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Chapter 1 - Chapter 10

216 Chapters

제1화

강민아는 딸아이와 함께 서둘러 호텔에 도착했다. 아들의 다섯 번째 생일 파티가 이미 시작되었다.반하준이 아들 곁을 지키고 있었고 촛불의 따스한 빛이 아이의 앳된 얼굴을 비추었다.반현민이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었다.“나현 이모가 제 새엄마가 됐으면 좋겠어요.”그 시각 강민아는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밖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딸과 생일 케이크가 비에 젖지 않도록 몸으로 막은 바람에 몸 절반이 흠뻑 젖어버렸다.얼음장처럼 차가워진 옷이 온몸에 찰싹 달라붙었다.강나현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이모 말고 형이라 부르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나랑 네 아빠는 형제 같은 친구라서 작은 아빠밖에 못 해.”그녀의 웃음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강나현의 남사친들이었다. 그들도 함께 웃긴 했지만 이 많은 사람 앞에서 반하준에게 장난을 칠 수 있는 사람은 강나현뿐이었다.반현민이 강나현에게 잘 보이려고 반짝이는 눈을 깜빡이며 환하게 웃었다. 강나현이 반현민의 볼을 어루만지며 물었다.“민이는 왜 갑자기 새엄마가 갖고 싶어졌어?”그러자 반현민이 재빨리 반하준의 눈치를 살폈다.“아빠가 현이 형을 좋아하니까요.”그 소리에 기분이 좋아진 강나현은 반현민을 무릎에 앉히고 반하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반하준에게 눈썹을 치켜세우며 자랑했다.“역시 민이는 사람 보는 눈이 있다니까.”반하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애들 말은 그냥 흘려 들어.”사람들에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했지만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반하준과 강나현이 죽마고우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강나현이 항상 남자들과 어울려 다녀 반하준의 부모님은 그녀를 탐탁지 않아 했다.강민아가 18살이 되던 해에 강씨 가문으로 돌아왔는데 친정의 희망과 반하준에 대한 사랑을 가득 안고 그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길렀다.방 안의 사람들이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민이는 엄마랑 더 친해? 현이 형이랑 더 친해?”“현이 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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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강나현이 반하준을 돌아보며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민아 언니가 또 오해했네. 내가 가서 잘 설명할게.”“설명할 것도 없어. 쟤가 너무 예민한 거야.”반하준은 덤덤한 표정으로 강민아가 두고 간 생일 케이크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그의 말에 사람들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민아가 화를 내면서 가버린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다른 사람들도 맞장구를 쳤다.“형수 지금 화가 나서 저런 거니까 하준이가 가서 잘 달래면 돼.”“맞아. 형수가 하준이랑 이혼할 리가 없잖아. 하준이 아이를 낳아주겠다고 죽을 뻔하기까지 했는데.”“어쩌면 나가자마자 후회했을지도 몰라.”“자, 케이크나 먹자. 하준이가 집에 가면 강민아 씨가 문 앞에서 망부석처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어.”반하준도 그제야 찌푸렸던 얼굴을 폈다. 벌써 강민아가 주눅이 든 채 문 앞에 서서 그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이 눈에 훤했다.반현민은 강나현이 사 온 케이크를 맛있게 먹었다. 크림이 입안 가득 퍼져 혀가 얼얼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엄마가 간섭하지 않아서 너무 좋아.’...생일 파티가 끝난 후 반하준은 차에 앉아 눈을 감았다. 창밖의 빛이 그의 얼굴을 환하게 비췄다가 다시 꺼지곤 했다.“아빠, 몸이 가려워요.”반현민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반하준이 눈을 번쩍 뜨고 조명을 켰다. 반현민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두 손으로 계속 몸을 긁으면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재빨리 아이의 손을 떼어내고 살펴보니 목에 붉은 반점이 가득 돋아있었다.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것이었다.반하준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휴대폰을 꺼내 강민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어 입을 열려는 순간 차가운 기계음이 들려왔다.“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그의 두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애가 알레르기가 생겼는데도 신경 쓰지 않겠다고?’반하준이 운전기사에게 지시했다.“빨리 집으로 가.”그는 반현민을 안고 집으로 들어갔다. 무의식적으로 현관 쪽을 바라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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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사실 오소정더러 강민아에게 전화하라고 스코틀랜드식 에그를 먹고 싶다고 한 것이었다. 이미 충분히 한발 물러선 반하준이었다.“사모님께서 돌아오시지 않겠다고 했어요.”“콜록콜록.”커피를 마시다가 그만 사레가 들려 참지 못하고 기침했다. 오소정이 뭔가 눈치채고 물었다.“두 분 혹시 싸우셨어요?”“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요.”반하준의 호통에 주방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겁에 질린 오소정은 더는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반하준이 손에 든 머그컵을 꽉 쥐었다.‘안 돌아올 리가 없는데? 지금쯤이면 점심에 회사로 가져올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을 거야.’예전에 그가 화를 낼 때면 강민아는 직접 회사로 도시락을 가져와 화해를 청하곤 했었다....식탁에 앉은 반우정이 아침상을 보고 두 눈을 번쩍 떴다.“와. 닭죽이다.”닭죽을 좋아하는 반우정과 달리 반현민은 닭죽만 보면 헛구역질을 했다.반하준과 반현민 모두 죽을 좋아하지 않아 반씨 저택에 있을 땐 죽을 거의 끓이지 않았다.연진숙은 죽이 가난한 사람들이나 먹는 음식이라고 했었다. 쌀이 부족해서 죽으로 끓여 먹는 거라고 말이다. 반씨 가문 사람들은 삼시 세끼를 과학적인 영양 균형에 맞춰 섭취했다.강민아는 죽도 영양아가 있고 아이들에게 먹이면 소화가 더 잘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죽에 닭고기와 야채 등을 넣으면 음식쓰레기 같다면서 혐오감을 드러내곤 했다.그리고 반현민에게 먹이려고 야채죽을 끓여준 적이 있었는데 반현민이 먹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 후로 다시는 죽을 끓이지 않았다.반현민에게 음식을 낭비하면 안 된다고 혼내자 반현민이 화를 내면서 따졌다.“이건 돼지들이나 먹는 건데 어떻게 나한테 먹일 수 있어요? 역시 엄마는 촌뜨기라니까요.”옛 생각에 강민아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 반우정은 벌써 닭죽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그러고는 트림하면서 설거지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깨끗해진 그릇을 아쉬운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할머니 집에 와야만 닭죽을 먹을 수 있는 거예요?”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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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휴대폰 너머의 반하준은 진작 전화를 끊어버렸다.강민아는 차에 올라타 액셀을 밟고 달려나갔다. 하지만 검은색 스포츠카 한 대가 따라오고 있다는 건 알아차리지 못했다....도로 양쪽의 풍경이 빠르게 뒤로 밀려났다. 은색 볼보가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번개처럼 달려갔다.강민아는 칠흑같이 어두운 눈빛으로 전방을 주시했다. 차를 이렇게 빨리 몰아본 게 정말 오랜만이라 계기판의 수치와 함께 아드레날린도 폭발했다.현란한 색상의 스포츠카 세 대를 연속 추월하자 스포츠카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소리쳤다.“대박. 저 사람 누구야?”다른 스포츠카에 타고 있던 사람이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부하에게 지시했다.“저 차 번호판 좀 조회해봐.”강민아는 개조된 스포츠카들을 가볍게 제쳤고 커버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몇몇 재벌 집 자제들이 낀 이어폰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찾았습니다. 강씨 가문의 차입니다.”누군가 의아해하며 물었다.“강씨 가문? 그럼 운전자가 강나현인가?”“강나현이 운전 저렇게 잘한다고? 그럼 전에 우리랑 레이싱할 때 실력을 숨기고 있었단 말이야?”은색 볼보가 산길을 따라 뱅글뱅글 올라갔고 뒤에 검은색 페라리가 바짝 따라붙었다.심은호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그 순간 머리카락이 눈썹 앞으로 툭 내려왔다.그는 한때 카리스마가 넘쳤던 강민아를 본 적이 있었다.강민아는 14살에 고연대학교 영재반에 입학하여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3년 연속 우승한 천재였다. 19살에는 자동차 경주 연맹에 지원하여 레이싱 면허를 취득한 후 월드 랠리 챔피언십에서 10위 안에 들었다.그녀의 인생은 꽃길이었고 항상 꽃과 박수갈채가 함께했다.그런데 박사 공부를 한 지 3년이 되던 해에 갑자기 학업을 포기하더니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재벌가 전업주부가 되었다.그 후로 그녀의 차에는 카시트가 설치되었고 시속이 70㎞를 넘은 적이 없었다.타이어가 지면과 마찰하면서 귀를 째는 듯한 소리가 났다. 흰 연기가 피어오르던 그때 강민아의 차가 갑자기 멈춰 섰다.심은호의 페라리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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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강나현이 비닐봉지를 들고 개조된 오토바이에서 내렸다.딱 붙는 요가 바지를 입은 여자를 본 경비원의 표정이 거의 넋이 나갔다.강나현은 풀어헤친 긴 머리를 흩날리면서 경비원에게 인사를 건넨 후 어린이집으로 들어갔다.미리 반현민의 반을 알아본 그녀는 담임 선생님을 보자마자 웃으며 다가갔다.“안녕하세요. 민이한테 왁스 병 캔디를 주러 왔어요. 듣자 하니 다른 친구들한테 인기가 많다면서요?”담임 선생님이 강나현을 훑어보며 물었다.“혹시 현민이한테 왁스 병 캔디를 준 게 당신이에요?”강나현이 신난 얼굴로 말했다.“네. 제 친구가 만든 건데 최고급 식용 왁스로...”“당신이었군요. 당신 때문에 우리 아들이 질식할 뻔한 거 알아요?”그녀의 뒤에 있던 누군가가 고함을 질렀다. 강나현이 돌아서자마자 찰진 소리와 함께 뺨 한 대를 얻어맞았는데 그 순간 눈앞이 다 캄캄해졌다.“왜 때려요?”“당신 때문에 우리 애가 죽을 뻔했다고요.”남에게 얻어맞고 가만히 있을 강나현이 아니었다. 입가에 묻은 피를 핥더니 몇몇 학부모들에게 달려들어 몸싸움을 벌였다....어린이집 하원 시간, 반우정은 데리러 온 강민아에게 강나현이 얻어맞던 광경을 아주 실감 나게 묘사했다.강나현이 얻어맞는 걸 보고 반현민이 도와주려 하자 반우정이 반현민의 옷깃을 붙잡고 끌고 갔다고 했다.얼굴이 퉁퉁 붓고 멍이 든 강나현은 반현민을 데리고 선생님에게 조퇴를 신청했다.다른 어머니들도 강나현을 알아보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들이 무슨 욕을 하는지 반우정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험한 욕이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반우정이 카시트에 앉아 창밖으로 보이는 익숙한 풍경을 바라봤다.“엄마, 우리 집에 가는 거예요?”아이의 반짝이던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강민아가 대답했다.“마지막이야.”...“사모님, 아가씨, 드디어 오셨군요.”오소정은 강민아를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민아가 집을 나간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지만 저택의 도우미들은 거의 버티지 못할 지경이었다.그녀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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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그 순간 강민아는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마치 거대한 파도가 몰아쳐 그녀의 몸을 찢고 분노와 굴욕감을 일으키는 듯했다.그녀는 덤덤한 표정으로 그 목걸이를 받았다. 강나현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어느새 조롱할 준비를 마쳤다.반하준은 소파에 기대앉아 시선을 돌렸다.‘어쩜 저렇게 개처럼 굴어? 조금 전까지 그렇게 차갑더니 손가락 하나 까딱하니까 바로 꼬리를 흔드는 것 좀 봐.’강민아가 한 손가락으로 목걸이를 들더니 강나현의 목걸이 옆에 가져다 대며 비교했다.“나현아, 네가 한 목걸이 색깔이 더 좋네. 나랑 바꿀래?”만약 가짜라고 대놓고 말한다면 강나현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온갖 변명을 늘어놓을 게 뻔했다.‘어디 한번 속으로 끙끙 앓아봐.’가느다란 목걸이였지만 강나현의 목덜미를 조이는 듯했다.강나현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원래는 강민아가 어리석게 가짜 목걸이를 걸고 밖에 나가서 남들에게 비웃음을 살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진짜와 짝퉁을 단번에 구별해냈다.찔리는 구석이 있던 강나현이 반하준의 안색을 살폈다. 이 화해 선물은 그녀가 멋대로 반하준을 대신해 준비한 것이었다. 일부러 가짜 목걸이를 사서 강민아에게 줬다고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되었다.“언니가 원하는 거라면 다 줘야지.”그러고는 쿨하게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풀었다.그녀가 진짜 목걸이를 건넸지만 강민아는 받지 않고 가짜 목걸이를 천천히 강나현의 목에 걸어주었다.“이게 더 잘 어울려.”강나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어울리긴 개뿔. 이 목걸이는 만 원도 안 되는 짝퉁이고 내 진짜 목걸이는 2백만 원이 넘는다고.’강민아는 그녀가 들고 있는 진짜 목걸이를 받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언니, 화나면 나한테 풀 거지, 왜 멀쩡한 목걸이를 버리고 그래?”강민아가 강나현의 말을 가로챘다.“저 목걸이가 아까우면 직접 주워서 다시 해, 그럼.”“언니, 하준 씨랑 화해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거야?”말하면서 목에 건 가짜 목걸이를 벗으려 했다.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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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강민아가 반하준에게 펜을 건넸다.강나현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반하준이 이혼 합의서에 사인한 순간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언니는 너무 약해빠졌어. 난 만약 하준 씨 같은 남편이랑 살면 자다가도 웃었을 텐데.”강민아가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강나현을 쳐다보았다.“이젠 한시도 못 참겠어? 너무 티가 나잖아.”반하준이 사인한 이혼 합의서를 강민아에게 던졌다.“억지 부리는 건 그렇다 쳐도 왜 나현이한테 뭐래 그래?”더는 강민아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던 반하준은 목소리를 낮추고 반우정에게 말했다.“집에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아빠한테 전화해.”반우정은 반하준을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강민아의 손을 꽉 잡았다. 강민아를 쳐다보는 반하준의 눈빛이 차갑기 그지없었다.“정이는 내 딸이라서 언제든지 다시 돌아올 수 있지만 넌... 쉽지 않을 거야.”반하준이 경멸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사실은 강민아에게 수를 잘못 뒀으니 언젠가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었다.강민아가 웃으며 말했다.“이 집을 떠나서 내 앞에 펼쳐진 길이 낭떠러지일지라도 절대 돌아오지 않을 거야.”반하준의 두 눈에 알 수 없는 빛이 스쳤다.“4주 후에 법원에서 만나.”이 말을 내뱉고 나니 마음이 다 후련했다. 강민아는 반우정의 손을 잡고 현관으로 걸어가 신발을 신은 후 마지막으로 반현민을 돌아보았다.“민아, 엄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반현민이 화를 내며 말했다.“그냥 빨리 가요. 맨날 아빠 화만 돋우는 엄마가 싫어요.”강민아가 반우정을 데리고 나간 후 강나현이 반하준에게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민아 언니는 너무 유난스러워. 여자들은 항상 징징거린다니까. 그중에서도 가정주부가 제일 징징거려. 능력도 없고 하는 일도 없어서 이 집을 나가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을 텐데.”그러고는 반하준에게 속마음을 드러냈다.“난 만약 이혼하게 되면 무조건 빈손으로 나갈 거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더라도 사랑했던 사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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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강나현의 꼬드김에 반현민이 고민하기 시작했다.“근데 이렇게 간단한 걸 만들면 칭찬 스티커 못 받는데...”“형이 인터넷에서 칭찬 스티커 왕창 사 줄게. 그럼 우리 민이 칭찬 스티커 부자 되는 거야.”강나현을 쳐다보는 반현민의 눈빛은 마치 바보를 보는 듯했다.“현이 형, 평소에 짝퉁만 입고 다녀요?”강나현이 바로 부인했다.“절대 안 입지.”반현민이 목소리를 높였다.“형이 사 준 칭찬 스티커를 어린이집에 가져갔다가 친구들한테 놀림받으라는 거예요? 선생님이 주는 스티커야말로 진짜 칭찬 스티커란 말이에요.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 몰라요?”반현민이 씩씩거리면서 화를 냈다.“그건 자신을 속이는 거잖아요.”다섯 살짜리 어린이에게 혼나자 강나현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알았어, 알았어. 건담 로봇 만들어주면 되잖아.”‘강민아도 플라스틱 빨대로 건담 로봇을 만들었는데 내가 못 만들 리가 없지.’10분 후 반현민의 처절한 비명과 함께 90%나 완성된 건담 로봇이 강나현의 실수로 와르르 무너져버리고 말았다.반현민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내... 내 건담 로봇 돌려줘요.”“민아,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네 엄마가 만든 건담 로봇이 튼튼하지 않아서 그래.”반현민이 울먹거리며 말했다.“내일 제출해야 한단 말이에요. 엄마한테 갈래요.”강나현이 반현민을 째깍 붙잡았다.“네 엄마는 널 버렸어. 이젠 숙제 안 도와줄 거야.”그러고는 휴대폰을 들고 연락처를 뒤졌다.“다른 사람 불러서 네 엄마가 만든 것보다 훨씬 멋진 건담 로봇을 만들어줄게.”강나현이 아는 이성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반씨 집안에 와서 숙제를 도와주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건담 로봇은 무슨. 나와서 술이나 마시자. 아가씨들도 몇 명 불러줄게.”강나현이 솔깃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약속 지켜. 난 애기 같은 여자애들이 제일 좋더라.”전화를 끊은 그녀는 숙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오늘 밤에 무슨 일이 있어도 친구들과 밤새 술을 마실 생각이었다.결국 중고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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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반우정이 지지 않고 맞섰다.“건담 로봇은 엄마가 밤새워서 만들어준 거잖아.”“엄마가 만든 건담 로봇이 튼튼하지 않아서 벌써 망가졌어. 현이 형이 다시 만들어준 새 건담 로봇이 최고야.”반현민의 의기양양한 모습에 반우정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엄마가 밤새워 숙제를 도와주는 모습을 다 봤을 텐데 왜 엄마의 노력을 저렇게 무시하는 거지?’사실 강민아도 그렇게까지 힘들게 밤새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가정부에게 야근 수당을 줘서 두 아이의 숙제를 맡긴 적이 있었지만 도우미가 시어머니에게 일러바친 바람에 크게 혼났었다.“우리 집의 후계자를 정성껏 키우라고 고연대를 졸업한 천재 소녀를 며느리로 들인 건데 애들 숙제를 도우미한테 맡기면 어떡해? 민이를 키우는 건 네 평생의 임무야.”도우미는 정해진 시간이 되면 퇴근할 수 있지만 엄마인 그녀는 계속 야근하면서 아이들의 숙제를 끝마쳐야 했다.반우정은 더는 반현민을 쳐다보지 않고 강민아의 손을 잡고 옆으로 지나갔다.반현민이 목을 길게 빼 들고 도로 끝을 애타게 보면서 중얼거렸다.“내 건담 로봇은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반현민은 다른 친구들이 부모와 함께 지나가는 걸 지켜보았다. 몇몇 아이들이 문 앞에서 뭐 하냐고 물을 때마다 웅장하고 멋진 건담 로봇을 기다린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이번 숙제는 환경 지킴이 발표회 행사 중 하나였고 선생님이 각 반에서 우수 작품을 선정할 예정이었다.우수 작품을 만든 아이만이 강단에 서서 작품을 소개할 자격이 있었다.어린이집에서는 매번 행사를 크게 열었는데 심지어 서경 방송국 어린이 채널 기자들까지 와서 이 발표회 행사를 촬영할 예정이었다.어린이집에 다닌 후로 반현민은 1등 자리를 놓친 적이 없었다. 그로 인해 무슨 일이든 1등을 하려는 습관이 생겼다.그때 강나현이 개조한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고 오토바이 소리가 문 앞에 울려 퍼졌다.반현민이 강나현에게 달려갔다. 강나현이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이 항상 멋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감상할 겨를이 없었다.“왜 이렇게 늦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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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건담 로봇을 제작한 사람은 강나현에게 상자를 열면 거대한 건담 로봇이 쉽게 무너질 수 있으니 상자를 조심해서 다루고 파손 시 책임은 그녀에게 있다고 주의를 줬다.반현민은 강나현을 굳게 믿었던 터라 고개를 끄덕였다.주아영이 엄숙하게 말했다.“강나현 씨, 이러시면 안 됩니다. 현민이 작품이 전시 및 심사를 거치지 않고 무대에 오를 자격을 얻는 건 다른 아이들에게 불공평합니다.”하지만 강나현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연진숙 어르신이 이 어린이집 이사장인 거 아세요? 민이 아빠가 오늘 민이 발표를 보러 온다는 건 아시고요?”반현민의 두 눈이 반짝였다.“아빠가 여길 온다고요?”자리에 앉아 있던 반우정은 반현민의 말에 심장이 쿵쾅거렸고 두 눈이 다 반짝였다.“일이 바쁜 아빠가 어린이집에 온다고요?”반현민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묻자 강나현이 자랑스럽게 말했다.“내가 오라고 하면 무조건 와.”“현이 형 진짜 대단해요.”강나현을 쳐다보는 반현민의 눈빛에 존경심이 가득했다.강나현이 한 손을 허리에 얹고 가슴을 쫙 펴더니 주아영을 차갑게 쏘아보았다.“제가 말한 대로 해야만 강당에서 진행되는 녹화가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반씨 가문의 도련님이 1등 하지 못하면 이사회에 어떻게 설명하는지 두고 보겠어요.”주아영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반현민을 건드리는 걸 그녀도 두려워할 뿐만 아니라 다른 학부모들조차도 반씨 가문에 함부로 하지 못했고 아이더러 항상 반현민에게 양보하라고 했다....강당 안에 학부모들로 가득 차 있었다. 대부분 엄마들이었는데 다들 한껏 치장한 티가 났다.재벌 사모님들은 함께 모여 아이들과 남편 얘기를 하는 것 외에 새로 산 명품이나 경매에서 낙찰받은 골동품에 대한 얘기도 나눴다.“현민이 어머님, 오늘 옷차림이 좀 수수하신데요?”몇몇 재벌 사모님들이 강민아에게 말을 걸면서 그녀를 훑었다. 눈썰미 좋은 사람들은 이미 강민아의 결혼반지가 사라진 것을 알아챘다.모두 강민아가 아들딸 쌍둥이를 낳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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