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아, 얼른 건담 로봇 꺼내.”강나현이 손을 내밀자 반현민은 곧장 상자를 닫으며 당황한 듯 강나현을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아니요. 꺼내면 안 돼요.”“꺼내!”강나현이 낮게 윽박질렀다.“내가 힘들게 건담 로봇 만들어줬는데 네가 이렇게 감추면 얼마나 창피하겠어!”반현민은 강나현이 상자를 열지 못하도록 아예 골판지 상자에 몸을 밀착시켰다.강나현은 아이를 떼어내려 하고 아이는 종이 상자를 꽉 붙잡고 버텼다.그때 갑자기 상자가 뒤집어지고 안에 있던 플라스틱 빨대가 모두 쏟아져 나왔다.흩어진 빨대 더미 속엔 분홍색 포스트잇 한 장도 들어 있었다.포스트잇에 적힌 글이 카메라를 통해 스크린에 그대로 전해졌다.[고작 59,900원으로 사람한테 밤새 건담 로봇을 만들라고 해? 나가 죽어!]반현민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플라스틱 빨대가 무대 아래로 굴러가는 것을 지켜보았다.무대 아래 서 있던 주아영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민아, 너 숙제를 안 해 온 거야?”“아니요. 전 했어요!”반현민의 작은 입은 떨리고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주아영은 포스트잇을 집어 들고 아이에게 물었다.“그러면 이 쪽지는 뭐야? 누구한테 돈을 주고 시킨 거야? 선생님은 너희들이 부모님과 함께 숙제를 완성하길 바랐는데 어떻게 선생님한테 거짓말을 할 수가 있어?”“윽...”한 번도 이처럼 억울함을 당한 적이 없던 아이는 작은 체구로 큰 무대에 주저앉은 모습이 꼭 버려진 아기 새 같았다.“전...”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잘 알았다.반현민은 강민아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강민아가 반씨 가문을 떠나지 않았다면 플라스틱 빨대로 만든 아름답고 멋진 건담 로봇을 만들 수 있었을 거다.아직 완성되지 못한 건담 로봇은 강나현이 망가뜨렸고, 강나현의 거짓말 때문에 이렇게 큰 상자에 쓸데없는 플라스틱 빨대만 잔뜩 들어 있었다.그리고 자신과 강나현은 선생님과 모두를 속인 거짓말쟁이가 되었다.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반현민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아이가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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