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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Author: 수박빙수
말투가 썩 좋지는 않았다.

말하고 나서 본인도 그렇게 느꼈는지 한마디 덧붙였다.

“강현우는 좋은 놈 아니야. 가까이하지 말라고 했잖아.”

마치 자신은 좋은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 꼴이었다.

윤하경은 속으로 어이가 없었지만 꾹 참고 설명했다.

“오늘 우연히 만났는데 그가 던진 물건에 맞았어. 그래서 집까지 데려다준 거야.”

구지호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뭔가 더 말하려고 했다.

“오늘 사람들이 많이 있었어. 못 믿겠으면 배지훈한테 직접 물어봐도 돼.”

모두 아는 사이이니 친하지는 않아도 얼굴은 아는 사이였다.

윤하경의 목소리에서 짜증이 묻어나자 구지호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윤하경은 잠시 멈췄다가 그에게 물었다.

“오늘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야? 실검 조작한 놈 찾았어?”

그녀의 말에 구지호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음... 아직 못 찾았어.”

윤하경은 그의 표정을 보고 이미 윤하연을 의심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지만 굳이 말하지 않으려 하니 더 캐묻지는 않았다.

그녀는 그저 웃으며 말했다.

“찾으면 본때를 보여줘야겠네. 진짜 못됐어. 그럼 별일 없으면 난 이만 들어갈게.”

구지호는 이제야 그녀의 상처를 본 듯 손을 뻗어 그녀의 붕대를 살짝 만졌다.

“아파?”

윤하경은 고개를 저었다.

“의사 선생님은 별일 아니라고 했어. 다만 내가 쉬고 싶을 뿐이지.”

그녀는 하품하는 시늉을 했다.

구지호의 손이 멈추더니 고개를 숙이고 서운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경아, 왠지 네가 나한테 점점 더 인내심이 없어지는 것 같아. 예전엔 나랑 오래 같이 있고 싶어 했는데 지금은 나를 보내려고만 하잖아.”

그의 목소리엔 서운함이 가득했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윤하경이 바람이 난 줄로 알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의 아이는 이미 윤하연의 배 속에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의 이런 표정에 윤하경은 온 마음을 다해 자기 마음을 증명하려고 애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짜증만 났다.

구지호도 그녀가 자신에게 달콤한 말을 해주기를 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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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여자 대표 코스프레한다고 해서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 회사에서 누가 실권을 가졌는지 잊지 마.” 윤하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녀의 말투는 겉으로는 가벼운 농담 같았지만 그 속에는 뼈가 있었다. 그 순간, 보안 팀장이 급하게 사무실로 들어왔고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윤 대표님, 어젯밤부터 오늘 오전까지 이 층의 CCTV가 모두 작동을 멈췄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다. “누군가 일부러 조작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확히 누가 들어왔는지 확인이 어렵습니다.” 윤하경은 조용히 손가락 끝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런 그녀를 보며 보안 팀장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 한빛 그룹에 새로 부임한 부대표가 그냥 허울뿐인 자리가 아니라는 걸, 그는 최근 며칠 동안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단 몇 주 만에 회사 내의 부실한 인사 구조를 개편하고 재무 문제를 파헤치고 있었는데 오늘 이런 일이 터졌다. 윤하경이 찾아낸 재무상의 허점들을 꼼꼼히 표시해 둔 자료들이, 어제 퇴근하면서 미처 금고에 넣지 못한 채 책상 위에 남겨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자료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순간 윤하경의 시선이 차갑게 변했다. ‘하필이면 내가 재무 쪽을 조사하고 있을 때, 관련 서류가 사라졌다?’그리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이제 너무나 분명했다.“혹시 일을 계속 이렇게 대충 했어? 이 층의 CCTV가 고장 났다고 해서 그냥 덮고 넘어가려는 건 아니겠지?” 그녀의 말투는 나직했지만 날카로운 압박이 담겨 있었다. 보안 팀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오늘 오후까지 해결해.” 그녀는 손목시계를 흘끗 보며 덧붙였다. “그게 안 되면 보안팀에서 빈자리가 생길지도 모르겠네.” 보안 팀장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방을 나섰다. 문을 나서자마자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29화

    ‘나를 여기 불러놓고 우아하게 식사하는 모습을 감상하라는 건가? ’윤하경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테이블 너머의 강현우를 바라보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천천히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고 있는 모습에 묘한 답답함이 밀려왔다. 그러나 그녀가 속으로 불평을 늘어놓으려던 순간, 강현우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한빛 그룹에 들어간 지 꽤 됐는데 나한테 보고할 건 없어?” “네?” 윤하경은 순간 당황하며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그러자 강현우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기억나지? 네가 나한테 한빛 그룹을 넘겨달라고 설득할 때 했던 말. 내 투자가 결코 헛되지 않을 거라고 장담했지. 지금 네가 한빛 그룹에 들어간 지도 벌써 일주일이 넘었어.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건지, 방향은 정해졌나?” “아직요. 그동안 인사와 재무 쪽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회사 내부에 부정적인 요소들이 너무 많아서 재무 쪽에서도 심각한 문제들이 드러났어요. 이걸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앞으로...” 그러나 윤하경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현우는 식기를 내려놓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 할 문제지. 내가 알고 싶은 건, 네가 약속했던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느냐는 거야.” 윤하경은 잠시 말을 잃었다.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던지는 강현우는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항상 여유롭고 가벼운 농담을 던지는 그였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은 또 다른 의미로 그녀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윤하경은 입술을 살짝 깨물다 이내 단호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강현우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나를 실망하게 않길 바래.”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시계를 흘깃 확인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하경은 속으로 깊은숨을 내쉬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같은 침대에서 함께 있었던 사람이, 이렇게 냉정하게 돌아설 수 있다니. 일과 사생활을 확실히 구분하는 것도 정도가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28화

    윤하경이 눈을 떴을 때, 강현우는 이미 자리에 없었다. 그녀는 피곤한 눈을 비비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창밖에는 뜨거운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고 눈이 부셔서 자연스럽게 찌푸려진 시선이 이불 밖으로 향했다. 하지만 윤하경은 그제야 아직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라는 사실을 깨닫고 순간적으로 온몸이 얼어붙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이불을 몸에 바짝 끌어안으며 얼굴만 살짝 내밀어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도 강현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불 속에서 조심스럽게 발끝을 내디디며 침대에서 빠져나온 그녀는 마치 도망치는 고양이처럼 조심스럽게 옷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보인 것은, 여성복으로 가득 찬 옷장을 보자 그녀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지난번 왔을 때보다 훨씬 많아진 여성 의류들. 분명, 이곳에 오는 ‘여자들’을 위해 미리 준비해 둔 것이겠지. 그녀의 머릿속에 어젯밤 차 안에서 맡았던 달콤하고 유혹적인 향수 냄새가 다시 떠올랐고 가슴 한구석이 갑갑하게 조여왔다. 쓸데없이 기분이 나빠진 윤하경은 이를 악물고 발끝으로 원피스를 하나 꺼내 들며 무심한 듯 중얼거렸다. “하, 역시 개 같은 남자야. 몸이 그렇게 좋으면 벽돌이라도 나르지. 겨우 약속 하나 잡아놓고 나를 이렇게 들볶아야 했냐고.” 그러나 그녀가 원피스를 고른 바로 그 순간 뒤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등 뒤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존재감에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강현우는 옷장 문 앞에 팔짱을 낀 채, 여유롭게 기대어 있었다. 걸음 소리도 없이, 기척도 없이 다가와 그녀를 보고 있었다니.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반사적으로 손에 든 원피스를 들고 몸을 가렸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요?” 당황한 기색을 감추려 했지만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혹시나 자신이 방금 뱉은 말을 전부 들었을까 싶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윤하경은 애써 침착한 척했지만 강현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대충 네가 ‘개 같은 남자’라고 욕할 때쯤?”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27화

    윤하경은 반사적으로 숨을 들이마셨다. “읏” 그리고 입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를 막을 수 없었다. “아파요” 진짜 아팠지만 윤하경의 목소리는 나직하고 부드러웠고 마치 투정을 부리는 듯한, 혹은 간절히 애원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강현우의 눈빛이 어두워졌지만 결국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 대신, 그의 입술이 천천히 위로 올라오더니 그녀의 떨리는 입술을 가만히 덮었다. ‘거짓말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겠지.’ 윤하경은 자신의 잘못을 알기에, 감히 반항할 수 없었다. 그가 원하는 대로, 모든 걸 받아들여야 했다. 욕조는 고급스러웠고 물 온도도 변함없이 따뜻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정신은 점점 멀어져 갔다. 마지막으로 윤하경은 강현우의 가슴에 머리를 기댄 채 힘없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만해요, 제발” 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점점 의식을 잃었고 결국 욕조에서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흐릿한 의식 속에서 윤하경은 자신이 안겨 어디론가 옮겨지는 걸 느꼈다. 푹신한 침대에 던져지듯 눕혀졌고 몸을 돌려 웅크리며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나 이내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며칠 동안 쌓인 피로 그리고 오늘 밤 그가 준 벌로 인해 그녀는 완전히 기진맥진해 있었다. 강현우는 침대 옆에 서서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더니 잠시 후, 코웃음을 치듯 낮게 헛웃음을 흘렸다. “참, 별일이네.” 그는 욕실로 향해 새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바로 그때 똑똑. “들어와.” 강현우의 목소리는 낮고도 차분했다. 방금 전까지 일어났던 격렬한 사랑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더 생기가 도는 듯한 얼굴이었다. 문이 열리고 우지원이 들어왔다. 그는 방 안을 한 바퀴 둘러보며 자연스럽게 침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듯한 시선이 우지원을 향해 날아들었다. 우지원은 재빨리 시선을 거두며 애써 모른 척한 채 보고를 시작했다. “대표님, 아까 그 여자 자백했어요. 둘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26화

    욕실 문을 열자, 강현우는 이미 욕조 안에 누워 있었다고 그의 몸에 있던 상처들도 어느새 거의 다 나은 듯 보였다. 언제나처럼, 그는 완벽한 몸매를 자랑했다. 물 위로 드러난 넓은 어깨와 단단한 가슴 근육은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지금 누구를 유혹하려는 거야.’ 속으로 눈을 굴리면서도, 윤하경의 얼굴에는 한없이 공손한 미소가 떠올랐다. “강 대표님, 제가 뭔가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을까요?” “수건 좀 줘.” 그는 무심하게 한쪽을 가리켰다. 그녀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손에 들린 수건을 챙겨 그에게 건넸다. 이미 그와 얼마나 많은 밤을 보냈는지 모르지만 여전히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남자의 얼굴과 몸은, 누구라도 탐낼 만큼 완벽하다는걸. 그저, 차 안에서 맡았던 그 역한 향수가 아니었더라면...윤하경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어떻게 하면 오늘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그녀는 어느새 욕조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수건이요.” 윤하경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손목이 강하게 잡혔고 중심을 잃은 그녀는 그대로 욕조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철퍼덕! 욕조가 충분히 커서 두 사람이 들어가도 여유가 있을 정도였지만 윤하경이 빠져든 순간,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녀의 몸은 뜨거운 물 속으로 파묻혔고 더욱 뜨거운 어떤 것과 맞닿았다. 윤하경의 손바닥은 본능적으로 그 뜨거운 살결 위에 놓였다. 그러나 그 감촉을 느낄 겨를도 없이, 그녀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강 대표님, 이게 무슨...”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현우가 고개를 숙였고 윤하경은 순간 숨이 막혔다. 축축한 머리카락이 뺨에 달라붙었고 흰 피부는 놀란 기색이 스며들어 살짝 붉어져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 촉촉한 눈동자가, 너무나 유혹적이었다. 강현우의 눈빛이 서서히 짙어졌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그녀의 뺨에 달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25화

    차 안에는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 향수 냄새가 감돌고 있었고 이건 강현우의 향수 냄새가 아니었다. 그와 오래 알고 지내면서 윤하경은 그에게서 언제나 같은 향만을 맡아왔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코를 스치는 향은 완전히 달랐다.윤하경은 본능적으로 이건 여자의 향수 냄새임을 알 수 있었다.달콤하면서도 묘하게 유혹적인 향 하지만 너무 달아서 역겨울 정도였다.순간, 그녀는 옆에 앉아 있는 강현우를 힐끔 바라보았다.‘아마 이런 타입의 여자를 좋아하겠지. 젊고 예쁘고 애교 많고...’그렇게 생각하니 이유를 알 수 없는 불편함이 가슴 한구석을 찌르고 지나갔다.윤하경은 시선을 내려 자신의 자리로 옮겼다. ‘그러면 내가 앉은 이 자리에, 방금까지 다른 여자가 앉아 있었던 걸까? 아니면 강현우가 어떤 여자와 함께 있다가 이 향수를 묻혀 온 걸까?’어느 쪽이든 기분이 몹시 나빴다.이때 차가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윤하경은 이내 강현우를 보며 말했다.“저기, 강 대표님. 저 오늘 몸이 좀 안 좋네요. 시간도 늦었으니 다음에 다시 뵙는 게 어떨까요?”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자연스럽게 변명을 했다. 그가 원하는 게 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 향수 냄새가 가득한 상태에서 도저히 그를 따라가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강현우 앞에서 아무리 낮은 자세를 취한다 해도 대체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그러나 윤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강현우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어두운 눈빛이 그녀를 꿰뚫듯이 바라봤다.윤하경은 순간적으로 심장이 조여드는 기분이 들었고 강현우는 얕게 웃으며 입술을 살짝 움직였다.“몸이 안 좋다고?”“네.”“어디가?”강현우의 시선이 점점 더 날카로워졌고 윤하경은 서둘러 적당한 핑계를 떠올렸다.“그게, 그냥...”윤하경은 원래 거짓말을 잘 못했고 특히, 강현우 앞에서는 더더욱 연기를 못했다. 그녀는 마른침을 삼키며 기침을 한 번 하고 나지막이 덧붙였다.“그냥, 그... 매달 오는 그날이에요.”그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24화

    ‘또?’윤하경은 입술을 삐죽이며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솔직히, 가고 싶지 않았다. 회사에 들어온 이후로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며 강현우의 존재조차 잊고 지낼 정도였다. 그런데 갑자기 그에게서 연락이 오니 본능적으로 불안해졌다. 특히, 그와 만날 때마다 보여주는 광적인 집착이 더욱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멍하니 고민하고 있는 사이, 또 다른 전화가 걸려 왔다. 화면을 보니 ‘온지우’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윤하경은 손을 뻗어 전화를 받았다. “쯧, 우리 윤 부대표님. 요즘 너무 바빠서 본인 성도 잊으신 거 아니야?” 온지우의 익숙한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하경은 목을 문지르며 한숨을 쉬었고 지금 농담을 주고받을 기분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야?” “돈, 준비 끝났어. 해외로 한 바퀴 돌리고 왔으니까, 흔적 하나도 안 남았어. 카드 번호 줘. 바로 이체해 줄게.” 윤하경은 살짝 멈칫했다. 그제야 이 중요한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고마워.” 윤하경은 짧게 생각한 뒤, 단호하게 말했다. “그냥 기부해.” 윤하경이 처음에 이 돈을 요구한 것은, 그동안 임수연이 윤씨 가문에서 빼돌린 돈을 토해내게 만들기 위해서였다.그러나 임수연의 손을 거친 돈은 더럽게 느껴졌다.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그 돈을 전부 기부하기로 했다. 차라리 좋은 일에 쓰는 것이, 최소한 덕이라도 쌓는 길이었다.온지우는 순간 말을 멈추더니 이내 키득거렸다. “와, 통 크네. 손 한 번 휘둘러서 몇십억을 그냥 내놓는다고? 기부자 이름은?” “익명으로.” 온지우는 한껏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역시 부자야. 근데 내 밥값은 잊으면 안 된다?” “네가 장소와 시간 정해서 보내 줘.” 그녀는 짧게 대답한 뒤, 전화를 끊고 다시 의자에 기대어 커다란 창밖을 바라보았다. 네온사인이 빛나는 야경이 마치 화려한 외투처럼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아래에는 누구도 모르는 더러운 진실들이 도사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23화

    “윤 회장님의 위임을 받아, 앞으로 저는 인사부와 재무부를 직접 관리하게 됩니다.”윤하경은 단정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그 말이 끝나자마자, 윤수철의 얼굴에는 의아함과 불만이 동시에 스쳤다.“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지?”그는 당혹스러워하며 물었다. 윤하경이 오자마자 한빛 그룹의 가장 중요한 두 부서를 장악하는 것이 탐탁지 않았다.그러나 윤하경은 태연하게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유지했다.“윤 회장님, 정말로 그런 말씀을 안 하셨나요?”그녀의 눈빛에는 분명한 경고의 기색이 담겨 있었다.잠시 침묵하던 윤수철은 문득 기억이 떠올랐다. 기현수와 계약을 체결할 당시, 부대표가 인사부와 재무부를 담당하게 되어 있다는 조항이 분명히 포함되어 있었다.그때는 단순한 거래로 받아들였지만 오늘 윤하경의 등장으로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그는 짧은 침묵 끝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맞아. 내가 깜빡했군.”윤하경의 미소가 한층 더 깊어졌다.“윤 회장님께서 기억하셨다니 다행이네요.”그녀는 회의실을 둘러보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단 한 번도 윤수철을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았다.마치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그저 직책상의 것일 뿐인 듯했다.윤수철은 어두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 말 없이 회의실을 나섰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윤하경은 가볍게 눈썹을 올리며 백정연과 재무부장 주주를 향해 말했다.“지난 1년간의 재무 보고서와 자금 내역을 전부 보내 주세요. 앞으로 당분간은 야근이 좀 많아질지도 모르겠네요.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그녀는 그렇게 말한 뒤, 곧장 회의실을 떠났다.그녀가 나가자, 회의실은 순식간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윤 회장님한테 딸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강단 있는 분일 줄은 몰랐네요.”“그러게요. 저분, 예전 하 대표님하고 비슷한 느낌이 있어요.”“이제야 우리 회사도 희망이 보이네.”사람들은 수군거리며 몰래 윤하연을 쳐다보았고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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