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 소식은 은찬이가 수소문해 준 거예요. 은찬이가 민씨 가문에 있을 때 같이 일하던 사용인과 경호원들과 친하게 진한 덕에 몰래 알아본 거예요. 민 사장이 알아본다면 쉽게 알아낼 거예요.”권하윤도 공태준의 말뜻을 이해했다.“그래. 고마워.”어쨌든 도움을 줬으니 권하윤은 예의상 인사를 했다.그리고 전화를 끊을 때쯤 공태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왔다.“윤이 씨가 민 사장을 걱정하는 건 알겠지만 만약 이 소식을 직접 전해주면 아마 의심을 받을 거예요.”공태준은 더도 말고 딱 여기까지만 말했다.“알겠어.”권하윤도 그 도리를 알고 있었다. 때문에 몰래 알려줄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이 사실을 어떻게 몰래 알리지?’권하윤은 하루 종일 그 생각에만 몰두하느라 앉은 자리에 꼬박 하루를 앉아 있었다.하지만 밤이 늦어서도 민도준은 돌아오지 않았다.시간은 새벽을 가리키고 있는데 민도준이 여전히 나타나지 않자 권하윤은 곧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 연결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자 권하윤이 먼저 조심스럽게 물었다.“도준 씨?”“응.”남자의 나른한 목소리를 밤늦게 들어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두근거렸다.이에 권하윤은 스스로 몇 번이고 민도준에게 끌려가면 안 된다고 경고를 하고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이렇게 늦었는데 왜 안 와요? 혹시 예쁜 여자 귀신한테 혼이라도 빼앗긴 건 아니죠?”“하.”나지막한 웃음소리가 전화 건너편에서 흘러나왔다.“그 머리통에는 대체 무슨 생각을 담고 있는 거야?”이윽고 한층 더 낮아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게다가 여자 귀신은 양기를 마셔야 하는데 내 양기는 하윤 씨가 다 마셔버렸는데 귀신이 올 리가 있나?”따지고 들려던 게 오히려 놀림만 받아대자 권하윤은 부끄러운 듯 발끈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이 들을까 봐 부끄럽지도 않나 보죠?”권하윤은 그 말을 내뱉자마자 민도준이 또 야릇한 농담을 해댈까 봐 얼른 말머리
흥이 생겨난 민도준은 인내심이 부족한 듯 권하윤의 잠옷 단추를 이로 물어뜯어 버리고는 갓 목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권하윤의 목덜미를 잘근잘근 씹어댔다.“응, 말해.”“그러니까 그 민승현은 찾았어요……아…….”권하윤은 너무 큰 충격에 연신 민도준을 밀어냈다.“이러지 마요…… 이러면 제가 어떻게 말해요?”하지만 민도준은 동작을 멈추는 대신 낮게 웃어댔다.“내가 입을 막은 것도 아니고 왜 말 못 하는데?”권하윤은 화가 나 머리가 찌근거렸지만 감히 강경하게 맞서지는 못했다.평소에 정신이 또렷할 때도 사람을 죽일 듯 괴롭혀 댔는데 이미 흥분해 있는 지금은 더 말할 것도 없었으니까.때문에 권하윤은 한껏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불평을 토로했다.“이젠 내 말도 안 듣고…… 저 사랑하지 않죠!”민도준은 잔뜩 나른한 목소리로 불평하는 권하윤의 귀여운 모습에 은혜라도 베푸는 듯 고개를 들더니 권하윤의 흐트러진 옷을 닫으며 손목시계를 힐끗 확인했다.“2분 줄게.”“2분밖에 안 준다고요? 너무한 거 아니에요?”권하윤은 화가 나 민도준을 물어버리고 싶었다.하지만 민도준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시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더니 느긋하게 귀띔해 주었다.“1분 30초 남았어.”자꾸만 재촉하는 민도준 때문에 권하윤은 쓸데없는 말은 모두 생략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민승현을 아직 찾지 못하면 내일 발표회에 갑자기 나타나 망치면 어쩌려고요?”이 말은 물론 직설적이었지만 대충 추리했다고 둘러댈 수 있었다.어쨌든 민용재가 가만히 넋 놓고 있을 성격이 아니기에 발표회를 망칠 방법을 생각해 낼 게 뻔했으니 이런 추측도 괜히 나온 게 아니다.말을 마친 권하윤은 살짝 술에 취해 한층 더 섹시해진 남자를 슬쩍 바라보며 술에 취했으니 평소보다는 예민하지 않을 거라고 제멋에 생각했다.물론 민도준의 표정에서 아무 것도 보아낼 수 없었지만. 그렇게 혼자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허리에 힘이 더해지는 바람에 권하윤은 중심을 잃고 민도준 쪽으로 넘어지고 말았다.하지만 불평할 겨를도 없
그날 밤 권하윤은 불안한 나머지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했다.분명 몸은 지칠 대로 지쳤지만 정신은 놓을 수 없었다.거의 밤새도록 비몽사몽한 상태였던 권하윤은 아침에 민도준이 조금 움직이자 바로 눈을 떠 그를 바라봤다.민도준은 등 뒤에서 고개를 쳐든 권하윤을 발견하고는 손을 뻗어 그녀를 다시 자리에 눌렀다.“나 전화 좀 하고 올 테니까 더 자.”가뜩이나 흐리멍덩하던 머리가 아래로 툭 떨어지자 잠은 올 리 없었다. 권하윤은 민도준이 갑자기 번복이라도 하고 자기를 데려가지 않을까 봐 걱정되었다.씻고 내려갔더니 아침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하지만 빵 쪼가리를 질껑질껑 씹어대기만 할 뿐 권하윤은 여전히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그런 상태는 차에 앉을 때까지 이어졌다가 성공적으로 발표회에 가게 되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이내 졸음이 쏟아졌다.이에 민도준이 운전하고 있을 때 권하윤은 새근새근 잠을 잤다.다행히 이번 발표회는 과학기술 관련된 거라서 화려하게 차려입을 필요도 없었다.차에서 내릴 때 권하윤은 민도준에게 끌려 내리다시피 했다.“그만 게으름 피워.”안 자면 모를까 조금 자고 나니 어젯밤 잠을 자지 않아 생긴 피로까지 몰려와 권하윤은 나른해진 몸으로 민도준의 손에 끌어내렸다.이윽고 민도준이 자기를 꾸짖자 오히려 화가 난 듯 중얼거렸다.“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요. 어제 조금만 절제했어도 이러지 않았다고요.”그 말에 민도준은 미안함은커녕 오히려 피식 웃으며 놀려댔다.“내가 절제하지 않았다면 두 다리로 걸어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얼씨구, 아주 감사하네요.”“콜록콜록-”조용하던 호텔 주차장에서 갑자기 기침 소리가 몇 마디 들려와 확인해 봤더니 등 뒤에 박 대표와 박민주가 서 있었다. 심지어 옆에는 서류 가방을 든 직원들도 서 있었다.그제야 자기가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인식한 권하윤은 어색한 듯 발을 배배 꼬았다.박 대표는 그나마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뭐든 겪어 봐서 그런지 아무렇지 않은 듯 민도준에게 인사까지 했다.하지만 옆에
내막을 꿰뚫어 본 권하윤은 박 대표를 동정의 눈길로 바라봤다.하지만 박 대표가 권하윤을 보는 눈에는 그저 싸늘함만 가득했다.그렇게 모두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른 뒤 민도준은 아무렇지 않은 듯 애써 진지한 모습을 유지하려는 권하윤을 끌어안으며 입을 열었다.“아직 두 시간이 남았으니까 휴게실에서 좀 자 둬.”권하윤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만 뒤에서 자기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 그만 말하라는 듯 민도준의 손을 주물렀다. 하지만 민도준은 그 뜻을 오해한 듯 되물었다.“왜 주무르고 그래? 같이 자달라고?”물론 높은 말소리가 아니었지만 약 1평 정도 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듣지 못하기도 어려웠다.그제야 자기가 대답하지 않으면 민도준이 더 심하게 행동할 거라는 걸 알아차린 권하윤은 이를 악물며 낮게 대답했다.“아니요.”그 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사이 박 대표가 갑자기 직원들과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오늘 참 웃긴 일이 있었는데 우리 집 가사도우미가 글쎄 자기도 여기 좀 구경와 보고 싶다는 거 있지.”그 말에서 숨은 뜻을 바로 캐치한 한 직원이 웃으며 대답했다.“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그러게 말이. 그래서 내가 그랬거든, 여긴 과학기술 변화를 목격하는 자리 인자라 수많은 업계의 선두 주자들이 참석하고 다양한 매체들이 참석하기에 관계없는 사람은 얼굴도 내밀면 안 된다고.”이윽고 박 대표는 권하윤을 힐끗거리며 말을 이었다.“게다가 신분 차이가 나는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이런 자리에 참석했다가 주인 체면까지 깎아버리면 어쩌려고 그러는지.”“맞습니다.”직원은 박 대표의 말에 얼른 맞장구쳤다.비꼬는 말에는 권하윤의 이름을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지만 모두 권하윤을 겨냥하는 거였다.하지만 박 대표가 이렇게까지 권하윤을 겨냥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민도준은 요즘 재벌가 여식들이라면 누구나 다 넘보는 남편감이다. 그건 민도준의 신분뿐만 아니라 현재 가장 선진적인 칩 기술 특허를 손에 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게
박민주의 말에 민도준은 재밌다는 듯 피식 웃었다.“그래. 그 말이 나왔으니 자세히 말해줄게. 애초에 내가 그 시뮬레이터를 구매한 건 확실히 이득을 보긴 했지.”민도준이 박씨 가문의 노력을 인정해 주자 박 대표 일행은 그제야 표정을 조금 풀었다.하지만 그러기도 잠시 민도준이 턱을 살짝 들면서 말머리를 돌렸다.“당신들이 나한테서 이득을 봤지 .”수간 박 대표는 할 말을 잃었다.이에 민도준이 장난기 섞인 말투로 말을 이었다.“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이라고? 그런데 그건 알아둬야지. 당신들이 그걸 나한테 팔지 않으면 그 가격도 받을 수 없다는 거. 내가 그걸 사서 고철로 버려둘 건지 아니면 그 고철을 보물로 바꾸는지는 내 실력에 달린 거야. 그게 박씨 가문과 무슨 상관이지?”“그건…….”박민주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할 말을 잃었다.솔직히 박민주로서는 이해되지 않았다. 분명 박씨 가문에서 손해를 봤는데 민도준은 왜 손해를 보면서까지 도와준 자기 가문을 무시하고 사실을 왜곡하는지.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마침 권하윤에게 눈길이 닿자 화가 더 활활 타올랐다.“도준 씨가 이렇게 무자비하게 말하는 게 다 아버지가 저 여자 말해서 그런 거잖아요! 그렇다면 그렇게 빙빙 둘러 말할 필요가 뭐가 있어요?”민도준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아하, 그래도 아버지보다는 똑똑하네.”이윽고 새파랗게 질린 박 대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박 대표님 축하합니다. 이런 걸 뭐라 하더라?”“아하, 후대가 그 전 세대보다 발전한다고 하죠?”장난기 섞인 말투는 분위기를 다시 나락으로 떨어트렸다.권하윤은 심지어 박 대표의 호흡이 점차 가빠지는 데서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한참 뒤, 박 대표는 호흡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민 사장, 오늘 발표회는 우리 두 가문이 함께 주최한다고 이미 기사까지 났는데 갑자기 바뀌면 우리 두 가문에 모두 안 좋은 영향이 있을 거네. 다른 일은 먼저 내려두자고.”아까의 말을 듣고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건 박 대표
그와 동시 박씨 부녀가 말한 사람들 앞에 나올 수 없다던 여자는 민도준에게 끌려 휴게실 침대에 누웠다.이윽고 담요를 덮어주고 떠나려 할 때 권하윤은 민도준의 손을 잡았다.“아까 박 대표 앞에서 그렇게 말해도 정말 괜찮은 거예요? 혹시 이번 일에 안 좋은 영향이 있는 건 아니에요?”민도준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아까는 아주 잘만 구경하더니 왜 그래?”“그 상황에서 제가 뭘 할 수 있어요? 어딜 가나 미움만 받는 몸인데 대단한 분들의 대화에 낄 자격이나 있어요?”권하윤은 입을 삐죽거렸다.하지만 곧바로 세지도 작지도 않은 힘이 권하윤의 이마를 쿡쿡 찔렀다.“약한 척은.”이윽고 민도준은 담요를 위로 조금 끌어올려 권하윤을 덮어주면서 말을 이었다.“여기서 좀 자고 있어. 이따가 발표회가 시작되면 데리러 올게.”“데리러 온다고요?”권하윤은 살짝 놀라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이에 민도준이 권하윤을 빤히 바라보며 되물었다.“아니면?”“필요 없어요. 밖에 기자들도 있는데 만약 누가 또 그걸로 뭐라고 이야기를 지어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지금 때가 안 좋잖아요.”권하윤은 연신 고개를 저었다.“명분이 없다고 떼를 썼으면서? 왜? 명분을 주겠다는데 싫어?”권하윤은 민도준이 정말 그렇게 할까 봐 덜컥 겁이 났다.그건 발표회를 이용해 도망쳐야 하는데 방해되는 원인도 있었지만 이미 떠나기로 했으면서 민도준의 이름에 또 더 먹칠하고 싶지 않은 원인도 있었다.이런 생각에 권하윤은 주동적으로 얼굴을 민도준의 손바닥에 비벼댔다.“하지만 오늘은 발표회라서 주인공은 칩이지 제가 아니잖아요. 명분을 준다 해도 길한 날짜를 받아 제대로 줘야 하지 않겠어요?”민도준은 권하윤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칩한테도 질투하는 거야?”민도준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권하윤은 그 “죄명”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네. 저 원래 이렇게 소심해요. 몰랐어요?”고개를 쳐들고 교활한 눈빛을 번뜩이는 권하윤을 보자 민도준은 가슴이 간질거려 권하윤을 잡아당기더니 마구 주물러
그 시각 권하윤은 방 안에서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발표회 현장을 보고 있었다.그러다가 위에서 내려오는 이남기를 본 순간 권하윤은 저도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다.하지만 후회가 몰려오는 걸 억지로 누르며 고개를 들었다.“여기로 도망가야 해요?”이남기는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말아요. 이미 준비를 끝낸 터라 이 방에서 다른 휴게실로 먼저 넘어가 변장을 한 뒤 함께 떠날 거예요.”민도준은 방금 민도준과 입을 맞추던 곳을 힐끗 바라보고는 눈을 내리깔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이남기는 확실히 말했던 대로 준비를 철저히 한 모양이다. 방이 그리 높지 않은데도 안전 로프를 준비한 걸 보면.환풍구로 이어진 통로는 매우 좁았지만 눈으로 확인해 보니 기어가기에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그렇게 한참을 기어간 끝에 권하윤은 다른 환풍구로 뛰어내렸다.하지만 공태준은 그곳에 없었다.“공태준은 어디 있죠?”“가주님은 아직 발표회 현장에 계십니다. 우리 먼저 가요.”‘하긴, 공태준이 갑자기 사라지면 도준 씨가 의심할 테니까.’권하윤은 곧바로 공태준이 준비해 준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 옷은 매우 심플하고 캐쥬얼했다.흰 티에 청바지, 그리고 밖에 입을 잠바 하나도 준비되어 있었다.이윽고 계속 풀어헤치고 있던 긴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고 야구 모자를 써 얼굴 반을 거의 가려버렸다.공태준은 사원증과 카메라까지 준비해 주었다.오늘 현장에 기자가 많으니 이렇게 분장하는 게 제일 눈에 안 띄는 방법이었으니까.지금 있는 휴게실은 아까 있었던 휴게실의 사선 방향에 있기에 권하윤은 나갈 때 다소 조마조마했다.다행히 경호원들은 방 안의 사람이 사라졌다는 걸 발견하지 못한 채 여전히 문 앞을 지키고 심지어 인기척이 느껴지는 쪽을 보지도 않았다.하지만 이건 고작 첫 번째 관문일 뿐이었다.상업용으로 자주 사용되는 이곳은 설계가 조금 특이했다. 사람을 많이 수용하기 위해 홀 전체가 한눈에 보일 정도로 뚫려 있었으며 그저 VIP 손님을 위해 마련한 휴게실만 안쪽에 몇 개
실종된 한 달 동안 대체 무슨 일을 겪었는지 민승현은 재벌가 도련님의 모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심지어 자기 체면도 상관하지 않고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어 자기의 처참한 꼴을 드러냈다.“제가 권하윤과 약혼한 뒤로부터 형은 제 약혼녀를 협박해 관계를 가졌고 모략을 꾸며내 제가 파혼하게 했습니다.”“그러다가 얼마 전 저한테 모든 걸 발각되니 화가 난다는 이유로 저를 폐인으로 만들고 제 약혼녀를 감금했습니다.”“그것도 모자라 제가 그걸 따지러 갔더니 저를 아예 납치 감금해서 이 꼴로 만들고 제 눈도 찔러 멀게 만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이제 완전히 폐인이 다 되었습니다! 이런 짐승 같은 놈은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됩니다!”긴말이 끝나자 무대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큰 풍파를 일으키지 못했을 텐데 이 말을 한 사람은 민씨 가문 다섯째이자 민도준의 동생 민승현이니 사람들의 마음은 순간 기울었다.더욱이 민승현이 옷을 벗어 공개한 몸의 상처는 구타와 학대의 흔적이 확실했다.때문에 누구도 민승현 같은 신분의 사람이 민도준을 모함하려고 이렇게 처참한 대가를 치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걸 알았기에 민승현은 일부러 권하윤이 민도준의 협박을 받아 관계를 가진 거라고 말한 거다. 이렇게 되면 성질은 완전히 달라지니까.무대 아래에서 이 모든 걸 듣고 있던 권하윤은 민도준이 걱정이 돼 도저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기장된 분위기 속에 누구도 감히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 민용재가 어른의 신분으로 나타나 분위기를 수습하는 척해댔다.“승현아, 네가 억울한 건 알겠지만 여긴 공적인 장소이니 얼른 내려와. 나중에 내가 함께 도준이 별장에 있는 네 약혼녀 데려오는 거 도와줄게.”방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반신반의했지만 민용재의 말이 나오자 민승현의 말은 사실이 되어버렸다.심지어 주소까지 말해버렸으니 사람들은 당연히 믿을 수밖에 없었다.권하윤은 그걸 들으면서 조급한 나머지 발을 동동 그르더니 무의식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