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Chapter 31 - Chapter 40

240 Chapters

제31화

“아버지, 살살 좀 하세요.”심은호는 피하지 않고 심한기가 휘두른 지팡이를 맞았다.심한기는 지팡이 끝으로 심은호의 허리에 달라붙은 옷을 툭툭 쳤다.“좀 점잖게 굴 수 없어? 완전히 체면을 구기는구나. 여우한테 홀린 거야, 뭐야? 너! 너! 너! 도대체 왜 사람을 유혹하고 다녀?”“쉿! 목소리 좀 낮추세요.”심은호가 황급히 타이르며 말했다.“조용히 하라고? 이게 자랑스러운 일이냐?”심한기는 아들의 모습에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러나 심은호는 태연하게 말했다.“계속 유혹해야 하는데 들리면 안 되죠.”심은호를 향해 눈을 흘긴 심한기는 기가 막혔다.강민아는 반우정에게 만화책 몇 권을 가져다주고 가정부에게 종이와 색연필도 빌려왔다.반우정은 집중력이 좋아 조용히 앉아 몇 시간 동안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안녕하세요. 교수님께서 새로 출제하신 문제 좀 풀어보라고 하셔서요.”반우정에게 놀만한 것들을 쥐여준 뒤 강민아는 심한기의 학생에게 문제지를 한 장 달라고 했다.“서경 대학 학생이세요?”남학생은 다섯 살짜리 반우정을 흘깃 쳐다보며 물었다.“아니요. 저는 고연 대학 졸업했어요.”남학생이 다시 물었다.“석사생인가요? 아니면 박사생이세요?”강민아는 웃으며 답했다.“학부 졸업 후 공부를 계속하진 않았어요.”테이블 주변에 앉아 있던 몇몇 학생들이 고개를 들고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문제지를 건넨 남학생이 말했다.“그럼 이 문제 못 푸실 텐데요. 심 교수님이 내주신 문제는 최소 석사 2년 차 정도는 되어야 풀 수 있어요.”검은 뿔테 안경을 쓴 남학생이 조소하며 중얼거렸다.“학부생이 올림피아드 문제를 푼다고?”“아이도 저렇게 큰데 올림피아드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다른 학생이 팔꿈치로 그를 살짝 밀며 말했다.“하지만 교수님이 화이트보드에 적은 문제를 풀었잖아. 우리는 일주일 동안 연구했는데도 못 풀어서 교수님한테 엄청나게 혼났거든...”검은 뿔테 안경을 쓴 남학생은 강민아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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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심한기의 학생들이 모두 몰려들었고 그들은 구경거리를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흥, 봐봐. 이거 완전 엉망진창이야.”배진영이 문제 아래 적힌 공식을 보며 하나하나 조롱하기 시작했다.그러나 계속 스캔하던 그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이... 이게 증명이 됐다고?”강민아의 풀이는 그가 풀었던 방법보다 훨씬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웠다.배진영은 자신을 한 대 치고 싶었다.‘난 왜 이런 풀이법은 생각해 내지 못했지?’“말도 안 돼! 썼다고 해서 정답이라는 보장은 없잖아.”다른 학생이 그의 손에서 문제지를 낚아채 갔다.주변 학생들도 목을 길게 빼고 증명 과정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침묵했다.강민아는 단순히 빠른 속도로 문제를 풀었을 뿐만 아니라 심한기가 낸 모든 문제를 증명해 낸 것이었다.강민아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이 변했다.“선... 선배님. 너무 빠르신 거 아니에요?”“저 이거 이틀 동안 잡고 있었는데 선배님이 한 시간 만에 푼 것보다 못해요.”학생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강민아는 담담하게 말했다.“올림피아드 문제라면 대회 시간 안에 풀어야죠.”“그렇다고 해도 모두가 선배님처럼 빨리 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강민아는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늘 가장 먼저 답지를 제출하곤 했다.그녀는 대회 스타일에 특화된 실력을 갖추고 있었고 이것이야말로 심한기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이었다.“선배님, 정말 학부만 졸업하신 건가요?”“예전에 몇 번 대회를 나간 적이 있어서 문제 풀이에는 익숙해요.”학생들은 그녀가 단순한 학부 졸업생이 아니라 올림피아드 전문가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선배님, 혹시 이 문제 풀이 과정을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그 순간 무심코 고개를 돌린 반우정은 강민아가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서경대 학생들에게 풀이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와아...”반우정은 입을 동그랗게 벌리며 낮은 탄성을 내뱉었다.평소 강민아는 그녀와 반현민 옆에 앉아 나지막한 목소리로 숙제를 도와주곤 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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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선배님, 대회에서 만날 날을 기대할게요.”“꼴등 하면 재밌겠네.”배진영이 비웃듯 말했다.“ALI 수학 경시대회는 일반인도 참가할 수 있어서 매년 백지로 제출하는 사람도 많아요. 순위표에는 항상 0점이 가득하고 참가자의 이름과 신분도 공개되죠. 선배님,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세요.”강민아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만약 제 순위가 더 높으면 나는 ALI 경시 대회 성적이 강민아보다 낮다는 문구를 새긴 티셔츠 일주일 동안 입는 거 어때요?”이는 엘리트 학생들에게 가장 큰 모욕을 줄 수 있는 일이었다.수치스러운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서경대 캠퍼스에서 생활해야 할 테니 말이다.강민아의 도발에 배진영도 의지를 불태웠다.“좋아요. 저보다 잘하란 말은 안 해요. 하지만 200등 밖으로 밀려나면 교수님 댁에 와서 저희랑 같이 공부할 자격이 없으니 그만 오세요.”“진영아, 그래도 한 시간 만에 세 문제나 풀었어.”옆에서 다른 학생들이 그를 말렸다.“시험지 푸는 게 뭐 대수야? 대회에서는 LaTex로 답을 작성해야 해. 대학 때 배우기나 했겠어?”다른 학생들이 앞다투어 그를 달렸고 배진영은 자리에 앉으면서도 중얼거렸다.“가정주부가 수학 경시대회에 나간다고? 이건 사회적 자원 낭비야.”강민아는 마음을 가다듬고 시험지를 계속 풀었다.다른 사람들의 비웃음은 그녀를 상처입히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이 힘든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녀는 이 길을 걸어 정상에 오른 적이 있었고 그녀는 단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려고 할 뿐이었다.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그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큰 문제를 하나 해결한 그녀의 마음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깊은숨을 내쉬며 고개를 든 순간 그녀는 잠든 반우정을 조심스럽게 안고 있는 심은호를 발견했다.그녀가 일어나려는 순간 심은호가 입 모양으로 말했다. “제가 데리고 들어갈게요.”강민아는 심은호가 심한기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심한기는 이미 침대에서 일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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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육성민은 심은호가 반우정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차 문을 열고 내렸다.그는 190cm에 가까운 키에 단단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했다.검은 반팔 티셔츠는 선명한 근육 라인에 의해 팽팽하게 늘어나 있었다.“주세요.”육성민이 심은호를 향해 손을 뻗자 단단한 근육이 뚜렷이 보였다.심은호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결국 반우정을 그의 품에 넘겼다.육성민은 한 손으로 정이를 번쩍 안아 들고 강민아를 향해 말했다.“가자.”강민아는 심은호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넨 후 육성민의 차에 올랐다.육성민은 반우정을 뒷좌석에 조심스럽게 눕히고 문을 닫은 뒤 운전석으로 향했다.심은호의 옆을 지나던 육성민은 싸늘한 시선으로 그를 훑어보았다.심은호는 육성민의 시선을 무시하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강민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조심히 들어가요.”그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지만 친근함보다는 어딘가 거리감이 느껴지는 웃음이었다.심은호는 차량이 점점 멀어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육성민은 백미러를 통해 심은호를 흘끗 보더니 태연하게 물었다.“아까 그 사람은 누구야?”“심 교수님 아들 심은호야.”육성민이 나지막이 말했다.“전에 너희 학교에서 본 적 있어.”강민아는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그냥 아버지 보러 왔던 거겠지.”강민아가 아는 한 심은호는 서경대 학생이 아니었다.하지만 육성민은 강민아를 만나러 서경대에 갔을 때 항상 강의실 뒤쪽 구석에 검은 마스크를 쓰고 야구 모자를 눌러쓴 남자를 떠올렸다.그 남자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 애썼지만 육성민은 군에서의 경험 덕분에 오히려 그런 사람들에게 더 민감했다.“그놈 좀 수상해. 앞으로 조심해.”육성민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강민아는 순간 멈칫했다.심은호를 수상하다고 생각하기엔 그의 이미지는 너무도 고결하고 완벽했다.육성민은 더 이상 그 주제를 이어가지 않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앞으로 어쩔 생각이야?”그는 이미 강민아가 반하준과 이혼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때 반우정이 깨어나며 말했다.“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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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강민아가 반우정에게 힘을 조절하라고 말하려던 찰나 반우정은 이미 작은 주먹을 힘껏 뻗고 있었다.구재성은 그대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균형을 잃고 바닥에 나뒹구는 그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비어 있었다.“코치님, 괜찮으세요?”반우정은 얼른 구재성의 곁으로 달려갔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 가슴을 부여잡고 기침하기 시작했고 반우정은 그의 등을 두드려주었다.“웩!”아침에 먹었던 음식물이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쯧.”육성민이 코를 찡그리며 혐오스럽다는 듯 혀를 찼다.강민아는 급히 걸레를 들고 바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멀지 않은 곳에 강민아를 몰래 촬영하는 사람이 있었다.그는 곧장 촬영한 영상을 강나현에게 보내며 물었다.“이거 당신 언니 맞아?”강나현은 핸드폰 속 영상을 한참 바라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곧장 룸으로 향한 강나현은 문을 세게 열어젖혔고 안에 있던 남자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그녀는 검은색 타이트한 운동복 상의와 레깅스를 입고 있어 길고 매끈한 다리가 돋보였다.긴 생머리를 가볍게 넘긴 그녀는 당당하게 반하준 옆에 앉았다.“하준 오빠, 우리 언니 좀 말려봐. 지금 헬스장에서 청소부 노릇하고 있다니까.”그녀는 조금 전 받은 영상을 반하준에게 보여줬다.순간 반하준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강나현은 그 변화를 느끼며 조소했다.“역시 언니는 가난한 집에서 자란 티를 못 숨겨.”청소 도구를 비품실로 가져다 둘 때 강민아의 핸드폰이 울렸다.낯선 번호였지만 구직 중이라 혹시 면접 관련 전화일까 싶어 바로 받았다.“언니, 나야.”강민아는 이미 강나현의 번호를 차단했는데 다른 번호로 걸려 온 전화였다.싸늘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강나현이 말했다.“요즘 일자리 찾고 있다며? 마침 라이트 클럽에서 매니저 구하더라. 밤 10시 출근에 기본급은 160만 원, 잘하면 월 오륙백도 가능하다던데? 낮에는 정이 돌보고 밤에 정이가 잠들면 일할 수 있잖아. 언니한테 딱 맞는 일 같지 않아?”강민아는 헛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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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쯧.”반하준은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짜증스럽게 혀를 찼다.‘아직도 날 이겨 먹으려고 하네.’강나현은 대뜸 반하준의 목을 감싸안고 장난스럽게 그의 가슴팍을 두어 번 툭툭 쳤다.그는 그녀의 행동을 거부하지 않았다.강나현은 그렇게 반하준에게 매달린 채 그와 함께 VIP 룸으로 돌아갔다.룸 안에서는 명문가 자제들이 모여 주식 시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믿을 만한 곳에서 들은 건데 반씨 가문에서 이틀 전에 태화 증권에 120억 투자했다더라.”이들은 정보가 빠른 편이었다.강민아가 태화 증권에 백억 넘게 투자했다는 사실은 이미 퍼진 상태였다.순식간에 수많은 시선이 반하준을 향했다.반하준은 순간적으로 멈칫했지만 이내 무심한 태도로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그냥 와이프가 운이 좋았던 거야.”사실 그는 강민아가 우연히 내부 정보를 듣고 베팅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내부 정보를 몰랐다면 무슨 배짱으로 그 많은 돈을 한 번에 투자했겠어. 하지만 주식 시장은 아무도 모르는 거야. 지금에 보면 돈을 벌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지. 청소부나 하는 여자가 뭘 안다고...’반하준은 속으로 비웃었다.“당신이 준 120억과 부동산 그리고 주식들이 있으니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그러니 전남편 씨, 괜한 걱정은 그만해.”강민아가 했던 말이 자꾸 반하준의 귓가에 맴돌았다.‘지금 자기가 가진 자산이 온전히 자기 것이라고 착각하는 건가? 돈, 부동산, 주식...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회수할 수 있는데...’그때 누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근데 두 사람 정말 이혼한 거야?”반하준의 표정이 단숨에 싸늘해졌다.“그 여자가 투정을 부리는 중일 뿐이야. 7년 차 권태기 같은 거지. 돈 좀 쥐여 주고 실컷 놀게 내버려두면 결국 돌아올 거야.”그의 말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우리 하준 도련님, 정말 와이프한테 관대하네. 이렇게까지 챙겨줄 줄 몰랐어.”강나현도 덩달아 말했다.“여자는 참 피곤한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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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반현민이 신나서 외쳤다.“좋아요. 현이형! 기다릴게요.”전화를 끊은 후 강나현은 반하준을 향해 자랑스럽게 눈웃음을 지었다.“어때? 나 대단하지? 이제 오빠 아들은 내 말을 더 잘 들어.”반하준은 미간을 좁히며 단호하게 말했다.“위험한 일은 하게 하지 마.”“알았어. 나도 선은 넘지 않아. 현민이는 나랑 있어야 진정한 남자가 될 수 있다고.”...강민아가 복싱장으로 돌아왔을 때 반우정은 벌써 30분 넘게 훈련받고 있었다.분홍색 복싱 글러브를 낀 정이는 귀여운 양 갈래머리를 흔들며 규칙적인 리듬으로 샌드백을 강타하고 있었다.샌드백을 붙잡고 있는 구재성은 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는데 마치 물속에서 건져 올린 사람 같았다.구재성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괜찮아? 좀 쉴까?”숨을 몰아쉬며 묻는 구재성과 달리 반우정의 얼굴에는 땀 한 방울도 없었다.“아니요. 아직 100번 더 칠 수 있어요. 하나, 둘, 셋.”반우정의 기합 소리가 울려 퍼졌다.한 시간 후 구재성은 샌드백을 안고 바닥에 드러누웠다.그 모습을 본 강민아는 딸의 상태를 걱정하며 다가갔다.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에도 구재성을 향한 걱정이었다.“코치님, 괜찮으세요?”구재성은 초점 없는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며 답했다.“대체 애한테 뭘 먹이는 거예요? 단백질 보충제라도 먹이나요?”“아니요. 평범한 건강식만 먹여요.”강민아가 조심스레 물었다.“정이한테 복싱 배울 자질이 있을까요?”구재성은 천장을 바라보며 떨리는 손으로 두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20% 정도 적성에 맞다는 건가요?”강민아는 긴장했다.“수업 두 번 더 하고 바로 시 대표팀으로 보내세요. 저는 더 이상 가르칠 게 없어요.”오후, 까맣게 개조된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헬스장 앞에 섰다.반현민은 강나현 앞에 앉아 있었고 헬멧을 올리자마자 마침 헬스장에서 나오던 강민아와 반우정을 보게 되었다.복싱 수업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흥이 남아 있었던 반우정은 공중에 주먹을 날리며 신나게 움직였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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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반하준이 아이 방으로 뛰어 들어갔을 때 반현민은 침대 위에 쓰러져 있었다.그는 온몸이 벌겋게 부어오른 채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주치의한테 연락하세요.”반하준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사용인이 주저하며 말했다.“도련님 상태가 심각합니다. 의사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 힘드실 거예요.”반하준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반현민을 번쩍 안아 들고 주차장으로 달려갔다.두 사람이 병원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을 때 병원 원장이 직접 병원 입구에서 소아과 의사들과 함께 대기하고 있었다.“대표님.”원장은 극도로 예의를 갖추며 반하준을 맞았다.반하준이 반현민을 내려놓자 간호사들은 서둘러 내부로 이동했고 의사들은 그의 옷깃을 풀어 맥박을 확인했다.“도련님께 약물 알레르기가 있나요?”의사가 묻자 반하준의 시선이 오소정을 향했다.“저는 몰라요.”오소정은 고개를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사모님은 아세요.”반하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명령했다.“연락하세요.”하지만 오소정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사모님께서 제 번호를 차단했어요.”반하준은 곧바로 한 간호사를 향해 말했다.“핸드폰 좀 주세요.”그는 오소정에게 강민아의 번호를 묻고 직접 전화를 걸었다.옆에 있던 간호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어떻게 자기 와이프 전화번호도 모를 수 있지?’오소정이 불러준 번호로 전화를 걸자 핸드폰 너머에서는 기계적인 음성이 들려왔다.“고객님의 전화는 꺼져 있으니...”엘리베이터 안에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결국 오소정은 주치의에게 연락해 반현민의 최근 진료 기록을 가져왔다.의사는 기록을 확인하더니 경악하며 말했다.“10일 동안 4번이나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다고요? 대표님, 정말 친아들 맞나요?”반하준의 미간이 더욱 깊어졌다.“최근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는 건 몰랐습니다.”반하준도 바쁜 사람이라는 걸 아는 의사는 체념하며 물었다.“약물 알레르기가 있나요?”반하준은 다시 오소정을 보았다.그러나 오소정은 긴장한 모습으로 답했다.“사모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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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반하준이 싸늘하게 말했다.“지금 아이한테까지 신경전을 벌이는 거야? 현민이 지금 목이 부어서 위험한 상태야.”“반 대표님, 당신이 2억을 송금하는 데는 3초밖에 걸리지 않잖아.”반하준의 몸에서 싸늘한 냉기가 새어 나왔다.그는 이렇게 사람에게 휘둘리는 기분이 싫었다.“강민아! 넌 정말 냉혈한이야. 너는 엄마 자격도 없어.”말하며 반하준은 강민아에게 2억을 송금했다.강민아는 입금 알림을 받자마자 핸드폰을 통해 의사에게 반현민의 알레르기 이력을 전달했다.“반하준.”핸드폰 너머로 강민아의 목소리가 들렸다.“뭐야. 2억 받고 마음이 바뀐 거야?”“아니야. 더 귀띔해 주려고 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 없겠네.”강민아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사실 그녀는 반하준에게 반현민은 낯선 환경에서 잠을 잘 자지 못한다고 알려주려 했다.입원하려면 집에서 쓰던 베개, 침대 시트, 이불, 그리고 잠옷까지 가져가야 했다.예전엔 이런 것들을 다 그녀가 직접 챙겼었다.그녀가 직접 운전해 반현민을 병원에 데려갔고 집안의 사용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지만 반하준은 그런 걸 전혀 몰랐다.강민아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반현민에게 시달려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의사는 반현민에게 약을 투여했고 아이의 상태는 금방 안정되었다.VIP 병실에서 반현민은 이리저리 뒤척이며 도무지 잠들지 못했다.결국 그는 울기 시작했고 집에 가고 싶다며 떼를 썼다.녹초가 된 반하준은 반현민을 데리고 병원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검은색 마이마흐가 시그니엘 별장 앞에 멈춰 섰다.반하준은 차창을 통해 저택을 바라보았다.달빛이 비단처럼 그의 날카로운 이목구비 위에 내려앉았다.그는 사람을 시켜 반현민이 하루 동안 먹은 것을 조사했고 강나현이 반현민에게 유제품을 잔뜩 먹였다는 것을 발견했다.만약 강민아가 아이를 데리고 있었다면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여전히 나를 밀어내고 내가 먼저 굽히길 유도하고 있네.’시그니엘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한층 차가워졌다.‘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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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강민아는 즉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시간이 없었다.그녀는 최대한 빨리 인터넷과 전기가 있는 곳을 찾아 온라인 수학 경시대회에 참가해야 했다.근처의 카페로 갔지만 거기서도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급한 마음에 강민아는 긴급 통화 버튼을 눌러 육성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나 체육관에서 인터넷 좀 쓸 수 있을까? 여긴 신호가 전혀 안 잡혀.”수화기 너머로 육성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미안, 민아야. 지금 소방 점검 때문에 체육관 폐쇄됐어.”“뭐라고?”‘어떻게 이렇게 딱 맞아떨어질 수 있지?’육성민도 이상하다고 느꼈다.“우리 집 건물도 오늘 정전됐어. 전력 회사에 전화해서 물어볼게.”“아냐. 됐어. 오빠, 내가 괜한 민폐 끼쳤네.”육성민은 바로 강민아가 사과하는 이유를 눈치챘다.굳은 표정을 한 그의 목소리가 단호해졌다.“반하준 짓이야? 너희 집 신호까지 차단한 거야?”“오빠, 지금은 그럴 시간 없어. 다 잘될 거니까 걱정하지 마.”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었다.강민아는 전화를 끊고 노트북을 품에 안은 채 빗속으로 뛰어들었다.빗자락이 그녀를 적셨고 그녀는 외투로 노트북을 꽁꽁 감쌌다.무심코 뒤를 돌아본 순간 흰색 차 한 대가 천천히 그녀를 따라오고 있었다.차량의 지붕에는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었다.강민아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건 신호 차단 차량이었다.그녀가 발걸음을 재촉하면 차량도 속도를 맞춰 따라붙었고 그녀가 멈추면 차량도 멈췄다.반하준은 이런 식으로 그가 얼마나 쉽게 그녀의 생활을 침범할 수 있는지 경고하고 있었다.이미 이혼 서류에 사인했음에도 반하준은 그녀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고 그녀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도 있었다.강민아는 숨을 몰아쉬며 2km를 내달려 허름한 편의점에서 공중전화를 발견했다.그녀는 곧바로 심한기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전화를 끊은 강민아는 편의점 입구에 앉아 밖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심한기는 차량을 보내겠다고 했다.반하준이라면 택시 기사 하나 매수하는 것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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