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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Penulis: 수박빙수
그런데 마침 머리를 부딪치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나 아직 완전히 정신이 들지 않은 윤하경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윽...”

그녀는 머리를 문지르며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소파에 앉아 있는 강현우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였고 그녀가 넘어지는 것을 보고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윤하경은 강현우가 입꼬리를 올리며 약간 고소해하는 표정을 짓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거울을 보니 이마에 붉은 자국이 생겨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을 것 같았다.

미간을 찌푸리며 간단히 세수를 한 뒤, 그녀는 옷을 입은 후 욕실을 나왔다.

강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도 그를 없는 사람처럼 취급했다.

가방을 들고 문 앞에 도착해서 문을 열려는 순간, 그녀는 다시 멈춰 서서 문구멍으로 밖을 살짝 봤다.

“약혼자와 마주칠까 봐 두려워? 아니면 약혼자가 네가 다른 남자 방에서 나오는 거 볼까 봐?”

강현우의 차가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그는 항상 그랬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괜찮은데 입만 열면 꼭 밉상이었다.

윤하경은 그냥 무시하고 밖에 아무도 없나 확인하고 문을 열고 나갔다.

문 앞까지 나갔다가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강현우를 돌아봤다.

“강 대표님, 우리 약속했던 시간 끝났어요.”

지난번에 말했던 한 달의 시간이 이미 지났기에 윤하경은 결국 참지 못하고 일깨워주었다. 강현우는 진짜 미친놈 같아서 그녀는 그를 건드린 것을 이미 후회하고 있었다.

한 달의 시간이 드디어 끝나자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강현우가 무슨 짓을 벌여 자신의 계획을 방해할까 봐 정말 걱정했을 것이다.

그녀는 강현우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차갑기 그지없는 그의 얼굴을 보지도 않은 채 걸음을 옮겨 문밖으로 나갔다.

결국 아래층으로 내려가 차에 타려는 순간, 건물에서 익숙한 두 사람이 나오는 걸 보았다.

그 모습에 윤하경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못 본 척 잽싸게 차에 올라탔다.

액셀을 밟고 출발하는 순간, 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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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윤하경은 입술을 삐죽이며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솔직히, 가고 싶지 않았다. 회사에 들어온 이후로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며 강현우의 존재조차 잊고 지낼 정도였다. 그런데 갑자기 그에게서 연락이 오니 본능적으로 불안해졌다. 특히, 그와 만날 때마다 보여주는 광적인 집착이 더욱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멍하니 고민하고 있는 사이, 또 다른 전화가 걸려 왔다. 화면을 보니 ‘온지우’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윤하경은 손을 뻗어 전화를 받았다. “쯧, 우리 윤 부대표님. 요즘 너무 바빠서 본인 성도 잊으신 거 아니야?” 온지우의 익숙한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하경은 목을 문지르며 한숨을 쉬었고 지금 농담을 주고받을 기분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야?” “돈, 준비 끝났어. 해외로 한 바퀴 돌리고 왔으니까, 흔적 하나도 안 남았어. 카드 번호 줘. 바로 이체해 줄게.” 윤하경은 살짝 멈칫했다. 그제야 이 중요한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고마워.” 윤하경은 짧게 생각한 뒤, 단호하게 말했다. “그냥 기부해.” 윤하경이 처음에 이 돈을 요구한 것은, 그동안 임수연이 윤씨 가문에서 빼돌린 돈을 토해내게 만들기 위해서였다.그러나 임수연의 손을 거친 돈은 더럽게 느껴졌다.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그 돈을 전부 기부하기로 했다. 차라리 좋은 일에 쓰는 것이, 최소한 덕이라도 쌓는 길이었다.온지우는 순간 말을 멈추더니 이내 키득거렸다. “와, 통 크네. 손 한 번 휘둘러서 몇십억을 그냥 내놓는다고? 기부자 이름은?” “익명으로.” 온지우는 한껏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역시 부자야. 근데 내 밥값은 잊으면 안 된다?” “네가 장소와 시간 정해서 보내 줘.” 그녀는 짧게 대답한 뒤, 전화를 끊고 다시 의자에 기대어 커다란 창밖을 바라보았다. 네온사인이 빛나는 야경이 마치 화려한 외투처럼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아래에는 누구도 모르는 더러운 진실들이 도사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23화

    “윤 회장님의 위임을 받아, 앞으로 저는 인사부와 재무부를 직접 관리하게 됩니다.”윤하경은 단정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그 말이 끝나자마자, 윤수철의 얼굴에는 의아함과 불만이 동시에 스쳤다.“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지?”그는 당혹스러워하며 물었다. 윤하경이 오자마자 한빛 그룹의 가장 중요한 두 부서를 장악하는 것이 탐탁지 않았다.그러나 윤하경은 태연하게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유지했다.“윤 회장님, 정말로 그런 말씀을 안 하셨나요?”그녀의 눈빛에는 분명한 경고의 기색이 담겨 있었다.잠시 침묵하던 윤수철은 문득 기억이 떠올랐다. 기현수와 계약을 체결할 당시, 부대표가 인사부와 재무부를 담당하게 되어 있다는 조항이 분명히 포함되어 있었다.그때는 단순한 거래로 받아들였지만 오늘 윤하경의 등장으로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그는 짧은 침묵 끝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맞아. 내가 깜빡했군.”윤하경의 미소가 한층 더 깊어졌다.“윤 회장님께서 기억하셨다니 다행이네요.”그녀는 회의실을 둘러보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단 한 번도 윤수철을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았다.마치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그저 직책상의 것일 뿐인 듯했다.윤수철은 어두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 말 없이 회의실을 나섰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윤하경은 가볍게 눈썹을 올리며 백정연과 재무부장 주주를 향해 말했다.“지난 1년간의 재무 보고서와 자금 내역을 전부 보내 주세요. 앞으로 당분간은 야근이 좀 많아질지도 모르겠네요.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그녀는 그렇게 말한 뒤, 곧장 회의실을 떠났다.그녀가 나가자, 회의실은 순식간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윤 회장님한테 딸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강단 있는 분일 줄은 몰랐네요.”“그러게요. 저분, 예전 하 대표님하고 비슷한 느낌이 있어요.”“이제야 우리 회사도 희망이 보이네.”사람들은 수군거리며 몰래 윤하연을 쳐다보았고 누가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22화

    "같이 해고...”윤하경이 입을 열려는 순간, 윤하연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녀의 뒤에는 아까까지 없었던 두 사람이 따라왔다. 바로 이한과 추지운이었다.윤하연은 얼굴을 찌푸리며 회의실로 들어오며 말했다.“겨우 조금 늦었다고 바로 해고라니?”윤하경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그녀를 한 번 훑어보고 표정을 굳혔다.“지금 이의를 제기하는 거야?”윤하연은 주변의 시선을 한 번 훑어보며 입술을 붉게 물들이며 말했다.“그냥 네가 너무 인정사정없는 것 같아서.”“하!”윤하경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팔짱을 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내가 인정사정없다고?”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내 기억이 맞다면 백 부장님이 이 회의에 대해 한 시간 전에 공지했는데. 그리고 윤 부장의 사무실은 여기서 걸어서 10분 거리잖아. 그런데도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았어. 이걸 내 권위를 무시하는 거라고 봐도 될까 아니면 윤 부장은 업무 능력도 부족한 데다가, 기본적인 실행력조차 없는 거야?”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렇게 직격탄을 맞자, 윤하연의 얼굴이 붉어졌다.“나는...”“조용히 해. 아직 내 말이 안 끝났잖아.”윤하경은 그녀를 날카롭게 쳐다본 뒤, 그녀의 뒤에 서 있는 두 사람에게 시선을 옮겼다.“두 분이 이한과 추지운 부장님이죠? 제가 알기로 두 분은 반년 동안 실적이 전혀 없는 상태더군요. 출퇴근 기록을 봐도 지각과 조퇴가 일상인데... 설마 회사의 규정을 못 읽으신 건가요?”이한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그는 이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았다.“저는 이 회사에서 5년 동안 일했습니다. 저를 이렇게 쉽게 해고할 순 없어요.”“웃기시네요.”윤하경은 냉소하며 말했다.“저는 이 회사의 부대표이고 인사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부당하다고 생각하시면 법적으로 해결하세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두 분은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닙니다. 나가 주세요. 우리 회사의 기밀을 더 이상 들을 필요는 없겠죠.”이한과 추지운은 예상치 못한 강경한 태도에 얼어붙었다.지금까지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21화

    윤하연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백정연은 쉴 새 없이 불평을 쏟아냈다. “걔가 있는 부서는 우리 회사에서 퇴사율 1위야. 부서장이라면서 팀원들 챙기기는커녕... 맨날 네 아빠만 믿고 직원들 실적이나 가로채고 있지. 사람을 아무리 뽑아도 모자랄 지경이라니까. 진짜 지긋지긋해.” 보통 백정연은 회사에서 웬만한 일에는 신경도 안 쓰는 성격이었지만 윤하경 앞에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비웃듯이 웃으며 말했다. “근데 윤 대표 덕분에 다들 싫어하면서도 아무 말 못 하고 있었거든. 이제 네가 왔으니까, 걔도 오래 못 버틸걸?” 윤하경은 미소를 지으며 한쪽 눈썹을 살짝 올렸다. “저한테 그렇게 자신 있으세요? 혹시 제가 와서 대충 자리만 차지하고 놀면 어쩌시려고요?” “쯧.” 백정연이 피식 웃었다. “그럴 거였으면 벌써 나한테 이렇게 많은 자료를 요청하지도 않았겠지.” 그녀는 몸을 살짝 뒤로 기울이며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그래서 새로 부임한 부대표님께서는 첫 번째 불길을 어디에 지피실 건가요?” 윤하경은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녀는 이곳에 오기 전부터 모든 계획을 세워두었다. 그녀가 온 이유는 단순히 ‘부대표’라는 직함을 가지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녀의 목표는 윤씨 가문을 완전히 손에 넣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윤수철이 계속 저렇게 방만하게 운영하다가는 회사 자체가 망가질 것이 뻔했다. “한 시간 후, 회사의 모든 중고위급 직원들에게 회의 공지를 보내 주세요.” 백정연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혹시 일부러 회의에 안 오는 사람들은 어쩌려고?”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 거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일부러 제 체면을 깎아내리려는 사람이 있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안 오면 간단하죠. 즉시 해고 절차를 밟으면 됩니다.” 그녀의 입가에 얕은 미소가 떠올랐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누구든 예외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20화

    윤수철은 미간을 찌푸리고 잠시 침묵한 후 윤하연을 향해 말했다. “당분간 집에서 푹 쉬어라.” “왜요?” 윤하연은 상처받은 듯한 얼굴로 윤수철을 바라보았다. “설마 언니가 회사에 왔다고 해서 아빠는 저를 보고 싶지 않으신 거예요?” “네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내가 굳이 말해야겠어? 집에서 몸이나 잘 추슬러라. 하루 종일 회사에 와서 창피한 짓 하지 말고.” 이렇게까지 강한 어조로 말한 건, 아마도 지금까지 윤수철이 윤하연에게 했던 말 중 가장 날카로운 것이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윤하연의 눈에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아빠, 저... 저 정말 어제 아무 일도 없었어요.” “아직도 나한테 거짓말할 거야?” “이미 임 의사한테 다 들었어. 네가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소용없어.” 윤수철은 거짓말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윤하연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말해. 그놈들 대체 누구야?” 윤하연의 표정이 굳어졌다. ‘설마 임 의사가 전부 다 말했을 줄이야... 분명 입단속을 시켜놨었는데.’ 윤하연은 잠시 눈을 내리깔고 고민하더니 결국 모든 책임을 윤하경에게 떠넘기기로 마음먹었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는 말했다. “저... 제가 말할 수 없는 건, 윤씨 가문에 누가 될까 봐서예요. 게다가 저 사람들, 저도 모르는 사람들이었어요. 그저 언니가 그곳에 가보라고 해서 갔을 뿐인데 누가 알았겠어요...” 마지막 말을 끝으로, 윤하연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마치 세상에서 가장 큰 억울함을 당한 사람처럼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은 반은 진실, 반은 거짓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윤수철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진짜로 하경이가 그렇게 시켰다는 거야?” “만약 아빠가 못 믿겠다면 언니랑 직접 대질신문을 하셔도 좋아요. 그저... 언니가 저를 그렇게까지 미워할 줄은 몰랐어요.” 윤하연은 흐느끼며 촉촉해진 눈으로 윤수철을 바라보았고 눈에는 온통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19화

    “아빠,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저한테 설명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윤하연은 윤수철이 자신을 편애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그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설명? 무슨 설명을 원해?” 하지만 화가 너무 난 나머지, 그녀는 윤수철의 얼굴이 이미 굳어 있다는 사실도 알아채지 못했다. 평소 아빠 앞에서 연출하던 순종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녀는 책상 위에 손을 짚고 계속 따져 물었다. “왜 윤하경이 회사의 부대표가 된 거죠? 그리고 왜 저한테 한마디도 안 해주셨어요? 저도 회사에서 일한 지 오래됐잖아요. 아무리 실적이 없다 해도, 나름 고생한 건 인정해 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언니가 저보다 유능한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미리 한마디 정도는 해주셨어야죠!” 윤수철은 살짝 눈을 가늘게 뜨며 윤하연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특히, 어젯밤 의사가 한 말이 떠오르자 더욱 불편해졌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그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나는 어제 있었던 일 때문에 네가 충격을 받았을까 봐 걱정했는데. 보아하니 괜한 걱정을 한 모양이군.” 그는 원래 윤하연이 겪은 일을 고려해 당분간 회사에서 쉬게 할까도 생각했다. 충격이 컸을 테니 기분 전환도 할 겸 여행이라도 보내줄까 했는데 이렇게 기운 넘치게 회사까지 찾아와 따지는 걸 보니 그의 배려가 얼마나 쓸데없는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아빠의 말에 윤하연은 그제야 자신이 너무 감정적으로 굴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급히 표정을 누그러뜨리고 마치 기운이 빠진 사람처럼 팔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저... 아무리 힘들어도, 일은 소홀히 하지 않을 거예요.” “그래?” “네.” 그녀는 억지로 웃음을 띠며 덧붙였다. “아빠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제야 윤수철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사실 나도 윤하경이 회사에 올 줄 몰랐어.” “네?” 윤하연은 멍해졌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아빠의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18화

    윤수철은 표정을 굳힌 채 먼저 앞장서 걸었다. 하지만 돌아서는 순간, 그의 얼굴은 어둡게 가라앉았다. 자신의 딸이 자신의 회사에 입사하는데 정작 본인은 마지막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더군다나, 윤하경이 외부의 힘을 이용해 회사에 들어왔다면 앞으로 그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장담할 수 없었다. 순간 그녀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한빛 그룹에서 준비한 부대표 취임식은 상당히 성대했다. 마치 작은 연회를 연 듯, 최상층 사무실이 파티장으로 꾸며져 있었다. 중앙에는 와인 바와 핑거푸드가 놓여 있었고 윤수철이 이 새로운 부대표를 환영하기 위해 꽤 공을 들였다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 기현수가 단상에 올라 짤막한 인사와 함께 윤하경을 소개하고 마이크를 넘겼다. 윤하경은 자연스럽게 무대 위로 걸어나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녀의 눈빛은 여유로웠고 입꼬리는 가볍게 올라갔다. “한빛 그룹에서 일하게 되어 기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다들 오늘 와인 많이 즐기시고요.” 그렇게 짧고 간결한 인사 후, 윤하경은 무대를 내려왔다. 그리고 내려오자마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윤하연은 취임식장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 사이에서 윤하경을 발견하면서 순간적으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그녀는 곧 옆에 서 있는 기현수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그 순간, 윤하연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그녀는 시선을 살짝 돌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뒤, 자연스럽게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다가갔다. “아빠.” 그러면서 은근히 기현수에게 쳐다보며 웃었다. 하지만 윤수철은 예상치 못한 방문에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몸도 안 좋은데 왜 나왔어?” “오늘 부대표님 취임식이라면서요? 그래도 우리 회사 부대표님인데 제가 빠지면 좀 그렇잖아요.”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기현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윤하연이라고 합니다. 신임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17화

    기현수는 윤하경의 표정을 보며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왠지 모르게, 지금 그녀의 이 묘한 미소가 강현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어떤 일이든 쉽게 넘어갈 것 같지 않은, 그런 표정이었다.하지만 감히 입 밖에 내지는 못하고 그냥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며 애써 웃었다.“윤 부사장님 말씀대로죠.”그가 아무리 계약서에 이름을 올렸어도, 사실상 그는 그냥 얼굴마담에 불과했다.이 자리는 윤하경을 위한 것이었고 그는 단순히 그녀를 돕는 역할일 뿐이었다.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던 기현수는, 윤하경이 손목시계를 흘끗 확인하는 순간 긴장했다.윤하경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시간 됐네요. 이제 가죠.”그렇게 두 사람은 한빛 그룹으로 향했다.한빛 그룹에 도착하자, 윤하경은 건물 곳곳이 새로 단장된 듯한 것을 눈치챘다.깔끔하게 정리된 로비며 반짝거리는 대리석 바닥까지, 아무리 봐도, 오늘을 위해 꽤 공을 들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아버지가 새로 오는 부대표를 위해 이 정도까지 준비하다니.’윤하경은 속으로 비웃으며 천천히 걸어갔다. 하지만 진짜 재미있는 건 이제부터였다.과연 윤수철이 자신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그녀는 기대가 됐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바로 눈앞에 윤수철이 서 있었고 그는 손을 내밀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어서 오...”하지만 그의 표정은 단 한 순간에 굳어버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사람이 윤하경이라는 걸 확인한 순간, 그의 얼굴이 마치 멈춘 듯 경직되었다.“네가 여길 왜 왔어?”목소리에는 분노가 스며들어 있었지만 윤하경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어깨를 으쓱였다.“왜긴요? 출근했죠.”그녀는 천연덕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오늘부터 한빛 그룹에서 일하게 됐거든요.”윤수철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내가 직접 너한테 회사 오라고 했을 때는 거절하더니 지금 와서 무슨 속셈이야?”그는 주변에 있던 임원들이 듣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쏘아붙였지만 윤하경의 얼굴엔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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