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의 모든 챕터: 챕터 21 - 챕터 30

40 챕터

제21화

윤하경이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상대방이 다시 문자를 보냈다.[하경 씨, 제가 더 흥미로운 걸 가지고 있어요. 올 때 현금을 챙겨오세요. 많지 않아요, 딱 1억 원.][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가진 물건은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입술을 꾹 다문 채 한참을 고민하던 윤하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거실에서는 윤수철이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한편, 임수연은 그의 옆에서 정성스럽게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여보, 차라리 하경이에게도 좋은 차 한 대 사주는 게 어때요? 아이가 삐칠 만도 하잖아요. 그리고 차별 대우를 하면 안 되죠. 하경이가 화내는 것도 이해가 가요.”임수연의 목소리는 여느 때처럼 부드럽고 상냥했지만 말 속엔 은근히 불을 지피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그 말을 듣자 윤수철은 눈살을 찌푸리며 신문을 내려놓았다.“그 얘기는 그만둬.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그는 짜증을 담아 한마디 더 내뱉었다.“하경이가 이렇게 버릇없어진 건 다 당신 탓이야. 하연이는 어려서부터 고생했잖아. 그런데 하경이는 뭐? 동생 차 산 걸로 왜 그렇게 날뛰는 건데?”윤수철의 단호한 목소리에 거실 공기가 무거워졌다. 하지만 윤하경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고 오히려 천천히 걸어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아빠, 아줌마가 저를 언제부터 저를 챙겨줬는데요? 기억이 잘... 그런 적 없는 것 같은데?”그녀는 하이힐을 신은 채 천천히 걸어가 윤수철 앞에 다가갔다. 순간 윤수철의 얼굴이 굳어졌다.“누가 너 보고 어른들 얘기를 몰래 듣고 있으래?”윤하경은 여유롭게 웃으며 임수연을 힐끗 보았다.“그래서 말인데 다음부터 제 욕을 하실 땐 목소리를 좀 낮춰 주세요.”그녀는 덤덤하게 덧붙였다.“어제처럼 들키면 서로 민망하잖아요?”윤수철은 화를 참지 못해 목소리를 높였다.“그만해! 그런데 오늘은 또 왜 이렇게 화려하게 차려입었어?”“하연이 따라 하려고요.”윤하경은 머리를 넘기며 무심하게 말했다.“다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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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윤하경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그건 아주 잠깐뿐이었다. 그녀는 곧 평온한 표정을 되찾고 말했다.“어떻게 죽긴요, 병으로 돌아가셨죠.”“하, 하경 씨 참 순진하네요.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두 그 인간에게 속고 살다니.”남자의 말에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그게 무슨 뜻이죠?”“당신 어머니가 병원에 계실 때, 임수연이 당신 어머니의 간병인이었다는 거 아세요?”남자의 말에 윤하경은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뭐, 알고 계신 게 많으신가 보네요.”어머니가 입원했을 당시 임수연은 간병인으로 곁을 지켰다. 주치의가 추천해 준 간병인이라 윤하경도 꽤 신뢰했고 임수연은 처음엔 정말로 정성을 다하는 듯했다.그래서 그녀는 임수연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아버지에게 당시 이름이 ‘임하연’이던 임수연의 딸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기에 자신의 학교로 전학시켜달라고 말했다.그렇게 윤하경은 학교에서도 윤하연을 잘 챙겼지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직후 임수연과 아버지가 한 침대에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그 충격은 아직 미성년자였던 그녀에게 큰 상처로 남았고 이후 그녀의 성격은 한층 더 날카롭고 차갑게 변했다.윤하경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으며 물었다.“그래서요?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남자는 잠시 가방을 뒤적이더니 몇 장의 문서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이걸 먼저 보시죠.”윤하경은 말없이 문서를 받아 들고 읽기 시작했다. 문서를 읽어 내려가던 그녀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한참 후, 그녀는 고개를 들어 남자를 노려봤다.“어떻게 이게 사실이라고 믿죠?”남자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하경 씨는 똑똑하니까 스스로 확인할 방법이 있을 겁니다. 여기에 진짜라는 증거는 아직 많이 남아있어요. 필요하다면 언제든 연락하세요. 단, 가격은 1억입니다. 한 푼도 깎을 생각 없으니 그렇게 아세요.”남자가 일어나 떠나려 하자, 윤하경이 물었다.“당신은 대체 누구죠?”남자는 순간 멈춰 섰고 윤하경이 입을 열었다.“그 증거를 들고 임수연을 바로 찾아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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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그곳’이란 바로 윤하경이 처음 강현우를 만났던 호텔이었다. 이 호텔 역시 강씨 일가의 소유였다.윤하경이 도착했을 때 강현우는 아직 오지 않았다. 아마도 강현우가 미리 연락을 해둔 모양인지 프런트 직원은 곧장 그녀를 객실로 안내했다.지난번에는 급히 왔다가 서둘러 떠나서인지 객실 내부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생활용품부터 각종 물품까지 모두 완비된 걸 보니 이곳은 강현우가 자주 머무는 곳임이 분명했다.윤하경은 와인 저장고로 가서 무심히 와인 한 병을 꺼내더니 잔에 따라 한 모금 삼켰다.와인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긴 숨을 내쉬며 몸을 기대었지만 머릿속에는 어머니가 돌아가던 날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때 그녀는 고등학교 3학년이란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어머니의 죽음은 그녀를 완전히 무너뜨렸다.더욱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간병인 임수연이 집안에 들어오면서 그녀는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그리고 방금 만난 남자가 보여준 자료가 사실이라면 어머니의 죽음과 그 후의 일들 모두 어떤 의도와 계획 속에서 일어난 것일지도 모른다.그녀는 유리잔을 움켜쥐었고 손마디가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이 들어갔다.머릿속이 어지러운 그녀는 다시 와인 한 잔을 자신에게 들이부었다.해 질 무렵, 강현우가 호텔에 도착했다.창밖으로 마지막 햇살이 객실 바닥에 누워 있던 윤하경의 몸에 스며들었다.그녀의 주변에는 빈 와인병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종류도 제각각이었다. 강현우는 이를 보고 본능적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가 발끝으로 그녀를 살짝 건드렸다.“윤하경!”남자의 목소리는 낮게 깔려 있었고 어딘가 불쾌한 기색이 엿보였다.그러나 윤하경은 이미 곯아떨어진 상태였다. 그의 발끝에 살짝 찔리자 몸을 약간 비틀었는데 원래부터 얇고 짧은 옷이 조금만 움직여도 그녀의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강현우는 자제력이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이 장면에서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그는 귀찮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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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집으로 돌아오자 윤하경은 임수연과 마주쳤다.그 시간에 윤수철과 윤하연은 이미 출근한 뒤라 집에는 그녀와 임수연만 남아 있었다.어제 그 남자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치자 윤하경의 눈빛이 싸늘해졌다.하지만 임수연은 그 의미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가슴 앞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하경아, 어제도 밤새 집에 안 들어왔더라? 참, 내가 이런 계모 역할 하기가 참 어렵다. 몇 마디만 하면 네가 화를 내니. 세상에 어느 집 딸이 이렇게 밤늦게 다니는지 모르겠다니까.”한숨을 내쉬며 그녀는 덧붙였다.“네 아버지가 화내는 것도 다 이유가 있지 않겠니?”하지만 이번에 윤하경은 평소와 달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임수연이 입고 있는 비단 소재의 잠옷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아줌마, 솔직히 이런 옷은 별로 잘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그녀는 웃음 섞인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기억하기로는 아줌마가 간병인으로 우리 엄마를 돌보던 그 시절 옷차림이 더 잘 어울렸던 것 같은데요?”임수연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과거, 간병인으로 일할 때 그녀는 소박한 옷차림을 했고 밤에는 생계를 위해 길거리에서 음식을 팔았다. 옷 한 벌 사는 것도 신중하게 고민하던 시절이었다.하지만 윤씨 가문에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좋은 것만 찾으며 온몸을 치장하는 데 몰두했다.그녀는 이제 부잣집 아내 행세를 하고 싶어 했지만 그 겉모습은 명품으로 치장한 졸부처럼 보일 뿐이었다. 무엇보다 부잣집 부인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외면받는 처지였다.윤하경의 말은 그녀의 아픈 과거를 정확히 겨눴다. 임수연은 차마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윤하경, 도대체 네 눈에는 내가...”임수연이 목소리를 높이려는 순간, 윤하경이 뒤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아빠?”임수연은 순간 입을 다물었고 표정은 순식간에 온화한 미소로 바뀌었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윤하경은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임수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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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윤하경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헛소리 그만해. 내 앞에서 그 사람 얘기는 꺼내지도 마.”그녀는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차분히 말했다.“다른 이유가 있으니까 탐정 연락처나 보내줘.”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같은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온지우 같은 사람은 비밀을 지키기 어려웠다. 모든 게 명확해지기 전까지 괜히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온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어.”그는 짧은 머리를 쓸어 넘기더니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그나저나 구지호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넌 한 번도 안 갔다며? 정말 끝낸 거야?”윤하경은 그를 흘겨보며 대답했다.“그만하라고 했잖아.”온지우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참 우습지 않냐? 네가 구지호한테 매달릴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구지호가 너한테 매달리네. 요즘 구지호의 SNS를 보면 온통 감성적이고 오글거리는 글들뿐이야.”그러더니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아, 그리고 트위터에도 비슷한 글 올리더라.”윤하경은 이미 강현우의 SNS 계정을 차단한 상태라 이런 이야기는 듣도 보도 못했고 하지만 솔직히 흥미도 없었다.온지우가 말을 이었다.“아, 그리고 사람들이 너랑 구지호가 다시 만날지 두고 내기를 했대.”윤하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휴대폰을 집으며 말했다.“그럼 내 이름으로 2,000만 원 걸어. 절대 안 돌아간다고.”그녀는 덧붙였다.“그리고 탐정 연락처 꼭 보내줘. 난 먼저 가볼게. 요즘 회사 일로 바빠서.”온지우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윤하경이 구지호를 완전히 잊었다고 믿을 수 없었다.카페를 나와 택시를 잡은 윤하경은 소지연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왜? 무슨 일이야?”윤하경은 차 문을 열며 전화를 받았고 소지연의 목소리는 다소 날카로웠다.“강한 그룹에서 연락이 왔어. 계약을 취소하겠대.”윤하경은 순간 멍해졌다.“뭐라고? 이유가 뭔데?”“글쎄 전화로는 이유를 안 알려줬어. 계약을 취소하고 위약금은 지급하겠다고 했고 우리가 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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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비서는 윤하경을 힐끔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강현우를 만나러 온 여자들은 많았지만 단 한 명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대부분 비서한테서 막혔고 일부는 아예 끌려 나가는 수모를 겪었다.강현우는 그를 하루를 꼬박 기다린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윤하경 씨, 강 대표님께서 들어오시랍니다.”윤하경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강현우는 책상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머리 위로 비추는 조명은 그의 윤곽을 한층 부드럽게 돋보이게 했지만 동시에 거리감을 느끼게 했다.카펫 때문에 윤하경의 발걸음 소리는 별로 크지 않았다.윤하경이 무언가 말하기도 전에 강현우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여기는 무슨 일이야?”‘뻔뻔한 자식, 알면서 왜 묻는 거야.’윤하경은 속으로 씩씩댔지만 겉으론 차분하게 다가갔고 강현우라는 상대는 함부로 부딪힐 수 없었다.“강 대표님, 저희와의 계약을 왜 갑자기 취소하셨나요?”드디어 고개를 든 강현우의 얼굴은 조명 아래에서 한층 더 부드럽게 보였지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전문가가 아닌 사람들과 협력하는 건 서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서 그랬어.”“네?”윤하경은 깜짝 놀라 자세를 바로잡고 자신 넘치게 대답했다.“우리 회사는 작지만 저와 팀원 모두 전문성을 갖추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 점만큼은 확실히 보장할 수 있어요.”그녀의 말에 강현우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에는 분명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설마 회사 얘기가 아니라 나를 두고 하는 말인가?’그녀는 아침에 그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얼굴이 뜨거워졌다.그가 말하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건 팀이 아니라 자신을 말한 것이 분명했다.윤하경은 입술을 깨물었고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강현우는 그녀의 당황한 얼굴을 놓치지 않았고 비웃음이 가득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윤하경 씨, 내가 처음 제시했던 조건을 잊었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하면 협력을 끝내는 게 맞지 않겠어?”그의 직설적인 말에 윤하경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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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강현우는 늘 냉정하고 말이 적었다.윤하경은 잠깐의 대치 끝에 결국 힘없이 손을 들면서 항복했다. 대항할 의지도 체력도 바닥났고 결국 모든 걸 포기하고 체념해 버렸다.그 순간 강현우가 그녀의 턱을 움켜쥐며 차갑게 눈을 마주쳤다.“집중하든가 아니면 나가든가.”윤하경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어쩌다가 이런 재앙을 불러들였지...’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는 일이었으니 결국 마음을 다잡고 그를 상대해야 했다.모든 일이 끝난 뒤, 강현우는 침대에서 일어나 허리에 수건만 둘러매고 그녀를 내려다봤다.조명이 어두워 그의 눈빛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윤하경은 그의 눈빛을 애써 알고 싶지 않았고 그녀는 속으로 날짜를 계산하며 버텨야 할 남은 시간을 떠올렸다.‘아직 20일이나 남았어. 참아야지.’강현우가 욕실로 향하려던 순간 윤하경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녀의 크고 맑은 눈이 순간적으로 순진한 표정을 담고 반짝였다.“강 대표님, 협력 건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강현우는 가볍게 손을 빼내며 냉정하게 대답했다.“계속 진행하라고 지시할 거야.”그제야 윤하경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손을 놓았고 다시 침대에 몸을 뉘며 한숨 돌렸다.하지만 그녀는 강현우가 그녀의 손목을 힐끗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뜬 것을 보지 못했다.잠시 후, 강현우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 윤하경은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그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지만 그녀는 방금 강현우 때문에 너무 피곤한 탓에 여전히 움직일 힘이 없었다.그런데도 강현우의 무심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거야?”“네?”윤하경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현우 씨는 원래 이렇게 냉정한 사람이에요?”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그녀는 대충 샤워하고 나왔다.강현우의 차갑고 냉정한 분위기는 그녀를 여전히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오래 있을 이유도 없으니 별로 개의치 않았다.‘어차피 여긴 금방 떠날 거니까.’아래층으로 내려가자 강현우는 값비싸 보이는 실크 잠옷을 입고 소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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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한선아는 잠시 얼굴을 굳히더니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작은아버지 댁 딸이 해외에서 돌아왔대. 둘이 한 번 만나보는 게 어떻겠니?”그 말속에 담긴 의도는 너무도 뻔했다. 결혼을 재촉하는 말이었다.윤하경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강현우 같은 완벽한 남자도 이런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니. 결국 아무리 대단해 보여도 다들 비슷한 처지네.’강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윤하경이 숨은 쪽을 힐끗 보더니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엄마는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한선아는 얼굴을 굳히다가도 이내 한숨을 쉬며 부드럽게 말했다.“현우야, 엄마도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거잖니. 진해리는 정말 괜찮은 아가씨야. 해외 유학 박사인 데다 예쁘고 성격도 반듯한 아이야. 네 주변에 그런 이상한 여자들보다는 훨씬 낫잖아. 너 빨리 결혼하면 나도 마음 편히 살 수 있을 텐데.”윤하경은 그 말을 듣고 숨을 멈췄다.‘그런 이상한 여자 중 하나가 바로 나라는 얘기겠지?’그녀는 더 이상 이 대화를 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강현우가 피곤하다며 적당히 핑계를 대고 한선아를 돌려보내는 소리가 들리자 긴장이 조금 풀렸다.윤하경은 커튼 뒤에서 조용히 나왔고 그녀의 얼굴은 담담했지만 발걸음은 빨랐다.그녀가 말없이 밖으로 나갔고 강현우는 그런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운전기사를 불렀다.“데려다줘.”그러고는 별다른 말 없이 계단을 올라갔다.윤하경은 차에 올라타 밤바람이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걸 느끼며 조용히 담배를 꺼내 물었다.평소에 담배를 자주 피우지 않았지만 요즘은 손이 자주 갔다.강현우와 얽히게 된 것도 충동적인 결정이었고 그 후로는 모든 일이 그녀의 통제 밖에서 흘러갔다.그녀는 자신의 몸을 특별히 소중히 여기는 편은 아니었다.하지만 아까 한선아가 했던 말은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가슴 한구석이 답답하고 무거운 느낌이었다.집 근처 100미터쯤 남은 지점에서 윤하경은 기사에게 말했다.“여기서 내려주세요.”윤하경은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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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윤하경은 입술을 꾹 다물고 담담하게 말했다.“아빠는 구지호랑 윤하연이 아무 관계 없다는 걸 침대 밑에 숨어서 직접 들으셨나 보죠?”윤수철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평소에도 그녀가 독설을 잘 날리긴 했지만 이번에는 특히 날이 선 말이었기에 그의 얼굴은 점점 굳어갔다.그 틈을 타 윤하경은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갔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문을 세게 닫아버렸다.잠시 멍하니 서 있던 윤수철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얼굴을 찡그렸다.“이런 불효녀가 따로 없네. 정말 버릇없는 년!”그 순간 윤하연이 다가와 그의 팔을 부축하며 눈물을 글썽였다.“아빠, 죄송해요. 앞으로는 지호 오빠를 만나지 않을게요. 언니가 오해하지 않도록요.”그녀는 흐느끼며 덧붙였다.“하지만 정말이에요. 전 그런 적 없어요. 언니가 저를 오해한 거예요.”윤수철은 딸의 눈물을 보며 한숨을 쉬더니 부드럽게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아빠는 네가 얼마나 착한 아이인지 알아. 언니가 한 말은 신경 쓰지 마.”그리고 단호한 목소리로 덧붙였다.“다음번엔 내가 반드시 네 억울함을 풀어줄게.”1층은 훈훈한 부녀의 장면으로 가득했지만 2층의 윤하경은 정반대였다.방에 들어온 그녀는 가방을 대충 던져놓고 욕실로 향했고 드레스를 벗으려던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잠시 멈췄다.목과 어깨, 몸 곳곳에 남아 있는 붉은 자국들은 강현우와의 격렬했던 순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윤하경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진짜 늑대를 건드렸어. 그것도 아주 위험한 늑대를 말이야.’지금의 강현우는 그녀 눈에 완벽한 포식자였다.더 답답한 건 그녀가 그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라 도망칠 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윤하경은 따뜻한 욕조 물에 몸을 담그며 휴대폰을 들어 소지연에게 전화를 걸었다.“프로젝트팀에 말해서 강씨 가문 프로젝트 최대한 빨리 끝내도록 전해줘. 필요하면 야근도 하라고.”소지연은 약간 놀란 듯 물었다.“강한 그룹 쪽 문제는 해결됐어?”“응.”윤하경은 간단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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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윤수철은 윤하경이 드물게 온화한 목소리로 부르자 잠시 의아해하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침 먹고 나랑 같이 나가자.”윤하경은 자리에 앉으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어딜 가는데요?”윤수철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가보면 알 거야.”윤하경은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다 마주 앉은 윤하연이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고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즐거움도 잠시였고 차가 병원 앞에 도착하자 그녀의 미소는 금세 굳어졌다.“아빠, 대체 여기는 왜 온 거죠?”병원을 올려다보며 그녀는 아버지를 차갑게 노려봤다.그들이 도착한 곳은 구지호가 입원했던 병원이었고 그녀가 구지호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일부러 피했던 곳이었다.물론 두려운 게 아니라 단지 그의 존재 자체가 불쾌했기 때문이었다.그런데 아버지가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오다니 당황스러움을 넘어 짜증이 치밀었다.아까 아버지가 운전기사에게 꽃다발을 사 오라고 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윤수철은 차에서 내려 그녀를 바라보며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하경아, 몇 살인데 아직도 그렇게 철이 없는 거야? 구지호가 이렇게 오래 병원에 있었는데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았잖아. 오늘 퇴원하는 날이니 당연히 와야지.”그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손을 잡아끌며 병원으로 향했다.엘리베이터 앞에 다다랐을 때 그들은 주미나와 마주쳤다.주미나는 윤하경 부녀를 보자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하경아, 왔구나!”그녀는 윤수철에게도 밝게 웃으며 말했다.“오신다기에 내려가려던 참이었어요. 잘 오셨어요.”주미나는 윤하경의 손을 잡아 병실 쪽으로 이끌며 덧붙였다.“지호 병실로 가자. 기다리고 있을 거야.”윤하경은 내키지 않았지만 주미나 앞에서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말에 따랐다.병실로 가는 길에 주미나는 살짝 고개를 돌려 물었다.“하경아, 아직 지호한테 화난 거야?”그녀가 대답하지 않자 주미나는 한숨을 쉬며 윤하경의 머리칼을 정리해 주었다.“괜찮아. 집에 가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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