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문 앞, 십여 명의 경호원들이 육성민을 에워쌌고 반하준은 계단 아래에 서서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육성민을 쳐다보는 눈빛은 마치 높은 곳에 있는 신이 보잘것없는 개미 새끼 한 마리를 보는 듯했다.“정아, 이리 와. 아빠랑 집에 가자.”반하준의 말투는 무척이나 강압적이었다. 반우정이 육성민에게 다가가는 걸 본 순간 이미 딸에게 인내심을 잃어버린 상태였다.반우정이 반하준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난 외삼촌이랑 집에 갈래요.”그러자 반하준이 차갑게 웃었다.“저 사람이 널 어디 데려갈 수 있는데? 집이나 있대? 정아, 저 사람을 따라가면 길바닥에서 자야 해.”“우정아.”그때 강민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우정은 강민아를 보자마자 신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하지만 반하준이 데려온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어 강민아의 옆으로 갈 수 없었다.“엄마.”강민아는 안쓰러우면서도 미안했다.“엄마가 일이 있어서 늦었어. 정아, 미안해. 엄마가 약속할게. 앞으로 절대 너 혼자 어린이집에서 기다리게 하는 일은 없을 거야.”반우정은 그런 그녀를 이해했다.“알아요. 엄마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는 거. 그 일은 엄마의 인생을 바꿀 수 있잖아요. 우정이는 엄마한테 짐이 되지 않을 거예요.”반하준은 그 말을 왜곡해서 들은 듯했다.‘딸을 데리러 오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뭐가 있어? 딸을 떼어놔야만 할 수 있는 일인 건가? 게다가 강민아의 인생까지 바꿀 수 있다고?’반하준의 시선이 강민아의 뒤에 있는 사람에게 멈췄다.‘심은호는 왜 온 거야?’반하준의 두 눈에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심은호가 강민아를 데려간 후 이렇게 늦은 시간에 두 사람이 허둥지둥 유치원에 달려왔다는 건...“강민아, 우리 아직 이혼 도장 안 찍었어.”반하준의 가슴속에 분노가 들끓었다.“어떻게 그새를 못 참고.”“난 당신이 하루빨리 내 삶에서 꺼져버렸으면 좋겠어. 반하준 씨, 우린 이미 이혼했어. 제발 좀 조용히 지낼 수 없어?”이 남자 때문에 하마터면 수학 경시대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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