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81 - Chapter 90

100 Chapters

제81화

약혼식이 다가올수록 집안 분위기는 미묘하게 흘러갔다.하지만 윤하경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도 그녀대로 바빴으니까.어느 날 출근하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거실에서 서성거리는 윤수철이 보였다.그는 요즘 한가한지 집에 있는 날이 많았다.지난번 대화가 불편했던 터라 윤하경은 못 본 척 그를 지나쳐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그때 윤수철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하경아, 잠깐만.”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는데 마치 딸이 아닌 낯선 사람을 부르는 것 같았다.윤하경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지만 아무 말 없이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윤수철은 그녀 앞으로 다가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오늘은 출근하지 말고 지호한테 전화해서 점심 약속 잡아. 걔랑 밥 좀 먹어야겠다.”보아하니 구씨 가문에서 윤수철을 점점 더 못마땅하게 여기는 모양이었다.윤하경: “오늘은 일이 있어서 죄송해요. 지호에게는 직접 연락하세요.”윤수철은 화가 나서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지만 그녀를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간신히 말했다. “지난번 네가 말한 건 들어줄 수도 있어. 구씨 가문에서 투자만 확정되면 남성에 있는 별장 바로 네 앞으로 해줄게.”누굴 바보로 아나?윤하경은 그를 돌아보며 어이가 없었다.“제가 바보로 보여요? 별장 명의가 제 앞으로 넘어오기 전에는 아무것도 못 해요.”윤하경은 입가에 비웃음을 띠며 조롱했다“아빠는 제게 신용도가 제로거든요.”그녀의 말은 매정했다. 윤수철은 그녀의 독설에 익숙했지만 그래도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하지만 지금 윤하경만이 그의 유일한 희망이었고 이 일은 오직 그녀만 해낼 수 있었다.그는 잠시 망설이다 윤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윤하연이 2층에서 내려왔다. 그녀의 표정은 어두웠고 잠을 제대로 못 잔 듯 피곤해 보였다.하지만 애써 웃으며 윤수철에게 공손하게 물었다.“아빠, 무슨 일이세요?”“신분증을 가지고 하경이랑 함께 부동산 등기소에 가서 그 집 명의 이전을 해.”윤하연의
Read more

제82화

임수연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좀 우스꽝스러워 보였다.팔짱을 낀 채 서 있던 윤하경은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달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임수연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윤수철이 갑자기 집 이야기를 꺼낸 건 분명 윤하경이 이간질했기 때문일 것이다.그 집은 자신이 애교를 부려 겨우 얻어낸 건데 이렇게 윤하경에게 그냥 넘겨줄 수는 없었다.한참 마음을 다스린 후, 그녀는 윤하경을 욕하려는 충동을 가라앉히며 윤수철에게 웃는 얼굴로 물었다.“여보, 갑자기 왜 집 얘기예요? 그 집은 하연에게 선물로 주기로 했잖아요?”윤수철은 그녀의 물음에 답변 대신 인상을 찌푸리며 짜증스럽게 말했다.“가져오라면 가져올 거지, 뭔 말이 그렇게 많아!?”윤수철은 임수연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에 부드럽게 유지하던 그녀의 표정은 거의 무너질 뻔했다.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눈을 반쯤 내리깔았다.“여보, 그 일은... 지금 당장은 어려울 것 같아요.”윤하경은 눈을 가늘게 뜨고 팔짱을 낀 손가락을 살짝 오므렸다.딱히 놀랍지는 않았다. 집이 이미 그들 모녀의 손에 들어갔으니 다시 내놓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임수연이 뭐라고 변명할지 가만히 지켜봤다.하지만 윤수철은 그녀처럼 참지 못하고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무슨 일이야? 너희들 이제 하나씩 내 말을 무시하기 시작한 거야?”요즘 정말 힘든 일이 많았는지 예전의 우아하고 점잖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초조함만 남은 윤수철이었다. 임수연은 무언가 말하려다 주춤하며 주변을 살폈다.윤하경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쯧, 아줌마, 할 말 있으면 어서 해 보세요. 무슨 핑계를 댈지 궁금하네요.”임수연은 속으로는 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겉으로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윤하경은 다시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아니면 저라는 외부인이 있어서 말하기 불편한가요?”그녀의 말은 정말 마음을 찔렀다.윤수철은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할 말 있으면 해.”
Read more

제83화

낯 뜨거워진 윤수철도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임수연을 매섭게 바라보았다.“그래, 그동안 내가 당신에게 맡긴 돈과 펀드는 당신이 나에게 준 돈보다 훨씬 많아. 고작 십억 때문에 집을 담보로 잡았다고?”윤하경은 비웃음을 흘리고는 다시 임수연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필사적으로 변명거리를 쥐어짜 내는 꼴이 정말 우스꽝스러웠다.예전에 엄마는 이 집을 위해 헌신적이었고 직장에서든 생활에서든 윤수철의 요구는 무엇이든 들어줬다. 엄마가 있을 때 한빛은 이렇게 한심한 상황에 처한 적이 없었다.고작 십억도 없다니.딱 봐도 그동안 윤수철이 얼마나 한빛을 말아먹었는지 알 만했다.그런데도 윤수철은 여전히 엄마보다 임수연에게 더 마음을 주고 있었다. 그녀가 엄마 발끝에도 못 미치는데 말이다.역시 남자는 다 똑같은 짐승이었다.임수연은 마침내 변명거리를 찾아냈고 한참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당신은 그동안 나에게 준 돈만 생각하지 집안 살림에 돈이 얼마나 드는지는 생각해 봤어요? 집안 행사, 가정부 월급, 생활비, 옷값까지 다 돈이에요. 이런 건 당신 같은 남자는 생각도 못 하겠죠.”임수연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윤수철을 원망스럽게 쏘아봤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매력적인 눈빛이었다.“당신이 날 의심한다면 우리 장부 정리하고 이혼해요. 어떤 사모님이 나처럼 살아요? 남편한테 이런 의심이나 받고.”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윤수철이 뭐라 하기도 전에 눈물을 훔치며 쿵쿵 위층으로 올라갔다.윤수철은 당황해서 허둥지둥 따라 올라갔다.순식간에 아래층에는 윤하경과 윤하연 두 사람만 남았다. 윤수철과 임수연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윤하연은 고개를 돌려 윤하경을 노려보며 말했다.“이제 속이 시원해?”윤하경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봤다.“너희 모녀의 연기는 정말 대단해.”윤하경은 차갑게 웃으며 입꼬리를 올렸다.“하지만 하연아, 너 기억해. 이 일은 아직 안 끝났어. 내 거, 난 하나도 빠짐없이 다 찾아올 거야.”윤하연이 웃었다.“네 거?”이제 윤하경 혼자
Read more

제84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차는 앞차와 충돌했다.‘아우, 재수 없어.’차를 세우고 고개를 들어 앞을 보는 순간, 동공이 움찔하며 줄어들었다.‘이 차,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그때, 훤칠한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윤하경은 차갑지만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남자를 보고 숨을 들이키며 몸을 움츠렸다.‘이런 젠장, 사고가 나도 하필 강현우를 만나다니?’다행히 강현우는 그저 길가에 서서 뒤돌아 그녀를 흘끗 볼 뿐이었다. 시력이 좋은 그는 차 안의 윤하경을 단번에 알아보았다.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는 모르는 사람처럼 시선을 돌렸다.강현우의 비서는 윤하경을 보고 어이없다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는 강현우와 윤하경의 관계를 몰랐기에 강현우에게 차인 그녀가 일부러 이 만남을 만든 거라고 생각했다.오랫동안 강현우 곁에서 일했던 그는 이런 식으로 강현우에게 접근하는 여자들을 수없이 봐왔다.하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고 윤하경에게 말했다.“윤하경 씨, 정말 우연이네요.”윤하경은 어색하게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저기, 많이 망가졌어요? 제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바로 보험사에 전화할게요.”사실 그녀도 마음이 아팠다. 새 차를 얼마 타지도 못했는데 사고가 났으니 말이다.비서는 미소를 지으며 강현우를 흘끗 보고 윤하경에게 말했다.“이 차는 대표님께서 가장 아끼시는 차라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대표님과 직접 이야기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윤하경은 가슴이 철렁해서 강현우를 쳐다봤다.사실 그녀는 강현우가 좀 무서웠다. 그에게서 풍기는 차가운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예전에 그를 유혹하려다 실패했던 기억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프로젝트가 끝나면 강현우와 끝내려고 했는데 하필 운전하다 마주치다니.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잠시 망설이다 그에게 다가갔다.“강 대표님.”그녀는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정말 죄송합니다.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을까요?”강현우는 대답 없이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길고 고른 손가락으로 휴대폰 화면을 톡톡 두드리며 중요한
Read more

제85화

강현우는 무표정하게 그녀를 흘끗 보고는 차 뒤쪽으로 돌아가 두 차의 상태를 확인했다.윤하경의 차가 들이받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녀의 차는 별문제가 없었고 페인트만 조금 벗겨졌을 뿐이었다.반대로 강현우의 차는 손상이 심했다. 그는 두어 번 훑어보고는 말했다.“여기는 택시 잡기가 어려워. 네 차는 문제가 크지 않으니 차 키 줘. 나는 비서와 함께 먼저 회사에 갈 테니 넌 여기서 처리를 기다려.”윤하경: “...”“저도 일이 있거든요!”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강현우는 냉소를 터뜨렸다.“그러니까 다음부터 내 주의를 끌고 싶다면 네가 치러야 할 대가부터 생각해 봐. 네 책임이니까 네 일은 나랑 상관없어.”윤하경: “...”그녀는 자신이 고의로 그의 차를 들이받은 게 아니라고 설명하려다가 무력감을 느꼈다. 세상에 이런 우연이 또 어디 있겠는가.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강현우와 말싸움하기 싫어 차 열쇠를 건넸다.“차 쓰고 나면 제 회사로 보내주세요.”강현우는 대꾸 없이 키를 받아 들고 윤하경을 스쳐 지나가 차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그녀의 차를 몰고 비서와 함께 유유히 사라졌다.윤하경은 발을 동동 구르며 혼자 땡볕 아래 서서 보험회사 직원이 와서 강현우의 차를 끌고 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택시를 잡아 축 늘어진 몸을 이끌고 회사로 향했다.회사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윤수철이 전화를 걸어 집으로 오라고 했다.그녀는 무시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윤수철이 이 시간에 자신을 집으로 부르는 이유는 구씨 가문에 가서 잘 말해서 빨리 투자를 받게 하려는 것뿐이었다.하지만 왜 그녀가 그래야 한단 말인가?그러나 식탁 의자에 잠시 앉아 있던 윤하경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쨌든 한빛은 엄마가 심혈을 기울인 곳이었으니 이대로 무너지면 엄마가 그렇게 고생해서 일궈낸 사업이 끝장나는 거였다.하지만 오직 그녀만 알고 있었다. 그녀와 구지호는 결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약혼식은 그저 두 집안의 관계가 완전히 파탄 나는 시작일 뿐이었다.머리가 너무
Read more

제86화

‘강현우가 나를 차단했다고!?’윤하경은 휴대폰 화면을 보며 아름다운 눈썹을 저절로 찌푸렸다.그녀는 어금니를 살짝 깨물었지만 별로 놀랍지는 않았다.강현우의 성격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고 이미 겪어보기도 했으니까.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옥타곤 안으로 들어가 찾아보기로 했다.이런 건 술집 직원에게 팁만 좀 주면 강현우가 어디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직원은 그녀를 3층 VIP룸 앞으로 안내했다“강 대표님 안에 계세요. 들어가세요.”윤하경은 응수하고는 조용히 인사를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술잔이 그녀를 향해 날아왔다.그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피할 틈도 없었다.“아...”윤하경은 머리를 감싸 쥐고 웅크렸다. 따뜻한 액체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방 안의 시끄러운 소리가 순식간에 멈췄고 모두 그녀를 쳐다보았다.“현우야, 사람이 맞았어.”낯선 목소리가 들렸다.윤하경은 그 말을 똑똑히 듣고는 아픔을 참으며 고개를 들어 범인을 찾았다. 과연 강현우가 정장을 입고 서 있었는데 차가운 얼굴엔 아직 분노가 남아 있었다.하지만 그녀가 다친 것을 보고 그의 표정은 잠시 멈칫했다가 결국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강 대표님, 사람이 맞았는데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윤하경은 화가 났다.오늘은 정말 운이 나쁜 날이었다. 집에서 싸우고 나온 데다가 강현우의 차를 들이받았고 또 꾹 참고 직접 차를 찾으러 왔더니 강현우의 술잔에 맞기까지 했다.강현우는 그녀를 돌아보며 어금니를 깨물었다.“윤하경 씨, 죄송해요. 현우는 원래 나를 맞히려고 했는데 그쪽을 맞혔네요.”그때 다른 사람이 다가왔다.윤하경이 고개를 돌려보니 방 안에 두 사람이 더 있었다.그리고 말을 건 사람은 전에 만난 적이 있는 배지훈이었다.그는 강현우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사람이었다.그의 잘못이 아니었기에 윤하경은 그의 사과를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그쪽과는 상관없어요.”배지훈은 입술을 깨물었다.“상처가 좀 심해 보이는데, 병원
Read more

제87화

윤하경은 차가운 표정의 강현우를 흘끗 보고 간결하게 부인했다.“아니요.”“이 상처, 저 사람이 때린 건가요?”의사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윤하경이 부인하지 않자 의사는 한숨을 쉬었다.“무서워하지 마세요. 가정 폭력이면 제가 경찰에 신고해 드릴 수도 있어요. 손찌검하는 남자는 안 돼요. 잘생겨도 소용없어요.”40~50대로 보이는 의사는 인생 경험이 풍부해 보였다.윤하경은 의사의 진심 어린 말에 웃음이 나왔다. 뒤에 서 있는 강현우의 씁쓸한 표정을 보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그녀는 장난기가 발동하여 불쌍한 척 강현우를 쳐다보며 의사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선생님. 저 사람이 한 게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저 괜찮아요. 안 아파요.”설명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모든 말이 강현우의 행동을 사실로 만들고 있었다.강현우는 입술을 깨물고 불쌍한 척 연기하는 윤하경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과연, 여의사는 윤하경의 말을 듣고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제가 신고해 드릴게요. 가정 폭력은 한 번이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끝이 없어요.”정의감에 불타는 의사는 윤하경의 상처를 치료하고 난 뒤, 휴대폰을 집어 들고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강현우에게 휴대폰을 빼앗겼다.그는 차갑게 윤하경을 돌아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제 연기 끝났나? 끝났으면 가시지.”그녀는 의사에게 미소를 지었다.“선생님, 저 괜찮아요. 그냥 실수로 맞은 거예요.”그녀는 거울을 집어 들어 붕대로 꽁꽁 감긴 자신의 머리를 보고는 다시 시무룩해졌다.“선생님, 흉터가 남을까요? 며칠 뒤에 약혼식이 있는데, 괜찮을까요?”그때 멋지게 나타나야 하는데 이런 꼴로 약혼식에 나가면 상대에게 줄 충격이 덜하지 않겠는가?그녀가 이런 상황에서도 약혼식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자 강현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의사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는 진료실을 나가버렸다.아마도 사람들은 예쁜 사람에게 더 인내심을 갖는가 보다. 의사는 차분히 그녀에게 설명했다.“상처가 보기에는 심해 보이지만
Read more

제88화

윤하경은 사실 강현우와 같은 냉혈한이 배지훈과 크게 싸운 이유가 궁금했다.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구지호였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강현우를 쳐다보았지만 뭔가 생각난 듯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하경아, 어디야?”윤하경은 잠시 말을 멈추고 대답했다.“집에 거의 다 왔어. 무슨 일이야?”“아니, 그냥 보고 싶어서. 지금 너희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차 안은 조용했고 윤하경의 목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았지만 강현우의 귀에는 모든 말이 또렷하게 들렸다.윤하경이 대답하기도 전에 강현우는 갑자기 미친 듯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관성 때문에 통화 중이던 윤하경은 앞으로 홱 쏠렸고 붕대 감은 상처가 차체에 부딪혔다.“아...”또다시 다치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쉬고는 원망스럽게 강현우를 노려보았다.“좀 천천히 운전하면 안 돼요? 아프다고요!”강현우는 차가운 얼굴로 앞만 보고 있었다.“방금 고양이 한 마리가 갑자기 튀어나왔어.”윤하경은 그의 말에 차 앞을 봤지만 고양이는 없었다.그녀는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 그때 전화기에서 구지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경아, 무슨 일이야? 누구랑 같이 있어?”윤하경은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지금 일이 좀 있어. 이따 가서 얘기할게.”말을 마치고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구지호에게 설명하기 귀찮았다. 어차피 며칠만 지나면 완전히 끝날 일이니 말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여기 세워주세요. 나머지는 제가 운전해서 갈게요.”윤하경은 길가를 가리키며 강현우에게 말했다.구지호는 지금 집에 있으니 강현우가 자신을 데려다주는 것을 보면 나중에 귀찮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그런데 막 말을 끝내자마자 강현우가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왜? 구지호가 무서워?”윤하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강현우는 차를 세울 생각이 없어 보였다.틈을 타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쓸어보았다.“내 침대에 올라올 땐 그렇게 용감하더니?”윤하경: “...”“강 대표님은 깔끔하게 끝
Read more

제89화

말투가 썩 좋지는 않았다.말하고 나서 본인도 그렇게 느꼈는지 한마디 덧붙였다.“강현우는 좋은 놈 아니야. 가까이하지 말라고 했잖아.”마치 자신은 좋은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 꼴이었다.윤하경은 속으로 어이가 없었지만 꾹 참고 설명했다.“오늘 우연히 만났는데 그가 던진 물건에 맞았어. 그래서 집까지 데려다준 거야.”구지호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뭔가 더 말하려고 했다.“오늘 사람들이 많이 있었어. 못 믿겠으면 배지훈한테 직접 물어봐도 돼.”모두 아는 사이이니 친하지는 않아도 얼굴은 아는 사이였다.윤하경의 목소리에서 짜증이 묻어나자 구지호는 입을 다물었다.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윤하경은 잠시 멈췄다가 그에게 물었다.“오늘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야? 실검 조작한 놈 찾았어?”그녀의 말에 구지호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음... 아직 못 찾았어.”윤하경은 그의 표정을 보고 이미 윤하연을 의심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지만 굳이 말하지 않으려 하니 더 캐묻지는 않았다.그녀는 그저 웃으며 말했다.“찾으면 본때를 보여줘야겠네. 진짜 못됐어. 그럼 별일 없으면 난 이만 들어갈게.”구지호는 이제야 그녀의 상처를 본 듯 손을 뻗어 그녀의 붕대를 살짝 만졌다.“아파?”윤하경은 고개를 저었다.“의사 선생님은 별일 아니라고 했어. 다만 내가 쉬고 싶을 뿐이지.”그녀는 하품하는 시늉을 했다.구지호의 손이 멈추더니 고개를 숙이고 서운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하경아, 왠지 네가 나한테 점점 더 인내심이 없어지는 것 같아. 예전엔 나랑 오래 같이 있고 싶어 했는데 지금은 나를 보내려고만 하잖아.”그의 목소리엔 서운함이 가득했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윤하경이 바람이 난 줄로 알 것이다.안타깝게도, 그의 아이는 이미 윤하연의 배 속에 있었다.예전 같았으면 그의 이런 표정에 윤하경은 온 마음을 다해 자기 마음을 증명하려고 애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짜증만 났다.구지호도 그녀가 자신에게 달콤한 말을 해주기를 기다리
Read more

제90화

그는 윤하경이 자신에게 점점 인내심이 없어진다는 것을 느꼈다.특히, 최근 그녀 곁에 강현우가 나타난 후로 더욱 그랬다.예전 같았으면 윤하경이 변심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만 강현우라면 불안했다.인정하기 싫지만 강현우는 어느 모로 보나 자신보다 훨씬 나았다.그의 말에 윤하경은 눈을 들어 그의 속내를 간파했다.예전에는 구지호가 풍기는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분위기에 눈을 뗄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저 자신이 눈이 멀었었다고 생각할 뿐이었다.그녀는 눈을 돌려 이층 방 창문 커튼 뒤에 서 있는 그림자를 발견했다.원래 구지호를 밀어내려던 윤하경은 거절하려던 말을 삼키고 마음을 바꿔 손가락으로 그를 불렀다.구지호가 몸을 숙이자 그녀는 그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윤하경의 코끝에 독한 향수 냄새가 스쳤지만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다시 이층을 보았다. 역시나 그 그림자는 발을 구르고 있었다.그러고는 커튼을 탁 닫고 사라졌다.“됐어?”구지호는 만족한 듯했지만 더 원하는 듯 한 발짝 다가왔다. 그러나 윤하경은 뒤로 물러섰다.“며칠 뒤면 약혼식인데 나 다쳤으니까 푹 쉬어야 돼.”구지호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스쳤지만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말을 마친 그는 또 그녀의 귀에 대고 나지막이 말했다.“이제 약혼식 날이 더 기다려진다.”윤하경은 입꼬리를 올렸다.‘나도 정말 기대돼! 하지만 누군가는 그 기대가 절망으로 바뀌겠지.’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그녀는 구지호에게 손을 흔들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거실에서 윤수철은 소파에 앉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구지호에게 제대로 퇴짜를 맞은 모양이었다.윤하경은 속으로 통쾌함을 느끼며 그를 흘끗 보고 계단으로 향했다.“거기 서!”윤수철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불러 세웠다.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방금 지호 만났냐?”윤하경은 응수하며 말했다.“네. 무슨 일 있어요?”윤수철은 냉소했다 “구씨 가문이 약속을 어겼는데 지호는 너랑 약혼할 생각
Read more
PREV
1
...
567891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