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과 이혼한 지 어언 1년, 뜸했던 단톡방에서 뜬금없이 나를 태그한 반하준. [냉전도 이만하면 됐으니까 그만 돌아와. 다시 시작하자.] 나는 쌀쌀맞게 답장했다. [지금 제정신이야?] 눈치 빠른 사람들이 냉큼 분위기를 파악하고 화해를 종용했다. 반하준이 참지 못하고 또 물었다. [내가 없는 동안 뭘 하고 지냈어?] 나는 아기를 토닥이는 다정한 남편을 슬쩍 보고는 답장을 보냈다. [산후조리 중.] 시끌벅적하던 단톡방이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 반하준이 108통의 전화를 걸어왔지만, 나는 싸늘하게 외면했다. 한때 그를 목숨처럼 사랑했던 여자는 이제 그의 곁에 없었다.
ดูเพิ่มเติม강민아가 반석현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석현아, 우리 모두의 결말은 각자의 손에 달려있어. 난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고 나에 대한 네 마음도 저버리지 않을 거야.”반석현은 조금 머뭇거리며 망설였지만 강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그리움과 애틋함이 가득했다.아이는 강민아의 품에 뛰어들어 가느다란 팔로 강민아의 목을 감쌌다.그는 강민아가 자신의 엄마가 되길 원하지 않았다.강민아가 자유로워지길 바랐다.강민아가 고개를 돌려 반용화에게 말했다.“선생님의 애정도 저버리지 않을 거예요.”진심으로 사랑하면 상대가 조금이라도 손해 보고 다치는 게 싫어진다.자신의 좋아하는 마음을 감춰서라도 상대가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바람처럼 자유롭게 세상을 누비도록 내버려둔다.상대가 잘 지내면, 수많은 별과 함께 빛나는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그걸로 만족하니까.강민아는 반석현의 손을 잡고 다시 부엌으로 돌아갔다.정이는 반석현이 식탁에서 밥을 먹으려는 것을 보고 직접 반석현에게 음식을 건넸다.저녁 식사가 끝나고 반용화가 물었다.“나랑 한 내기 기억해? 이제 3주도 안 남았어. 강승 테크엔 언제 손을 쓸 거야?”강민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잠시 생각했다.“흠... 한두 주 지나고 보죠.”반용화는 덤덤한 눈빛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강민아에게 나름의 계획과 생각이 있을 거다. 게다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니 강승 테크는 진작 그녀가 손에 넣은 먹잇감 같았다.하지만 그녀와 강성진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으니 강성진은 절대 먼저 강승 테크를 강민아에게 넘겨주지 않을 거다.“2주 뒤에 강승 테크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겠어?”강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휴대폰이 먼저 울렸다.그녀는 화면을 흘끗 보고는 그대로 반용화에게 보여주었다.발신자는 장기명이었다.전화를 받은 강민아가 스피커 모드로 돌리자 장기명의 흥분한 목소리가 사람들 귀에 들려왔다.“강민아 씨, 지금 어디 있어요? 좋은 소식이 있어요!”강민아가 대답했다.“지금 반 연구원님 집에 있는데 무슨
그림 속 왕비의 표정은 슬펐다.반석현이 또 다른 그림을 내밀었다.크레파스로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왕비가 딸의 손을 잡고 성을 떠나는 모습을 그렸는데, 왕비는 얼굴에 밝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강민아는 반석현이 건네준 세 번째 그림을 받았다.그림 속엔 왕비가 어린 소녀를 데리고 또 다른 국왕을 만나는데 국왕 옆에는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왕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들고 왕비에게 청혼하고 있다.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반석현은 다섯 번째 그림을 문틈으로 내밀었다.그림 속 여자아이와 함께 새 국왕을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린 왕비는 멍한 표정이었다.그림에 탁월한 재능이 있었던 반석현은 그저 간단히 슥슥 그리기만 해도 인물의 표정까지 생동하게 표현했다.강민아는 바닥에 앉아 방문에 기대었다.그녀는 반석현이 그린 다섯 장의 그림과 쪽지를 손에 들었다.[우리 엄마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강민아의 눈시울이 뜨거워 나며 순식간에 눈가가 촉촉해졌다.[당신이 내 엄마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또다시 가정에 얽매이고 다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엄마로서의 무게를 짊어지는 게 싫어요.]하지만 그토록 많은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반석현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의미했다.너무 좋아하니까 조금이라도 상처 주기 싫은 거다.반석현은 자신도 강민아에게 괴로움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깨닫고 제일 먼저 멀어지는 걸 선택했다.자신을 방에 가두면 또다시 강민아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서.강민아가 고개를 돌리니 반용화가 한 손을 휠체어 팔걸이에 올려놓은 채 다가오고 있었다.“왜 바닥에 앉아있어?”남자가 강민아 곁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이고 묻자 강민아는 받은 그림을 그에게 보여주었다.“석현이는 똑똑하지만 안쓰러운 아이예요.”반용화는 반석현이 그린 그림을 보았다.“좋다고 꼭 소유해야 하는 건 아니지.”그러고는 강민아를 바라보며 솔직하게 말했다.“한때는 나도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어. 넌 내가 만난 학생 중 최고였지만 여자이기에 온실에
반용화의 시선은 이미 육성민의 얼굴에서 멀어진 뒤였다.“그러세요.”그는 덤덤하고 여유로운 눈빛으로 강민아를 바라보았다.“석현이 구해줘서 고마워.”강민아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석현이가 절 구해줬어요.”반석현은 강민아의 손을 잡고 자기 가슴을 두드리더니 워치를 가리켰다.강민아는 반석현의 뜻을 금방 알아차렸다.자신이 있는 한 강민아를 지켜주겠다는 말이었다.강민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칭찬했다.“오늘 석현이 아주 용감했어.”“석현아, 뽀뽀해도 돼?”반석현을 안은 정이는 그가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자 볼에 쪽 입을 맞췄다.강민아도 몸을 숙여 반석현의 머리에 부드럽게 입맞춤했다.반석현의 볼이 불그스레 물들고 검은 눈동자엔 무수히 많은 별이 담긴 듯 반짝였다.조금 전 캠프로 돌아갈 때 강민아는 정이에게 반석현과 버섯을 채취하러 갔을 때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정이는 그 말을 듣고 당장이라도 민이를 찾아가 따질 기세였지만, 민이가 비탈 아래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는 말에 학교로 돌아가 자기 주먹을 보여주며 차분하게 얘기해 보기로 했다.육성민은 강민아와 반석현을 바라보던 반용화가 차가운 렌즈 속 깊은 눈동자에 따뜻한 온기를 머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연구원님, 혹시 아드님에게 엄마를 찾아줄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육성민이 입을 열자 부엌에서 음식을 나르던 도우미가 대신 답했다.“도련님은 강민아 씨를 무척 따르는데 강민아 씨가 도련님 엄마가 되어주면 좋겠네요.”반용화의 집에서 일하는 도우미들도 강민아가 한때 반용화의 조카며느리였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들은 반씨 가문 사람들과 거의 접촉하지 않았다.이들은 강민아가 반용화의 서재에 들어갈 수 있고, 반석현이 강민아와의 친밀한 접촉도 거부하지 않는 것을 보며 강민아가 그들 부자에게 남다른 존재라는 걸 알았다.그런데 도우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반석현이 크게 반응했다.그를 안고 있던 정이는 아이가 불편한 듯 꿈틀거리자 얼른 손을 놓았다.반석현은 뒤로 두발짝 물러나 붉게 물든 눈으로 강민아를
육성민은 지금 조심스러운 도베르만 같았다.강민아는 차에 올라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석현아, 내가 안아줄까?”잠결에 비몽사몽이던 반석현이 그대로 강민아에게 기대었다.아이가 품에 안기자 강민아는 곧장 아이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반석현은 강민아의 어깨에 엎드려 그녀의 부드럽고 달큰한 체취를 맡으며 반쯤 눈을 감았다. 유난히 강민아의 따뜻함에 애착을 보이는 아이가 팔을 뻗어 먼저 강민아의 목을 안았다.손님을 맞이하러 나왔던 도우미들이 강민아가 반석현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두 눈을 크게 떴다.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누구와도 신체적 접촉을 하지 않는 반석현이 제일 가깝게 지내는 게 반용화지만, 가끔은 그의 말도 무시할 때가 있었다.지금 강민아에게 안겨있다는 건 혹시 자폐증이 호전되기 시작한 걸까?“도련님께서 잠드셨어요? 제가 안을까요?”도우미가 앞으로 다가가 묻자 강민아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석현이가 정신은 차렸는데 몸이 아직 잠에서 덜 깬 것뿐이에요.”그녀는 반석현의 등을 살며시 토닥였다.“저한테 기대게 놔두세요.”정이는 육성민에게 안긴 채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하품하며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강민아는 반석현을 소파에 내려놓고 물티슈 몇 장을 뽑아 아이의 얼굴과 손을 닦아주었다.허리를 굽히자 그녀의 폭포수 같은 머리카락이 드리우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그녀의 손끝과 손바닥은 무척 따뜻했다.예쁜 반석현의 눈매 속 흑진주 같은 검은 눈동자가 눈의 4분의 3을 차지했고 흰색은 얼마 되지 않았다.아이는 강민아를 빤히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강민아의 머리카락을 만지려 했다.“선생님 오셨어요.”도우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반석현은 꿈에서 깨어난 듯 휙 손을 거두었다.강민아가 고개를 돌리자 반용화가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가오는 게 보였다.그는 베이지색 캐주얼 정장을 입었는데 반듯한 옷차림에 콧등에 무테안경을 걸고 안경 렌즈가 서늘한 빛을 번뜩이고 있었다.강민아는 반용화에게 흰색이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마치
강민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휴대폰으로 샤워 젤을 짜는 소리를 들으며 괜히 이상한 생각이 떠올랐다.‘심은호가 지금 어딜 씻는 걸까.’욕실에 들어선 남자의 목소리는 더욱 섹시하고 낮게 깔렸다.“무슨 일이에요?”강민아는 뜨거운 이마를 짚으며 머리가 끓어오르는 냄비 속에 던져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한 가닥 남은 이성을 붙들고 서둘러 심은호에게 전화한 의도를 설명했다.“사실은 다음 주에 제 친구가 귀국하거든요. 심은호 씨도 알 거예요. 제 내비게이터 윤세현이요. 그래서 드림을 잠시 빌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심은호는 흔쾌히 동의했다.“네, 그럼 저는 한때 문라이트 클럽 대표로서 함께 마중 나가도 될까요?”강민아가 웃으며 말했다.“물론이죠.”그 순간 갑자기 심은호의 나지막한 탄성이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강민아가 잠시 멈칫하며 고개를 돌려 휴대폰을 보니 휴대폰 화면에 심은호의 젖은 얼굴이 나타났다.작은 물줄기가 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미남이 씻고 있자 강민아는 너무 놀라서 휴대폰을 날려버릴 뻔했다.“죄송해요. 끊으려고 했는데 손이 미끄러져서 엉뚱한 곳을 눌렀어요.”심은호의 목소리가 육성민에게 들리자 운전 중이던 육성민은 앞만 주시하며 강민아에게 물었다.“뭐야?”강민아가 서둘러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야!”“엇!”휴대폰에서 툭 소리가 나더니 전화기는 바닥에 떨어졌고 전면 카메라에는 단단하고 탄력 있는... 허벅지가 보였다.휴대폰 화면 위로 물줄기가 튀면서 화면이 흐려지자 강민아는 서둘러 눈을 감고 속으로 중얼거렸다.‘보지 말자. 보지 말자.’그녀가 손가락으로 휴대폰을 마구 누르는데 심은호는 손가락이 화면에 나타나는 것을 보며 깃털 같은 목소리로 강민아 귓가를 간질였다.“민아 씨, 막 만지지 마요.”강민아의 얼굴이 온통 붉게 물들었을 때 전방 교차로에 빨간불이 켜졌고, 차를 세운 육성민이 강민아를 돌아보았다.무의식적으로 강민아는 휴대전화를 등 뒤로 숨겼다.육성민 앞에서 애정 행각을 벌이다가 들킨 것 같은 기분
“끄아악!”강나현은 비탈길을 내려오는 내내 비명을 질렀고 그 바람에 굴러떨어지며 흙먼지와 모래를 한입 가득 먹었다.아래에 있는 덤불로 굴러떨어진 그녀는 밧줄에 몸이 묶인 채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반용화의 부하들은 두 손이 묶인 강나현이 다시 올라가지 못하도록 밧줄을 고정했다.그러고는 반하준과 민이에게 크고 작은 안전 로프를 건네며 직접 착용하라고 말했다.“선생님께선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겪은 모든 고통을 전부 경험하게 해야만, 가해자가 뭘 해야 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하는지 제대로 배운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반 대표님도 자식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한 수 가르쳐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반하준은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민이의 옷깃을 잡고 함께 비탈길을 내려갔다.“흑흑, 아빠, 무서워요!”민이가 반하준에게 매달리면서 비명을 지르자 그는 화를 내며 소리쳤다.“사내라면 용감해야지. 그만 울어!”...캠프로 돌아오는 길, 강민아는 육성민이 자기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손을 들어 얼굴을 만지며 물었다.“내 얼굴에 뭐 묻었어?”비탈길에서 미끄러져 넘어졌으니 얼굴에 뭐가 묻는 것도 당연했다.육성민은 시선을 거두며 조용히 물었다.“반용화 어떻게 생각해?”“선생님은 나한테 아주 잘해줘.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큰 나무처럼 비바람도 피할 수 있게 도와주지.”“너한테만 그러겠지.”육성민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다.그 순간 강한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며 육성민의 목소리도 뚝 끊겼다.“뭐?”강민아는 잘 들리지 않았다.“강민아 씨.”사복 경호원이 다가와 강민아에게 정중한 인사를 건넸다.“도련님 지켜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선생님께서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데 오늘 밤에 시간 되십니까?”육성민은 반용화의 초대를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강민아가 물었다.“저녁 식사 후에 선생님 서재에 있는 자료 좀 읽어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반용화의 서재에는 인터
휴대폰을 가져간 반하준은 서경팸 단톡방 채팅 기록을 보지 못했다.강나현이 처참하게 맞는 영상을 보고 그들이 뭐라 하든 반하준에겐 중요하지 않았으니까.휴대폰을 쥐고 있던 반하준의 오른손 손가락이 움츠러들었다. 죽도로 30대를 맞은 왼손의 살갗이 여전히 고통으로 욱신거렸다.손바닥에는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고 구급대원들이 바로 옆에 있었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서 상처를 치료해 주지 않았다.그는 싸늘한 어투로 강민아에게 물었다.“이제 만족해?”강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반하준이 조롱했다.“힘 있다고 사람 괴롭히네.”강민아가 헛웃음을 터뜨렸다.“난 힘이라도 있지 당신에겐 뭐가 있는데?”그녀의 눈이 휘어지며 하얗고 밝은 얼굴에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앞으로 정신 제대로 차리고 살아요. 반 대표님.”길게 숨을 들이마시자 신선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와 온몸이 편안해졌다.반하준이 싸늘한 눈빛으로 대꾸하려는데 강민아가 감탄 섞인 말을 뱉었다.“이게 바로 사랑받는 느낌인가? 누군가 나서서 날 지켜주고 감싸주는 느낌에 온몸의 피와 살이 자라는 것 같아.”다시 한번 반하준을 돌아보는 강민아의 흑백이 분명한 눈동자는 마치 맑은 물로 씻은 듯 투명했다.“그래도 한때는 남편이었는데 당신한테서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단 말이지.”자조적인 웃음을 짓는 강민아의 모습에 반하준은 호흡마저 흐트러졌다.50대의 채찍질이 끝나자 강나현은 움직이지도 못한 채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강성진은 매를 때리느라 헐떡였고 그의 손도 죽도에 다 갈라져 있었다.하지만 반용화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그는 강나현 외에는 감히 누구에게도 욕을 하지 못했다.조금 전 반용화가 강민아를 얼마나 싸고도는지 봤기에, 가는 눈매로 강민아를 바라보는 강성진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민이의 얼굴은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콧물을 닦아줄 사람조차 없었다.민이는 고개를 내밀며 초조하게 물었다.“현이 형, 괜찮아요? 괜찮죠?”반하준은 구급대원에게 지시했다.“
안 보내기만 하면 그는 이 자리에서 죽을 것이다.반하준은 차가운 숨을 들이쉬고 쌀쌀하게 대답했다.“나현이가 이미 사과했잖아. 어쨌거나 친동생인데 더는 괴롭히지 마.”반용훈은 옆에 서서 반하준의 휴대폰을 직접 빼앗았다.“영상을 보내라니, 왜 이렇게 꾸물거려!”반용훈은 잘 알고 있었다. 계속 이렇게 하면 반하준은 틀림없이 또 반용화에게 한바탕 얻어맞을 것이다.만약 반하준의 두 손이 모두 망가진다면, 내일 그는 이사회 사람들에게 설명할 방도가 없다.반용화가 입을 열었으니 반용훈은 힘을 내야 한다.반용훈은 아예 반하준의 휴대전화에 있는 발송버튼을 직접 눌렀다.“아저씨! 제발 발송하지 말아요!”강나현은 힘없이 소리쳤다.그때 강민아가 입을 열었다.“반 대표, 강나현이 이런 눈빛으로 보고 있는데 잘못을 아는 눈빛이 확실해? 반 대표 안경 맞춰야겠어?”반하준은 강나현의 눈빛에 숨어있는 한과 잔인함을 보았다. 마치 강민아를 갈기갈기 찢어 죽여도 그녀의 원한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한듯했다.“예전에 나는 당신 말을 듣고 강나현과 따지지 않았어. 어쨌거나 나는 반씨 가문의 사모님이었으니 말이야. 하지만 당신이 나가서 똥을 먹고 있으니 나는 구역질이 났어. 지금 네가 좋아하는 그 똥 덩어리가 또 나에게 묻으려고 하는데 내가 어떻게 참을 수 있겠어? 모든 사람이 당신처럼 뇌가 부족한 것은 아니야.”반하준은 미간을 찌푸렸다.“나는 강나현과 아무 사이도...”“마음도 나한테 없고 돈도 나한테 없는 남자를 내가 곁에 둬서 뭐해?”그녀의 한마디에 반하준은 말문이 막혔다.강민아는 강나현을 향해 말을 이었다.“너 나에게 할 수 있는 수작이 얼마나 남았어? 어디 마음껏 해 봐. 하나님이 너를 멸망시키려 할 때 반드시 먼저 미치게 할 것이니!”강나현은 땅에 엎드려 벌레처럼 머리를 높이 들고 강민아를 주시하며 눈을 치켜뜨고 찢어버릴 듯 노려보았다.그녀가 징계를 받는 동영상은 서경팸 단톡방에 나타나자 부잣집 자제들은 동영상을 보고 침묵했다.[젠장! 나현이가 정말 비
“하준아, 휴대폰 꺼내.”반용화가 지령을 내리자 반하준은 내키지 않았지만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반용화의 부하는 반하준의 곁에 서서 반하준이 서경팸 단톡방을 클릭하는 것을 확인했다.반하준은 기계적으로 휴대전화를 들어 강나현을 향해 휴대폰 렌즈를 겨누었다.그가 준수하고 그윽한 얼굴은 살얼음처럼 차갑게 변했다.강민아의 이런 수법은 강나현의 목줄을 틀어쥔 거나 다름없었다.퍽!“아아아아아!”강나현은 통증을 견디며 얼굴을 가렸다.“찍지 마! 찍으면 안 돼!”그녀의 이렇게 비참한 모습이 서경팸의 채팅방에 전해졌는데, 그녀가 온갖 신경을 쓰며 부잣집 도련님 앞에서 세운 이미지가 완전히 무너졌다.사복 경비가 반용화를 대신해 명령했다.“강나현 씨, 강민아 씨와 석현 도련님께 사과하세요.”강나현은 열 손가락으로 땅의 잡초를 잡고 있는데 손톱 틈새는 모두 먼지투성이였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이를 악물고 얼굴이 빨갛게 된 채 목에 핏줄을 세웠다.그녀는 사과하고 싶지 않았다. 강민아의 계략이 실현되게 놔둘 수 없었다.“아!”회초리가 다시 떨어졌지만 그녀가 입을 열지 않자 다른 경비원은 더는 그녀의 엉덩이에 떨어진 회초리 횟수를 세지 않았다.“25、25、25...”강성진이 때릴 때마다 숫자를 세는 경비원은 25를 외쳤다.강성진은 자신도 피곤해지자 강나현을 향해 소리쳤다.“빨리 사과해!”“악!”강나현은 울부짖었다.“언니! 미안해! 잘못했어! 내가 잠시 머리가 어떻게 됐었나 봐. 그래서 언니한테 돌을 던졌어! 단지 하준 오빠를 위해 화풀이를 하고 싶었을 뿐이었어. 나는 심하게 던진 것도 아니잖아. 언니! 제발 용서해 줘!”강민아는 목소리가 차분했다.“이 사과는 듣기에 좀 이상한데.”경비원이 말했다.“강나현 씨, 다시 하세요.”다른 경비원은 이미 30까지 세었지만 다시 25라는 숫자로 돌아왔다.반하준도 따라서 다시 한번 강나현이 맞는 동영상을 녹화해야 했다.강나현은 화가 나서 소리 질렀다.“나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강성
강민아는 딸아이와 함께 서둘러 호텔에 도착했다. 아들의 다섯 번째 생일 파티가 이미 시작되었다.반하준이 아들 곁을 지키고 있었고 촛불의 따스한 빛이 아이의 앳된 얼굴을 비추었다.반현민이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었다.“나현 이모가 제 새엄마가 됐으면 좋겠어요.”그 시각 강민아는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밖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딸과 생일 케이크가 비에 젖지 않도록 몸으로 막은 바람에 몸 절반이 흠뻑 젖어버렸다.얼음장처럼 차가워진 옷이 온몸에 찰싹 달라붙었다.강나현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이모 말고 형이라 부르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나랑 네 아빠는 형제 같은 친구라서 작은 아빠밖에 못 해.”그녀의 웃음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강나현의 남사친들이었다. 그들도 함께 웃긴 했지만 이 많은 사람 앞에서 반하준에게 장난을 칠 수 있는 사람은 강나현뿐이었다.반현민이 강나현에게 잘 보이려고 반짝이는 눈을 깜빡이며 환하게 웃었다. 강나현이 반현민의 볼을 어루만지며 물었다.“민이는 왜 갑자기 새엄마가 갖고 싶어졌어?”그러자 반현민이 재빨리 반하준의 눈치를 살폈다.“아빠가 현이 형을 좋아하니까요.”그 소리에 기분이 좋아진 강나현은 반현민을 무릎에 앉히고 반하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반하준에게 눈썹을 치켜세우며 자랑했다.“역시 민이는 사람 보는 눈이 있다니까.”반하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애들 말은 그냥 흘려 들어.”사람들에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했지만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반하준과 강나현이 죽마고우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강나현이 항상 남자들과 어울려 다녀 반하준의 부모님은 그녀를 탐탁지 않아 했다.강민아가 18살이 되던 해에 강씨 가문으로 돌아왔는데 친정의 희망과 반하준에 대한 사랑을 가득 안고 그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길렀다.방 안의 사람들이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민이는 엄마랑 더 친해? 현이 형이랑 더 친해?”“현이 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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