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Chapter 251 - Chapter 260

264 Chapters

제251화

말하는 순간 심은호는 두 손을 꽉 말아쥐며 심장이 흠칫 떨렸다. 뜨거운 열기가 가슴 속에 퍼져나갔다.너무 갑작스럽게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닐까.강민아가 미친놈이라고 생각하진 않을까.고개를 숙인 그는 조용히 강민아의 ‘심판’을 기다렸다.오로지 모든 걸 강민아에게 맡겼다.“만약 우리가 정말 연인 사이라면 그걸 미끼로 강성진을 유인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강민아는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강승 테크를 손에 넣는 날 우리 협업도 끝나는 걸로 하죠. 그때 대외적으로 헤어졌다고 말하고 심은호 씨는 더 이상 제 남자 친구가 아닌 거예요.”그녀의 맑고 투명한 눈동자를 바라보며 심은호는 목이 바짝 말랐다.“그러면 제가 한 달 동안 민아 씨 남자 친구가 되어줄게요.”강민아가 심은호에게 손을 내밀었다.“그쪽이 말한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는 감정은 내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거예요. 내가 당신에게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꺼이 그것을 경험하고, 느끼고, 당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게요.”강민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심은호가 손을 맞잡기를 기다렸다.심은호는 손을 뻗어 강민아의 손끝을 조심스럽게 건드렸다.그러다 전기에 감전되기라도 한 듯 이내 다시 손을 거두었다.흥분한 나머지 테이블 위를 마구 굴러다니고 싶었다.귀는 핏빛으로 묽게 물들었고 코끝에서는 뜨거운 공기가 뿜어져 나왔다. 심은호는 다시 한번 강민아의 손끝을 매만지며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손을 빼낸 그가 강민아와 맞닿은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는 듯 빤히 자기 손을 내려다보기만 했다.“잘 부탁해요. 여친님.”육성민은 날카로운 눈썹을 들썩이며 튀어나오는 욕설을 간신히 참았다.윤세현은 강민아 옆에 앉더니 강민아의 손가락을 자기 손으로 가져가 만지작거렸다.“저렇게 욕심 없는 사람은 처음 봐.”그녀는 강민아에게 속삭였다.“심은호 씨 때문에 나까지 당황했어.”강민아도 작게 대꾸했다.“나도 처음 봐. 근데 생각해 보면 경험해 봐서 나쁠 건 없는 것 같아
Read more

제252화

이어서 윤세현에게 말했다.“그쪽도 승진해서 그다음 후궁이 됐고.”육성민은 관자놀이가 지끈거렸고 얼굴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일어나서 가려던 강민아가 무심하게 물었다.“왜 우리 오빠와 세현이한테 별명을 지어줬어요?”심은호는 그녀를 따라 문을 나섰다.“여친님이 싫다면 그렇게 안 부를게요.”별명이 아니라 서열이니까 뒤에서 몰래 부르면 그만이다.강민아와 심은호가 떠난 후에야 윤세현은 입을 열었다.“심은호 씨가 저렇게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게 좀 수상하지 않나요?”육성민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저 히죽거리는 얼굴 좀 봐요.”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입찰 제안서를 집어 들었다.“지금 민아 편에서 강성진의 믿음을 얻고 우리도 믿을만한 사람은 심은호밖에 없어요.”윤세현은 곰곰이 생각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강민아와 심은호가 차에 타자 따스한 햇살이 얼굴을 비추었다.“민이 깨어났어요. 알아요?”심은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강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민이가 깨어나고 강기성이 문자 보냈어요.”민이가 사고를 당한 날 이후 강민아는 더 이상 정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연진숙은 말이 통하지 않으니 정이를 데리고 가봤자 원수처럼 대할 게 분명하고, 게다가 여러 자선단체의 명예 직책에서 물러나게 되어 강민아를 보면 가죽이라도 벗길 기세로 달려들 것이다.그녀가 가서 연진숙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 민이가 쉬는 데 영향을 끼치는 것도 당연했다.“전 할 만큼 했어요.”...오늘 정광사는 또 한 번 반씨 가문의 등장으로 대외 손님을 받지 않았다.연진숙은 방석 위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깍지 낀 채 입으로는 염불을 외웠다.휠체어에 앉은 민이는 손발에 깁스를 하고 목에는 고정기를 차고 있었다.머리를 밀고 거즈로 여러 겹 감은 채 초췌한 얼굴이었다. 향 타는 냄새가 그다지 좋지 않은 데다 숨을 쉴 때마다 팔다리에 아득한 통증이 동반되었다.이제 깨어난 지 사흘밖에 안 됐는데 연진숙은 서둘러 아이를 정광사로 데려와 부처
Read more

제253화

이른 아침, 검은 치타처럼 생긴 마이바흐 S클래스 세단이 강승 테크가 있는 건물 아래에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자 훤칠한 다리가 나타나며 반짝이는 가죽 구두가 대리석 바닥을 밟았다.짙은 회색의 수제 맞춤 정장을 몸에 딱 맞게 재단한 심은호가 차에서 내렸다.그는 뒤돌아 차에서 내리려던 강민아에게 손을 내밀었다.“여친님.”강민아는 이미 역할에 몰입한 그의 모습에 웃으며 손을 뻗어 남자의 넓은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심은호와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선 강민아 뒤로 센트럴 이노베이션의 인수 프로젝트 담당자와 감사, 재무, 세무팀 직원들이 동행했다.기세는 대단했다.강민아와 심은호가 맨 앞에서 걸어가고 센트럴 담당자는 두 사람을 몇 번이나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강민아는 날렵하고 곧게 뻗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가 돋보이는 맞춤 정장을 입고 있었다.담당자는 강민아와 심은호가 같은 브랜드의 정장을 입고 나란히 걸으며 거대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새삼 흐뭇한 광경이었다.강민아는 강승 테크에 두 번이나 왔던 터라 회사 내부 구조가 익숙한지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엇?”데스크 직원이 그들을 보고 하이힐을 신은 채 달려왔다.“왜 엘리베이터를 눌러요? 예약했어요?”강민아가 돌아보며 대꾸했다.“새로 온 부사장 강민아입니다.”“그쪽이 그렇다면 그런 거예요? 난 오늘 부사장이 온다는 연락 못 받았어요.”강민아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직원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봐선 누군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게 분명했기에 굳이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데스크 직원이 소리를 지르며 버튼을 누르더니 강민아를 밀치려고 했다.하지만 강민아에게 닿기도 전에 하나같이 건장한 센트럴 쪽 사람들이 강민아 앞을 막아 나서며 둘 사이 거대한 벽을 만들었다.감사팀, 재무팀, 세무팀 직원으로 온 이들은 모두 퇴역한 군인이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당당하게 서 있기만 해도 한낱 직원을 압도하긴 충분했다.강민아와 심은호가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뒤 강민아가
Read more

제254화

그녀를 바라보는 심은호의 별처럼 반짝이는 깊은 눈동자엔 늘 그녀뿐이었다.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리고 강민아가 걸어 나왔다.그녀는 회의실 쪽으로 곧장 걸어가면서 뒤따라오는 센트럴 이노베이션 사람들에게 지시했다.“3분 안에 모든 임원들을 회의실로 모이게 하세요.”그녀의 뒤를 따르던 사람들은 재빨리 사방으로 흩어졌고, 그들은 제각기 임원들을 붙잡아 회의실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당신들 누구야?”“이 손 안 놓으면 경찰을 부를 거야!”몇몇 임원들은 언쟁을 벌이며 얼굴까지 빨개졌다.회의실로 끌려간 그들은 타원형 회의 테이블의 맨 상석에 앉아 있는 강민아를 발견했다.가녀린 체구에 부드러운 눈매를 가졌지만 상석에 앉아 있는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모두를 뒤흔들었다.임원들은 모두 강민아를 알아봤고 그중 몇 명은 강민아의 친척이기도 했다.“민아야, 네가 우리한테 이렇게 하라고 시켰니?”“민아야, 이건 무례한 행동이지.”강민아는 손을 들고 손목시계를 확인했다.“회의 시간인데 다들 지각했으니 보너스 30% 삭감할게요.”“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보너스를 깎아?”강씨 성을 가진 한 임원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데 그때 강성진도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그는 씩씩거리며 강민아를 보자마자 다그쳐 물었다.“지금 반항하는 거냐?”강민아는 부드럽게 말했다.“아버지, 아버지께서 직접 저를 부사장으로 임명하고 인수 프로젝트 담당자로 선정했잖아요. 제 일에 협조해 주세요.”강성진은 강민아를 세 살짜리 어린애 취급하듯 무시하며 비웃었다.“그래, 이참에 기어오른다 이거지? 언제까지 시건방 떨 수 있는지 두고 보자.”말을 마친 강성진은 이미 들어올 때부터 심은호가 있는 걸 눈여겨보고 강민아와 얘기를 나누면서 캐비닛으로 걸어가더니 거기서 시가 한 상자를 꺼냈다.그러고는 심은호에게 시가를 건네며 아부 섞인 미소를 지었다.“도련님, 바쁠 텐데 웬일로 시간을 내서 제 딸과 함께 오셨어요?”심은호는 섬섬옥수로 시가를 집어 들며 조용히 콧방귀를 뀌었다.“강
Read more

제255화

“또 다른 회사는 심은호 씨가 소유한 파워 테크인데 4천억으로 저희 강승 테크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하며 강승 테크가 새로운 기점에서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기존 부서와 직원을 모두 남겨두겠다고 말했습니다.”파워 테크의 인수 제안서를 가장 먼저 받아 든 강성진은 몇 페이지를 넘기더니 작게 중얼거렸다.“4천억? 도련님께선 왜 우리 강승 테크에 이렇듯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거죠?”심은호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느긋한 자세로 말했다.“미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우리 민아 씨한테 주는 선물이죠.”강성진의 의아한 시선이 강민아와 심은호를 번갈아 보았다.심은호가 말했다.“여자 친구인 민아 씨가 좋다는데 제가 마다할 이유가 있나요?”강성진은 충격에 빠진 채 강민아를 바라보았다.“너랑 심은호 씨...”강성진은 원래 나이 많은 이혼한 사업가 몇 명을 물색해서 얼른 강민아를 시집보내 강씨 가문에 돌아올 이득을 취하려 했다.하지만 그토록 마음에 들지 않던 큰딸이 이렇게 큰 선물을 가져다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민아야, 잘했어!” 그는 입꼬리를 한껏 올린 채 턱을 어루만지며 칭찬했다.자리에 있던 다른 임원도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심은호가 다른 사람의 아내를 좋아해서 오랫동안 독신으로 지낸 거라니!강성진은 파워 테크의 인수 제안서를 들고 올라간 입꼬리를 애써 억누르며 기뻐했다.“4천억이라니, 역시 도련님, 대단하세요.”심은호는 솔직하게 말했다.“전 민아 씨를 오랫동안 좋아했어요. 이제 드디어 저를 만나주겠다는데 당연히 원하는 액수로 맞춰줄 거예요.”이내 그가 목소리를 낮추었다.“강 대표님도 거절하지 않으시겠죠?”그가 눈앞에 놓인 잔을 빙글빙글 돌렸지만 잔에 담긴 물은 한 방울도 테이블 위로 흐르지 않았다.그는 손끝으로 잔을 만지작거리며 덧붙였다.“거절하면 좀 주제넘은 것 같은데.”피식 웃는 그의 검은 동공에서 서늘한 빛이 번뜩였다.“농담이에요. 제가 어떻게 장인어른을 협박하겠어요.”강성진은 그의 거만하고 거침없는 눈빛에 소
Read more

제256화

이내 우경아가 귀국했다는 소식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인터넷 전체가 떠들썩했다.[축 여왕의 귀환!][여왕님이 돌아오셨으니 서경 재벌가에 피바람이 불겠네.][우경아가 누구야? 유명한 사람이야?][어린 사람들은 우경아가 누구인지 모르겠네.]나이든 네티즌들이 인터넷에서 설명을 이어갔다.우영 그룹, 우씨 가문은 긴 역사를 자랑하며 건국 후 중앙은행 초대 총재가 우씨 가문 사람이었다. 올해 47세인 우경아는 그 우씨 가문의 양딸이다.25년 전 그녀와 우씨 가문 셋째 아들의 연애사는 기나긴 이야기로 엮을 만큼 파란만장했고, 결국 우경아가 사랑을 포기한 채 우영 그룹을 물려받았다. 그녀의 세 오빠는 불구가 되거나, 미쳐버리거나, 출가했다.25년 전 세간의 주목을 받을 만큼 대단한 여자였던 우경아가 등장하면서 언론에서는 여자 사업가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대대적인 보도를 했었다.지금 그녀는 자식도 없고 결혼한 적도 없지만 전 세계에서 수많은 여자아이를 입양해서 세계 각국의 유명 인사로 키웠다....서경 국제 공항.강성진, 강기성 부자는 VIP 게이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강성진은 붉은 장미 꽃다발을 손에 든 채 긴 목을 빼 들고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강기성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씹던 껌으로 풍선을 만들고 있었는데 풍선이 톡톡 경쾌한 소리를 내며 터졌다.강성진은 비명을 질렀다.“어휴, 조용히 좀 있어. 경아 데리러 왔는데 네가 왜 따라와?”강기성의 가는 눈매에 웃음기가 넘쳐흘렀다.“아버지가 그렇게 그리워하는 첫사랑이 우리 엄마는 아닐까 해서 보러 왔죠.”강성진이 입을 열려고 할 때 검은색 짧은 정장 치마를 입은 여자가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검은 머리카락이 폭포처럼 드리우고 붉은 입술에 선글라스를 벗자 꽃처럼 화사한 얼굴이 드러났다.그녀만 세월을 피해 간 듯 얼굴에 나이 든 흔적 하나 없이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을 자랑하며 눈빛에는 성숙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족히 10센티가 넘는 하이힐을 신은 채 여자가 모델처럼 요염하게 걸어
Read more

제257화

강성진이 몸을 흠칫 떨었다.“나를 위해서?”우경아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한 손을 시트에 올려놓고 몸을 지탱했다. 목이 낮은 정장을 입고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그녀가 살짝 몸을 숙이자 강성진의 시선이 그녀의 옷깃 사이로 향하며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눈앞의 풍만하고 매혹적인 여성의 자태에 강성진은 넋을 잃고 우경아의 붉은 입술이 열렸다 닫히는 것만 바라보고 있었다.“강승 테크를 인수하고 싶어.”강성진은 다시 한번 놀랐다.“뭐라고?”여자가 가는 손을 그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성진 씨, 그렇게 해줘. 응?”강성진은 콧구멍에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며 몸이 경직되고 입도 말을 듣지 않았다.“그래그래...”우경아가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강기성이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아버지, 제가 알기론 민아에게 인수 프로젝트 권한을 넘겨줬잖아요.”“민아?” 우경아가 의아한 듯 묻자 강성진은 불쾌한 표정으로 강기성을 흘겨보았다.“민아는 내 딸이야. 경아 너도 걔에 관한 뉴스 봤지?”우경아는 고개를 저었다.“난 해외에 있어서 국내 소식은 잘 몰라.”강성진은 제법 자랑스럽게 말했다.“내 딸이 ALI 수학 경시대회에 참가해 금상을 땄어. 국내에서 유명한 카레이서 루나도 내 딸이야. 이번에 국제 레이싱 대회 시범경기에서 얼굴을 공개했어. 7년 동안 가정주부로 살았는데도 지금 이렇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대단하지 않아?”우경아는 생각에 잠긴 채 중얼거렸다.“가정주부가 대회에서 금상을 탔다니, 부정행위라도 한 것 아니야?”강성진이 발끈했다.“내 딸은 14살에 고연대 영재반에 입학한 천재야!”우경아가 강성진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하지만 ALI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주부에게 금상을 주면 고생해서 공부한 대학원생과 박사에게 공평할까? 언젠가는 다시 주부로 돌아갈 텐데.”“음, 그건...”강성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자 우경아가 다시 물었다.“7년 동안 주부로 살다가 다시 레이싱 대회에 참가하면 다른
Read more

제258화

강나현이 기대에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남자는 차갑고 냉담한 표정이었다.“너 때문에 민이의 남은 인생이 망가질 뻔했어. 감옥에 가는 것만으로 충분히 봐준 거잖아?”그의 목소리는 강나현의 온몸을 차갑게 만들었다.강나현은 울먹이며 고개를 저었다.“하준 씨, 나 감옥 가기 싫어! 유하도 내가 감옥 가는 걸 절대 보고 싶지 않을 거야! 전에 내가 구치소에 들어가면 유하가 제일 먼저 꺼내줬는데...”남자가 무자비하게 그녀의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그건 내가 아니라 유하니까! 난 민이 아빠야!”자신의 충고를 듣지 않고 민이를 기어코 오토바이에 태운 강나현에겐 비난조차 하기 싫었다.강나현이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뻔하다. 민이가 그녀를 따르고 좋아하면 아무리 큰 사고를 쳐도 그가 수습해 줄 거라고 믿었겠지.반유하와 그녀의 사이를 생각해서 반하준은 몇 번이고 그녀를 참아주었다.하지만 강나현 때문에 아들이 중환자실로 직행하니 반하준은 도저히 이 여자가 한 짓을 용납할 수 없었다.강나현은 남자에게서 풍기는 기세에 충격을 받아 눈이 붉게 물들고 어깨가 떨렸다.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오늘 유하가 널 챙겨달라고 한 말 때문에 온 거야.”반하준은 짐 가방을 들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구치소에서 명절 잘 보내.”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일어나 자리를 떠났고 강나현은 꼿꼿한 남자의 등을 향해 소리쳤다.“내 방 화장대 두 번째 서랍에 오래된 휴대폰이 있는데 그 안에 유하의 마지막 통화 메시지가 녹음돼 있어.”강나현의 말을 들은 반하준은 잠시 멈칫했고, 강나현은 다급하게 말을 이어갔다.“원래는 그 녹음파일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하려고 했어. 하준 씨, 유하를 죽인 범인은 아직 법의 처벌을 안 받았어.”반하준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그의 시선은 마치 그녀를 꿰뚫어 보는 강렬한 섬광처럼 그녀를 압박했다.“내가 그 범인을 얘기할 수 없었던 건...”반하준의 시선에 강나현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우리 집에 가서 유하의 마지막 목소리를
Read more

제259화

창백한 햇살이 반하준을 비추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 윙윙거리는 파리 떼가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정오, 강민아와 심은호는 함께 식사하러 나갔고 남자는 강민아를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심은호가 메뉴판을 내려다보는 동안 강민아는 고개를 들어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는 반하준과 젊은 여성을 보았다.참 재수도 없다. 반하준이 자리에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구역질이 났다.“민아 씨, 뭐 먹을래요?”심은호의 또렷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강민아는 홱 시선을 거두었다.남자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여친님, 벌써 한눈파는 건가요?”강민아는 냅킨이라도 집어 들고 자기 얼굴을 가리고 싶었다.“그 자식 봤어요.”그녀의 뺨이 살짝 부풀어 오르더니 심은호를 향해 혀를 내밀었다.눈앞에 있는 여자의 활발한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워 심은호는 입술을 끌어올렸다.“내가 식당을 잘못 골랐네요. 자리 바꿀까요?”심은호가 앉은 자리는 마침 병풍으로 가려져 있어 반하준의 각도에서는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강민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이미 날 봤겠죠.”역시나 반하준은 자리에 앉자마자 창가에 있는 강민아를 보았다.정장 차림의 강민아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단정하고 우아하게 차려입은 여자가 매일 그와 아이들 주위만 맴돌던 여자가 맞는지 의심했다.그가 강민아를 봤을 때 그녀는 일부러 그의 시선을 피하는 듯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강민아가 그를 보고 있었던 걸까?이곳은 부신 그룹 건물과 비교적 가까운 곳인데 강민아가 일부러 그가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에 이곳에 온 건 아닐까.한낮의 햇살이 강민아의 온몸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녀가 검은 머리카락을 위로 쓸어올리자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햇빛에 반사되어 황금빛으로 빛났다.“하준 씨, 내 말 듣고 있어요?”맞은편에 앉은 여자는 남자가 생각에 잠겨 넋이 나간 채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여자는 반하준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아내려고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그때
Read more

제260화

심은호는 훤칠한 키에 반듯한 체격, 우월한 외모로 등장만 해도 다른 손님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반하준은 심은호가 화장실로 향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자리에서 일어났다.“하준 씨!” 여자가 그를 불렀지만 쳐다보지도 않았다.“이제 가요. 혼자 있고 싶네요.”여자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그래도 재벌 집 아가씨라 그런 반하준의 태도를 견딜 수가 없었다.“쳇!”맞선에 나왔던 여자는 루이비통 가방을 집어 들고 씩씩거리며 자리를 떠났다.식당을 나오면서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네, 우 대표님. 전 미션 실패한 것 같아요.”...강민아는 반하준도 화장실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 두 남자가 동시에 화장실로 가는 건 누가 봐도 이상했기에 휴대폰을 들고 심은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화장실 칸에서 강민아의 메시지를 받은 심은호는 동공에 휴대폰 화면의 불빛이 반사되며 입꼬리를 말아 올려 미소를 지었다.달빛이 그를 걱정해 주니 너무 행복했다.심은호는 칸에서 나와 휴대폰을 세면대에 올려놓았다.손을 씻은 그가 휴지를 몇 장 뽑아 손을 닦으며 걸어 나갔다.굳은 표정의 반하준이 안쪽 칸에서 걸어 나오는데 세면대 위에 놓인 휴대폰이 눈에 들어왔다.‘심은호 휴대폰 아닌가?’반하준이 다가가 휴대폰을 집어 들자 휴대폰 화면에 카톡 메시지가 떠 있었다.저장된 상대 이름은 달빛.[개자식도 화장실에 갔어요.]저장된 이름을 본 반하준은 심장이 철렁했고, 강민아가 심은호에게 보낸 메시지를 본 그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것 같은 먹구름으로 뒤덮였다.빠득 어금니를 깨물자 얼굴 근육마저 떨려왔다.심은호가 휴대폰에 비밀번호를 설정해 놓지 않아 바로 열어서 살펴본 그는 숨이 턱 멎었다. 엄지손가락으로 스크롤을 내리며 어둠 속에 숨어있는 악귀처럼 강민아와 심은호의 대화 내용을 훔쳐보았다.문득 반하준의 손끝이 멈칫하며 그의 눈에 심은호의 사진이 들어왔다.심은호가 강민아에게 보낸 것인데... 대체 이게 다 뭘까.반하준의 두 눈이 이글거렸다.휴대
Read more
PREV
1
...
222324252627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