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Bab 271 - Bab 280

288 Bab

제271화

반하준이 민이를 병원에 데려왔을 때 민이의 목소리는 우느라 다 쉬었다.이젠 소리조차 나오지 않자 작은 얼굴은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장시간 격한 감정 기복과 빗속에서 넘어지기까지 해서 몸의 염증을 유발한 탓에 민이의 뺨은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온몸은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반하준은 민이에게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직감하고 재빨리 의사를 불렀다.여러 명의 의사가 민이를 둘러싸고 곧바로 응급처치를 시작했다.소식을 들은 연진숙은 병원에 도착해 의사들이 병상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보고 가슴을 움켜쥔 채 소리를 질렀다.“민이한테 무슨 일 생겼어? 오소정이 어디로 데려갔어?”“강민아를 찾으러 갔어요.”반하준이 퉁명스럽게 말하자 연진숙은 신경질적으로 물었다.“그 양심 없는 것을 만나러 갔는데 왜 이렇게 됐어? 강민아가 민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남자가 싸늘하게 말했다.“민이를 용서하지 않고 민이가 비를 맞도록 내버려두었대요.”그 말을 들은 연진숙은 분노에 기절할 것만 같았다.“기자들 불러서 강민아는 엄마가 될 자격이 없다고 모든 매체에 대서특필할 거야! 유명하다고 우리가 대단하게 생각할 줄 아나 본데, 명성은 원래 양날의 검이야. 높이 올라갈수록 처참하게 떨어진다고!”“마음대로 하세요.”뒤돌아 병실을 나서는 반하준의 얼굴이 침울했다.강민아의 이름은 가시처럼 그의 심장 깊숙이 박혀 혈관 속을 누비고 다녔다.그녀를 생각만 해도 반하준은 온몸이 아팠다.아들이 동의하는 모습에 연진숙은 기분이 좋았다.“오늘 신씨 집안 딸과 소개팅한 건 어땠어?”그녀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반하준은 귀를 의심했다.“어머니, 의사들이 지금 민이를 살리고 있잖아요!”조금 전까지 민이의 몸 상태에 대해 슬퍼하던 사람이 곧바로 기대에 찬 목소리로 반하준의 연애사에 개입했다.“의사들이 민이를 살리고 있지만 애한테 새엄마를 찾아주는 것과 아무 상관이 없지.”연진숙이 덧붙였다.“빨리 새엄마를 찾아줘야 민이를 잘 보살펴주지. 신씨 집안 딸이 의대생에 한의학 전공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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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그가 고개를 돌려 병실을 보니 의사들이 병상 주변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민이의 상태가 더 안 좋아진 건가?’“네 아들 왜 저래?”“독한 엄마 때문에 저렇게 됐죠.”그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차가운 기운이 칼날처럼 그의 얼굴을 스쳤다.뺨이 찬바람을 맞은 것처럼 아팠다.반하준은 물었다.“작은아버지, 왜 그런 눈빛으로 저를 보시는 거예요?”그의 말이 틀렸나.“제 아들이 강민아에게 달려가서 화해하자고, 제발 좀 자기를 봐달라고, 한 번만 안아달라고 애원했지만 강민아는 애가 밖에서 비를 맞게 내버려뒀어요. 그래서 민이가 저 지경이 됐는데 엄마로서 책임이 없나요?”반용화의 흠잡을 곳 없는 얼굴은 내내 무표정이었다.“나보고 민아를 질책하라는 거야?”반하준이 그를 똑바로 마주했다.“작은아버지도 반씨 가문 사람인데 팔이 바깥으로 굽으면 안 되죠.”반용화는 깊은 눈동자로 덤덤하게 반하준을 응시했다.“난 반씨 가문 사람이니까 당연히 반씨 가문 편을 들 거야. 반씨 가문 사람들이 선을 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불쾌함을 느낀 반하준의 말에 가시가 돋쳐 있었다.“강민아와 저는 이미 이혼했는데 작은아버지는 무슨 신분으로 걔 편을 드는 거죠?”반용화는 지나치게 강민아를 챙기고 있었다.이건 제자에 대한 스승의 애정을 넘어선 감정이다.게다가 반용화가 어떻게 강민아의 스승인가. 제대로 가르친 적도 없는데.“민아가 너랑 결혼한 진짜 이유가 뭔지 알아?”당황한 반하준은 순간 머릿속이 윙윙 울렸다.“나랑 결혼하는데 다른 이유가 있겠어요? 날 좋아하고 내 위치 때문에...”“네 신분 때문인 건 맞지.”반용화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는 너무 많은 것을 감추고 있었다.반하준은 그런 그의 눈빛에 불안한 마음이 쿵쾅거렸다.“난 부신 그룹 대표고 그 여자는 불순한 의도로 내게 접근했어요.”“그래.”반용화가 인정했다.“민아는 더 큰 꿈을 위해 7년 동안 반씨 가문에 있었던 거야.”반하준은 휠체어에 앉은 반용화를 바라보면서 숨이 가빠지고 동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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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반용화는 깊은 웅덩이처럼 맑고 차가운 눈빛으로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반하준의 시선이 반용화의 두 다리로 향했다.7년 전, 반용화는 미린국의 제재를 받고 국가안보 리스트에 올랐다. 국내를 떠나 미린국과 조약을 맺은 나라만 가면 곧바로 체포될 수 있었다.그러나 국내의 많은 학자들에게 이러한 제재는 영광이라고 할 수 있다. 심한기도 5년 전에 미린국의 입국 제한 명단에 올랐고, 미린국은 심한기가 학자의 신분으로 어떠한 동맹국이든 연구 방문하는 것을 금지했다. 즉 세계 10대 대학에 전부 심한기, 반용화와 협업하는 것을 금한 것이다.하지만 이들이 국내에 거주하는 한 최고급 학자로서 생활하는 데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그러다 하필 반용화에게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목숨을 노린 교통사고가 일어난 것. 다행히 반용화는 목숨은 건졌지만 대신 다리를 잃었다.이후 반씨 가문은 반용화를 더욱 회피했고, 반용화도 반씨 가문 기업은 물론 그 어떤 사람과도 엮이려 하지 않으며 일부러 반씨 가문과 거리를 두었다.반하준은 반용화가 수많은 사람 중 강민아를 발탁해 영재반에 데려간 것 말고는 둘 사이에 접점이 없다고 생각했다.가족 모임에서 몇 번 만난 게 전부였다.강민아도 반용화를 만나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하는 것 외에는 두 사람 사이에 별다른 교류가 없었다.이 때문에 반하준은 오랫동안 반용화와 강민아가 서로를 잘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반용화의 말이 그의 심장을 꽉 움켜쥐었다.“강민아가 원하던 야심 찬 목표가 뭔데요?”반용화의 검은 눈동자엔 통찰력이 섬광처럼 번뜩였다. 그는 반하준의 당황과 긴장을 전부 꿰뚫어 보고 있었다.강민아가 자신을 깊이 사랑한다고 믿어왔던 것이 반용화의 한 마디에 너무도 쉽게 뒤집혀버린 것이다.“걔가 할 일은 끝났어. 사모님이라는 신분으로 보호받으며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지. 반씨 가문이 걔를 지켜주는 건 여기까지야. 이제부터는 내가 해. 하지만 너한테 고맙다는 말은 안 해. 결혼은 했지만 평범한 부부생활을 보내진 못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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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반하준의 얼굴이 다소 일그러지고 반용화는 반하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꿰뚫어 보았다.“촌수로 따지면 너와 석현이가 같지 않나? 대단하신 반 대표님이라 사촌 동생한테 사과를 못 하겠어?”세대로 따지면 반석현이 그의 사촌 동생인 것은 맞지만 반석현은 민이와 동갑내기였다.게다가 반석현은 반용화의 양아들에 불과했고 반씨 가문에서 그의 지위는 민이보다 열세였다.그런데 어른인 그를 보고 반석현에게 사과하라고 하니 반하준은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반용화가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연진숙이 걸어 나왔다.“용화 씨, 지금 뭐 해요? 왜 가만히 있는 하준이보고 석현이한테 사과하라는 건데요? 그러다 애가 벌 받아요.”마지막 말은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기에 연진숙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대단한 반용화가 굳이 그녀에게 캐묻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준아,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손 내밀어.”반용화는 아무 기복 없는 목소리에 웃어른의 진중함을 담아 명령했다.반하준은 막연하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마치 강한 힘이 자신을 부추기는 것 같아서 도저히 손을 뻗지 않을 수가 없었다.반용화가 비서에게 눈짓하자 비서는 자를 꺼내 반하준의 손바닥을 내리쳤다.짜악!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연진숙은 몸을 흠칫 떨었다. 병실에서 울고 있던 민이도 벌벌 떨며 울음을 그쳤다.맞은 반하준의 손바닥은 순간 하얗게 변했다가 이내 피가 몰리며 맨눈으로 보일 정도로 빠르게 부풀어 올랐다.때린 건 반하준의 손바닥이지만 아픈 건 연진숙의 마음이었다. 연진숙은 속이 쓰라린 느낌에 입술을 달달 떨었다.“이... 이게 대체...”연진숙은 충격에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일부러 그녀가 보는 앞에서 때렸다는 걸 안다.반용화는 올곧은 소나무처럼 휠체어에 꼿꼿하게 앉아 있었다.“네 아들이 석현이한테 무례하게 굴어서 때리는 거야. 네 어머니가 말실수했으니 벌은 네가 받아야지.”반용화가 연진숙에게 말했다.“형수님, 다음에 또 말실수하면 그땐 제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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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잘생긴 반하준의 얼굴이 팍 일그러지며 살벌한 표정이 드러났다.“아줌마한테 해달라고 해!”참 터무니없다.강민아를 대하는 민이의 태도가 확 달라지니 고통받는 사람은 그가 되었다.반하준은 이런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지만 민이는 고집스럽게 떼를 썼다.“엄마가 직접 끓인 죽 먹고 싶어요! 으아앙!”전화기 너머로 아이가 칭얼대자 반하준은 귀에 수많은 바늘이 꽂힌 듯 고막을 찌르는 듯한 이명을 느꼈다.“그럼 내가 그 여자 손을 잘라서 죽 만들어줄게!”홧김에 뱉은 말에 민이의 얼굴이 충격으로 창백해졌다.“아빠!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난 엄마...”“다시는 엄마라는 말 입에 담지 마!”매정하게 전화를 끊어버린 남자는 가슴을 들썩이며 숨을 쉴 때마다 심장이 아팠다.분노의 불길에 피가 부글부글 끓으며 전화기를 쥐고 있던 손에서는 푸른 혈관이 뚫고 나올 기세로 뱀처럼 꿈틀거렸다.그는 여전히 강민아가 그토록 오랜 결혼 생활 동안 자신에게 무심했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조금 전 봤던 건 전부 우연일 거다.그렇다면 스코틀랜드식 에그는?만드는 과정이 복잡한 스코틀랜드식 에그는 강민아가 분명 매번 손수 만들어줬을 거다.반하준은 컴퓨터를 들여다보다가 강민아가 올해 자신과 아이를 위해 스코틀랜드식 에그를 만들었던 영상을 발견했다.그는 모니터를 통해 강민아가 스코틀랜드식 에그를 직접 손으로 하나하나 만드는 것을 확인했다.반하준은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입꼬리까지 올라갔다.그러다 갑자기 반하준이 고개를 앞으로 숙여 컴퓨터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강민아가 스코틀랜드식 에그를 두 개만 만든 게 아니겠나.반하준과 민이, 정이를 위한 것이라면 세 개를 만들어야 했다.반하준은 음식이 거의 끝날 무렵 강민아가 냉장고에서 상자를 하나 꺼내는 것을 발견했다.포장을 뜯어보니 안에는 이미 튀긴 스코틀랜드식 에그가 들어있었고, 강민아는 조리된 채 얼린 스코틀랜드식 에그를 꺼내 에어프라이어에 넣었다.그렇게 곧 스코틀랜드식 에그 3인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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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그는 이제 그 목도리를 어디에 뒀는지도 잊어버렸다.하지만 강민아는 목도리에 그려진 꽃을 자신이 직접 디자인했다고 말했다.백화점에서 살 수 없는 목도리니까 강민아가 직접 뜨개질을 한 것이 틀림없다!반하준은 우선 주문 내용을 살펴보며 강민아가 뜨개실을 많이 샀다는 것을 확인했다.그는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 목도리는 강민아가 직접 뜬 게 확실하다.그러다 문득 반하준의 시선이 한 주문 내용에 멈췄다.[자동 뜨개질 기계]아이들을 위해 목도리나 장갑, 모자 등을 뜨기 위해 구입한 것 같다.두 아이를 위해 그렇게 많은 걸 만들어줬는데 분명 강민아 혼자서 다 하기엔 힘들었겠지.반하준은 감시카메라 영상을 찾아 강민아가 자동 뜨개질 기계를 사용하는 모습을 발견했다.기계가 뜨는 속도가 느리다고 생각한 그녀는 전동 드릴을 꺼내 기계를 개조했다.10분 후, 기계에서 목도리 하나가 뚝딱 완성되었다.그건 반하준에게 선물한 그 목도리였다.반하준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강민아가 목도리를 건네줄 때 피곤한 표정으로 하품까지 했던 것을 기억한다.반하준은 강민아가 자신을 위해 밤새도록 한 땀 한 땀 뜨개질을 해서 그 목도리를 만들어줬다고 생각했다.그래도 기술이 발달한 탓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자동 뜨개질 기계가 있으니 강민아가 기계로 뜨는 건 당연했다.그러다 몇 번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면서 그녀에게 잘하는 요리를 준비하라고 했던 게 떠올랐다.강민아는 많은 요리를 준비하느라 오후 내내 바삐 돌았다.일부러 그때그때 마음을 바꾸면서 소금을 적게 넣거나 진간장 대신 전통 간장을 쓰라고 했었는데 그것까지 즉석식품으로 대체할 수는 없겠지.반하준이 주방 카메라를 돌려보니 그날도 어김없이 강민아는 점심에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햇빛 아래에서 책을 보고 태블릿을 이용해 에세이와 연구 논문을 찾아보며 오후 내내 주방에 머물렀다.반하준과 그의 친구들이 집에 도착하기까지 30분 정도 남았다는 운전기사의 전화를 받고서야 강민아는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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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반하준은 카메라 기록을 7년 전으로 돌렸다.결혼한 첫해, 강민아는 늘 남편인 그를 위해 직접 요리를 했다.부엌에 앉아 밥상을 지키며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고, 직접 그의 옷을 다리고 그를 위해 넥타이와 핀까지 골라주었다.반하준은 자신이 저녁 식사 때 돌아오지 않아 강민아가 그를 위해 만든 음식을 버린 후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쓰레기통 옆에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사랑으로 가득 찬 마음이 단기간에 차갑게 식어버린 거다.그녀는 더 일찍 반씨 가문을 벗어날 수 있었지만 꿋꿋이 그를 위해 임신하고 아이까지 낳았다.반용화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걔는 더 큰 목표를 위해 7년 동안 반씨 가문에 있었던 거야.”‘그 여자가 원하는 목표가 뭐였을까?’반하준은 어렴풋이 짐작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강나현의 오래된 휴대폰을 꺼내더니 휴대폰 속 녹취록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나현아, 새언니 어디 갔어? 못 찾겠어. 분명 나보고 여기 오라고 했는데, 네가 연락해 줄 수 있어?”그날 밤, 반유하는 한 오래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가 망나니 건달들에게 쫓겼다. 끝까지 반항했던 그녀는 결국 옥상으로 떠밀렸고, 죽고 싶지 않았으나 그만 거기서 떨어지고 말았다.불량배들은 잡히고 그들에게 사주한 주범은 학교에서 반유하에게 들이댔던 재벌 2세였다.하지만 반하준은 반유하를 불러낸 게 강민아일 줄은 몰랐다.그날 밤, 그와 강민아는 따스한 온기를 나눴고 부드러운 환상에서 깨어났을 때쯤 자신이 반유하의 전화를 놓쳤음을 깨달았다.반유하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재벌 2세는 여러 건의 강력 성범죄 사건에 연루되었고 사람까지 죽여 반씨 가문의 압박하에 결국 사형에 처했다.목숨으로 진 빚을 갚았지만 반유하는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반하준은 낡은 휴대전화를 꽉 쥐고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유하 사건에 새로운 단서가 나왔다고 경찰에게 연락해. 그래... 녹음파일인데 음성 감식을 해봐야겠어.”반하준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컴퓨터 속 카메라 영상을 계속 들여다보았다.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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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엄마를 쫓아낸 걸 후회해요. 엄마가 끓여 준 죽도 먹고 싶고, 엄마가 만들어 준 케이크도 먹고 싶어요.’민이는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절뚝거리며 길고양이 무리에게 다가갔다.아이는 고양이를 쫓아내고 바닥에 놓인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을 집어 들더니 손으로 죽을 떠서 입에 쌀알을 밀어 넣었다.죽은 이미 식었지만 엄마의 손맛이 입안에 감돌았다.민이는 울면서 죽을 먹었다.화가 난 길고양이들이 하악질을 해댔고 어떤 고양이는 민이의 다리에 뛰어올라 그릇에 담긴 음식을 돌려달라고 항의했다.“민아, 뭐 하는 거야!”반하준이 민이를 향해 다가가자 민이는 고개를 돌렸다.그는 밥알과 눈물로 얼룩진 아들의 얼굴을 보았다.“왜 고양이 밥을 뺏고 있어, 너 미쳤어?”민이가 길고양이들의 밥그릇을 빼앗아 가는 걸 지켜보던 반하준은 민이가 그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을 버리려고 하는 줄 알았는데, 손을 뻗어 그 안에 있는 밥알을 가져다가 자기 입에 쑤셔 넣는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민이는 훌쩍거리며 말했다.“아빠, 이거 엄마가 만든 거예요. 아빠도 엄마가 끓인 죽 안 먹은 지 오래됐죠?”민이는 양손으로 그릇을 들고 그에게 건넸다.“아빠도 좀 먹을래요? 어차피 앞으로는 엄마가 끓여준 죽을 못 먹게 될 텐데.”입을 벙긋하던 반하준은 마치 누군가 모래 한 줌을 움켜쥐고 목구멍에 밀어 넣은 것처럼 말문이 막혔다.강민아는 이미 오랫동안 그를 위해 죽을 끓여주지 않았고 심지어 평소 그가 먹던 음식도 대부분 그녀가 직접 만든 게 아니었다.그동안 자신과 아이들의 음식이 다른 건 알았지만 강민아가 특별히 그의 입맛을 배려해 따로 만들어 준 거라고 생각했다.CCTV를 본 후에야 반하준은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동안 강민아에게 속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반하준은 어이없고 우스울 뿐이다.반하준은 무릎을 꿇고 민이의 손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을 빼앗았다.“먹지 마. 내가 와서 죽 끓여주라고 할게.”잘생긴 얼굴로 고개를 든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광기가 소용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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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강민아는 잠시 정신이 팔리며 혼란스러운 장면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오랫동안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자 또다시 썩은 내가 진동하는 것 같았다.도민영이 그녀를 팔아넘겼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그녀가 처음 만났던 양부모는 그녀를 때리고 욕할 때 출신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도민영은 임신한 채 도망치는 연기를 펼쳤고 한 마을 병원에서 딸을 출산한 뒤에는 하루 종일 한숨만 쉬었다.그러다 간병인이 무슨 일이냐고 묻는 말에 도민영은 남자 집에서 강성진과 만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그래서 아들을 낳아 강씨 가문으로 문제없이 시집갈 수 있기를 바랐는데, 낳고 보니 딸이었고 이제 딸과 함께 강씨 가문에서 몇 년 동안 고생할 생각에 도민영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간병인은 대담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도민영과 거래를 하려는데, 바로 자기 아들과 도민영의 딸을 맞바꾸는 것이었다.도민영도 그 순간 머리가 어떻게 됐는지 덜컥 동의하고 말았다.간병인의 아들과 함께 떠날 때 그녀는 돈을 주며 딸을 잘 돌봐달라고 말했다.그 간병인이 강민아의 첫 번째 양어머니였고 그녀는 강민아에게 하정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도민영이 그들에게 준 돈은 양아버지라는 사람이 다 써버리고 양어머니는 또 아들을 낳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이듬해 딸을 낳았다.그렇게 3년 연속 딸을 세 명이나 낳았고 집안 형편은 점점 더 나빠졌다.양부모는 강민아를 재앙이라고 말하며 그녀를 데려온 이후로 하씨 가문에 바람 잘 날 없다고 말했다.강민아의 기억 속 그녀는 늘 부엌에서 잠을 잤고 양부모가 밥을 주지 않으면 집안의 쓰레기통을 뒤져야 했다.그러다 다섯 살 때 육지광이 몇 개월 동안 육성민을 데리고 폐지를 주우러 이 동네에 자주 왔는데, 매번 3동 아파트에 올 때마다 여자아이의 처절한 울음소리와 남성과 여성의 욕지거리가 들리곤 했다.당시만 해도 구석 동네에선 아이를 때려도 경찰에 신고한다는 개념이 없었고 그저 집마다 창문을 꼭꼭 닫을 뿐이었다.양부모는 그녀에게 집 안에 모아둔 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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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그녀는 곧바로 강민아의 턱을 잡고 강제로 그녀의 얼굴을 육지광 쪽으로 돌렸다.“그쪽같이 다리 불편한 고물상 아버지를 뒀으면 아들 장가가기엔 그른 것 같은데, 얘를 데려가서 며느리처럼 키워요. 60만원 줘요.”양어머니가 손가락을 내보이며 말하자 육지광의 입술이 살짝 떨렸다. 저축한 돈이 그렇게 많지 않았던 그는 힘없이 강민아를 바라보았다.아이를 살 돈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양어머니가 또다시 욕을 하며 꺼지라고 말하자 육지광은 굳은 표정으로 육성민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그렇게 그녀는 하씨 가문에서 석 달을 더 지냈고, 그 사이 경찰이 집에 찾아와 하씨 가문 사람들의 정보를 등록하고 떠났다.강민아는 양부모가 때리고 욕하는 소리도 듣지 못할 정도로 고열에 시달리며 부엌 싱크대 파이프 옆에 지쳐서 웅크리고 있던 날이 떠올랐다. 그게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따뜻한 이불 아래에서 자는 자신을 발견했다.한 번도 이불 아래서 잠을 자본 적이 없었던 그녀는 검은 솜을 소중하게 어루만졌다.뒤늦게 그녀가 누워있는 곳이 다리 아래라는 걸 알아차렸고 육지광이 죽을 끓여 가져오는 것을 보았다.육성민은 숟가락으로 죽을 호호 불어서 식힌 뒤 그녀의 입에 넣어주었다.죽을 다 먹은 후엔 육지광이 약을 먹였다.“나도 널 사 온 게 잘한 일인지 모르겠어. 나와 성민이는 마땅히 지낼 곳도 없으니까.”강민아는 이불 속에 몸을 숨긴 채 까만 눈동자로 육지광과 육성민을 빤히 쳐다보았다.육성민이 그녀에게 물었다.“이름이 뭐야?”그녀가 고개를 젓자 육지광이 말했다.“얘는 이제 내 아이이자 네 동생이니까 이제부터 우리랑 같은 성을 쓸 거야. 성은 육, 이름은...”육지광이 그녀를 돌아보았다.“내가 널 하씨 가문에서 데리고 오던 날 밤 넌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어. 네 부모님은 네가 곧 잘못될 줄 알고 20만원으로 가격을 낮췄고, 난 16만원만 던져놓고 널 안은 채 도망쳤어. 그날 밤 달이 무척 밝았는데 꼭 하늘에서 떨어질 것처럼 지붕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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