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Chapter 41 - Chapter 50

258 Chapters

제41화

남자의 단호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난 사인한 계약서 전부 휴짓조각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어. 그럼 법대로 해보던가. 결혼 7년 동안 너한테 얼마를 줘야 하는지 법원에서 판결받아 보자고.”반하준은 강민아에게 그동안 줬던 돈들이 전부 그의 자비심 덕분이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더 이상 주고 싶지 않을 때 현실이 얼마나 잔혹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겠다고 마음먹었다.폭풍우가 휘몰아치는 상황 속에서도 강민아는 차분하기만 했다. 왜냐하면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도 굳건했으니까.“하준 씨, 권력과 계급이 영원히 존재한다는 거 알아. 하지만 당신이 영원히 높은 곳에 있을 거라는 착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대표 사무실 안, 반하준은 순간 멍해졌고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의심마저 들었다. 그러다가 기가 막힌 듯 코웃음을 쳤다.“아직 꿈에서 덜 깼나? 강민아, 넌 30년을 죽어라 노력해도 나랑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어.”넘을 수 없는 신분 차이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었다.반하준은 늘 강민아를 무시했다. 18살에야 서경시로 올라온 촌뜨기 계집애가 아무리 고연대학교 영재반 출신이라는 후광이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인가?매년 부신 그룹에 들어오려고 뼈 빠지게 노력하는 가난한 집 자식들이 부지기수였다. 강민아의 양아버지가 그에게 은혜만 베풀지 않았더라도...그는 결혼으로 은혜를 갚았지만 강민아는 고마운 줄을 전혀 몰랐다.강민아와 놀아줄 만큼 한가하지 않기에 이혼 소동은 하루빨리 끝내야 했다.“강민아, 재벌 사모님 체험은 오늘부로 종료야.”반하준이 빈정거리면서 웃었다.“재산 분할 소송을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상대해줄게.”그에게는 전국 최고의 변호사팀이 있었다. 강민아에게 매달 쥐꼬리만한 양육비 60만 원만 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반우정이 학비를 내지 못해서 귀족 어린이집에서 쫓겨나는 꼴을 지켜보게 할 수도 있었다.강민아는 반하준의 품위 있는 가면을 벗기고 냉혹하고 잔인한 본성을 드러내게 했다.반하준이 전화를 툭 끊었다. 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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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강민아는 조수석에 앉아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 차...”“7년 전에 크리스티 경매에서 샀어요. 이 차를 사려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최고가를 불렀거든요.”다른 사람들이 얼마를 부르든 이 차를 낙찰받아야 한다는 마음에 최고가만 부를 생각으로 경매에 임했었다.이 스포츠카의 이름이 드림이었는데 7년 전 경매에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높은 가격에 낙찰되었다.강민아가 웃으며 말했다.“이 차를 산 사람이 은호 씨였군요.”그녀는 과거를 그리워하며 차를 쓰다듬었다.“이 차가...”강민아가 입을 열자마자 심은호가 말을 가로챘다.“알아요. 민아 씨가 드림이의 첫 번째 차주였다는 거.”그뿐만 아니라 강민아가 이 차를 몰고 레이싱 경기장을 휩쓰는 모습까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헬멧을 벗을 때 그녀의 모습은 생기가 넘쳐 흘렀다. 그녀의 웃음보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없는 것 같았다.심은호가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면서 물었다.“민아 씨, 꿈이 아직 남아 있나요?”강민아는 젖은 손가락으로 드림의 차 문을 몇 번이고 쓰다듬었다. 앞으로 다시는 드림이를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레이싱 트랙을 질주하는 날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강민아가 울먹거리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차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돈을 많이 벌 거예요. 혹시 저한테 팔 마음이 있으신지요?”그러자 심은호가 웃으며 대답했다.“기다릴게요.”심씨 저택으로 들어간 강민아는 몸에 묻은 빗물도 닦을 겨를 없이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한 후 ALI 수학 경시대회 주최 측에 계속 문제를 풀겠다는 신청을 냈다.주최 측은 공정성을 고려하여 그녀에게 B형 문제를 주었고 남은 시간 동안 B형 문제를 풀고 제출하라고 했다.심은호는 팔짱을 낀 채 느긋하게 문에 기대서서 문제 풀이에 집중하고 있는 강민아를 지켜보았다.그녀는 컴퓨터 화면을 골똘히 들여다보면서 키보드를 두드렸다.이런 강민아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부신 그룹 본사.“대표님, 사모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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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반현민이 불만을 터뜨렸다.“반현민.”그때 강나현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반현민이 쏜살같이 달려갔다.“현이 형, 왜 이제야 와요!”“우리 민이 주려고 이거 사느라 늦었어.”강나현이 뒤에 숨겼던 기계식 석궁을 꺼냈다.“우와.”검은 기계식 석궁을 본 순간 반현민의 눈에서 빛이 날 지경이었다.강나현은 반현민이 이런 걸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민아는 기계식 석궁을 만지지도 못하게 했다.“기계식 석궁을 들고 있으니까 엄청 멋있네.”그 말에 반현민은 참지 못하고 활을 쏘는 멋진 자세를 취했다.“현이 형, 화살은요? 화살 줘요.”강나현은 반현민에게 정교하고 날카로운 금속 화살을 건넸다. 반현민은 화살을 보자마자 입이 귀에 걸렸다.“드디어 플라스틱 화살이 아니네요. 난 형이 너무 좋아요.”“남자애라면 그래도 살상력이 있는 진짜 활을 가지고 놀아야지. 그래야 남자답게 커.”반현민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면서 금속 화살을 석궁에 장착하고는 여기저기 조준했다.그때 강나현의 시선이 반우정에게 향했다.“우정아, 엄마가 아직도 데리러 안 왔어?”반우정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엄마가 바쁜 일 끝내고 금방 데리러 온댔어요.”“너희 엄마도 참. 책임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강나현은 밖으로 나가 반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시간이 벌써 이렇게 늦었는데 민아 언니 아직도 정이를 데리러 안 왔어. 애가 어찌나 배가 고팠으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다 난다니까. 지금 언니랑 연락도 안 되는데 언니네 오빠 헬스장에 가볼까?”“그럴 필요 없어. 내가 지금 정이 데리러 갈게.”반하준의 목소리는 한겨울의 눈보라처럼 귀를 얼어붙게 할 정도로 차가웠다.사실 강나현이 헬스장에 간다고 해서 강민아를 만날 일은 없었다. 강민아는 심씨 저택에 들어간 후 한 번도 가지 않았다.‘대체 심은호와 뭘 하고 있길래 정이를 데리러 가는 것조차 잊어버린 거야?’...심씨 저택.강민아는 시간이 종료되기 직전에 모든 문제를 풀었다. 다른 수험생들보다 거의 세 시간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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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강민아는 7년 만에 다시 드림의 운전석에 앉았다.혈관 속의 수많은 세포들이 되살아나는 듯 엔진 소리에 맞춰 활발하게 움직였다.강민아는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고 빠르게 뛰는 심장박동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지금 이 순간 마치 다시 살아난 것 같았다.심은호는 조수석에 앉아 스피드와 강렬한 충격을 즐겼다.오늘의 드림은 예전과 달랐다. 강민아의 손에서 새롭게 태어났다.“과속 딱지 끊기면 내 걸로 하면 돼요.”강민아는 흥분한 마음을 애써 눌렀다.“아니에요. 과속으로 찍히면 내가 벌점 받을게요.”드림이 도로를 질주하면서 내는 굉음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방금 뭐가 지나가지 않았어?”“제비인가? 휙 하고 내 앞을 지나갔어.”“이 계절에 무슨 제비야. 귀신을 본 거겠지.”길 양쪽의 행인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댔다.강민아는 도로에서 강나현과 어울려 다니던 부잣집 도련님들을 다시 만났다. 그들의 튜닝 차량, 크게 틀어 놓은 음악, 번쩍이는 네온사인 불빛이 어두운 도로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드림은 교통 법규를 무시한 혼란스러운 차량들 속에서도 마음껏 누비고 다니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부잣집 도련님들을 추월했다.“젠장. 뭐야, 저게?”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때 누군가가 차량용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대박. 드림이야. 살아있는 드림을 봤어. 국내 최초로 국제 랠리 대회에서 3위 안에 든 여성 레이서의 레이싱카가 바로 드림이야.”벌써 흥분해서 전화하는 사람도 있었다.“지금 당장 도로 CCTV를 알아봐. 드림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야 해.”“드림의 원래 차주가 오래전에 차를 팔았다던데. 7년 전에 우리나라 사람이 드림을 1400억에 낙찰받았다고 들었어.”“방금 속도는 프로 레이서가 낸 속도겠지? 일반인이었다면 벌써 사고 났을 거야.”“드림의 차주를 꼭 만나야겠어. 차체라도 만져보면 한이 없겠다.”“여보세요? 나현아, 나 드림을 봤어. 진짜라니까.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블랙박스에 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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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교실 문 앞, 십여 명의 경호원들이 육성민을 에워쌌고 반하준은 계단 아래에 서서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육성민을 쳐다보는 눈빛은 마치 높은 곳에 있는 신이 보잘것없는 개미 새끼 한 마리를 보는 듯했다.“정아, 이리 와. 아빠랑 집에 가자.”반하준의 말투는 무척이나 강압적이었다. 반우정이 육성민에게 다가가는 걸 본 순간 이미 딸에게 인내심을 잃어버린 상태였다.반우정이 반하준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난 외삼촌이랑 집에 갈래요.”그러자 반하준이 차갑게 웃었다.“저 사람이 널 어디 데려갈 수 있는데? 집이나 있대? 정아, 저 사람을 따라가면 길바닥에서 자야 해.”“우정아.”그때 강민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우정은 강민아를 보자마자 신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하지만 반하준이 데려온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어 강민아의 옆으로 갈 수 없었다.“엄마.”강민아는 안쓰러우면서도 미안했다.“엄마가 일이 있어서 늦었어. 정아, 미안해. 엄마가 약속할게. 앞으로 절대 너 혼자 어린이집에서 기다리게 하는 일은 없을 거야.”반우정은 그런 그녀를 이해했다.“알아요. 엄마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는 거. 그 일은 엄마의 인생을 바꿀 수 있잖아요. 우정이는 엄마한테 짐이 되지 않을 거예요.”반하준은 그 말을 왜곡해서 들은 듯했다.‘딸을 데리러 오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뭐가 있어? 딸을 떼어놔야만 할 수 있는 일인 건가? 게다가 강민아의 인생까지 바꿀 수 있다고?’반하준의 시선이 강민아의 뒤에 있는 사람에게 멈췄다.‘심은호는 왜 온 거야?’반하준의 두 눈에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심은호가 강민아를 데려간 후 이렇게 늦은 시간에 두 사람이 허둥지둥 유치원에 달려왔다는 건...“강민아, 우리 아직 이혼 도장 안 찍었어.”반하준의 가슴속에 분노가 들끓었다.“어떻게 그새를 못 참고.”“난 당신이 하루빨리 내 삶에서 꺼져버렸으면 좋겠어. 반하준 씨, 우린 이미 이혼했어. 제발 좀 조용히 지낼 수 없어?”이 남자 때문에 하마터면 수학 경시대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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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심은호 씨!”깜짝 놀란 강민아가 소리를 질렀다.심은호의 품에 안긴 반우정은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그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정아, 다친 데 없지?”반우정이 까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저었다. 바닥에서 일어나서야 심은호의 등에 금속 화살이 꽂힌 걸 보았다.반우정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흔들렸고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반현민이 기계식 석궁을 뒤로 숨기는 걸 보았다.‘저 화살은 나현 이모가 현민이한테 준 건데.’반현민이 이런 짓을 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반하준의 얼굴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아들이 사람을 다치게 한 것보다 심은호의 몸을 사리지 않는 행동이 더 신경이 쓰였다.반하준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반현민, 너 이리 와.”겁에 질린 반현민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아빠를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정이 말을 안 들어서.”반현민을 쳐다보던 반우정은 순간 움찔했다. 지금의 반현민이 너무도 낯설게 느껴졌다.반하준은 반현민이 들고 있는 기계식 석궁을 빼앗아 바닥에 내팽개쳤다.“어떻게 정이한테 화살을 쏠 수 있어? 이런 거 다시는 만지지도 마.”고개를 들자 강민아가 심은호를 부축하고 있었고 키가 훤칠한 심은호는 가냘픈 몸의 강민아에게 기대어 있었다.“심은호 씨, 괜찮아요? 구급차 부를게요.”“괜찮아요. 걸을 수 있으니까 병원에 데려다줘요.”육성민이 성큼성큼 다가와 강민아에게 말했다.“내가 부축할게.”그러자 심은호가 말했다.“민아 씨가 나보다 키가 작아서 기대고 있으면 등에 있는 상처가 땅기지 않아서요.”심은호가 반우정을 지키려다가 다친 것이었기에 강민아는 육성민에게 이렇게 말했다.“내가 부축할게.”반우정은 심은호의 옆에 바싹 붙어 다른 손을 잡았다.“아저씨, 괜찮아요? 많이 아파요?”심은호가 다정하게 말했다.“정이가 손을 잡아주니까 하나도 안 아파.”반우정은 심은호의 손을 꽉 잡고 한시도 놓지 않았다.그때 굉음이 들리더니 강나현이 오토바이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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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심은호가 한숨을 내쉬었다.“구급차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피가 다 말라버리겠어. 날 죽게 내버려 두겠다는 거야?”급박한 상황이라 강민아는 더 이상 강나현과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내려. 우물쭈물하지 말고 쓸데없는 소리도 그만해.”“혹시 사고라도 나면...”강나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보이지 않는 압력이 그녀의 온몸을 덮치는 것 같았다. 강민아와 두 눈이 마주친 순간 소름이 돋아 오토바이에 앉아 있다가 하마터면 중심을 잃을 뻔했다.강민아에게서 이렇게 섬뜩하고 소름 끼치는 분위기를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강나현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불안했다.“언니, 무리하면 안 돼.”“왜 이렇게 우물쭈물해? 너답지 않은데?”강나현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그렇게 죽고 싶다면 말릴 이유가 없지. 차라리 얼굴부터 땅에 처박아서 콧대랑 이가 싹 다 부서져 버려.’강나현이 오토바이에서 내리자 강민아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키 줘.”강민아는 그녀가 아무렇게나 던진 키를 안정적으로 받고는 육성민에게 말했다.“오빠, 정이를 호텔에 데려다줘.”반우정이 말했다.“나도 병원에 가고 싶어요. 아저씨가 걱정된단 말이에요. 별로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심은호가 다정하게 말했다.“정이만 아저씨 옆에 있으면 아저씨는 하나도 안 아파.”강민아가 육성민에게 말했다.“그럼 정이를 서경 병원으로 데리고 와.”육성민은 고개를 끄덕인 후 반우정을 데리고 자신의 SUV로 향했다.“반우정.”반하준이 아이를 불러 세웠다.“아빠한테 와.”반우정은 무서운 눈빛으로 반하준을 쏘아보면서 잔뜩 경계하더니 고개를 내저었다.“아빠, 내가 어떻게 해야 아빠한테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거예요?”반하준은 마치 자이로드롭을 타고 있는 듯 중력이 그를 아래로 잡아당기는 것만 같았다.“정아, 왜 그런 소리를 해?”반우정이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심은호는 반우정을 구하려다가 다쳤고 화살을 쏜 사람은 또 반우정과 피를 나눈 반현민이었다.수많은 감정들이 덮쳐왔지만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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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반하준의 무서운 기운에 겁에 질린 반현민이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그 모습을 본 강나현이 서둘러 달랬다.“민이는 정이랑 친남매라서 정이가 무조건 용서해줄 거야.”그러고는 또 반하준을 보면서 농담을 던지듯 가볍게 말했다.“심은호가 생긴 건 친근하게 생겼어도 성격이 오빠보다 차갑잖아. 그런 심은호가 자기 몸까지 희생하면서 사람을 구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야.”그녀는 말끝을 길게 늘이다가 이어 말했다.“아까 민아 언니가 심은호 차에서 내리던데 둘이 언제 그렇게 친해진 거야?”“하준 오빠, 잠깐만.”반하준이 그녀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휙 가버리는 걸 보고는 재빨리 쫓아갔다....병원, 심은호는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그는 수술대에 엎드려 주치의에게 말했다.“수술비에 0을 두 개 더 붙여줘. 반하준한테 청구해야 하거든.”심은호와 아는 사이인 주치의는 수술칼로 그의 옷을 찢으면서 농담을 건넸다.“그럼 네가 심하게 다쳤다고 말해줄까? 널 병원에 데려온 그 여자가 아주 엉엉 울게?”심은호는 두 손을 포개어 턱을 손등에 괴었다.“그럴 필요까진 없어. 눈물이 아니라 그 사람이 미안해하는 것도 싫어.”“세상에나. 입에 꿀 발랐어? 독사의 피가 어떤지 좀 만져보자. 뭐야? 뜨겁잖아.”심은호는 고개를 돌리고 실눈을 뜬 채 주치의에게 경고했다.“고발당하고 싶어? 의사 면허 정지 3년이랑 과실 전체 정비, 둘 중에 뭐 고를래?”그러자 주치의가 콧방귀를 뀌었다.“조심해. 화살 구멍을 똥구멍처럼 꿰매버릴 수 있어.”그 시각 강민아는 수술실 밖에 서 있었다. 반우정은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굳게 닫힌 수술실 문을 쳐다보았다. 아이는 강민아의 손을 잡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강민아가 딸을 위로하려던 그때 반하준이 반현민을 데리고 다가왔다. 반하준은 뒤에 숨어 있는 아들에게 명령했다.“정이한테 사과해.”하지만 반현민은 뒤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사과해서 무슨 소용이야? 엄마는 또 날 꾸짖고 기계식 석궁을 압수할 뿐만 아니라 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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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반우정은 그 자리에 멍하니 굳어버렸고 여린 마음이 엄청난 충격을 받고 말았다.‘내가 잘못했다고? 아빠랑 얌전히 반씨 가문으로 돌아갔다면 은호 아저씨도 다치지 않았을 거야. 근데 나한테 화살을 쏜 건 나의 쌍둥이 오빠야. 우리 한때 사이가 얼마나 좋았었는데.’점점 체격 차이가 나기 시작하면서 반우정을 대하는 반현민의 태도도 나빠졌다. 그리고 반씨 가문에서 엄마만 반현민과 반우정을 차별 없이 대했고 아빠조차도 반현민을 더욱 예뻐한다는 걸 깨달았다.“반현민, 네가 나한테 사과해도 난 널 용서하지 않아.”반우정이 소리를 지르고는 반하준에게 물었다.“아빠, 이제부터 아빠 딸 안 하면 안 돼요? 내가 어떻게 해야 반씨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는데요?”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 방법을 몰랐다. 그 순간 반하준의 얼굴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졌다.“반우정, 넌 반 씨야. 영원히 내 딸이고 반씨 가문 핏줄이라고.”“그럼 성을 바꾸면 안 돼요?”반우정이 계속하여 말했다.“엄마 성을 따를래요.”어두운 그림자가 반하준의 몸 전체를 감쌌다. 강나현이 팔짱을 낀 채 피식 비웃었다.“언니가 딸을 어떻게 가르쳤는지 봐봐. 반씨 가문마저 배신하려 하다니. 어떻게 친아빠도 버릴 수 있어?”그러고는 다리에 매달린 반현민에게 말했다.“현민아, 넌 절대 우정이처럼 저러면 안 돼.”강민아는 반우정의 뒤로 다가가 어깨를 감싸 안으면서 힘을 실어주었다.그때 수술실 문이 열리고 의사가 이동식 들것에 엎드려 있는 심은호를 밀고 나왔다.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향했다.상의를 입지 않아 넓은 등 근육과 뚜렷한 근육 라인이 그대로 드러났다. 편안한 자세로 엎드려 있는데도 허리에 군살 하나 없었다.“아저씨, 괜찮아요?”반우정은 심은호를 무척이나 걱정했다. 심은호는 반우정을 돌아보며 다정하게 웃었다. 움푹 팬 보조개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환자 가족분 계십니까? 수술 후 관리에 대해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강민아는 심은호가 다친 사실을 심한기에게 알렸다.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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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심은호 너...”그 자리에 있던 강나현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더니 이내 눈을 굴리면서 웃으며 물었다.“우리 언니한테 관심이 있는 거야, 아니면 하준 오빠의 아내한테 관심이 있는 거야? 언니랑 오빠 아직 이혼 중이야. 이런 때 부도덕한 짓을 하면 많은 비난을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강나현은 심은호를 꿰뚫어 보기라도 한 것처럼 말했다.그 순간 병실 분위기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고 반하준이 내뿜는 위압감에 반현민은 다리가 다 후들거렸다.심은호의 매력적인 두 눈에도 차가운 빛이 감돌았다.“상상력이 아주 풍부하네.”강나현이 말을 잇지 못했다.“난...”“어떻게 자기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그대로 말하는 사람이 있지?”순간 당황한 강나현이 창백한 얼굴로 반박했다.“너야말로 그렇겠지.”“그건 네가 제일 잘 알 거 아니야.”심은호는 웃으면서 반하준을 보았다.“어쩜 맨날 이런 꼴통이랑 붙어 다녀? 이러니까 민아 씨가 너랑 이혼하겠다고 하지.”심은호가 계속하여 말했다.“두 사람은 아예 다른 세상 사람이야. 넌 민아 씨한테 어울리지 않아.”반하준이 두 눈을 부릅뜨자 분노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 같았다.그가 강민아와 결혼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주변 사람들은 모두 안타까워했다. 반하준 정도라면 국내 유명 대기업의 딸과 정략결혼 할 수도 있었는데 강씨 가문의 딸과 결혼했으니 말이다.강씨 가문도 부유하긴 했지만 최고의 명문가는 아니었다. 다들 강민아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기에 좋은 집안에 시집을 간 것이라고 했고 반하준이 인정을 베푼 것이라고 했다.게다가 강민아는 18살이 되어서야 강씨 가문으로 돌아왔다.연진숙은 강민아를 재벌가 며느리로 만들기 위해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그런데 심은호는 반하준이 강민아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정말 이보다 더 가소로운 일은 없었다.‘의사가 주사를 잘못 놔줬나?’“콩깍지가 아주 제대로 씌었구나.”“네가 남이 버린 헌신짝을 좋아할 줄은 몰랐어.”반하준은 돌아서자마자 병실 문 앞에 서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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