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Chapter 61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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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반 친구들 모두 반현민을 부러워했다....찐빵 천국.반우정은 커다란 찐빵 하나를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우고는 우유까지 야무지게 마셨다.맞은편 테이블에 앉아 반우정이 먹는 모습을 보던 한 초등학생은 저도 모르게 한 입 더 쑤셔 넣었다.반우정이 아침 식사를 마치자 강민아가 물티슈를 건넸다.“어린이집 가자.”어린이집이라는 소리에 반짝였던 반우정의 눈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강민아는 딸의 감정 변화를 바로 캐치했다.“왜 그래?”“엄마, 이젠 어린이집 가는 게 별로 좋지 않아요.”강민아가 물었다.“어린이집에서 무슨 일 있었어?”반우정이 고개를 저었다. 요즘 들어 다른 친구들이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엄마를 걱정시키고 싶진 않았다.“아니에요. 어린이집은 싫지만 좋은 친구들이 있잖아요. 친구들이랑 있으면 재미있어요.”딸이 정확한 이유를 말하지 않았지만 강민아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승덕 명문 학교는 귀족 학교라 아이들이 부모 영향을 받아서 반우정을 대하는 태도가 변했을 가능성이 컸다.강민아는 반우정과 함께 택시에 올라탔다. 잠시 후 휴대폰이 울려 전화를 받았다.“안녕하세요. 강민아 씨 되십니까?”“네. 그런데요?”“저는 ALI 수학 경시대회 조직위원회 직원입니다. 예선에서 1등 하신 걸 알려드리려고 연락드렸습니다.”강민아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1등이라고요?”‘조직위원회에서 잘못 안 거 아니겠지?’직원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강민아 씨가 89점을 받았어요.”‘일부러 점수를 낮게 받으려고 했는데 89점이 예선 1등이라고? ALI 수학 경시대회 참가자 중에 제대로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나?’“강민아 씨, 제출하신 자료를 보니 고연대학교를 졸업하셨지만 7년 동안 전업주부로 지내셨더군요. 조직위원회에서는 강민아 씨가 어떻게 대회에 참가하게 됐고 또 어떻게 이렇게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 무척 궁금해합니다. 그리고 JVC 방송국 기자가 민아 씨 성적과 상황을 알고 인터뷰하고 싶다는데 괜찮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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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반현민이 굳은 얼굴로 친구들에게 경고했다.“앞으로는 반우정이랑 놀지 마.”아이들이 일렬로 서더니 일제히 반현민에게 예를 갖춰 대답했다.“알았어.”강민아는 학교 정문을 본 순간 반우정의 표정이 굳어진 걸 캐치했다.“정이야?”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반우정은 어깨에 멘 가방끈을 꼭 잡고 애써 밝은 척했다.“엄마, 어린이집 갈게요. 빠이빠이.”반우정은 평소에 같이 놀던 친구들을 보고 기뻐하며 달려갔다.“민설윤.”그런데 민설윤이 반우정을 힐끗 보더니 고개를 숙이고 걸음을 재촉했다. 반우정은 민설윤을 따라가서 신난 얼굴로 말했다.“설윤아, 나 이름 바꿨어. 이젠 반우정이 아니고 강윤정이야. 엄마 성을 따르기로 했어.”“나랑 말하지 마.”민설윤이 옆으로 피하면서 반우정과 거리를 벌렸다. 그 모습에 반우정은 큰 충격을 받은 듯 그 자리에 멈춰 섰다.“설윤아, 왜 그래?”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민설윤이 발걸음을 멈췄다.“반현민이 너랑 노는 애는 어린이집에서 왕따당할 거라고 했어.”반우정은 놀란 나머지 넋이 나갔다.강민아는 떠나지 않고 멀찍이 서서 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반우정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알아차리는 그녀였다.“민아야.”누군가 그녀를 불러 고개를 돌려보니 반진경이 딸 반연주의 손을 잡고 다가오고 있었다.반진경은 반하준의 사촌 누나다. 남편은 평범한 집안 출신으로 반씨 가문에 데릴사위로 들어왔다.반진경이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두 눈을 깜빡였다.“너 진짜 하준이랑 이혼했어?”“네. 이혼했어요.”강민아의 시선이 반연주에게 닿은 순간 그녀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반연주와 반우정의 나이는 같지만 몸집 차이가 심하게 났다.반진경은 아이를 채식주의자로 키우겠다고 어릴 때부터 채소만 먹였다. 그 바람에 반연주의 몸이 종잇장처럼 가벼웠고 얼굴도 잿빛처럼 하얬다.그래도 그녀가 반씨 가문에 있을 때 몰래 반연주에게 고기를 챙겨줬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일자리는 구했어?”반진경이 물었다.“아직요.”강민아가 솔직하게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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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은혜도 모르면서. 이거 놔.”반우정이 무섭게 화를 냈다.“방금 뭐라고 했어?”반현민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할머니가 그랬어. 은혜도 모르는 애를 키웠다고. 너랑 나 이젠 남매 아니야. 그 가식적인 여자랑 넌 썩은 하수구의 쥐새끼들이야. 우린 쥐새끼랑 같이 수업 안 해.”반현민의 뒤에 있던 아이들이 코를 막았다.“반우정, 빨리 도련님을 내려놓지 못해?”“반우정 몸에서 냄새나. 더러워.”“엄마가 우정이랑 말도 섞지 말랬어. 쟤는 우리랑 같이 수업 들을 자격 없어.”반우정이 이를 악물고 다른 손을 들었다. 반현민은 반우정이 때리려는 걸 눈치채고 뒤에 있는 친구들에게 소리쳤다.“나 좀 도와줘.”하지만 아무도 감히 반현민을 도우러 나서지 못했다.강나현은 오토바이에 기대서서 휴대폰으로 반우정이 반현민을 들어 올리는 과정을 전부 찍었다.반우정이 다른 손을 들어 반현민의 뺨을 때리려 하자 입꼬리를 씩 올렸다.‘때려. 계속 때려. 우정이가 현민이를 때리는 영상을 하준 오빠랑 어머님한테 보내야겠어.’잠시 후 옷깃을 잡고 있던 힘이 사라지면서 반현민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울음을 터트렸다.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앞에 서 있는 반우정을 올려다보았는데 아주 기세등등했다.반우정의 그림자가 반현민을 완전히 뒤덮었고 반현민은 겁에 질려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반현민의 친구들도 그런 반우정을 보고 혼비백산했다.반우정이 다시 주먹을 쥐었다.“으앙.”반현민은 친구들이 도와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체념한 듯 고개를 돌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예상했던 고통은 찾아오지 않았다.“나는 약한 애를 괴롭히지 않아.”반우정이 주먹을 내렸다. 아무 저항도 못 하는 약골을 때려봤자 재미도 없었다.“우정아, 무슨 일이야?”강민아가 다가오자 반현민이 반우정을 가리키면서 고자질했다.“쟤가 날 때렸어요.”반우정이 씩씩거리면서 말했다.“반현민이 다른 애들한테 나랑 놀지 말라고 했어요. 나랑 노는 애는 어린이집에서 왕따당할 거라고 했대요.”강민아의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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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반우정은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으로 옷자락을 꽉 쥐었다.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알지 못했지만 충동적인 행동으로 엄마에게 문제를 가져다줬다는 건 알고 있었다.강민아는 반우정의 어깨에 손을 얹어 보이지 않는 방패가 되어주었다.“제 딸은 친구를 때리지 않았습니다.”“때렸어요.”반현민이 팔을 흔들면서 반우정을 가리켰다.“우정이가 나 때렸어요. 나쁜 여자, 우정이만 편애하고. 눈이 멀어서 내가 맞는 걸 못 봤겠죠.”강민아는 강경하게 밀어붙였다.“학교 정문의 CCTV를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사람을 모함하고 헐뜯는 학생은 마땅히 처벌받아야 합니다.”그녀는 낯선 사람을 보듯 반현민을 쳐다보았다. 유영호가 강민아에게 손을 내저었다.“CCTV가 고장 났어요. 반현민 어린이는 3년 연속 교내 유망주라는 칭호를 받았고 승덕 명문 학교에서 가장 훌륭한 학생이에요. 전 현민 어린이의 말을 믿습니다.”유영호는 그 자리에 있던 학부모들에게도 물었다.“여러분, 조금 전 우정이가 현민이를 때리는 걸 보셨습니까?”적지 않은 학부모들이 유영호의 시선을 피했다.“봤어요.”반진경이 나섰다.“우정이가 현민이를 때리는 걸 봤어요.”“반진경 씨.”강민아가 낮은 목소리로 호통쳤다.“제정신입니까?”그러자 반진경이 강민아를 흘겨봤다.“넌 더 이상 반씨 가문 사모님이 아니잖아. 너랑 같은 성을 가진 애는 승덕 명문 학교에 다닐 자격이 없어.”반씨 가문 사람이 강민아를 배척하는 모습을 본 다른 학부모들도 목소리를 높였다.“우정이 어머님과 우정이는 이미 반씨 가문에서 쫓겨났는데 아직도 딸을 귀족 학교에 다니게 한다는 게 말이 돼요?”“우정이가 엄마를 닮아서 어디 내놓기 부끄러우니까 버린 거겠죠.”“딸을 저렇게 덩치 큰 아이로 키우는 건 처음 봐요. 우리 아들이 쟤한테 맞을까 봐 걱정된다니까요.”강민아는 반우정의 퇴학을 원하는 학부모들을 둘러보았다. 그녀는 그들의 역겨운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그녀가 반씨 가문을 떠난 후 그들은 그제야 점잖던 가면을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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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비서가 서류 봉투를 안고 잽싸게 달려왔다.“반우정 어린이의 학적 기록입니다.”유영호는 비서에게서 학적 기록을 받아 아무렇게나 바닥에 던지고는 뒷짐을 진 채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반우정을 승덕 명문 학교에서 내쫓는 것도 사실은 연진숙의 뜻이었다.어젯밤 연진숙이 특별히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반우정이 강민아의 성을 따르기로 했으니 더 이상 남의 집 딸을 키우고 싶지 않다고 했다.연진숙은 하루빨리 반우정을 내쫓고 싶어 했다. 귀한 손주가 반우정에게 영향을 받아 나쁜 짓을 할까 봐 걱정되었다.강민아는 몸을 굽혀 딸의 학적 기록을 주웠다. 그 모습을 본 반우정이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그녀는 학적 기록 봉투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는 딸을 보면서 부드럽고 굳건하게 웃었다.“정아, 무서워하지 마. 넌 이미 반우정이라는 이 기록과 상관없어. 바닥에 떨어진 건 반우정이지만 가슴을 펴고 일어선 건 강윤정이야.”강민아는 일어나서 반우정에게 손을 내밀었다.“네 인생은 한 번의 퇴학으로 끝나지 않아. 엄마가 있잖아. 엄마가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줄게.”구경하던 학부모들은 양쪽으로 물러서서 강민아와 반우정에게 길을 터주었다. 학교 대문이 겹겹이 막혀있어 두 모녀에게 남은 건 승덕 명문 학교를 떠나는 길뿐이었다.반우정이 울음을 그쳤지만 앳된 얼굴에 마르지 않은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반우정은 강민아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을 잡고 엄마의 손에서 전해지는 굳건한 힘을 느꼈다.엄마가 곁에 있어 주기만 한다면 마음이 편안해졌다.반우정은 전에 몇 번이고 강민아를 따라 떠났었다. 반현민만의 생일 파티를, 그들을 가두었던 반씨 가문을, 피를 빨아먹던 강씨 가문을 떠났었다.그때의 하늘은 오늘보다 더 어두웠지만 강민아는 아이의 손을 잡고 어둠 속에서 나아갔고 반우정은 마음이 따뜻하고 든든했다.아이는 강민아의 발자국을 따라 걸어갔다. 강민아가 자신을 빛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갑자기 베이지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작은 체구의 여자가 뛰쳐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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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교장은 무척 혼란스러웠다.‘왜 갑자기 이렇게 많은 기자가 학교 앞에 나타난 거지?’그들은 모두 강민아를 둘러싸고 있는데 혹시 강민아가 부른 사람들은 아닐까.하지만 반씨 가문에서 쫓겨난 낙오자가 어떻게 기자들을 동원할 능력이 있겠나.교장은 의아했다.“난 인터뷰 요청을 못 받았는데? 아이고, 방금 그건 다 연기였어요. 카메라에 찍힌 건 전부 사실이 아니라고요.”교장이 키 작은 여성 기자를 향해 멋쩍게 웃었다.“아가씨, 안으로 들어오세요. 제가 직접 학교를 둘러볼 수 있게 안내하면서 승덕 학교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 드리죠.”키 작은 여성 기자는 교장을 상대할 여유가 없었다.“저희는 인터뷰하러 온 게 아니라 교장 선생님의 행동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찾아온 거예요!”교장은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학교 정문 앞으로 찾아와서 뭘 하려고요?”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 키 작은 여성 기자가 강민아를 향해 서둘러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반진경이 소리를 질렀다.“무슨 일이야? 강민아가 기자를 부른 거야?”강나현은 이미 정이가 한 손으로 민이를 들어 올리는 영상을 자신과 반하준이 함께 있는 단톡방에 올렸다.그녀는 다시 휴대폰을 들고 강민아와 기자들을 향해 카메라를 겨누고는 2초 남짓한 영상을 단톡방에 올리면서 특별히 반하준을 태그했다.[큰일 났어! 민아 언니가 기자들을 불러서 학교 앞에서 마구 소란을 피우고 있어.]그녀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단톡방에서 말했다.[이건 너무하잖아. 시골 여자라 그 망할 버릇을 못 고쳤네.][우리 언니가 이혼하더니 완전히 미쳐버렸어. 딸한테도 아들을 때리라고 시켰어!]단톡방의 재벌가 도련님들은 저마다 강민아를 욕하기 바빴고 강나현은 휴대폰을 들고 다시 강민아를 향해 카메라를 돌렸다.파란색 정장을 입은 한 남자 직원이 강민아 앞에 서더니 카메라 앞에서 정중하게 붉은 봉투를 건넸다.“저는 ALI 수학 경시대회 조직위원회 대표로 왔습니다. 강민아 씨, 예선 1위로 본선 진출권을 획득한 것을 축하드립니다!”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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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혹시 따님이신가요?”“네, 제 딸 강윤정입니다.”기자들은 의아했다.“따님께서 강민아 씨 성을 따랐네요.”강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러면 남편분은...”강민아가 환하게 웃었다.“이혼했어요. 전남편은 언급할 가치도 없죠.”한 기자가 정이에게 물었다.“강윤정 어린이, 저희와 인터뷰해 주실 수 있나요?”정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조금 전 체구가 작은 여성 기자가 정이에게 물었다.“조금 전 왜 저 남자아이의 옷깃을 잡아당겼어요?”“쟤가 다른 애들한테 저랑 놀지 말라고 했어요. 제일 친한 친구한테도 저랑 말도 못 하게 하니까 화가 났어요.”정이는 손바닥을 바라보았다.“저도 그렇게 쉽게 들어 올릴 수 있을 줄은 몰랐어요. 민이는 너무 가벼워요.”조금 전 정이가 민이를 한 손에 들어 올리는 걸 목격한 카메라맨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강윤정 어린이, 제가 카메라를 바닥에 내려놓으면 들어 올릴 수 있어요?”전문적인 카메라 장비는 최소 20kg이 넘었다.카메라맨이 카메라를 바닥에 내려놓자 강윤정이 한 손으로 카메라를 들어 올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아령보다 훨씬 가볍네요.”카메라맨의 입이 떡 벌어졌다.“강윤정 어린이, ALI 수학 경시대회 예선전에서 1등을 한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 있어요?”정이는 카메라를 든 채 팔운동을 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우리 엄마는 원래도 훌륭한 사람이에요. 저는 엄마가 날개를 활짝 펴고 멀리멀리 더 높은 곳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강민아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정이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따뜻한 기류가 감도는 것을 느꼈다.다른 아이들은 옆에 서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정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우와, 반우정이 방송에 나온다.”민이는 팔짱을 낀 채 작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발로 흙탕물을 걷어찼다.“우리도 다 방송에 나왔어. 그게 뭐가 신기하다고!”그를 따라다니는 한 아이가 말했다.“우리는 서경 어린이 채널에만 나가잖아.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반우정과 너희 엄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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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생각 끝났어요.” 강민아는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아무리 생각이 바뀌어 내 딸을 다시 승덕 학교에 입학시켜도 당신은 승덕 학교 최악의 암 덩어리에요. 전 절대 당신 같은 사람이 이끄는 학교에 내 딸을 보내지 않아요.”수많은 기자 앞에서 강민아는 가차 없이 그를 비난했다.교장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변하며 숨소리마저 가빠졌다.그는 강민아에게 삿대질하며 앞에 있는 기자들을 향해 말했다.“다들 봤죠? 강민아 씨가 딸을 승덕 학교에 보내지 않은 겁니다. 제가 억지로 쫓아낸 게 아니에요. 함부로 모함하는 기사는 쓰지 마세요.”학교 앞에는 학부모부터 기자들까지 멈춰 선 차량이 하도 많아 몇 대의 리무진이 정차해도 알아차리는 사람이 없었다.차에 탄 백강훈은 정신을 차리고 창밖을 내다보니 웅장한 교문이 시야에 들어오자 눈을 크게 뜨고 운전기사에게 황급히 물었다.“왜 여기로 온 겁니까?”뒤를 돌아본 그는 다른 부서 차량도 뒤쪽에 멈춰서자 더욱 당황했다.운전기사는 백강훈의 질문에 오히려 어리둥절했다.“심은호 씨가 승덕 학교로 오신다고...”백강훈은 눈을 크게 뜨고 옆에 있는 심은호를 노려보았다.양복을 입은 심은호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차창으로 비치는 아침 햇살이 그를 비추며 선이 뚜렷한 옆태에 황금빛 테가 둘렸다.그는 무심코 고개를 옆으로 돌려 백강훈의 격앙된 눈빛을 마주했다.백강훈은 그래도 교양 있는 사람이라 욕설을 뱉지는 않았다.“승덕 학교에 도착했어. 내려.”“내릴 사람은 청장님이세요.”심은호가 이렇게 말하자 백강훈이 발끈했다.“심은호, 장난 그만해. 내가 왜 내려? 징계 위원회 사람들까지 너 때문에 승덕 학교로 왔는데.”백강훈은 무척 후회되었다. 시청 앞에서 심은호를 만나 그가 검찰원에 간다는 것을 듣고 데려다주겠다는 호의를 베풀었다.가는 동안엔 승덕 학교 교장의 서류를 건네 심은호에게 분석해 달라고 부탁했다.몇 킬로미터 여정에 대단한 변호사와 10분 남짓 상담할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했는데 심은호가 기사에게 학교로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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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유 교장, 내가 자네 파일을 가져왔어.”무거운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이 뒤돌아보았다.사람들과 함께 갑자기 나타난 백강훈을 보고 교장은 깜짝 놀랐다. 이번엔 그가 적지 않은 사람을 데리고 온 것을 보고 교장은 서둘러 달려가 그를 맞이했다.“청장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교장이 백강훈에게 악수를 청했지만 그의 손에 들어온 건 백강훈이 건넨 서류봉투였다.그 위에는 교장 유영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청장님, 이게 뭐죠?”백강훈은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자네 서류야. 이제 승덕 학교에서 나가!” 교장의 손이 떨리더니 서류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두 다리가 살짝 휘면서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청장님... 제가 뭘 잘못했나요...”교장은 강민아를 힐끗 보고는 서둘러 말했다.“반우정 학생의 퇴학에 관한 거라면 오해예요. 제가 이미 정중하게 반우정 학생의 입학을 제안했어요.”백강훈은 턱을 치켜들었다.“파일 열어서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봐.”봉투의 끈을 풀고 그 안에 든 한 장의 종이를 꺼내던 교장은 가늘게 뜨고 있던 눈이 순식간에 커졌다.맨 위에 놓인 종이에는 어젯밤 연진숙과 나눈 대화 내용이 적혀 있었다.그와 연진숙이 나눈 한 마디 한 마디가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었다.그 사이로 얇은 수표 하나가 튀어나오자 그것을 본 교장은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쿵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많은 기자가 교문으로 몰려들었고 그들은 예리한 직감으로 백강훈의 등장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한 기자가 카메라 렌즈를 바닥에 흩어져 있는 서류를 향해 돌렸다.“유영호가 도청당했다. 혹시 비리를 저지른 건가?”백강훈이 입을 열었다.“유 교장, 잘 봐. 그동안 자네가 뜯어먹은 청구서들 다 인정하나? 반씨 가문 여사님과 결탁해 다른 이사진들을 내쫓고 그 사람 말만 듣고 멋대로 학생을 퇴학시켰지. 내가 이번에 온 건 단순히 자네를 해고하려는 게 아니라 징계 위원회 사람들에게 보여주려는 거야. 교육계에 당신 같은 해충이 있다는 걸 용납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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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그녀가 고연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백강훈은 고연대학교 행정부 총장이었다.당시 그는 강민아를 무척 눈여겨보았다. 고작 14살 어린 나이에 양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수업이 끝나면 나이를 속이고 밖에서 아르바이트했다.백강훈은 그녀를 불러와 열심히 공부하라며, 그녀의 재능으로 상상할 수 없는 부를 누릴 수 있을 거라고 한바탕 꾸짖었다.강민아가 박사 학위를 따러 서경대학교에 갈 무렵 백강훈도 승진했다.그는 고연대학교 캠퍼스 앞에 서서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육민아,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넌 앞으로 나조차 영원히 도달하지 못할 정상에 오를 거야. 네가 모두의 위에 서서 내려다볼 때쯤 내가 널 위해 환호하며 박수치는 모습을 보게 될 거야.”6년 후 두 사람이 다시 만났을 때 백강훈은 많은 인파에 둘러싸여 학교를 시찰하러 왔다.강민아는 차를 몰고 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준 뒤 서둘러 백화점에 달려가 저녁에 열리는 파티에서 반하준이 입을 정장을 챙기고 그에게 어울리는 넥타이와 브로치를 준비했다.도우미가 보내준 장보기 리스트를 체크한 그녀는 저녁에 연진숙 내외가 저녁 먹으러 온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것에 맞게 식기와 도구들을 준비해야 했다.차에 탄 그녀는 커피와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며 셰프에게 연락을 취해 짧게 상의를 마쳤다. 그제야 오전에 학교 문 앞에서 6년 만에 만난 백강훈과 그저 대충 인사만 하고 헤어졌던 게 떠올랐다.학교를 떠났을 때 백강훈이 그녀에게 해줬던 말은 감히 다시 떠올릴 수가 없었다.나중에 매번 우연히 만날 때마다 강민아는 차마 백강훈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넬 용기도 없었다.당시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육민아는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그녀는 반씨 가문 사모님이자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백강훈과의 스승과 제자 관계는 이미 지나간 옛말이 되었다.강민아가 정신을 차렸을 땐 백강훈이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짓는 모습이 보였다.“ALI 수학 경시대회에서 1등을 했다며?”강민아는 겸손하게 말했다.“예선 1등일 뿐이에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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