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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수박빙수
택시 안에서 윤하경은 거울을 꺼내 립스틱을 덧발랐다. 그러자 창백한 얼굴이 조금은 생기를 되찾았다.

30분쯤 지나, 택시는 화려한 불빛으로 빛나는 클럽 ‘옥타곤’ 앞에 멈췄다.
 하이힐을 신고 안으로 룸에 들어서자 안에는 남녀가 뒤섞여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며 떠들고 있었다.

방 안 공기는 담배 연기, 술 냄새, 그리고 강한 향수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찌를 정도였다.
 윤하경은 손으로 코를 가리며 가볍게 기침하고 안쪽을 둘러보며 온지우를 찾았다.

하지만 온지우 대신, 그녀가 발견한 건 소파에 비틀거리며 누워 술을 마시고 있는 구지호였다.
 그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잔을 연달아 들이켰다. 윤하경은 입술을 깨물며 속으로 욕했다.

‘재수 없게.’

온지우가 구지호와 짜고 자신을 여기로 불렀다는 게 뻔히 보였다.
 기분이 상한 그녀는 돌아서서 나가려 했지만 구지호가 이미 그녀를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구지호의 흐릿하던 눈빛이 윤하경을 보자마자 선명해졌고 그는 휘청거리며 다가오더니 윤하경의 손을 붙잡았다.

“하경아, 가지 마. 우리 얘기 좀 하자.”

“얘기할 게 없어.”

윤하경은 차갑게 대꾸했다. 
그의 손길이 닿는 것만으로도 불쾌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구지호는 손을 놓지 않고 애원했다.

“하경아, 내 말 좀 들어봐. 나랑 윤하연은 그런 사이가 아니야. 걔가 먼저 나한테 접근한 거야.”

“그만해.”

윤하경은 그의 말을 끊고 쏘아붙였다.

“책임을 여자한테 떠넘기는 게 남자라고 생각해? 윤하연이 잘못했다면 너도 똑같아. 둘 다 한심하다고.”

구지호는 그녀의 날 선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는 평생 남에게 비난받아 본 적이 없었고 게다가 늘 자신을 쫓아다니던 윤하경에게 이런 말을 듣는 건 처음이었다.
 구지호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내가 이렇게 사과했으면 됐잖아. 대체 뭘 더 바라는 거야? 정말 약혼을 깨겠다는 거야?”

그는 화가 난 듯 말을 이었다.

“하경아, 네가 어떻게 나한테 매달렸는지 잊었어? 네가 그렇게 애원해서 내가 받아준 거잖아!”

그의 말이 끝나자 윤하경은 헛구역질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구지호는 깜짝 놀라 그녀를 부축하며 물었다.

“하경아, 어디 아파? 괜찮아?”

하지만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차갑게 말했다.

“네가 멀리 떨어지면 괜찮아질 거야. 그리고 예전 얘기는 하지 마. 생각만 해도 역겨우니까.”

구지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윤하경,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대체 뭐가 불만해? 너 설마 다른 남자가 생긴 거야?”

그는 그녀의 손목을 다시 붙잡고 차갑게 물었다.

“그 남자가 누구야? 말해!”

윤하경은 비웃으며 대답했다.

“그게 네가 알 바야? 네가 기억할 건 딱 하나야. 내가 너를 찼다는 거.”

구지호는 윤하경의 말을 듣고도 아무 반응 없이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했다.

사실 그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정의하기는 어려웠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상류층에서 정말로 깨끗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들에게 여유는 당연했고 지루한 삶을 채우기 위해 늘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그리고 여자란, 그 시간을 채우기에 적합한 존재일 뿐이었다.

윤하연이 먼저 다가왔을 뿐, 자신이 주동적으로 행동한 건 아니라고 구지호는 스스로를 변명했다.

게다가 윤하경이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았기에, 사과 한마디로 모든 게 해결될 거라 믿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윤하경은 정말로 자신과 끝내겠다고 결심한 듯했고 그 사실은 구지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사실 그는 윤하경과 결혼할 생각이었다. 18살 무렵 윤하경이 성숙해지면서 그녀의 외모는 상류층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었다.

청순하면서도 매혹적인 매력,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헌신적인 태도는 구지호에게 큰 만족감을 줬다. 주변 남자들이 윤하경을 부러워하며 자신을 질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여겼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이렇게 단호하게 등을 돌릴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경아, 내가 진심으로 잘못했어. 우리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제발 나를 용서해 줘.”

그는 그녀를 벽으로 밀어붙이고 키스하려 했지만 윤하경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무릎을 들어 그의 급소를 정확히 찼다.

구지호는 고통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붉게 달아올랐고 윤하경은 비웃으며 말했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몸을 돌려 나가려던 그녀는 누군가와 부딪쳤다. 이마를 매만지며 고개를 든 순간,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강현우였다.

그는 말없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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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수연의 말이 끝나자, 방 안이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윤하경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흥미로운 눈길로 임수연을 바라보았고 임수연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이건 이유가 있어요. 여보, 저를 믿어 주세요. 정말로 당신을 배신한 게 아니에요.”윤수철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탁자 위에 있던 물컵을 바닥에 힘껏 내던졌고 산산조각 난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그는 이를 악물며 임수연을 노려보았다.“이 사진이 진짜라고 인정해 놓고도 그딴 소리를 해? 날 뭐로 보는 거야? 감히 날 이렇게 우습게 만들어?”“아니에요! 저 정말 그런 게 아니에요!”임수연은 당황한 듯 몸을 바로 세우더니 고개를 들고 윤수철을 바라보며 말했다.“제 말 좀 들어봐요. 아이들 앞에서는 이야기하기 곤란해요. 그러니까 아이들 먼저 내보내요.”윤수철은 눈살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했다.“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하겠다는 거야? 난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아. 이혼이야.”그는 원래부터 강한 남성우월주의 성향을 지닌 사람이었다.그런데 이런 사진까지 공개되었으니 그에게는 굴욕 그 자체였다.자존심이 짓밟힌 지금, 그는 더 이상 임수연의 말을 믿을 수 없었고 적어도 당분간은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임수연은 상황이 점점 나빠지자, 윤하경과 윤하연을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그녀는 한숨을 깊이 내쉰 뒤, 고개를 들고 단호하게 말했다.“여보, 내가 이렇게 한 건 다 당신을 위한 거예요.”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실 한쪽에서 윤하경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이런 황당무계한 변명을 대놓고 하는 사람은 아마 임수연이 유일할 것이다.윤하경은 거실의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손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능청스럽게 말했다.“미안해요, 참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 참겠네요. 계속하세요. 저는 없는 셈 칠게요.”그녀는 종이 냅킨을 집어 들고 입가를 닦으며 태연하게 자리에 앉았다.임수연은 눈에 독을 품고 윤하경을 노려보았다. 오늘 이 일이 윤하경과 무관할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276화

    윤하경은 마치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커다란 눈을 뜨고 임수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평소에 하던 말투를 흉내 내며 말했다. “아줌마, 아버지가 이렇게 잘해 주셨는데 아버지를 이렇게 배신할 수 있어요?” 임수연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옆에 있던 윤하연은 이를 악물고 윤하경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너지! 네가 꾸민 짓이지! 우리 엄마를 모함하려고!” 윤하경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윤씨 가문에서 쫓겨나기 싫은 건 이해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가진 걸 지키려고 아무에게나 죄를 뒤집어씌우는 건 옳지 않지 않겠어? 이건 나랑 아무 상관 없는 일이야.”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윤수철을 바라보았고 일부러 안타까운 듯한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윤수철이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묘했다. 마치 자신의 죽은 아내를 떠올리는 듯한 착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윤하경의 눈빛에 담긴 묘한 동정과 실망이 그를 더욱 자극했다. 그는 이를 악물었고 얼굴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윤하경은 곧바로 알아차렸다. ‘곧 심장병 발작...’ “유 집사님, 빨리 심장약 가져와요!” 쇼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윤수철이 이렇게 빨리 쓰러지면 너무 싱겁다. 유 집사는 허둥지둥 약을 가져왔고 윤하경은 직접 물을 따라 건넸다. “아버지, 약부터 드세요. 이런 일로 건강까지 해치시면 안 되죠.” 윤수철은 그녀의 손에서 약을 받아들었다. 그는 한 번도 이런 상황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동안 무릎 꿇고 울며 매달리던 건 임수연이었고 위로하는 사람은 항상 자신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윤하경은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이거... 의외로 재미있는데?’ 그녀는 고개를 돌려 임수연을 바라보며 도발적인 미소를 지었다. 임수연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지금은 윤하경을 상대할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잠시 고개를 숙였고 다시 들었을 때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여보...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얼마인데.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275화

    윤하경은 속으로 눈을 굴렸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저런 말을 하는 자신이 한심하다고 느껴졌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상처를 소독하면서 일부러 손에 힘을 줘 눌러보았지만 강현우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고 끝까지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며 마치 아예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그의 인내심에는 정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붕대를 마무리한 후, 강현우는 마침내 그녀를 놓아주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원래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거실에 윤수철이 앉아 있었고 표정은 썩 좋은 기색이 아니었다. 윤하경을 보자마자 윤수철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어디 갔다 왔어? 전화도 안 받고.” 윤하경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아버지가 저한테 무슨 일 있으세요?” “일이 있어야만 너를 찾을 수 있는 거냐?” “아니라면 그냥 올라가 볼게요.” 어젯밤 너무 긴장한 탓인지 오늘도 충분히 쉬지 못했다. 계단을 오르려던 순간, 거실에서 낮고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회장님, 여전히 사모님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 순간, 윤하경의 걸음이 멈추면서 자신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 ‘임수연이 사라졌다고?’“흥.” 윤수철은 콧방귀를 뀌며 화난 듯 말했다. “계속 찾아봐.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건지 내가 직접 확인할 거야.” 그 말을 듣고 윤하경은 순간 뭔가 떠올라 곧장 방으로 올라가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지난번 사진. 내가 준 번호로 익명으로 보내. 응, 당장. 지금.” 그녀는 짧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생각해 보니 며칠 전 이미 받아둔 자료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윤수철이 오늘 언급하지 않았다면 더 늦어질 뻔했다. 5분 후. 거실에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도자기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윤하경은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기지개를 켰다. “이렇게 쉽게 무너지면 곤란한데.”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이건 그냥 애피타이저일 뿐이야.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274화

    아무리 생각해도 강현우가 자기 침대에서 죽기라도 하면 강씨 집안에서 자기를 가만두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녀가 혼자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강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리 와.” 그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고 유심히 들으면 약간 허스키까지 했다.윤하경은 입술을 꾹 다물고 조심스레 그의 옆으로 다가가자 강현우의 등 상처가 그대로 드러났다. 어젯밤, 그녀가 직접 절개했던 상처가 아직도 선명하게 피를 흘리고 있었고 꽤 끔찍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잘 다듬어진 근육과 함께 보니 오히려 강렬한 야성미가 느껴졌다. 윤하경이 아무런 움직임 없이 뒷짐 지고 바라만 보고 있자, 강현우가 미세하게 고개를 돌려 그녀를 흘깃 봤다. “다 봤어?” “아, 네?” 그녀는 당황해 얼버무리다, 결국 말을 꺼냈다. “현우 씨, 등에 난 상처가 생각보다 심한데요. 다른 일들은 좀 미루시면 안 될까요?” 나름 조심스럽게 돌려 말했지만 강현우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오? 다른 일이라면 어떤 일인데?” 윤하경은 할 말을 잃었고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어떤 말을 해도 저 사람이 비꼬면서 받아칠 게 뻔했다. 그녀가 입을 꾹 다물자, 강현우는 갑자기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당겼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당겨지자, 그녀는 그대로 소파로 넘어지려 했다. 그러나 강현우가 그녀를 가볍게 붙잡아 균형을 잡아주더니 그대로 품에 가둬버렸다. “뭐야, 나 무서워?” “아, 아니요.” 윤하경은 그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몸을 빼내려고 하자, 강현우는 더욱 강하게 팔을 조였다. “저, 저 좀 놔주세요. 그렇게 급해요? 몸도 다 낫지 않았는데?” “내가? 급하다고?” 강현우는 천천히 고개를 기울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윤하경을 놀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그일 말이에요.” 윤하경은 숨이 턱 막혔다. 이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 뭘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273화

    강현우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등을 돌렸다.그의 걸음걸이는 마치 벌을 받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상을 받으러 가는 듯했다.그 순간, 등 뒤에서 들려오는 강현석의 고통스러운 비명은 더욱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하지만 강현우는 이를 완전히 무시한 채 태연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그러나 사당 입구에 다다르기도 전에, 다급히 달려온 한선아가 강현우의 앞을 막아섰다.“아버지, 현우는 방금까지도 큰 부상을 입고 있었어요. 이렇게 벌을 받게 하시면 안 됩니다.”“어머니.”강현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빛을 살짝 가라앉혔다.“여기까지 왜 오셨어요?”한선아는 강현우의 몸 상태를 살피듯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네가 ‘옥제당’를 불태웠다는 말을 듣고...”강현우의 시선이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무표정해졌다.“저는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그는 단호하게 말을 남기고는 그녀와 강호석을 뒤로한 채 사당을 떠났다.“저게 네가 그렇게 아끼는 아들이냐!”강호석은 수염을 흩날리며 노기를 터뜨렸다.그는 강현우에게 화를 낼 수 없는 대신, 곁에 남아 있던 강현우의 어머니에게 모든 화풀이를 쏟아냈다.“아버지, ‘옥제당’의 손실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그녀는 억울함을 삼키며 공손히 대답했다. 그러나 강호석은 불만스러운 듯 코웃음을 치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사당에서 나온 강현우는 한쪽에서 몰래 기다리고 있던 우지원을 발견했다.우지원은 강현우가 온전한 모습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대표님.”강현우는 그의 존재를 전혀 놀라워하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어머니는 네가 부른 거야?”우지원은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변명을 늘어놓았다.“아니 대표님이 괜히 심하게 맞을까 봐... 그냥 혹시 몰라서.”강현우는 조용히 차 문을 열고 올라탄 뒤,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해.”그의 목소리에 담긴 냉기가 우지원의 몸을 얼어붙게 만들었다.“알겠어요.”우지원은 짧게 대답한 뒤 입을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272화

    강현우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등을 곧게 편 채로 조용히 돌아섰다. 그의 걸음걸이는 마치 벌을 받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상을 받으러 가는 듯했다. 뒤에서는 강현석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끊이지 않았지만 강현우는 마치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담담한 얼굴이었다. 우지원은 그런 강현우를 따라가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형, 그냥 바로 끝내면 되잖아. 이렇게 본가에서 일을 벌이면 할아버지가...” 그는 말을 잠시 멈추더니 다시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형, 내가 대신 맞을게. 형 몸도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잖아.” “넌 ‘헤븐’으로 돌아가.” 강현우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우지원은 잠시 멍해졌다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안 돼. 난 못 가.” 강현우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고 그 표정을 본 우지원은 그가 화를 내기 직전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얼마 전 강현우가 반쯤 죽은 상태로 돌아온 모습을 떠올리자 도저히 등을 돌릴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현우가 내린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결국 우지원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하지만 형, 조심해.” 그는 세 번이나 뒤돌아보며 아쉬운 듯 본가를 떠났다. 강현우가 사당에 도착하자, 그곳을 청소하던 하인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놀라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익숙하다는 듯, 잠시 눈을 내리깔고는 조용히 사당을 빠져나갔다. 강현우는 사당 안을 가득 채운 조상들의 위패를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깊은 경멸이 담겨 있었으나,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이 불효자 놈, 무릎 꿇지 못해?” 강호석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현우는 천천히 돌아서더니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묵묵히 무릎을 꿇었다. “사람을 불러, 집안 규율대로 처벌하겠어.” 강호석이 기세등등하게 외치자 한 하인이 두꺼운 회초리를 들고 앞으로 다가왔다. 어린아이 팔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271화

    강현석은 이를 악물고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자, 두 여자가 겁에 질린 채 우왕좌왕하고 있었고 그는 대충 욕실에 걸려 있던 가운을 걸치고 창문 너머를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아래에서 여유롭게 앉아 있는 강현우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다리를 꼬고 앉아 고급스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며 태연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강현석이 고개를 내미는 것을 보자, 강현우는 손가락 마디가 도드라진 손을 흔들며 가볍게 인사했다. “형, 참 우연이네.” “강현우, 미쳤어? 여기가 어디인 줄 알아? 여긴 본가야!” 강현석은 이를 갈며 소리쳤다. 그러나 강현우는 고개를 살짝 들어 태양 빛을 받은 목선을 드러내며 그저 느긋하게 웃었다. “그래서?” 그는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형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강현석은 이를 갈며 대문 앞을 지키고 있는 우지원을 보았다. 그제야 그는 오늘은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뒤에서 다급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길이 점점 번지고 있어요!” 강현석은 이를 악물고 순간적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죽느니 차라리 다치는 게 낫겠지.’ 그는 이를 꽉 깨물고 망설임 없이 2층에서 몸을 던졌다. “쾅!” “으악!” 2층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목숨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의 몸은 강현우처럼 단련된 것이 아니었기에 착지와 동시에 다리뼈가 부러졌다. 바닥에 쓰러진 그는 움직일 수조차 없었지만 강현우를 향해 이를 악물고 독하게 노려보았다. “두고 봐, 할아버지가 오시면 넌 끝장이야.” 그러나 강현우는 그 말을 듣고도 조용히 웃으며 우아한 몸짓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천천히 걸어와 강현석의 부러진 다리를 아무렇지 않게 발로 짓눌렀다. “으악!” 강현석은 극심한 고통에 식은땀을 흘리며 비명을 질렀다. “강현우, 미쳤어?” 그는 고통 속에서도 소리쳤다. 그러나 강현우는 얼굴에 냉소를 띠며 조용한 목소리로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270화

    우지원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표님, 너무 마음이 약하십니다. 강현석 같은 인간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인데 그냥 싹을 잘라버리는 게 맞지 않습니까?” 강현우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 “가서 주기석에게 전해. 가격을 3% 더 올려서 배상하는 걸로 하겠다고. 그리고...” 그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덧붙였다. “강현석이 지금 어디 있는지 당장 찾아.” 우지원은 그제야 얼굴에 미소를 띠며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새로운 정보를 입수하고 돌아왔다. “대표님, 강현석은 지금 본가에 있습니다.” 강현우는 비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좋은 장소를 골랐군.” 그는 ‘겁쟁이’라는 말을 입 밖에 꺼내진 않았지만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드러났다. 문제를 일으켜 놓고도 살고 싶어 본가로 도망쳤다는 사실이 가소로웠다. 그렇다고 해서 본가에 있으면 자신이 손도 못 댈 거라고 착각한 건가? 강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명령했다. “차 가져와. 본가로 간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창백한 얼굴이었지만 강현우는 여전히 곧은 자세로 본가 거실에 들어섰다. 거실에서는 한 노인이 차를 홀짝이며 앉아 있었고 그는 강현우를 보자마자 비웃음을 지었다. “오호, 이제야 돌아올 마음이 들었나 보지?” 강현우는 그의 냉소를 못 본 척하며 담담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할아버지.” 노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강현우는 손주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녀석이었으나, 유독 이놈에게는 따뜻한 시선을 준 적이 없었다. “지난번에 당한 상처는 다 나았느냐?” “네.” “네 놈, 목숨 하나는 질기군.” “그래, 이제라도 네가 잘못을 깨달았느냐?” “아닙니다.” 그의 뻔뻔한 태도에 노인은 이를 악물고 손에 쥐고 있던 찻잔을 탁자 위에 거칠게 내려놨고 그의 눈빛이 싸늘하게 좁혀졌다. “당장 가서 사당 앞에 무릎 꿇고 있어라.” “알겠습니다.” 강현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269화

    “네?”우지원이 고개를 돌려 윤하경을 바라봤다.“왜 꼭 제가 있어야 하는 건가요?”윤하경이 묻자 우지원은 가볍게 웃었다. 얼굴에 남아 있던 핏자국이 그의 미소를 더욱 날카롭게 보이게 했다.“아마도, 강 대표님께는 윤하경 씨가 특별한 존재여서 그런 거겠죠.”그는 말을 끝내지 않았다. 강현우에게는 오래전부터 깊은 트라우마가 있었지만 그 이야기를 함부로 꺼냈다간, 그가 깨어난 후 자신부터 처참한 꼴을 당할 게 분명했다.“사실, 처음에 연락했을 땐 별 기대도 안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대단하시네요. 이번 일은 제가 신세를 졌습니다.”윤하경은 손을 흔들며 괜찮다고 말하려 했지만 우지원은 이미 등을 돌려 걸어가고 있었다.그녀는 조용히 방문을 닫았고 온몸의 힘이 빠진 듯, 침대 옆에 기대어 깊은숨을 내쉬었다.조금 전까지 봤던 피투성이의 광경이 여전히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고 두근거리던 심장이 아직도 진정되지 않았다.그녀는 천천히 손을 내려다봤다. 손바닥에 남아 있는 따뜻한 피가 강현우의 체온을 떠올리게 했다.멍하니 손을 바라보던 그녀는 문득 우지원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강 대표님에게 윤하경 씨는 특별한 존재니까요.”‘정말 내가... 특별한 존재일까?’윤하경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다잡았다.“윤하경,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 헛된 기대는 할 필요 없어.”어두운 방 안에서 그녀는 자신에게 그렇게 경고했다. 그러고 나서 정신을 가다듬고 욕실로 들어가 씻었다.뜨거운 물을 맞으며 오늘 하루를 정리한 뒤 깨끗이 씻긴 머리카락을 말리며 침대로 돌아왔다.너무 긴장했던 탓일까. 침대에 몸을 눕히는 순간 정신을 잃을 듯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그녀가 얼마나 잠들었을까. 어느 순간, 따뜻한 기운이 이불 속으로 스며들었다.누군가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그러나 깊이 잠든 그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곁에 누운 남자는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낮게 웃었다.“이렇게 깊이 자면... 사냥감이 사냥꾼에게 먹히기 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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