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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Author: 복덩이
“네가 남이 버린 헌신짝을 좋아할 줄은 몰랐어.”

반하준에게 있어서 강민아는 버려진 헌신짝일 뿐이었다. 그녀는 심은호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남자한테 복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방법으로 자신의 성적 매력을 과시하고 다른 사람한테 27살인데도 여전히 원하는 남자가 있다는 걸 자랑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내 가치를 남자가 있느냐 없느냐로 증명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강민아는 웃으면서 이어 말했다.

“자신에게 상처를 줬던 사람한테 복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남자든 여자든 상대가 자신을 우러러보게 만드는 거예요.”

그녀는 더 이상 움츠러들지 않고 남자 뒤에서 숨죽이는 여자로 살지 않을 것이다.

반하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가야 했다. 아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것이다. 반하준조차 도달할 수 없는 곳으로.

강민아가 정신을 차렸을 때 심은호가 뜨거운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두 눈에 당황함이 스쳤다.

심은호가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군요.”

그가 좋아했던 강민아는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네?”

침대에 엎드려 웅얼거린 탓에 강민아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심은호는 시선을 늘어뜨리고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

“현민이가 어린이집에서 위험한 도구를 사용한 거 말이에요. 민아 씨가 나서기 곤란하면 내가 해결할게요. 어쨌든 내가 피해자니까요.”

강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피해자니까 반씨 가문과 어린이집에 보상과 사과를 요구할 정당한 권리가 있어요.”

그녀는 딸을 내려다보았다. 어른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지만 아이는 그럴 수 없었다.

반우정과 반현민을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게 하면 또다시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반우정이 반을 옮긴다고 해도 여전히 마주칠 게 분명했다.

“정이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데 원래는 두 아이를 승덕 명문 학교 초등부로 보내려고 했거든요. 근데 정이를 다른 학교에 보내고 싶어요. 서경시에서 교사진이 가장 좋은 초등학교는 승덕 외에...”

“이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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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생긴 반하준의 얼굴이 팍 일그러지며 살벌한 표정이 드러났다.“아줌마한테 해달라고 해!”참 터무니없다.강민아를 대하는 민이의 태도가 확 달라지니 고통받는 사람은 그가 되었다.반하준은 이런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지만 민이는 고집스럽게 떼를 썼다.“엄마가 직접 끓인 죽 먹고 싶어요! 으아앙!”전화기 너머로 아이가 칭얼대자 반하준은 귀에 수많은 바늘이 꽂힌 듯 고막을 찌르는 듯한 이명을 느꼈다.“그럼 내가 그 여자 손을 잘라서 죽 만들어줄게!”홧김에 뱉은 말에 민이의 얼굴이 충격으로 창백해졌다.“아빠!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난 엄마...”“다시는 엄마라는 말 입에 담지 마!”매정하게 전화를 끊어버린 남자는 가슴을 들썩이며 숨을 쉴 때마다 심장이 아팠다.분노의 불길에 피가 부글부글 끓으며 전화기를 쥐고 있던 손에서는 푸른 혈관이 뚫고 나올 기세로 뱀처럼 꿈틀거렸다.그는 여전히 강민아가 그토록 오랜 결혼 생활 동안 자신에게 무심했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조금 전 봤던 건 전부 우연일 거다.그렇다면 스코틀랜드식 에그는?만드는 과정이 복잡한 스코틀랜드식 에그는 강민아가 분명 매번 손수 만들어줬을 거다.반하준은 컴퓨터를 들여다보다가 강민아가 올해 자신과 아이를 위해 스코틀랜드식 에그를 만들었던 영상을 발견했다.그는 모니터를 통해 강민아가 스코틀랜드식 에그를 직접 손으로 하나하나 만드는 것을 확인했다.반하준은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입꼬리까지 올라갔다.그러다 갑자기 반하준이 고개를 앞으로 숙여 컴퓨터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강민아가 스코틀랜드식 에그를 두 개만 만든 게 아니겠나.반하준과 민이, 정이를 위한 것이라면 세 개를 만들어야 했다.반하준은 음식이 거의 끝날 무렵 강민아가 냉장고에서 상자를 하나 꺼내는 것을 발견했다.포장을 뜯어보니 안에는 이미 튀긴 스코틀랜드식 에그가 들어있었고, 강민아는 조리된 채 얼린 스코틀랜드식 에그를 꺼내 에어프라이어에 넣었다.그렇게 곧 스코틀랜드식 에그 3인분이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74화

    반하준의 얼굴이 다소 일그러지고 반용화는 반하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꿰뚫어 보았다.“촌수로 따지면 너와 석현이가 같지 않나? 대단하신 반 대표님이라 사촌 동생한테 사과를 못 하겠어?”세대로 따지면 반석현이 그의 사촌 동생인 것은 맞지만 반석현은 민이와 동갑내기였다.게다가 반석현은 반용화의 양아들에 불과했고 반씨 가문에서 그의 지위는 민이보다 열세였다.그런데 어른인 그를 보고 반석현에게 사과하라고 하니 반하준은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반용화가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연진숙이 걸어 나왔다.“용화 씨, 지금 뭐 해요? 왜 가만히 있는 하준이보고 석현이한테 사과하라는 건데요? 그러다 애가 벌 받아요.”마지막 말은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기에 연진숙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대단한 반용화가 굳이 그녀에게 캐묻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준아,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손 내밀어.”반용화는 아무 기복 없는 목소리에 웃어른의 진중함을 담아 명령했다.반하준은 막연하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마치 강한 힘이 자신을 부추기는 것 같아서 도저히 손을 뻗지 않을 수가 없었다.반용화가 비서에게 눈짓하자 비서는 자를 꺼내 반하준의 손바닥을 내리쳤다.짜악!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연진숙은 몸을 흠칫 떨었다. 병실에서 울고 있던 민이도 벌벌 떨며 울음을 그쳤다.맞은 반하준의 손바닥은 순간 하얗게 변했다가 이내 피가 몰리며 맨눈으로 보일 정도로 빠르게 부풀어 올랐다.때린 건 반하준의 손바닥이지만 아픈 건 연진숙의 마음이었다. 연진숙은 속이 쓰라린 느낌에 입술을 달달 떨었다.“이... 이게 대체...”연진숙은 충격에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일부러 그녀가 보는 앞에서 때렸다는 걸 안다.반용화는 올곧은 소나무처럼 휠체어에 꼿꼿하게 앉아 있었다.“네 아들이 석현이한테 무례하게 굴어서 때리는 거야. 네 어머니가 말실수했으니 벌은 네가 받아야지.”반용화가 연진숙에게 말했다.“형수님, 다음에 또 말실수하면 그땐 제가 하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73화

    반용화는 깊은 웅덩이처럼 맑고 차가운 눈빛으로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반하준의 시선이 반용화의 두 다리로 향했다.7년 전, 반용화는 미린국의 제재를 받고 국가안보 리스트에 올랐다. 국내를 떠나 미린국과 조약을 맺은 나라만 가면 곧바로 체포될 수 있었다.그러나 국내의 많은 학자들에게 이러한 제재는 영광이라고 할 수 있다. 심한기도 5년 전에 미린국의 입국 제한 명단에 올랐고, 미린국은 심한기가 학자의 신분으로 어떠한 동맹국이든 연구 방문하는 것을 금지했다. 즉 세계 10대 대학에 전부 심한기, 반용화와 협업하는 것을 금한 것이다.하지만 이들이 국내에 거주하는 한 최고급 학자로서 생활하는 데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그러다 하필 반용화에게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목숨을 노린 교통사고가 일어난 것. 다행히 반용화는 목숨은 건졌지만 대신 다리를 잃었다.이후 반씨 가문은 반용화를 더욱 회피했고, 반용화도 반씨 가문 기업은 물론 그 어떤 사람과도 엮이려 하지 않으며 일부러 반씨 가문과 거리를 두었다.반하준은 반용화가 수많은 사람 중 강민아를 발탁해 영재반에 데려간 것 말고는 둘 사이에 접점이 없다고 생각했다.가족 모임에서 몇 번 만난 게 전부였다.강민아도 반용화를 만나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하는 것 외에는 두 사람 사이에 별다른 교류가 없었다.이 때문에 반하준은 오랫동안 반용화와 강민아가 서로를 잘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반용화의 말이 그의 심장을 꽉 움켜쥐었다.“강민아가 원하던 야심 찬 목표가 뭔데요?”반용화의 검은 눈동자엔 통찰력이 섬광처럼 번뜩였다. 그는 반하준의 당황과 긴장을 전부 꿰뚫어 보고 있었다.강민아가 자신을 깊이 사랑한다고 믿어왔던 것이 반용화의 한 마디에 너무도 쉽게 뒤집혀버린 것이다.“걔가 할 일은 끝났어. 사모님이라는 신분으로 보호받으며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지. 반씨 가문이 걔를 지켜주는 건 여기까지야. 이제부터는 내가 해. 하지만 너한테 고맙다는 말은 안 해. 결혼은 했지만 평범한 부부생활을 보내진 못했잖아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72화

    그가 고개를 돌려 병실을 보니 의사들이 병상 주변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민이의 상태가 더 안 좋아진 건가?’“네 아들 왜 저래?”“독한 엄마 때문에 저렇게 됐죠.”그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차가운 기운이 칼날처럼 그의 얼굴을 스쳤다.뺨이 찬바람을 맞은 것처럼 아팠다.반하준은 물었다.“작은아버지, 왜 그런 눈빛으로 저를 보시는 거예요?”그의 말이 틀렸나.“제 아들이 강민아에게 달려가서 화해하자고, 제발 좀 자기를 봐달라고, 한 번만 안아달라고 애원했지만 강민아는 애가 밖에서 비를 맞게 내버려뒀어요. 그래서 민이가 저 지경이 됐는데 엄마로서 책임이 없나요?”반용화의 흠잡을 곳 없는 얼굴은 내내 무표정이었다.“나보고 민아를 질책하라는 거야?”반하준이 그를 똑바로 마주했다.“작은아버지도 반씨 가문 사람인데 팔이 바깥으로 굽으면 안 되죠.”반용화는 깊은 눈동자로 덤덤하게 반하준을 응시했다.“난 반씨 가문 사람이니까 당연히 반씨 가문 편을 들 거야. 반씨 가문 사람들이 선을 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불쾌함을 느낀 반하준의 말에 가시가 돋쳐 있었다.“강민아와 저는 이미 이혼했는데 작은아버지는 무슨 신분으로 걔 편을 드는 거죠?”반용화는 지나치게 강민아를 챙기고 있었다.이건 제자에 대한 스승의 애정을 넘어선 감정이다.게다가 반용화가 어떻게 강민아의 스승인가. 제대로 가르친 적도 없는데.“민아가 너랑 결혼한 진짜 이유가 뭔지 알아?”당황한 반하준은 순간 머릿속이 윙윙 울렸다.“나랑 결혼하는데 다른 이유가 있겠어요? 날 좋아하고 내 위치 때문에...”“네 신분 때문인 건 맞지.”반용화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는 너무 많은 것을 감추고 있었다.반하준은 그런 그의 눈빛에 불안한 마음이 쿵쾅거렸다.“난 부신 그룹 대표고 그 여자는 불순한 의도로 내게 접근했어요.”“그래.”반용화가 인정했다.“민아는 더 큰 꿈을 위해 7년 동안 반씨 가문에 있었던 거야.”반하준은 휠체어에 앉은 반용화를 바라보면서 숨이 가빠지고 동공이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71화

    반하준이 민이를 병원에 데려왔을 때 민이의 목소리는 우느라 다 쉬었다.이젠 소리조차 나오지 않자 작은 얼굴은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장시간 격한 감정 기복과 빗속에서 넘어지기까지 해서 몸의 염증을 유발한 탓에 민이의 뺨은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온몸은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반하준은 민이에게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직감하고 재빨리 의사를 불렀다.여러 명의 의사가 민이를 둘러싸고 곧바로 응급처치를 시작했다.소식을 들은 연진숙은 병원에 도착해 의사들이 병상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보고 가슴을 움켜쥔 채 소리를 질렀다.“민이한테 무슨 일 생겼어? 오소정이 어디로 데려갔어?”“강민아를 찾으러 갔어요.”반하준이 퉁명스럽게 말하자 연진숙은 신경질적으로 물었다.“그 양심 없는 것을 만나러 갔는데 왜 이렇게 됐어? 강민아가 민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남자가 싸늘하게 말했다.“민이를 용서하지 않고 민이가 비를 맞도록 내버려두었대요.”그 말을 들은 연진숙은 분노에 기절할 것만 같았다.“기자들 불러서 강민아는 엄마가 될 자격이 없다고 모든 매체에 대서특필할 거야! 유명하다고 우리가 대단하게 생각할 줄 아나 본데, 명성은 원래 양날의 검이야. 높이 올라갈수록 처참하게 떨어진다고!”“마음대로 하세요.”뒤돌아 병실을 나서는 반하준의 얼굴이 침울했다.강민아의 이름은 가시처럼 그의 심장 깊숙이 박혀 혈관 속을 누비고 다녔다.그녀를 생각만 해도 반하준은 온몸이 아팠다.아들이 동의하는 모습에 연진숙은 기분이 좋았다.“오늘 신씨 집안 딸과 소개팅한 건 어땠어?”그녀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반하준은 귀를 의심했다.“어머니, 의사들이 지금 민이를 살리고 있잖아요!”조금 전까지 민이의 몸 상태에 대해 슬퍼하던 사람이 곧바로 기대에 찬 목소리로 반하준의 연애사에 개입했다.“의사들이 민이를 살리고 있지만 애한테 새엄마를 찾아주는 것과 아무 상관이 없지.”연진숙이 덧붙였다.“빨리 새엄마를 찾아줘야 민이를 잘 보살펴주지. 신씨 집안 딸이 의대생에 한의학 전공했대.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70화

    옷은 모두 젖어서 하얗고 얇은 천이 몸에 딱 달라붙어 섬세한 곡선을 드러내고 있었다.오소정의 입이 달걀 하나는 족히 들어갈 정도로 떡 벌어졌다.“여사님... 왜 그러세요?”오소정은 도민영이 미친 게 아닌지 의심되었다.도민영은 음악을 틀어놓고 휴대폰을 향해 요염한 몸짓을 선보이며 말했다.“모르겠어요? 나 성진 씨한테 복수하고 있어요!”그제야 오소정은 도민영이 SNS 계정을 만들어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이게 무슨 복수에요?”오소정의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도민영은 허리를 비틀며 가슴을 흔들었다.“성진 씨가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 내 몸을 다른 남자들에게 보여줄 거예요!”오소정은 침묵했다. 강씨 가문에서 오랫동안 온실 속 화초로 자란 사람은 역시 남다르다.민이가 중얼거렸다.“할머니는 무슨 소설에서 뛰쳐나온 사람 같아요.”오소정은 민이를 안은 채 도민영에게서 멀어졌다.“도련님, 비가 너무 많이 오니까 제가 차까지 모셔다드릴게요.”“안 돼요. 내려주세요!”오소정이 민이를 휠체어에 태우려 하자 민이의 온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면서 또다시 휠체어에서 떨어졌다.“도련님!”오소정은 이제 목소리가 다 갈라져 있었다.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는 민이를 부축해 주려 하자 아이가 빽 소리를 질렀다.“건드리지 마!”“도련님, 바닥에 엎드려 있으면 어떡해요!”빗물이 얼음처럼 민이의 얼굴을 때렸지만 추운 날씨에 이미 감각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건드리지 마, 건드리지 말라고!”도민영의 행동이 민이를 자극했다. 이렇게 바닥에 누워 있으면 강민아가 자신을 절대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민이와 도민영을 쫓아내려던 경비원들이 이 장면을 목격했다.민이는 바닥에 쓰러져 울부짖고 도민영은 쏟아지는 빗속에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하나는 미친 할망구, 하나는 미친 아이라 차마 다가가서 쫓아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16층에서 강민아는 커튼을 열어 아래층 광경을 보고는 다시 커튼을 닫았다.다섯살 민이가 떼를 쓰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69화

    오소정의 심장이 철렁했다.“도련님!”“으아앙, 엄마!”민이는 두 손으로 강민아를 향해 기어가려고 했다.“엄마, 나 좀 봐줘요!”두 눈에서 눈물이 솟구치고 뺨이 붉게 상기된 채 민이는 몸의 통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앞으로 기어 나갔다.하늘에서 가랑비가 내리고 오소정이 서둘러 민이를 안아 들었다.강민아와 정이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오소정이 민이를 안은 채 뛰어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강민아와 정이가 안으로 들어갔다.“엄마!”민이는 목이 터지라 울부짖으며 두 팔을 쭉 뻗었지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아이는 손을 뻗어 엘리베이터 문을 두드렸고 슬픈 울음소리가 건물 전체에 울려 퍼졌다.“엄마! 다시는 엄마를 화나게 하지 않을게요! 제발 돌아와요! 내가 이렇게 빌게요! 돌아와 줘요!”엘리베이터가 올라가고 머리 위 조명이 고개를 든 강민아의 눈동자를 비추었다. 흑백이 분명한 눈동자는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었다.민이가 버린 밥은 다시 지으면 그만이고, 민이가 찢어버린 시험지와 교과서도 다시 쓰면 되지만...버려진 사랑은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쓰레기통에서 자신이 부쉈던 조각들을 꺼내 다시 이어 붙여도 그 위에 얼룩진 상처는 다시 돌이킬 수 없었다.그것이 그녀가 엄마로서 아이에게 가르치는 마지막 교훈이었다.거듭된 상처를 받은 후 엄마로서 용기를 내어 가해자인 아들을 떠난 것이다....“엄마...”정이가 속삭였다.강민아가 슬퍼하는 것이 느껴져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엄마를 위로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강민아는 아랫입술에 깊은 이빨 자국이 남을 정도로 깨물며 고개를 숙이고 정이에게 괜찮다는 미소를 지으려 했다.하지만 표정을 바꾸자 뜨거운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정이는 마음이 아프고 코끝이 시큰거렸다.“엄마, 민이 낳은 거 후회해요?”강민아가 고개를 저으며 쭈그리고 앉자 정이는 손을 내밀어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강민아가 말했다.“정아, 난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68화

    옆에서 지켜보던 도민영도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딸, 민이 동생 용서해 줘. 엄마가 자식 용서 안 하는 게 어디 있어.”민이가 물었다.“엄마는 내가 어떻게 해야 용서해 줄 거예요? 내 카드 엄마한테 줄게요!”평소 강나현이 카드를 긁는 것을 제일 좋아했기에 민이는 손에 쥔 블랙 카드가 제일 가치 있고 누구나 탐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강민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민아,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건 이번 한 번만 용서하는 게 아니야. 오늘 내가 너를 용서하면 앞으로 매일 밥을 짓고 죽을 끓일 때마다 널 한 번씩 용서해야 할 거야. 앞으로 강나현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또다시 너를 용서해야 하고, 네 아빠를 볼 때면 반씨 가문에서 네가 나에게 했던 말과 행동이 떠오를 거야. 그러면 난 또 내 아픈 상처를 마주하면서 너그러운 척 너를 용서해야 해.”강민아는 민이의 눈에 수정 같은 눈물이 소용돌이치는 것을 보았다. 아이는 지금 속상한 마음에 울기 직전이었다.“이제 오토바이 탈 수 있어?”강민아가 묻자 민이는 울면서 말했다.“이제 못 타요.”강민아가 덤덤하게 대꾸했다.“그래, 나도 못 해. 한번 뱀에게 물리면 10년 동안 밧줄만 봐도 놀란다는데, 넌 몸을 다쳤지만 난 마음을 다쳤어.”민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굵은 눈물을 흘렸다.“난 뱀이 아니라 엄마 아들이에요...”“난 네 아빠와의 결혼생활에서 일찍 벗어날 수 있었어. 하지만 너희를 두고 갈 수가 없었어. 네 아빠와 이혼하면 둘 다 데려가진 못하니까. 둘 다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인데 누구를 버리겠어? 근데 네가 날 도와줬어. 네 덕분에 숨 막히는 결혼생활을 끝낼 결심을 할 수 있었어.”강민아는 오래전부터 이혼할 생각이 뇌리에 박혀 있었다.줄곧 이혼을 준비해 왔기에 반하준 명의로 된 다양한 사업체와 자금을 파악하고, 마음을 굳힌 후 빠르게 이혼 서류와 합리적인 공동 재산 분배 계획을 반하준에게 내밀 수 있었다.아이를 낳은 후 본능적인 모성애가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아이 울음소리만 들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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