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41 - Chapter 50

100 Chapters

제41화

사진 속 두 사람은 꽤 젊어 보였고 서로 다정하게 기대고 있는 모습은 마치 열렬한 연애 중인 연인 같았다.윤하경은 표정을 감춘 채 조용히 사진을 집어 들어 가방에 넣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 하이힐을 울리며 카페를 나섰다.그녀는 오후 내내 정신없이 바빴고 오늘만큼은 일찍 퇴근해서 푹 쉬고 싶었는데 사무실을 정리하려던 순간, 소지연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들어왔다.“크흠.”그녀는 코끝을 가볍게 문지르며 능청스럽게 말했다.“윤 대표, 손님이 왔어.”가방을 챙기던 윤하경이 고개를 들었다.“누가?”소지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사무실 문이 다시 열렸고 꽃다발을 든 구지호가 활짝 웃으며 들어왔다.“하경아, 데리러 왔어.”윤하경은 순간 인상을 찌푸릴 뻔했지만 겨우 참아냈다. 그녀는 손에 든 가방을 내려놓으며 짧게 숨을 들이쉰 뒤, 애써 표정을 고쳐 지었다.“고마워.”지금은 감정을 드러낼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꽃을 받을 생각도 없이 고개를 돌려 비서를 불렀다.“꽃병에 꽂아 둬.”구지호는 그녀의 얼굴에서 별다른 감정을 찾을 수 없었는지, 살짝 입술을 깨물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아직 시간도 이른데 같이 저녁이나 먹을까?”윤하경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구지호가 손을 내밀자 윤하경은 자연스럽게 잡힌 척하며 그를 따라 사무실을 지나치며 소지연에게 슬쩍 눈짓을 보냈다.‘꽃은 당장 버려.’소지연은 피식 웃으며 손가락으로 ‘OK’사인을 보내더니, 꽃을 들고 휙 사무실을 빠져나갔다.사무실을 나서자마자, 구지호는 그녀를 자신의 차 조수석에 태웠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 차 안은 부드러운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그때, 윤하경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목덜미의 붉은 자국으로 향했다.분명히 컨실러로 가렸지만 그녀의 눈을 속이기엔 역부족이었다.‘윤하연, 정말 가관이네. 이걸 보여주면서 날 불쾌하게 만들고 싶다는 거야?’그러나 윤하경은 모른 척, 일부러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가갔다.“어머, 지호야. 모기한테 물렸어?”그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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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윤하경은 눈을 가늘게 뜨며 구지호를 바라보았다.“나 피곤해. 집에 가서 쉬고 싶어.”단호하게 말을 끝낸 그녀는 그대로 돌아서려 했지만 구지호가 다시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고 몸을 숙여 그녀의 귀에 바짝 다가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하경아, 여기까지 왔는데 내 체면 좀 세워주면 안 돼? 친구들한테 망신당하고 싶지 않거든.”그 순간, 윤하경의 머릿속에 오래전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출장으로 다른 도시에 머물고 있던 어느 날 밤, 갑자기 구지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그는 열이 난다며 자신이 너무 보고 싶다고 했고 그녀는 망설임도 없이 차를 몰아 두 시간 동안 달려왔지만 도착했을 때, 그는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있었고 그녀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내 여자 친구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지금 생각해 보면 그는 그녀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그저 그녀가 얼마나 자신에게 헌신하는지 시험하고 싶었다. 오늘 이 상황도 그때와 다를 바 없었다.윤하경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대체 왜 이 남자를 좋아했던 걸까? 무슨 정신으로 이런 인간에게 마음을 줬던 걸까?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야 하나둘씩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더 이상 구지호에게 신경 쓰고 싶지 않던 바로 그때 갑자기 문이 열렸다.그리고 윤하연이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들어왔고 그녀의 시선은 곧바로 구지호에게 향했다.마치 눈앞에 있는 사람이 자신이 가장 의지하는 사람이라도 되는 듯,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저기... 친구들이랑 놀다가 언니랑 지호 오빠가 여기 있다고 해서 와봤어요.”윤하연은 이런 회식 자리에 완전히 스며들지 못한 상태라 그녀와 친한 사람도 거의 없었고 당연히 이 자리에서도 그녀를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이 윤하경과 구지호인 만큼, 그녀가 윤하경의 여동생이라는 말에 몇몇 사람이 자리를 내주었다.“아, 하경이 동생이구나! 이리 와서 앉아.”윤하연은 살짝 부끄러운 듯 미소 지으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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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구지호는 주변을 살피며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됐어. 너 먼저 돌아가.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하연이 한발 다가서더니 갑자기 발돋움해 그의 입술을 덮쳤다. 밤이라 조명이 어두웠지만 윤하경은 그 장면을 너무나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지만 이번에는 처음처럼 화가 나지 않았고 그저 웃음이 나올 정도로 우스웠다.두 사람의 키스는 한참을 이어졌다. 거의 일 분이 넘도록 이어진 뒤에야 떨어졌고 구지호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거친 숨이 섞여 있었다.“윤하연, 미쳤어? 이러지 마.”그러나 윤하연은 멈추지 않고 구지호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애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맞아, 나 미쳤어. 오빠가 언니랑 약혼하면... 난 정말 오빠를 잃게 될까 봐 무서워.”그녀는 품 안에서 더욱 애처롭게 몸을 웅크리며 말했다.“오빠랑 함께할 수만 있다면 난 명분도 필요 없고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상관없어. 하지만... 내가 계속 오빠 곁에 있으면 언니가 화낼 거야. 그러니까... 난 그냥 오빠의 행복을 빌 거야.”말을 마치자, 그녀는 힘겹게 돌아서려 했다. 그러나 구지호가 다시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윤하경은 조용히 비웃었다. 이 두 사람은 드라마를 찍지 않는 게 아까울 정도였다.이미 충분한 영상을 확보한 그녀는 더 이상 이 코미디를 볼 필요가 없어 그만 자리를 뜨려는 순간 발밑에서 바삭, 마른 나뭇잎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크게 난 소리는 아니었지만 조용한 밤의 정원에서는 그마저도 선명하게 들렸다.순식간에 두 사람이 움찔했고 구지호는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윤하연을 밀어내며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몸을 돌렸다.“누구야?”윤하경은 눈을 마주칠 새도 없이 바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지금 이 순간 그들과 정면으로 마주치는 건 재미가 없었다. 이 정도 상황에서 바로 폭로해 버리는 건, 두 사람에게 너무 쉬운 벌일 테니까.윤하경은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구지호도 본능적으로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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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몇 걸음 채 가지 못했을 때 핸드폰이 울렸고 발신자를 보니 구지호였다.윤하경은 짜증이 밀려오는 걸 꾹 참고 전화를 받았다.“하경아, 어디야?”그의 목소리는 스스로도 자신이 한 짓을 알고 있다는 듯 조심스러웠다.윤하경은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술을 좀 마셨더니 속이 안 좋아서 먼저 나왔어. 너희끼리 잘 놀아.”구지호는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조심스레 물었다.“...혹시 화난 거야?”윤하경은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불쾌감을 꾹 눌렀다.“아니. 내일 봐. 내일 두 집안이 약혼식 장소랑 일정 정하러 만나기로 했잖아?”그제야 구지호는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조심히 들어가.”윤하경은 대꾸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이제 시간이 꽤 늦어졌고 이 클럽은 비교적 한적한 곳에 있어 택시도 쉽게 잡히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잡히지도 않을 것 같아, 그녀는 하이힐을 신은 채 천천히 길을 따라 걸었고 밤바람이 불어 긴 머리를 살짝 휘날렸다. 그녀는 문득 강현우의 차가운 태도가 떠올랐고 그가 진해리를 대할 때의 모습도 함께 떠올랐다. 그때는 지금처럼 냉정하지 않았기에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답답해졌다.윤하경은 가방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들고 불을 붙이려 했지만 바람이 강해 몇 번을 시도해도 제대로 붙지 않았다.그렇게 불을 붙이려 집중하고 있을 때, 쌩하고 갑자기 한 대의 차가 그녀의 바로 앞을 스치듯 빠르게 지나갔다.너무 가까워 조금만 더 움직였어도 부딪힐 뻔했다. 윤하경은 순간적으로 몸을 움찔하며 휘청였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지나가는 차를 바라보았다.익숙한 차였고 그녀는 말없이 차를 노려보았다. 차는 한순간 속도를 줄이더니, 잠시 망설이는 듯했지만 결국 그대로 달려가 버렸다.바로 강현우였다.그는 심지어 창문조차 내리지 않았고 그녀가 있는 곳을 힐끗 한 번 바라보지도 않자 윤하경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때, 또 다른 차 한 대가 그녀 앞에 멈춰 섰다. 조용히 내려간 창문 사이로, 날카로운 선이 돋보이는 얼굴이 드러났다.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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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강현우는‘약혼자’라는 단어를 강조하듯 또렷하게 발음했고 윤하경은 가볍게 눈썹을 올리며 그를 바라보았다.“강 대표님, 뭘 말씀하고 싶은 거예요?”그는 비웃듯 짧게 웃더니,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꺼트리고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으며 윤하경은 본능적으로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이곳은 시내 중심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였지만 크기가 그리 크지는 않았다. 30평도 채 안 되는 이 공간에서,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긴 강현우가 들어서자 방이 한층 더 좁아 보였다.“네 배짱이 꽤 크다고 말하고 싶어서.”그는 그녀를 벽에 몰아세우며 나직하게 말했다.“구지호랑 끝났다고 하지 않았어?”윤하경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더니 정말 잘생긴 비주얼에 완벽한 얼굴선과 날렵한 턱선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피부도 유난히 깨끗해서, 순간적으로 그가 무슨 브랜드의 스킨케어 제품을 쓰는지 묻고 싶을 정도였다.그녀가 잠시 딴생각을 하는 것을 눈치챘는지, 강현우는 눈썹을 찌푸리며 그녀의 턱을 손으로 잡았다.“대답해.”윤하경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 남자는 얼굴만 아니었으면 이런 무례함을 어느 여자가 참아 줬을까?그녀는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마 질투하는 거예요?”그 말에 그의 얼굴이 한순간 싸늘해졌고 그녀의 턱을 놓으며 낮게 말했다.“너 진짜 웃긴다.”그러고는 눈을 가늘게 뜨며 덧붙였다.“난 더러워서 싫을 뿐이야.”속으로 눈을 굴리던 윤하경은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이 사람 입에서 나오는 말 중에 듣기 좋은 게 한마디라도 있던가?하지만 그녀는 화를 낼 이유가 없었다. 애초에 이 관계는 처음부터 계약 같은 것이었고 그가 자신에게 제공한 이익도 무시할 수 없었고 어차피 얼마 지나지 않아 각자의 길을 갈 예정이기에 굳이 기분 상할 필요가 없었다.그녀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천진난만한 얼굴로 말했다.“이렇게 흥분할 필요 없잖아요. 어차피 우리 관계도 곧 끝날 거잖아요?”그녀는 일부러 천천히 말을 이었다.“걱정하지 마세요. 구지호랑의 약혼식은 이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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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아마 세상에서 이보다 더 창피한 상황은 없을 것이다. 딱 본격적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을 순간 생리통이 찾아왔다.원래도 생리 주기가 일정하지 않았던 그녀였고 게다가 올 때마다 심한 복통이 동반되었고 이번도 예외는 아니었다.처음에 강현우는 그녀가 연기하는 줄 알았지만 이마를 짚어보는 순간, 그가 눈썹을 찌푸렸다.“왜 그래?”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거칠게 몰아붙이던 남자가, 갑자기 완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윤하경은 몸을 웅크린 채 한마디도 하지 못했고 마치 누군가 배를 칼로 도려내는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최소한 강현우 앞에서는 체면을 유지하고 싶어 힘겹게 정신을 부여잡으며 말했다.“...괜찮아요, 그냥 가세요.”그녀의 목소리는 기운이 하나도 없었고 금방이라도 의식을 잃을 것처럼 약해 보였다.강현우는 그런 그녀를 한동안 가만히 내려다보더니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들어 올렸다.혼란스러움에 윤하경은 그를 올려다보았다. 방금까지의 상황을 떠올리면 지금 이건 너무나도 어색한 분위기였다.그녀는 거의 옷을 다 벗은 상태였고 그도 그 사실을 알았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러다 문득, 강현우도 지금의 상황을 인식했는지, 잠시 멈칫하더니 자신의 재킷을 벗어 그녀에게 덮어주었다.“어디 가는데요?”그녀는 힘겹게 팔을 뻗어 그의 팔을 붙잡았다.“병원.”그는 단 한마디만 남긴 채, 그녀를 차에 태우고 운전석에 올랐다.“현우 씨, 저 정말 괜찮아요.”그녀는 뒷좌석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이런 걸로 병원까지 갈 필요 없어요.”그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냥 조금만 쉬면 괜찮아져요. 병원까지 갈 필요 없다고요.”그러나 강현우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운전대를 잡고 가속페달을 밟았다.그녀는 그제야 이 남자는, 자기가 신경 쓰고 싶을 때만 신경 쓰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한 번 결정하면 어떤 말도 듣지 않는다는 것까지.그렇게 차는 병원으로 향했고 결국 가까운 병원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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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기억 속에서 항상 따뜻했던 엄마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윤하경을 바라보았는데 그녀의 얼굴에는 선명한 핏자국이 가득했다. 그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왜 원수를 엄마라고 부르는 거니?”윤하경은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아!”그리고 갑작스럽게 잠에서 깨어났다.눈을 뜨자, 병실 천장이 먼저 보였고 바로 옆에는 소지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하경아, 괜찮아? 무슨 꿈이라도 꿨어?”한동안 숨을 고르며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윤하경은 이제야 꿈에서 깨어났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가슴 한쪽이 여전히 답답했다.그녀는 가볍게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넌 어떻게 알고 온 거야?”소지연은 병실 옆에 놓인 물병에서 따뜻한 물을 따라 건네주며 말했다.“너한테 전화했는데 간호사가 받더라? 너 입원했다길래 바로 왔지.”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러다 문득 떠올라, 조용히 말했다.“근데 나 병원에 입원한 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소지연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그녀를 바라보더니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근데 있잖아, 간호사 말로는 널 데려온 남자가 엄청 잘생겼다고 하던데? 근데 듣자 하니 구지호는 아닌 것 같고... 누구야?”그녀의 눈빛이 완전히 호기심 가득한 수다쟁이 모드였다. 윤하경은 입술을 살짝 다물었다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화제를 돌렸다.“강한 그룹이랑 진행하던 계약은 어때? 언제 마무리돼?”소지연은 혀를 차며 말했다.“뭐야, 그렇게까지 숨길 일이야?”그러고는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거의 이번 달 말쯤이면 마무리될 거야.”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핸드폰이 울렸고 소지연은 그녀를 흘긋 보며 입을 다물었다.화면을 확인한 윤하경은 짜증스러운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구지호의 전화였지만 그녀는 짜증을 감추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지호야, 무슨 일이야? 응, 알겠어. 금방 갈게. 데리러 올 필요 없어.”짧게 대화를 마친 그녀는 바로 전화를 끊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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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오늘 네가 주인공인 날이잖니. 네 동생이 아침부터 들떠서 준비했다니까. 언니한테 절대 누가 되면 안 된다고 하더라.”임수연이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윤하경의 손을 잡았고 곧장 주미나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앞으로 우리 하경이, 사돈께서 잘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제 마음 놓고 맡길 수 있겠어요.”그녀의 말투는 다정했고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마치 진짜 친모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그러나 주미나는 그녀의 손길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주미나는 윤하경의 친엄마와 절친한 사이였기에 항상 임수연을 곱게 보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자리에서 대놓고 무안을 주지 않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배려였다.윤하경은 임수연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지는 걸 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고 부드럽지만 확실한 한마디를 덧붙였다.“우리 엄마랑 미나 아줌마는 아주 각별한 사이셨죠. 별말씀을요.”그녀는 일부러 ‘우리 엄마’라는 단어를 강조했고 그 효과는 엄청났다. 임수연의 얼굴이 미묘하게 경직되었고 억지로 유지하던 미소가 흔들렸지만 애써 태연한 척하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윤하경은 그런 변화를 이미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다.그때, 구지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리고 그녀를 본 순간,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오늘 그녀는 평소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었다.도발적이고 세련된 분위기가 아닌, 단아하고 순수한 이미지여서 구지호는 속으로 만족감을 느꼈다.사실 그는 원래 순수하고 다루기 쉬운 여자를 좋아했다. 윤하연이 그의 곁에 남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하지만 윤하연과 윤하경을 비교하자면? 비교 자체가 무의미했다.윤하연은 윤하경과 비교하면 비주얼이 너무 평범했다. 윤하경이 오늘 이렇게 자신을 위해 스타일을 바꿨다는 사실에 구지호는 묘한 우월감을 느꼈다.그는 다가와 그녀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하경아, 오늘 정말 예쁘다.”그녀는 피하고 싶었지만 자연스럽게 움직일 여유가 없었다. 결국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짧게 대답했다.“...고마워.”그들의 모습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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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윤하경은 뒷좌석에 앉은 윤하연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러자 윤하연은 도발하듯 턱을 살짝 치켜들며 말했다.“언니, 난 오후에 딱히 할 일도 없고. 아빠가 나더러 같이 가서 언니랑 형부랑 쇼핑 좀 하라고 하셨어. 설마 방해가 되는 건 아니겠지?”윤하경은 백미러를 통해 그녀를 바라보았더니 눈에 가득한 질투심이, 마치 화면에서 튀어나올 듯 선명하게 보였다.윤하경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방해된다는 걸 알면서도 따라왔네? 역시 얼굴 참 두껍다.”그녀는 한 치의 체면도 남겨주지 않고 가차 없이 직설적으로 말했다.순간적으로, 윤하연의 얼굴이 굳어졌다. 평소처럼 순진한 척 반응할 틈도 없이, 그녀는 뭔가 말하려다가 목이 막힌 듯 침묵했다. 윤하경은 손톱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고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뭐, 그래도 오고 싶으면 따라와. 괜히 정색할 필요 없잖아?”한편, 운전석에 앉은 구지호는 미묘하게 굳은 얼굴이었다. 사실 그도 윤하연이 따라오는 게 거슬렸지만 윤하경이 태연하게 받아들인 이상 그가 딱히 반대할 명분도 없었다. 결국 그는 말없이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차 안에서도 내내 윤하연은 불만 가득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특히나 구지호가 운전하면서도 한 손으로 윤하경의 손을 꼭 잡고 있는 걸 보자 그녀의 눈빛은 타오르는 불꽃처럼 이글거렸다.하지만 윤하경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자연스럽게 그의 손을 잡고 있었고 쇼핑몰에 도착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구지호의 팔을 살며시 끼고 다정한 커플처럼 행동했고 뒤따라오는 윤하연은 완전히 찬밥 신세였다.그녀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는 것을 윤하경은 거울에 비친 반사된 모습으로 보고 있었다.‘이렇게까지 따라와서 이 꼴을 당하고 싶었나 보네.’오후 내내 쇼핑몰을 돌며 반지를 맞춘 뒤 윤하경은 일부러 지친 듯 구지호의 어깨에 기대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지호야, 나 너무 피곤해. 집에 가고 싶어.”구지호는 순간적으로 시선을 윤하연에게 보냈다. 그녀가 따라오지만 않았어도 오늘 밤 윤하경과 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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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윤하경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오늘 별일도 없고 해서, 지호가 뭘 하고 있나 궁금해서요.”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주미나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윤하경은 구지호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주미나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어젯밤에 회사 일이 좀 생겨서, 지호 아빠가 급히 불러서 야근하게 됐어. 그래서 아직 안 들어왔어.”그녀는 다정하게 덧붙였다.“잠깐 기다려 봐. 내가 지호한테 전화해 볼게.”‘야근? 어쩌면 침대 위에서 야근했겠지.’윤하경은 속으로 비웃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유지하며 말했다.“괜찮아요, 엄마. 지호가 회사 일로 바쁜데 굳이 방해할 필요 없어요.”그러면서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는 듯하며 자연스럽게 말했다.“그럼, 저 지호 방에서 기다려도 될까요?”사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구씨 저택에 자주 드나들어서 집 구조는 손바닥 보듯 익숙했다. 그렇기에 주미나도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러렴. 방에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윤하경은 능숙하게 구지호의 방문을 열었다. 이 방에 오는 건 처음이 아니었지만 이전과 지금의 감정은 완전히 달랐다. 구지호가 윤하연과 계속 연락을 유지하니 윤하경도 그들에게 체면 따위 남겨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가방에서 작은 물건을 꺼내 들었다.그러고는 주위를 살피다가 침대 맞은편 꽃병 위에 그것을 조용히 올려두었다.꽃병에는 꽃이 가득 들어 있어 그 안에 작은 물건 하나쯤 들어가도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그녀가 막 휴대폰을 확인하며 침대에 기대었을 때, 구지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윤하경을 본 순간,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는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 있었다. 타이트한 원피스가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더욱 강조하고 있었고 그 모습이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구지호는 순간 넋이 나간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윤하연이랑은 비교도 안 돼.’비록 윤하연은 그에게 헌신적이었지만 외적인 매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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