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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도망치다

그 시각 권하윤은 방 안에서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발표회 현장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위에서 내려오는 이남기를 본 순간 권하윤은 저도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후회가 몰려오는 걸 억지로 누르며 고개를 들었다.

“여기로 도망가야 해요?”

이남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말아요. 이미 준비를 끝낸 터라 이 방에서 다른 휴게실로 먼저 넘어가 변장을 한 뒤 함께 떠날 거예요.”

민도준은 방금 민도준과 입을 맞추던 곳을 힐끗 바라보고는 눈을 내리깔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이남기는 확실히 말했던 대로 준비를 철저히 한 모양이다. 방이 그리 높지 않은데도 안전 로프를 준비한 걸 보면.

환풍구로 이어진 통로는 매우 좁았지만 눈으로 확인해 보니 기어가기에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한참을 기어간 끝에 권하윤은 다른 환풍구로 뛰어내렸다.

하지만 공태준은 그곳에 없었다.

“공태준은 어디 있죠?”

“가주님은 아직 발표회 현장에 계십니다. 우리 먼저 가요.”

‘하긴, 공태준이 갑자기 사라지면 도준 씨가 의심할 테니까.’

권하윤은 곧바로 공태준이 준비해 준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 옷은 매우 심플하고 캐쥬얼했다.

흰 티에 청바지, 그리고 밖에 입을 잠바 하나도 준비되어 있었다.

이윽고 계속 풀어헤치고 있던 긴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고 야구 모자를 써 얼굴 반을 거의 가려버렸다.

공태준은 사원증과 카메라까지 준비해 주었다.

오늘 현장에 기자가 많으니 이렇게 분장하는 게 제일 눈에 안 띄는 방법이었으니까.

지금 있는 휴게실은 아까 있었던 휴게실의 사선 방향에 있기에 권하윤은 나갈 때 다소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경호원들은 방 안의 사람이 사라졌다는 걸 발견하지 못한 채 여전히 문 앞을 지키고 심지어 인기척이 느껴지는 쪽을 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건 고작 첫 번째 관문일 뿐이었다.

상업용으로 자주 사용되는 이곳은 설계가 조금 특이했다. 사람을 많이 수용하기 위해 홀 전체가 한눈에 보일 정도로 뚫려 있었으며 그저 VIP 손님을 위해 마련한 휴게실만 안쪽에 몇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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