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01 - Chapter 110

337 Chapters

제101화

“네가 이 집에서 나가주는 게 나한테는 최고의 선물이야.”윤하경의 싸늘한 한마디에 윤하연은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억지로 짓고 있던 미소가 흔들리는 걸 숨기려고 애썼지만 분한 기색이 그대로 드러났다. 윤하연은 말싸움으로는 한 번도 이겨본 적 없으면서 매번 억지로 덤비는 윤하연의 모습이 한심하게만 느껴졌다.결국 윤하연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를 악물고 다시 말했다.“그래, 언니 마음대로 그렇게 잘난 척해 봐.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두고 볼 테니까.”그녀의 말투는 마치 윤하경의 약점을 단단히 잡고 있다는 듯 자신감이 넘쳤다.윤하경은 오히려 그게 궁금해졌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계단을 오르려는 윤하연에게 가볍게 한마디 던졌다.“계단 조심해서 올라가. 혹시라도 넘어지면 큰일 나니까.”일부러 비꼬듯이 던진 말이었지만 윤하연은 순간 멈칫하며 뒤를 돌아보았다.“그게 무슨 뜻이야?”윤하경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그냥 걱정돼서 하는 소리야. 진심으로.”그녀의 시선이 슬쩍 윤하연의 배를 향했다. 아직 눈에 띌 정도로 티가 나진 않았지만 윤하경은 이미 알고 있었다. 윤하연은 절대 아이를 지우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아이는 그녀가 구지호와 결혼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였으니까.윤하경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라갔다. 마치 방금 한 말이 정말 걱정스러워서 했던 말인 것처럼 말이다.윤하연은 난간을 꽉 쥔 손에 힘을 주며 윤하경의 뒷모습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윤하경, 두고 봐. 구지호 옆자리는 결국 내 자리야.’그녀는 조심스레 배를 감싸며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아직 아이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했다.약혼식 전날 밤.윤하경은 침대에 앉아 거울을 보며 얼굴에 팩을 붙이고 있었다. 얼굴에 난 작은 상처를 피하며 세심하게 팩을 붙이는 그녀의 얼굴은 타고난 미모 덕에 눈부셨지만 그 뒤에는 그녀의 꾸준한 관리도 한몫했다.그때 갑자기 노크도 없이 문이 벌컥 열렸다.윤하경은 거울 속으로 들어오
Read more

제102화

윤수철의 말은 이제 더 이상 윤하경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윤하경은 무심히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하며 더 이상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하지만 윤수철은 이번만큼은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 잠시 감정을 가라앉히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지금 회사 상황이 어려워. 당장 큰 금액을 마련하기 힘들지만 약혼식이 끝나고 구성 그룹에서 투자가 들어오면 네 이름으로 집을 넘겨줄게.”그의 목소리에는 드물게도 한층 부드러워진 기색이 묻어 있었다.윤하경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회사가 그 정도로 어렵다고?’설마 그토록 집착하던 자존심을 버리고 윤하경에게까지 손을 벌릴 정도로 상황이 급박한 걸까?이제야 모든 게 이해됐다. 만약 회사가 여유가 있었다면 윤수철이 이렇게까지 낮은 자세를 보일 리가 없었다.그녀는 순간 흥미가 생겼지만 내색하지 않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아줌마랑 다시 상의해 보세요. 전 피곤해서 먼저 자러 갈게요.”윤수철의 얼굴이 순간 굳었고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그가 나가는 순간, 복도에서 서성이고 있던 임수연이 다가와 다급하게 물었다.“어때요? 하경이가 승낙했어요?”그러나 돌아온 것은 윤수철의 차가운 대답이었다.“그 얘기는 더 이상 꺼내지도 마.”한 번도 윤하경에게 밀린 적 없었던 그였기에 이번의 패배는 더더욱 자존심을 짓밟는 것이었다.그는 약혼식을 앞두고도 내내 화를 삭이지 못하고 있었고 만약 이미 명문가에 초대장을 보낸 상황이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약혼을 취소해 버리고 싶었을 것이다.임수연은 걱정스러운 척하며 말했다.“어쩌죠? 회사가 이렇게 어려운데... 그냥 하경이한테 다시 부탁해 보면 안 될까요?”하지만 윤수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 아이는... 제 엄마를 닮아서 피도 눈물도 없어!”그 순간, 임수연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지만 그녀는 그걸 들키지 않기 위해 다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럼 회사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지금 이대로 두시면 안 돼요.
Read more

제103화

“준비 다 했어요.” 윤하연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임수연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됐어. 오늘 윤하경이 저렇게 잘난 척할 수 있는 것도 잠시일 거야.”이어 그녀는 윤하연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덧붙였다. “어차피 구지호의 아내 자리는 네가 가장 어울리지 않겠어?”윤하연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이제 곧 지호 오빠도 윤하경의 본모습을 알게 될 거예요. 그러면 저를 선택하겠죠.”두 사람은 만족스럽게 눈빛을 주고받은 뒤,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윤씨 집안의 차가 약혼식장이 있는 호텔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하객이 모여 있었다.호텔 입구에서 주미나와 구지호가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고 윤씨 가족이 도착하자마자 주미나는 반갑게 다가왔다.“하경아, 드디어 왔구나.”윤하경은 얼굴에 억지 미소를 띠며 그녀를 향해 부드럽게 불렀다. “엄마.”그 순간, 구지호도 다가왔다. 그의 시선이 윤하경을 향하자, 욕망이 가득한 눈빛이 드러났다.“하경아, 오늘 정말 아름다워.”그는 윤하경이 그와의 첫 경험을 오늘까지 아껴왔다고 말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오랫동안 기다려온 오늘, 그녀의 우아한 자태를 보자 그는 더욱 조급해졌다.그때, 윤하연이 차에서 내리며 망설임 없이 다가왔다. “지호 오빠!”멀리서 인사를 건네는 그녀를 보고 있던 주미나는 순간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하연이도 왔구나.”윤하연은 순진한 척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주미나는 곧바로 이어서 말했다. “그런데 이제부터 지호를 오빠라고 부르면 안 되지. 오늘부터 형부잖니?”여자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속내를 꿰뚫어 보는 법이다.그녀는 단번에 윤하연의 의도를 알아차렸고 그렇게 말함으로써 윤하경의 편을 들어준 것이었다.윤하연의 얼굴이 굳어졌고 억지웃음조차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그녀는 구지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시선을 보냈지만 그는 오직 윤하경만 바라보고 있었다.그 장면을 본 윤하연은 손을 꽉 쥐며 분노를 삼
Read more

제104화

“그래.” 주미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윤하경은 화장실로 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구지호가 따라가려 했지만 주미나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지호야, 너는 아버님과 손님들을 챙겨야지.”구지호는 아쉬운 듯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화장실에 도착한 윤하경은 가방에서 작은 USB를 꺼냈다. 그러나 문이 열리는 소리에 급히 그것을 다시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그녀가 얼굴을 들어 확인하자,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강 대표님, 정말 취향이 독특하시네요?”남자 화장실도 아닌, 여자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오다니. 하지만 처음이 아니라 지난번에도 그는 똑같이 행동했다.하지만 강현우는 그녀의 비꼬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하게 문을 닫아버렸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 윤하경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오늘은 그녀의 약혼식이다. ‘설마 여기서...’그러나 그녀는 강현우의 예측 불가능한 성격을 너무도 과소평가했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더니 순식간에 들어 올려 세면대 위에 앉혔다.평소보다 높은 위치에 앉게 되자, 당황한 윤하경은 반사적으로 그의 목을 감싸안았다.“미쳤어요?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몰라요?”강현우는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왜? 겁나?”“그때 내 침대로 기어들어 왔을 땐 안 그러더니.”“...”윤하경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알았으면 애초에 당신 같은 사람 안 건드리는 거였는데.” 그녀는 속으로 깊이 후회했다.세간의 소문처럼 강현우는 한 여자에게 한 달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었나? 그런데 그는 왜 이토록 끈질기게 구는 걸까?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강현우는 그녀의 턱을 거칠게 잡아 올렸다.그의 손가락은 거칠었고 그의 힘에 의해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가 따끔거렸다.“이미 늦었어.”그의 낮고 나른한 목소리엔 마치 자신이 사냥감을 손에 넣은 맹수라도 된 것처럼 어딘지 모를 조소가 담겨 있었다.“대체 뭐 하려고요?” 윤하경
Read more

제105화

강현우는 슬쩍 입꼬리를 올리더니 순식간에 주도권을 장악했다. 길고 단단한 손이 윤하경의 매끄러운 등을 따라 미끄러지듯 내려갔고 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그녀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하지만 지금 바로 옆 칸에서는 구지호와 윤하연이 함께 있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입술을 깨물며 작은 신음조차 내지 않기 위해 애썼다.그런데 강현우는 그녀의 그런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도발하듯 그녀의 가슴을 살짝 물었다.“아!”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고 가벼운 숨소리를 흘렸다. 그제야 강현우는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약혼식 당일, 신랑과 신부가 각자 다른 사람과 몰래 관계를 나누고 있다니.어디서든 화제가 될 만한 일이지만 윤하경은 후회하지 않았고 자신을 배신한 사람에게 더 이상 충성할 필요는 없었다.“집중해.”강현우는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느새 옆 칸에서는 끝난 것 같았지만 윤하경은 강현우에게 정신을 빼앗겨, 윤하연이 구지호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신경을 쓸 여유조차 없었다.그저 어렴풋이‘서프라이즈’라는 단어만 들려왔다.시간이 지나고서야 강현우는 충분히 만족한 듯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의 냉정한 표정으로 돌아와, 그녀의 귀를 살짝 문질렀다.“윤하경, 꽤 괜찮은데?”그는 낮은 목소리로 의미심장하게 속삭였다.“게임은 계속될 거야.”그 말을 남긴 채,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유히 화장실을 빠져나갔다.혼자 남겨진 윤하경은 멍한 얼굴로 그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봤다.‘게임은 계속될 거야? 그게 무슨 뜻이지?’그녀는 헛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저었다. 지금은 강현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곱씹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그녀는 손에 쥔 USB를 다시 확인한 뒤, 곧장 화장실을 빠져나갔다.그 순간, 누군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고 말없이 그녀의 손에서 USB를 가져간 후, 조용히 사라졌다.구지호 집안은 명문가였고 오늘 약혼식에는 수많은 인사들이 참석해 연회장은 이
Read more

제106화

윤하경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강현우는 평소처럼 냉정한 얼굴로 말했지만 윤하경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그의 시선을 피하고 싶었던 윤하경은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구정수를 향해 말했다.“구 회장님, 제 친구들이 도착해서 인사 좀 하러 가볼게요. 편하게 대화 나누세요.”연장자 앞에서는 언제나 공손하고 얌전한 태도를 유지해야 했다. 그러자 구정수는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다녀오거라.”구지호는 그녀가 자리를 뜨는 순간부터 눈을 떼지 않았고 그녀가 돌아서자마자 빠르게 따라붙었다.윤하경이 복도를 돌아 들어가려는 순간, 그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한적한 구석으로 끌고 갔다.“뭐 하는 거야?”윤하경은 차갑게 그를 쳐다보았다.“여기 사람 많으니까 이상한 짓 하지 마.”구지호는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하경아, 난 네가 강현우랑 가까이 지내는 게 싫어. 앞으로 그 사람과 거리를 둬.”같은 남자로서 그는 강현우가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하경은 가볍게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그렇게 내가 신경 쓰여?”구지호는 낮게 웃으며 그녀의 귀 옆으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당연하지. 넌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야.”윤하경은 그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언니 지호 오빠 둘이 여기 있었네?”윤하연이었다. 그녀는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연회가 곧 시작된대요. 어서 가요!”그녀의 표정은 밝았지만 눈빛만큼은 질투로 가득 차 있었다.윤하경도 구지호에게서 멀어질 핑계가 필요했으니까 마침 잘됐다고 생각했다.윤하경은 구지호를 밀어내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 구지호는 떠나는 그녀를 아쉬운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윤하연을 쳐다보았다.윤하연이 분위기를 망쳤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연회장에는 이미 수많은 하객이 모여 있었고 윤하경은 홀의 한
Read more

제107화

구지호는 이를 악물고 서 있었다. 그는 오늘 밤, 윤하경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생각뿐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터지면서 모든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연회장은 일순간 정적이 흘렀고 하객들은 충격과 흥미를 동시에 느끼며 속삭이기 시작했다.‘이렇게 강렬한 스캔들은 처음 보네.’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윤하연은 당황한 나머지 미친 듯이 무대로 뛰어올라 구지호를 붙잡았다.“지호 오빠, 이건 아니야! 난 분명히...!”그러나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윤하경은 냉랭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손에 들고 있던 샴페인을 단숨에 그녀의 얼굴에 쏟아부었다.“말 안 해도 알아. 네가 한 짓이니까.”윤하경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그렇게까지 구지호가 좋으면 같이 살아. 저렇게까지 뻔뻔하게 구질구질하게 매달릴 정도라면...”그녀는 한걸음 물러서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둘이 잘해봐. 나는 빠질게.”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굽 높은 힐을 또각거리며 연회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그녀의 뒷모습은 배신당하고도 품위를 잃지 않는 강인한 여자의 모습 그대로였다.그 모습을 본 주미나는 다급하게 그녀를 붙잡았다.“하경아, 가지 마!”윤하경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인 것 같아요. 하지만 지호 오빠는 지호 오빠고 아줌마는 언제까지나 저에게 소중한 분이에요.”주미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술을 떨었다.“...하경아, 한 번만 더 생각해 보면 안 되겠니?”그러나 윤하경은 단호했다.“만약 이 일이 아줌마 친딸에게 일어났다면 그래도 참으라고 하시겠어요?”그 말에 주미나는 더 이상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그 순간, 윤하경의 시선이 연회장 끝 쪽에 서 있는 강현우와 마주쳤다. 그는 두 팔을 가볍게 접은 채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지만 애써 침착한 표정을 유지했다.강현우는 별다른 말도 없이 그녀를 보고 있었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뭔가 불길한 기분이 들었지만 지
Read more

제108화

윤하경은 차 안에서 강현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뭔가 바쁘게 작업하고 있었다.그녀는 마침내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그 순간 강현우가 기사에게 말했다.“차 세워.”이번에는 기사도 알아듣고 즉시 차를 멈췄다.그녀는 차에서 내려 몸을 돌려 강현우에게 감사 인사를 하려 했으나, 그녀가 허리를 숙이기도 전에 강현우의 차는 빠르게 사라졌다.“...”강현우의 변덕스러움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무슨 이유로 화가 난 건지 감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택시를 잡으려던 순간, 휴대폰이 울렸고 화면을 보자마자 예상대로 ‘윤수철’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전화를 끊었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아예 전원을 꺼버렸다.어차피 그녀를 꾸짖거나, 다시 구지호와의 약혼을 진행하라고 강요하거나 전화할 이유는 뻔했다. 부녀 관계라고는 하지만 진심으로 위로해 줄 리 없었다.이제 와서 기대할 것도 없으니 굳이 말싸움할 필요도 없었다.윤하경은 본가로 가지 않고 자기 아파트로 향했고 소지연을 불러 뜨끈한 샤부샤부를 함께 먹기로 했다.얼마 후, 소지연이 큼직한 식재료 봉투를 들고 문을 두드렸다.“빨리 좀 받아 줘, 팔 빠질 것 같아.”윤하경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아니 대체 얼마나 많이 산 거야?”소지연은 웃으며 말했다.“네가 좋아하는 건 다 챙겼지.”소지연은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오며 너무 대놓고 윤하경의 표정을 살피자 윤하경은 바로 눈치를 챘다.“왜?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소지연은 고개를 저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오늘 약혼식에서 구지호랑 윤하연 얘기 들었어. 네가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덤덤하게 말했다.“응. 네가 들은 그대로야.”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식재료를 주방으로 옮기며 말했다.“근데 이건 네가 다 손질해야 해. 난 먼저 씻고 올게.”사실 그녀는 씻고 싶었다기보다, 몸이 온몸이 쑤셨다. 강현우와
Read more

제109화

윤하경은 원래 며칠 동안 조용히 이곳에 머물다가, 다시 돌아가서 임수연과 윤하연이 꾸며놓은 상황을 지켜보며 즐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윤수철이 직접 찾아왔다.그의 첫 마디부터 듣기 거북했고 윤하경은 혀끝으로 얼얼한 뺨을 꾹 눌렀다.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윤수철을 바라보았다.“참 재미있네요. 오늘 경성 전역에서 저를 웃음거리로 만든 건 윤하연인데 정작 저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먼저 저한테 화를 내러 오셨다고요? 윤수철 씨, 오늘 모욕을 당한 건 저예요. 그런데 저한테 손찌검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세요?”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으며 흥분한 탓에‘아버지’라는 호칭조차 쓰지 않았다. 어쩌면 아버지라고 불리 울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너 지금 나를 뭐라고 불렀어?”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윤하경을 노려보았고 윤하경은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되물었다.“그럼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하죠?”“세상에 어떤 아버지가 딸이 이런 일을 당했을 때 위로 대신 손찌검을 해요? 제가 지금까지 아버지에게 받은 게 대체 뭐죠? 단 한 번이라도 저를 위해 싸워주신 적이 있긴 한가요?”그녀의 날 선 말에 윤수철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고 숨소리조차 거칠어졌다.윤하경의 눈가가 붉어졌지만 그것은 억울함 때문이 아니라 체념과 서러움 때문이었다.“윤하연이 자기 형부 될 사람 침대에 들어갔어요. 아버지는 하연이를 때리셨나요? 저는 아버지 딸이 아닌가요? 이게 사람 할 짓인가요?”그녀의 매서운 질문이 이어지자, 윤수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술만 달싹거렸다.“윤하연이 오늘 사진을 공개한 게 아니라고 해도 구지호 침대에 기어들어 갔고 구지호의 아이를 가졌잖아요! 이 모든 사실이 거짓은 아니잖아요.”그녀는 차갑게 고개를 들었다.“제가 궁금한 건 저랑 윤하연 중 누가 진짜 아버지의 친딸인가요?”그녀가 고개를 기울이며 묻자, 윤수철의 얼굴에 순간 당혹스러운 빛이 스쳤다.윤하경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이제는 상관없어요. 오늘부로
Read more

제110화

윤하경은 119를 불렀다. 원래 따라갈 생각은 없었지만 의료진이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옷을 갈아입고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임수연이 울면서 뛰어왔다.“여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그녀는 마치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울며 소란을 피웠다. 윤하경은 듣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려 가만히 앉아 거울을 꺼내 립스틱을 바르기 시작했다.“아버지가 너를 찾아갔을 때까지 멀쩡했는데 네가 무슨 말을 했길래 이렇게 쓰러지신 거야?”임수연은 윤수철의 손을 붙잡고 한참을 울다가 마침내 윤하경을 발견하곤 손가락을 뻗어 그녀를 가리켰다.“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윤하경은 서두르지 않고 립스틱을 마저 바른 후, 거울을 닫아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임수연을 바라보았다.“제가 아버지를 이렇게 만들었다고요?”그녀는 비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제 약혼자를 유혹해서 잤고 심지어 아이까지 가진 딸을 둔 아버지라면 누구라도 쓰러질 만하죠.”임수연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졌다. 그녀는 기분 나쁜 듯 콧방귀를 뀌더니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그렇게 남자 하나도 제대로 못 잡아놓고 네 동생을 탓하는 거야?”윤하경은 머리칼을 가볍게 쓸어 넘기며 한숨을 쉬듯 말했다.“그래요, 당신네 집안은 원래 남의 가정 깨는 데에 특별한 재능이 있잖아요. 누구도 못 따라갈 능력이죠.”임수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네가 못난 거야. 구지호는 우리 하연이를 사랑해. 그게 현실이야.”그러자 윤하경은 싱긋 웃으며 대꾸했다.“그럼 그 사랑, 가문 족보에도 적어 넣어야겠네요. 대대로 남의 가정 깨는 재능을 잘 이어가세요. 앞으로도 쭉 그렇게 사세요.”임수연은 이를 악물었다.“너, 정말 입을 찢어버려야 정신 차리겠구나!”그녀가 달려들 듯 몸을 움직이자, 윤하경은 지긋이 그녀를 바라보더니 몸을 돌려 병원을 나가려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던졌다.“병원비는 당신이 내세요.”임수연은 잔뜩 흥분한
Read more
PREV
1
...
910111213
...
34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