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40 챕터

제11화

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윤하경을 바라봤다.“응?”윤하경은 손을 떨며 침착하게 말했다.“담배 한 대만 주실래요? 부탁드릴게요.”그녀는 몸이 떨려와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었다. 강현우는 잠시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차 안으로 들어가 담배를 가져왔다.“먼저 구급차부터 부르는 게 순서 아닐까?”윤하경은 담배를 받아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게 들이마셨다. 숨을 고르며 마음을 진정시킨 뒤, 핸드폰을 꺼내 구조를 요청했다.구급차가 도착하기 전에 강현우는 보상금이라며 1억짜리 수표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차분히 생각을 정리해 보니, 윤하경은 강현우가 우연히 구지호의 차를 들이받았다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주차장이 이렇게 넓은데 하필 그 차를 들이받다니, 세상에 그런 우연이 있을 리 없었다.하지만 강현우의 무심하고 태연한 태도를 떠올리면 그게 정말 우연 같기도 했다.윤하경은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주미나가 걱정할까 봐 결국 구지호를 병원으로 데려갔다.차 안에서 구지호는 화가 나서 계속 윤하경과 강현우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이건 고의야! 내가 고소할 거야!”윤하경은 그런 구지호를 날카롭게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계속 떠들면 지금 당장 널 차 밖으로 던질 거야. 병원까지 걸어가고 싶어?”강현우가 의도적으로 그랬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윤하경은 속으로 구지호가 자초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녀는 강현우와의 몇억짜리 계약이 무산된 상황에서 구지호가 더더욱 원망스러웠다.병원에서 구지호가 깁스를 마친 뒤, 주미나가 병원에 도착했다.“세상에, 이게 다 무슨 일이야!”윤하경은 입술을 깨물더니 구지호를 힐끗 보며 담담히 말했다.“아줌마, 저한테 묻지 마시고 지호한테 물어보세요.”구지호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아무리 뻔뻔해도 윤하경에게 강압적으로 굴다가 강현우의 차에 치였다는 사실을 솔직히 말할 수는 없어 결국 더듬거리며 대답했다.“그냥... 사고였어요.”그러자 주미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누가 널 들이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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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윤하연은 손끝으로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며 어색하게 말했다.“아빠, 언니한테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윤하경은 그녀의 말을 가로막으며 가볍게 웃었다.“네가 챙겨준다면 더 고맙겠지.”그녀는 태연하게 식탁 한쪽에 앉으며 입가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아빠, 그 말은 좀 아니죠. 하연이는 집에서 먹고 자면서 아무것도 안 하잖아요. 뭔가 해야 마음 편하지 않겠어요?”그 말에 임수연과 윤하연의 얼굴은 굳어졌지만 임수연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윤수철에게 말했다.“맞아요, 여보. 하경이가 틀린 말은 한 건 아니잖아요.”윤수철은 점점 얼굴이 어두워지며 매섭게 윤하경을 노려봤다.“먹기 싫으면 나가!”하지만 윤하경은 더욱 밝게 웃으며 대꾸했다.“왜 제가 나가요? 제가 여기서 밥 먹는 게 그렇게 마음에 안 드세요? 그러면 남 좋은 일만 시키게 되잖아요.”그녀의 말에는 뼈가 담겨 있었다. 윤하경은 곁눈질로 서 있는 윤하연을 바라보며 덧붙였다.“빨리 앉아. 아빠를 더 화나게 하지 말고. 모르는 사람이 보면 너만 친딸인 줄 알겠어.”그리고 옆에 서 있던 집사를 향해 날카롭게 말했다.“뭐 하세요? 제 그릇이랑 숟가락 빨리 가져다주세요. 동생 하연이한테 직접 가져오라고 할 순 없잖아요?”‘동생’이라는 단어를 그녀는 일부러 강하게 강조했다.윤하연은 머뭇거리며 조용히 식탁에 앉았지만 윤하경이 자리를 잡은 이후로 식탁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그럼에도 윤하경만이 태연하게 식사를 이어갔다.끝내 침묵을 깬 것은 임수연이었다.“하경아, 어제 구지호가 사고로 병원에 입원했다던데 괜찮아?”윤하경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힐끗 보며 웃었다.“궁금하시면 직접 가보시죠.”임수연은 순간 말문이 막혔지만 금세 억지 미소를 띠며 말했다.“내가 간다고 달라질 건 없잖아.”그녀는 집사에게 말했다.“좋은 식재료 좀 사 와요. 보양식 끓이게. 하경이 너랑 하연이가 오후에 병문안 다녀오면 좋겠다.”윤하경은 그녀를 빤히 보며 비웃듯 말했다.“저는 안 가도 될 것 같아요. 하연이가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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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온지우에게서 메시지가 왔다.[오늘 모임이 있는데 강현우도 온대. 같이 갈래?]윤하경은 망설임 없이 답장을 보냈다.[당연히 가야지.]그녀는 어릴 때부터 역경이 닥칠수록 더 강해지는 성격이었다. 강현우가 협력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말하지 않는 이상, 윤하경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었다.온지우가 보내준 주소를 확인한 그녀는 서둘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정성껏 메이크업을 한 뒤 계약서와 기획안을 챙겨 목적지로 향했다.1층으로 내려가던 그녀는 소파에서 나지막이 속삭이는 임수연과 윤하연을 발견했다.“엄마, 만약 지호 오빠가 언니랑 약혼한다면 저는 어떻게 해요?”임수연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너는...”그 순간, 윤하경이 웃으며 말을 끊었다.“두 분, 남의 걸 어떻게 빼앗을지 의논하실 때는 좀 더 조용하고 어두운 곳에서 하시는 게 어때요? 제가 들으면 얼마나 서로 민망하겠어요.”윤하경은 계단을 내려가며 방금 한 말을 되새기며 만족스럽게 웃었고 임수연과 윤하연의 얼굴은 보기 좋게 굳어 있었다. 아무리 그들이 뻔뻔하다 해도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사실 그들이 거실에서 대놓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 이유도 이해할 만했다.평소 주말이면 윤하경은 침대에서 하루 종일 뒹굴며 방에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윤하경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내려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윤하경은 두 사람 앞에 다가가며 웃음을 지었다.“굳이 그렇게까지 애쓰지 않아도 돼요. 구지호 같은 사람은 제가 아쉬워할 상대가 아니거든요. 그러니 몰래 숨어서 속닥일 필요 없어요.”그녀의 독설에 두 사람의 얼굴은 점점 더 일그러졌다.윤하경은 그들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미소를 머금은 채 문을 나섰다.목적지까지는 차로 한 시간 정도 걸렸다. 도착한 곳은 고급스러운 회장이었는데 입구에서 바로 직원에게 제지당했다.“죄송합니다. 오늘은 전관 대관이라 초대장이 필요합니다.”윤하경은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말했다.“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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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윤하경은 강현우의 시선을 느끼는 순간, 저도 모르게 그날 밤의 혼란스러운 기억이 떠오르며 얼굴이 순식간에 뜨거워지며 화끈거렸다.하지만 강현우는 도도한 분위기를 풍기며 그녀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이 상황에서 그를 변태라 부를 수도 없으니 그녀는 그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저희 회사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이 계약을 체결하면 프로젝트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다른 회사보다 훨씬 더 세심하고 진심으로 임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이며 그의 반응을 살폈지만 강현우의 표정은 여전히 무미건조했다. 그러자 윤하경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다시 말을 이었다.“또한, 어떤 요구사항이든 최대한 맞춰드릴 수 있습니다!”이번에는 그의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어떤 요구사항이든 가능하다고?”윤하경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으며 강현우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하지만 강현우는 더는 말을 잇지 않고 손가락으로 소파 팔걸이를 천천히 두드리며 탁탁 소리를 냈다. 느긋하게 들리는 소리였지만 그녀의 신경을 날카롭게 자극하며 점점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몇 초가 몇 분처럼 느껴진 순간, 그는 입을 열었다.“이 계약 사인 못 할 이유는 없지.”그 말에 윤하경은 얼굴이 밝아졌지만 곧이어 들려온 그의 말에 멈칫했다.“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그녀는 숨을 삼키며 물었다.“조건이요? 말씀만 해주시면 최대한 맞춰드리겠습니다.”그는 약간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내 조건은, 너야.”윤하경은 당황한 나머지 자동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가, 이내 깜짝 놀라며 말했다.“네? 잠시만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혹시 저를 여자 친구로 만들겠다는 건가요?”강현우는 입꼬리를 비웃듯이 말아 올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네가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그의 말에 충격을 받은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을 다물었다.이때 강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네게 하루 시간을 줄게. 생각해 보고 계약서 들고 내 방 808호로 와.”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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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한참 후, 방문이 열렸다. 강현우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의 표정엔 전혀 놀라움이 없었다. 마치 그녀가 올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했다.샤워를 마친 그는 흰색 목욕 가운만 걸치고 있었다. 교차한 앞섶 사이로 느슨하게 묶인 허리띠 때문에 그의 탄탄한 가슴 근육이 은근히 드러났다.평소에는 깔끔한 맞춤 정장을 입고 있어 늘 날씬하고 단정한 느낌을 줬지만 그의 몸은 정반대였다. 탄탄한 가슴과 복근은 그의 꾸준한 운동을 증명했다. 이런 남자를 본다면 누구라도 시선을 뗄 수 없었을 것이다.강현우는 문 앞에 선 윤하경을 무심히 바라보며 말했다.“결정했어?”윤하경은 입술을 꼭 다물고 손에 든 계약서를 내밀었다.“조건이 있어요. 돈은 오늘 안으로 입금돼야 하고 한 달 동안만 당신 곁에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절대 비밀로 해주세요.”그녀의 말이 끝나자, 강현우는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로 끌어들였다. 문이 닫히는 순간, 그는 그녀를 벽에 밀치고 단 한마디의 말도 없이 갑작스럽게 키스했다.그의 익숙한 향이 그녀를 감쌌고 윤하경은 순간 놀라 손가락으로 그의 팔을 꽉 붙잡았다. 그녀의 이런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강현우의 입꼬리는 더 올라갔다.그는 그녀를 가뿐히 들어 올려 엉덩이를 받친 채 방 안으로 걸어갔다. 그의 능숙한 스킬은 윤하경을 더욱 당황하게 했고 그저 그의 흐름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이번의 강현우는 지난번보다 더 거칠고 열정적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그의 열정에 윤하경은 완전히 녹초가 되어 결국 잠이 들었다.얼마나 지났을까, 몸이 공중에 뜨는 듯한 느낌에 눈을 떴다. 강현우가 그녀를 안고 욕실로 향하고 있었다.‘이제야 끝났구나...’ 그렇게 생각했지만 곧 자신의 생각이 너무 일렀다는 걸 깨달았다. 강현우는 그녀를 세면대 위에 올려놓으며 다시 시작했다. 그때의 상황은 그녀가 떠올리기만 해도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였다.그렇게 사랑을 나누면서도 강현우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을 유지했다. 아무리 감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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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강현우와의 짧지만 뜨거웠던 만남이 떠오르며 윤하경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리자, 온지우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다가왔다.“하경아, 왜 내 연락 씹어? 그리고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여긴 객실 구역인데. 강현우는 지금 뒤쪽 파티룸에 있어. 내가 데려다줄게.”윤하경은 당황하며 변명하려 했다.“잠깐만 지우야, 나...”하지만 온지우는 그녀에게 해명할 틈도 주지 않고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며 객실 구역을 빠져나가, 곧 다른 건물로 향했다.밖으로 나오자 해가 기울어 있었고 윤하경은 시간이 꽤 흘렀다는 걸 깨달았다. 즉, 그녀는 강현우의 방에서 거의 하루 종일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강현우가 있는 파티룸은 멀지 않았다. 온지우는 성급하게 걸음을 재촉하며 문을 열었고 방 안에는 몇몇 사람들이 듬성듬성 앉아 있었다. 그중 강현우는 카드 테이블에 앉아 여유롭게 게임을 하고 있었다.불과 몇 시간 전의 격렬했던 순간이 무색할 만큼, 그는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이었다. 흰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팔뚝의 선명한 근육은 매력적이었고 차분한 분위기는 여전히 돋보였다.강현우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은 잠시 윤하경의 손목에 머물렀다. 그가 아무렇지 않게 다시 고개를 돌리자, 차가운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마치 그녀와 전혀 모르는 사이처럼 보였다.“어때?” 온지우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자 카드 테이블에 앉아 있던 추성운이 웃으며 말했다.“현우 형님이 있는데 누가 이길 수 있겠어? 하경 씨, 한 판 해볼래? 지면 내가 대신 내줄게.”윤하경이 대답하려던 순간, 강현우가 무심하게 말했다.“네 차례야. 카드 내.”추성운은 건성으로 카드를 한 장 내려놓으면서도 시선을 윤하경에게서 떼지 않았다.온지우는 이런 상황을 놓칠 리 없었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윤하경을 강현우 쪽으로 살짝 밀며 말했다.“현우 형님 카드 실력은 최고야. 하경아, 가서 형한테 좀 배워봐.”그러고는 자신이 똑똑한 선택을 했다는 듯 윤하경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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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추성운은 강현우가 윤하경에게 흥미를 느낀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는 아쉬운 듯 어금니를 혀로 살짝 굴리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시선을 떼지 못하고 슬쩍 윤하경을 훔쳐봤다.'윤하경은 정말 매혹적인 외모를 가졌어. 강현우 같은 사람도 반하지 않을 수 없겠지.'강현우가 자리를 권하자 윤하경은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어 그의 옆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강현우 특유의 은은한 우디 향이 코끝을 스치며 그녀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몇 판이 지나자, 강현우는 느긋하게 카드를 테이블 위에 던지며 말했다.“네가 해봐.”윤하경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그를 바라봤다.“진심이세요?”사실 그녀는 카드 게임에 큰 흥미가 없었고 잘하지도 못했지만 몇 판을 지켜보며 게임 규칙 정도는 익혔다.강현우는 가볍게 웃으며 그녀를 힐끗 보았다.“이기면 네 거고 지면 내 책임이야.”윤하경은 미소를 지으며 카드를 들었다."그럼 해볼게요."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었고 판돈도 적지 않았다.비록 강현우의 조건을 받아들였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그에게 화가 나 있었다. 그녀는 작은 복수를 하듯 일부러 계속 지는 척하며 강현우를 곤란하게 만들었다.큰 카드가 손에 들어와도 그녀는 일부러 내지 않고 꼭 붙들고 있었다. 판이 끝날 때마다 그녀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죄송해요, 현우 씨. 제가 워낙 서툴러서요.”강현우는 담배를 물고 그녀를 느긋하게 내려다봤다. 그의 표정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무심함이 묻어났다.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윤하경은 1억을 졌다. 그녀가 다시 한 판을 준비하려는 순간, 뜨거운 온기가 느껴지며 강현우가 그녀 뒤에서 다가왔다.그는 낮고 깊은 목소리로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이렇게 못한다고 소문나면 내 체면만 떨어지겠지.”그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에서 카드를 빼내 한 장을 내려놓았다. 두 사람의 손등이 스치자 윤하경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겉으로는 성숙하고 대담해 보이는 그녀였지만 사실 그녀를 잘 아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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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윤하경과 소지연은 병실을 나와 나란히 복도를 따라 흡연 구역으로 향했다.소지연이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려 하자, 윤하경은 재빨리 손을 뻗어 담배를 꺼버렸다.“담배 피우면 아줌마가 아실 텐데?”소지연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회계팀에서 돈 들어왔다는 연락 받았어. 그런데... 그 돈 어디서 난 거야?”하루 사이였지만 소지연은 윤하경이 한층 더 피곤해 보인다는 걸 느꼈다.소지연이 알게 되면 불필요한 죄책감을 가질까 윤하경은 돈의 출처를 명확히 밝히고 싶지 않았다. “뭐긴 뭐야? 강현우 쫓아다니면서 계약 땄지.”소지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 사람 계속 안 한다고 했던 거 아니야? 그런데 이상한 게, 회계팀 말로는 계약금이 원래 계약서 금액보다 30%나 더 들어왔다던데. 하경아, 설마 너 내 일 때문에 무리한 건 아니지?”회사 공동대표로서 소지연은 모든 수익의 출처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친구로서 윤하경이 말하지 않아도 뭔가 짐작이 갔다.그러자 윤하경은 일부러 얄밉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야, 내가 계약 따냈다고 하면 믿어야지. 설마 내 능력을 못 믿는 거야?”소지연은 당황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아니, 그런 뜻은 아니었어.”윤하경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됐지. 이제 엄마 잘 챙겨. 이번 계약 큰 건이라 앞으로 바빠질 거야.”소지연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더니, 딱히 이상한 점이 없자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소지연과 헤어진 뒤, 윤하경은 지친 얼굴로 코끝을 문지르며 병원을 나섰다.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 낯익은 두 사람과 마주쳤다.전 약혼자인 구지호와 그녀의 이복동생 윤하연이었다.윤하연은 휠체어에 앉은 구지호를 밀고 있었고 둘은 방금까지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참이었지만 윤하경을 보자마자 두 사람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윤하경은 잠시 놀랐지만 금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머, 이런 우연도 다 있네. 정말 재밌는 일이야.”구지호는 무언가 말을 꺼내려 했지만 먼저 입을 연 건 윤하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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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사랑했던 사람이 쓰레기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병원을 나온 윤하경은 차 옆에 기대어 담배를 물었다. 쓴 연기가 폐 깊숙이 들어오자, 속에 쌓인 쓰라림이 조금이나마 가라앉는 기분이었다.긴 머리칼을 흩날리며 담배를 피우는 그녀는 어둠 속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고 윤하연은 그 모습을 내려오며 목격했다.순간 윤하연의 눈빛에는 질투가 스쳤지만 곧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고 다가왔다.“언니, 여기서 나 기다리고 있었어?”윤하경은 슬쩍 그녀를 힐끗 보더니 아무 말 없이 담배를 껐다. 그런데도 윤하연은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그럴 필요 없는데. 오늘 아빠가 새 차를 사줬거든! 언니 아직 못 봤지? 한번 봐봐, 진짜 멋지지 않아?”그러면서 멀리 주차된 반짝이는 새 벤츠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윤하연은 특유의 상냥한 말투로 이야기했지만 듣기엔 묘하게 불편했다.윤하경은 그 순간 과거 자신이 차를 사겠다고 했을 때를 떠올렸다.몇 년 전,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차를 사고 싶었지만 아버지는 회사 사정이 어렵다며 자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결국, 그녀는 작은 미니 쿠퍼를 사야만 했다.그런데 지금 윤하연의 이 벤츠는 그녀의 차보다 몇 배는 비싼, 무려 2억 원에 가까운 고가의 차량이었다.5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윤하연은 윤하경을 화나게 하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윤하경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윤하연은 다시 물었다.“언니, 진짜 멋지지 않아?”그러자 윤하경은 미소를 띠며 부드럽게 말했다.“멋지네. 정말 예쁘고 너랑 잘 어울려.”평소 화를 자주 내던 윤하경이 마치 진심으로 칭찬하는 듯한 말투에 윤하연은 잠시 당황했다.윤하경은 더 이상 말없이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그녀가 오히려 싸움을 걸지 않고 담담하게 대응하자 윤하연은 속으로 분통이 터졌다. 특히 아까 구지호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나는 윤하경만 아내로 삼을 거야.”그 말을 생각할수록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잠시 후 윤하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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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임수연은 상황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슬며시 윤하연의 팔을 흔들며 위로했다.“괜찮아, 엄마. 언니가 제 차를 망가뜨린 건 분명 실수였을 거예요.” 윤하연은 코끝을 훌쩍이며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윤수철은 아래층에서 이 광경을 보며 서둘러 내려왔다. 그는 곧바로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있는 윤하경을 보며 찡그렸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네 입으로 말해 봐.”윤하경은 마지못해 고개를 들어 윤수철을 쳐다보며 대답했다.“그냥 하연이 말 그대로예요. 제가 실수로 새 차를 좀 긁었죠.”윤하경의 말투는 천진난만했지만 눈빛은 도발적이었다. 윤수철은 그녀의 태도에 화가 치밀었다.“너 혹시 네 동생을 질투하는 거 아니야? 내가 하연이한테 차를 사준 건 이동이 불편해서였어. 예전에 좋은 차를 타본 적도 없으니 이번 기회에 좀 괜찮은 차를 산 거고. 그런데 그런 걸로 네 동생과 싸우겠다고?”윤하경은 그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이때 임수연이 끼어들어 부드럽게 말했다.“여보, 너무 화내지 말아요. 하경이가 아직 어려서 그렇죠. 더 크면 안 그럴 거예요.”그녀는 겉으로는 위로하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역시나, 윤수철은 손을 들어 올리며 화를 냈다.그러나 그의 손이 떨어지기 직전, 윤하경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아빠, 어제 엄마 기일이었던 거 알고 있어요? 다녀오셨나요?”그 말에 윤수철의 손이 공중에서 멈췄고 잠시 당황해하더니 윤하경의 시선을 피했다.“어제 회사 회의가 있어서 깜빡했어. 그런데 그게 네 동생 차를 부순 이유야?”윤하경은 그 말을 듣자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환한 미소는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웠고 그 모습을 본 윤수철은 잠시 말문이 막힌 듯했다.윤하경은 어머니를 닮아 타고난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특히 웃을 때면 어머니와 똑 닮아 더욱 돋보였다.윤하경은 웃음을 멈추고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그러니까요, 이렇게 무정한 아버지가 있으니 저처럼 속 좁은 딸이 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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