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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복덩이
강나현이 반하준을 돌아보며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민아 언니가 또 오해했네. 내가 가서 잘 설명할게.”

“설명할 것도 없어. 쟤가 너무 예민한 거야.”

반하준은 덤덤한 표정으로 강민아가 두고 간 생일 케이크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말에 사람들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민아가 화를 내면서 가버린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다른 사람들도 맞장구를 쳤다.

“형수 지금 화가 나서 저런 거니까 하준이가 가서 잘 달래면 돼.”

“맞아. 형수가 하준이랑 이혼할 리가 없잖아. 하준이 아이를 낳아주겠다고 죽을 뻔하기까지 했는데.”

“어쩌면 나가자마자 후회했을지도 몰라.”

“자, 케이크나 먹자. 하준이가 집에 가면 강민아 씨가 문 앞에서 망부석처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어.”

반하준도 그제야 찌푸렸던 얼굴을 폈다. 벌써 강민아가 주눅이 든 채 문 앞에 서서 그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이 눈에 훤했다.

반현민은 강나현이 사 온 케이크를 맛있게 먹었다. 크림이 입안 가득 퍼져 혀가 얼얼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엄마가 간섭하지 않아서 너무 좋아.’

...

생일 파티가 끝난 후 반하준은 차에 앉아 눈을 감았다. 창밖의 빛이 그의 얼굴을 환하게 비췄다가 다시 꺼지곤 했다.

“아빠, 몸이 가려워요.”

반현민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반하준이 눈을 번쩍 뜨고 조명을 켰다. 반현민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두 손으로 계속 몸을 긁으면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재빨리 아이의 손을 떼어내고 살펴보니 목에 붉은 반점이 가득 돋아있었다.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것이었다.

반하준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휴대폰을 꺼내 강민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어 입을 열려는 순간 차가운 기계음이 들려왔다.

“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그의 두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애가 알레르기가 생겼는데도 신경 쓰지 않겠다고?’

반하준이 운전기사에게 지시했다.

“빨리 집으로 가.”

그는 반현민을 안고 집으로 들어갔다. 무의식적으로 현관 쪽을 바라봤지만 텅 비어 있었다. 평소 문 앞에서 기다리던 강민아는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오소정이 허둥지둥 다가와 끙끙거리는 반현민을 보고 물었다.

“도련님 왜 이래요?”

“알레르기.”

반하준이 신발을 벗으면서 간단하게 대답했다.

“알레르기라니요? 사모님이 도련님 식단을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하셨는데요.”

“강민아는?”

그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반현민을 안고 거실로 들어갔다.

“사모님이랑 아가씨는 오늘 밤에 친정으로 가셨어요.”

그의 얼굴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왜 하필 이때 성질을 부려서는. 집에 안 들어오면 내가 돌아오라고 빌 거라고 생각하나?’

“알레르기약 어디 있어요?”

아무런 감정 기복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지만 오소정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저야 모르죠.”

무심코 대답한 한마디에 반하준이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러자 오소정이 어깨를 움츠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해명했다.

“약상자는 사모님이 관리하셨어요.”

전에 오소정이 약병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바람에 반현민과 반우정이 약을 사탕인 줄 알고 먹은 적이 있었다. 다행히 비타민이라 별문제는 없었지만 이 일로 강민아가 크게 화를 냈었다.

오소정이 반하준의 어머니인 연진숙에게 고자질하자 오히려 강민아가 시어머니에게 혼이 나고 말았다. 그 후로 강민아는 오소정이 약상자를 만지는 것을 금지했다.

한 시간 후 가정의가 반현민에게 주사를 놓고 나서야 몸에 생겼던 붉은 반점이 모두 가라앉았다.

반현민이 기운 없이 침대에 누워 눈물을 글썽거렸다.

반하준은 팔짱을 끼고 침대 옆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차가운 기운에 겁에 질린 반현민이 이불을 꽉 껴안았다.

“아빠, 현이 형한테 내가 알레르기 생겼다고 말하지 말고 탓하지도 말아요. 이게 다 엄마 탓이에요. 평소에 우유를 못 먹게 해서 그래요. 우유를 더 많이 먹으면 알레르기도 다 나을 거예요.”

반하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반현민의 상태가 안정되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서야 방을 나섰다.

평소 반현민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강민아가 옆에서 직접 돌봐줬다. 이젠 그녀가 없어도 가정의가 있기에 반현민이 아파도 걱정할 게 없었다.

반하준은 마음을 놓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강민아가 임신한 후로 그들은 각방을 썼다. 그의 방에 강민아가 생활했던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반하준과 반현민에게 있어서 강민아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였다.

...

이튿날 아침 반하준이 시간 맞춰 일어났다. 몸을 일으켜 침대 옆 서랍의 물컵을 잡으려 했지만 텅 비어 있었다.

평소 강민아는 그보다 먼저 일어나 침대 옆에 소금물을 놓아두곤 했었다.

반하준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방을 나서자 아이 방에서 반현민이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투정이 있어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강민아가 한참 달래줘야 했다.

오소정이 겨우 반현민을 달래서 화장실로 데려갔다. 나무 의자를 딛고 세면대 옆에 선 반현민이 칫솔을 들고 오소정에게 물었다.

“왜 치약 안 짜줘요?”

그런데 컵을 들자마자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컵에도 물이 없잖아요.”

“죄송해요, 도련님.”

당황한 오소정은 재빨리 치약을 짜주고 컵에 물을 받았다.

“이건 내 치약이 아니에요.”

반현민이 불만을 터트렸다. 아이가 쓰는 치약은 반짝이는 파란색 치약이었다.

“죄송해요.”

오소정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게 다 평소에 사모님이 하던 일이라서요.”

반하준이 식탁 앞에 앉더니 별거 없는 아침상을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스코틀랜드식 에그 좀 만들어요.”

“네?”

오소정이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나도 스코틀랜드식 에그 먹을래요.”

반현민도 먹겠다고 말했다. 오소정이 식은땀을 흘리며 휴대폰을 꺼냈다.

“사모님께 전화해서 만드는 법을 여쭤봐야겠어요.”

...

강민아는 전화벨 소리에 아침 일찍 잠에서 깨고 말았다.

‘아침 5시 알람을 분명히 껐던 것 같은데.’

그녀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전화를 받았다.

“사모님, 대표님과 도련님이 스코트 어쩌고 하는 에그를 드시고 싶어 하시는데 제가 만들 줄 몰라서요.”

강민아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만드는 방법을 보내줄게요.”

그녀가 보낸 방법을 훑어보던 오소정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먼저 달걀을 삶아서 껍질을 벗긴 다음 양념한 닭고기로 달걀을 감싸고 빵가루를 묻혀서 기름에 튀겨야 했다.

그리고 반하준이 반숙 달걀을 좋아하기에 달걀을 5분만 삶고 약불에 3분 동안 튀기라고 했다.

그와 달리 반현민은 완숙 달걀을 좋아해서 8분 삶고 4분 튀겨야 한다고 했다.

오소정이 다급하게 물었다.

“사모님, 언제 돌아오실 거예요?”

이렇게 번거로운 달걀 요리는 강민아가 돌아와서 만드는 게 낫겠다 싶었다.

“안 돌아갑니다.”

“네?”

오소정이 어리둥절해 하던 그때 강민아가 덤덤하게 말했다.

“앞으로 그 집에 무슨 일이 있든 날 찾지 마세요. 그 집에서 쓴 수첩을 다 보내줄게요.”

“안 돼요, 사모님.”

강민아는 오소정의 목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고는 시간을 확인한 다음 딸을 껴안고 다시 잠을 잤다.

그 시각 오소정이 넋이 나간 얼굴로 주방으로 돌아오더니 난처해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스코틀랜드식 에그를 만드는 방법이 너무 복잡해서 만들지 못할 것 같아요.”

“연락은 닿았어요?”

반하준의 목소리가 차갑기 그지없었다.

“네. 사모님이 만드는 방법을 보내주시긴 했는데...”

“언제 돌아오겠다는 소리는 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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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우정이 지지 않고 맞섰다.“건담 로봇은 엄마가 밤새워서 만들어준 거잖아.”“엄마가 만든 건담 로봇이 튼튼하지 않아서 벌써 망가졌어. 현이 형이 다시 만들어준 새 건담 로봇이 최고야.”반현민의 의기양양한 모습에 반우정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엄마가 밤새워 숙제를 도와주는 모습을 다 봤을 텐데 왜 엄마의 노력을 저렇게 무시하는 거지?’사실 강민아도 그렇게까지 힘들게 밤새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가정부에게 야근 수당을 줘서 두 아이의 숙제를 맡긴 적이 있었지만 도우미가 시어머니에게 일러바친 바람에 크게 혼났었다.“우리 집의 후계자를 정성껏 키우라고 고연대를 졸업한 천재 소녀를 며느리로 들인 건데 애들 숙제를 도우미한테 맡기면 어떡해? 민이를 키우는 건 네 평생의 임무야.”도우미는 정해진 시간이 되면 퇴근할 수 있지만 엄마인 그녀는 계속 야근하면서 아이들의 숙제를 끝마쳐야 했다.반우정은 더는 반현민을 쳐다보지 않고 강민아의 손을 잡고 옆으로 지나갔다.반현민이 목을 길게 빼 들고 도로 끝을 애타게 보면서 중얼거렸다.“내 건담 로봇은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반현민은 다른 친구들이 부모와 함께 지나가는 걸 지켜보았다. 몇몇 아이들이 문 앞에서 뭐 하냐고 물을 때마다 웅장하고 멋진 건담 로봇을 기다린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이번 숙제는 환경 지킴이 발표회 행사 중 하나였고 선생님이 각 반에서 우수 작품을 선정할 예정이었다.우수 작품을 만든 아이만이 강단에 서서 작품을 소개할 자격이 있었다.어린이집에서는 매번 행사를 크게 열었는데 심지어 서경 방송국 어린이 채널 기자들까지 와서 이 발표회 행사를 촬영할 예정이었다.어린이집에 다닌 후로 반현민은 1등 자리를 놓친 적이 없었다. 그로 인해 무슨 일이든 1등을 하려는 습관이 생겼다.그때 강나현이 개조한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고 오토바이 소리가 문 앞에 울려 퍼졌다.반현민이 강나현에게 달려갔다. 강나현이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이 항상 멋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감상할 겨를이 없었다.“왜 이렇게 늦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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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담 로봇을 제작한 사람은 강나현에게 상자를 열면 거대한 건담 로봇이 쉽게 무너질 수 있으니 상자를 조심해서 다루고 파손 시 책임은 그녀에게 있다고 주의를 줬다.반현민은 강나현을 굳게 믿었던 터라 고개를 끄덕였다.주아영이 엄숙하게 말했다.“강나현 씨, 이러시면 안 됩니다. 현민이 작품이 전시 및 심사를 거치지 않고 무대에 오를 자격을 얻는 건 다른 아이들에게 불공평합니다.”하지만 강나현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연진숙 어르신이 이 어린이집 이사장인 거 아세요? 민이 아빠가 오늘 민이 발표를 보러 온다는 건 아시고요?”반현민의 두 눈이 반짝였다.“아빠가 여길 온다고요?”자리에 앉아 있던 반우정은 반현민의 말에 심장이 쿵쾅거렸고 두 눈이 다 반짝였다.“일이 바쁜 아빠가 어린이집에 온다고요?”반현민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묻자 강나현이 자랑스럽게 말했다.“내가 오라고 하면 무조건 와.”“현이 형 진짜 대단해요.”강나현을 쳐다보는 반현민의 눈빛에 존경심이 가득했다.강나현이 한 손을 허리에 얹고 가슴을 쫙 펴더니 주아영을 차갑게 쏘아보았다.“제가 말한 대로 해야만 강당에서 진행되는 녹화가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반씨 가문의 도련님이 1등 하지 못하면 이사회에 어떻게 설명하는지 두고 보겠어요.”주아영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반현민을 건드리는 걸 그녀도 두려워할 뿐만 아니라 다른 학부모들조차도 반씨 가문에 함부로 하지 못했고 아이더러 항상 반현민에게 양보하라고 했다....강당 안에 학부모들로 가득 차 있었다. 대부분 엄마들이었는데 다들 한껏 치장한 티가 났다.재벌 사모님들은 함께 모여 아이들과 남편 얘기를 하는 것 외에 새로 산 명품이나 경매에서 낙찰받은 골동품에 대한 얘기도 나눴다.“현민이 어머님, 오늘 옷차림이 좀 수수하신데요?”몇몇 재벌 사모님들이 강민아에게 말을 걸면서 그녀를 훑었다. 눈썰미 좋은 사람들은 이미 강민아의 결혼반지가 사라진 것을 알아챘다.모두 강민아가 아들딸 쌍둥이를 낳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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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16화

    그는 루나가 일부러 자신을 꼬드긴다고 생각했다.여자들이 이런 식으로 밀고 당기는 걸 수없이 봐왔으니까.하지만 루나가 원하는 스포츠카를 경매에 부쳤는데도 루나가 나타나도록 유인하는 데 실패했다.이에 반하준은 종주산에서의 레이스가 빠르고 격정적인 하룻밤 단꿈이 아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그런데 이번에 루나가 다시 나타난다는 말에 반하준은 엄규민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국제 레이싱 대회에서 루나가 나타나면 잘 지켜봐!”그는 루나의 헬멧을 벗기고 그녀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들었다....검은색 드림이 도로 위를 달리고 조수석에 윤세현이 앉았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운전하는 강민아를 바라보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마치 5년 전,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5년 동안 연락이 끊겼다가 다시 만났어도 마치 서로의 마음이 한 번도 떨어지지 않은 것처럼 조금의 어색함도 느껴지지 않았다.“발동기가 소음이 좀 심하네. 오늘 밤에 정비소로 보내서 제대로 고쳐야겠어.”강민아가 대답했다.“그래, 같이 가자.”그녀와 단둘이 있으니 윤세현은 부쩍 말수가 늘었다.“내가 돌아와서 시범경기에 참여하는 거야?”강민아는 흑백이 분명한 눈동자로 앞만 주시했다.“세현아, 난 언제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 내가 다시 레이서의 길을 걷게 된다면 가장 먼저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너야.”그녀의 말에 윤세현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다시 레이서의 길을 가려고?”“응.”강민아는 핸들을 꽉 잡았다.“이번에는 더 이상 루나라는 이름에 숨지 않고 전 세계에 루나의 본명이 강민아라는 걸 알릴 거야.”육성민이 운전하는 SUV 뒷좌석엔 심은호와 정이가 앉아 있었다.심은호는 두 손을 운전석과 조수석 뒤편에 올려놓은 채 시선은 줄곧 이미 차들 사이로 사라진 드림을 노려보고 있었다.“쫓아가요. 바짝 붙어요. 기사님, 제 아내와 바람난 남자가 저 차 안에 있어요!”육성민의 이마가 들썩이며 푸른 핏줄이 툭 튀어나왔다.“당장 차 밖으로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15화

    “루나도 시범경기에 참가한다고요?”이 소식을 처음 들은 엄규민은 강민아에게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그걸 어떻게 알아요?”하지만 이내 알 것 같았다. 윤세현이 강민아에게 말했겠지.강민아와 윤세현은 워낙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그녀가 레이싱에 대해 전혀 몰라도 윤세현으로부터 루나에 대해 들었을 것이다.루나가 시범 경기에 출전한다는 소식을 접한 빈센트는 승부욕에 불이 붙었다.“루나가 복귀한다고요?”그는 다른 동료들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루나의 성공은 우리 덕분이라는 걸 보여줄 거예요. 우리의 도움 없이 루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빈센트가 윤세현에게 흥분하며 말했다.“루나가 문라이트 클럽 대표의 챙김을 받아 우리보다 더 대단한 팀을 만들어야만 시범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따낼 수 있을 거야.”또 다른 엔지니어도 이렇게 말했다.“현재 전 세계에서 우리보다 더 강한 레이싱 팀은 없어. 우리는 아마추어 선수로 루나를 이길 거야. 윤세현, 똑똑히 지켜봐!”윤세현의 눈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얼굴은 피가 거꾸로 솟아올라 연분홍빛으로 물들었다.오만한 외국인들에게 너무 화가 나서 말도 잇지 못했다.그때 시원한 물처럼 차가운 강민아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그러면 어디 한번 두고 보죠. 너무 비참하게 지지는 않길 바라요.”강민아는 그들을 향해 담담한 미소를 짓고는 차가운 손을 윤세현의 뜨거운 볼에 갖다 댔다.“열 좀 식히고 집에 가자.”심은호는 강민아와 윤세현의 다정한 모습에 입에서 쓴맛이 느껴졌다.그는 팔짱을 낀 채 엔지니어라는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문라이트 레이싱 클럽이 해체된 후 루나를 위해 일하던 팀원들은 여러 회사에 스카우트되어 높은 연봉을 받으며 일하게 됐다.빈센트는 문라이트 레이싱 팀에서 총괄 엔지니어로 있다가 클럽에서 일하던 경험으로 자서전까지 썼다.루나 곁에서 일했다는 경험만으로 여러 명문대에 객원 교수로 초빙되기도 했다.심은호가 일을 맡긴 매니저의 눈에 띄어 영입되었고 루나 덕에 유명세를 치렀으면서 이제 저만치 콧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14화

    엄규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세현이 말했다.“전 부신 그룹이 싫어요. 제가 소유한 회사 전부 부신 그룹과 협업하지 않을 거예요.”엄규민은 의아했다.“혹시 부신 그룹에 대해 어떤 오해가 있으신가요?”그가 강민아를 돌아보더니 알겠다는 듯 윤세현에게 물었다.“혹시 강민아 씨가 부신 그룹에 대해 좋지 않은 얘기를 했나요? 윤 선생님, 오해하지 마세요. 강민아 씨는 부신 그룹에 대해 모릅니다. 게다가 저희 대표님과 사이도 좋지 않습니다. 반 대표님께선 거금을 들여서 강나현 씨 레이싱 코치로 모시고 싶어 합니다. 신중하게 생각을...”“됐어요.”윤세현은 엄규민을 경계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강민아에게 딱 붙어 그녀의 어깨에 턱을 올려놓았다.“난 루나만 위해서 일해요.”“윤세현,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을 왜 안 받아?”한 중년 남자가 다가왔다. 그의 이름은 빈센트, 문라이트 레이싱 클럽 엔지니어 중 한 명이었다.윤세현의 얼굴이 굳어졌다.“반하준이 세계적인 대회에서 프로 레이서가 아닌 아마추어 선수를 도와달라는데 부끄럽지 않아요?”빈센트는 대수롭지 않은 듯 두 손을 벌리며 말했다.“그냥 시범 경기잖아.”강민아는 엄규민과 윤세현의 말에서 대충 상황을 파악했다.“강나현이 국제 레이싱 대회에 출전한다고요?” 엄규민은 강민아에게 자랑스럽게 말했다.“저희 부신 그룹이 이번 서경에서 열리는 국제 레이싱 대회의 스폰서 중 하나라 강나현 씨가 레이서로 시범 경기에 출전할 예정입니다.”그러면서 웃으며 덧붙였다.“강민아 씨는 잘 모르겠지만 윤 선생님과 친구시죠? 윤 선생님은 최고의 여자 레이서 루나 선수 곁을 지켰어요. 훌륭한 내비게이터라 반 대표님께서 거액을 들여 데려가려는 거니까 강민아 씨는 윤 선생님 돈 버는 데 방해하지 마세요.”“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는 줄 아네.”강민아의 말에 엄규민의 잘난 척하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고, 옆에서는 윤세현이 빈센트에게 말했다.“아마추어 레이서가 시범 경기에 출전했다는 건 시범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던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13화

    심은호는 온몸의 피가 싸늘하게 식어가며 손발이 차가워지고 속에선 열불이 들끓었다.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강민아의 침대가 그렇게 크다면 셋이 같이 자는 건 안 될 게 뭐가 있나!말문이 막힌 심은호의 목울대가 요동쳤다.강민아는 심은호의 붉어진 눈가를 보고 물었다.“심은호 씨, 왜 그래요?”남자가 고개를 저으며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에요. 민아 씨가 행복하면 됐어요.”강민아는 어리둥절했고,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고 있던 윤세현이 턱을 그녀의 어깨 위로 올려놓으며 작게 말했다.“저 사람 이상해.”심은호는 두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살면서 이런 서러움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저 기생오라비가 강민아의 애정을 믿고 이 틈에 그를 모함하고 있다.심은호가 입을 열어 조롱하려는데...강민아가 다정하게 윤세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우선 집에 가자. 10시간 동안 비행기 타느라 힘들었지? 집에 가서 씻고 푹 쉬어.”심은호는 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물에 빠진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짓는 그의 머리 위로 만약 귀가 있었다면 축 늘어졌을 거다.‘그래, 윤세현만 챙기지.’그는 그냥 어두운 구석에 숨어서 혼자 상처를 핥으며 질투심에 미쳐버릴 수밖에. 잔뜩 뒤틀리고 벌레가 되어서 기어다니기나 하겠지.심은호에게서 원망 섞인 기운이 끊임없이 흘러나오자 윤세현은 자신과 강민아의 등을 완전히 밀착시켰다.“응!”그러면서 강민아의 코트에 비비적거렸다.5년 동안 떨어져 지냈지만 두 사람은 한 번도 헤어진 적 없었던 것처럼 가까웠다.두 사람이 서로에게 기대고 나서야 윤세현은 5년 동안 비어 있던 자신의 마음이 비로소 채워졌음을 느꼈다.“저 사람 윤세현 아닌가?”“우리랑 같은 비행기 타고 왔는데 몰랐어?”입국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커다란 짐을 카트에 가득 싣고 온 외국인들이 여러 명 있었다.그들은 한참 동안 윤세현을 관찰하면서 윤세현의 품에 안겨 있는 강민아를 살펴보았다.윤세현이 누구와 이토록 가깝게 지내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12화

    윤세현은 칼날 같은 심은호의 눈빛을 보고 작은 심장이 몇 번이나 놀랐는지 모른다.‘누구지? 낯이 익은데.’이제 막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원수라도 만난 걸까.정이는 가볍게 캐리어를 끌며 매끄러운 타일 위를 날아다녔다.심은호의 눈빛에 놀란 윤세현은 강민아의 뒤로 숨었다.낯을 가리는 그녀에겐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무척 힘들었는데 빤히 쳐다보는 이성의 눈빛은 더더욱 불편했다.늘 머리를 짧게 자르고 옷도 중성적으로 입어서 이성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하는 일이 드물었다.본다고 해도 잘생긴 외모에 대부분은 우호적인 시선을 보냈다.육성민이 덤덤하게 윤세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네요.”윤세현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강민아의 오빠에 대해서는 키 크고 가슴도 크다는 것 외엔 별다른 기억이 없었다.강민아가 윤세현에게 소개했다.“이쪽은 심은호 씨, 문라이트 클럽 대표야.”윤세현은 제법 놀라며 고개를 돌려 강민아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난 줄곧 문라이트 대표가 느끼한 아저씨인 줄 알았어.”심은호는 빠득 이가 갈렸다.‘저 기생오라비가!’감히 그가 보는 앞에서 강민아와 귓속말을 주고받는 건 기선제압이 아니고 뭘까.심은호는 서늘한 시선으로 윤세현을 뚫어져라 보며 손을 내밀고 차갑게 말했다.“안녕하세요.”윤세현은 강민아의 팔짱을 낀 채 심은호와 악수할 생각이 없는 듯 고개만 끄덕였다.심은호의 어두운 눈동자엔 두꺼운 얼음이 한층 더 쌓였다.강민아가 설명했다.“세현이가 낯을 가려서 남자와 신체적 접촉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요.”강민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은호가 강한 적대감을 드러낸 탓인지 윤세현이 목을 움츠리며 강민아 뒤로 숨었다.그녀의 두 손이 자연스럽게 강민아의 허리를 감쌌다.이렇게 강민아를 안으면 안정감이 느껴졌다.심은호의 눈동자에 드리웠던 차가운 얼음이 쩍쩍 갈라졌다.자주 사람을 죽이는 친구에게 먼저 오른손을 자를지, 왼손을 자를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그런데 강민아는 윤세현의 스킨십에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11화

    심은호는 경멸 섞인 야유를 내뱉었다.“허, 누구 심장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네요.”그가 딱딱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오만하게 비아냥거린 뒤 육성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육성민의 표정도 굳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팔짱을 낀 채 다정하게 안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볼 뿐, 깊고 어두운 눈가엔 흐뭇한 감정까지 담겨 있었다.‘나만 한심한 놈이야?’부서진다는 심장은 심은호 것이었나보다.‘역시 육 소위, 흐트러짐이 없네.’사실은 그도 당장 달려가 윤세현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지만 강민아 때문에 억지로 참는 게 분명하다.심은호는 깊게 심호흡하며 육성민을 따라 배우기로 했다. ‘이 정도 아량도 없이 어떻게 첩 노릇을 해?’“나도 뽀뽀할래요!”윤세현에게 다정하게 입 맞추는 강민아를 본 정이도 기회가 오자마자 달려들었다.강민아가 정이를 안아들자 정이는 윤세현의 볼에 여러 번 뽀뽀했다.윤세현의 눈가는 촉촉했고 목까지 빨개진 그녀가 수줍게 말했다.“네 딸이야?”강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이름은 강윤정, 그냥 정이라고 불러.”윤세현은 다정하게 정이를 안아주었고 강민아는 그녀와 정이를 동시에 품에 가두었다.심은호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옛말에 하늘에서 떨어져 다친 학처럼 잘생긴 얼굴이 창백해졌다.“그쪽은 왜 안 가요?”심은호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내가 왜 가요?”육성민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쪽이 죽이고 시체는 내가 처리할게요.”심은호는 육성민의 감옥생활까지 생각해 둔 상태였다.한꺼번에 두 라이벌을 제거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육성민이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내며 윤세현에 대한 심은호의 적대감을 알아차리고 경고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방해하지 마세요.”심은호는 경악했다.“오빠가 돼서 둘이 공공장소에서 뽀뽀하고 껴안는 걸 그냥 놔둘 거예요?”육성민은 크게 이상해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그게 뭐 어때서요? 민아가 얼마 만에 윤세현을 만난 건데요.”심은호는 다시 봤다는 눈빛으로 육성민을 바라보았다.“육 소위님은 진작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10화

    “하...”그녀는 자기 목을 빙빙 돌며 움직이는 가느다란 생명체가 무엇인지 깨달았다.그런데 눈을 크게 떠도 상대의 얼굴이 보이지 않자 숨막히는 공포에 강나현은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헉!”강나현은 두 다리가 풀리며 곧바로 기절했다.그들이 있는 곳 위쪽 경사면에는 감시용 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고, 반하준은 잠시 생각한 뒤 민이를 데리고 다시 경사면 아래로 내려갔다....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반하준이 민이와 강나현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비탈길 아래쪽에는 벌레가 유난히 많아 반하준은 얼굴과 목에 여러 방 쏘였고 그의 옷 속으로 파고들어 가슴 쪽을 문 벌레도 있었다.민이 역시 온몸에 붉은 발진이 생겼다.강나현은 더더욱 엉망진창이었는데 비탈길에서 기절한 후 벌레에게 물려 눈꺼풀이 부어올랐고 정신을 차렸지만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강나현은 눈이 멀었다고 생각했는지 반하준과 민이의 귀청을 찢을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침대에 엎드린 그녀의 엉덩이와 허벅지에 약을 발라주던 간호사는 쉬지 않고 아우성치는 그녀 때문에 몇 번이나 눈을 흘겼다.“강나현 씨?”뒤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자 강나현은 고개를 돌렸다. 눈꺼풀에 연고를 발라 눈을 뜨지 못해서 자신을 보러 온 사람이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아, 네. 누구세요?”“저희는 운학구 지구대에서 온 경찰입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했고 폭행 미수에 대한 증거도 있으니 조사에 협조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며칠 후 서경 국제공항.강민아는 정이의 손을 잡고 출구 쪽 난간 뒤에서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엄마, 윤세현이란 사람은 어떻게 생겼어요?”“사람 중에 제일 잘생기고 매력 있는 사람이 엄마 절친이야.”육성민과 심은호는 그들 모녀 뒤에 서 있었다. 심은호는 하품했다. 현재 시각 아침 7시, 윤세현을 데리러 오기 위해 그는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났다.그곳에 지나가던 여행객들은 저도 모르게 두 남자를 돌아보곤 했다.마스크를 쓴 육성민은 사람들의 눈에 띄기 싫어했지만 훤칠하고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09화

    강민아는 식사를 마친 후 서둘러 반용화의 서재로 들어갔다.반용화의 서재는 개인 서재보다 도서관에 더 가까웠다.그의 거처에는 3층짜리 서재가 있었는데, 소장하고 있는 책 대부분이 절판된 책이었고, 자료들은 기밀에 속해 유수의 대학교수들도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었다.강민아는 지식의 바다에 푹 빠졌고 정이와 육성민은 여전히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시간 넘게 책을 읽고도 그녀는 미련 가득한 채로 서재를 나섰다....구름 목장, 언덕 아래 차가운 산바람이 휘젓고 지나갔다.“아빠, 오줌 마려워요! 못 참겠어요!”민이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았다.반씨 가문에서 애지중지 키운 도련님인데 이렇듯 궁색한 처지에 놓였다.민이는 비탈길에 기댄 채 두 손은 양옆에 묶여있어 화장실이 아니라 스스로 바지 벗을 능력도 없었다.그런 민이 옆에 누워 있던 반하준은 바람막이를 입고 있었지만, 날이 춥고 안개가 자욱한 산속에서 기온이 떨어지는 데 장시간 움직이지 않으니 몸의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온몸이 뻣뻣하고 팔다리가 저린 상태였다.반하준은 굳은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마음속으로는 이 또한 반용화가 그에게 주는 퀘스트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민이가 자꾸 귓가에서 칭얼거리니 반하준은 상당히 짜증이 났다.그는 평소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드물었고 민이는 정말 철이 없었다.‘대체 5년 동안 강민아가 어떻게 가르친 건지.’조금 전 반하준은 비탈길 위에 있는 사람을 부르려고 했지만 애초에 거기를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반하준은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았다.시간이 늦어질수록 사람이 있을 가능성은 작아졌다.그래서 우선 민이를 붙잡아 데리고 나간 뒤 사람을 불러 강나현을 구할 생각이었다.강나현은 발을 삐끗하고 엉덩이와 허벅지까지 다쳤기에 그 혼자 어리고 약한 두 사람을 데리고 떠나기엔 무척 성가셨다.반하준은 늘 약자를 싫어했다.한 손으로 몸을 지탱하고 비탈길을 막 올라갔을 때 어두운 숲에 여러 개의 손전등 불빛이 보이자 반하준은 급히 몸을 숙여 경사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08화

    장기명은 고작 대학교수이고 옴 테크를 도와주는 학자 중 한 명에 불과한데 옴 테크 임원 앞에서 이렇게 큰 입김을 자랑한다고?반용화는 휴대전화를 들고 조용히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장기명의 모든 움직임을 주시해.”장기명은 전화기 너머로 강민아에게 히죽거리며 말했다.“정 고마우면 밥이나 한 끼 사요.”“일 끝나면 제대로 감사 인사드릴게요. 지금은 불필요한 구설수를 피하기 위해 접촉을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장기명은 전화기 너머로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물론이죠. 강민아 씨가 인수 책임자라는 소식이 알려지면 반 대표도 주시할 텐데 조심하세요.”그러면서 그녀 대신 욕설을 퍼부었다.“반하준은 사람도 아니에요. 민이 그 자식도 마찬가지고. 두 부자가 강민아 씨에게 그랬다는 걸 듣고 정말 달려가서 주먹을 날리고 싶었어요.”“그럼 가서 구름 목장 지키세요.”반용화의 서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의 목소리를 들은 장기명은 고양이를 본 쥐가 되어 황급히 목을 어깨 쪽으로 움츠렸다.조금 전 강민아가 반용화 집에 있다고 했으니 불쑥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그들 부자와 강나현이 비탈길 위로 올라오려고 하면 가서 주먹을 날리세요.”장기명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강민아 앞에서 큰소리 한번 친 것뿐인데...정말 반하준을 만나면 그 앞에서 감히 방귀도 뀌지 못했다.“반... 반 연구원님, 저는 오늘 밤에 정리해야 할 중요한 자료가 있어서...”전화기 너머로 장기명의 목소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구름 목장에 가서 하세요. 사람 보내서 모셔다드리죠.”“하, 하지만...”반용화의 살얼음 같은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대답만 하세요.”분명 휴대폰으로 통화만 하고 있는데도 장기명은 보이지 않는 커다란 손이 자기 목을 움켜쥐고 있는 것 같았다.목소리가 너무 떨려서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결국 그는 순순히 반용화의 말에 답했다.“네...”강민아는 장기명의 사색이 된 얼굴을 상상했다.반용화가 경고 차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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