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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Penulis: 복덩이
남자의 단호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난 사인한 계약서 전부 휴짓조각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어. 그럼 법대로 해보던가. 결혼 7년 동안 너한테 얼마를 줘야 하는지 법원에서 판결받아 보자고.”

반하준은 강민아에게 그동안 줬던 돈들이 전부 그의 자비심 덕분이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더 이상 주고 싶지 않을 때 현실이 얼마나 잔혹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겠다고 마음먹었다.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상황 속에서도 강민아는 차분하기만 했다. 왜냐하면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도 굳건했으니까.

“하준 씨, 권력과 계급이 영원히 존재한다는 거 알아. 하지만 당신이 영원히 높은 곳에 있을 거라는 착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대표 사무실 안, 반하준은 순간 멍해졌고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의심마저 들었다. 그러다가 기가 막힌 듯 코웃음을 쳤다.

“아직 꿈에서 덜 깼나? 강민아, 넌 30년을 죽어라 노력해도 나랑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어.”

넘을 수 없는 신분 차이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었다.

반하준은 늘 강민아를 무시했다. 18살에야 서경시로 올라온 촌뜨기 계집애가 아무리 고연대학교 영재반 출신이라는 후광이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인가?

매년 부신 그룹에 들어오려고 뼈 빠지게 노력하는 가난한 집 자식들이 부지기수였다. 강민아의 양아버지가 그에게 은혜만 베풀지 않았더라도...

그는 결혼으로 은혜를 갚았지만 강민아는 고마운 줄을 전혀 몰랐다.

강민아와 놀아줄 만큼 한가하지 않기에 이혼 소동은 하루빨리 끝내야 했다.

“강민아, 재벌 사모님 체험은 오늘부로 종료야.”

반하준이 빈정거리면서 웃었다.

“재산 분할 소송을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상대해줄게.”

그에게는 전국 최고의 변호사팀이 있었다. 강민아에게 매달 쥐꼬리만한 양육비 60만 원만 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반우정이 학비를 내지 못해서 귀족 어린이집에서 쫓겨나는 꼴을 지켜보게 할 수도 있었다.

강민아는 반하준의 품위 있는 가면을 벗기고 냉혹하고 잔인한 본성을 드러내게 했다.

반하준이 전화를 툭 끊었다. 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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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아는 심은호의 셔츠 단추를 푸는 데만 집중했다. 비누가 잔뜩 묻어 확실히 단추를 풀기 어려웠다.자의식과잉 반하준의 말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심은호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반하준을 경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내 여자 친구가 셔츠 벗는 걸 도와주는 게 뭐 어때서? 반 대표님은 조선시대에서 살다 왔나 봐. 어쩜 사람이 저렇게 고리타분하지?”심은호는 일부러 말끝에 힘을 주었고 반하준은 거대한 충격을 받은 듯 동공이 움츠러들며 몸에서 고통이 느껴졌다.“네가 지금 무슨 말 하는지 알아?”반하준은 우스웠다.“나랑 이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강민아는 반하준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왜, 이혼까지 했는데 당신 때문에 혼자 살아야 해?”강민아는 셔츠 단추를 다 풀고 심은호가 손을 더럽힐까 봐 알아서 남자의 몸에서 셔츠를 벗겨냈다.남자는 몸이 좋았다. 지나치게 탄탄하지 않고 적당히 잔근육이 붙어있는 남자의 몸은 가슴과 복부 근육이 보기 좋은 굴곡을 자랑했다. 이건 타고난 것이지 절대 후천적인 운동으로 생겨난 게 아니었다.강민아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았고 훅 느껴지는 호르몬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그녀의 얼굴에 담긴 홍조를 발견한 심은호가 고개를 숙이며 듣기 좋은 중저음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멋있어요, 반하준이 멋있어요?”이번에도 반하준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였기에 그가 묻는 말에 반하준은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았다.강민아는 소리 내 웃었다.“그쪽이 제일 멋있어요.”이왕 애정행각을 벌일 바엔 이걸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그녀가 덧붙였다.“피부가 아주 좋아요. 근육도 탄탄하고, 허리도... 아주 훌륭하고.”심은호의 허리가 예쁜 건 사실이지만 이런 식으로 칭찬하니 왠지 모르게 야릇하게 들렸다.“오호.”심은호는 아랫입술을 깨물다가 스스로 함정을 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온몸에 피가 끓으며 맨눈으로 봐도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반면 반하준은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고통을 느꼈다.무심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니 눈은 새빨갛고 얼굴은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63화

    반하준은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심은호가 쳐놓은 덫에 걸려드는 게 아니었다. 강민아가 심은호를 감싸주는 순간 누군가 송곳을 들고 그의 가슴에 찔러 넣은 것만 같았다.뿜어져 나온 피가 그의 눈앞을 얼룩지게 했다.심은호는 강민아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그가 일부러 반하준을 자극했다는 걸 강민아가 알겠지만 이런 식으로 그녀의 챙김을 받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심은호는 노골적인 도발이 가득한 눈빛으로 반하준을 다시 바라보았다.그는 손을 뻗어 강민아를 감쌌다.“민아 씨한테 비누 던질까 봐 걱정돼요.”목구멍에서 피가 끓었다. 재계에서도 반하준은 이렇게까지 누군가의 속임수에 놀아난 적이 없었다.게다가 여기는 남자 화장실이었고, 화장실에는 감시 카메라가 없었기 때문에 강민아 앞에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수도 없었다.“반하준, 당신 성격에 죽어도 심은호 씨한테 사과는 안 하겠지. 그러면 정장값이라도 물어내. 안 물어내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100만원 이상의 재산 손해는 금액이 상당해서 두 세날 정도 유치장에 있을 거야. 원한다면 나도 막지는 않을게.”심은호는 몸을 숙여 입술을 강민아의 귀에서 10센티 정도 떨어뜨린 채, 반하준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은근하게 속삭였다.“역시 민아 씨밖에 없어요.”주먹을 꽉 쥔 반하준의 손가락 마디마디가 살갗에 쌓인 채 하얗게 드러나 있었다.게다가 연달아 볼일을 보려고 화장실에 들어왔던 남자들이 강민아를 보고는 당황하며 나가버렸다.밖에선 몇 명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방금 반 대표님 본 것 같은데.”이곳은 부신 그룹 사옥과 가까워 자연스레 많은 직원이 식사하러 오는 곳이었다.화장실에 가지 못한 남자들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밖에 서 있어야 했다.“내가 다 들었어. 심은호가 반 대표님 전 와이프랑 만나는데 반 대표님이 화가 나서 심은호한테 핸드 워시를 들이붓고 밀어버렸대.”반하준은 밖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듣고 발끈했다.이젠 아무리 설명해도 돌이킬 수 없었다.밖에서 누군가가 한탄했다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62화

    남자는 이런 볼품없는 모습을 보이기 싫은 듯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왜 그래요?”서둘러 물어보던 강민아는 그가 몸에 미끈거리는 액체를 뒤집어쓴 것을 발견했다.“옷이 왜 이렇게 됐어요?”심은호는 곧바로 반듯하게 일어서서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괜찮아요. 반 대표님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일부러 부딪힌 건 아닐 거예요.”남자는 애써 괜찮은 척하는 기색이 다분한 어투로 말했고 강민아는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되었다.“반하준이 밀었어요?”심은호는 입술을 달싹이며 그녀를 달래기만 했다.“민아 씨, 난 정말 괜찮아요.”“저 사람이 그쪽 옷도 더럽힌 거죠?”강민아가 확신에 찬 어투로 말하자 심은호는 설명하지 않고 손을 뻗어 주머니를 만지며 덧붙였다.“여기서 기다려요. 들어오지 말고. 내가 전화기 주워 올게요.”남자 화장실에 들어선 강민아는 반하준의 얼굴을 보는 순간 확 달아오른 불길이 그녀의 머릿속을 들끓게 했다.“반하준, 미친 거야?”반하준은 혼란스러웠다.심은호의 한쪽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고 그 의기양양한 미소가 반하준은 무척 눈에 거슬렸다.그는 느릿하게 허리를 굽혀 휴대폰을 집어 들며 일부러 깨진 화면을 강민아에게 보여줬다.반하준은 그제야 자신이 걸려들었다는 걸 깨달았다.강민아는 지금쯤 그가 심은호에게 주먹을 날리고 그를 밀치고 휴대폰까지 부수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지는 않을까.피가 솟구치고 반하준은 목구멍에서 비릿한 맛을 느꼈다.그때 심은호가 강민아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가요. 반 대표님은 우리만 보면 화를 내니까 그냥 상대하지 마요.”감히 그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그의 전처 손을 잡는 사람이 있다니.“난 밀지도 않았고 핸드폰 부수지도 않았어. 강민아, 저 자식이 나 모함하는 거 모르겠어?”반하준은 격앙된 목소리로 설명했다.“저 자식이 비누 가져가서 자기 몸에 들이부었다고. 내가 그런 한심한 짓이나 하는 인간으로 보여?”그를 바라보는 강민아의 두 눈엔 어떠한 감정이나 온기가 없었다.한때 반하준이 그녀를 바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61화

    반하준의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 지금 심은호가 하는 말이 그가 생각하는 그런 뜻일까?그는 저도 모르게 휴대폰 속 심은호의 것이 핑크색이 맞는지 아닌지 확인하려는 생각을 억누르며 화가 잔뜩 난 채 심은호를 노려봤지만, 심은호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의 가슴을 슬쩍 흘겨보았다.반하준의 얼굴 전체가 숯덩이처럼 검게 변했다.심은호는 경쟁에서 이겼다는 듯이 의기양양하게 입꼬리를 올렸다.말문이 턱 막힌 반하준은 이런 기 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아 목을 가다듬고 반격을 시작했다.“색소침착, 옷감 마찰로 색이 짙어지는 건 정상이야. 너처럼 밝은색이 오히려 비정상이지.”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을 때는 이미 반하준의 머릿속이 펑 터져버린 뒤였다.심은호에게 코가 꿰인 채 끌려다니며 그가 일부러 파놓은 함정에 걸려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반하준이 턱을 치켜들고 심은호를 향해 휴대폰을 던졌지만 심은호는 받지 않았다.휴대폰은 바닥에 떨어져 저 멀리 날아갔다.‘허, 겁을 먹었나?’반하준의 눈동자 사이로 차가운 빛이 번쩍였다.전에 서밋 포럼에서 심은호에게 주먹을 한번 날렸을 뿐인데 그가 피를 토하던 게 떠올랐다. 심은호는 그의 앞에서 조금도 반격하지 못하는 나약한 남자였다.“7년 전부터 열심히 관리했는데 확실히 민아 씨는 핑크색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반하준은 분노가 극에 도달해 폭발하기 직전이었다.“넌 아무리 애를 써도 그저 빈껍데기일 뿐이야. 난 최고의 경험을 선사해 줬는데 네가 나랑 비교가 돼?”반하준의 콧구멍에서 뜨거운 김이 쏟아져 나왔고 그는 지금 이 순간 자기 얼굴이 성난 짐승처럼 일그러졌다는 것을 알았다.부신 그룹 후계자는 항상 냉철하고 이성적이어야 하는데 어떻게 심은호의 도발에 쉽게 넘어갈 수 있겠나.하지만 그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남자의 소유욕이 발동한 걸까.그는 심은호가 무모하게 자신을 도발하고 남자로서 자존심을 짓밟는 게 싫을 뿐이지 강민아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심은호의 잘생긴 얼굴이 싸늘해지며 별처럼 반짝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60화

    심은호는 훤칠한 키에 반듯한 체격, 우월한 외모로 등장만 해도 다른 손님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반하준은 심은호가 화장실로 향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자리에서 일어났다.“하준 씨!” 여자가 그를 불렀지만 쳐다보지도 않았다.“이제 가요. 혼자 있고 싶네요.”여자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그래도 재벌 집 아가씨라 그런 반하준의 태도를 견딜 수가 없었다.“쳇!”맞선에 나왔던 여자는 루이비통 가방을 집어 들고 씩씩거리며 자리를 떠났다.식당을 나오면서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네, 우 대표님. 전 미션 실패한 것 같아요.”...강민아는 반하준도 화장실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 두 남자가 동시에 화장실로 가는 건 누가 봐도 이상했기에 휴대폰을 들고 심은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화장실 칸에서 강민아의 메시지를 받은 심은호는 동공에 휴대폰 화면의 불빛이 반사되며 입꼬리를 말아 올려 미소를 지었다.달빛이 그를 걱정해 주니 너무 행복했다.심은호는 칸에서 나와 휴대폰을 세면대에 올려놓았다.손을 씻은 그가 휴지를 몇 장 뽑아 손을 닦으며 걸어 나갔다.굳은 표정의 반하준이 안쪽 칸에서 걸어 나오는데 세면대 위에 놓인 휴대폰이 눈에 들어왔다.‘심은호 휴대폰 아닌가?’반하준이 다가가 휴대폰을 집어 들자 휴대폰 화면에 카톡 메시지가 떠 있었다.저장된 상대 이름은 달빛.[개자식도 화장실에 갔어요.]저장된 이름을 본 반하준은 심장이 철렁했고, 강민아가 심은호에게 보낸 메시지를 본 그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것 같은 먹구름으로 뒤덮였다.빠득 어금니를 깨물자 얼굴 근육마저 떨려왔다.심은호가 휴대폰에 비밀번호를 설정해 놓지 않아 바로 열어서 살펴본 그는 숨이 턱 멎었다. 엄지손가락으로 스크롤을 내리며 어둠 속에 숨어있는 악귀처럼 강민아와 심은호의 대화 내용을 훔쳐보았다.문득 반하준의 손끝이 멈칫하며 그의 눈에 심은호의 사진이 들어왔다.심은호가 강민아에게 보낸 것인데... 대체 이게 다 뭘까.반하준의 두 눈이 이글거렸다.휴대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59화

    창백한 햇살이 반하준을 비추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 윙윙거리는 파리 떼가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정오, 강민아와 심은호는 함께 식사하러 나갔고 남자는 강민아를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심은호가 메뉴판을 내려다보는 동안 강민아는 고개를 들어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는 반하준과 젊은 여성을 보았다.참 재수도 없다. 반하준이 자리에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구역질이 났다.“민아 씨, 뭐 먹을래요?”심은호의 또렷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강민아는 홱 시선을 거두었다.남자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여친님, 벌써 한눈파는 건가요?”강민아는 냅킨이라도 집어 들고 자기 얼굴을 가리고 싶었다.“그 자식 봤어요.”그녀의 뺨이 살짝 부풀어 오르더니 심은호를 향해 혀를 내밀었다.눈앞에 있는 여자의 활발한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워 심은호는 입술을 끌어올렸다.“내가 식당을 잘못 골랐네요. 자리 바꿀까요?”심은호가 앉은 자리는 마침 병풍으로 가려져 있어 반하준의 각도에서는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강민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이미 날 봤겠죠.”역시나 반하준은 자리에 앉자마자 창가에 있는 강민아를 보았다.정장 차림의 강민아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단정하고 우아하게 차려입은 여자가 매일 그와 아이들 주위만 맴돌던 여자가 맞는지 의심했다.그가 강민아를 봤을 때 그녀는 일부러 그의 시선을 피하는 듯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강민아가 그를 보고 있었던 걸까?이곳은 부신 그룹 건물과 비교적 가까운 곳인데 강민아가 일부러 그가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에 이곳에 온 건 아닐까.한낮의 햇살이 강민아의 온몸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녀가 검은 머리카락을 위로 쓸어올리자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햇빛에 반사되어 황금빛으로 빛났다.“하준 씨, 내 말 듣고 있어요?”맞은편에 앉은 여자는 남자가 생각에 잠겨 넋이 나간 채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여자는 반하준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아내려고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그때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58화

    강나현이 기대에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남자는 차갑고 냉담한 표정이었다.“너 때문에 민이의 남은 인생이 망가질 뻔했어. 감옥에 가는 것만으로 충분히 봐준 거잖아?”그의 목소리는 강나현의 온몸을 차갑게 만들었다.강나현은 울먹이며 고개를 저었다.“하준 씨, 나 감옥 가기 싫어! 유하도 내가 감옥 가는 걸 절대 보고 싶지 않을 거야! 전에 내가 구치소에 들어가면 유하가 제일 먼저 꺼내줬는데...”남자가 무자비하게 그녀의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그건 내가 아니라 유하니까! 난 민이 아빠야!”자신의 충고를 듣지 않고 민이를 기어코 오토바이에 태운 강나현에겐 비난조차 하기 싫었다.강나현이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뻔하다. 민이가 그녀를 따르고 좋아하면 아무리 큰 사고를 쳐도 그가 수습해 줄 거라고 믿었겠지.반유하와 그녀의 사이를 생각해서 반하준은 몇 번이고 그녀를 참아주었다.하지만 강나현 때문에 아들이 중환자실로 직행하니 반하준은 도저히 이 여자가 한 짓을 용납할 수 없었다.강나현은 남자에게서 풍기는 기세에 충격을 받아 눈이 붉게 물들고 어깨가 떨렸다.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오늘 유하가 널 챙겨달라고 한 말 때문에 온 거야.”반하준은 짐 가방을 들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구치소에서 명절 잘 보내.”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일어나 자리를 떠났고 강나현은 꼿꼿한 남자의 등을 향해 소리쳤다.“내 방 화장대 두 번째 서랍에 오래된 휴대폰이 있는데 그 안에 유하의 마지막 통화 메시지가 녹음돼 있어.”강나현의 말을 들은 반하준은 잠시 멈칫했고, 강나현은 다급하게 말을 이어갔다.“원래는 그 녹음파일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하려고 했어. 하준 씨, 유하를 죽인 범인은 아직 법의 처벌을 안 받았어.”반하준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그의 시선은 마치 그녀를 꿰뚫어 보는 강렬한 섬광처럼 그녀를 압박했다.“내가 그 범인을 얘기할 수 없었던 건...”반하준의 시선에 강나현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우리 집에 가서 유하의 마지막 목소리를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57화

    강성진이 몸을 흠칫 떨었다.“나를 위해서?”우경아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한 손을 시트에 올려놓고 몸을 지탱했다. 목이 낮은 정장을 입고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그녀가 살짝 몸을 숙이자 강성진의 시선이 그녀의 옷깃 사이로 향하며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눈앞의 풍만하고 매혹적인 여성의 자태에 강성진은 넋을 잃고 우경아의 붉은 입술이 열렸다 닫히는 것만 바라보고 있었다.“강승 테크를 인수하고 싶어.”강성진은 다시 한번 놀랐다.“뭐라고?”여자가 가는 손을 그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성진 씨, 그렇게 해줘. 응?”강성진은 콧구멍에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며 몸이 경직되고 입도 말을 듣지 않았다.“그래그래...”우경아가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강기성이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아버지, 제가 알기론 민아에게 인수 프로젝트 권한을 넘겨줬잖아요.”“민아?” 우경아가 의아한 듯 묻자 강성진은 불쾌한 표정으로 강기성을 흘겨보았다.“민아는 내 딸이야. 경아 너도 걔에 관한 뉴스 봤지?”우경아는 고개를 저었다.“난 해외에 있어서 국내 소식은 잘 몰라.”강성진은 제법 자랑스럽게 말했다.“내 딸이 ALI 수학 경시대회에 참가해 금상을 땄어. 국내에서 유명한 카레이서 루나도 내 딸이야. 이번에 국제 레이싱 대회 시범경기에서 얼굴을 공개했어. 7년 동안 가정주부로 살았는데도 지금 이렇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대단하지 않아?”우경아는 생각에 잠긴 채 중얼거렸다.“가정주부가 대회에서 금상을 탔다니, 부정행위라도 한 것 아니야?”강성진이 발끈했다.“내 딸은 14살에 고연대 영재반에 입학한 천재야!”우경아가 강성진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하지만 ALI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주부에게 금상을 주면 고생해서 공부한 대학원생과 박사에게 공평할까? 언젠가는 다시 주부로 돌아갈 텐데.”“음, 그건...”강성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자 우경아가 다시 물었다.“7년 동안 주부로 살다가 다시 레이싱 대회에 참가하면 다른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56화

    이내 우경아가 귀국했다는 소식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인터넷 전체가 떠들썩했다.[축 여왕의 귀환!][여왕님이 돌아오셨으니 서경 재벌가에 피바람이 불겠네.][우경아가 누구야? 유명한 사람이야?][어린 사람들은 우경아가 누구인지 모르겠네.]나이든 네티즌들이 인터넷에서 설명을 이어갔다.우영 그룹, 우씨 가문은 긴 역사를 자랑하며 건국 후 중앙은행 초대 총재가 우씨 가문 사람이었다. 올해 47세인 우경아는 그 우씨 가문의 양딸이다.25년 전 그녀와 우씨 가문 셋째 아들의 연애사는 기나긴 이야기로 엮을 만큼 파란만장했고, 결국 우경아가 사랑을 포기한 채 우영 그룹을 물려받았다. 그녀의 세 오빠는 불구가 되거나, 미쳐버리거나, 출가했다.25년 전 세간의 주목을 받을 만큼 대단한 여자였던 우경아가 등장하면서 언론에서는 여자 사업가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대대적인 보도를 했었다.지금 그녀는 자식도 없고 결혼한 적도 없지만 전 세계에서 수많은 여자아이를 입양해서 세계 각국의 유명 인사로 키웠다....서경 국제 공항.강성진, 강기성 부자는 VIP 게이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강성진은 붉은 장미 꽃다발을 손에 든 채 긴 목을 빼 들고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강기성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씹던 껌으로 풍선을 만들고 있었는데 풍선이 톡톡 경쾌한 소리를 내며 터졌다.강성진은 비명을 질렀다.“어휴, 조용히 좀 있어. 경아 데리러 왔는데 네가 왜 따라와?”강기성의 가는 눈매에 웃음기가 넘쳐흘렀다.“아버지가 그렇게 그리워하는 첫사랑이 우리 엄마는 아닐까 해서 보러 왔죠.”강성진이 입을 열려고 할 때 검은색 짧은 정장 치마를 입은 여자가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검은 머리카락이 폭포처럼 드리우고 붉은 입술에 선글라스를 벗자 꽃처럼 화사한 얼굴이 드러났다.그녀만 세월을 피해 간 듯 얼굴에 나이 든 흔적 하나 없이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을 자랑하며 눈빛에는 성숙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족히 10센티가 넘는 하이힐을 신은 채 여자가 모델처럼 요염하게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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