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Bab 51 - Bab 60

240 Bab

제51화

“네가 남이 버린 헌신짝을 좋아할 줄은 몰랐어.”반하준에게 있어서 강민아는 버려진 헌신짝일 뿐이었다. 그녀는 심은호에게 솔직하게 말했다.“남자한테 복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방법으로 자신의 성적 매력을 과시하고 다른 사람한테 27살인데도 여전히 원하는 남자가 있다는 걸 자랑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내 가치를 남자가 있느냐 없느냐로 증명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강민아는 웃으면서 이어 말했다.“자신에게 상처를 줬던 사람한테 복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남자든 여자든 상대가 자신을 우러러보게 만드는 거예요.”그녀는 더 이상 움츠러들지 않고 남자 뒤에서 숨죽이는 여자로 살지 않을 것이다.반하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가야 했다. 아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것이다. 반하준조차 도달할 수 없는 곳으로.강민아가 정신을 차렸을 때 심은호가 뜨거운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두 눈에 당황함이 스쳤다.심은호가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군요.”그가 좋아했던 강민아는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네?”침대에 엎드려 웅얼거린 탓에 강민아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심은호는 시선을 늘어뜨리고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현민이가 어린이집에서 위험한 도구를 사용한 거 말이에요. 민아 씨가 나서기 곤란하면 내가 해결할게요. 어쨌든 내가 피해자니까요.”강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피해자니까 반씨 가문과 어린이집에 보상과 사과를 요구할 정당한 권리가 있어요.”그녀는 딸을 내려다보았다. 어른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지만 아이는 그럴 수 없었다.반우정과 반현민을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게 하면 또다시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반우정이 반을 옮긴다고 해도 여전히 마주칠 게 분명했다.“정이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데 원래는 두 아이를 승덕 명문 학교 초등부로 보내려고 했거든요. 근데 정이를 다른 학교에 보내고 싶어요. 서경시에서 교사진이 가장 좋은 초등학교는 승덕 외에...”“이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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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다음 날 검은색 대형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달려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았다.강나현이 오토바이를 세웠다. 그녀 앞에 검은색 코트를 입고 검은색 헬멧을 쓴 아이가 앉아 있었다.그녀는 헬멧의 바람막이 덮개를 열고 장난기 가득한 눈과 눈썹을 드러냈다.“언니, 도와줄까?”강나현은 또 반현민과 함께 육성민이 운영하는 헬스장에 왔다. 오자마자 커다란 쓰레기봉투 두 개를 들고 계단에서 내려오는 강민아와 딱 마주쳤다.강민아는 심플한 베이지색 후드를 입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렸다. 머리를 고무줄로 대충 묶어 머리카락 몇 가닥이 백옥처럼 윤기 나는 얼굴에 흩어져 있었다.강나현의 앞에 앉아 있던 아이가 큰소리로 말했다.“왜 말을 섞고 그래요.”그 아이는 다름 아닌 반현민이었다. 반현민은 강민아의 모습을 보자마자 창피함이 밀려왔다.그 순간 강나현의 두 눈에 남의 불행을 고소해하는 차가운 미소가 스쳤다. 강민아를 비웃으러 반현민과 함께 온 것이었다.반우정이 생수 한 상자를 안고 계단에서 내려왔다. 어린아이의 팔뚝이 참으로 튼튼하고 힘이 넘쳐 보였다.육성민과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왔고 함께 무거운 운동 기구를 화물차에 실었다.반하준은 시세의 3배 가격으로 상가 주인에게서 헬스장이 있는 상가를 강제로 사들였다.그리고 상가 주인에게 육성민더러 하루 안에 헬스장 안의 모든 기구를 빼게 하라고 명령했다.강나현은 눈앞의 광경이 너무도 재미있었다.“언니, 언니는 정말 액운을 달고 다니나 봐. 여기 찾아오지만 않았어도 언니 때문에 피해를 볼 일도 없고 헬스장이 문을 닫을 일도 없었을 텐데.”“강나현, 아프면 나한테 오지 마. 난 수의사가 아니야.”강민아가 쓰레기봉투를 쓰레기통에 넣었다.강나현과 반하준은 뒤에 있는 5층 건물 주인이 육성민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육성민은 이 건물을 사들인 후 쉽게 관리하려고 임대업자들에게 임대했다.전에 한 임대업자의 아내가 중병에 걸린 걸 보고 다시 그 임대업자에게서 상가를 임대받아 헬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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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강나현이 헬멧을 쓰고 있었기에 얼마나 당황해하고 안색이 창백해졌는지 아무도 보지 못했다.다행히 오토바이가 막 출발했을 때라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반현민은 연료 탱크에 엎어졌고 헬멧이 계기판에 부딪혔다.“웩. 콜록콜록.”그리고 가슴을 부딪쳐 괴로워하면서 기침하기 시작했다.“민아, 너도 참. 앉았으면 꽉 잡아야지.”반현민이 괜찮은 걸 보고서야 강나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반현민의 옷을 잡고 들어 올린 후 다시 제대로 앉혔다. 반현민이 헬멧을 바로잡으며 말했다.“난 괜찮아요.”강민아와 반우정이 들으라고 일부러 큰소리로 말했다.“대체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야?”강나현이 소리를 지르자 조금 전 그녀와 충돌할 뻔했던 차도 멈춰 섰다. 운전자는 핸들을 잡고 창밖을 향해 소리쳤다.“당신이 역주행했잖아.”“내 오토바이에 애가 타고 있는 게 안 보여?”운전자는 어이가 없었다.“애를 데리고 튜닝 오토바이를 타다니. 조만간 사고 나겠네.”강나현이 운전자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자 반현민도 똑같이 따라 했다.그녀는 무너진 가드레일에서 힘겹게 오토바이를 빼냈다. 전조등이 부서진 걸 보고는 기분이 확 가라앉았다.강민아의 우스운 꼴을 보려고 일부러 온 건데 결국에는 강민아에게 우스운 꼴을 보여주고 말았다.운전자와 다툴 기분이 아니었던 강나현은 바로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고 쏜살같이 떠나갔다.그들이 멀어지는 걸 보고 나서야 강민아의 빨라졌던 심장박동이 다시 차분해졌다.강민아가 반우정에게 말했다.“올라가서 짐 옮기자.”앞으로 반현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해도 그녀와는 상관이 없었다.반현민이 강나현에게 의지하는 걸 본 순간 이미 마음속으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한동안 강민아는 반우정과 함께 호텔에서 지냈다. 계속 집을 알아보긴 했지만 세를 맡는 것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집의 위치, 구조, 주민들의 평가 모두 고려해야 했다.강민아는 겨우 소형 아파트 한 채를 선택했다. 반우정이 앞으로 초등학교에 다니기 편하도록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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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강민아는 헤어클립으로 긴 머리를 고정했고 머리카락 몇 가닥이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었지만 헝클어져 보이지는 않았다.캐시미어 롱원피스가 그녀의 날씬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돋보이게 했다. 그리고 한 손에는 가죽 서류 가방을, 다른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반하준은 그녀를 연회에 데려간 적이 거의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강민아가 드레스를 입었을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그녀는 반하준을 보고도 인사를 건네지 않고 곧장 계단을 올라갔다. 어쨌거나 두 사람의 목적지는 같으니까.그때 뒤에서 반하준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나한테 부탁하면 내가 증권 감독 관리위원회에 성명서를 제출해 동결된 자금을 빨리 해제해달라고 할 수 있어.”그는 그녀에게 어려움이 닥친 걸 알면서도 여전히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120억 원이 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강민아는 집을 사기 위해 그 돈이 절실하게 필요했다.강민아가 대꾸하지 않자 반하준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거액을 지출했으니 사방에서 주시하고 있을 거야. 운이 좋아서 주가가 폭등하기 전에 뛰어들었지만 이럴 때일수록 증권 감독 관리위원회에서는 전형적인 사례를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있거든. 누군가 꼬투리를 잡아주면 실수인 걸 알면서도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야.”강민아는 그제야 발걸음을 멈추고 반하준을 돌아보았다.“그러니까 당신 라이벌이 증권 감독 관리위원회에 날 신고했다는 거지?”반하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민아가 웃으며 말했다.“그 사람들이 신고하더라도 당신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을 텐데. 근데 당신은 가만히 보고만 있었어. 내가 실패하는 꼴을 보려고.”그의 잘생긴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지금까지 남을 꿰뚫어 보는 건 항상 그의 몫이었는데.강민아가 더 높은 계단에 서서 그를 심판하고 속마음을 들춰내자 반하준은 마음이 조금 불편해졌다.“내가 말했잖아. 재벌 사모님 체험은 끝났다고. 난 너한테 120억 원을 줄 수도 있고 다시 거둬들일 수도 있어. 전부 내 기분에 달려있다는 것만 명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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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강민아가 덤덤하게 웃어 보였다.“설마 나랑 이혼하기 싫은 건 아니지?”그러자 반하준이 코웃음을 쳤다.“이혼한 후에 네가 매달릴까 봐 그게 걱정이야. 생각만 해도 골치 아프네.”강민아는 그의 말투를 흉내 내면서 말했다.“쓸데없는 걱정은.”드디어 이혼 도장을 찍었다. 강민아는 도장을 보면서 만족스러운 듯 환하게 웃었다.반하준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하준 씨, 잠깐만.”그녀의 부름에 반하준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한 손을 양복바지 주머니에 넣고 돌아보면서 차갑게 웃었다.“벌써 후회해?”강민아가 말했다.“여기 남아서 정이한테 사인해줘야 해. 정이가 내 성을 따르기로 했거든.”반하준의 잘생긴 얼굴에 나타났던 미소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강민아가 접견실에서 나와 보니 육성민과 반우정이 로비에 앉아 있었다. 반하준을 본 육성민은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간신히 참았다.백열 상가와 성화 상가의 상가 자리를 반하준이 또 비싼 가격으로 사들였기 때문이었다.“엄마.”반우정은 의자에서 뛰어내려 강민아에게로 쪼르르 달려갔다. 그러고는 반하준을 올려다보며 말했다.“아저씨.”아직 이혼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오늘부터 호칭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그 순간 반하준은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목구멍에 뭔가 막힌 듯 삼키지도, 뱉어내지도 못하고 답답하기만 했다.반하준이 반우정에게 말했다.“18살이 되어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되면 성을 되돌릴 기회가 한 번 더 있을 거야.”반우정이 반하준을 보면서 고개를 내저었다.“난 엄마가 지어준 새 이름이 마음에 들어요.”반하준의 안색이 급변했다.“이젠 우정이 아니야?”“네. 이젠 강윤정이에요.”반하준이 나지막이 읊조렸다.“우정이라는 이름도 괜찮지 않니? 듣기 좋은데...”반우정과 반현민의 이름은 반하준의 아버지가 일찌감치 지어놓은 것이었다.반현민의 이름에는 반씨 가문을 짊어지고 나가야 하는 책임이 담겨 있었다.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하는 남자와 달리 여자의 사명은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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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자, 박수. 드디어 와이프한테서 벗어나 싱글이 되었어. 이혼 축하해, 오빠.”강나현이 친구들을 이끌고 반하준 이혼 축하라고 쓰인 현수막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북까지 치면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엄마, 이모 지금 뭐 하는 거예요?”반우정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아저씨랑 창피한 짓을 하고 있는 중이야.”강민아는 반우정의 손을 잡고 최대한 멀리 돌아갔다. 그녀가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모습을 본 강나현이 의기양양하게 웃었다.반하준이 창피함을 무릅쓰고 강나현에게 다가갔다.“지금 뭐 하는 거야?”강나현이 까치발을 들고 반하준의 어깨에 팔을 척 걸쳤다.“이혼을 축하해주고 있잖아.”반하준의 얼굴이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조용히 좀 해. 자랑할 일도 아닌데.”하지만 강나현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이혼해서 너무도 기뻤다.“됐어. 가자. 내가 자리 다 예약해놓았어. 오늘 기쁜 날인데 신나게 놀아야지.”...그날 밤, 클럽 룸.강나현이 술잔을 높이 들고 외쳤다.“자, 오빠가 싱글 된 거 축하해야지. 이젠 가정이라는 족쇄를 풀고 마음껏 여자도 만나고 술도 마셔. 싱글 만세.”다른 사람들도 따라 외쳤다.“하준아, 이혼 축하해.”강나현이 어깨를 들썩이며 괴성을 지르는 모습이 정말 킹콩 같았다.소파에 앉아 있는 반하준의 얼굴이 어두운 그림자로 뒤덮였다. 그는 술잔을 들어 아무 말 없이 술만 마셨다.‘왜 이렇게 답답하지?’결혼 생활 7년 동안 그는 강민아를 좋아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젠 이혼까지 했으니 속이 후련해야 마땅했다.독한 술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가슴 속이 타는 듯했다.강나현은 위스키병을 들고 그의 옆에 바싹 붙어 앉았다.“싱글이 된 기념으로 내가 아주 끝내주는 아가씨들로 몇 명 불렀어. 내 눈썰미를 믿어 봐. 하나같이 죽여주게 예쁠 거야.”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분위기를 띄웠다.“대박. 나도 아가씨랑 놀래.”강나현이 큰소리로 말했다.“형님이라고 부르면 아가씨 불러줄게.”그들은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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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하얀 원피스는 강민아가 당시 입을 수 있는 옷 중에서 가장 좋은 옷이었다.강나현이 호탕한 목소리로 여자를 불렀다.“언니, 이리 와서 우리랑 같이 술 마시자.”겁에 질린 여자가 황급히 고개를 내저었다.“저... 술 못 마셔요.”강나현은 콧방귀를 뀌고는 주위 남자들에게 물었다.“너희들은 다 이런 스타일 좋아하지? 순진해 보이는 거. 나까지도 불쌍하게 느껴지잖아.”“저런 토끼 같은 애들이 인기가 많긴 하지.”“하준이가 마음에 든 애라면 우린 건드리지 않아.”강나현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언니, 무서워하지 말고 내 옆에 앉아.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여자는 강나현에게 경계를 풀고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강나현이 그녀에게 술잔을 쥐여주었다.“자, 하준 오빠한테 한잔 따라줘.”여자는 강나현에게 등 떠밀려 억지로 반하준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반하준의 차가운 얼굴을 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대... 대표님.”여자가 술을 따르려 했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반하준의 분노가 확 폭발했다.‘민아 아니잖아. 하얀 원피스를 보고 대체 뭘 기대했던 거지?’“꺼져.”반하준이 술잔을 엎은 바람에 술이 여자의 얼굴에 그대로 쏟아졌고 곧이어 비명이 들려왔다.룸 안이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고 모두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그 누구도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고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흐느껴 울었다.강나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여자의 등을 토닥였다.“아이고, 울지 마. 언니가 우니까 내 마음이 다 아프네. 같이 나가자.”강나현은 여자를 데리고 룸을 나선 후 화장실 쪽으로 향했다. 룸을 나서자 여자도 조금씩 진정되는 듯했다.“데리고 나와줘서 고마워요.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정말 어찌할 바를 몰랐을 거예요. 그나저나 반 대표님 너무 무서워요. 전 김예나라고 하는데 이름이 뭐예요?”강나현을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에 호감이 가득했다.복도에 드리워진 어두운 조명 덕에 강나현의 두 눈에 비친 감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뭐야? 나랑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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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강나현의 말에 김예나는 겁에 질려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의 반응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듯했다.강나현이 떠나고 10여 분 후 김예나는 제대로 걷기 힘들 정도로 아픈 몸을 이끌고 화장실에서 나왔다.깔끔한 정장을 입은 심은호가 문 앞에 서 있었는데 별다른 표정 없이 덤덤하기만 했다. 김예나는 손에 쥔 메모리 카드를 그에게 건넸다.“절 알아보지 못했어요.”멍투성이가 된 그녀는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저 여자를 꼭 지옥에 보낼 겁니다. 유하의 복수를 하고 말 거예요.”심은호는 메모리 카드를 받아 들고 차갑게 돌아섰다. 그러자 김예나가 그를 불러 세웠다.“궁금한 게 있는데요. 변호사님은 왜 갑자기 절 도와주시는 거죠? 전에 제가 아무리 부탁해도 이 사건을 거들떠보지도 않으셨잖아요.”심은호는 손가락 끝으로 작은 메모리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한 여자의 마음을 얻고 싶어서요.”...검은색 마이바흐가 반씨 저택의 차고로 들어섰다.강나현은 손을 뻗어 반하준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걸쳤다. 반하준은 정신을 차리고 본능적으로 팔을 빼냈다.“오빠, 내가 잡아줄게.”“괜찮아.”그는 쉰 목소리로 말하고는 옆쪽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강나현이 황급히 뒤따라 내렸다.“아휴, 조심 좀 해. 그렇게 많이 마셔 놓고.”강나현이 따라가 반하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그는 이미 멀리 가버렸다.그는 집 안으로 들어간 후 소파에 앉아 미간을 문질렀다. 이렇게 머리가 아플 정도로 술을 마신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레몬 물 줘.”반하준이 허공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나현이 막 들어오던 터라 제대로 듣지 못했다.“응? 뭐라고?”그는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텅 빈 느낌이었다.강민아가 집을 나간 지 벌써 한 달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강민아가 없는 집을 적응하지 못했다.도우미들 또한 강민아가 없는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심지어 연진숙과 반현민까지 점점 더 불만을 쏟아냈다.반하준은 배를 움켜쥐고 미간을 찌푸린 채 고통스러운 신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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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강나현은 반하준이 내뿜는 싸늘한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의 얼굴에 살기마저 담겨 있는 듯했다.“왜 그래? 언니가 또 무슨 기분 나쁜 소리라도 했어?”반하준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세 글자를 내뱉었다.“심은호!”강나현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왜.”심은호의 빈정거리는 웃음소리가 반하준의 귀에 꽂혔다.“너 지금 민아 방에 있어?”반하준의 목소리가 확 낮아졌다.강나현은 충격에 빠진 얼굴로 반하준을 쳐다보았고 입을 쩍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랑 민아가 오늘에 이혼했는데 벌써 신나서 호텔에서 밤을 보내?”지금 이 순간 반하준은 분노한 수컷 사자를 방불케 했다. 그와 달리 심은호는 느긋하기만 했다.“민아 씨가 내 호텔에 묵고 있거든. 한밤중에 내 손님이 방해받도록 내버려 둘 수 없지. 그리고...”심은호는 잠깐 멈칫했다가 말을 이었다.“이혼했는데도 다른 남자를 만나지 않고 혼자 지내야 해?”반하준의 잘생긴 얼굴이 점점 더 차가워졌다. 주먹을 어찌나 꽉 쥐었는지 손등의 핏줄이 다 튀어나올 듯했다.“심은호, 예전부터 민아한테 마음이 있었지? 전에 내 아이 생일 때 해외에서 비행기를 12시간 타고 날아온 이유가 혹시 강민아 때문이야?”매번 심은호와 만날 때마다 강민아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게 문득 떠올랐다.‘나랑 친해지고 싶었던 게 아니라 내가 초대한 핑계로 민아를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었던 거였어.’반하준은 가슴이 점점 더 답답해졌다.“남의 아내를 탐내다니. 심은호, 너 아주 저질이구나.”그러자 심은호가 코웃음을 쳤다.“넌 무슨 자격으로 날 비난하는 거지?”“민아 한때는 내 아내였으니까.”“하지만 진심을 저버린 사람은 나중에 엄청난 고통을 당하게 돼 있어.”반하준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그의 위를 움켜쥐는 것처럼 아팠고 손톱이 살갗을 파고들어 피가 흘러나왔다.그의 창백한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반하준, 제발 그만해. 민아 씨 잠 좀 편히 자게 내버려 둬.”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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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반하준이 경멸스럽게 콧방귀를 뀌면서 침대에서 일어섰다. 몸이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었다.그는 샤워를 하고 목욕 가운을 걸친 채 욕실에서 나왔다. 그런데 강나현이 졸린 눈을 비비면서 미닫이문에 기대어 서 있는 걸 보았다.그녀는 고양이처럼 기지개를 켜며 복근을 은근히 과시했다.“오빠, 빨리 깼네.”순간 멈칫한 반하준은 머리를 닦던 수건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젖은 슬리퍼를 갈아신는 것도 잊은 채 강민아의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는 침대의 이불을 들추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마치 강민아가 방 안에 숨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끼익.옷장을 열어보니 고급 맞춤복이 가득 걸려 있었다.강민아는 반우정과 함께 집을 나갈 때 캐리어 하나만 들고 나갔다. 그 캐리어 안에는 평소 반우정에게 사 줬던 옷들이 들어 있었다.반씨 가문 사람들 모두 지난 7년 동안 강민아를 홀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강민아에게 이렇게 많은 고급 맞춤복과 명품 가방, 그리고 값비싼 보석들이 있지 않은가.하지만 이 모든 것은 반씨 가문의 명의로 구매한 것들이었고 반하준과 연진숙의 명의로 등록되어 있었다. 강민아가 마음대로 가져가면 절도가 되는 것이었다.심지어 그녀마저도 반씨 가문을 빛내기 위해 거금을 들여 사 온 존재였다.반하준의 행동에 강나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오빠, 왜 그래?”옷장 앞에 있던 반하준은 갑자기 돌아서서 강민아의 잠옷을 입은 강나현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제야 모든 걸 깨달았다.“어젯밤에 민아 방에서 잤어?”‘이혼까지 했는데도 아직도 이름을 저렇게 다정하게 불러?’강나현은 불만이 가득했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응. 오빠가 너무 아파해서 혼자 놔두고 갈 수가 없었어. 어차피 민아 언니 방이 비어 있으니까 하룻밤 자면서 오빠를 챙겨주려고 그랬지.”그의 얼굴이 점점 차가워졌다. 강나현은 문득 뭔가 깨달은 듯 목소리마저 떨렸다.“설마 민아 언니가 돌아왔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그녀가 다급하게 캐물었다.“오빠, 민아 언니랑 이혼한 거 후회해?”“무슨 헛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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