓은 기반이 아니었다면 한빛은 진작에 무너졌을 것이다.그녀는 마음이 아프면서도 우스웠다.어머니처럼 똑똑하고 밝은 분이 왜 윤수철과 같은 배은망덕한 남자에게 빠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지난 일은 묻어두기로 하고 윤하경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 윤수철에게 생긋 웃어 보였다.윤수철은 순간 넋이 나간 듯 멍해졌다. 마치 죽은 아내 신수아를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아빠도 알다시피 성남에 있는 별장은 엄마가 저한테 남겨주신 유일한 유산이에요. 이제 곧 시집가는데, 그 별장은 제가 유일하게 가져가고 싶은 혼수네요.”이럴 때 조건을 걸지 않으면 바보였다.윤수철은 멍해졌고 기대에 차 있던 눈빛은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왜 또 그 얘기를 꺼내!? 이미 말했잖아! 그 일은 네가 관여할 바가 아니라고!”그러자 윤하경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더 이상 얘기할 필요 없겠네요?”그녀는 태연하게 일어섰다.“그럼 없었던 일로 해요. 저는 바빠서 이만 올라가 볼게요.”그녀의 말에 윤수철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 요즘 왜 이렇게 계산적이 된 거야! 넌 윤씨 성이 아니야?”윤하경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뻔했다. 사실 그녀는 이 성씨조차 지긋지긋했다.윤수철을 상대하기도 싫어 그녀는 뒤도 안 돌아보고 2층으로 올라갔다.2층에 올라간 뒤, 그녀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윤하연의 병원 진료 기록을 입수했다.진료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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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지호 오빠, 오늘은 오빠에게 선물을 주려고 왔어.”윤하연은 예쁘게 포장된 상자를 꺼내 구지호에게 내밀었다.“열어 봐.”구지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상자를 잠시 쳐다보다가 결국 호기심에 상자를 열어보았다.하지만 안에 든 것을 확인하는 순간, 그의 잘생긴 얼굴은 싸늘하게 굳어졌다.“이게 무슨 뜻이야?”구지호는 상자 안에서 검사 결과지를 꺼내 윤하연 앞에 흔들었다.그의 얼굴에는 기쁨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윤하연은 입술을 깨물었다.“지호 오빠, 나 임신했어. 우리 아기야. 여길 봐. 벌써...”“그만해!”구지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의 말을 잘랐다.“얼마를 원하는데?”윤하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뭐, 뭐라고?”구지호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아들인 후 나른한 자세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액수를 말해. 그리고 애는 지워.”이런 반응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윤하연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구지호는 비웃듯이 그녀를 쳐다보았다.“하연아, 너는 순진한 여자가 아니잖아. 네가 먼저 내 침대로 기어 들어왔으면서, 이제 와서 아이 가지고 나를 협박하려는 거야? 내가 아직 참을성이 있을 때, 액수를 말해.”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윤하연을 매섭게 노려보았다.그는 다른 사람에게 협박당하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윤하연은 그에게 단지 욕구를 해소하는 도구에 불과했다.“지호 오빠, 이건 우리 아기잖아...”윤하연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구지호가 조금이라도 기뻐할 줄 알았다.그런데 그는 너무나 매정했다.구지호는 코웃음을 쳤다. “아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하경이뿐이야. 그런데 네가 감히 아기로 날 협박한다고. 내 아이를 가질 자격이 있는 건 하경이뿐이라고.”구지호의 매력적인 눈에는 말보다 더 날카로운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그는 건들거리며 담배 연기를 내뿜고는 차갑게 웃었다.“설마 아이 하나 가졌다고 구씨 가문의 안주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윤하경은 선글라스 뒤에서 눈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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