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호 씨, 나 좋아하죠?”강민아의 물음은 직설적이고 대담했다.남자의 귓불이 순식간에 붉어지며 테이블에 손을 얹고 고개를 숙인 그의 길고 풍성한 속눈썹에 살짝 떨림이 느껴졌다.하지만 이미 목구멍에서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네, 좋아해요.”그는 이 말을 하면서 강민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그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드넓은 은하수처럼 반짝여 강민아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으며 그의 찬란한 눈동자를 외면할 수 없었다.심은호는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이 순간 온 세상이 조용해졌다.“내가 언제 그 쪽한테 끌렸는지 알아요?”강민아는 생각에 잠겨 고개를 갸웃거렸다.“내가 루나로 출전하는 대회마다 1등을 했을 때요?”심은호가 웃었다.“서경대 단상에 올라가서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였을 때, 트랙에서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던 때, 사랑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던 때, 두 아이를 키우면서 학교와 반씨 가문을 오가며 바쁜 삶을 살던 때... 민아 씨 삶의 매 순간이 좋아요. 매일, 매년 늘 활기차게 인생을 살아가니까. 반하준한테 법원에서 만나자고 했을 때, 차를 몰고 도로를 질주할 때는 더 좋아졌고요.”윤세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심은호의 노골적인 고백에 귀를 기울였다.육성민은 온몸이 저기압에 잠식되어 있었다. 강민아의 명령 한 마디면 당장이라도 저 자식을 통유리창 밖으로 던져버릴 수 있었다.“지금 민아한테 연애하자고 강요하는 겁니까?”육성민의 말투는 불친절했고, 얼굴은 금방이라도 눈앞의 남자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다는 듯 살벌했다.하지만 심은호는 오로지 강민아에게만 집중하며 육성민을 무시했다.“다 큰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고 연모하는 마음을 숨겨야 하나요? 하지만 내 마음에 대답해달라는 건 아니에요. 그쪽을 좋아하는 건 내 마음이고, 이런 내 감정에 책임져야 하는 사람도 나니까. 그래도 민아 씨에 대한 내 마음이 불편하고 불쾌함을 안겨줬다면 그건 내가 잘못한 거겠죠. 민아 씨 마음이 편하도록 내가 한발 물러나 있을게요.”강민아는 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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