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61 - Chapter 70

100 Chapters

제61화

“뭐야?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자기 팀이 전문가라고 떠들더니 결국 이런 허접한 기획안으로 날 속이려는 거예요?”강현우는 길고 날렵한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윤 대표님, 이럴 거예요?”그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 안 공기는 순간 얼어붙었다.팀원들은 당황한 듯 서로를 바라보며 일제히 윤하경의 반응을 살폈다.윤하경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손에 쥐고 있던 파일을 살짝 움켜쥐었지만 겉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강 대표님께서 부족한 점이 있다고 느끼신다면 얼마든지 의견을 주시면 됩니다. 최대한 고객의 요구에 맞춰 완벽한 결과를 내도록 하겠습니다.”일에 있어서는, 윤하경은 언제나 진지하고 철저했다. 이 회사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기에 어떤 프로젝트든 잡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하지만 강현우는 마치 그녀를 일부러 곤란하게 만들려는 듯했다. 그는 시계를 한 번 확인하더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렇게 다 제가 지시해야 한다면 굳이 돈을 들여 당신 팀을 고용할 이유가 없죠. 다음번에는 만족할 만한 기획안을 가져오세요.”하지만 강현우는 그녀에게 더 이상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일행을 이끌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멀어지는 강현우의 뒷모습을 보며 윤하경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소지연은 고객을 배웅하러 나갔고 윤하경은 혼자 회의실에 남아 서 있었다.‘역시, 강현우란 사람은 상대하기 어려워.’이 프로젝트는 그녀와 팀이 밤을 새워 가며 준비한 것이고 기획안의 완성도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강현우는 계속 불만족스러워했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그녀가 파일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팀원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다들 실망감에 빠진 모습에 윤하경은 한숨을 삼키고는 팀원들을 향해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우리가 수없이 고민하고 준비한 프로젝트야.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면 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일단 다들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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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윤하경이 휴대폰을 들고 내려왔을 때 마침 강현우와 윤하연 사이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그녀는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이 상황을 감상하기로 했다.윤하연은 늘 청순하고 착한 여동생 이미지를 유지해 왔기에 아마도 이렇게 대놓고 굴욕을 당한 건 처음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강현우 이 남자 꽤 재미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강 대표님...”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윤하연이 드디어 정신을 차린 듯 억지로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제가 혹시 강 대표님께 실례되는 행동이라도 한 걸까요? 제가 뭘 잘못했는지...?”하지만 강현우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무심히 손목시계를 올려다보았다.그 모습만으로도 명백한 불쾌함이 드러났다. 그걸 눈치챈 그의 비서는 곧바로 앞으로 나서서 정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기요, 계속 길을 막고 계시면 보안팀을 부를 수밖에 없겠어요.”그 말과 함께 비서도 짧게 쓴웃음을 지었는데 그 눈빛엔 은근한 조롱이 서려 있었다.그도 강현우를 따라다니며 여러 부류의 여자들을 봐왔지만 이렇게 조악한 수작은 실소가 나올 정도였다. 그제야 윤하연도 더 이상 버티는 게 무리라는 걸 깨달은 듯 결국 얼굴을 감싸 쥐고 울먹이며 뛰쳐나갔다. 그 모습이 꽤 볼만했다.하지만 강현우는 단 1초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피곤하다는 듯 긴 다리를 뻗어 차에 올라탔고 아무런 감정 없이 조용히 말했다.“출발해.”하지만 차가 출발하기도 전에 누군가가 창문을 두드렸다. 강현우가 고개를 돌리자 창문 밖에서 윤하경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녀는 대놓고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강현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어쨌든 창문을 내리고 물었다.“또 뭐야?”윤하경은 대답하는 대신 태연하게 차 문을 열고 들어와 버렸다. 운전기사와 비서는 익숙하다는 듯 조용히 차에서 내려 주위를 비워줬다. 강현우는 그런 그녀를 보며 다소 짜증 섞인 어조로 물었다.“할 일 없어?”그 말투는 마치‘네가 이렇게 한가한 인간이었나?’같은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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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윤하경은 순간적으로 그 사람을 떠올렸고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차분하게 답했다.“아뇨, 그냥 요즘 바빠서요.”전화기 너머, 그 남자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이미 제가 드린 정보가 사실이라는 걸 확인하셨겠죠? 저는 지금 돈이 급합니다. 만약 윤 대표님이 이 거래를 원하지 않는다면... 저도 다른 길을 찾아야겠죠. 하지만 그게 당신이나 저, 우리 둘 모두에게 좋은 선택은 아닐 겁니다. 다만 저는 지금 너무 절박하거든요.”최근에 일어난 수많은 사건으로 인해, 윤하경은 이 남자의 존재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다시 연락한 이상, 그냥 넘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그녀는 짧게 숨을 들이마신 후, 결정을 내렸다.“지금 시간 괜찮아요. 만나죠.”“좋아요. 30분 후, 글로벌 센터에서 봅시다.”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짧고 간결하게 약속을 잡으며 전화를 끊었다.윤하경은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이내 빠르게 마음을 정리한 뒤 사무실로 향해 차 키를 챙겼다.그 모습을 본 소지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불렀다.“조금 있다가 미팅 있는데 어디 가?“윤하경은 차 키를 돌리며 말했다.“잠깐 볼 일이 있어서 나갔다 올게. 미팅은 내가 돌아와서 다시 진행하자.”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덧붙였다.“그리고 오늘 점심, 다 같이 맛있는 거 시켜서 먹자. 오늘 오전에 강현우한테 제대로 까였잖아. 우리 팀 분위기도 살릴 겸.”소지연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메뉴는 내가 알아서 정할게.”한 시간 후, 글로벌 센터.윤하경이 약속한 카페에 도착했을 때 그 남자는 이미 와 있었다.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온몸을 꽁꽁 싸매진 않았다. 선글라스를 쓰고 챙 넓은 모자를 눌러쓴 중년 남성, 그의 입가에는 길게 흉터가 나 있었다.윤하경은 우아하게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한 번 훑어본 뒤 카푸치노를 주문했다.그리고 곧바로 시선을 돌려 그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어떻게 부르면 될까요?“그 남자는 살짝 입술을 씹더니 귀찮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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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강현우는 눈앞에 윤하경이 나타나자 잠시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자마자 그의 이마가 살짝 찌푸려졌다.그러나 윤하경은 그의 반응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밝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우연이네요, 진해리 씨, 강 대표님. 이렇게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강현우는 여전히 말이 없었고 대신, 진해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러게요, 정말 우연이네요. 혹시 식사 안 하셨다면 같이 드실래요?”그녀는 예의상 하는 말이었을 뿐 정말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방해가 되진 않겠죠?”겉으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지만 윤하경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이미 자리의 빈 공간을 당당히 차지했다.진해리와 강현우 사이에 앉자 진해리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진해리는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메뉴판을 건넸다.“그럼, 메뉴 고르세요.”하지만 윤하경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가볍게 메뉴판을 받아 들고 아무렇지 않게 두 가지 요리를 주문했다. 그리고 태연하게 진해리를 바라보며 대화를 이어갔다.“진해리 씨, 해외에서 막 돌아오셨나요?”진해리는 부드럽게 웃으며 귀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가볍게 넘겼다.“네,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왔어요.”“좋겠네요.”윤하경은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덧붙였다.“해리 씨는 예쁘고 능력도 출중한데... 강 대표님과도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곧 좋은 소식 들릴 것 같은데?”진해리는 그 말에 순간적으로 강현우를 슬쩍 바라봤다.그러나 그녀는 보통 여자들처럼 그저 수줍어하거나 부끄러워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우아하고 세련된 미소로 답했다.“그건 인연이 닿아야 하는 거겠죠.”그 순간, 윤하경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강현우는 대화에 단 한마디도 끼어들지 않았다.다만 테이블 맞은편에서 조용히 진해리를 위해 물티슈를 챙겨주는 모습이 보였다.윤하경은 그동안 강현우를 봐 왔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모습은 처음이었다.따뜻한 조명 아래 강현우의 모습은 평소보다 훨씬 더 온화해 보였다. 그때, 진해리는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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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점심을 다 먹고도 강현우한테서 별다른 유용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오후에는 회사로 돌아가 회의도 있어야 했고 그들과 하루 종일 붙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윤하경은 기운 없이 레스토랑 문 앞에서 강현우와 진해리에게 인사한 뒤, 돌아서서 걸어갔다.그녀가 하이힐을 신고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진해리는 강현우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눈이 높네.”“하경 씨는 예쁘기도 하고 꽤 흥미로운 사람이네.”진해리의 말투에는 진심 어린 칭찬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강현우는 살짝 눈썹을 찌푸렸을 뿐, 별다른 반응 없이 물었다.“집까지 데려다줄까?”진해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오후에 약속이 있어. 걱정하지 마, 오늘 데이트 미션은 완수했으니까 이젠 아줌마가 널 더 이상 귀찮게 하진 않을 거야.”강현우는 딱히 대꾸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난 먼저 갈게.”그 말을 끝으로, 그는 긴 다리를 뻗으며 돌아섰다. 식사 자리에서 진해리에게 보였던 부드러운 태도는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있었다.윤하경은 일과 사생활을 철저히 구분하는 사람이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미지의 인물에게 받은 서류를 한쪽으로 치워두고 우선 회의를 진행했고 다시 끝도 없는 야근의 늪에 빠졌다.한 달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강현우와 완전히 끝내기 전에, 반드시 이 프로젝트를 완성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밤늦게까지 일하는 건 기본이었다.결국 그녀는 집에 가지 않고 사무실 소파에서 대충 밤을 보내기로 했다.잠들기 전, 그녀는 낮에 받은 서류를 다시 펼쳐 보았다. 사실, 자료 속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이미 대강 파악하고 있었다. 전에 고용한 사설탐정이 괜히 돈값을 한 게 아니었다.하지만 이 서류에는 새로운 사실이 담겨 있었다. 그녀가 살아온 지난 이십여 년의 삶과 인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충격적인 비밀이었다.어머니의 죽음은 오랫동안 그녀의 가슴에 박힌 가시였다. 그동안 단지 의심만 했던 일이, 이제는 확신으로 바뀌었다.증거가 눈앞에 놓여 있어 이제는 부정할 수도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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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임수연은 윤하경이 드물게 부드러운 태도로 말을 건네자 순간적으로 얼굴이 굳어졌지만 연기에 능숙한 그녀여서 잠시 멈칫했을 뿐, 곧바로 미소를 띠며 말했다.“가족끼리 무슨 그런 말을 해. 당연한 일이지.”윤하경은 싱긋 웃었다.“그러게요. 남을 모시는 건 원래 전문이시니까, 힘들지도 않겠네요.”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윤하경의 말에는 숨은 뜻이 있었다. 그러자 임수연의 얼굴에서 미소가 뚝 멈췄고 입가가 미세하게 떨렸다.누가 들어도 윤하경이 그녀가 과거엔 단순한 간병인 출신이었다는 사실을 꼬집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굳이 임수연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윤수철은 병상에 누워 있었지만 위중해 보이지는 않았다. 숨소리가 조금 거칠 뿐, 크게 아픈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그의 가슴께를 흘끗 내려다보며 씁쓸하게 웃었다.“아버지.”하이힐 소리를 또각거리며 다가가 꽃다발을 침대 옆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윤수철은 고개를 돌려버리며 대놓고 그녀를 무시했다.이때 임수연이 나섰다.“수철 씨, 하경이가 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요? 어제 하연이를 시켜서 일부러 불렀는데 막상 보니까 왜 아무 말도 안 해요?”윤하경은 속으로 비웃으며 눈을 굴렸다.‘내가 내 아버지를 보러 온 건데 이 사람은 자기 공으로 돌리려 하네.’하지만 윤하경은 굳이 말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이때 윤수철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왜 왔어? 나 열받게 하려고 온 거야?”윤하경은 입술을 살짝 다물었다. 그러더니 긴 다리를 우아하게 접어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한 손에는 천천히 사과를 깎으며 고개를 돌려 임수연을 바라보았다.“아줌마, 저희 부녀끼리 할 얘기가 있으니까 잠깐 나가주시겠어요?”표정은 담담했지만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는 듯한 분위기였다. 임수연은 쉽게 나가지 않고 윤수철을 바라보았지만 윤수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마지못해 말했다.“그럼 난 유 집사한테 가서 점심이 준비됐는지 보고 올게요.”그러고는 병실을 나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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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비록 두려움이 그의 눈에 잠깐 스쳐 지나갔을 뿐이었지만 윤하경은 놓치지 않았고 원하는 답을 얻었다.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흩어진 물건들을 하나씩 주워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 예전 같았으면 성급하게 행동했을 그녀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이제 이 사람은 더 이상 그녀의 가족이 아니라, 원수였다.윤하경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아버지, 그냥 대화 좀 나누자는 건데 왜 그렇게 화를 내세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무슨 찔리는 거라도 있어서 화내는 줄 알겠어요.”그녀의 말이 끝나자, 윤수철의 얼굴이 다시 한번 일그러졌다.하지만 윤하경은 그가 폭발할 기회를 주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사과를 쓰레기통에 던지고 손을 툭툭 털었다.“아버지, 전 회사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다음에 또 올게요.”잠시 뜸을 들인 후, 덧붙였다.“이제 곧 제 약혼식이잖아요. 아버지께서 주최하셔야 하니, 병실에만 계시면 안 되죠. 빨리 회복하세요.”그날 커다란 쇼가 준비되어 있었으니, 윤수철이 빠지면 재미없을 테니까. 그 말을 남긴 뒤, 그녀는 병실을 나서려 했다.그러나 막 문을 열려던 순간 발치에 놓인 유리컵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그녀는 흘끗 바닥을 내려다보았더니 유리 조각이 흩어진 곳은 그녀의 발에서 불과 5cm 거리였다. 단 몇 센티만 더 정확했다면 그녀는 오늘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눈빛이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태연하게 문을 열었다. 밖에서는 임수연이 미처 도망가지 못한 채, 몰래 엿듣다 걸린 민망한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그러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하경아, 벌써 가려고? 왜 아버지랑 좀 더 이야기하지 않고?”윤하경은 대답하지 않았고 다만 임수연이 시선을 피할 때까지 그녀의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그제야, 윤하경은 차갑게 입을 뗐다.“됐어요. 아버지 잘 보살펴 드리세요.”그러고는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우아하게 병실을 떠났다. 임수연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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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윤하경은 잠시 머뭇거렸다. 아직 완전히 등을 돌리기 전이니 최소한 겉모습은 유지해야 했다.“그럼 주소 불러줘. 퇴근하고 갈게.”구지호가 전화기 너머에서 웃음을 터뜨렸다.“좋아, 바로 보낼게.”그녀는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구지호가 보낸 주소가 도착했다.주소는 도심에서 꽤 먼 외곽의 고급 클럽이었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둠이 깔려 있었다.구지호는 거대한 홀을 통째로 빌려두었고 문을 열자마자, 화려한 꽃잎과 반짝이는 리본들이 공중에 흩날렸다. 그녀는 문 앞에 멈춰 서서 무덤덤한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주변에서 울려 퍼지는 사람들의 환호성도, 그녀에게는 거슬리는 소음일 뿐이었다.윤하경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구지호를 바라보았다. 구지호는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와 그녀를 품에 안았다.“하경아, 기뻐?”속으로는 비웃었지만 얼굴에는 감동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기쁘지. 하지만 오늘은 네 생일이잖아. 내가 주인공처럼 굴어도 되겠어?”구지호는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때, 갑자기 홀 한쪽에서 연주가 시작되었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었다.이때 구지호가 무릎을 꿇었다. 그는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하경아, 오늘은 내 생일이지만 네게 준비한 서프라이즈이기도 해. 다른 여자들이 있는 거 우리 하경이도 있어야지. 너에게 모든 걸 줄 수 있어.”윤하경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이 남자는 배신자인데 어떻게 이런 진심 어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걸까?만약, 이 순간이 한 달 전이었다면 그녀는 감동해서 눈물이라도 흘렸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은?그녀가 아무 말 없이 서 있자,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뒤쪽에서 구지호의 친구들이 야유를 섞어 농담을 던졌다.“어이, 구지호. 하경 씨가 거절하는 거 아니야?”그러나 구지호는 여유로운 표정을 유지한 채 그녀를 올려다보며 부드럽게 말했다.“하경아. 너... 감동해서 말도 못 하는 거야?”윤하경은 정신을 차렸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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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윤하경은 정신을 차리고 입술을 지그시 다물었다. 잠시 고민하더니, 그녀는 구지호를 향해 손을 뻗었다.“나...”“하경 씨, 신중히 생각해 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결혼은 중요한 일이니까요.”강현우가 옆에서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의 말은 명백한 경고였다.구지호는 눈살을 찌푸렸고 참고 또 참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강 대표님, 오늘은 제가 하경이와 행복한 순간을 함께하는 날입니다. 목격자가 되실 생각이면 환영이지만 다른 의도가 있다면 이 자리에서 떠나 주시죠.”그의 말투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인내심의 끝자락이 묻어 있었다. 그가 아니었으면 이미 주먹이 날아갔을지도 몰랐다.그러나 강현우는 구지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저 윤하경만 바라보고 있었다.윤하경은 그 시선을 피해, 짜증스럽게 강현우를 노려보았다.‘도대체 이 남자는 뭘 하려는 걸까? 단순한 소유욕인가?’강현우는 원래 감정 따위에 휘둘릴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후, 억지 미소를 지었다.“강 대표님,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구지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결혼하자.”그러자 구지호의 눈빛이 환하게 빛났다. 그는 그녀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고는, 승리한 남자처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순간 강현우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흘깃 바라볼 뿐이었다.구지호는 만족한 듯 그녀를 꼭 끌어안았고 고개를 돌려 강현우를 향해, 비아냥거리듯 말했다.“강 대표님, 우리 사랑을 직접 목격하셨으니 축하주 한잔하고 가시죠?”강현우는 무표정하게 술상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고 그의 강렬한 턱선이 한층 도드라졌다.그러더니, 얇은 입술을 가볍게 다물었다.“사양하겠습니다.”그 말만 남긴 채, 그는 바로 뒤돌아서 나가버렸다. 그 순간, 윤하경의 손끝이 살짝 움츠러들었다.구지호가 그녀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하경아, 강현우랑 너무 얽히지 마. 나는 그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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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뭐 하는 거야?”순간, 윤하경은 술기운이 절반쯤 가시면서 화가 난 눈빛으로 구지호를 노려보았다.자신의 반응이 너무 날카로웠다는 걸 깨닫고 그녀는 살짝 목소리를 낮추었다.“그만해, 장난치지 마.”이미 구지호와의 이 위선적인 관계만으로도 숨이 막힐 지경인데 신체적인 접촉까지 감당할 수는 없었다.더군다나, 이 남자는 윤하연과도 엮였던 놈이어서 그 생각만 해도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구지호는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오늘 내 생일이잖아. 아무것도 선물해 줄 생각 없어?”그녀는 한숨을 삼켰다.“장난하지 마. 내일 출근해야 해.”그녀의 목소리에는 이미 짜증이 묻어 있었다.하지만 구지호의 손길은 이 순간을 기다린 듯 더욱 거칠어졌다.“이미 내 프러포즈를 받아들였잖아. 이건 시간문제 아닌가?”그는 그녀의 귓가에 바짝 다가와 속삭였다.“하경아, 거절하지 마. 내 마음 아프게 하지 마.”그의 목소리는 상처받은 남자의 것처럼 들렸지만 윤하경은 속으로 비웃음을 참았다.‘윤하연과 잘 때는, 내가 상처받을 거란 생각은 했을까?’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신,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지 고민하고 있었다.그 순간, 그의 입술이 그녀의 피부에 닿았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홱 돌리자 그의 입술은 그녀의 귓불 옆에 떨어졌다.“구지호, 강요하지 마. 아직 서두르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그러나 그는 그녀를 애타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하경아, 넌 너무 완벽해. 그래서 두려워. 누군가 네가 내 것이라는 걸 모르게 될까 봐.”그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졌다.“특히, 강현우.”윤하경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혹시, 구지호가 무언가 눈치챈 걸까?그러나 곧 그럴 리 없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녀는 구지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가 정말로 알았다면 이미 난리를 쳤을 테니까.지금 하는 말은, 그저 그녀의 마음을 흔들기 위한 수작일 뿐이었다.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면서 구지호를 밀어내기로 결심했다.그녀는 갑자기 힘을 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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