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Chapter 81 -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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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학생에게 뒤통수를 맞은 심한기는 강민아가 정말 장기명에게 자신의 연구 결과를 줬다고 생각했다.그래서 5년 후 강민아를 다시 만난 심한기는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린 것처럼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심은호가 물었다.“혹시 논문 초안 아직 가지고 있어요?”강민아는 손을 들어 시큰거리는 눈을 가렸다.“예전에 쓰던 컴퓨터에 우유를 쏟았는데 꺼진 후엔 다시 켜지지 않았어요. 결국 도우미 아주머니가 쓰레기라고 버렸죠...”당시 강민아가 어린 민이를 안고 있을 때 아이가 우유를 노트북 키보드에 쏟았다.강민아는 제일 먼저 아이를 컴퓨터에서 멀리 떨어뜨리고 화상을 입지 않았는지 확인한 뒤 한참을 달래서야 민이는 겨우 그녀의 품에서 떨어졌다.강민아가 다시 컴퓨터를 닦았을 땐 컴퓨터에 블루스크린이 뜬 것을 발견했다.반하준에게 도움을 청해 반하준이 기술 전문가를 불러 컴퓨터를 복구해 주길 바랐다.“내가 네 컴퓨터 고치라고 기술 인원을 데려온 줄 알아? 알아서 고쳐.”“컴퓨터엔 내 대학 시절 연구 결과들이 전부 들어있어!”“이미 자퇴했잖아. 게다가 본과생이 쓴 걸 어떻게 연구 결과라고 할 수 있어?”술에 취한 남자의 나른하고 무기력한 목소리 뒤로 그의 곁에서 강나현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준 씨, 누구 전화야?”“쓸데없는 전화.”전화가 끊기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눈물이 툭 떨어졌다.강민아는 고장 난 노트북을 들고 수리하는 곳에 찾아갔으나 그녀의 컴퓨터를 살펴본 수리공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한밤중에 네 번째 수리점으로 달려가던 중 전화벨이 울리며 연진숙의 전화가 걸려 왔다.“또 어디로 갔어? 집에서 애들은 안 보고.”“집에 도우미가 있는데...”“민이가 너만 안 보이면 울잖아. 지금 뭐 하는지 모르겠지만 당장 집으로 와!”강민아는 의자에 앉아 웅크린 채 두 손으로 종아리를 감쌌다.그녀에게 아이는 한때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하지만 이젠 의문만 들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서 그녀에겐 뭐가 남았을까.비단 같은 머리카락이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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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네티즌들에게 제일 먼저 충격을 안겨준 건 강민아의 외모였다.수많은 사람은 머릿속이 하얘졌고, 강민아를 손가락질하려던 일부 블로거들은 턱을 문지르며 말을 잇지 못했다.어떤 이들은 안경을 쓰고 화면에 가까이 다가가기도 했다.강민아의 얼굴을 보자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억누르지 못하는 라이브 블로거도 있었다.5대의 카메라 앵글 속에 잡힌 강민아는 통나무로 만든 긴 테이블에 앉아 있었고, 비에 젖은 재킷은 미처 갈아입을 겨를도 없이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잔뜩 붙어 있었다.그녀는 두 손을 비비고 숨을 들이마신 후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겉모습은 얼어붙은 눈사람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강민아가 조직위원회에 자신을 소개하는 말에 네티즌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제가 살고 있는 시그니엘에 전기가 나가서 지금 임시로 심한기 교수님 집에서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강민아는 심한기 교수의 집에서 문제를 풀고 있다는 사실을 조직위원회 측에도 숨기지 않았다.“강민아 씨, 불가항력적인 특수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조직위원회에서 논의한 결과 대회에 계속 참가하는 것에 동의했으니 이제 B 지문 문제지를 보내드릴게요. 시험 시간은 이미 3시간이 지났고 재도전 기회는 없습니다. 다른 응시자들과 마찬가지로 5시간 내 답안지를 제출해야 합니다.”“네, 알겠습니다.”강민아는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문제 풀이를 시작했다.그녀는 컴퓨터와 산수 종이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그동안 ALI 조직위원회 직원이 강민아의 응시 환경을 점검하기 위해 심한기의 집을 방문했다.강민아는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는 카메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컴퓨터 화면 오른쪽 하단을 힐끗 쳐다봤으니 질문에 답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거야.”네티즌과 함께 강민아의 부정행위를 살펴보던 블로거는 그녀의 미세한 표정까지도 포착했다.“원래대로면 제시간 안에 문제를 전부 답변하기 힘들죠. 예선 시간은 8시간밖에 되지 않기에 참가자들은 최대한 자신이 잘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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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잠에서 깨어난 그들은 자신들의 SNS 계정이 네티즌들의 질타와 비난으로 잠식된 것을 발견했다.[그러게 내가 서둘러 사과글 지우지 말자고 했잖아요. 이제 어떡할 거예요!]몇몇 재벌가 사모님들은 긴급 상의에 돌입했다.[강민아가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어도 결승에 오를 수 없어요. 예선에서 다른 참가자들이 점수를 조절해서 강민아가 1등을 했다는 블로거 분석 못 봤어요?][일단 며칠 조용히 있어요. 강민아가 결승에서 명문대 박사들에게 지면 어차피 조롱당할 거예요.]어제 앞다퉈서 강민아와 인터뷰하던 언론사들은 바뀐 여론에 인터뷰 영상을 서둘러 삭제했었다.유명 채널에서 먼저 강민아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하고 특집 기사로 다뤘다.제작진 측에선 지유빈이 어젯밤 강민아와 통화한 녹취록도 영상에 넣었다.강민아가 경연을 위해 심한기의 집에 간 진짜 이유를 알게 된 네티즌들은 의견이 분분했고 일부 네티즌들은 예선 당일 시그니엘에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강민아 전남편을 프라이팬에 넣어서 기름에 볶아버릴 거야!][짐승만도 못한 인간, 이 말밖에 할 말이 없네.][강민아는 어린 나이에 사람인지 개인지 몰랐던 거지.]순식간에 ‘강민아 전남편’이라는 키워드가 인기 검색어에 올랐고, 네티즌들은 강민아의 전남편이 누구인지 밝혀내지 못했지만 그의 조상까지 대대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부신 그룹“에취!”반하준은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에 오르면서 재채기했고, 엄규민은 휴대전화를 들고 그 뒤를 따랐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던 엄규민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인기 급상승 검색어에 ‘강민아 전남편’이라는 문구가 뜨자 엄규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큰일 났다!그는 황급히 반하준의 까만 뒤통수를 몇 번이고 흘깃 쳐다봤다.반하준은 온라인에서 자신이 한껏 조롱당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이걸 어떻게 반하준에게 말해야 할까!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고 반하준이 밖으로 걸어 나가는데 로비에 오가는 사람들 속 직원들의 열띤 수다 소리가 반하준의 귓가에 들렸다.“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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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그 자리에 있던 직원들과 반하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쳐다보았다.“대표님, 감기 걸리셨어요?”“대표님, 병원 안 가보셔도 돼요?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보여요. 안색이 어두운 게...”직원들의 걱정에 반하준의 얼굴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엄규민이 나서서 직원들에게 한마디 하려는데 반하준은 이미 회사 정문을 향해 곧장 걸어가고 있었다.엄규민은 서둘러 뒤따라가 반하준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대표님, 로비에서 한가하게 놀던 직원들 전부 기록해 뒀다가 월급 삭감하겠습니다.”차에 탄 반하준은 온몸으로 싸늘한 기운을 내뿜으며 고개를 들어 엄규민에게 차갑게 쏘아붙였다.“왜, 내가 강민아의 한심한 전남편이라고 온 세상에 소문내려고?”굵직한 땀방울이 엄규민의 이마에서 뚝뚝 떨어졌다.그는 제자리에 굳어버린 채 입술만 달달 떨었다.“저... 전 그런 뜻이 아니라... 인터넷에 좋지 않은 말들이 너무 많아서요.”엄규민은 반하준에게 휴대전화를 건넸다.그제야 반하준은 인기 검색어 1위가 ‘강민아 전남편’이라는 사실을 알고 콧방귀를 뀌었다.언젠가 강민아 덕분에 그가 유명해질 줄이야.반하준은 인기 검색어 아래 달린 댓글을 보지도 않았다. 어차피 자신의 발아래 존재하는 것들에겐 눈길조차 줄 생각이 없었다.만약 강민아가 결승에서 좋은 성적을 따낸다면...반하준은 아량을 베풀어 강민아를 회사에 데려와 연봉 수억의 자리를 줘서 자신을 위해 일하게 할 생각이었다.그 순간 반하준의 휴대폰이 울리고 강나현의 전화임을 확인한 그가 전화를 받았다.“하준 씨, 오늘 밤에 정수산에서 레이싱 경기가 있는데 민이 데리고 구경하러 가고 싶어.”반하준의 목소리가 다소 차가웠다.“민이가 갈 곳이 아니야.”“하준 씨, 내가 민이 데리고 산에 오르는 게 걱정되면 하준 씨도 같이 가.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강나현의 말이 반하준을 자극했다. 오늘은 반유하의 생일이다. 과거 반유하가 레이싱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반하준은 정수산 크로스컨트리 대회를 후원했다.“우리가 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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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강나현 앞에 앉은 민이는 무척 신이 났다.“역시 현이 형밖에 없어요. 예전엔 아빠가 날 데리고 레이싱 경기에 가는 건 꿈도 못 꿨는데.”아이가 입을 삐죽거렸다.“그 촌스러운 시골 여자보다 형이 백배, 천배는 나아요!”강나현은 킥킥 웃으며 치솟는 눈썹을 억누르지 못했다.“네 엄마가 인터넷에서 사람들에게 욕먹는 거 알아?”민이가 정정했다.“그 여자는 이제 내 엄마가 아니에요!”강나현의 눈가에 머금은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민이는 호기심에 물었다.“왜 욕먹는데요?”“민아 언니가 부정행위로 수학 경시대회 예선에서 1등 했거든. 네티즌들이 성적이 거짓이라는 걸 알아냈어. 본인 실력으로는 절대 1등 할 수가 없으니까.”말하며 강나현이 SNS를 열어 민이에게 강민아를 욕하는 댓글을 읽어주려는데 인기 검색어가 ‘강민아 전남편’일 줄이야.검색어를 클릭한 강나현은 사람들의 댓글을 보고 당황했다.서둘러 강민아에 대한 댓글을 찾아보니 전에 강민아가 부정행위를 했다며 확신에 차서 말했던 블로거가 사과문을 올리고 자신의 오해라며 밝혔다.이후 강민아와 관련된 인기 댓글을 찾아보니 절반은 그녀의 미모를 칭찬하는 댓글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한심한 전 남편을 만난 것에 대해 가슴 아파하는 댓글이었다.강나현의 숨이 턱 막히며 휴대폰을 잡은 손이 떨렸다.“현이 형?”민이는 처음 보는 강나현의 무서운 표정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당장이라도 휴대전화에 들어가 상대를 때릴 것 같은 사악한 눈빛이었다.번뜩 정신을 차린 강나현이 웃으며 민이에게 물었다.“네가 보기엔 엄마가 예뻐, 내가 예뻐?”민이가 잠시 망설이나 강나현의 얼굴이 극도로 일그러졌다.“현이 형이 제일 예쁘죠!”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강나현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민이에게 말했다.“그 여자 얘기는 그만하자. 오토바이 운전해 보지 않을래?”민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동공이 확장되며 설렘을 드러냈다.“정말 운전해도 돼요? 하지만 차가 무거운데...”강나현이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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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그동안 강나현은 민이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을 여러 번 찍어 SNS에 올렸다.계정을 개설한 지 5년이 지났지만 팔로워 수는 2천 명 남짓에 그쳤고 오토바이를 타는 멋진 영상을 올리면 ‘좋아요'를 눌러주는 것은 전부 그녀의 오합지졸 친구들이었다.강나현이 처음으로 민이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는 영상을 자신의 계정에 올렸을 때 하룻밤 사이 큰 화젯거리가 된 자신을 발견했다.그 후 자주 민이를 데리고 오토바이를 타게 되었고, 민이와 함께 찍은 영상은 매번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강나현은 SNS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었기에 지난 한 달 동안 부지런히 업데이트를 해왔고, 그녀의 계정은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게 되었다.물론 강나현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컸지만 강나현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그저 자신을 질투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치부했다.다섯 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무거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건 그녀만 할 수 있는 짓이었다.하지만 강나현은 이번 주에 민이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는 영상을 다시 올렸을 때 조회수가 20만으로 떨어진 것을 발견했다.네티즌들은 이제 이런 종류의 영상에 식상해하고 있었다.그래서 강나현은 절친한 친구와 의논해 크게 한 건을 준비했다.오토바이가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데 그녀는 팔짱을 낀 채 다섯 살배기 아이가 조종하게 했다.그러더니 갑자기 와인 한 병과 잔을 꺼내 오토바이에 앉아서 술을 따랐고,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와중에도 술잔을 흔들며 느긋함을 보여줬다.그 모습을 찍은 친구는 마이크에 대고 소리쳤다.“완벽해. 나현, 이 영상에 ‘좋아요’가 최소 십만개는 달릴 거야.”...강민아의 일상은 여느 때와 같았다. 정이를 학교에 데려다준 후 집에 돌아와 온갖 과제를 연구했다. 대학 시절에 들었던 수업을 그대로 복습하며 강민아는 지난 5년 동안 놓쳤던 지식을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저녁에는 정이와 함께 저녁을 먹은 후 정이를 데리고 심씨 가문으로 향했다.낮에 부딪혔던 문제들을 정리해 심한기에게 직접 가르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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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이 빌어먹을 놈이 어딜 감히 주제도 모르고!” 심한기가 곧장 욕설을 퍼붓자 방연석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교수님!”“망할 놈의 자식, 머리 검은 짐승 같으니라고. 나라에서는 네 얼굴을 가져다 방탄조끼나 만들지 왜 그냥 두는 거냐? 허, 경기에서 물러나라고?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이 자식아! 경고하는데 민아는 절대 대회에서 나갈 리 없어. 민아 능력으론 충분히 금상을 받고도 남아!”방연석은 웃음이 났다.“교수님, 아직 모르시겠지만 많은 참가자들의 청원에 따라 이번 결승전에는 본선 20위 안에 든 참가자들이 서로 질의응답 대결을 펼치는 코너가 하나 더 생겼어요.”강민아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빛은 하나같이 그녀가 망신당하길 기대하는 모습이었다.“교수님 대단한 제자는 대결에서도 이기기 쉽지 않을 텐데, 주부가 금상이라니요. 허, 꿈도 꾸지 마세요.”강민아가 말했다.“방연석, 내가 금상을 받으면 너뿐만 아니라 교수님 일상생활을 방해한 모든 사람이 교수님께 공개로 사과해야 할 거야!”방연석이 팔짱을 꼈다.“웃기는 소리. 네가 정말 이번 대회에서 모두를 이기고 금상을 받으면 내 머리를 비틀어서 너한테 공으로 던져줄게.”강민아가 비웃었다.“현실적으로 가능한 벌칙만 얘기해.”방연석 뒤에 있던 남자가 경멸하듯 말했다.“강민아가 금상 받으면 연석이가 거꾸로 서서 똥 쌀 거야.”그런 저급한 장면은 차마 눈 뜨고 봐줄 수 없었다.방연석은 친구가 자신을 불구덩이에 떠미는 듯한 느낌에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그러자 친구가 조용히 대꾸했다.“넌 댄스 동아리 회장이니까 거꾸로 똥 싸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잖아?”방연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이건 쉽고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정말 그런 짓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신고할 거다.“난 찬성.”심은호는 거실 문 앞에 한참을 서 있다가 들어와서 심한기 옆으로 다가왔다.“아버지, 거꾸로 돌면서 똥 싸는 거 본 적 없죠? 보고 싶지 않으세요?”심한기는 코를 만지며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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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봉긋하고 하얀...’강민아의 머릿속에 이러한 생각이 떠오를 때쯤 심은호가 고개를 돌려 그녀와 눈을 맞췄다.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에 강민아는 순간 현행범으로 잡힌 기분이었다.그녀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다가와 말했다.“제가 도와드릴게요.”심은호는 내심 무척 신이 났다.강민아가 화장실에 들어갈 때부터 등에 약을 붓는 행동을 반복해서 연습하며 강민아가 그를 발견한 순간 약물을 바지에 쏟았다.강민아는 그의 손에서 약병을 가져가 면봉에 묻힌 뒤 남성의 등 상처에 살며시 발라주었다.상처를 봉합한 의사의 솜씨가 워낙 훌륭해서 상처 표면이 여전히 붉은 색을 띠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허리를 다쳤다는 사실도 몰랐을 거다.“미안해요.”강민아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정이를 구해줬는데 제대로 감사 인사를 못 드렸네요.”그렇게 말하던 그녀는 웃으며 심은호에게 물었다.“제가 밥 한 끼 대접할까요? 식당에 가기 싫으면 제가 직접 해도 돼요.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말씀만 하세요. 저 요리 금방 배워요.”심은호는 이미 다 계획이 있었다.“그럼 한 가지만 약속해 줘요.”“네?”남자는 셔츠를 집어 들고 느긋하게 입었다.강민아의 관심을 끌어당긴 그는 말하다 말았고, 그가 고개를 숙여 단추를 잠그자 강민아는 숨이 턱 막히며 방 안의 공기 흐름도 멈추는 것 같았다.심은호의 움직임이 어쩐지 조금 느려진 것 같았다.남자가 살짝 몸을 돌리고 있어 강민아는 남자의 튀어나온 가슴 근육과 복부의 선명한 조각들, 바지 속까지 쭉 이어진 치골까지 한눈에 보였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숨을 꾹 참았다. 강렬한 호르몬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일부러 이러는 거다!그는 단추를 잠그며 강민아의 시선을 유도해 복부에서 아래로 미끄러지게 했다.강민아가 넋이 나간 사이 심은호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 순진한 눈빛은 마치 조금 전 느꼈던 유혹이 전부 그녀의 망상처럼 보이게 했다.번뜩 정신을 차린 강민아에게 심은호가 말했다.“오늘 밤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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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심은호가 말했다.“내가 다쳐서 특별히 전문 레이서를 고용했어.”심은호를 본 민이는 고양이를 본 쥐처럼 반하준 뒤로 숨었다.정수산 레이스는 아마추어 경기지만 서경의 최상위층이 주최한 대회로 장소, 상금, 직원들까지 모든 면에서 최고 수준을 갖추고 있었다.대회에 참가하는 재벌가 자제들은 1년 동안 수억 원을 들여 최고급 경주용 차를 개조했으니 당연히 전문 레이서도 고용했다.그래야만 레이스에서 3위 안에 진입할 수 있으니까.이 재벌가 자제들에게 순위권 진입은 체면을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물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재벌가 자제들은 보통 조수석에 앉아 드라이버의 내비게이터 역할을 하기도 했다.강민아는 이곳 정수산에 나타난 모든 인물을 알고 있었다.반하준과 결혼한 7년 동안 그녀는 남자가 크로스컨트리 레이스에도 참여할 줄은 전혀 몰랐다.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드림의 드라이버에 대해 무척 궁금해했다.강나현이 먼저 말을 꺼냈다.“심은호, 그쪽 레이서한테 우리랑 인사나 나누자고 해.”하지만 강민아는 차에서 내릴 생각이 없는 듯 앉아만 있자 재벌 2세 중 한 명이 소리쳤다.“심은호, 네 레이서 무척 오만하네. 우릴 우습게 보는 거야?”심은호가 가소로운 듯 콧방귀를 뀌었다.“루나가 너희 같은 오합지졸을 우습게 볼 만도 하지.”루나라는 이름이 나오자 많은 사람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일부는 잘못 들었다며 귀를 의심했다.참가자와 관중은 물론 열띤 수다를 떨던 스태프들까지 모두 일제히 조용해졌다.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드러내며 심은호와 드림 자동차를 번갈아 바라보았다.“세상에, 심은호, 네가 누구를 데려왔다고?”가늘게 뜬 남자의 눈 위로 풍성한 속눈썹이 드리워 눈가에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었다.“루나는 레이싱 업계에 한명밖에 없지. 달의 여신.”루나는 로마 신화에서 달을 의미하며 레이싱 서클에서 그 이름은 더더욱 전설적인 존재였다.재벌가 자제들은 환호성을 질렀다.“대박! 심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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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루나를 데려왔다는 심은호의 말에 강나현은 시종일관 가식적인 미소만 유지하고 있었다.“전직 국내 여자 1위 레이서에 걸맞게 패기가 대단하네.”강나현은 농담 섞인 어투로 감탄하면서도 속으로는 욕하고 있었다.‘은퇴한 지 5, 6년도 지났는데 아직도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나 봐.’“루나는 지지 않아.”심은호가 자리에 있는 모두를 훑어보다가 반하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여기 있는 사람 중 누구도 그 여자를 이길 수 없어.”심은호는 돌아서서 드림을 향해 걸어갔다.강나현이 팔짱을 낀 채 그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루나가 1등 못 하면 내가 드림 좀 갖고 놀아도 돼?”심은호가 걸음을 멈추는 것을 본 강나현은 의기양양했지만 곧바로 돌아보는 그의 잘생긴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있는 것을 보자 바람이 불면서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뱁새 가랑이 찢어지겠네.”그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뭐라 그랬어?” 강나현은 이해하지 못했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배를 감싼 채 웃었다.“하하하, 심은호가 너 보고 뱁새래. 하하하!”“닥쳐!” 강나현은 발을 들어 절친을 향해 발길질했다.심은호는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갸웃하며 반하준에게 말했다.“루나도 왔는데 박 대표님께서 상금 추가 안 하시나?”이번 레이싱 대회 1등 상품은 160억 상당의 람보르기니 베놈이었다.반하준은 심은호가 루나를 이용해 거하게 뜯어내도 상관하지 않았다.“루나가 1등을 하면 내 차고에 있는 차 세 대를 가져가라고 해.”다른 재벌 2세들이 환호했다.“박 대표님 통이 크시네!”심은호는 대수롭지 않은 듯 콧방귀를 뀌었다.“차 세 대에 대표님께서 직접 세차하는 것까지, 어때?”강나현이 곧바로 반하준을 옹호했다.“그건 너무하잖아!”반하준은 심은호가 그를 저격한다는 걸 알았지만 그도 자신만의 생각이 있었다.“좋아.”그는 심은호가 제시한 조건에 흔쾌히 동의했다.강나현은 불안했다.“하준 씨, 어떻게 자존심도 다 버리고 남에게 세차를 해줄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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