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두려움이 그의 눈에 잠깐 스쳐 지나갔을 뿐이었지만 윤하경은 놓치지 않았고 원하는 답을 얻었다.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흩어진 물건들을 하나씩 주워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 예전 같았으면 성급하게 행동했을 그녀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이제 이 사람은 더 이상 그녀의 가족이 아니라, 원수였다.윤하경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아버지, 그냥 대화 좀 나누자는 건데 왜 그렇게 화를 내세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무슨 찔리는 거라도 있어서 화내는 줄 알겠어요.”그녀의 말이 끝나자, 윤수철의 얼굴이 다시 한번 일그러졌다.하지만 윤하경은 그가 폭발할 기회를 주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사과를 쓰레기통에 던지고 손을 툭툭 털었다.“아버지, 전 회사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다음에 또 올게요.”잠시 뜸을 들인 후, 덧붙였다.“이제 곧 제 약혼식이잖아요. 아버지께서 주최하셔야 하니, 병실에만 계시면 안 되죠. 빨리 회복하세요.”그날 커다란 쇼가 준비되어 있었으니, 윤수철이 빠지면 재미없을 테니까. 그 말을 남긴 뒤, 그녀는 병실을 나서려 했다.그러나 막 문을 열려던 순간 발치에 놓인 유리컵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그녀는 흘끗 바닥을 내려다보았더니 유리 조각이 흩어진 곳은 그녀의 발에서 불과 5cm 거리였다. 단 몇 센티만 더 정확했다면 그녀는 오늘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눈빛이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태연하게 문을 열었다. 밖에서는 임수연이 미처 도망가지 못한 채, 몰래 엿듣다 걸린 민망한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그러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하경아, 벌써 가려고? 왜 아버지랑 좀 더 이야기하지 않고?”윤하경은 대답하지 않았고 다만 임수연이 시선을 피할 때까지 그녀의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그제야, 윤하경은 차갑게 입을 뗐다.“됐어요. 아버지 잘 보살펴 드리세요.”그러고는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우아하게 병실을 떠났다. 임수연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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